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의 최선단에 선 리코 – 서비스 혁신으로 폐기물을 자원화하다

기후테크 분야 기업인 리코(Reco)는 김근호 대표와 병역특례 기간 함께한 동료들이 의기투합하여 창업한, 국내 사업장 폐기물 관리 시장 선도기업이다. 국내 폐기물 시장은 순환경제 패러다임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의 영향으로 사양산업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의 변화,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업들의 환경이니셔티브 확대, 그리고 최종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같은 요인들은 리코에게 기존의 폐기물 관리 방식을 혁신하도록 도전하게 했다. 그 결과, 리코는 업박스(UpBox) 서비스를 선보이며 사업장 폐기물 시장에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다. 

2018년 겨울, 리코는 단 두 대의 쓰레기 수거차량과 두 명의 현장 매니저로 단출하게 시작했지만, 코엑스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 입찰 성공을 통해 서울 진출과 사업장 음식물 폐기물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다중집합시설(예: 코엑스, 호텔 등)의 급격한 폐기물 배출량 감소와 예정된 투자금의 지연 등으로 사업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본 사례에서는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김근호 대표와 경영진이 취한 전략적 의사결정과 리코의 눈부신 성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성공 핵심요인에는 바로 서비스 혁신(service innovation)과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현재의 시장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성공적인 서비스 혁신을 구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리코는 폐기물 관리 시장에서 고객들의 니즈와 가장 중요한 무형적 가치를 정확히 진단했고, 이를 만족시키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통해 개발했다. 본 사례는 리코가 폐기물 시장에서 일으킨 서비스 혁신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전략적 접근방식을 중심으로, 기후테크 기업들에게 서비스 혁신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Q1. 리코의 김근호 대표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패러다임 변화를 직접 목격하며 폐기물 관리 분야에서의 창업 기회를 발견했다. 순환경제를 촉진할 비즈니스 환경(정책 및 규제, 기술, 사회 트렌드 등) 및 소비자 행동의 변화에 대해 분석한 다음, 리코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순환우위에 대해 논의하시오.

Q2. 리코는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는 미래에 적합한 폐기물 서비스 회사로 명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리코의 경영진이라면 지금 잘 하고 있는 음식물 폐기물 수거 및 운반에 주로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쓰레기 유형들과 다른 지역을 포용하여 실제로 종합 폐기물 관리 서비스 회사가 될 것인가? 각 대안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본인이 생각하는 최적의 성장전략을 선정하고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시오.

Q3. 리코는 사업장 음식물 쓰레기 수거 및 운반 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B2B 서비스 특성상 모든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핵심질문 1에서 파악한 리코의 순환우위를 기반으로 리코의 핵심역량을 도출하시오. 그런 다음 다양한 사업장(예: 호텔, 공공기관, 복합상가, 제조공장, 물류센터 등)의 요구사항을 정리한 뒤, 각 사업장별 맞춤형 폐기물 관리 서비스 혁신 방안을 제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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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이어준 인연

2019년 정초, 삼성역 근처 선술집. 김근호 대표는 밖에서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훈련소 동기를 만나러 왔다. 이내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형 오랜만이야,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는 산업기능요원 훈련소 동기였던 손열호였다. 그는 훈련소 생활 당시 내무반 바로 옆자리였고, 둘 다 훈련병들 중에서도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이면서 관심사가 겹치기도 해서 4주 동안 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훈련소 기간 이후에도 병특 과정, 그 후에는 각각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도 분기에 한 번씩은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손열호는 대학 재학 중에 SW마에스트로1) 과정 1기 최종 30인에 선발되는 등 착실하게 개발자로서 실력을 쌓고, 통신, 소프트웨어, 게임회사 등을 거쳐 당시 카카오 자회사였던 그라운드 X에서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이날은 김근호 대표가 몇 달 전 창업한 리코의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조언도 얻고, 오랜만에 만나서 식사와 술도 마실 겸 둘의 만남이 이뤄졌다. 

“형, 예산2)은 살 만해? 

“뭐, 나쁘지 않아. 그건 그렇고 외국 나가는 건 잘 준비되고 있어?”

손열호는 제1기 SW마에스트로 과정 부상으로 주어졌던 실리콘밸리 및 구글 본사 견학을 통해 해외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구글 입사 프로세스가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홍콩에서 진행되던 다른 회사 채용 프로세스도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우리 회사는 어때? 너만 도와주면 진짜 잘될 것 같은데. 올해 꼭 서울 진출할 거야.” 

김근호 대표가 반 농담으로 회사 입사를 넌지시 권유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몇 번째 삼고초려 중이었다. 손열호는 제안이 고마우면서도,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하다 좋았던 지인 사이가 망가지는 사례를 여럿 봤기에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이번 사업모델은 망할 것 같지 않았다. 어렵기는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서비스여서였다. 

“형 믿고 한번 해 볼게요. 잘 부탁해요.” 

김근호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그는 헤어지고 나서 삼성역으로 걸어가던 중 음식점 밖에 나와 있는 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통들을 바라봤다. 

“저 쓰레기통은 누가 수거해갈까? 업체 로고가 없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지하철에 올랐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김근호 대표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주식 옵션 트레이더로서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에서 경력을 쌓고 있었다. 그가 졸업한 2007년만 하더라도 금융업은 호황이던 탓에 경기가 좋았고,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이 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그는 인생에서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특히 많은 금융회사들이 파산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2010년,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병역 문제를 위해 귀국을 결정했다. 국내 투자회사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잠시 근무하다, IT 보안 솔루션 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첫 번째 병역특례 일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마트TV 그래픽 엔진 개발 및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이직해서 병역특례를 마무리했다. 병역이 끝나고 나서도 해당 기업에서 임원 제의를 받아 이사로 합류해 사업 총괄 및 해외 세일즈를 담당했다. 하지만 구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기술이 따라 잡히자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마지막 1년은 월급도 받지 않으면서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2016년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창업의 어려움을 몸소 느꼈다.

김근호 대표는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 일을 하는 동안 순환경제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발견했다. 글로벌 기후위기와 환경재앙을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필수조건이 되면서, 기후변화 적응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는 특히 자원이 제품화를 거쳐 소비자에 의해 이용된 후 폐기되는 가치사슬의 마지막 사이클에 있는 폐기물 산업에서 큰 기회와 그 중요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인생 최초의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폐기물 산업 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수거 시장이야말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음식물 폐기물 시장에서 시작한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접점(customer touch point)을 만들 수 있어서였습니다. 사람들이 모인 데에서는 늘 음식물이 나오고, 특히 청결하면서 안정적인 수거의 중요도가 높은 폐기물 중 하나입니다. 폐지나 플라스틱과 같은 재활용 폐기물은 쌓여도 보관이 용이한 편인데, 음식물은 여름에 하루, 이틀 수거가 안 되면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나기 때문에 제때 수거하고 뒤처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폐기물 처리를 통해 차별화된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는 고객경험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음식물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관점에서도 일상생활에 가장 깊이 침투해 있는 서비스 브랜드가 바로 폐기물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도 버렸고, 오늘도 버리고, 내일도 버릴 예정인….

– 김근호 리코 대표이사

 

순환경제 패러다임과 폐기물 관리 시장

우리의 현재 생활 수준을 지탱하는 산업 모델은 대부분 자원을 취하고, 상품을 만들며, 폐기하는 방식인 선형경제(linear economy)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선형경제 모델은 ‘채취(take)-제조(make)-폐기(dispose)’의 단방향 구조를 가지고 있다. 1880년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는 탄소 중심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예를 들어, 소비가 끝난 상품은 최종적으로 쓰레기로 소각되거나 매립지에 버려진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폐기물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처리해주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폐기물은 약 13억 톤을 넘어서며, 2025년까지는 20억 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The World Bank, 2012)(Exhibit 1).

한국의 폐기물 관리 시장은 연간 약 25조 원 규모로, 매일 50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폐기물 관리 시장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시장은 두 개의 주요 영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일반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다루는 부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장폐기물 부문이다. 이 중 B2B 영역의 사업장폐기물 시장은 약 17.8조 원 규모로, 하루 약 45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는 사업장일반폐기물(8조 원, 하루 21.5만 톤), 건설폐기물(7.2조 원, 하루 22만 톤), 지정폐기물(2.6조 원, 하루 1.6만 톤)로 구성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영역인 생활폐기물 시장은 7.2조 원으로, 여기서는 하루 4.6만 톤의 폐기물이 처리된다(Exhibit 2). 현재 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Exhibit 3). 또한 폐기물 관련 법률은 갈수록 그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Exhibit 4).

사람들의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이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배송 과정에 필요한 종이 택배상자, 제품 패키지를 구성하는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배출량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폐기물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1인당 하루 평균 폐기물 배출량 또한 2013년 0.94kg 수준에서 2019년 1.09kg로 꾸준히 증가했다.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저감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서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더 많은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특히, 2019년부터 중국이 자국으로 수입되던 재활용 쓰레기를 거부하면서 폐기물 처리비용은 대략 2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기준 명목 재활용 비율은 86.5%로 비교적 높지만, 순수하게 이루어지는 실질 재활용률은 22.7%로 추정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크게 3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영세하고 파편화된 시장이다. 2022년 한국환경공단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 폐기물 수집 및 운반 업체는 전국에 약 6,238개 정도인데, 대부분의 업체는 평균 직원 수 7.7명 이내의 매우 영세하고 파편화된 구조이다. 둘째, 열악하고 노후한 산업이다. 근로시간도 매우 길 뿐만 아니라 근로자 평균 연령 또한 부동산, 광업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 그래서 폐기물 수거의 경우 대부분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거되고 처리되며, 폐기물 관리를 위한 정확한 배출량 및 수거량 측정은 요원한 실정이다. 셋째, 규제로 인해 폐기물 처리 정보의 접근성이 낮다. 늘어나는 불법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2020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면서 폐기물 관리(수거, 운반, 및 처리) 책임을 배출자에게도 두는 법이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별적 모니터링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영세한 규모의 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행정처리에 필요한 서류 또한 배출자의 몫으로 남겨져 폐기물 처리는 사업자의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는 성가신 일이었다(Exhibit 5).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폐기물 관리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순환경제 모델은 자원의 최대 활용을 목표로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선형경제 모델이 ‘채취-제조-폐기’의 단방향 구조인 반면, 순환경제는 제품의 수명이 다한 후에도 그 가치를 재활용하고 재창출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제로 웨이스트(폐기물 제로)3)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설을 통해 모든 폐기물을 자원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P&G와 GM과 같은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폐기물 제로 기반 시설을 운영하며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품 수명을 연장하여 기존의 제품을 수리, 업그레이드, 재제조, 재사용 등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되도록 길게 가져갈 수 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재생 소재와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하는 제품 철학을 바탕으로 많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이러한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원자재로 재활용되거나 화학적 재활용(예: 열분해, 해중합, 가스화)을 통해 에너지원으로 전환된다.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7.4%의 성장이 예상되며, 열분해유 생산과 같은 화학적 재활용 분야는 연평균 1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즉, 순환경제에서 폐기물은 ‘가치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더 나아가 재생가능한 에너지와 자원으로의 전환을 기반으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게 한다(Exhibit 6).

2020년 환경부가 자원순환 대전환 정책을 발표한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순환경제를 선도하고자 ‘수거-처분-재활용’의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강화하며 혁신적인 처리 및 재활용 기술을 가진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순환경제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폐기물 발생지 책임원칙’이 적용되어 폐기물 배출자, 운반자, 처리자가 모두 정부 규제를 받게 되었다. 이는 소각과 매립의 난이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폐기물 자원화를 가속화시켰고, 궁극적으로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15년부터 글로벌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들이 에너지 절약, 재사용, 재활용 기술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하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역시 환경부의 순환경제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규제를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2021년 이후로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은 환경이니셔티브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재활용을 포함한 주요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를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포함시켰습니다. 지속가능한 투자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이 시기 대기업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부문도 비상장회사에 대한 임팩트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 임성훈 D3쥬빌리파트너스 제너럴 파트너

 

서울 진출과 코로나19

수거 차량 2대와 현장 매니저 2명 그리고 손열호 CTO (Chief Technology Officer)가 조인하면서 리코4)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팀이 구성되자 김근호 대표와 손열호 CTO는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한 회의를 거듭했다. 한편 저녁에는 직접 수거 현장에 뛰어들면서 몸으로도 폐기물 수거 및 관리 업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사업장 음식물 폐기물 수거 운반업은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과 현장 기사들의 연륜으로 이루어져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 당시 폐기물 수거 업계는 엑셀 하나로 일하는 산업이었어요. 현장 기사님이 고객을 방문한 뒤 얼마만큼 수거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가장 기본이에요. 예를 들어, 엑셀에 고객들을 나눠서 A 기사님, B 기사님, C 기사님이 매일 가야 할 곳을 1행부터 100행까지 쭉 이름을 써놓고 한 달치를 출력해서 드리면, 현장 기사님은 매일 방문한 곳에서 수거한 만큼 체크한 뒤 사무실에 제출하고 퇴근하시는 구조였어요. 그러면 사무실에서 그걸 매일같이 정리하고, 한 달치를 합산해서 거래명세서를 만들어 프린트하고 고객에게는 우편봉투에 넣어서 발송했어요. 

– 손열호 리코 CTO

손 CTO가 합류한 뒤 그가 좀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백오피스 생산성 툴을 틈틈이 만들고 있었다면, 김 대표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MARU180 공유 오피스와 예산 본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서울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가운데 코엑스에서 음식물 폐기물 수거 업체 용역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짜 우연히 공고를 발견했어요. 2019년 공개 입찰한다는 소식을 듣고 살펴봤더니, 이미 한번 유찰되고 재공고 입찰이었어요. 부랴부랴 현장설명회를 다녀왔어요. 가보니까 이미 경험이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틀 만에 입찰등록을 마무리했고 바로 다음 날 전자입찰이 있었어요. 낙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단 크게 수익을 남기지 않고 회사를 알릴 수 있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더 중요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김근호 리코 대표이사

덜컥 코엑스 음식물 수거 용역에 낙찰이 되고 2주 만에 수거일을 시작해야 했다. 팀을 꾸리고 차도 추가로 확보해서 본격적으로 서울에 올라와 코엑스 수거를 시작했다. 막상 코엑스 수거 업무를 시작하니, 고객의 니즈도 다르고 수거 절차도 예산에서와는 많이 달랐다. 결국 손 CTO는 코엑스 버전 툴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다.

손 CTO는 그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두 버전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초창기 버전은 UX/UI 및 색상 모두 투박했다. 고령의 현장 매니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초창기에는 빨갛게, 노랗게, 큰 글씨로 시인성을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고객사가 조금씩 늘면서 UX/UI를 다듬기 위해 외부 디자이너를 고용해 수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5) 유레카 파크존의 한국기업 부스로 참가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UX/UI 업그레이드는 물론 영어 버전 업데이트도 급하게 진행했다. CES에서 받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김근호 대표와 구성원들은 본인들이 가는 방향이 옳다고 확신했다. 

한국에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한국에서도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리코가 준비하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한국은 유럽처럼 강제적인 락다운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집합시설의 이용률이 뚝 끊겼다. 하루 10톤가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던 코엑스의 폐기물 배출량이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예식장 같은 리코의 핵심 고객사들도 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 망할 뻔했어요. 특히나 코엑스는 밀폐된 공간이라 사람이 아예 없었어요. 입찰 당시 수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가격을 써냈는데 배출량이 하루 1톤에 못 미쳐 재정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았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시리즈 A 투자도 약 6개월가량 지연됐습니다. 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6) 프로그램이랑 환경부 에코 스타트업 지원 사업 선정이 안 됐으면 직원들 월급도 못 줬을 것 같습니다. 

– 김근호 리코 대표이사

 

새로운 플랫폼, 업박스(UpBox) 서비스 런칭

김근호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강제로 생긴 여유를 생산성 있게 쓰고자 했다. 코엑스 이외의 고객사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와 사업 운영이 갈수록 중요해졌다. 예전부터 기존의 백오피스 툴이 아닌 폐기물 수거 및 관리 전반의 프로세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열호야, 우리 이거 해보자.”

“형, 이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알잖아. 우리 겨우 개발자 하나, 디자이너 하나가 전부라 힘들 것 같은데….” 

정확한 서비스 기획 없이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직감했던 손열호 CTO가 손사레를 쳤지만, 어렴풋이 방향성은 맞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는 생각은 들었다. 결국 낮에는 사무실에서 개발업무를, 저녁에는 현장 수거일에 동참하면서 얽힌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기로 목표를 잡고 시작했다. 

새로운 플랫폼에는 통합된 폐기물 관리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다양한 기능들을 연결시켜야 했다. 무엇보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에 있어서 그동안 비합리적으로 일어나던 관행들과 배출자와 운반자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잘 긁어주는 서비스여야 했다. 리코 팀이 발견한 개선이 필요한 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배출자(예: 급식시설, 복합시설, 호텔 등)는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 만큼 정량에 따라 수거 업체에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기존 수거 업체의 경우 정확한 측정 없이 눈대중으로 대충 측정해 실제 수거량과 배출량의 차이가 존재했다. 둘째,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수기(간이영수증)로만 기록되어, 배출자가 지난 이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기존의 서비스는 단순 수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작은 업장의 경우 용기 세척까지 하기는 힘들었다. 또한 개별 업장마다 업무환경이 달라 주변 환경 관리가 힘들었다. 넷째, 기존의 서비스는 배출자가 폐기물이 안정적으로 수거되어 처리까지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를 가지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폐기물 수거 업체의 경우 정해진 수거시간을 제외하고는 긴급하게 추가 수거가 필요한 경우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즉 고객의 추가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고객관리가 어려웠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통합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리코 팀이 머리를 맞댔다. B2B 서비스의 특성상 고객사 사업소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폐기물 ‘수집-운반-관리(처리)-순환’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밸류체인을 추적하고 포인트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수적이었다(Exhibit 7). 즉, 폐기물 수집에서 처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했다. 이참에 고객사의 목소리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음식물 쓰레기 양을 정확하게 계측해서, 잔반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고 싶어요.” (기업형 급식시설 영양사)

“폐기물 처리비가 많이 나와서 걱정이에요.” (마트 운영팀 매니저) 

“저희 쇼핑몰에 입주한 120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확하게 배출량을 측정해 행정신고하고 싶어요.” (쇼핑몰 담당자)

“혼합 배출되는 물류 폐기물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재활용하고 싶어요.” (물류센터 담당자)

김근호 대표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으로서 사업장 음식물 폐기물이 배출되는 환경에 대한 실사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업장 실사를 통해 해당 현장의 폐기물 배출 상황을 정밀하게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월평균 배출량, 배출위치, 그리고 처리비용을 파악해 배출 환경의 특성을 이해한다. 이를 토대로, 각 사업장에 맞춤형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배출장의 조성, 수거주기 설정, 배출환경 관리, 비용절감 방안 등을 포함해서 맞춤형 폐기물 관리 서비스의 기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코는 수거하는 폐기물의 순도를 높여 폐자원으로서 상품성을 개선시키고, 사업장 폐기물 배출시설을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수거 및 운반의 과학화이다. 기존 폐기물 수거 업체의 서비스는 단순히 폐기물을 A라는 장소에서 B로 옮기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리코는 배출된 폐기물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한 후, GPS 및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용수거차량을 통해 운송하는 ‘폐기물 물류 서비스’를 생각했다. 투명하고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사업장별 배출량 측정과 운영 최적화를 위한 매뉴얼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자체 제작한 전용 쓰레기 용기를 사용해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서비스 이용자에게 시각화 자료를 제공하여 신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수거 시 용기를 세척해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남지 않도록 위생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손열호 CTO는 더 나아가 모든 데이터 포인트를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폐기물 관리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전용 소프트웨어(웹 및 앱)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실시간으로 폐기물 배출량, 비용, 환경 영향(온실가스 저감, 물 절약, 에너지 회수) 등을 모니터링하고, 무엇보다도 고객사가 준비해야 하는 행정 작업(예: 올바로 시스템7))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또한 고객 관리, 물류 관리, 중앙 데이터 관리를 통합해 자동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 작업요청 기능을 추가하여 예상하지 못한 배출수요를 맞추려고 했다.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맞춤 서비스였다. 그리고 고객사뿐만 아니라 현장 매니저들이 폐기물 수거 및 운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대폭 높였다(Exhibit 8)

‘어떻게 하면 WM8)처럼 브랜딩 할 수 있을까…’

‘맞아, 시카고에서는 집집마다 WM 수거통을 집 앞에 내놨었지.’

김근호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면서도 브랜딩 요소를 수없이 고민했다. 특히, B2B (Business to Business) 사업의 경우 브랜드이미지나 브랜드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제품이 아닌 서비스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며 커뮤니케이션하기 힘들다. 때문에 소비자가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는 실체적인 단서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코는 HDPE9) 소재를 활용해 5L 단위의 눈금이 있는 전용 쓰레기 용기를 자체 제작했다. 이를 통해, 쓰레기 배출량의 측정을 정교화시키고 실제 현장 수거 사진을 업로드하여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이외에도 폐기물 수거자의 근무복을 디자인해 현장 매니저들을 영세하고 노후한 산업 종사자에서 폐기물 관리 서비스 전문가로 인식시키는 동시에 회사 소속감을 증진시켰다. 

리코는 회사명과 서비스 브랜드를 따로 해 고객들이 외우기 쉽게 ‘업박스(UpBox)10)’라고 브랜드화시켰다. 또한 서비스의 무형성(intangibility)을 낮추기 위해서 서비스 과정을 소비자들이 관찰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안전함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업박스 로고 디자인을 쓰레기 수거통과 전용수거트럭에 선보임으로써 유형의 근거(tangible cue)를 제시했다. 이는 리코가 대중과 고객사에게 업박스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시키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구매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마케팅 수단이었다. 업박스 서비스 브랜딩 이후 채용된 현장 매니저 연령도 낮아졌다(Exhibit 9).

업박스 서비스 론칭은 성공적이었고, 혁신적이었다. 리코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시장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출시했다. 배출자, 운반자, 처리자, 백오피스 모두의 업무 강도를 낮춰줄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고객들의 폐기물 관련 업무시간은 80% 이상 줄었고, 비용 또한 이전 대비 15% 이상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리코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사들이 업계 동료들에게 입소문으로 추천하기 시작했다. 신규 고객의 약 15%가 기존 충성고객의 추천(referral)을 통해 리코를 찾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박람회나 검색광고 등을 통해서도 리코의 획기적인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시리즈A 투자에 대한 VC (Venture Capital, 벤처캐피탈)와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시리즈A 투자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고객의 목소리입니다. 투자자들은 특히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품이 시장과 초기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세심하게 분석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문점들을 해소하고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입니다. 리코의 경우, 용산 서울드래곤시티 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전에 본 적 없는 폐기물 관리 서비스라며 극찬에 가까운 피드백을 받았던 것이 투자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 임성훈 D3쥬빌리파트너스 제너럴 파트너

 

고객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고민들

리코는 코엑스 음식물 쓰레기 수거 회사로 시작해, 2년 반 만에 각종 사업장을 대상으로 음식물 폐기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폐기물 관리 서비스 회사로 발전했다.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Software as a Service, SaaS)과 물류 최적화를 결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를 늘려갔다.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위기도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매출을 늘려갔다. 리코는 “디지털화되어가는 미래에 적합한 폐기물 관리 서비스 회사”로 명성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리코는 수거한 음식물 폐기물의 약 99%를 재활용했으며, 남은 1%는 소각을 통해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수거한 폐기물을 모두 자원화하여 순환경제를 실현시키고 있었다. 고객사였던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 및 식품공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집하여 퇴비로 만들고 이를 다시 GS리테일 제휴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특히 업박스를 통해 재활용한 자원, 물 절약, 탄소저감과 같은 환경 임팩트 지표도 면밀하게 측정 가능해지면서 ESG에 관심이 높은 다른 대기업들(신세계푸드, 아워홈, CJ푸드빌, 한화호텔&리조트 등)의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곧 그들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Exhibit 10).  

서울의 특급호텔, 기업형 급식시설, 식품공장, 복합상가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코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폐기물 관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객이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업박스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한 고객들은 리코와의 계속된 파트너십을 선호하게 되었다.11) 이후 많은 고객사들로부터 음식물 쓰레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폐기물(예: 폐플라스틱, 폐지, 폐합성수지, 일반쓰레기 등)들을 수거할 수 없는지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업장들도 업박스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지 문의가 쇄도했다. 

국내 폐기물 시장은 폐기물 처분을 담당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에서 폐기물 재활용을 담당하는 업스트림(upstream) 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넘어가고 있다. 또한 순환경제 모델을 채택하며 폐기물 재활용 시장(예: 고형연료화시설, 바이오가스화시설, 폐배터리재활용시설)에 진출한 대기업(예: SK에코플랜트, IS동서, LG화학, SK지오센트릭)과의 협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재활용 프로세스 초기 단계에서 폐기물 수거·운반 및 처리 사업 확장과 규모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규모의 고품질 중간가공폐기물12)을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리코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대기업이 폐기물 수거·운반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말부터 그 이듬해 초까지 8곳이 넘는 폐기물 업체를 인수했다. 리코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이는 리코가 패스트스케일링을 넘어 블리츠스케일링13)을 통해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성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정의와 분류체계가 보다 정교화되면서, 국내외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이는 기업들이 ESG 성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에 따라 폐기물 재생이용 비율 및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측정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해졌다. 더욱이 기업의 ESG 활동 평가 강화는 물론 그린워싱14)에 대한 정부 및 시장의 규제와 소비자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코가 전통적인 폐기물 수거 업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업무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ESG 경영과 환경이니셔티브 수요가 있는 규모 있는 고객사들에게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6개월 넘게 지연되던 시리즈A 투자금도 마침내 들어왔다. 문제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였다. 이는 리코의 본격적인 성장과 스케일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의미했다. 개인적인 관계로 구성된 초기 팀원들만으로는 늘어나는 업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회사 내외부에 걸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김근호 대표는 깨닫게 되었다. 시리즈 A 투자금 유치라는 기쁜 소식을 축하할 틈도 없이, 당장 4월에 투자자 간담회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15)들은 벌써 시리즈B 라운드에서의 흥행을 저울질하며 더 전략적인 시장접근을 요구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애가 타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핵심인재 영입을 추진했다. 2019년 말부터 영입하려고 했던 김형건 COO (Chief Operating Officer)가 2021년 8월에 리코에 조인하기로 했다. 김형건 COO(당시 네이버 전략팀)는 김 대표와 같은 병역특례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병역 이후에도 종종 만나던 사이였다. 김 COO의 소개로 휴맥스모빌리티에 재직 중이던 전광일 CBO (Chief Business Officer)를 먼저 영입했다. 둘은 메쉬코리아(현재: 부릉)에서 이미 스케일업을 경험했었다. 이외에도 마케팅팀 신채경 팀장, 재무팀 곽상민 팀장, 사업개발팀 이지훈 팀장도 그해 리코에 차례로 합류했다. 김 대표는 신규 핵심인력 영입을 통해 종합적인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자원화를 관리하기 위한 물류 프로세스 고도화와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리코가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핵심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 KSF)이 있습니다. 첫 번째, 폐기물 수집의 볼륨화와 규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두 번째, 리코만의 안정적이고 높은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세 번째, 폐기물 수거 및 운반 과정에서 청결을 유지하여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맞춤형 고객응대를 통해 B2B 고객 서비스를 개선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 김형건 리코 COO

회사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경쟁에서 모방을 막기 위해, 김근호 대표는 다음 단계를 정의해야 했다. (1) 지금 잘 하고 있는 음식물 폐기물 수거 및 운반에 주로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2) 다른 전통적인 폐기물 업체들의 영역인 다른 사업장 폐기물 종류도 포용하여 실제로 종합 폐기물 관리 서비스 회사가 될 것인가? 리코의 음식물 수거 서비스는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리코는 아직 음식물 쓰레기 수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음식물 폐기물 시장에 집중한다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종합 폐기물 관리 서비스 회사가 된다는 것은 리코가 그들의 혁신적 서비스를 다른 지역과 다른 유형의 폐기물에 활용하고 최종 고객들에게 더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은 업박스 서비스의 일관된 운영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지자체별로 새로운 인허가를 받거나 혹은 기존 소규모 폐기물 사업체 인수·합병(롤업 전략16))을 통해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하는 자금적인 부담이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폐기물은 종류별로 허가를 획득해야 하고, 종류별로 차량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시리즈A 투자금만으로 리코가 구상하는 혁신적인 시장창출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김 대표에게 있어 중대한 결정이었으며, 리코의 혁신적인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직원과 고객사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리코 팀원들과 고객사 모두 다음을 계획하기 위해 곧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


APPENDIX


[주석]

1. SW마에스트로 과정은 창의도전형 SW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지원 사업이다. (출처: www.swmaestro.org/)

2. 충청남도 예산군을 말한다. 리코의 본사 등록지이다.

3.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2000년대 초부터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모든 폐기물을 재사용, 재활용, 재생산하여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 없이 순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에는 환경보호 단체가 주도한 사회운동에서, 2001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제로 웨이스트 캘리포니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다.

4. 리코의 영문 업체명은 Reco이며, 이는 영어의 resource와 connector의 합성어다. 자원을 연결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5. CES는 매년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 전시회로, 그중에 ‘유레카 파크존’은 전 세계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회사들이 모이는 곳이다.

6. TIPS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집중 육성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네이버지식백과)

7. 올바로 시스템은 폐기물 (1) 배출자, (2) 운반자, (3) 처리자 모두가 의무적으로 신고 서류를 등록해야 하는 정부시스템이다. 일반 폐기물을 배출·운반·처리하는 자는 다음의 4가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1) 전자 인계서: 폐기물 인계·인수 시 작성, (2) 대장 관리: 폐기물 발생·배출·처리상황 등을 기록, (3) 인허가시스템: 폐기물 처리 계획서 등 인·허가 업무 처리, (4) 실적 보고: 1년간 총 발생량 및 처리실적 신고.

8. WM (Waste Management)은 텍사스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제1의 폐기물 처리 회사이다.

9.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 Density Polyethylene, HDPE)은 오염되지 않고 독성이 없으며 뛰어난 내후성 특성이 있어 대표적인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다.

10. 업박스(UpBox)는 업박스 서비스 브랜드 네이밍은 “업사이클링 + 박스”의 줄임말로 수거박스에 담긴 모든 폐기물은 자원화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11. 리코의 업박스 서비스 이탈률(churn rate)은 약 2%로,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계 최저 수준이다.

12. 중간가공폐기물은 재활용 방법에 따라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 것으로 정의된다(예: 바이오중유를 제조하기 위한 음식쓰레기 정제결과물, 시멘트를 제조하기 위한 고화처리물, 고형연료를 제조하기 위한 폐합성수지 압축물).

13.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은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이 제안한 개념이다. 전면적이고 공격적인 성장 프로그램을 말하며,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효율성보다는 속도를 우선하여 빠른 스케일업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14. 그린워싱(green + white washing)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이롭지 않은 자사 제품을 환경에 이로운 것처럼 홍보하여 이익을 얻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15. 앵커 투자자는 피투자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하거나, 스타트업의 투자 활동에서 주도하는 투자 집단. 스타트업의 투자유치금액이 커지면 대개 복수의 투자사가 함께 투자한다. 이때 주도하는 투자사를 앵커 혹은 앵커 투자사로 지칭한다.

16. 롤업(roll-up) 전략은 산업 내 영세 및 소규모 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이다.

[참고 문헌]

Ellen MacArthur Foundation(2012). Towards the circular economy Vol. 1: An economic and business rationale for an accelerated transition.

Gheewala, S. H. & Silalertruksa, T. (2021). Life Cycle Thinking in a Circular Economy. In: Liu, L. & Ramakrishna, S. (2021). An Introduction to Circular Economy. Springers.

Hoffman, R. & Yeh, C. (2018). BLITZSCALING: The Lightning-Fast Path to Building Massively Valuable Companies. The Crown Publishing Group.

The World Bank. (2012). What a waste. A Global review of solid waste management. Urban development series knowledge p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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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윤원주

윤원주

윤원주는 한국외대 경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신제품혁신전략> <마케팅사이언스> <마케팅전략> 분야의 전문가이다. 관심 연구 결과들은 Journal of Marketing, Marketing Letter 등 국제학술지에 출간되었다. 또한 기업가정신 및 고객가치경영과 관련된 강연을 하며,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벤처창업연구, 기업가정신연구 등 국내 유명 학술지에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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