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시작한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미소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아버지가 열심히 농사짓고 있는 컬러감자가 팔리지 않고연 1억에서 3억의 적자만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 대표는 2016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적자만이라도 면하는 것을 주목표로 삼았다. 사실 마이너스 매출이면 사업을 중단하면 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돈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컬러감자 보급이 목적이었다. 컬러감자는 세계화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품종인데, 농업 구조 때문에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을 뿐더러 국내 판매도 부진한 상황이었다. 이런 농업 구조는 한국의 식량주권이나 농가 소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농업 구조를 이해하게 되자, 아버지의 사명은 그에게도 사명으로 자리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는 꽃따밭을 소개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감자빵을 개발하여 춘천의 명물로 인정받으며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를 만들어 냈다. 농업회사법인 밭(주)은 농업 기반으로 ‘감자밭(춘천)’과 ‘더밭(의왕)’을 운영하고 있다. 밭(주)은 농작물을 키우는 밭의 모양을 형상화하고, 함께 농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바탕이 되는 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Q1. 눈 앞에 창고 가득 쌓인, 잘 팔리지 않는 1억 5천만 원어치의 컬러감자가 놓여 있다면 무엇을 하고자 하였을지 생각해보시오.
Q2. 감자밭의 진정성 스토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실제로 이 스토리들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인지 논하시오.
Q3. 감자밭 공간에서의 브랜드 경험은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 설명하고 이 공간과 브랜드 진정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논하시오.
Q4. 디저트로서 감자빵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의사결정 딜레마 상황에 이미소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지,진정성을 계속 고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논하시오.
Q5. 스토리텔링의 방법 중 ‘동화 모델’을 활용하여 밭(주)의 진정성 핵심스토리를 만들어 보시오.
이미소 대표가 서울에 소재한 기업에 취직하여 어렵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아버지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의 아버지는 농업 발전을 위해 감자 종자의 다양화에 중점을 두고 춘천에서 컬러감자를 재배하고 있었다. 좋은 뜻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니 잘되면 좋을 텐데, 컬러감자 농사는 연 1억에서 3억까지 적자가 나고 있었다.
“미소야, 춘천으로 내려와야겠다.”
적자가 10년 가까이 지속되자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했다. 2016년 사업을 물려받은 이 대표에게는 이익은커녕 적자만이라도 면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사실 적자인 사업은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소신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사명이 곧 나의 사명
컬러감자는 세계화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품종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하얀 수미감자만 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 감자 품종은 3,000여 종이지만 우리나라 종자원에는 100여 종의 감자만이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많이 팔리는 감자의 종자만 정부에서 보급하고, 농가에서도 그 종자의 감자만 재배하게 된다. 수미감자는 오래전 국내에 들어와 수요가 많은 종자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농업 환경은 다양한 종자를 개발하는 선진국과는 구조가 달랐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종자회사라면 몰라도 농사짓는 개인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해서 보급할 만큼 규모를 키울 수 없었다. 제품의 다양성이 보존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농업 구조는 식량 주권과 농가 소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식량 주권, 감자의 다양한 종자 보급은 아버지의 사명이었고, 곧 이 대표에게도 사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1억 5천만 원어치의 컬러감자, 이걸 다 팔아야 한다고요?
그러나 창고 문을 열었을 때 그의 눈앞에는 컬러감자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도대체 왜 이 컬러감자들은 팔리지 못하고 쌓여 있는 걸까? 아버지의 사명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자를 경쟁력 있게 키워나가기는 어려웠다. 눈앞에 놓인 1억 5천만 원어치의 컬러감자 재고가 현실이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많은 감자를 팔 수 있을까? 어떻게 다 팔 것인가? 다양성도 중요하고 아버지의 사명도 좋지만, 팔리지 않는 컬러감자 농사를 계속 해야만 할까? 수미감자만 제값에 팔리고 수요가 없는 컬러감자는 그 반값도 채 못 받았다. 힘들여 농사를 지어서 잘 팔아도 얼마 못 버는데 그마저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대로 손해가 나는 구조였다. 사명이 중요하지만 이런 저수익 고위험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빠져 있을 때 미국 아이다호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다양한 농산물이 재배되고 최종 소비자들의 식탁에 음식이 되어 오르는 구조를 직접 보고 오니, IMF를 겪고 해외로 매각된 우리나라 대형 종자회사들과 우리나라 종자의 반 이상을 해외업체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현실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사명을 되새겨 돈보다 대의를 앞세우기로 했다. 어떻게 이 감자들을 팔아야 할 것인지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다.
유통구조의 변화 vs. 신규 제품 개발
기존 방식대로 소매점에 판매하려면 다른 농가와 경쟁을 해야 한다. 같은 종류의 감자를 여러 농가에서 판매하므로 우리 것을 팔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 감자 가격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4년 31,148원이던 감자 가격은 2021년에도 거의 변화가 없는 32,876원이었다(연도별 감자 도매가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홈페이지). 여전히 낮은 감자 가격에 가격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재고가 많은 상황에서 가격을 낮춰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장면이 떠올랐다. 애지중지 키워낸 감자, 배추를 다시 땅에 묻어 버리고 밭을 뒤집어엎던 장면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경쟁을 피하기 위해 유통구조를 바꿔서 소비자와 직거래하면 어떨까? 온라인으로 직거래하는 것이, 특히 농·수산물 직거래가 소비자들에게 아주 낯선 일도 아니었다. 그럼 더 나은 가격으로 감자를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어디에서 판매하더라도 감자 소비량이 정해져 있으면 결국 팔 수 있는 감자도 양이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감자 재배 농가 전체가 감자 판매량을 늘릴 수는 없으니 결국 정해진 양을 누가 많이 파는가의 문제였다. 게다가 이 대표는 잘 팔리지 않는 컬러감자를 판매해야 했다.
그렇다면 감자 소비가 늘어나게 하면 어떨까? 감자를 많이 먹을 수 있게 하면 감자 소비량이 늘고,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감자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감자 소비량을 늘릴 수 있겠는가?
야심 차게 준비했으나 쉽지 않은 시간
제품: 예뻐보라
이 대표는 감자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감자를 안정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구조에 따라 가락시장에 감자를 조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수요를 창출해야 했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감자, 위궤양과 비만에 효과가 있는 감자, 전분이 많은 감자, 생식이 가능한 감자 등 다양한 종자의 감자를 재배했다. 일반 감자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 감자의 특성을 살려 제품을 개발하려고 시도했다.
보라밸리라는 감자는 눈에 좋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감자이다. 이를 이용해 ‘예뻐보라’라는 이름의 선식을 만들었다. 당시 선식 시장이 커지고 있었고 바쁜 직장인이 편의성, 영양, 다이어트를 위해 선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경쟁제품으로 보이는 많은 선식들은 영양 면에서 불균형이 커서 예뻐보라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예상했던 3개월의 개발 기간이 1년으로 연장됐지만 굴하지 않고 발로 뛰며 하나하나 처리했고, 1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예뻐보라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만들었다고 다 판매되는 것은 아니었다. 판로가 없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이어서 입소문으로 판매가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구매는 없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판매만으로는 재구매가 부진한 원인을 알기도 어려웠다. 편의점에 입점하려 했으나 입점수수료가 40%에 달해, 38%의 마진율을 계산해왔던 이 대표에게는 너무 높았다.
다양한 품종의 감자 개발을 고집하고 그 감자를 팔기 위해 제품을 개발했으나, 이제는 그 제품을 팔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예뻐보라 개발은 이 대표에게 성공보다는 감자를 이용한 제품 개발과 이를 위한 행정처리 과정, 유통 및 판매까지 사업의 전체 과정을 아우르는 경험을 주었다.
공간: 핑크세레스
감자는 땅을 빌려 재배해 왔다. 그래서 농사를 위해 퇴비를 넣고 흙을 잘 만들어 놓은 밭에서 쫓겨나는 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큰 결단을 하고 땅을 매입했다. 그 땅에는 건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당장 지출이 컸기 때문에 처음엔 편의점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신의 꿈이었던 공간 만들기와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 농장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전형적인 ‘농부’ 이미지가 싫었던 그는 브랜드를 ‘핑크세레스’로 이름 지었다. 세레스는 농가의 작업용 차량이었고, 핑크는 핑크감자의 에너지로 농업 분야의 부조리한 상황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카페를 꾸몄다. 본인이 하고 싶었던 공간 사업이기 때문에 즐겁게 시작했다. 농부의 문화를 담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키워가려고 했다. 예쁜 공간과 다양한 메뉴,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지인들이 찾아왔던 첫 3개월 이후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이 되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요소만 무작정 담으려 한 것이 패착이었다. 제대로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색감자를 소개하고자 했던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정작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사라져 있었다.
감자밭의 시작
예뻐보라와 핑크세레스 이후 이 대표는 하고자 하는 바를 재정립하였다. 이때는 혼자가 아닌 남편 최동녘 공동대표와 함께였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 목표임을 다시 확인했다. 농사와 사회에 대한 철학을 표현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공유하며 사람들이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도록 ‘밭’이라는 이름을 정하였다. 1호점이 농장카페 ‘감자밭’이었다. 생각과 철학을 재정비하면서 핑크세레스라는 이름은 감자밭으로 바뀌었다.
꽃따밭 프로젝트
꽃따밭은 이 대표가 2019년에 시도한 프로젝트로 원하는 꽃을 따서 꽃다발을 만들어 가지고 갈 수 있게 조성한 꽃밭 공간이다. 보통 꽃밭에는 ‘들어가지 마시오’ 또는 ‘꽃을 꺾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꽃따밭은 그 반대이다. 꽃밭에 들어가 마음대로 원하는 꽃을 꺾어도 된다. 아니 오히려 꺾어 오라고 한다. 꽃따밭을 기획하게 된 의도는 사명을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한 것이었다. 그는 감자에 다양한 종자가 있고, 이런 다양성을 유지하고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곧이곧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다들 지루해하기만 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꽃따밭으로 탄생했다. 감자가 아니라 꽃이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꽃따밭에는 많은 꽃들이 있고, 해바라기만 해도 12종의 각기 다른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다. 같은 꽃인데 다양한 품종의 다른 모습을 한 꽃들을 보며 사람들은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또한 가로수 외에는 계절이 변하지 않는 서울과 달리 꽃밭에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각 계절을 느끼고, 그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꽃따밭을 조성하게 되었다(Exhibit 1).
꽃따밭은 의도했던 것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 유명 축제가 된 태백의 해바라기 축제보다 훨씬 더 좋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꽃따밭 프로젝트는 이 대표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꽃씨 하나에 300원이나 되었고,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거의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춘천에서 각기 다른 사계절을 느꼈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공간이라서 꽃따밭을 찾은 고객들도 그 공간에서 다양한 종자 개발의 중요성이라는 이 대표의 철학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며, 각각 다른 꽃과 분위기를 통해 농촌에서 느끼는 사계절은 계절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꽃따밭은 적어도 1년에 3번 이상 다시 찾아가야 하는 이유를 주고 있으며 꽃따밭을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꽃따밭 옆에는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감자밭 매장 건물이 지어져 있다(Exhibit 2). 아버지가 감자 농사를 짓기 위해 구입한 땅의 일부에 남편 최 대표의 감각으로 비싸지 않은 흔한 자재를 활용하여 감자밭을 만들었다. 이 감자밭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소개하고 반응을 살폈고, 감자빵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감자밭과 꽃따밭은 맛있는 디저트 감자빵을 판매하는 예쁘고 재미있는 카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농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도 담아내고 싶었다. 남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정작 본인은 너무 진지한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자꾸 설명하려 하고,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감자밭에도 드러났다. 남편인 최 대표는 그런 진지함을 싫어했다. 이 대표와 이야기하다 보면 브랜드가 자꾸 협동조합으로 가는 것 같다고 투덜댔다. 최 대표는 즐겁고 재미있다면 누구나 찾아올 것이고 응원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해야지 브랜드가 어떤 형태로든 이래라저래라 가르치고 명령하고 요구하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지함이 단점이라고 생각한 이 대표는 최 대표의 말대로 재치가 중요한 요소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서 감자밭 곳곳에 재미있고 재치 있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였으며 곳곳에 재미 요소를 배치하고자 했다(Exhibit 3). 감자밭에는 귀엽게 생긴 감자 캐릭터가 있다. 감자 캐릭터가 감자를 먹고 있는 모습을 포함하여, 귀여운 캐릭터를 곁들여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또한 감자밭 외관이 꽤 멋지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시골에서 천장 물받이로 사용하는 흔하고 저렴한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반전 매력이다. 매장 내부에는 “No pain, No potato”, “진정하고 감자부터 먹어”, “Happy New Potato” 등과 같이 포테이토(potato) 또는 감자 단어가 들어간 패러디 슬로건을 만들어 걸고, “감자밭소(주문 음식을 받아 가는 장소)”, “감자캐기(감자인형 판매)”, “기다려 주셔서 ‘감자’합니다” 등 감자, 감자밭 단어를 활용하여 매장을 꾸몄다.
이 대표는 SNS에도 힘들었던 사연이나 최 대표와 꽃따밭에서 올린 결혼식, 결혼 후 2년간 신혼집에서 가족과 직원들이 같이 지낸 내용들까지 숨김없이 솔직하게 공유하였다.
감자빵의 시작
예뻐보라 실패 후 농장카페 감자밭에서 새로운 감자로 만든 디저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유튜브나 책에 공개되어 있는 레시피를 활용하기도 하고, 맛있겠다 싶은 재료들을 자체적으로 사용하며 망설임 없이 개발했다. 하루에 두세 종류씩 만들 정도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시간을 쓰지 않았다.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계속 판매해 보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히려 불완전하더라도 일단 빵이 나오면 모두 판매했다. 그때그때 만들어진 빵들을 즉각 고객에게 판매하고 반응을 살폈다.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에는 감자가 빠질 수 없고 닭갈비와 감자의 조합은 늘 옳다는 생각에 닭갈비 감자 파이를 만들었다. 이에 더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구마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너무 달기만 할 수 있어 마늘과의 조화를 꾀했다. 그래서 고구마와 감자를 가득 넣은 빵에 마늘소스를 얹은 고감마빵도 개발했다. 그 외에도 감자치아바타, 감자프레첼 등 개발한 것만 200여 종이 넘는다. 감자와 맛이나 풍미가 잘 어울리는 재료라고 생각되면 어떤 것이든 빵으로 만들어 보았다. 다른 재료를 추가해야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객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경우도 있었고, 물론 맛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가는 고객도 많았다. 그러나 굳이 또 사 먹으려고 멀리까지 올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는 ‘왜 고구마로 안 하고 감자로 빵을 만들었어요?’라는 의견이 많았다. 감자보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느껴졌다. 4년 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사람들이 감자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감자보다 다른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갈수록 감자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졌다.
이렇게 계속 실패를 거듭하던 중, 함께 신제품 개발을 고민하던 남편과 아버지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1991년생임에도 학교에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등 다른 환경에서 자란 경험이 있는 남편은 이 대표와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감자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 목표인데 정작 시도하는 빵들은 감자가 아닌 다른 추가 재료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여태까지 꾸준히 노력해온 방향이 있는데, 남편과 아버지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했던 제품의 실패에 이 대표의 어릴 적 경험까지 더해져 그들의 의견을 신중히 고려하게 되었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 ADHD 판정을 받았다.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친구들과도 어울리기 어려웠다. 이런 어려움 속에 혼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존재에 대한 생각과 서로 다름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통해 그는 비로소 서로 다름에 대해 관대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회사 내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런 그였기에 최 대표와 아버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의 의견대로 이 대표도 생각을 바꿔 본질적으로 감자에 접근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감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감자는 구황작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람들이 실제로 감자를 좋아해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구마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샤이 감자팬’들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어려서 먹었던 찐 감자, 구운 감자에 대한 향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용기를 내었다.
“감자빵 먹고 돌아가는 길인데 또 생각이 나서요. 또 살 수 있나요?”
남편과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감자 모양으로 감자가 최대한 많이 들어가게 만들자는 기본 규칙을 세우고 개발하여 마침내 감자빵이 탄생했다. 감자빵은 최소한의 첨가물로 감자만을 이용해 감자 모양 그대로 만들었다(Exhibit 4). 4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감자빵은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빵이 만들어지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폐기하지 않고 모두 매장에서 판매했고, 고객에게 감자빵이 어떤지 직접 의견을 들었다. 그 의견에 따라 감자빵 초기 버전부터 조금씩 개선했다.
“감자빵을 먹고 돌아가는 길인데 또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다시 구매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고객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이 대표는 이제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름은 ‘춘천 감자빵’으로 결정했다. 강원도 대표도시인 춘천과 강원도 대표 로컬푸드라는 의미를 넣어 조합한 이름이었다. 감자와 옥수수가 맛있기로 유명한 강원도지만 이 작물들을 활용한 특산물은 없는 상황이었다. 강릉의 커피콩빵, 안흥 찐빵과 같이 지역 특산물이 되고자 지은 이름이었으며,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감자빵이 사랑받게 된 이유는 국내 감자가 가득 들어간 제품이고 맛이 훌륭하다는 점, 그리고 빵인데 감자처럼 생긴 데다 포장 역시 감자를 담은 듯한 투박한 박스 포장이라는 데서 오는 반전 재미에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SNS를 통해 감자밭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감자빵이 새로 출시되었을 때 이를 맛보려고 감자밭으로 직접 와서 시식했고, 맛있는 디저트 또는 식사대용 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재구매는 기본적으로 감자빵이 맛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디저트가 존재하는 경쟁 상황에서 감자밭 브랜드의 철학에 대한 공감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철학과 실천
이 대표는 2020년 도시와 농촌을 잇는 플랫폼으로서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이하 밭(주))를 설립하였다. 개인사업자로 남아도 괜찮았지만, 함께 성장하는 터를 만들자는 철학이 있어 법인으로 전환하였다. 밭(주)은 ‘농작물이 자라는 밭처럼 농촌에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터를 만들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hibit 5). 그는 밭(주)을 통해 1차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입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대체될 수 없는 스토리 중심의 브랜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 그들만의 스타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춘천에 내려왔을 때 창고에 쌓인 그 많은 감자를 보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농민들 사이에서 가격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 제품을 다양화하고, 감자에 대한 소비를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흰색 감자 하나의 종자만으로 경쟁하고 있는 농민들은 가격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하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 문제가 생긴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식량 수출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래의 미션과 비전은 이 대표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보여준다(Exhibit 6).
이 대표는 감자빵은 국내 감자를 이용해야 맛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우리 감자 농가를 살리기 위해 감자 계약재배를 실천하고 있다. 감자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반독점적으로 수매해1) 오기 때문에 대기업이 제안한 가격에 감자가 판매되곤 했다. 그러나 그가 감자를 수매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과 감자밭이 경쟁이 되기 때문에 감자 농가에서는 감자의 킬로당 10~30% 이상 추가수익을 창출하게 되었다. 또한 빵을 만들 때는 가격이 저렴한 분말감자가 많이 이용되지만, 감자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이 싼 분말감자뿐만 아니라 농가와 계약을 하여 계약재배 감자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또한 계약재배 농부에게 장학금도 지급하였다(Exhibit 7). 소외계층 아동,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기부도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소외계층 아동을 후원하고, 강원도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후원금과 감자빵, 이 대표의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책을 포함하여 후원품을 기부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이를 기념하는 플래카드를 매장에 걸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농업인의 날 기념으로 농가에 인사를 다니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고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뉴스레터 ‘생생정보밭’을 발행하여 10주 정도 운영하기도 하였다(Exhibit 8).
어떻게 알릴 것인가?
감자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터넷이다. 그러나 감자빵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이 대표는 SNS 개인 계정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동안의 힘든 시간과 노력은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Exhibit 9). 2017년부터 이 대표는 어렸을 때 겪었던 어려움, 감자와 꽃따밭, 새로운 제품들과 실패, 결혼 스토리까지 인스타그램 계정에 솔직하게 올려왔다.
인스타그램에는 어렵게 들어간 팝업스토어에 주문 100건이 들어와 신이 나서 택배 포장을 하던 모습, 주문 들어와서 너무 좋다고 올리거나 주문 건수도 올리고,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 때마다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주로 좋은 것과 이쁜 것들로 채워지는 다른 계정들과 달리 신제품에 대한 고객의 부정적인 반응도 가감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스토리에 올렸다. 어떤 스토리를 올릴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일어나는 일들과 솔직한 감정들을 공유했고, 이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좋아요 수 7개에 지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아지고 팔로워 수도 늘어났다. 꾸준히 이야기를 올렸고, 그렇게 4년이 지나자 팔로워가 2,0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최 대표의 경우 만 명 이상의 팔로워가 생겼다. 팔로워 수는 느리지만 조금씩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11월 이 대표의 책이 출판된 후 팔로워가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고객들이 스스로 입소문을 내 줄 수 있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 싶었다.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광고와 SNS 노출, 구매로 이어지도록 구매전환율을 계산하는 퍼포먼스 마케팅보다는 구전으로 사람들이 좋아서 서로 소문내는 방식이 오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새롭게 출시된 감자빵도 다른 광고 없이 개인 계정에 먼저 올렸다.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팔로워들은 응원도 해주고 감자빵을 사러 감자밭으로 왔다. 감자빵을 사러 온 사람들은 놀랍게도 이미 감자빵에 대해 자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고, 이를 친구들에게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팔로워들은 지속적으로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다양한 종류의 감자빵을 소개하고 감자밭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만 보면 소비자들은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단순히 판매를 위한 정보이기 때문에 감자빵 제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판매 사이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이 대표의 힘들었던 시절이나 어릴 적 사진 등 숨기고 싶을 만한 내용도 가감 없이 올라온 인스타그램 계정을 접한 소비자들은 더 유심히 내용을 살펴보고 인상적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더해 농촌을 위하는 청년농부의 노력마저 느낀 소비자들은 오히려 감자빵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돕고 싶은 마음에 신제품이 나왔을 때 친구에게 소개하고 매장으로 같이 가자며 제품의 숨은 이야기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물론 감자빵을 처음 소개했을 때에는 맛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두어 달 만에 입소문이 나 감자밭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도 천여 개 정도에서 만 개를 훌쩍 넘어서게 되었다. 감자빵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되면서 SNS에 감자빵 후기가 늘고 인증샷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와 함께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 대표는 인스타그램 계정 방문자들이 무슨 댓글을 다는지, 어떤 의견이 있는지 늘 모니터링하며 답을 달고 있다. 그만큼 SNS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업에 충실했다. 그래야 또 같이 할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하루하루 감자와 함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사업의 확장: 서울 유명 백화점의 팝업스토어 제안,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감자빵을 소개한 이후, 2020년 감자밭 공식계정을 만들어 스토리를 올리고 감자밭에서 꽃따밭과 함께 감자빵을 판매하면서 사업이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매장 판매가 어려워진 2020년 12월에는 감자밭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을 통해 수기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감자빵은 출시 3개월 만에 서울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팝업스토어 제안을 받게 되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이라면 감자빵을 알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팝업스토어는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만 여는 것이었다. 감자빵을 최적의 상태로 공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동안 얼마나 감자빵 판매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고, 마진도 많이 남길 수 없는 구조였다. 감자빵은 춘천 지역 특산물이고 서울의 현대백화점은 감자밭의 자연스러움과 농촌의 이미지와도 잘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대백화점은 오랫동안 좋은 이미지를 쌓아온 유명 유통사인 만큼 브랜드파워가 있다.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짧은 기간이라도 열 수 있다면 현대백화점이 춘천 감자빵의 맛과 품질을 인증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춘천 감자빵을 서울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잠깐이라도 판매를 해야 하는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해보자고 결론 내렸다.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현대백화점이 인정한 제품이라는 메시지는 감자밭의 감자빵이 가지게 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서 매우 중요했다.
고민과는 달리, 춘천 감자빵은 일주일 만에 1만 개 완판에 성공했다. 이후 감자빵은 하루 2만 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 출시 이후 천 개에 불과했던 ‘카페 감자밭’ 해시태그도 두 달 만에 만 개로 증가했다. SNS에는 감자빵 인증샷이 1만 건이나 되었다.
위메프의 양선영 상품기획팀 MD는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감자빵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춘천 감자빵의 위메프 입점을 추진했다. 감자빵은 2020년 11월 위메프에 처음으로 입점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온라인 판매는 위메프 입점을 시작으로, 제품을 신선하게 배달할 수 있는 배송의 안전성이 확인되는 마켓컬리, 쿠팡프레시로 확대됐다. 그 외에도 네이버스토어와 카카오선물하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일주일 기간 방송, 쇼핑라이브 방송, 각종 다양한 플랫폼과 네이버를 이용한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로 춘천 감자빵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채널은 더 확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오픈마켓을 관리하기 어렵고, 다른 리셀러가 생기면서 상품에 변질이 생기는 등 제품 품질을 보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OVID-19로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강화되었지만, 감자밭은 2020년 11월 의왕 대단지 롯데프리미엄아웃렛의 타임글라스 건물에 70평 단독 글래스하우스 공간을 받아 ‘더밭’이라는 브랜드로 입점하게 되었다. 아웃렛의 일반적인 여러 매장 중 하나의 매장 공간으로 제안받았으면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자연과 어울리는 글래스하우스 매장으로 제안받았기에 가능했다. 롯데아웃렛의 글래스하우스는 뒤에 산이 보이고 유리온실 같은 단독 동이 10개 정도 지어져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통째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았다. 매장도 자연 소재로 독특한 디자인을 사용해 왔는데 롯데에서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밭은 상위개념 브랜드로 감자밭뿐 아니라 사과밭 등 새로운 브랜드로 새로운 디저트 제품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처음부터 감자밭뿐 아니라 새시대 농부, 농촌의 발전을 위해 더 큰 개념으로 확장할 욕심이 있었던 이 대표는 글래스하우스의 더밭을 원주의 복숭아를 이용한 젤리 또는 양구의 사과빵 등 다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서울 근교에서 테스트하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다른 농부들에게도 오픈하여 시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저트시장과 감자빵
사업을 할수록 고민도 깊어졌다. 전국에는 100년 브랜드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지역의 명물이라고 소문이 나도 유행을 타다가 1~2년이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주변의 MD나 유명 대표들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면서 감자빵 인기가 생각보다 오래가지는 못할 거라고 조언하곤 했다. 이미 춘천 감자빵과 유사한 감자빵들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춘천 감자빵을 잠깐 유행하다 잊혀지는 상품이 아닌 오래 지속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다. 또한 단순 현상유지가 아닌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러한 이 대표에게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하나하나는 모두 생존의 문제만큼이나 중요했다.
지역 제품 vs. 전국 브랜드
감자빵은 춘천 감자빵이라는 이름으로 춘천 지역의 특산물이 되었다. 사람들이 춘천 감자빵을 먹으러 감자밭으로 오고 있다. 사람들로부터 점차 인정받게 되자 전국 브랜드로 확장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춘천 지역 명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감자는 강원도의 대표 작물이고 감자빵이 춘천 지역의 특산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 ‘강원도의 맛있는 감자로 만든’ 감자빵이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자빵은 지역 명물로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감자빵 카테고리는 새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직 춘천 감자빵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사람들의 머릿속에 정확히 자리 잡은 상태가 아니다. 디저트는 관여도가 높지 않아서 접근이 용이한 경우 그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감자빵을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브랜드로 처음 만나면 그 감자빵이 원조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때 그 감자빵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다시는 감자빵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불만족한 고객이 다시 감자빵을 찾도록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감자빵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재배한 감자를 주로 사용하고, 분말감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같은 품질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또한 비용인 것이다.
이 대표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직접 생산 vs. OEM 이용
매출이 늘어나면서 생산 공장을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수요가 있는 지역의 다른 공장에서 감자빵을 생산하여 감자빵을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위치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인 브랜드로 ‘춘천’ 이름을 브랜드에서 삭제하였으니 배송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감자빵의 생산량을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따라서 OEM 등의 방식으로 생산을 늘려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예 제조, 판매를 다른 업체에 맡기라는 조언도 많았다. 그러나 다른 업체에 완전히 맡겨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자빵의 품질 관리는 여전히 쉽지 않다.
제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가 틀림없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리스크보다 감자빵 품질 일관성의 어려움이 더 큰 리스크라고 생각했다. 비즈니스를 지속 가능하도록 하려면 제품의 품질 관리가 중요하고, 따라서 감자밭에서 직접 만들어 전국으로 배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품질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제조해 왔는데 이렇게 지속 가능할까?
다양한 다른 빵을 계속 개발 vs. 다양한 맛의 감자빵을 지속적으로 개발
감자빵은 모방이 비교적 손쉬운 제품이다. 파리바게뜨의 감자빵을 비롯하여 출시 두 달여 만에 300여 개의 카피 제품이 출시되었다(Exhibit 10).
이 카피 제품들은 대부분 한국 농가의 감자를 사용하지 않고, 미국산 분말감자를 사용하였다. 미국산 분말감자를 사용하면 베이킹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가격이 저렴하여 감자빵 생산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감자빵 개발이 한국 감자소비를 늘려 한국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밭(주)의 생각과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감자빵은 쉽게 카피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자는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충성도가 낮아 다양한 제품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감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감자와 관련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감자빵 인지도를 높이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필요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성과
다양한 활동의 결과, 2021년 감자밭에 7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기록되었다. 또한 밭(주)의 원물 감자 소비량은 2020년에 150톤 정도였으나 감자빵의 인기에 힘입어 2022년에는 2,000톤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이 대표는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100종 미만의 감자 중 12종의 종자를 개발하고 보급하였다. 또한 기존 수매가보다 10~30% 높은 적정가에 감자를 구매하고 있고, 2021년 기준 지역 70여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었다. 초기 직원 수는 10명이었지만 2021년에 79명으로 증가하였고, 관련 기업 직원까지 합하면 170여 명이 넘었다. 젊은 청년 직원이 늘어나자 밭(주)은 기숙사, 결혼 및 출산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지역 인구 문제 해결을 도모하였다. 2022년에는 감자빵, 감자밭, 꽃따밭을 통해 춘천에 15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이미소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역 및 농촌의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이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하듯 2021년에는 NH농협은행 강원본부가 선정한 ‘함께하는 우리 농가 동행기업’ 1호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에는 농촌 융복합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Exhibit 11).
매출도 늘어나 2020년 75억 원, 2021년 138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9년 대비 2,200% 이상 성장한 수치이다. 2022년에는 260억 원을 기록했다(Exhibit 12). 2021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640만 개에 달했고, 약 60만 명이 춘천 카페 감자밭을 방문했다. 감자밭 매출은 2021년 49%였으나 2022년에는 34%로 줄었고, 그 외의 다양한 채널이 포함되었다(Exhibit 13).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리뷰만 34,000개 이상(2022년 2월 기준) 올라왔다.
[주석]
1. 수매란 거두어 사들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