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협업으로 펼쳐 나가는 탄소발자국 시장 – 글래스돔코리아

국제 사회가 탄소배출량 감소에 합의하고 관련 규제를 확대하면서, 각국과 글로벌 기업은 이를 준수해야만 한다. 이런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글래스돔코리아는 탄소발자국 측정 시장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래스돔코리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글래스돔의 한국 지사이다. 김대웅 대표가 창업한 글래스돔은 제조 공정 운영 최적화 기기와 솔루션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한국 시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국 법인이 설립됐다.

새로운 수장으로 합류한 함진기 대표의 주도로 글래스돔코리아는 탄소발자국 시장에 진출한다.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 시장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 속에서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급성장하는 탄소발자국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는 글래스돔코리아는 자사가 운용하고 있는 기존 제품과 솔루션을 응용하여 탄소발자국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본 사례는 최종 제품이 속한 공급망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보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로 의무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사들의 실정을 파악한 글래스돔코리아가 그들과 PoC(Proof of Concept)1) 협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에는 여러 대내외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글래스돔코리아는 그들이 개발한 탄소발자국 솔루션의 기술적 우위와 함께 협업 환경을 둘러싼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잠재고객들에게 최선의 협업 관계를 제안하고 정립하고자 한다.


Q1. 국제 사회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기조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기업들에게 탄소발자국 측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규제 대상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조 기업들이다. 제조 기업들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례 내용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대내외적 관점으로 분석해 보시오.

Q2. 글래스돔코리아의 기기와 솔루션은 제조 기업들이 탄소발자국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례에는 글래스돔코리아가 보유한 능력과 자원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글래스돔코리아가 제조 기업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안해 보시오.

Q3. PoC 프로젝트는 글래스돔코리아의 미래 사업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당연히 고민하고 준비할 부분이 많다. 다음은 글래스돔 코리아가 PoC를 앞두고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는 이슈들이다. 글래스돔코리아에게 알맞은 최적의 선택지를 결정하고 결정 이유를 토의해 보시오.

Q3-1. 글래스돔코리아는 PoC 협업을 진행하는 제조사들에게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SI)2)’ 또는 ‘소프트웨어 구독(Software as a Service, SaaS)3)’ 방식 중 하나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기사를 검색하고, 글래스돔코리아의 기술적 역량, 잠재고객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솔루션 제공 방식을 논의하시오.

Q3-2. 제품 공급망에 있는 모든 기업들은 탄소발자국 측정 및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를 가진다. 그렇다면 글래스돔코리아는 원청사(제조 대기업)와 하청사(협력 중소기업)들 중 어느 집단과 실제로 PoC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1. Proof of Concept의 약어로 우리말로는 ‘개념 검증’이라고 번역한다.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이나 개념을도입하기 전 이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을 의미하며, 스타트업과 기업의 초기 단계 협업에서 자주 차용되는 용어이다. 현장에서는 ‘개념 검증’보다는 PoC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이에 본 티칭노트에서도 PoC를 사용한다.
2.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SI)은 기업 요구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의 기획부터 개발, 설치, 운영, 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최적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종합 서비스 사업을 의미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 사전)
3.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on-demand)하는 방식의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이다. 공급자가 클라우드(cloud)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클라우드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0 0 votes
Article Rating

다급한 듯이 다급하지 않은 만남 

스타트업과 기업의 협업은 흔한 일이다. 기업들은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하면서 스타트업 문화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상호 간 만남에서 시장에 영향력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이 협업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체로 스타트업들이 기업에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A사와 미팅을 앞둔 글래스돔코리아 함진기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A사는 제조 산업에서 여러 기업들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원청사와 하청사가 그들의 파트너이자 고객인 만큼 이번 미팅에서 A사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함 대표는 지난 1년 남짓 시장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 왔다. 책상 위에 놓인 10여 장의 장표가 그 결과물이었다.

여유롭게 장표를 넘기던 A사 관계자들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스쳤다. 국내 기업들이 효과적인 탄소발자국 측정 해결책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업계 내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제 사회가 탄소 배출량 조절에 나서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이를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특히 금속 원자재, 자동차, 배터리, 전기전자 등을 포함한 제조 산업은 우선 준수 대상에 속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제조 산업이 주 활동 무대인 A사 역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매우 다급할 터였다.

탄소 배출 측정 솔루션을 준비하는 글래스돔코리아는 친환경 기후 산업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싶었다. 스타트업에게 이런 기회는 결코 자주 오지 않는다.

장표를 다 넘겨본 A사 관계자가 마침내 함진기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와 PoC(Proof of Concept)1) 및 전략적 협업을 원하시는 것이지요? 무엇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임계점을 넘어버린 기후 생태계와 우리의 대응  

인류는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다. 지구 한편에서 가뭄이 지속되는 동안 반대편 사막에는 홍수가 발생한다.

국제 사회는 주기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해법을 모색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2)와 2016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3)은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계기였다.

최근의 행동은 보다 능동적이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2023년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Exhibit 1).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기업들이 제출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연달아 낮은 등급을 받는 기업은 유럽 시장 퇴출 등을 포함한 여러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제품 탄소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PCF) 개념이 국제 사회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신호탄이다. 유럽연합은 장기적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제품의 탄소배출 이력을 여행자의 여권처럼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디지털 제품 여권의 3대 핵심은 제품 탄소발자국, 원산지 이력 관리, 재활용 비율이다.

탄소중립 규제가 제품 최종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최종 합산하여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지형에도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아마존(Amazon)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업 간 밸류 체인(value chain) 내 상호 의존성을 탄소배출량 감축 의존성으로 연결하고, 공급망 내 기업들에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4) 애플(Apple)은 국제 사회의 탈탄소 흐름에 함께하는 행동으로 애플 제품 생산 공정에 있는 모든 협력 업체에게 탄소발자국 측정 및 감축량 달성 현황을 추적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업들은 제품 전 주기 탄소발생량을 감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제 사회가 탄소발자국 규제를 서두르자, 국내 제조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을 맞이했다. 밸류 체인 최종 단계에 속한 기업들, 이른바 원청사들 입장은 무척 다급해졌다. 원청사들은 공급망 내 협력 기업, 이른바 하청사들이 공급한 제품을 받아 최종 제품을 생산한다. 문제는 총 탄소배출량의 80% 정도가 공급망 내 협력 기업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관여 비율과 관계없이 공급망 최종단에 위치한 원청사인 대기업은 제품 생산에 배출된 총 탄소배출량을 공정 단위로 파악하고 합산해야 했다.

 

글래스돔의 시작은  공정 운영 최적화 솔루션 

창업자 김대웅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실내 공기 측정 기기 스타트업 어웨어(Awair)에 입사해 기술 개발을 담당했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 입점한 제품은 공기질 측정 제품 카테고리에서 호평을 받았다(Exhibit 2).

어웨어에서 얻은 경험을 발판으로 김대웅 대표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미래 혁신을 이끄는 키워드는 자동화(automation)였다. 소프트웨어 산업 내에서 인공지능을 산업에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길거리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동화 물결에 소외되어 있는 제조 현장을 주목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제조업 공장을 현대화로 전환하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는 제조 공정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사명을 글래스돔(Glassdome)이라 지었다.

시장에 제조 공정을 수직 통합하는 솔루션이 없었습니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수집, 가공, 분석 단계가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진행되고 있더군요. 많은 현장에서 데이터 획득은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데이터 품질도 좋지 않았어요. 이 모든 문제를 한 곳에서 해결해 줄 토탈 솔루션이 필요하다 생각해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지붕(dome) 아래 공정의 모든 단계를 통합한다는 의미로 사명을 글래스돔으로 지었습니다.

– 김대웅 글래스돔 대표

그렇게 김대웅 대표는 2019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래스돔을 창업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글래스돔은 이듬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잠재고객인 제조 기업들이 팬데믹 시기 동안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글래스돔에게 기회의 시간이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 고객과의 만남이 어려워진 팬데믹 시기 김 대표는 한국으로 넘어와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초기 제품과 서비스의 윤곽이 나오자, 그는 투자 유치에 나섰다. 벤처 투자자들은 막연한 아이디어 수준의 창업 아이템보다는 실물이 있는 아이템을 선호했기에 그는 투자 유치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글래스돔의 창업 아이템은 하드웨어 기기 ‘글래스돔 게이트웨이(Glassdome Gateway)’와 제조 공정 운영 최적화 솔루션이었다. 글래스돔 게이트웨이는 제조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기로, 호환성이 뛰어나 공정 현장 대부분의 기계로부터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Exhibit 3). 또한 별도의 배선 작업 없이 무선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획득하여, 클라우드 및 온프렘(on-prem)6) 서버로 저장할 수 있다.

제조 공정 운영 최적화 솔루션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제품이다(Exhibit 4). 기업들은 이를 통해 공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해당 제품과 솔루션을 내세워 글래스돔은 기업 고객을 찾아 나섰다. 코로나 시기 국내에 머물던 김대웅 대표는 우선 국내 제조 기업을 접촉하고 고객으로 확보했다(Exhibit 5).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던 식품, 제약, 제지, 생활용품 등 여러 기업들이 글래스돔 솔루션에 관심을 보이고 구매를 진행했다. 모두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 공정 효율화를 원하는 국내 제조 기업들이었다.

글래스돔에서 글래스돔코리아까지 

글래스돔 솔루션을 이용한 국내 제조 고객사들은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한국 시장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글래스돔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 김대웅 대표는 한국과 미국 오피스를 모두 관리했지만, 지구 반대편의 시장을 함께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 한국 시장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국내 제조 시장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시장 크기는 작았다.

마침 이 시기에 글래스돔의 주요 투자사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Primer Sazze Partners) 이기하 대표가 당시 국내 중공업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던 함진기 실장을 추천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글로벌 탄소 규제가 조선 분야로 옮겨오며 10여 년 전부터 규제가 심화되었습니다. 글로벌 규제가 어떻게 자국 이익 보호에 활용되는지,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했을 때 어떠한 성과가 창출되는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죠. 글래스돔만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제조 기업들과 만나며 느낀 탄소 기반의 디지털전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7)

HD현대 글로벌 R&D 센터, 에너지 부문 연구실장을 역임한 함진기 대표는 다년간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 대응, 전략 및 로드맵을 수립하며 선박 에너지 효율화 및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선뿐만 아니라 제조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탄소배출량 통합 관리가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기후 산업에 주목했다. 환경 및 기후는 규제로 둘러싸인 산업이다. 뒤집어 보면 규제가 조금만 완화되면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의미였다. 심각한 기후 위기 속에 각국 정부는 기후 산업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발맞추어 시장은 친환경 기업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었다. 대기업에 재직하면서 에너지 효율화, 온실가스, 탄소가스 절감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대응 정책 수립을 경험했던 그에게 기후 산업은 틀림없는 기회로 보였다.

그는 김대웅 대표에게 기후 산업의 잠재성을 설명하고 제품 탄소발자국 관련 솔루션을 제안했다. 탄소발자국 관리 솔루션은 글래스돔 기존 제품인 제조 공정 운영 최적화 솔루션과 궁합이 좋았다. 제조 공정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탄소중립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래스돔만의 확장성과 차별화를 고민하던 차에 EU의 환경규제 동향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제조 기업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8)와 글로벌 솔루션의 한계점을 리서치하며 아이디어를 얻었죠. 글래스돔의 기존 기술 위에 탄소배출 관리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더 많은 고객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확인하고, 이를 선진화된 기술력으로 극복함과 동시에, 고객사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솔루션에 반영하고자 노력했기에 짧은 기간 내에 완성도 있는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

 

탄소발자국 측정에 머뭇거리는 국내 중소기업 

국내 중소기업의 입장도 대기업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망 내 하청사인 그들은 원청사인 대기업들로부터 탄소발자국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만, 대응할 가용 인력과 재무적 자원이 부족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겨우 수작업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있지만, 수집 데이터 양은 부족하고 질은 부실하다.

중소기업들이 탄소발자국 데이터 공유에 머뭇거리는 또 다른 이유는 기밀정보 유출이다. 공급망 내 협력 중소기업들은 공정 관련 데이터를 원청사와 공유하기를 꺼린다. 탄소 배출 데이터에는 공정과 관련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일부는 기업 운영의 핵심이자 비밀 정보이다. 그들이 정보 공유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공급망 내 하청사들이 원청사들과 탄소배출량을 공유해도 여전히 문제점은 있다. 데이터의 진위 여부와 신뢰도 문제이다. 현재 수기로 작성한 탄소배출 관련 데이터는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입증하는 공증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기후 관련 공시 의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공시 의무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지만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9)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국제 사회를 외면한다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적 불이익을 받고 한국 정부는 무책임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과 국제 사회 모두 기업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콘셉트 

장표를 빠르게 다 넘겨본 A사 직원은 함진기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무엇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A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글래스돔이 갖고 있다고 믿는 함 대표는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글래스돔 솔루션은 A사 자체의 탄소배출량 산정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 탄소배출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A사 관계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했다. EU는 제품 제조 공정 단위로 탄소배출량을 수집할 것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보통 제조 산업은 단일 공급망 위에 수백 개의 기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탄소발자국을 모두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정중한 그의 질문은 글로벌 수준의 탄소발자국 측정 과제를 과연 소규모 스타트업이 수행할 수 있을지 묻고 있었다.

함 대표는 준비해 간 장표에 포함된 그림을 돌려 그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Exhibit 6).

“하드웨어 기기를 이용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할 수 있습니다. 수집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정 효율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도 함께 운영하고 있고요. 해당 기기와 솔루션을 A사의 공정 환경에 맞게 변경하고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면 됩니다.”

“유수의 글로벌 대기업들도 탄소발자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래스돔코리아가 가진 기술적 우위가 궁금하네요.”

많은 이들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기업과 같은 시장을 두고 직접 경쟁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지고 시장에서 다른 기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함진기 대표는 이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글래스돔과 같은 스타트업이 가진 것을 거대 기업들이 가진 인적자원과 자본력에 비할 수 없지요. 시장에서 그들과 저희는 전문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할 것입니다. 당연히 기대 역할도 다르고요. 예를 들어 기후 산업 선진국인 유럽의 대기업들은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기업 간 연동하고 관리하는 부분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공정에서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정별 탄소 감축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부분은 관여하지 못합니다. 제조 현장마다 공정이 다르니까요. 이런 부분은 저희같이 유연성과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이 더 뛰어납니다.”

A사 관계자는 기울어진 자세를 바로 고치고 고개를 조금씩 끄덕였다. 함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원청사인 대기업과 공급망에 위치한 중소기업 협력사 모두 제품 탄소발자국 규제에 전반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내부 ESG팀이 담당하고 있는데요. 제조 공정 현장에서 필요한 요구를 즉각 반영하는 것부터 규제에 대응할 능력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모두 관할 부서가 달라서 ESG팀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탄소발자국에 대한 개념조차 희미하고요. 측정 의무를 모르는 분들이 십중팔구입니다. 당연히 담당 인력도 없고요. 하지만 저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갖추고 규제 전문 인력까지 모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해당 이슈를 다룰 수 있습니다. 즉 원청사, 협력사 중 어떤 조직과도 협력이 가능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글래스돔이 현장에서 측정하고 계산한 탄소발자국 정보를 어떻게 믿고 신뢰할 수 있나요?”

함진기 대표가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희가 수집한 공정 데이터와 저희 LCA 솔루션으로 산정된 탄소발자국 정보가 무조건 맞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글래스돔은 국제 공인 인증 기관인 로이드인증원으로부터 국제표준 ISO 1406710)을 획득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해당 검증은 제품 탄소발자국 계산법과 보고 방식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고 해당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주어지는 권위 있는 국제적 인증입니다. 단일 솔루션에서 탄소발자국을 측정부터 인증까지 가능해진 것인데요. 이것이 바로 글래스돔의 차별점입니다(Exhibit 7).”

“솔루션 제공 방식은 어떻게 제공되나요?”

“매달 일정 이용료를 내는 월간 구독 방식입니다. 즉, ESG팀 또는 IT팀이 없는 기업도 안정적으로 글래스돔의 솔루션을 사용 및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월 이용료에는 글로벌 탄소 규제 및 원청사의 요구사항에 맞추어 솔루션이 업데이트되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 글래스돔 고객사는 지속 가능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테이블 건너편의 관계자가 잠시 생각에 잠기며 오고 가는 대화에 잠시 공백이 생겼다.

 

탄소배출량 감축은 이제 nice to have에서 must have로 

국제 사회가 탄소발자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제조 기업들은 변화하는 탄소중립 기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탄소중립에 직면한 기업들이 겪고 있는 페인 포인트는 명확한데 제조업 산업 내부는 이해관계로 얽혀 자체 시스템으로 풀어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산업 외부에서 접근하여 해결해야 했는데 글래스돔이 보유한 기술과 가치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

함 대표는 글래스돔이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살펴보았다(Exhibit 8). 그리고 많은 제조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장 실수요를 확인하고 싶었던 함 대표는 2023년 초 국내 금속 원자재, 자동차, 배터리, 전기전자 제조 기업들을 잇따라 찾아갔다. 공급망 내 원청사와 하청사는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탄소배출량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탄소 규제의 발원지인 유럽에서도 동일한 니즈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짐작은 옳았다. 이제 탄소배출량 감축은 시장 내 모든 활동집단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must-have) 문제가 되었다.

 

흐려지는 말끝은 기회를 보여준다 

로이드인증원 국제 인증 획득에 대한 설명을 마친 함진기 대표는 장표를 덮고 말을 이었다.

“기업들은 탄소발자국 관련 데이터 공유로 제조 공정 기술 같은 기밀 정보가 공급망 내 다른 기업으로 유출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런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글래스돔의 역할은 각 기업에서 탄소발자국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산정된 탄소발자국 정보만 인증서와 함께 공급망 내 다른 기업으로 공유합니다. 즉, 공급망 내 원청사 및 하청사 어느 쪽과도 이해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글래스돔코리아는 그들의 지위와 역할이 제조 산업과 관계없음을 강조했다. 같은 공급망에서 활동하는 제조 기업들은 탄소발자국 측정 데이터에 다른 중요 기업 정보들이 함께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A사 관계자 한 명이 추가로 질문을 던지며 말끝을 흐렸다.

“좋은 제안이지만 글래스돔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 텐데요….”

긴 미팅에서 드디어 비용이 새로운 주제로 등장했다. 이는 곧 비용 문제가 해결되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였다. 대기업에 오래 몸담았던 함진기 대표는 기업 조직의 투자의사결정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비용 절감은 기업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흔한 이유이다. 그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글래스돔이 제안하는 솔루션 이용 가격은 기업 고객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ESG팀 또는 IT팀이 없는 기업에서도 1명, 1년 인건비 수준보다 적은 비용으로 솔루션 사용이 가능하도록 경쟁력 있는 가격구조를 설계했습니다. 또한 글래스돔 솔루션은 앞서 말씀드린 국제표준인증 ISO 14067을 받은 만큼, 제품별 탄소발자국 수치에 대한 제3자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 및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품별 탄소발자국 인증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실사를 위해서는 최소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듭니다. 글래스돔이 인증기관으로부터 ISO 검증을 받은 만큼 저희 기술이 적용된 공장은 여러 검증 단계를 현장실사 전에 온라인으로 빠르게 해결하면서, 실사 비용을 최대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A사 관계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추가 질문이 있는지 확인하는 눈치였다.

 

협업의 시작 

함진기 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에 익숙한 전화번호가 보였다. 지난 미팅에서 만난 A사 관계자였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늦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내부적으로 논의 시간을 거치느라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희는 글래스돔코리아와 함께 해보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내일 저희 사무실에서 방문해 세부 사항을 매듭짓고 싶은데요. 가능하실까요?”

한 달 남짓 시간이 흘러 받은 연락이었다. 여러 책임자들이 관여하는 기업 내 의사결정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A사의 다급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희도 함께 잘해보고 싶습니다. 지난번 미팅을 진행했던 사무실로 찾아뵈면 될까요?”

함 대표의 대답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주석]

1. Proof of Concept의 약어로 우리말로는 ‘개념 검증’이라고 번역한다.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이나 개념을 도입하기 전 이를 검증하기 위한 과정을 의미하며, 스타트업과 기업의 초기 단계 협업에서 자주 차용되는 용어이다. 현장에서는 ‘개념 검증’보다는 PoC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이에 본 사례에서도 PoC를 사용한다.

2. 지구 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수정안이다.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위해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 부속 의정서를 채택한 것을 말한다. ‘교토기후협약’이라고도 한다. (출처: 기획재정부)

3.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목표 하에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기후행동에 참여하며, 5년 주기 이행점검을 통해 점차 노력을 강화하는 규정이다. 이로써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상황을 반영하여 참여하는 보편적인 체제가 마련되었다. 파리협정은 모든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선진국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여타 국가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출처: 외교부)

4. 모건 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MSCI)은 2022년 ESG트렌드 보고서에서 이를 새로운 아마존 효과(the new amazon effect)로 소개했다.

5. 김민정(2019.05.07.). “실내 공기 측정기 개발사 ‘어웨어’, 1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유치”, 플래텀, https://platum.kr/archives/tag/%EC%96%B4%EC%9B%A8%EC%96%B4

6. 온프렘은 온프레미스(on-premises)를 간단히 줄인 표현으로, 클라우드와 대비하여 기업 또는 단체가 자체적으로 서버, 네트워킹 장비, 스토리지 등의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7.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본사인 글래스돔, 한국 서울에는 글래스돔코리아가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 글래스돔유럽법인도 설립했다. 창업자인 김대웅 대표는 글래스돔의 수장이고, 함진기 대표는 글래스돔코리아의 수장이다. 동시에 함진기 대표는 글래스돔 글로벌 사업 총괄(global business officer)도 맡고 있다.

8. 고객이 경험하는 문제나 불편함을 가리킨다.

9. 본 사례가 작성되는 2024년 하반기 기준이다.

10. ISO 14067은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정량화하고 보고하는 원칙과 지침을 규정한 국제표준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개발하였다.

11. source: https://www.siemens.com/global/en/company/sustainabiliity/product-carbon-footprint.html.https://www.sap.com/products/scm/sustainbility-ffotprint-management/html, www.sphere.com

12. Siemens PLC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자동 취합, 그 외 데이터에 대한 자료 없음

13. SAP Hana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자동 취합, 그 외 데이터에 대한 자료 없음

14.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말하는 API는 고객사들의 탄소발자국 데이터를 글래스돔에 전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인용 집필진 편집)

 

[참고 문헌]

김민정(2019.05.07.). “실내 공기 측정기 개발사 ‘어웨어’, 1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유치”, 플래텀, https://platum.kr/archives/tag/%EC%96%B4%EC%9B%A8%EC%96%B4

더보기

집필진

최화준

최화준

최화준은 AER지식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주요 연구 대상은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이다. 다국적 기업과 스타트업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기술경영학협동과정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 · 포춘코리아에서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계와 영문학을 좋아하며 생각의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ttachments
목록으로
사례
펼치기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