“Why not us?” 명품 핸드백 시장의 히든 챔피언 – 시몬느

본 사례에서는 시몬느가 명품 핸드백 ODM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내부 운영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음의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시몬느는 창업 당시 미국의 명품 브랜드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ODM 전략을 선택했는데, 명품 핸드백 시장의 구조와 가치사슬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전략의 타당성을 분석한다. 둘째, 시몬느의 내부 운영 활동을 분석함으로써 시몬느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당 핵심역량을 어떻게 개발하고 진화시켜왔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핵심역량에 대한 VRINE 분석을 통해 시몬느 핵심역량의 지속가능성을 살펴본다. 셋째, 블랙스톤의 투자가 완료된 이후 시몬느가 지속 성장 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Q1. 시몬느 창업 당시 박은관 회장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했는가? 박은관 회장의 창업 전략의 핵심(지역, 제품, 생산방식 등)을 설명하고 평가하시오.

Q2. 시몬느가 명품 핸드백 제조 1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시몬느의 핵심역량을 찾아보고, 시몬느가 가진 경쟁우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하시오.

Q3. 시몬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각 대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만약 박은관 회장에게 특정 전략을 제안한다면 그것은 어떤 전략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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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us?” 명품 핸드백 시장의 히든 챔피언 – 시몬느

2015년 6월,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은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시몬느 본사 사옥 3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밖으로 흐르는 안양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회사 지분의 30%에 대한 3억 달러의 지분투자 계약을 성사시킨 직후였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사옥을 지은 지 12년 만의 일이었다. 박은관 회장은 창업 멤버들에게 직원들을 위한 멋진 사옥을 짓겠노라는 약속을 한 바 있는데, 12년 전에 그 약속을 지켰다. 1987년 시몬느를 설립한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28년 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박은관 회장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시몬느를 위해 헌신해 온 직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뉴욕증시 상장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박 회장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내부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과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시몬느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핸드백 산업

전 세계 명품 시장의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2,230억 유로(약 295조 원)에 달하며, 그중 핸드백을 포함한 가죽제품과 액세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약 650억 유로(약 86조 원)에 이른다. 2003년에 가죽제품과 액세서리가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18%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10여 년간 그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핸드백을 포함한 가죽제품의 비중은 2003년 전체 명품 시장의 9%에서 2014년 17%로 확대되었으며, 같은 기간에 전체 명품 시장이 연평균 5% 성장한 데 비해 가죽제품군은 11%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가죽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핸드백이다. 핸드백은 사용자들의 사용 빈도와 노출 빈도가 높아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일종의 ‘지위상징(status anchor)’ 제품의 성격을 가지며, 제조업체에는 높은 수익성과 브랜드 강화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이러한 이유로 핸드백은 지난 10여 년간 명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온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었다(Exhibit 1).

지역적으로는 중국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지만, 단일 국가로는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2014년 미국 명품 시장의 규모는 649억 유로로, 주요 국가인 중국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시장을 모두 합한 것보다 컸으며,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시장 규모가 231억 유로나 성장해, 같은 기간 동안 79억 유로 성장한 중국 시장보다 3배 정도 높은 성장을 기록하였다(Exhibit 2).

브랜드

핸드백 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 브랜드 업체들은 크게 전통적 가죽 명품 브랜드인 하이엔드 스페셜리스트(high-end specialist) 브랜드(샤넬, 에르메스 등), 예술적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여성복 라인이 강점인 하이엔드 쿠튀르(high-end couture) 브랜드(디올, 발렌티노 등), 가격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지만 폭넓은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판매량도 월등히 많은 메가(mega) 브랜드(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버버리 등), 가격은 메가 브랜드에 가깝지만 매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챌린저(challenger) 브랜드(펜디, 로에베, 마크제이콥스 등),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가격대라 할 수 있는 400~1,000달러대에 가격을 맞춘 준럭셔리(aspirational luxury) 브랜드(마이클코어스, 코치 등), 그리고 비교적 중저가로 승부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스마켓(mass-market) 브랜드(우테르케, 파슬 등)로 나뉜다(Exhibit 3, 4)1).

1990년대 중반까지 명품 핸드백 시장은 유럽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비자층이 등장하면서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코치 등의 매스티지(masstige, 대중적 명품) 브랜드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이 감당할 수 있는 거품을 뺀 이른바 명품 브랜(affordable luxury brand)라 할 수 있는 준럭셔리 브랜드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이런 합리적인 가격대의 명품 브랜드들이 명품 핸드백 시장 및 전체 명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산업구조

핸드백은 디자인, 개발, 생산, 판매의 과정을 거쳐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브랜드 업체의 디자이너가 다음 시즌에 판매할 제품의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을 하면, 시장에 판매할 실제 제품과 동일한 샘플을 제작하는 개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개발 과정이 끝나고 최종 샘플이 완성되면 생산에 들어가게 되며, 생산이 완료되면 도매점, 브랜드 자체 매장 등의 소매점에서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브랜드 업체들 중 유럽의 전통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주로 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 업무를 수행하며, 자가생산과 어셈블리(assembly)2), 혹은 전 세계 명품 핸드백 생산의 50%를 담당하는 이탈리아의 공방을 통한 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이들 유럽 브랜드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Made in Italy’ 라벨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3).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은 브랜드 업체가 제품의 디자인과 개발을 완성하고, 생산 전문업체는 제조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브랜드 업체로부터 지시받아 생산만 하는 단순 하청 방식을 말한다. 이에 반해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한 마크제이콥스, 코치 등 매스티지 브랜드들과 유럽의 하이엔드 브랜드의 서브라인 브랜드들은 ODM 방식을 주로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은 브랜드 업체는 디자인과 판매만 담당하고, 제조업체가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때 ODM 업체는 소재 및 제품 개발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핸드백의 경우 의류나 구두 등과 달리 수십 가지의 자재가 사용되므로, 자재 구매와 제품 개발 및 생산공정이 매우 복잡하여 사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패션 브랜드 업체들이 의류에서 시작해 토탈 패션 브랜드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핸드백 시장에 가장 늦게 진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렇듯 핸드백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ODM 업체의 성장은 핸드백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했다.

“비교적 최근에 런칭한 브랜드들은 제조나 생산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브랜드들은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수석 디자이너의 콘셉트대로 핸드백을 스케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합니다. 이런 브랜드들의 경우에 개발 업무를 시몬느가 주로 맡아서 해주는 거죠.”

– 이민수 전략기획실 이사

핸드백 시장은 1년에 보통 4시즌으로 이루어진다. 즉, 1년에 4번의 ‘마켓’이 열리게 되는데, 마켓이란, 브랜드 업체들이 2월, 5월, 8월, 11월 첫째 주에 핸드백을 포함한 액세서리 마켓을 열어 쇼잉 샘플(showing sample)을 쇼룸에 비치하고 바이어들을 초청해 제품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는 것을 말한다. 각 마켓 간에는 3개월의 기간이 있고, 각 마켓은 6개월 이후의 시장을 목표로 한다4). 따라서 브랜드 업체가 제품을 디자인한 후 마켓에서 전시할 제품의 최종 샘플을 개발하는 데는 보통 3개월, 생산까지 하는 데는 6개월의 시간이 허락된다. 따라서 샘플을 제작하는 개발 업무는 마켓이 열리기 전 90일 이내에 완료되어야 한다. 하지만 샘플이 완성된 후, 브랜드 업체들이 실제 판매할 제품을 선택하고 가격을 정하고 카탈로그를 만드는 등의 준비를 하는 데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각 마켓에서 보여줄 쇼잉 샘플은 마켓이 열리기 2주 전에 개발이 완료되어 발송되어야 한다. 마켓을 놓치게 되면 백화점 등 도매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므로, 개발 과정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켓에서는 백화점 등 바이어들의 실제 주문이 이루어지며, 제품의 가격은 보통 도매가는 FOB4)의 2~2.2배 수준에서 결정되고, 브랜드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소매가의 경우는 FOB의 5~6배 정도 선에서 결정된다. 최근 들어 브랜드 업체들은 도매의 비중을 줄이고, 소매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2009년 25%였던 소매의 비중은 2014년 32%로 증가했다. 그와 함께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브랜드 업체는 보통 한 시즌에 10~15개 그룹의 신제품을 준비한다. 신제품의 콘셉트에 따라 그룹이 결정되며, 각 그룹마다 5개 정도의 서로 다른 스타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각 스타일당 4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의 컬러를 사용한다. 따라서 가령 한 그룹에서 5개의 스타일을 준비하고, 각 스타일별로 4개의 컬러를 사용하게 되면 20개의 핸드백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 업체에서 10개 그룹의 핸드백을 개발하는 경우라면 한 시즌에 200개의 상이한 핸드백을 개발하게 되는 셈이다.

시몬느

기업 개요

시몬느는 1987년 박은관 회장이 15명의 직원과 함께 설립한 명품 핸드백 전문 ODM 기업이다. 2015년에 매출액 9,001억 원, 영업이익 1,884억 원, 당기순이익 1,362억 원을 기록했으며, 직원은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350여 명,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3개국의 7개 해외 공장에 일하는 직원이 약 2만 6,000여 명이다. 시몬느는 창사 이래 연평균 21.5%의 성장률을 기록해왔으며, 2015년 현재 도나카란, 마크제이콥스, 마이클코어스, 코치, 케이트스페이드, 레베카밍코프, 랄프로렌 등 15개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의 10%, 미국 시장의 30%, ODM 시장의 60~70%에 해당하는 규모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2위 기업은 중국의 시토이피혁으로 4%(약 3,600억 원)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그 외에 홍콩의 슈피얼, 야마니, 사우스씨, 더웰 등의 기업이 있으나, 규모나 매출액 면에서 시몬느와 큰 차이를 보인다(Exhibit 5).

창업과 성장

박은관 회장은 중저가 핸드백 제조 전문 기업인 청산에서 7년간 경력을 쌓은 후 1987년 시몬느를 창업했다. 박은관 회장이 청산을 나와 시몬느를 창업한 이유는, 1980년대 중반 들어 틴에이저 브랜드로 급성장한 에스프릿과 청산이 1986년부터 거래를 시작하자, 기존의 고객인 리즈클레이본이 에스프릿과의 거래를 끊을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리즈클레이본은 1980년대 당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패션회사로, 청산의 해외 매출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청산에게는 아주 중요한 고객이었다. 리즈클레이본을 고객으로 둔 덕분에 청산도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청산은 리즈클레이본의 요청대로 에스프릿과의 관계를 끊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때 에스프릿의 경영진이 박은관 회장에게 청산에서 독립해 회사를 새로 설립하면 에스프릿의 모든 물량을 맡기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주변에서는 봉제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박은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핸드백 생산시장은 제조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시장과 제조원가는 비싸지만 디자인과 소재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유럽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박은관 회장은 2개의 시장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리고 유럽의 소재와 디자인 능력을 가지고 와서 아시아 시장에서 제조를 하게 되면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박은관 회장은 에스프릿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몬느를 창업했다.

박은관 회장은 창업과 동시에 “Why not us?”라는 질문을 던지며, 당시 최고의 명품 브랜드였던 미국의 도나카란으로부터 비록 소량이기는 하지만 핸드백 수주를 하는 데 성공한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명품 핸드백을 생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명품의 경우는 제조 원산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Made in Italy’가 아닌 ‘Made in Korea’가 찍힌 명품 핸드백을 생산·판매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나카란과의 계약이 성사되자 원가 절감과 납기 준수를 충족시켜줄 적당한 업체를 찾고 있던 랄프로렌, 캘빈클라인, 루이비통, 버버리, 셀린느, 로에베, 지방시 등 명품 핸드백 브랜드 업체들이 시몬느와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에 시몬느는 부족한 기술 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주문량보다 10~20% 정도 많이 생산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생산된 제품 중에서 품질이 좋은 제품만 골라서 고객사에 보냈고, 그 결과 수익성은 낮아졌지만, 10년 이상 뒤떨어진 기술 수준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다. 도나카란과 맺은 첫 거래의 경우에는 주문량의 2배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시몬느는 1987년 6월에 창립해 첫해에 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1989년에는 1,800만 달러, 1992년에는 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자연히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해외 생산공장 설립을 시도하게 된다. ‘Made in China’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고객사의 우려와 반발에 부딛혔지만, 시몬느는 고객사에게 품질보증을 약속하며 결국 동의를 얻어냈고, 1992년 중국 광저우에 인원 5,000명 규모의 생산기지를 건설하게 된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이후에는 품질의 표준화를 위한 공정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에 시몬느는 수십 명의 장인을 중국 공장에 파견해 6개월여 동안 기술 이전을 하는 데 힘썼다. 지금도 본사 직원 350여 명 중 해외 공장에 파견되어 공정 설계 및 관리감독을 하는 인원이 90여 명에 이른다. “10cm만 박음질하라”, “연결장치는 5번 망치질하라”, “약칠은 3번 하라” 등의 매뉴얼이 등장한 것이 이때부터다. 품질과 생산성이라는 2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핸드백 제작 과정 전체를 공정별로 나누어 매뉴얼화한 것이다. 시몬느는 이후 해외 생산기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으며, 현재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3개국에서 7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중국 공장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에 대비해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종업원 6,000명, 연간 생산 2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ODM 사업

박은관 회장은 시몬느를 창업할 당시부터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미국 명품 브랜드들은 의류만을 취급하고 있었는데, 이들 브랜드들이 리즈클레이본처럼 향후 핸드백 등 액세서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명품 핸드백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이탈리아의 공방들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생산성이 낮아 비용이 높고, 소규모여서 대량생산이 어려우며, 납기를 잘 지키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종사자 수가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명품 핸드백 시장의 생산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은관 회장은 아시아 시장이 향후 중요한 생산기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한국은 핸드백 생산물량 면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대부분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저가 제품의 OEM 생산에 주력하고 있었다.

“청산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면서 1년에 3번, 한 달 반 정도를 유럽과 미국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이때 3가지를 봤습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 장인들과 비교해서 우리의 봉제 수준과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소재와 디자인 쪽 감각만 익히면 고급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두 번째는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생산 쪽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죠. 때문에 10년, 20년 후에 유럽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생산 능력이 문제가 되겠다 싶었어요.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미국 브랜드들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미국 브랜드들과 협력해서 커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 박은관 회장

창업과 동시에 도나카란을 공략한 사례에서 보았듯이 박은관 회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 핸드백 시장을 겨냥했다. 또한 박은관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OEM 사업보다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및 품질관리를 포함하는 ODM 사업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 실제 박은관 회장이 창업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에스프릿의 경우, 박은관 회장이 먼저 에스프릿의 경영진에게 핸드백 사업에 진출할 것을 제안했으며, 1987년 창업과 동시에 거래를 시작한 도나카란도 이듬해인 1988년부터 디자이너가 시몬느 본사를 방문해 함께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전체 물량의 60%를 시몬느에 맡겼다.

“우리 회사는 OEM 방식에서 ODM 방식으로 바꿔나간 게 아니에요. 제가 청산에서 영업 부장으로 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제 개인적인 색깔이 묻어나온 건데, 저는 디자인은 직접 안 했지만 소재와 디자인을 코디네이팅하는 역할을 시몬느 창업 이전부터 해왔어요. 시몬느 창업 초기부터 OEM 고객과 ODM 고객으로 나뉘어 있었던 거죠. 전통이 있는 코치 같은 기업이나 지방시, 셀린느, 로에베 같은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들이 직접 개발을 다해요. 그래서 이런 기업들은 OEM 방식으로 거래를 했고, 다른 미국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ODM 방식으로 시작한 거예요.”

– 박은관 회장

창업 초기인 1990년대 초반에는 OEM 사업과 ODM 사업의 비중이 약 8 대 2 정도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매스티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미국 브랜드들이 급성장하기 시작하고 제품의 디자인이 점점 복잡해지며 개발의 중요성이 증가하자 ODM 사업의 비중이 50~6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현재 시몬느는 OEM 사업의 비중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오랜 고객이면서도 자체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코치의 물량이다. 시몬느처럼 명품 브랜드 제품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개발 능력과 생산 능력, 자재 구매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제조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ODM 기능을 갖추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시몬느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3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다른 기업들은 바이어들이 3~5개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양한 트렌드와 제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죠. 저희는 많을 때는 25~30개의 브랜드 업체와 거래를 하다보니 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두 번째는 다른 기업들은 고객사로부터 새로운 콘셉트의 스케치를 받았을 때, 그것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요. 그 부분에서 저희가 많이 앞서 있어요. 이건 경험의 차이죠.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 잡을 수 있는 건가요? – 사례 작성자 질문)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저희하고만 개발을 해요. 고객사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와 같이 개발을 하기는 쉽지가 않죠. 마이클코어스 같은 경우는 거래처가 6~7군데 돼요. 그런데도 저희하고만 개발을 하고, 첫 생산도 저희에게 다 맡겨요. 저희와 함께 기술적인 부분까지 충분히 검토한 핸드백을 시장에서 선보이고, 그러고 나서 재주문이 들어오면 주문 할당 차원에서 다른 OEM 벤더에게 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회장님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게 있는데, 저희 시몬느가 28년간 개발해온 스타일이 17만 개 정도 된다는 거예요. 그게 내부적으로 체화되어 있다보니 고객사들의 요청에
응할 수 있는 거죠.”

– 이민수 전략기획실 이사

“우리 직원 350명의 핸드백에 대한 경험과 지혜를 합하면 5,300년입니다. 그런 회사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5,300년이라는 경험과 지혜를 한 지붕 아래 모아놓은 게 바로 시몬느라는 회사예요. 그리고 1년에 6,000~7,000개 정도의 스타일을 28년 동안 개발해 현재는 17만 개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사의 디자이너가 스케치 100개를 보내오면 그중 98개는 우리가 한번 해봤던 것의 변형인 경우가 많아요. 핸드백은 기본형이 300가지 정도 되고, 거기서 어떤 소재, 어떤 디자인 모티브, 어떤 구조로 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따라 수십만 개의 스타일이 되는 거예요. 5,300년, 17만 개의 스타일이 시몬느 최고의 자산이죠.”

– 박은관 회장

시몬느가 개척한 ODM 사업의 성장은 기업들의 명품 핸드백 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고객사에 대한 시몬느의 협상력과 가치를 증대시켰다. 고객사의 경영진이나 디자이너가 교체되더라도 시몬느가 고객사의 제품과 관련된 모든 히스토리, 즉 소재, 스타일뿐 아니라 비즈니스 자료, 퍼포먼스 등의 자료를 가지고 있어서 고객사의 DNA를 고객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과 생산을 아웃소싱하게 되면, 고객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이라는 핵심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클코어스의 경우 단순 OEM 계약을 맺을 때보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맡기는 ODM 계약을 맺을 때 시몬느에 2,000만 달러 정도를 추가로 더 지급하지만, 그 덕분에 7,000만 달러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이클코어스도 매출이 3조 원 정도 되고, 코치도 3조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코치는 직원이 뉴욕에 220명, 중국에 300명, 베트남에 100명, 총 600여 명 있어요. 반면 마이클코어스는 뉴욕에 33명, 중국에 4명, 베트남에는 아무도 없어요. 마이클코어스는 저희에게 전부 아웃소싱하거든요. 개발, 품질보증, 검수, 오퍼레이션 엔지니어링을 전부 저희가 해요. 코치는 그걸 코치에서 직접 다 하는 거고요. 그래서 600명의 직원이 필요하고, 경비를 1억 달러 이상 씁니다. 반면 마이클코어스는 1년에 3,000만 달러를 써요. 7,000만 달러를 절감하는 거죠. 마이클코어스는 경비 절감과 전문성 때문에 저희에게 아웃소싱을 하는 거예요. 마이클코어스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을 하고, 저희는 마진이 높아지는 거죠. 저희에게 2,000만 달러를 더 주더라도 5,000만 달러를 아낄 수 있으니까요.”

– 박은관 회장

이러한 이유로 고객사들의 시몬느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며, 현재 시몬느는 85%의 고객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시몬느가 그동안 시장 침체기에 오히려 더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시몬느는 2000년대 후반 이후 효율성을 제고하고 주요 고객사에 더 집중하기 위해 고객사 수를 30여 개에서 매출 비중이 큰 고객사 중심으로 재편해 15개 정도로 축소했다.

“저희 고객사 중에는 몇 억 달러 규모의 기업도 있고, 100만 달러 정도의 기업도 있어요. 이 고객사들은 대부분 물량을 저희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도 언제나 우리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구조조정도 하고 해고도 하잖아요. 구조조정을 할 때는 보통 1, 2, 3, 4, 5위 거래 기업 중 하위에 있는 파트너와 구조조정을 하지 1위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어요. 그러면 1위 기업과는 무엇을 할까요? 파트너십을 보다 공고히 해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게 되죠. 그래서 오히려 거래 물량이 늘어나요. 경기가 안 좋았던 1990년대 초 중국 공장 설립 전, 2001년 9·11 사태 이후, 그리고 2008년의 경제불황 등 그동안 위기가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런 파트너십은 우리에게 오히려 성장 모멘텀이 되어 주었어요(Exhibit 6).”

– 박은관 회장

조직 구조과 내부 운용

시몬느는 업무의 중심축이 되는 영업부, 개발부, 자재부와 이들 부서의 업무를 지원하는 관리부, 전략기획실을 두고 있다. 영업부는 고객을 기준으로 6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발부는 제품 개발 공정 순서에 따라 조직되어 있으며, 자재부는 아이템별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는 제품 개발과 기술력 향상을 위한 R&D는 한국 본사에서 이루어지고, 자재 구매는 가능하면 국내 업체를 통해 하고 있으나 새로운 자재의 개발과 시장 트렌드 분석은 피렌체지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이루어진다. 생산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있는 생산법인에서 모두 이루어지며, 마케팅은 미국에서 이뤄진다. 이 밖에도 시몬느는 유통 기업인 시몬느FC와 자산운용 및 투자 전문 기업인 시몬느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Exhibit 7).

영업

고객사와의 거래 관계 유지 및 물량에 대한 협의는 박은관 회장이 직접 담당하며, 영업부는 제품 개발 업무와 생산 업무를 관리한다. 본사의 영업 조직은 총 6개 팀, 80여 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팀은 10~2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팀이 여러 고객사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고, 한 팀이 한 고객사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팀에서 여러 고객사를 담당하는 경우, 팀장은 여러 고객사를 동시에 관리하지만, 각각의 팀원은 특정 고객사와 관련한 개발 혹은 생산 업무만을 전담한다. 여기서 개발 업무라 함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샘플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 업무는 개발 업무가 종료되고 실제 주문을 받은 이후에 발생하는 업무로, 자재의 발주·선적·재단·생산·검수·포장·출고 및 대금 회수 외에 출고 이후 고객사의 클레임을 처리하는 업무도 포함한다. 개발 업무 담당자는 고객사의 요구가 샘플 제작 과정에 완벽히 반영되는지를 개발 전(全) 과정에 걸쳐 책임지고 관리하며, 생산 업무 담당자는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들어온 이후의 생산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한다.

개발

개발은 ODM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다. 개발부는 패턴사와 재단사 등 90여 명의 개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업부의 개발 업무 담당자가 개발 전 과정에 걸쳐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개발 업무의 첫 번째는 합의(consensus) 단계이다. 고객사가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소재 정보, 참고 샘플 등을 보내오면 개발 업무 담당자는 디자이너의 요구사항을 100% 이해하고 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추가적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개발 업무 담당자는 고객사의 디자이너나 PD(Product Development)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영업부 내 상위 직급자들과 함께 디자이너의 스케치를 개발자의 관점에서 검토한 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 등에 대해 고객사에게 피드백한다. 이때 때로는 디자인 수정을 제안하거나 요청하기도 한다. 합의 단계는 보통 1주일 이내에 완료된다. 고객사가 한 시즌에 10개 그룹을 운영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보통 2~3그룹 단위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므로, 10~15개 스타일에 대한 합의가 1주일 이내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고객사가 자재 개발을 요청하는 경우, 개발 업무 담당자는 자재부에 자재 발주 혹은 개발 의뢰를 하게 되며, 자재부에서는 자재 업체들을 통해 자재 발주 혹은 개발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고객사와 시몬느 간 제품 개발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샘플 제작에 들어간다. 샘플 제작은 패턴 작업, 재단, 조립, 평가 및 발송 순으로 이루어진다. 패턴사는 디자이너의 스케치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CAD를 사용해 패턴 작업을 하는데, 평면도로 그려진 디자인을 머릿속에서 입체화시켜 핸드백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전면패널, 후면패널, 바닥, 핸들, 스트랩 등 모든 부분을 정확한 사이즈로 패턴을 뜨고, 조립 순서까지 결정한다. 보통은 현장에서 조립과 미싱 기술을 10년 이상 경험하여 숙달되지 않고서는 패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패턴사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평균연령도 높은 편이다. 개발부 내 패턴실에는 약 30여 명의 패턴사가 있다. 같은 스케치를 놓고도 다양한 패턴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패턴 작업은 실제로 공장에서 작업할 것을 고려해 효율적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므로, 패턴실의 관리자는 패턴 업무 경험과 핸드백 제작 경험, 그리고 해외 생산공장 관리 경험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사람이 맡게 된다(Exhibit 8).

“패턴을 만드는 분들이 핸드백 기술자들 중에서 가장 고급 인력이에요. 패턴을 만드는 분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이 볼 때는 초능력자죠. 그분들은 머릿속에서 2D와 3D가 왔다 갔다 하거든요. 패턴이라는 것은 핸드백의 조각들을 다 분리해놓은 거예요. 패턴사들은 핸드백을 보면 어떤 패턴을 떠야 하고, 몇 개를 떠야 하는지가 머릿속에 딱 그려지는 거죠. 바이어들이 주는 평면으로 된 스케치만 봐도 그 순간 패턴을 몇 조각, 어떻게 떠야겠다는 게 머릿속에 3D로 계산이 되는 거죠. 그건 그냥 되는 게 아니고 수십 년의 훈련을 통해 되는 거죠.”

– 강태욱 영업부 이사

패턴 작업의 결과물은 레고 같은 조립식 완구상자를 열면 들어 있는 각각의 부품들과 조립 순서에 대한 상세설명서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영업부의 개발 업무 담당자는 패턴사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디자이너의 의도를 패턴사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패턴사의 의견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패턴 작업이 완료되면 샘플실의 재단사들이 디자이너가 요청한 소재를 패턴에 맞춰 재단한다. 소재 준비는 자재부에서 담당하며, 개발 업무 담당자가 자재부에 필요한 소재를 요청한다. 이렇게 준비된 소재를 재단사가 재단하면 패턴과 재단물은 바구니에 담겨져 조립사에게 전달된다. 조립사는 패턴사가 정한 조립 순서에 따라 조립 작업을 하게 되는데, 미싱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미싱사의 도움을 받는다. 보통 2명의 조립사가 1명의 미싱사와 함께 작업한다. 이렇게 샘플이 완성되면 개발부의 현장 관리자가 샘플의 품질을 검수한 후 개발 업무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개발 업무 담당자는 제작된 샘플과 고객사의 디자인, 참고 샘플 등을 비교하며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샘플 제작 과정에서 패턴사, 조립사, 미싱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객사에 피드백할 내용을 작성한다. 이렇게 첫 번째 프로토 샘플(proto sample) 제작이 완료되면 중간관리자와 팀장, 영업총괄 임원은 물론, 박은관 회장까지 모두 참여하여 샘플에 대한 리뷰를 한다. 이러한 리뷰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2시와 오후 4시에 당일 발송할 샘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리뷰 과정 중에는 각각의 샘플마다 디자인, 구조, 소재 등과 관련해 잘못된 부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모든 참석자가 의견을 제시하며, 개발 업무 담당자는 이 자리에서 나온 모든 의견을 취합하여 고객사에 전달한다. 핸드백 제작과 관련하여 36년의 경험을 가진 박은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의 직관적인 피드백은 고객사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28년간 17만 개의 패턴을 제작해온 시몬느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프로토 샘플 제작은 고객사가 원하는 소재를 새로 개발해야 해서 샘플 제작이 지연되는 경우가 아니면 보통 1주일 이내에 이루어진다.

“저는 결재를 샘플 결재만 합니다. 자금 결재도 안 해요. 개발 단계에서 샘플 결재를 4번 하는데, 이때도 직원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실수를 하면 알려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십 몇 년 전에 이 소재로 이 핸드백을 만들었다가 엄청 클레임이 걸렸던 적이 있다. 이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건 개발은 잘했는데, 이 바이어에게는 가격이 너무 부담될 테니 소재 등을 좀 더 싼 걸로 해야 한다. 멋있기는 한데 잘 안 팔릴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이건 좋은 라인이기는 한데, 이걸로는 부족하니 조금 더 고급스러운 소재로 해야 한다’, ‘이건 가격을 조금 더 높여도 될 것 같다’ 식으로 제가 아는 것들을 알려주는 거예요. 샘플을 보면서 디자인, 소재, 제조 방법, 마진은 물론 고객 회사의 입장까지 다 고려하는 거죠.”

– 박은관 회장

첫 번째 프로토 샘플과 피드백을 고객사에 보내면 고객사는 시몬느가 제작한 실물 샘플과 제시된 피드백을 검토하고 스케치를 수정한 후 두 번째 프로토 샘플 제작을 요청한다. 고객사의 두 번째 프로토 샘플 제작 요청이 오면, 첫 번째 프로토 샘플을 제작했던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 다시 샘플이 제작된다. 개발 기간이 최대 90일 이내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프로토 샘플이 최종 마켓 샘플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두 번째 프로토 샘플을 제작하는 시점에는 고객사의 디자인팀과 PD팀이 한국에 들어와 머물면서 두 번째 프로토 샘플에 대해 리뷰하고, 핸드백의 디테일, 소재, 컬러 등과 관련하여 최종적인 결정을 함께 내리는 경우가 많다. 약 70~80%의 고객사들이 두 번째 프로토 샘플 리뷰를 하기 위해 시몬느 본사가 있는 한국을 방문한다.

두 번째 프로토 샘플이 완성되면 첫 번째 프로토 샘플 때와 동일한 리뷰 과정을 거친 후 고객사로 샘플을 발송하게 된다. 고객사는 두 번째 프로토 샘플을 검토하여 최종 마켓 샘플의 제작과 관련된 추가적인 요청사항을 보내온다. 고객사로부터 요청사항이 도착하면 생산법인의 개발부에서 마켓 샘플을 제작하게 되는데, 두 번째 프로토 샘플까지는 각 스타일당 1개의 샘플만을 제작하지만, 마켓 샘플은 모든 컬러의 핸드백을 제작한다. 예를 들어, 10개 그룹에서 각각 5개씩의 스타일을 4가지 컬러로 제작하는 경우라면 200개의 각기 다른 핸드백을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고객사들이 보통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4~5개의 마켓을 동시에 열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4~5개씩, 총 800~1,000개 제작하게 된다. 또한 마켓 샘플에 대해 실제 생산 주문을 받게 되는 경우에 대비해 키핑 샘플(keeping sample)을 1세트씩 추가로 제작하므로 실제로는 1,000~1,200개의 샘플을 제작하게 된다. 마켓 샘플을 고객사로 발송한 후 마켓 주간이 되면, 박은관 회장을 비롯해 영업총괄 임원과 팀장들이 직접 마켓으로 가서 고객사들과의 미팅을 통해 샘플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의견을 확인하고 개선점 등을 함께 논의한다.

또한 원가팀에서는 각 개발 과정마다의 원가를 전산으로 입력하게 되는데, 자재별로 제품 1개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의 소요량과 손실량을 입력하며, 실, 장식 등에 대한 비용들도 모두 계산한다. 고객사로부터 받는 FOB 단가와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개발 비용 등을 포함한 총비용의 차이가 마진이 되는데, 시몬느는 샘플 개발비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의 마진을 책정한다.

생산 준비

개발이 완료된 후 영업부에서는 주문을 기다리며 생산 과정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켓 샘플을 발송한 후 영업부 담당자와 중간관리자, 개발부의 패턴사와 조립사, 자재부 담당자, 박은관 회장 등이 모여서 키핑 샘플을 놓고 실제 생산 주문이 올 경우에 대비해 효율적인 대량생산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검토한다. 마켓 샘플 중 고객사가 최종적으로 주문을 하는 비율은 보통 70% 정도다.

이후 고객사로부터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영업부의 개발 업무 담당자와 생산 업무 담당자가 모여 Pass-off 미팅을 한다. Pass-off 미팅은 실제 주문이 들어온 제품의 키핑 샘플과 그동안 고객사와 주고받은 상담내역, 마켓 샘플에 대한 고객사의 추가적인 피드백을 놓고 개발 업무 담당자와 이후 생산 과정을 담당할 생산 업무 담당자가 100% 합의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산 과정에서의 실수는 매우 치명적이므로, 생산 업무 담당자는 개발 업무를 상당 기간 경험하여 개발 업무에 숙달된 직원들로 구성된다.

생산 업무 담당자는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최종적으로 패턴사와 조립사, 자재 담당자 등과 함께 개념미팅을 가지는데, 개념미팅에서는 마켓 샘플에 대한 고객사의 추가적인 요청사항 등을 중심으로 패턴사와 조립사가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최종적인 조언을 한다. 예를 들어 고객사에서 핸드백의 마켓 샘플이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드니 20% 정도만 부드럽게 해달라는 최종 피드백을 보내왔다면, 회의 참석자들은 안감과 가죽 사이에 들어가는 필러를 어떤 소재로 바꿀지, 두께는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한 기술적인 조언을 한다.

생산

고객사마다 주문서 양식이 모두 다르므로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우선 고객사의 주문내역을 시몬느의 공통양식을 사용하여 표준화한 후 ERP 시스템에 입력한다. 이 과정에서 각 고객사별로 시몬느가 사용하는 고유의 번호가 부여되며, 각 스타일별로도 고유의 패턴 번호가 부여된다. 바디 자재와 소재에 대한 정보, 안감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가 입력되며, 수량과 단가, 시즌, 송금 방식, 출고 방식, 주문 받은 날짜, 납기일 등이 표시된다. 이러한 정보에 근거하여 자재부에서는 각 자재별 담당자가 필요한 자재를 발주하게 된다. 생산에 필요한 자재 발주가 이루어진 후 자재가 준비되기까지는 보통 4주의 시간이 걸린다. 자재는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검수를 한 후 보내지만, 시몬느의 자재 담당자가 업체에 가서 직접 검수를 하고 자재가 도착하면 다시 검수를 한다. 또한 생산 업무 담당자가 고객사가 원하는 자재가 제대로 준비되었는지 최종적으로 검수하게 된다. 이렇게 준비된 자재는 컨테이너에 실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생산공장으로 보내진다. 발송에는 보통 1~2주가 소요된다. 생산공장에서는 자재가 도착하면 다시 검수를 실시한다. 로고같이 중요한 장식은 돋보기를 사용해서 전량 검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재 준비가 완료되면 자재를 생산라인으로 넘긴다. 생산라인에서는 기계를 사용해 자재를 재단한 후 조립 공정으로 넘긴다. 검수와 재단에는 보통 2주 정도가 소요된다.

한편, 개념미팅 이후 자재가 준비되는 동안 생산 업무 담당자는 마켓 샘플에 대한 고객사의 피드백과 이에 대한 개념미팅에서의 기술적인 피드백 등에 근거하여 최종적으로 패턴을 수정한 후 패턴 CAD 파일을 키핑 샘플과 함께 생산공장으로 보낸다. 생산공장의 개발부에서는 본사에서 받은 자료에 근거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최종적으로 PP(Pre Production) 샘플을 제작한다. PP 샘플은 고객사와 시몬느 본사로 각각 보내어지는데, 시몬느에서는 영업 담당자와 영업팀장이 PP 샘플을 리뷰한다. 고객사로는 각 모델당 2개씩의 PP 샘플을 보내는데, 하나는 고객사에서 보관하고, 하나는 사인을 해서 시몬느로 되돌려 보낸다. 시몬느에 고객사가 사인을 한 PP 샘플이 도착하면 본격적인 생산 업무가 시작되며, 고객사가 사인을 해서 보낸 PP 샘플은 생산 과정에서 제품 검수의 기준이 된다.

또한 공장의 공정분석실에서는 핸드백 제작을 위한 공정 설계 분석을 실시한다. 즉, 전체 공정을 단계별로 나눈 후, 한 작업자가 담당할 작업의 범위와 각 공정에 투입할 인원, 전체 인원 등을 결정하게 된다. 공정은 크게 전(前) 공정이라 불리는 셀과 후(後) 공정이라 불리는 라인으로 이뤄지는데, 셀에서는 핸들, 라이닝 등의 각 부품을 제작하고, 라인에서는 셀에서 공급한 부품들을 가공하고 조립하는 작업을 한다. 시몬느의 경쟁업체인 중국 업체들은 셀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외부에 하도급을 준다. 공정 설계가 이뤄지면 약 10개 정도의 핸드백을 실제로 시험 제작해본 후 전체 공정의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정을 최종 수정한다. 공정 설계를 할 때는 어떤 기계설비와 판, 목각 등을 사용해야 하는지, 컴퓨터 미싱이 필요한 부분은 어느 부분인지 등에 대한 결정도 함께 이뤄진다. 때로는 필요한 기계와 작업에 사용할 여러 도구들과 몰드 등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누가 작업을 하더라도 균일한 품질의 높은 생산성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 설계 과정의 핵심이다. 시몬느는 해외 공장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품질의 표준화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의 표준화뿐 아니라 공정의 자동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몬느는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는데, 그 핵심은 개발 및 생산의 각 단계에서 철저한 감수와 ‘장인정신의 공업화(industrialized craftsmanship)’로 상징되는 수작업의 자동화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작업하는 시스템은 아니에요. 우리 회사는 장인들이 손으로 하는 공정을 컴퓨터나 기계로 하는 작업을 잘합니다. 말하자면 ‘장인정신의 공업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공장에서의 혁신이죠. 예를 들어, 튜블러 핸들이라고 하는 게 있어요. 이건 기계로는 안 되는 게 있어서 손으로 한 매듭 한 매듭 떠야 하거든요. 그런데 15년 전에 우리가 미쓰비시컴퓨터의 프로그래머들과 컴퓨터 미싱으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약칠을 한 후 이틀 동안 자연 상태에서 말려야 하는데, 드라잉오븐이라는 것을 개발해서 3시간 만에 자연건조할 수 있도록 했어요. 유럽의 브랜드들이 이탈리아에서 핸드백 5,000개를 만들면 이탈리아 장인이 직접 만든 건 5%도 안 되고, 200~300개씩 10여 개 공장에 나눠서 하청을 줘요. 그 하청에는 대부분 중국 인력이 투입되고요. 그러니 품질의 표준화는 우리가 훨씬 나아요. 손으로 한 땀 한 땀 뜨는 것은 이탈리아 장인이 훨씬 나을 수 있지만, 그런 손맛을 살려주면서 장인정신을 공업화한 것이 우리의 강점이자 핵심가치죠.”

– 박은관 회장

공정 설계가 완성되고 재단된 자재가 생산라인으로 넘어가면, 전 공정과 후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제품이 완성된다. 조립 작업에는 보통 3주 정도가 소요된다. 조립이 완료된 완제품은 검수를 거쳐 고객사로 발송한다. 완제품 중 각 모델별로 1개씩을 무작위로 추출한 쉬핑(shipping) 샘플을 시몬느 본사로 보내는데, 본사에서는 각 쉬핑 샘플에 대해 박은관 회장을 비롯해 영업부의 담당 직원과 임원 등이 모여 최종적으로 리뷰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는 디자인과 자재,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검토와 개선점 등이 논의된다. 완제품이 나온 후 고객사와 약속한 기일까지의 시간이 촉박한 경우에는 항공운송을 통해 보내기도 한다. 이때 항공운송에 드는 비용은 시몬느에서 부담한다.

Backstage to Onstage: 0914 브랜드 런칭과 블랙스톤의 투자

박은관 회장은 오래전부터 자체 브랜드를 런칭할 꿈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패션 브랜드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고, 명품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은 시몬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은 무대 뒤에서 ODM 사업만 했는데, 자체 브랜드 사업을 통해 무대 위로 나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브랜드명은 0914(Gonguilsa)로 정했다. 0914는 9월 14일을 의미하며, 이날은 박은관 회장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이런 계획이 처음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 창립 25주년이었던 2012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핸드백 박물관이다. 박물관 개장과 함께 이전부터 실험적으로 제작해오던 0914 제품을 매장에서 전시·판매하기 시작했고, 0914 브랜드 런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8회에 걸쳐 ‘Bagstage’ 핸드백 전시회도 개최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10월 19일에 강남구 신사동에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0914’라는 브랜드를 정식으로 런칭했다. 0914 브랜드의 정체성은 ‘서울에 뿌리를 둔 브랜드’, ‘산업적 전통’, ‘독창성’이다. 박은관 회장은 우리나라의 국력, 경제력, 문화적 성숙도가 서울에 뿌리를 둔 브랜드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또한 0914 브랜드는 마케팅 역량에 기반한 브랜드가 아니라 손의 힘과 땀의 가치 등 시몬느의 핵심가치에 기반한 브랜드가 되어야 하기에 0914 브랜드에게 독창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업체들은 서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ODM 업체인 시몬느는 기존 제품과 비슷한 제품은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은관 회장은 브랜드가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에 이러한 이유로 브랜드 런칭 시 연예인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는 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고, 대규모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의 품질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다.

0914 브랜드 런칭 준비를 하는 한편으로 시몬느는 2015년 6월, 블랙스톤으로부터 3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투자를 받기에 앞서 시몬느는 기업을 0914 브랜드의 내수유통과 마케팅, 계열사 관리를 담당하는 시몬느와 ODM 사업을 담당하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라는 2개의 기업으로 인적분할5)을 했다. 블랙스톤은 신설 법인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의 지분 30%를 3억 달러에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시몬느를 비롯해 패션 기업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이다. 이는 이전의 여러 투자자들의 투자 제의를 거절했던 시몬느가 블랙스톤의 투자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시몬느는 최근 블랙스톤이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베르사체의 세컨드 브랜드인 베르수스와 새로이 거래를 시작했다.

향후 과제

블랙스톤의 투자가 완료된 현재, 시몬느는 다양한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우선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기 위해서는 회계, 조직, 인사 등의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개발이 어느 부분은 잘 되어 있고, 어느 부분은 덜 되어 있습니다. 뉴욕증시에 상장하려고 준비를 하다 보니 현업과 관련된 운영 시스템은 굉장히 잘 되어 있지만 재무나 회계 쪽의 보고 시스템은 많이 뒤처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ERP 시스템이나 전산 시스템도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 박은관 회장

하지만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미래를 위한 성장 전략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박은관 회장은 시몬느의 연간 최대 생산량을 12억 달러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ODM 사업에서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자체 브랜드의 런칭이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경우 국가와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 즉 제품 원산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문화적 유산과 산업적 전통에 기반한 스토리 등 그 국가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한국의 브랜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뿌리 깊은 문화와 역사의 무게를 뛰어넘어야 한다.

시몬느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핸드백 시장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해왔고, 높은 수준의 개발 및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오래전부터 브랜드 사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명품 핸드백 브랜드의 수익을 가장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제품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제조원가가 아니라 제품의 브랜드와 관련된 판매관리비라는 사실은, 개발 및 생산 전문 기업인 시몬느의 자체 브랜드를 통한 명품 브랜드 시장으로의 진출이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시몬느는 공식적으로 브랜드를 런칭하기 이전부터 제품을 실제로 제작·판매해온 것은 물론, 2006년에는 시몬느FC를 설립해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시몬느가 핸드백 시장에 진출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마이클코어스 등 여러 브랜드의 국내 유통 사업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레베카밍코프와 다이앤본퍼스텐버그(DVF) 등의 국내 유통도 담당했다. 2013년 시몬느FC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하며 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마이클코어스와의 10년 계약이 2015년 말에 종료되었다.

박은관 회장은 성장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브랜드 M&A와 브랜드 인큐베이팅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블랙스톤과의 파트너십은 시몬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업계에 이미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블랙스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들 간의 협업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투자가 성사된 이후 블랙스톤이 여러 건의 M&A 제안서를 시몬느에 보내오기도 했다. 시몬느가 2010년 시몬느인베스트먼트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시장에서의 투자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몬느인베스트먼트는 블랙스톤의 시몬느 투자 건을 맡아 성사시키기도 했다. 브랜드 인큐베이팅 역시 시몬느가 이미 발을 들여놓고 있는 분야이다. 그동안 마이클코어스 등 기존 브랜드의 핸드백 시장 진출을 돕는 핸드백 사업 인큐베이팅에서 쌓은 적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디자이너에게 투자해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워나가는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우리는 이미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시작했어요. ODM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거죠. 젊고 창의적이긴 하지만 직접 사업을 할 역량이 부족한 디자이너에게 투자를 하는 거예요. 리스크는 크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예요. 예전에 앤클라인에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일한 도나카란이 창업을 할 때 300만 달러를 투자한 사람이 3억 달러를 회수해간 사례도 있어요. 브랜드 M&A는 의류 사업은 잘하지만 핸드백 개발이 덜 된 브랜드를 인수해서 시몬느라는 플랫폼을 넣어주는 거예요. 우리의 핵심역량이 핸드백 비즈니스를 키워주는 거잖아요. 이러한 계획들이 잘 실행된다면 20년 후에는 아마 더 이상 ODM 사업을 하고 있지 않겠죠. 제조를 하기는 하지만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자체 상표 생산) 방식으로 할 것 같아요. 남의 이름으로 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인큐베이팅이나 브랜드 M&A를 해서 우리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브랜드, 우리 0914 브랜드로 하는 거죠. 지금보다 매출은 줄어들겠지만 이것들만 가지고도 수익은 몇 배 커질 거예요. 그때가 되면 시몬느는 글로벌 패션 기업이 돼 있겠죠.”

– 박은관 회장

 

 

 

 

 


 

 


[주석]

1. “The Truth about Handbags”, BNP Paribas. 2015.

2. 중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지의 하청업체에서 부분별로 가공을 한 후, 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하여 본국의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3. 유럽 공방의 대부분이 이탈리아 공방이며, 프랑스가 1~2% 정도 담당하고 있다. 그 외 스페인, 동유럽, 북아프리카 등에서 각각 2~3%를 생산하고 있다.

4. 2월 마켓은 그 해 가을에 판매할 제품을 대상으로 하므로 fall market, 5월 마켓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상으로 하므로 holiday or resort market, 8월 마켓은 spring market, 11월 마켓은 summer or transition market이라고 불린다.

5. FOB(Free On Board): 본선인도가격, 즉 상품을 매수자에게 인도하는 가격을 말한다.

6. 인적분할: 존속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누어 갖는 기업 분할 방식을 말한다.

[참고문헌]

Bain & Company, 2014. Luxury goods worldwide market study Fall-Winter 2014.

BNP Paribas, 2015. The Truth about Handbags.

유효상, 2014. 시몬느 스토리. 21세기북스.

유효상, 2014. 시몬느의 글로벌 성공 사례. 경영컨설팅연구 14(4): 187-200.

유효상, 이동현. 2015. 중견기업 시몬느의 창업과 성장. 중소기업연구 37(1): 19-56.

동아일보사, 2014. 핸드백 ODM 전문 기업 시몬느 성장전략. 동아비즈니스리뷰 69-77.

IBK경제연구소, 2014. 2014 Success Story: Entrepreneurship Hall of Famer’s. IBK경제연구소.

인터뷰
시몬느 박은관 회장, 이민수 이사, 강태욱 이사, 윤영덕 부장, 이지연 대리, 정다운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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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서정일

서정일

서정일은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경영전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수여하였고,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전략을 강의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최고경영진(TMT)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Management, Human Resource Management, 전략경영연구, 조직과 인사관리 연구 등에 연구 논문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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