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 오아시스를 창업한 김영준 오아시스그룹 의장은 IT 시스템 엔지니어 출신이면서 국내 유기농 식품 공동구매 네트워크인 ‘생협’ 1세대로, 신선식품 유통과 IT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을 서비스하고 있는 ㈜ 오아시스의 최대 주주(74.39%)도 IT기업인 ㈜ 지어소프트인 데, 오아시스마켓의 성장으로 인하여 2020년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약 1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62% 늘어나 2589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물류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대창고에서 20-30억 원 수준으로 물류센타 시스템을 구현해 내는 것이다. 현 운영 중인 성남물류센터에서는 일 평균 2만 건을 처리하고 있는 데, 최대 7만 건 까지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것은 15명의 고객을 대신하여 장을 보는(picking) 직원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인 ‘루트(Route)’ 와 대형카트, 그리고 부분적인 컨베이어 벨트의 조력과 고객에게 배송될 상온, 냉장, 냉동 제품을 하나의 박스에 포장하는 직원(packer)이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로봇이 창고에서 일하게 되는 세상에서,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스마트폰 앱과 작업자의 역량에 기대는 시스템이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승자독식이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이제 업계 3위인 오아시스마켓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고객에게 보다 더 빠른 물류와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 외에 구매경험을 고양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 학습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Q1. 신선식품 주문 및 배송을 받는 온라인 구매 서비스에서 고객이 경험하게 되는 불편함(pain) 과 이익(gain) 은 무엇인가? 이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Q2. 신선식품 새벽배송에서 경쟁하고 있는 쿠팡과 마켓컬리와 비교되는 오아시스의 풀필먼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지 창고 내 자동화 중심으로 논의해보자. 이를 위한 고려요소와 선제적 요인은 무엇인가?
Q3. 오아시스마켓이 경쟁사에 대비하여 전국적으로 서비스 확대가 용이할 수 있도록 하는 풀필먼트의 특성은 무엇인가?
가벼운 창고 풀필먼트를 통한 독보적 새벽배송: 오아시스 마켓
온라인 쇼핑: 불편한 마음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요즈음, 자정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새벽배송에 스스로가 길들여지고 있음을 느낀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 앱을 통한 온라인 장보기가 익숙해져 오프라인 쇼핑은 뜸해졌다. 하지만, 편할 것만 같던 새벽배송에도 새로운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다. 신선식품 중 상온식품은 공산품과 같이 골판지 박스에 오지만, 냉장식품은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냉동식품은 접을 수도 없는 스티로폼 박스와 함께 오기에 배송박스와 다양한 충전재들을 보면 재활용품 분리가 새로운 숙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수용 박스를 선택하게도 하지만, 그것을 챙기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박스와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것이 귀찮아서라기 보다는 명색이 교육자라 나름대로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회용품은 자제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 후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들을 보면 꼭 죄를 짖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 편하자고 환경을 거스르는 것 같아서, 박스와 테이프를 분리하고 있다 보면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포장재의 문제와 물류 문제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또한,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제주에서는 신선물류가 안되는 것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일터가 제주에 있기에 물류 균형화가 안되어 있는 지역적 특성도 잘 알고 있고, C사의 제주물류센터에는 보관기능이 없어 분류(Sorting)만을 할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것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서울에서 생활하며 새벽배송에 익숙해진 터라 아쉬움이 컸다. 이때 얼마전 고객지향 풀필먼트 스타트업인 콜로세움의 박진수 대표와 합배송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났다.
“이커머스가 대세가 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셀러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판매되는 이커머스 플랫폼과 프로모션에 따라서 배송제품을 인식하고, 제품특성별로 포장하는 것이 보이지 않게 셀러들 업무의 큰 병목이 되고 있어요. 묶음 제품들에 걸맞은 포장박스를 제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희가 큰 경쟁력이 있죠” – 박진수 콜로세움 대표
우리가 마트에 그냥 장바구니 하나 가지고 가서 식재료 특성 상관없이 다 담아 오듯이 할 수는 없을까? 그렇다. 합배송이라고 하는 것도 이미 박스에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을 묶어서 배송하는 것이니, 큰 박스 하나에 여러 제품을 담을 수 있게만 해도, 박스도 절약되고 배송되는 공간도 줄어들어서 물류비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공산품의 경우에는 어찌 한 박스에 담을 수 있을 지라도 상온, 냉장, 냉동제품을 서로 다른 창고에 보관하는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식자재들 한곳에 모아서 한 박스에 담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온도에서 보관되어 있어야할 식자재들이 한 곳에 모여야 하고, 나름 배송시간을 고려해서 꼼꼼히 한 박스에 쌓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마치 내가 오프라인에서 장보기를 하는 것과 같이 똑같이 마트의 냉장, 냉동, 상온 코너를 돌아가면서 장보고 난 후, 카트에 담은 식자재들을 박스 하나에 다 담아서 집으로 가져오는 그런 일을 누군가 대신해주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다. 쌓여가는 박스와 포장재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부담감도, 어서 빨리 제주에서도 신선 새벽배송을 받고 싶은 생각 속에 불편한 마음이 커져간다.
오아시스 마켓: 온/오프라인 병행 서비스, 그러나 흑자시현의 다른 이유는?
오아시스 마켓에 대한 관심이 간 것은 물류와 관련된 일반적 상식을 뒤엎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류 서비스는 규모의 경제에 대한 대표적 사례이고, 대규모 물류창고에 자동화 분류장비가 들어가면 그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로 인해 고가의 자동화 장비를 설치하는 데, 타인의 창고를 사용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현명하지 않은 의사결정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빠르게 분류되는 환적기능 중심의 창고가 현대적인 이커머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창고는 특성 및 주요 거점별로 허브(Hub)물류센터에서 고객수요를 예측한 최적의 물량을 보관하고, 지역별 물류센터에서는 분류와 배송만을 담당하는 형태의 Hub & Spoke 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마치 자전거의 바퀴가 중앙에 허브 역할을 하는 크랭크가 있고 그 주위를 바퀴살이 뻗어가는 것처럼 하여야, 여러 지점을 다 거쳐서 배달해야 하는 물류에서 최소 비용으로 모든 배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큰 수요가 있어야 하는 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더 높이게 되면 효율성이 더 높아지게 되니, 경쟁자보다 더 빨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하는 출혈경쟁은 이 업종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Table 1. 수용대응 형태에 따른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략 구분
Proactive |
Reactive |
아마존, 쿠팡, 마켓컬리 |
오아시스 마켓 |
수요창출을 전제로 선제적 투자 |
수요 순증 후 대응적 확장 |
시장 점유 시 극대화된 효율성을 통한 대규모 수익창출 |
초기부터 빠른 이익 시현 |
시장 독과점 수준 확보이전까지 대규모 적자 불가피 |
자동화 등을 위한 고정비 투자 시점 실기 개연성 |
오아시스 마켓은 회사 이름이 아니다. M사가 회사이름인 동시에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것과는 다르게, C사의 C후레쉬 같은 ㈜ 오아시스의 서비스 중의 하나이다. 보다 정확히는 ‘우리생협’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오아시스의 온라인 쇼핑몰이 오아시스 마켓이다. ㈜ 오아시스 마켓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3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3년 전부터 온라인 마켓을 시작하였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첫해부터 흑자를 시현한 이후에 새벽배송 업계의 3위이자 유일한 흑자 시현 기업이다.
Table 2. M사와 오아시스 매출 및 순이익 비교
오아시스 마켓은 2018년 온라인 마켓 서비스를 시작하여 후발주자처럼 여겨지지만, 지역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에서 인근 조합원들의 주문에 대하여 새벽배송을 수행했던 것은 이전에도 있었던 서비스였다. 믿을 만한 유기농 제품 재배농가와의 장기계약을 통하여 고품질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던 것이 대표적인 생협 모델인 만큼, 지역 조합원의 배송요구를 신선유통으로 화답하기에 새벽배송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방고객 대응을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형태와 레이아웃에서 배송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병행이 그리 성공적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는 기존에 지역별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E마트나 L마트의 온라인 부문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별되는 특징이다.
현재 오아시스 마켓은 온/오프라인 병행을 통해 재고폐기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소개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병행전략이 흑자전환의 비결이라 생각할 때, 오아시스 마켓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와 현지 생산업체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 유통기업이 더 발빠르게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또한, 생협 조합원의 충성심이 작용했다면 E사의 멤버쉽이 가지는 퇴출장벽이 더 강력했을 것이다. 이처럼 산지직송 뿐 아니라 계약재배를 통한 품질관리에서도 오아시스 마켓이 더 우월하다고 하기는 어려웠을 이유이다. 이처럼 오아시스 마켓의 성공전략은 기존 대형마트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이미 작은 실패를 보여준 새벽배송의 경험이 오아시스 마켓을 기존의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만들어주지는 않았을까? 역시 그 해답은 현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지인을 통해 ㈜ 오아시스 CFO인 안준형 부사장을 소개받았고 성남물류센터에서 진행된 오아시스 그룹의 창업자인 김영준 의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공룡과 생쥐: 제품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유연성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어느 날, 수도권에 위치한 오아시스 마켓 성남물류센터를 찾아가는 길은 조금 황량한 느낌이었다. 성남시의 공장지대에서 네비게이션에서 가리키는 장소를 지나쳤다가 다시 차를 돌리고 나서야, ㈜ 오아시스를 찾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를 한 번에 찾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규모 물류를 빠른 시간내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시설을 해야 하고 고가의 외산장비를 임대건물에 하지는 않기 때문에, 커다란 자가 창고를 지가가 싼 도시 외곽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로망과의 연결성도 좋아야 하니까, 고속도로를 지나가면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이 물류센터의 특징이다. 첨단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신선물류를 하는 데에는 하등의 지장은 없는 환경이지만, 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중심에 물류창고를 가지고 있다면 토지주의 요청으로 이전해야 할 때는 이전 및 시설비가 들어가고 서비스도 지장이 있을 것이었다.
그림 1. ㈜ 오아시스 본사전경 및 위치
지금껏 학습한 것과 같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풀필먼트 서비스의 일반적인 성공법칙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비스 초반부터의 흑자경영이라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경쟁사들이 풀필먼트의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출혈을 무릅쓰고 대규모 투자를 하는 있는 데 반하여, 오프라인 매장을 지원하는 중규모의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새벽배송에 나선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은 이커머스의 숙명과도 같기 때문에, 소비자에서 선택받는 단 하나의 온라인 마켓이 되기 위하여 미국의 Amazon이 물류망 투자를 하면서 오랜 기간 적자를 감내하였고, 국내의 C사도, M사도 이러한 성공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건물을 들어가면서 성남물류센터 외부에서 물건들이 야적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은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현대적 창고의 트랜드는 보관에서 환적(transshipment)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주어진 공간 내에서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 그러려면 완전자동화는 아닐 지라도 창고 내에서 지게차로 물건들을 분류하고, 배송트럭에 상∙하차를 쉽게 하기 위해 트럭 적재칸 높이에 맞춘 도크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아시스 마켓의 물류창고 밖 야적장에서는 각 지역으로 탁송될 신선제품을 싣기 위하여 대기하는 카고트럭마저 주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윙바디 트럭에 지게차가 박스를 쌓아 둔 팔레트를 올리고 있었다.
과연 이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성이 있을 것인가? 궁금한 마음에 이 회사의 경영진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조바심이 생겼다. 2층 사무실로 올라가자 널찍한 휴게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직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림 2. 오아시스 물류센터와 부릉부릉 물류센터 비교
㈜ 오아시스 회의실에서 만난 김영준 의장은 전형적인 현장형 경영자 모습이었고, 안준형 부사장은 꼼꼼하게 회사살림을 챙길 듯한 이미지였다. 최고경영진 균형 있게 구성된 것을 보니, 조금 전까지의 느낌이 기우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투자를 받았는 데, 왜 경쟁사보다는 적게 받게 되었고, 자가 사옥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등을 임대하여 진행하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외부 투자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지만, 남들도 하고 있고 못나서 안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이를 불식시키는 측면에서 투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투자 받은 자금 대부분이 통장에 있습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해되었지만, 창업자인 김영준 의장의 이력에 대하여 알고 있었기에 단순히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생활협동조합이 태동할 때 참여한 생협 1세대이기도 하지만, 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엔지니어 출신으로 시스템 자동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아시스 마켓 서비스를 운영하는 ㈜ 오아시스는 아직 비상장회사이지만, 최대 주주가 코스닥 상장사인 ㈜지어소프트 이기 때문이다. IT의 중요성을 잘 알 뿐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력화(省力化)를 위하여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았다.
“현재의 신선물류 시스템에서는 무인화 또는 로봇화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취급하고 있는 것이 정밀한 핸들링을 다양하게 적용해야 하는 식자재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대파를 들어서 포장하는 것’과 ‘계란을 담는 것’은 쉽사리 표준화된 한 대의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통 대기업인 L사에서 영국 O사로부터 시스템을 도입을 했지만, 유지보수에만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선물류에서의 자동화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공간만 많이 차지하고 실제로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그러고 보니 대용량 처리를 위하여 도입된 자동화 설비들은 고속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이미 박스단위로 포장된 제품들을 분류하는 데에만 최적화되어 있었다. C사와 같은 물류 프로세스에서 적합한 시스템인 것이다. 여러 판매자들이 이미 박스단위로 포장된 제품들을 C사 물류창고에 입고하면, C사 물류센타에서는 품목 단위로 입고된 물건들을 배송 지역별로 빠르게 분류(sorting) 하면 되는 것이다. 제품들은 골판지 박스, 그리고 스티로폼 완충제로 보호되고 있으니, 분류기와 컨베이어 벨트의 진동과 충격으로 파손되는 것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선물류가 일반 제품물류와 다른 점이 보관 및 운송에서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 조금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싶었다. 일반 제품이 상온에서 유통되는 게 일반적인 반면, 신선제품은 상온∙냉장∙냉동의 서로 보관 및 운송 요구가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의 Cold supply chain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공급자∙판매자 중심으로 편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 3. 오아시스 마켓 / 타 신선배송 업체 물류 비교
제품 보관온도가 서로 다르니, 일반 차량과 냉동탑차를 따로 운행해야 하고, 보관도 상온창고∙냉장창고∙냉동창고 따로 운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냉장, 냉동, 상온 구분없이 한꺼번에 주문할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창고에 보관된 물건들을 합배송하려면, 허브(Hub) 창고로 모아야, 네트워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이 ‘요구하는 보관특성’ 보다, 본질적인 ‘취급특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쥐고, 들고, 나르고, 포장해야 하는 방식이 품목별로 다르고, 함께 모아두어도 되는 것과 섞어 두면 골치 아픈 것들의 조합도 무한히 많다.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아무렇지 않게 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장바구니에 한 가족 먹거리를 차곡차곡 쌓는 것도 오랜 살림의 노하우가 체화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런 업력이 없다면, 제품별로 하나씩 박스에 개별포장해서 가져오면서, 엄청난 부피를 감당해내면 될 일이다.
그림 4. 오아시스마켓 물류센터 내 상온, 냉장, 냉동 보관구역
“저희는 협력 농가들과 오랜 동안 신뢰자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들에서 입고 시 소분해서 소포장된 상태로 입고를 해주시니까, 저희는 고객 주문에 따라서 잘 분류하고 잘 담아서 전달해드리면 되는 것이죠. 타 경쟁기업들의 경우, 상품 요구 특성에 따라 특화된 창고를 분산해서 운영하여야 하기에 부득이하게 박스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오아시스마켓은 한 곳에 냉동, 냉장, 상온이 모여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이 시스템의 요는 마치 고객대신 장을 본다는 개념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의 장바구니에 냉동, 냉장, 신선식품들을 다 담아서 내일을 끼니를 준비하는 것처럼 15명 고객을 한 명의 피커(picker)가 대신 장을 봐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류창고가 장보는 마트처럼 구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냉동, 냉장, 상온의 구역을 따라서 쇼핑 동선이 짜여져 있고, 피커들은 한 방향으로 15개 장바구니를 싣고 있는 카트와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에서 개발한 물류관리 앱인 ‘루트(Route)’ 가 깔린 자신의 스마트폰과 함께 이동한다. 1인당 15개의 장바구니를 배정한 것도, 바코드 스캐너가 달린 전용 단말기가 아니라 직원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것도 현장 경험이 녹아들어간 결과물들이다.
그림 5. 오아시스 마켓 피커(picker) 의 쇼핑카트
”직원들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OASIS Route)를 개인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QR 코드를 찍게 하는 식으로 픽킹(picking)과 팩킹(packing) 등의 근무를 수행합니다. 본인들이 얼마나 달성할 지 목표를 설정할 수도 실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과들이 인사관리 시스템으로도 연동되어 있어서, 정량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대충 업무를 수행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물품의 난이도에 따라 가중치도 부여하고, 합리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려고 꾸준히 노력 중입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먹거리 제품들이 요구하는 다양성이 자동화 보다는 효율적 관리 시스템의 지원을 받는 숙련 노동자들에 의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 공정에 대한 자동화를 주창하다가 공정지연의 뼈아픈 시련을 거친 후, 현장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정책을 수용했던 테슬라의 사례가 떠올랐다. 제품이 요구하는 취급특성에 대한 이해가 자동화에 대한 기준이 되어야 하며, 무분별한 벤치마킹이 왕도가 아닌 것이다. 중앙집중적인 자동화물류 시스템이 C사에게는 맞지만, C사의 신선물류 시스템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신선식품 배송의 선구주자이면서 C사처럼 물류자동화에 매진하고 있는 M사가 떠올라 잠시 혼란스러웠다.
”물론, 저희도 팔레트 단위로 정량화가 가능한 박스를 모아서 쌓는 등의 업무는 자동화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성남센터에서 현재 일당 2만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5만건 처리를 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집중하는 것도 보다 더 유연하게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피킹 속도를 건당 0.6초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인력 투입 및 피킹 및 패킹 인력들의 유연한 재배치를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의 운영 방식은 한 곳에서 전국을 커버하는 방식이므로 지방에 많은 수요가 발생하면 동일한 운영 형태를 추가하는 모듈식 구조로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제품 배송단가를 낮추는 데에 집중하면 자동화와 외형성장에 집착하겠지만, 지금 다루어야 할 ‘제품을 어떻게 더 잘 전달할까’에 집중하면 다양성과 운영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자동화 설비도, 그 설비를 장착할 자가 창고도 필요 없으니, 출혈을 감수하는 선제적 물류 인프라 투자 후 고심할 필요없이, 시장의 수요가 생기면 대응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아시스의 풀필먼트는 환경이 급변할 때 생존했던 것은 대마불사의 공룡이 아니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생쥐였었다.
고객의 불편함을 이해하는, 고객으로부터 배우는 물류
오아시스 마켓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기사 중 하나가 폐기물 0%에 대한 것이었다. 온∙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다 보니, 온라인 배송 후에 남은 식자재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떻게든 소화해낼 것이고, 결국 오아시스 마켓의 입장에서는 폐기물 0% 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사들이었다. 그래서, 성남물류센터 방문 전에는 오프라인 우리생협 매장과 온라인 마켓용 물류창고가 한 곳에 있지 않을까 싶었었다.
“현재는 온∙오프 매장들의 모든 물품들이 창고 내로 들어오면 먼저 온라인에 배정하여 남는 것을 오프라인으로 운영하여, 실질적으로 재고를 거의 남기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병행 운영을 해보니, 채널별로 정확히 예측하고 배정하여 운영하는 것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에 도달했습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주어진 여건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온라인 채널 잔여분을 매장으로 넘기면, 단기적으로는 폐기율 0%를 달성하면서 수익에는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채널 간 재고 떠넘기기는 조직 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재고관리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흔히 무재고로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생산방식으로 여겨지는 JIT(Just-in-Time)는 재고가 필요한 상황 (Just in Case) 자체가 없도록 하자는 품질관리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프라인 생협 매장에서 받아 줄 수도 있고 남은 식자재로 반찬을 만드는 데도 쓸 수 있으니 조금 넉넉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면, 수요예측에 대해서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는 배수진이 쳐져야 절실하게 폐기율 관리를 하게 되고, 고객수요 변화에 민감해질 것이다.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 신선물류에서 폐기율에 둔감하게 되면 업의 본질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터였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처음이 흔히 알려진 바처럼, M사가 처음이 아니다. 오프라인의 우리생협이 지역거점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미 매장을 기반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수행했었다. 신선식품 배송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너무 빠른 시장진입이어서 실패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입자에서 불편함을 해소하는 업무처리 지향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인 주부들이 과잉포장과 스티로폼 포장을 꺼린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품목별 포장은 분류(sorting) 자동화를 쉽게하며, 충전재와 스티로폼 포장은 지연 배송에 의한 신선도 하락이 유발하는 고객불만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모두 업체 입장이며, 배송 받고 난 후 뒤처리를 해야 하는 고객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아시스 마켓은 달랐다.
“가급적 한 박스 안에 모든 제품을 담으려고 하구요. 100% 종이포장을 처음 시작한 것도 저희 오아시스 마켓입니다. 종이 포장재를 선택하게 되면서 보냉재 대신 얼린 생수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도 적용했지요. 저희가 편한 것 보다 제품을 받는 소비자 입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모태인 생활협동조합이 소비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모델이었으니까요”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내부 프로세스의 복잡성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고객을 대신해서 장을 보는 (picking) 부분의 전문성이 높아져야 물류센터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구조인 데, 피킹 직원이 고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패킹(packing)까지 신경쓰면서 15개 주문을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속도를 높이려면 장바구니에 마구 넣어야 하는 데 (random stocking), 이렇게 하면 한 박스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말에 마트 장보기를 할 때도, 쇼핑하는 순서대로 카트에 담았다가 계산 후에는 다시 박스에 담는 일을 나누어서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하지만, 오아시스 마켓의 업무흐름을 보면 볼 수록, 그냥 고객이 장보는 상황을 그래도 재현하고 있구나, 고객이라면 이렇게 했겠다 싶은 형태에서 효율화를 추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주문량과 깔끔해야 하는 한 박스 포장을 주문처리 담당 피커(picker)와 포장담당 패커(packer)의 분업화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었다. 장보는 동안에는 속도를 중심으로 승부하고, 포장을 할 때는 박스 내에 차곡차곡 잘 쌓으면서도 냉장, 냉동, 상온제품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전문성이 발휘되도록 한 것이다. 분업화는 전문화를 낳고, 그 전문화가 생산성 향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필먼트 현장에서도 보여준 것이다.
그림 6. 피킹 장바구니 이송과 패킹 존
“저희 현장이 어수선해 보일 지 모르지만, 장보기 공간(picking zone)과 포장공간(packing zone)으로 나뉘어 있어요. 장보기 공간의 동선도 제품의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배치되어 있죠. 외국에서 도입된 물류시스템에 의지하게 되면, 생산자들이 보낸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서 표준화된 플라스틱 박스에 정리하고, 그 박스에서 다시 제품을 꺼내서 포장하는 일들을 반복하게 됩니다. 신선식품은 사람의 손이 닿을 때마다 신선도가 떨어지고 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저희는 1차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양만큼만 포장해서 저희에게 입고되실 수 있도록 협업하고, 생산자로부터 입고된 상태 그대로 보관되고 피킹 및 패킹이 되도록 시스템을 구성하였습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인터뷰 후에 서울 집에서 실제 주문을 하고 받은 문화적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카드명세서에 신선배송은 물론 배달음식 결제가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며 주문 건 별로 개별포장된 택배상자 박스 속에서 스티로폼 충전재와 골판지 박스를 분리수거하는 것은 일상의 당연한 일과였다. 쇼핑몰 장바구니를 결재하고 나서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면 따로 주문하는 것이 죄의식이 들기도 했는 데, 하나를 주문해도 배송비 무료인 서비스를 가입하고 나서는 그런 마음도 사라지고 있던 차였다.
오아시스 마켓의 주문은 딱 한 박스로 도착했다. 일부러 냉동∙냉장∙상온 식자재를 섞어서 주문했기 때문에, 한 박스로 도착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나름 콜드체인(Cold-Chain) 물류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온도를 요구하는 식품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보관되다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포장되고 특화된 방식으로 운송되는 것이 상식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 내에 골판지로 격벽을 만들어서 식자재들이 서로 뭉개지지 않게 한 것은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보냉재로 사용한 얼린 생수의 배치도, 유튜브에서 극찬하던 U자 형태로 박스 내벽에 두른 대파의 배치도 대량으로 처리하겠다는 효율성을 추구의 물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포장이었다. 피커가 빠르게 장을 봐야 했던 고객의 아바타(avatar)였다면, 패커는 계란이 깨지고 상추가 물러지지 않게 하면서도 한 박스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고난도의 퍼지(fuzzy) 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또 다른 고객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분리배출이 가능한 재활용 골판지 보냉박스 하나로 이번 주 식자재 쇼핑이 끝난 것이다.
편리함의 유혹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던 지속가능한 소비 (sustainable consumption)에 대한 윤리의식이 다시 깨이는 느낌이었다. 그 해법을 고객이 마트에서 장보던 행태로부터 배워온 것 같아서 더 신선했다. 수없이 많은 고객들이 따르는 신선식품 구매-포장-배송-소비의 루틴을 따르는 물류라면, 그 지속 가능성이 더 높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림 7. 오아시스 마켓은 포장 최소화
시스템의 역할: 자동화를 통한 프로세스 기반 생력화 vs. IT를 통한 정보기반 조력화
현장방문을 하기 전부터 가장 관심이 들었던 것은 물류자동화를 위한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기여 부분이었다. 창업자인 김영준 의장이 신선물류 현장지식을 IT시스템 엔지니어 시각으로 구현한 부분이 지어소프트가 주도한 시스템으로 승화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업 내 S/W 개발자가 많다고 해도 기계장비를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자동화된 물류시스템에서 IT 담당자는 정해진 프로그램에서 일부 설정값을 변경하는 정도만 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의 선진 물류시스템을 도입한다기 보다는 그 물류 프로세스 자체를 가져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동화 처리를 위해서 단계별로 업무가 분석되었을 것이고, 각 단계에서 들어가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일품을 생력화(省力化)하는 것이 시스템 개발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쓰기 편할수록 이미 내재되어 있는 업무 프로세스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힘든 것이 자명하게 된다. 원하는 업무 프로세스데로 설비가 돌아가게 하려면 직접 기계를 통제하는 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프로그래밍에 대한 경험과 개념이 있어야 한다.
“독일계 Leybold Korea에서 TFT-LCD 관련 및 잉고트 제작 기계를 만드는 곳에서 콘트롤 관련에서 7년 정도 일을 하면서 외국계에서 꾸준히 근무하였습니다. IMF 때 모회사가 어려울 때, 시스템 관련부분을 인수하고, 관련 공사를 수주하였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고도화 작업이 많고, 유지 보수 작업이 많기 때문에 관련 공사를 많이 하였습니다. 휴대폰이 막 뜨려고 하는 시점에 컬러 액정을 만드는 기계가 전 세계에 몇 대 없을 때 개조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오픈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기계를 다뤄본 사람들 만이 계속 할 수 있었고,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반도체 라인의 콘트롤을 해보다 보니 물류 쪽 일들은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작지만 신선물류 업무에 최적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기대하고 들어간 물류센터에서는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일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동화된 공정의 특징은 잘 정돈된 작업장과 통합된 통제실, 그 상황에서 일을 자동화 기기가 하고 작업자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아시스 마켓은 수작업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피커들이 대형 카트를 끌고 다니는 모습에서도 작업자를 업무량을 줄여주는 접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컨베이어 벨트가 있지만, 작업자 동선에 다 깔린 것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피커들이 제대로 업무처리를 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장비처럼 여겨지는 바코드 스캐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업무 프로세스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업무량을 줄이는 생력화로, 이를 위한 자동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림 8. 자동화 물류통제 시스템과 오아시스 마켓의 물류현장
“타 기업에서 적용하는 방법 (별도의 리더기 등을 사용)을 배제하고, 현장 작업자들의 편리성을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으로 추진하였습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작업자들은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지어소프트에서 개발한 물류처리 업무앱인 루트(Route)를 사용하고 있다. 물류센터 내에서만 구동되도록 되어 있는 이 앱을 통해서 제품 발주-입고-보관-선별-포장의 전 과정이 모바일로 연동되어 있었다. 홈페이지나 인트라넷에서 처리되는 업무의 일부만 스마트폰 앱에서 실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어서, 처음부터 스마트폰 앱에서 모든 것이 처리되도록 만든 것 자체가 도전적으로 보였다.
김영준 의장이 직접 시연을 보여준 루트 앱에서는 작업자의 스마트폰이 바코드 리더이고, 발주 시스템이고, 품질관리 시스템이자 인사평가 성과관리 시스템이었다. 작업자들은 스마트폰 QR코드 스캐닝 기능으로 고객의 주문내용과 상품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보이는 제품에 ‘결품’ 버튼을 누르거나 실수로 놓친 제품을 ‘누락’ 을 눌러서 재고 및 발주관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신선도가 떨어진 제품은 ‘훼손’ 버튼 클릭으로 품질관리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이 모바일로 실시간 연동될 뿐 아니라 개개인의 정량적 성과평가로 이어지니 작업자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최고의 스마트기기는 고객의 주머니 안에 있다(스마트폰)라고 이야기 하며, 전기차의 대쉬보드를 과감히 없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 (Canoo)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저희 물류센터는 큰 물류창고 내에 작은 물류창고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피커들은 본인들이 돌아다니면서 일을 할 때, 부족한 물건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되면 부족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재고 부족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패킹을 잘못해서 포장 작업 단위에서 잘못을 인지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업무 프로세스의 연속에서 누가 잘못하고 실수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시간과의 싸움인 새벽배송에서 물류 현장에서 컨베이어와 물류로봇을 통한 프로세스의 자동화(自動化)와 AI(Artificial Intelligence)의 의한 의사결정 위탁의 방식이 아니라, 작업자의 능력에 의지하는 자율화(自律化)를 추구하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는 신선식품을 쇼핑하는 고객의 동선과 행태를 닮은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모바일 기반의 정보처리 앱을 통하여 관리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신뢰와 시스템에 의한 통제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찾아서 관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현장만을 중시하면서 하던 대로 하는 경향이 있고, 경영하시는 분들은 현장에서 계속 생각하면서 개선해 나갈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데 계속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려면 적당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시스템이라던지 사람의 배치, 교육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합니다.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자율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130% 정도를 목표로 만들어 놓는다면 100% 정도를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오아시스 마켓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자산이다’ 라고 할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회사의 경영 시스템이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산이 축적이 있기는 힘든 업종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며, 물류와 같이 이직이 많을 수 있는 업종에서 사람의 역량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아시스의 경우에도 한 달 내에 그만 두는 사람들이 20% 정도이지만, 이 업무를 지속하고자 결정한 직원들은 장기 근무를 선호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관리자들이 현장 출신이 많은 것은 신입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본인 역량 성장이 어떤 경력 사다리로 이어질 지에 대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일이 많은 업종 특성 상, 고학력이며 빠른 자기성장 기대치가 높은 사람들이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는 것도 드문 상황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장 출신 관리자들이 본인 경험에 기반하여 제시한 성과평가 체계에 대하여, 현장 직원들이 빠르게 긍정하고 합의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일한 만큼 받아가는 구조와 그 과정이 공정하다는 믿음에 기반한 성과체계가 직원들 개개인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성과가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람의 손이 갈수록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취급 물품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프로세스는 대규모 설비에 의한 자동화가 아니라 숙련 노동자에 의한 자율화였으며, 현장 중심의 경력 사다리를 설계해서 성과평가에 대한 동상이몽을 없애면서 업무에 몰입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를 작업자들에게 가시화(visualization) 시키는 방식으로 사람들 개개인의 분식과 같은 스마트폰에 솔루션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마케팅의 4P (Product, Price, Promotion, Place)의 시작이 제품(Product) 이며 생산운영관리의 시작이 제품이라고 가르쳐 왔지만, 제품 특성에 기반하여 모든 업무를 이렇게 잘 배치해둔 경우를 언제 봤었는 지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대부분은 물류는, 풀필먼트는 효율이고, 그러하기 위하여서는 대규모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가 물류망과 이에 수반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상식에 기반하여 관성에 따르는 사례들만이 떠올랐다. 신선식품에만 한정한다면 자동화 투자에서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C사와 M사는 독자적인 생존 방정식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제주에 가장 먼저 올 수 있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은?
“기존 대형 물류업체들이 우리 오아시스 시스템을 도입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를 대비해서 특허를 준비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특허로 출원하고 있고, 업무 관련 노하우를 상품화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해외 시장으로 Seattle에 입점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유통업체들을 보고 벤치마킹하면서 준비 중입니다” – 김영준 오아시스마켓 의장
제품 특성과 공급망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설계된 시스템인 데, 혹여 누구나 너무 쉽게 따라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관심이 더 간 부분은 해외 진출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마치 콘텐츠 산업에서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을 해외에 판권으로, 즉 포맷으로 수출하는 것과 유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언뜻 보면 바로 따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컨베이어 벨트가 시작하고 멈추는 지점, 피커가 15개 주문처리 바구니를 끌고 다니는 카트, CCTV 모니터링 포인트 등 오랜 경험과 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간파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로 불리는 영업방법 (Business Method) 특허에서도 정보기술(IT)을 이용하여 실현한 경우에 한정하여 보호를 받게 되니,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것이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산지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채널과의 깊은 신뢰자산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는 데, 이러한 성공 경험을 외국에서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기농 야채 등 대부분의 농산물을 경우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한 공급이 큰 문제가 없으며, 또한 공급망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직접구매와 가락동을 적절히 균형 잡으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요에 대한 정보를 공급처에 미리 공유하면 생각보다 쉽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즉, 신뢰 자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경쟁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오아시스 거래처에 더 비싸게 공급하라고 압력을 넣는 등의 에피소드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빠르면서도 유연하여야 하는 신선유통에서는 산지와의 신뢰자산을 구축하는 공급사슬 후방에서의 역량과 제품특성에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이 함께 있어야 지속적인 경쟁을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룰 수 있어야 수요와 공급망 모두에서 변동성이 큰 신선물류에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었다. 이 경우에는 오프라인에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유연성을 약화시킬 것이었다. 온라인, 오프라인, 온/오프라인의 3가지 대안이 제시될 때, 온/오프라인을 다 가지고 있으면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만, 수요에 대응적이도록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높은 고정비의 오프라인 매장 병행이 성장과 지역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 인근에는 새벽배송을 하지만, 지방에도 택배배송을 통하여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온도의 배송체계를 설계한 중앙집중형 물류에 기반한 순수 e-커머스 업체에 신선식품 배송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제주 사람들 커뮤니티에서 새벽배송에 대한 문의글에는 M사나 C사 대신 오아시스 사용하라는 추천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 부분은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유통업체들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S사를 통해서는 새벽배송은 아니어도 신선식품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채우기 위하여 배송되고 보관되는 인프라를 이용하면, 제주에서도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오아시스 마켓처럼 지역 내 오프라인 점포나 물류 인프라가 없으면서 제주까지 신선식품을 탁송할 수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제품별 취급에 대한 노하우와 이를 한 박스에 합포장할 수 있는 직원들의 역량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림 9. 오아시스 마켓의 제주 택배 배송
e-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디지털 유통의 보다 더 일반화된 세상에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새벽배송을 이용하게 될 터인 데, 제주가 가장 나중일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전국 1%의 작은 시장인 데다가 배나 비행기를 사용해야 하여 육상운송 보다 높은 운송비도 감당해야 하고, 제주로 들어가는 물량에 비하여 육지로 올라오는 물량이 작아서 상∙하방 물류 불균형으로 물류비 개선이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제주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직접 실험해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싶었다. 하루만에 배송될 것이 아니어서 걱정했는데, 최소포장, 친환경 포장, 보냉재와 더 추가 포장 중에 선택할 수 있어서, 고객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3천원의 추가 배송비를 내야하는 것이 배가 아팠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식품들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흡족 해졌다.
어쩌면 제주에서 새벽배송은 영영 경험해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0년 봄에 제주시 중산간 초입에 들어선 C사의 물류센터도 창고가 아니라 분배를 중심으로 하는 물류거점인 지라, 냉장/냉동/상온의 보관 시설이 각기 있어야 하는 C사의 물류 시스템에서 이 작은 시장에서 그런 시설투자를 하고 손익분기점을 기다리기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에 새벽배송이 가능하려면, 그 물류센터가 콜드체인물류와 일반물류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그 물류체계가 임대창고에도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가벼워야 지가가 비싼 제주에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복잡한 자동화 기계의 설치와 유지보수를 고민하지 않고 생활력 높은 작업자가 숙련화되면 물류가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세스가 단순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높은 고정비를 투자해야 하는 선제적 투자는 시장변화에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고, 시장과 공급사슬 변화 모두에 대응적일 수 있는 오아시스 마켓이 제주의 새벽배송을 열 첫 업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신선물류 vs. e-커머스
성남물류센터에서 인터뷰를 한 것이 아직 잔설이 남아있을 때였는 데, 어느 덧 봄이 여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한국 e-커머스 업체로는 최초로 C사가 나스닥에 상장을 하였고, 관련 주식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인터뷰 때 14,000원 정도였던 오아시스 마켓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의 주가가 2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그 사이 가벼운 물류, 신선물류를 지향하는 오아시스 마켓에도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뷰에서 회사 미래비전을 이야기해주던 안준형 부사장이 오아시스 마켓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였고, 오픈마켓뿐 아니라 브랜드몰도 시작하면서 비식품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향후 오픈 마켓에 진출하여 기존 신선 식품 제품의 배송과 병행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최저가로 판매할 수 있게 하여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부사장
인터뷰 당시 미래 전략방향을 들으면서도 고개가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쟁사인 M사가 오픈마켓에 진출하면서, 공기청정기도 팔고 있으니 오아시스 마켓도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였다. 중앙집중형 자가창고로 신선물류만을 취급하는 M사의 입장에서 남아있는 택배트럭의 공간과 물류역량을 오픈마켓 제품 판매로 채우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 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공산품 부분 물류역량을 기반으로 신선식품으로 확대하는 것과 반대방향은 신선물류에서 공산품 물류로 가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C사와 같이 상품 물류 인프라에 신선물류가 일부 추가되는 것과 이미 강건한 상품 물류 부분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정비가 높은 M사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선택하는 대안에 대해, 유연하고 가벼운 풀필먼트를 가진 오아시스 마켓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올지 않다. 또한 M사의 창고 내 운영 역시 자동화 정도가 높아서 무거운 제품들의 분류와 이동도 무리가 적지만, 피커가 카트를 끌고 다니는 업무 프로세스 위에 공기청정기나 식기 등 무겁고 부피 큰 것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게 된다면, 그 혼선이 기존 경쟁력마저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10. 오아시스 브랜드몰의 판매자 택배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잠시, 지난번에 이어 재주문을 위해 오아시스 마켓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지금의 생각은 기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마켓에서 취급되고 있는 제품들은 유기농 신선식품이라는 오아시스 마켓의 테마와 잘 연결되어 있는 한편 가볍고 작아서 취급이 편리하게 되어 있고, 수수료 제로로 유치한 브랜드몰에서 취급되는 중후장대한 제품들은 판매자 배송으로 처리되어 기존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아시스몰에서 삼성 브랜드관이 들어설 정도로, 순식간에 e-커머스가 유통의 중심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이미 오픈마켓과 브랜드몰을 시작한 이상, 오아시스 마켓도 신선식품이 아니라 e-커머스의 춘추전국에 참전하게 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자사의 강점을 키워갈 것인지, 새로운 경영진의 오아시스 이야기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