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따라 전 세계가 탄소중립제 시행을 약속하면서 효율적인 자원 관리 방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깨끗한 물을 생성하기 위해 많은 자원과 기술이 투입되었지만, 실제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성되는 물의 절반 이상이 누수로 낭비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40조 원이 넘는 상황이다.
위플랫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23년간 재직한 차상훈 대표가 2020년 사내벤처로 시작하여 IoT,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2022년 위플랫은 시드(seed) 투자에 이어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series A)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최근 인도, 베트남, 터키 등에 누수 관리 혁신 시범 적용을 통해 해외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우수 사내벤처 사례로 손꼽히는 위플랫이지만, 스핀오프(spin-off) 후 독립적인 민간벤처기업으로 새롭게 성장하는 길에는 어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이라는 공공자원 특성상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해외 B2G 비즈니스 모델로 출발했음에도 수익 창출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불확실한 시간, 소규모 벤처기업으로서 공공의 거래를 수주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 공공기관 출신으로서 가늠하기 어려운 민간 시장의 진출, 네트워크 한계 등의 문제가 늘 도사리고 있다.
최근 기술력을 활용한 공공자원의 혁신, 기후테크의 성장이 촉구되면서 공공영역에서의 벤처기업이 민간시장으로 진출하였을 때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딜레마적인 상황들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Q1. 일반벤처기업과 사내벤처기업의 창업 과정(스핀오프)을 비교하여 설명해보고, 위플랫 기업의 스핀오프 기업으로서의 창업 절차를 논의하시오.
Q2. 민간 사내벤처와 공공 사내벤처의 스핀오프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러한 차이에 따라 민간 부문에 진출 전 위플랫과 같은 공공 사내벤처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논의하시오.
Q3. 현재 위플랫은 기업 성장을 위해 전략적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차상훈 대표의 입장이라면, B2B와 B2G의 전략적 의사결정 상황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논의하시오. 이때 산업의 특성, 창업자의 특성, 조직의 특성, 고객의 특성 측면을 고려하여 분석하시오.
기후위기, 공공자원 혁신이 필요한 때
전 세계가 탄소중립제 시행을 약속하면서 우리나라도 14번째로 이를 입법화한 국가가 되었다. 지금 세계는 효율적인 자원 관리 방법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깨끗한 물을 생성하는 데 상당한 탄소가 배출하게 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생성된 물조차 오래된 상수도시설로 인해 절반 이상이 누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일수록 예산과 기술 부족으로 매년 엄청난 양의 물을 누수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공공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공공기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2017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하였고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창업 활성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4차 산업 기술로 누수를 잡고 물관리까지 해주는 ‘위플랫’이란 기업이 등장하였다. 위플랫은 오랜 기간 물산업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20년 이상 재직한 엔지니어 차상훈 대표가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시작하게 된 공공기관의 대표적인 사내벤처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내벤처로 협약을 맺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민간벤처로 스핀오프(spin-off)하고, 시리즈 A(series A) 투자까지 유치하는 등 성공적인 발자취를 이어가는 중이다.
23년 동안 물산업 전문경력을 지닌 위플랫은 스핀오프 후 새로운 시장 논리에 직면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맞이하고 있다. 물산업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지닌 기업이지만 더 이상 공공기관 소속이 아니게 된 지금, 민간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공공영역의 벤처는 생존을 위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
공공기관에서도 혁신적인 사내벤처가 탄생할 수 있을까?
정부는 2017년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지표에서는 ‘좋은 일자리 창출 및 질 개선 노력’이라는 가점(10점)에 포함하는 제도를 단행한다. 이에, 국가 공공자원을 관리하는 공공기관들(예, 한국수자원공사, 한전 및 전력 그룹, 도로교통공사 등)은 정부의 정책적 기조에 따라 빠르게 사내벤처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난 지금에는 공공기관 사내벤처로 시작해 분사 창업한 기업들이 늘어나며 제도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하면 떠오르는 ‘안정적’, ’경직’, ‘원칙주의’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제도를 활용한 사내벤처 성공 신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공기업 중 가장 신속하게 조직을 개편한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자체적으로 ‘물산업 혁신창업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발 빠르게 조직개편으로 전담부서(물산업혁신처)를 신설하면서 이듬해인 2018년부터 1기 협력 스타트업 5개 사 및 사내벤처 7개 팀을 발굴하여 본격적으로 혁신 창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창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1년간 인사발령(물산업플랫폼센터)을 통해 현업에서 배제하고 대전의 본사 내 스타트업 허브(창업보육공간)에 별도의 사무실을 지원해 준다. 스핀오프 시 창업휴직(최장 3년, 경력 인정)도 가능하다.
사실상 공공기관에서의 혁신문화 확산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임직원들은 순환보직 구조로 업무가 정기적으로 바뀔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통한 인센티브보다는 주어진 과업을 정확하게 해내고 민원을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승진 보상이 더욱 확실하기 때문에 혁신에 대한 동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사내벤처의 활성화에는 CEO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단기간에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기업의 상당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오너이기 때문에 CEO 또한 정권에 따라 임명되는 구조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고 제도적으로 이러한 설계가 뒷받침될 경우 그 속도는 더 빠르다. 사내벤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경영평가지표에 포함되면서 한국수자원공사에 신설된 물산업혁신처는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물이라는 산업의 전문성을 지니고 종합 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저희 내부에서는 중장기 경영전략에 사내벤처에 대한 성과를 KPI로 세팅해 놓는 전략을 이용했어요. 디테일하게 전략적으로 평가지표를 설정해 놓고 이를 우리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로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 실장
현재 한국수자원공사는 중기부 사내벤처제도의 6년 차 운영기업으로 공공기관 중 이례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공기업 유일 3회 연속 사내벤처 운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함께 선정된 최우수 기업에는 삼성전자의 C-Lab, SK 하이닉스의 HiGarage가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스핀오프(분사 창업) 성공률은 88%에 달한다.
그중 사내벤처 2기로 시작한 위플랫은 CES 2023, P4G, 에코톤 환경/물산업 창업대전 등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물산업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인 Imagine H2O Asia Cohort 3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공공 사내벤처인 위플랫은 단 7개월 만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분사 독립하여 민간벤처기업이 되었다. 공공영역에서의 공무원이 창업한 벤처,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위플랫
위플랫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내벤처 2기로 시작한 기업이다. 차상훈 대표는 23년 동안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한 자타공인 물산업 관련 전문 엔지니어이다. 누구보다도 공공기관의 구조와 물산업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차상훈 대표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가뭄 극복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물을 아껴 쓰거나, 새는 물을 잡는 것이죠.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일반적으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댐이나 보1)와 같이 인프라를 통해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온실가스 생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건설된 상하수도에서 누수되는 물을 잡는다면 어떨까?
스마트 물시장의 누수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40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2) 이는 8억 8천 명에게 추가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아주 큰 양이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환경부, 상수도 통계 발표에서 국내 상수도 보급률은 99%를 넘었지만 연간 누수로 인한 손실도 6,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위플랫이 시범사업을 수행했던 인도네시아의 수카부미시의 경우 100의 물을 공급한다면 실제 요금으로 회수되는 수량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60~70% 정도의 물이 누수로 낭비되고 있으며, 도시에서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인구는 10%에 불과한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당시,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련 엔지니어였던 차상훈 대표는 개발도상국의 심각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수를 찾아 저감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제가 창업 전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주로 하던 업무가 국내 중소기업들을 선발해서 해외로 데리고 나가 누수를 저감하는 장비를 깔아주는 시범사업이었습니다. 해외는 노후한 상수도관의 누수 문제가 더욱 심각하고 자금도 부족한데 누수 전문가는 더더욱 찾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이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누수를 잡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장비를 설치해 주었지만 결국 누수 지점을 찾으려면 누수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좋은 장비를 설치하는 것과 별개로 결국은 오랜 기간 전문성이 있는 누수 전문가가 현장에 필요했다. 그런데 그 방법마저도 마치 땅에 청진기를 대어 진단하듯이 오롯이 전문가들의 청력에 의지하여 누수 지점을 찾아내는 아날로그 방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는데, 여전히 누수를 전문가의 청력에 의지해 찾는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전문가들이 필요한 분야라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조건이 계속 생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습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사실 누수 관리는 물산업에서 매우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미 다양한 솔루션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품은 전문가를 도와주는 장비, 즉 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장비였고 이러한 설비나 소프트웨어들도 회사마다 개별적으로 판매되고 있어 누수를 잡기 위한 하나의 통합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한, 전문가가 누수 발생 지역에 가서 청음으로 들은 누수 소리 정보도 전문가만이 알 뿐 모두 휘발되어 데이터가 쌓이지 않는다는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플랫은 전문가가 없어도 일정 솔루션 사용법을 익히면 비전문가도 누수 데이터 수집을 담당할 수 있는 ‘지능형 누수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첫 단계로는, 기존에 휘발되어 버렸던 누수 소리를 디지털데이터로 만드는 장비를 개발하였다. 다음 그림에서 Sonic M1은 땅에서 나는 소리를 수집하고 Sonic M2는 계량기나 관에서 누수되는 소리를 감지하는 장비이다(Exhibit 1). 전문가들은 여전히 청음으로 하고 있지만, 위플랫에서는 이를 디지털데이터로 만들어 원격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환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수집한 소리 데이터를 분류하는 작업이다. 소리만으로 누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전문가의 뇌처럼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위해서는 첫 번째 단계에서 수집한 세계 각국의 수많은 누수 소리 데이터와 이를 판단하는 전문가가 모두 필요하다. 단, 그들이 직접 해외에 갈 필요는 없었다.
저희는 이 단계를 문제지와 답안지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했어요. Sonic M1을 통해서 문제를 수집하고 답안은 전문가가 푸는 것이죠. 5만 개 정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2년이란 시간을 투자했어요. 이 단계를 거쳐서 나온 게 바로 위플랫의 인공지능 모델인 지능형 누수 관리 시스템입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마지막 단계는 이러한 모델이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시스템이 끊기지 않고 운영될 수 있는 서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서버가 너무 멀면 속도가 느려져 데이터 수집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국가마다 서버를 구축하고 동남아 같은 경우는 지역별로 서버를 구축하였다. 서버 구축에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간단했다.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웹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속도가 빨라요. 서버 구축은 아마존 웹서비스를 활용했죠. 저희 서버 구축하는 데 20~30분, 시스템까지 설치하는 데 1시간이면 됩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따라서 위플랫은 저렴하면서도 구독이 가능하고, 확장성도 좋은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데이터 수집에서도 센서를 고정해서 쓰지 않고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Sonic M1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모바일기기의 블루투스 통신을 활용하여 전달하게 하였다. 3초 안에 데이터 수집이 완료된다.
아프리카 등 해외를 많이 다녔어요. 개발도상국에서 인프라 공사를 한다고 하면 도로나 교통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최근에는 통신 인프라가 제일 먼저 들어가요. 아프리카 사람들도 스마트폰은 다 쓰거든요.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를 과거에는 하드웨어 인프라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아래 제시된 바와 같이 Sonic M1을 수도계량기나 밸브에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누수음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Exhibit 2). 최근 개발된 지능형 누수 관리 플랫폼 ‘NeLow’는 간단한 센서장비로 수도 배관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수집하고, 이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누수음을 분석해서 누수가 의심되는 위치를 사용자들에게 알려준다. 즉, 스마트폰만 사용할 수 있다면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위플랫 플랫폼 기술을 통해 선진국 수준으로 누수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누수 탐지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40~50% 절감하고, 미세한 누수 탐지에도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최적의 수압 분석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신속한 민간 투자유치를 통한 위플랫의 성장
물산업 분야에서 위플랫의 혁신적인 서비스는 초기부터 한국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민간투자기관에서도 주목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2019년 9월에 창업진흥원 및 K-water와 사내벤처 협약을 체결하여 이듬해인 2020년 3월에 법인을 설립하였다. K-water 해외시장개척단 3기 활동 및 신용보증기금의 Start-up NEST 7기로 활동하면서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2020년 5월, 6월에 D3쥬빌리파트너스와 미래과학기술지주에서 시드(seed) 투자를 받았다.
이후 2020년 8월에 한국수자원공사의 기업부설연구소로 독립 분사를 하고, 10월에는 공공기관과의 협업에 매우 중요한 조달청 혁신 제품에 IoT 기반 누수 관리 시스템으로 제품을 등록하기에 이른다. 2021년 1월부터는 본사 사무실을 현주소(충남대 산학협력지원센터)로 이전하면서 독립체로서 각종 저작권 및 특허 등록, 창업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내벤처 시작 후 약 7개월 만에 연구소기업으로 스핀오프에 성공했으며, 2022년 4월에는 시드 투자를 했던 D3쥬빌리파트너스, 미래과학기술지주, KDB한국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약 30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유치에도 성공한다(Exhibit 3).
투자버블이 꺼지면서도 투자의 규모가 30~50% 유의미하게 지속성장한 분야는 환경이에요. 이 중에서도 물산업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물산업은 인프라, 엔지니어링 쪽이 많아서 중견기업 이상 되어야 하고 몇천억대 밸류의 회사로 갈 수밖에 없지만, 위플랫은 디지털 트윈이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서 사이즈가 작지만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D3쥬빌리파트너스 투자관계자
일반 벤처기업과 스핀오프기업의 성장 과정
위플랫과 같은 사내벤처와 일반 벤처기업의 성장 과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 벤처기업들은 초창기에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기술개발 후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순서로 창업 활동이 이루어진다(Kazanjian, 1989). 반면 모기업이 존재하는 사내벤처 후의 스핀오프기업은 기술개발이 먼저이루어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벤처기업으로의 출범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창업자가 근무했던 조직을 기준으로 본다면 모기업이 대학 또는 공공연구소인 경우는 연구 기반 스핀오프 창업이라 하고, 민간기업일 경우에는 기업발 스핀오프 창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Cooper, 1985).
일반 벤처기업과 스핀오프기업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벤처기업은 창업과 동시에 바로 기술도 개발하며 다양한 자원의 유치가 필요하지만, 스핀오프기업은 창업 전 사내벤처로 존재하면서 모기업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아이디어 발굴 및 사업성 검증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난 후 출범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형태 모두 시장에서의 수익성 확보 및 기업 내부의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과정을 겪게 된다(Exhibit 4).
공공기관의 사내벤처는 언제, 어떻게 스핀오프할까?
스핀오프 창업은 기업이라는 조직 수준에서 일어나는 사내 기업가정신 가운데 새로운 기업 설립을 통한 기업벤처링 활동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협의적 개념으로 사내벤처팀을 일정 기간 운영 지원한 이후 최종 평가를 거쳐 독립 분사한 경우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최근 중기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기업들은 2018년 40개로 시작하여 2022년 71개, 2023년 64개로 증가하였으며 이중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항공공사, 한국동서발전 등 공기업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3) 정부는 사내벤처기간 동안 사업화 비용을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고 제품화 및 마케팅 비용으로 1억 원을 후속 지원한다. 협약 기간은 기수당 10개월이며, 사업종료 시점에서 스핀오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Exhibit 5).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지원 과정은 여느 대기업의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스핀오프 시점에서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존재한다. 바로 ‘지분투자’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사내벤처기업을 스핀오프할 때 모기업이 일정량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독립시킬지, 또는 사내벤처의 사업을 내부화하여 신사업으로 발전시킬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때 모기업과 사내벤처 간에는 묘한 긴장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주는 이익과 부담, 그리고 분사 시점 측면에서 사내벤처와 모기업 간의 입장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기업에서 성장한 사내벤처는 모기업의 초기투자를 기반으로 독립하여 자신들 고유의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기업에서는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해당 기업의 아이템을 신사업으로 내재화하고 싶을 수 있다. 합당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사내벤처가 독립적으로 분사하기 위해서는 분사 시 모기업에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게 되며, 모기업의 도움 없이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대신 스핀오프가 결정된 다음에는 지분투자가 엮여 있으므로 스핀오프기업과 모기업의 연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 스핀오프 시 지분투자에 대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 내재화 여부를 고민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초창기부터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의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거나 내재화한다고 하면 한국수자원공사 독점사업 영역 확장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이를 지양하는 편이다. 또한 10개월의 협약 기간 내 우수한 사내벤처들을 다수 독립시키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같은 조직의 성과지표와 연결되므로 분사의 평가 기준을 만족한다면 민간기업에서 겪는 내부적 갈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내벤처의 사업 지향성과 성과가 좋다면 스핀오프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스핀오프 기업들이 후속 투자유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벤처캐피탈(VC)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희 중장기 경영 전략상의 KPI에 매년 2개 기업을 분사시키는 것으로 되어있어요. K-water에 1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한국수자원공사의 미션, 비전에 부합하거나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물관련 사업이라면 신청 가능합니다.
– 이은진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 차장
‘물산업’의 특성
여기서, 물산업의 특성을 이해해보자. 물은 공공자원인 만큼 이를 다루는 수자원사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물산업은 단순히 수돗물이나 용수를 공급하는 물관리 영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홍수 조절 및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조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물관리도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접어들면서 물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혁신기술 기반 경쟁을 하고 있다. 스마트 물기술은 비즈니스와 임팩트 측면에서 가장 유명한 분야로 평가받았으며, 물산업 분야에서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래픽 소재, 인공지능, 정삼투압기술, 태양광 활용 등을 융합한 하이테크 산업으로 2040년이 되면 잠재시장 규모만 1,3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디지털 워터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IBM, 오라클, SAP 같은 IT기업부터 베올리아(Veolia), 자일럼(Xylem) 등 Big Water 기업들이 혁신기술을 개발하여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수자원공사 중에서는 세계 물산업 강소국인 네덜란드의 물종합공기업 Waternet이 2015년부터 ‘Agile’ 팀을 신설하여 다양한 그린·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수자원공사인 Mekorot은 2004년부터 스타트업 협업 전담조직인 ‘Watech’를 설치하고 혁신 물기업을 발굴하여 투자,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수자원공사인 PUB 역시 2005년 ‘WaterHub’를 건립하여 물산업 육성을 착수하였고, 2018년 스타트업 전용 협업 공간을 개소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내 물순환 전반의 사업영역을 보유한 국내 최고 ‘물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최근 디지털 워터 플랫폼 경쟁을 위해 뛰어든 상황이다. (Exhibit 6)
하지만 물산업은 공공부문의 성격을 매우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보수적인 산업이라 새로운 혁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개발한 기술을 실검증하고 상용화하여 이를 실제로 도입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공적영역이다 보니 일반기업들이 관련 시장정보나 네트워크를 확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제품의 신뢰 및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개발에 성공해도 국내 사업자들의 신기술을 외면하기 일쑤이다. 국내 물기업의 97.9%는 중소기업이며 해외시장 진출이나 혁신기술 개발 등의 개별적인 혁신 성장에 사실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적영역이라 개별기업이 시장정보나 네트워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요. 한국수자원공사가 국내 1위 사업자라 저희 브랜드를 이용해서 해외 진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거나 인증을 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제일 좋은 것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직접 사서 쓰는 것이죠. 그래서 혁신기업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 이은진 한국수자원공사 물산업혁신처 차장
공공영역의 민간 벤처기업이 된 위플랫
2023년 기준 위플랫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사내벤처로 독립 분사한 이후 이제 3년 차 민간 벤처기업이 되었다. 공공기관 사내벤처에서 독립한 위플랫의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속한 환경이 바뀌면서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에 있으면 ‘내가 언제쯤 어디까지 진급할까’ 같은 부분에 대한 목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되든 안 되든 제가 꿈꾸는 사업의 성공을 향한 제 미션과 목표가 명확해졌고 큰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게 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제 안에는 공공기관에 근무했던 DNA가 살아있어서 큰 리스크에 대한 도전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긴 해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아직 막혀있는 것도 같고요.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위플랫은 성공적으로 민간 벤처기업이 되었으나, 사업상의 주 고객은 여전히 정부 및 지자체,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며 B2G(Business to Government) 거래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차상훈 대표는 공공기관에 오래 근무하면서 공공조직 고객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으며, 해외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외 B2G 사업의 시장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1단계 고객 타깃은 해외 B2G 시장을 목표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 중 수자원공사와 같은 물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없거나 있더라도 물관련 전문성이 높지 않은 국가들이 첫 번째 타깃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에서 시범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2단계 고객 타깃은 1단계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해외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해외 지자체에서는 누수 해결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입찰을 통해 지역의 규모가 큰 민간기업에 용역을 맡기기도 한다. 최근 위플랫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물관련 업무를 민간에 개방한 국가에서 용역을 수주한 지역민간기업과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B2G와 연계된 B2B 사업이지만, 시범사업이 잘 이루어졌을 때 해외의 민간기업을 위플랫 솔루션을 통해 누수전문업체로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3단계로는, 해외 특정 지역 및 기업을 대상으로 누수 사업을 진행하는 B2B 사업이다. 예를 들어, 해외의 큰 기업에서 요청하는 골목상권 내 누수 저감 사업 등이 있다.
처음 사내벤처에서 구상했던 방법론의 방향대로는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B2G 영역의 비즈니스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어렵긴 합니다. 뭔가 제안해서 선정되어도 사업 시작은 내후년이 될지 그다음이 될지 보장이 없어요. B2B 사업확장도 공격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스스로 공공기관 DNA가 탑재되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공공조직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차상훈 대표이지만 위플랫의 핵심 타깃 전략인 B2G 서비스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로 공공기관과의 사업프로세스는 긴 호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공정성을 위해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입찰 후에도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마냥 기다리며 기술개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로는 위플랫이 개발한 혁신기술인 누수 감지 시스템은 기존 전문가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기존에는 누수 관련 전문가들이 돌아다니면서 귀로 듣고 찾았던 것을, 위플랫은 데이터 수집을 통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누수를 찾아주기 때문에 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 사실 공공기관에서는 누구에게 맡기든 누수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지역업체들이 설 자리를 뺏으면서 민원을 발생시키는 혁신기업을 마냥 달가워하기만은 쉽지 않다.
아무리 사내벤처 출신이라고 해도 공공기관이 대놓고 출신 기업을 도와주기란 쉽지 않아요. 얽힌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저희 외에도 누수 관련 업체들이 많은데, 저희만 따로 도와줄 수는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 차상훈 위플랫 대표
세 번째로는 스핀오프 후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으로서 공공기관의 입찰기준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사내벤처일 때는 모기업으로부터 많은 도움과 혜택들을 지원받았지만, 스핀오프를 한 이후부터 독립적으로 생존해야 한다. 위플랫의 경우 여전히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한 지자체와의 거래를 추구하고 있지만, 공공기업이 사내벤처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논란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거래에서만큼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막 출범한 스타트업이 공공기관의 대규모 입찰을 수주하기에는 스타트업의 규모 및 연혁, 매출 규모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건들이 많다.
이러한 고민은 위플랫 외에도 다수의 공공기관 사내벤처 출신 기업들이 토로하는 애로사항이기도 하다. 사내벤처가 공기업의 혁신 활성화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분사 창업 이후의 지원과 모기업과의 연계프로그램 확충이 더욱 필요하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제도를 통해 탄력을 받고 빠르게 성장했지만, 제도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기조에 따라 분사 이후의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배출되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인큐베이팅 1년 뒤 바로 분사 창업한다고 해서 수익 창출이 일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정부와 모기업에서의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영역에서 최근 디지털,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용역사업들이 많이 나오는 데 현실적으로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평가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그 기업의 신용이 얼마나 높은지, 유사한 용역을 얼마나 많이 했고, 큰 규모의 용역을 한 경험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이런 평가기준은 그 분야에서 아주 오래 일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가능한 기준일 뿐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어림도 없어요. 기술 유무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5~7년 미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은 새로운 기준이 논의될 필요가 있어요.
– 차상훈 위플랫 대표
3년 차 벤처기업 대표인 차상훈 대표의 최근 고민은 스타트업의 J-커브(J-curve)를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까이다. Howard Love가 제시한 스타트업의 J-커브란 스타트업의 생애를 총 6단계로 나누었을 때 경험하는 상승 하락세를 나타낸 곡선이다. 1단계 창업 시작부터 2단계 시제품 출시, 3단계 변화와 전환, 4단계 비즈니스모델 최적화, 5단계 스케일업, 6단계 수익 창출로 구분되는 데 일반적으로 창업기업은 3~7년 사이에 2~4단계에 존재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거치게 된다(Exhibit 7). 위플랫 역시 생존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민간이 참여하는 영역이고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의사결정이 빠른데, 정부 사업은 규모가 클수록 의사결정이 상당히 늦어요. 처음에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고, 필요하면 저희가 하는 것처럼 PoC(Proof of Concept)를 해보고 이게 정말 작동하는지 확인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이후에 또 기재부의 의사결정까지 받아야 하죠. 그러면 기본적으로 대략 5~7년 걸립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물론 차선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수는 기업, 기관, 가정 가릴 것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큰 규모의 누수 사업은 지자체에서 관리하지만, 공장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작은 규모의 사업을 확장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부동산 회사와 연결이 되어 그 회사에서 관리하는 싱가포르 먹자골목 같은 한 지역의 누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오기도 했다. 이제는 민간의 공장에서 연락이 자주 오는 편이다. 공장에는 소방 배관, 용수 배관, 스프링클러 배관, 냉온수 배관 등의 다양한 배관이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깔려있어 거기서 발생하는 누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곳이 많다. 하지만, B2B로 사업을 수평적으로 확장하기에는 기업 자원배분의 문제와 국내 및 해외의 민간 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는 어려움이 있다.
민간 누수 시장도 추후 확장해야 하는 시장으로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확실한 시장을 확인하지는 못했어요. 고객 경험을 통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됩니다.
– 차상훈 위플랫 대표
해외 B2G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PoC를 통해 성과를 입증하면 장기적으로는 매우 큰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플랫의 기술은 유럽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인건비 및 장비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이 있어 개발도상국과의 B2G 거래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으며, 차상훈 대표는 우리나라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활용한 개발도상국 사업 제안 방법을 알고 있기도 하다.
J-커브의 곡선을 앞당기기 위해서 차상훈 대표는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까? 여기에는 두 가지 고민이 존재할 수 있다.
첫째, B2G 사업으로의 집중이다.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수주시스템을 정확히, 구석구석 잘 알고 있으므로 정보의 습득이 빠르다. 따라서 한국수자원공사와의 관계를 활용하여 추후 큰 규모의 거래를 기대할 수 있는 B2G 사업 수주를 위해 PoC 등의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J-커브상 대규모 매출 발생의 시점을 당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공의 색깔을 벗고 민간 시장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B2B로의 신규 시장의 문을 두드려 규모는 작지만 빠르게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것이다. 기존 해외업체와의 좋은 관계 또는 중개업체를 발굴하여 완전히 민간 물산업 업체로 도약하여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공공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차상훈 대표가 민간벤처기업으로서 향후 어떤 전략적 방향과 마인드로 나아가는 것이 좋을지, 위플랫의 글로벌 누수 관리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스케일업을 위해 단계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석]
1. 보는 작은 수리구조물로서 물을 수로로 끌어들이고 하천의 일정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을 말한다.
2. Growth Opportunities in Global Smart Water Leakage Management Solutions Market, Forecast to 2025(2018). 리포트 참조 (https://www.reportlinker.com/p05599453/Growth-Opportunities-in-Global- Smart-Water-Leakage-Management-Solutions-Market-Forecast-to.html)
3. 2023년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 운영기업 현황 참조. (https://www.kised.or.kr/prePubDetail/index. es?mid=a10103020000&prePubId=8)
[참고 문헌]
Cooper, A. C. (1985). The role of incubator organizations in the founding of growth-oriented firm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1), 75-86.
Kazanjian, R. K. (1988). Relation of dominant problems to stages of growth in technology-based
new ventur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1(2), 257-279.
Love, H. (2016). The start-up J Curve: The six steps to entrepreneurial success. Greenleaf Book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