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어떻게 일본에 진출했는가? – 힐링페이퍼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성공 여부는 현지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가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하드웨어 제품에 비해 소프트웨어, 그 중에서도 특정 사업 분야의 모바일 플랫폼인 경우 현지 문화나 사업 구조를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과도한 현지화를 할 경우 기존 플랫폼이 가진 강점이 희석되거나 제품 역량이 분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플랫폼의 핵심 역량을 유지하면서 현지 시장의 수요를 적절히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남언니는 미용의료라는 상당히 제한적인 범위를 다루는 플랫폼이다. 한국에서 플랫폼 출시 2년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고 현재는 미용의료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일본에 진출한 강남언니는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언니 플랫폼은 일본 진출 과정에서 한국 시장 경험을 통해 획득한 핵심 역량을 그대로 녹여내면서도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잘 파악하여 현지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본 티칭노트의 핵심 질문은 강남언니 플랫폼의 핵심 역량을 파악해보고 이를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에 대하여 논의하는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자들이 강남언니 플랫폼 사례를 통해 해외 현지화 전략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길 기대한다.


Q1. 사례에 제시된 정보를 기반으로 강남언니가 한국 시장에서 확보한 핵심 역량들이 어떠한 상호작용(네트워크 효과)을 통해 플랫폼으로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지 설명하시오.

Q2. 사례에서 제시된 한국 시장과 일본 시장의 차이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남언니가 기존에 확보한 핵심 역량을 어떻게 현지화하는 것이 좋을지 기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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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어떻게 일본에 진출했는가?

소비자도, 의사도 즐겨 찾는 국내 1위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의사 출신 창업가인 홍승일 대표가 의과대학 동기인 박기범 부대표와 함께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홍승일 대표는 힐링페이퍼 창업 전 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 커뮤니티인 ‘메드와이드’와 의·치전원 입시 교재 출판사인 ‘와이드북스’ 를 창업했던 경험이 있었다.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자신 있게 첫 아이템인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만성질환자가 식단, 운동, 투약 정보를 기록하면 의사가 이를 참고하여 질환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창업 후 2년간 전혀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명확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가 의사나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 체계하에서 서비스의 비용지불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1). 이에 힐링페이퍼는 2015년 사업 아이템을 피벗하여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새롭게 출시하였고 이후 2년 만인 2017년 1월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강남언니는 2018년 말 100만 명, 2020년 말 25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대표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Exhibit 1).

 

 

국내 미용의료 분야는 국가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시장으로 정확한 시장 규모 산출이 어렵다.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가 수집하는 통계자료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해당 자료에 근거하면 한국의 미용의료 시술 및 수술 건수는 2015년 기준 115만여 건으로 미국(404만여 건), 브라질(232만여 건)에 이어 전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 2016). 미국과 브라질의 인구와 한국의 인구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1인당 미용의료 시술 및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강남언니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미용의료 시장에서 성형수술 후기, 비용 및 의료진 평가까지 미용의료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강남언니 플랫폼은 미용의료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에서 수요를 찾았다.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미용의료 관련 정보를 찾아볼 만한 곳이 거의 없어 정보의 불균형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공개된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 일일이 병원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거나 지인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할인 이벤트나 자극적인 광고를 근거로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서비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강남언니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Exhibit 2).

 

 

미용의료 관련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솔직한 후기를 올려줘야 하고 병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강남언니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후기 작성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시술을 완료한 소비자만 병원 평가를 작성할 수 있고 영수증 인증제, 시술 전후 사진 업로드, 시술 비용 및 시술 받을 의사를 공개함으로써 양질의 후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검색 알고리즘 기반으로 불법 브로커를 모니터링하고 적극 차단하여 실제 소비자 후기만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까다로운 후기 작성 요건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후기 작성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의 후기가 다른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남언니에는 2021년 4월 기준 누적 40만 건이 넘는 시술 후기 및 평점이 등록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후기를 충분히 검토한 후 병원 및 시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강남언니에는 국내 미용의료 병원 중 약 3분의 1가량이 입점해 있고 의사면허 인증제를 통해 약 1천여 명의 의사들이 등록되어 있다. 플랫폼 초기에는 병원을 섭외하는 것이 힘들어 의사인 홍승일 대표와 박기범 부대표가 직접 병원장들을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랫폼 내 사용자가 늘어나고 양질의 후기가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마케팅 목적으로 플랫폼에 진입하는 병원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 세대의 수요와 맞물려 많은 병원들이 시술 가격표 및 수술실 CCTV 보유 여부 등을 공개하면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졌다. 실제 방문 소비자의 모니터링을 통해 ‘실제 가격과 같았어요’와 같은 인증 배지를 부여하여 정확한 정보를 공개한 병원을 자연스럽게 노출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Exhibit 3).

 

 

강남언니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강남언니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 고객이자 후기를 생성하는 공급자의 역할도 한다.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후기가 많아져 더 많은 소비자가 유입되고 더 많은 후기가 등록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병원 입장에서는 미용의료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들이 강남언니 플랫폼에 몰려 있어 여기에서 효율적으로 광고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더욱 정확하게 제공할수록 더 많은 고객 후기가 쌓여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플랫폼 매출로 연결된다.

강남언니의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내 사용자들에게 의료광고를 노출시키고 병원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병원을 추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의료기관 유인알선행위로 의료법 제27조 3항에 의거하여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플랫폼 내 후기를 통해 사용자 트래픽을 모으고 병원들이 플랫폼 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용의료 서비스는 정보 불균형이 심합니다. 어떤 병원에서, 어떤 기기로, 어떤 시술을 하는지, 어떤 의사가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지, 시술별 가격은 어떤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 문제를 풀면 사용자를 모을 수 있고, 사용자가 모이면 병원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강남언니는 플랫폼 런칭 초기부터 규제 관련 이슈를 민감하게 다뤄왔다. 하지만 모바일 기반 플랫폼의 파급력이 크다 보니 규제 및 직역단체와의 갈등 이슈는 힐링페이퍼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의료법 제27조 3항을 준수하기 위해 광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의사 직역단체가 해당 서비스를 두고 넓은 의미의 유인알선행위라며 위법성을 지적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으로 모바일 광고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의료광고의 경우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사전심의하는 형태로 자율규제하고 있다. 사전심의 대상은 신문, 정기간행물, 옥외광고물 등의 광고로 모바일 플랫폼상의 광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강남언니 등 모바일 플랫폼이 늘어나는 가운데 모바일 광고도 사전심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언니는 이러한 규제 및 직역단체와의 갈등 상황에서 적극적인 소통과 기민한 대응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강남언니는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성형외과 의료광고 제작 가이드’를 직접 만들어 미용의료 병원에서 규제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의료광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의료광고 검수봇을 개발해 플랫폼상에서 효과적으로 광고를 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 플랫폼의 성공과 함께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흑자 전환, 2019년 85억여 원의 매출 달성, 2019년 45억 원, 2020년 18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일본판 강남언니를 만들어봅시다

강남언니가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하던 2019년 중반, 구글 애널리틱스 대시보드상에서 국가별 접속 데이터를 보고 있던 홍승일 대표는 국외 접속 트래픽 순위가 본인의 예상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국내 미용성형 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수요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대시보드상에 1위 국가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던 것이다. 실제 입점 병원의 상담 실장들에게 문의를 해보니 일본인 고객들이 강남언니 플랫폼 내 후기의 스크린 샷을 들고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홍승일 대표는 플랫폼에 일본인 사용자가 많다는 점이 다소 의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남언니는 한국어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강남언니의 앱 화면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올린 사용자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인 사용자들이 해당 커뮤니티의 번역된 화면을 참고해 플랫폼에 가입하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왔던 것이다.

때마침 일본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가 홍승일 대표를 만나러 서울까지 찾아왔다. 그는 일본 내 강남언니 인지도 등의 데이터를 직접 조사하여 가져왔다. 일본 내에서 강남언니와 같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실제로 창업하여 제품을 개발하던 중, 강남언니와 함께 일본 진출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찾아오게 된 것이다. 내수 비즈니스를 위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내수 시장 성장의 한계를 마주한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내수 시장에서 더 이상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운 경우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여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수 시장 대비 해외 시장이 생산 또는 판매 관점에서의 우위가 명확한 경우이다. 내수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경우 생산 단가가 더 싼 해외 시장에서 생산하거나 판매가가 높은 해외 시장에 판매하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경우다.

앞선 두 관점을 고려하면 홍승일 대표 입장에서 해외 진출이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좋고 2017년 이후 흑자 경영을 유지하며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미용의료 시장에서 외국인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홍승일 대표의 마음 한편에는 항상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 현재 확보한 재무적 건전성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미리 투자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입장벽을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진출, 가능성이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홍승일 대표는 우선 회사 내에서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검토할 책임자를 찾기 시작했다. 힐링페이퍼는 기업문화 관점에서 경영진이 중요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 회사 내 인재들이 각자가 희망하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책임지고 검토하여 우선순위를 조율해 나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더 선호했다. 그래서 일본 진출 프로젝트도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를 책임지고 검토할 담당자를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회사 경영진 차원에서 전략상 일본 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강남언니의 일본 진출을 자신의 담당 프로젝트로서 면밀히 검토해보고 이후 실행까지 책임질 의지가 있는 담당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당시 데이터 직군으로 채용되었던 임현근 현 해외사업총괄이 일본 진출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시장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임현근 총괄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과 익스피디아에서 근무하다가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춘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 힐링페이퍼에 합류하게 되었다. 대학과 대학원 유학을 일본에서 했던 경험이 있어 일본어가 유창하고 일본 문화에 익숙할뿐더러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로 지원하게 되었다.

임현근 총괄을 필두로 일본 진출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생각했던 홍승일 대표와 임현근 총괄은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 출장에서는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병원 원장들을 소개받아 인터뷰를 했다. 사용자들도 지인으로부터 추천받거나 트위터 계정에 강남언니를 언급한 사용자에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미용의료 플랫폼은 규제 산업에 속해 있기에, 재일교포 로펌을 찾아가 법률 자문도 받아보았다. 이후로도 일본에 몇 차례 방문하여 다양한 사용자, 병원 관계자, 산업 전문가들을 만나며 시장분석을 진행하였고 일본 진출에 대하여 점차 확신을 갖게 되었다.

“현지에서 시장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일본 진출에 대한 확신이 드는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2019년 당시 일본의 상황이 강남언니를 운영하며 2~3년 전 겪어본 한국의 미용의료 시장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였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MZ 세대의 미용의료에 대한 수요는 점차 커지는데 아직 모바일 플랫폼이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노하우를 잘 현지화하면 사업이 빠르게 궤도에 오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점차 들었습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홍승일 대표 입장에서 2~3년 전 한국의 미용의료 시장의 모습과 당시 일본 시장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매우 유사했다. 우선 30~40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기존 일본의 미용의료 시장에서 20대가 새로운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지만 현지 인터뷰 내용과 일본 1위 성형외과인 쇼난미용외과의 2016년 보고서에서 공개된 자료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 사용이 익숙한 20대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Exhibit 4).

 

 

20대 인구집단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하며, 다른 소비자의 후기를 상당히 신뢰하고 여기에 의존하는 편이다. 이러한 인구역학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 내에서는 모바일 기반의 후기 플랫폼 시장이 매우 작은 규모로 형성되어 있었다. 강남언니 입장에서는 2~3년 전 한국에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과 일본의 미용의료 시장은 어떻게 다를까?

2019년 당시 임현근 총괄은 현지 조사와 더불어 일본 시장에 대한 외부 환경 요인도 분석하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의 미용의료 시장 규모를 산정해보았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비급여 위주로 구성된 시장이다 보니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려웠다. 우선 일본 후생노동성 의료기관 조사 공식 보고자료를 근거로 일본 내 활동 중인 미용의료 분야 의사 숫자를 파악했다. 의사 숫자에, 병원 인터뷰를 통해 수합한 의사 1인당 발생 매출 규모를 곱하니 일본 미용의료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0조 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되었다. 세계 3위의 미용의료 시장을 보유한 한국과 규모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언니의 매출과 좀 더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 규모 및 구성은 병원 인터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10~30%를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정보를 근거로,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 규모를 연간 약 1~3조 원으로 추산할 수 있었다.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의 구성은 TV 및 옥외 광고가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마케팅 대행사를 통한 온라인 광고가 일부 시장을 점유한 가운데, 모바일 플랫폼이 차지한 점유율은 1% 미만으로 파악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고 TV 광고가 불가능한 한국 시장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었다.

규제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규제는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일본의 의료법과 한국의 의료법은 법적인 뼈대가 유사하고 취지도 비슷하여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 세부적인 규제 항목으로 들어가보면 한국이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규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를 지향하는 방식이었고, 한국과 규제의 구도는 비슷하지만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의료기관 유인알선행위가 일본 내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이 되어 있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다.

“법률검토를 받아 보니 한국에 비하면 일본은 규제가 다소 느슨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타 플랫폼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규제 당국의 개입이 늘어나다보니 규제가 세분화되고 강화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겪은 어려움을 덜 겪을 수 있다면 더 빠른 성장 속도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특히 의료기관 유인알선행위가 일부 허용된다는 측면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임현근 힐링페이퍼 해외사업총괄

외부 환경 요인을 종합해보면,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 규모는 한국과 유사한 정도로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으나 마케팅 매체 구성에서 큰 차이가 존재했다. 서비스 이용 인구 구성은 국내와 유사하게 20대의 미용의료 이용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모바일 플랫폼의 점유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환경 요인으로 볼 수 있었다. 규제 측면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강도가 약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시장 진출의 SWOT을 낱낱이 살펴보자

강남언니 플랫폼의 핵심 역량과, 일본 진출 시 경쟁 환경에 대하여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Exhibit 5).

 

 

일본 시장에서 강남언니가 보유한 첫 번째 강점은 한국어 플랫폼에 이미 다수의 일본 사용자가 유입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일본 내에서 미용의료 관련 정보를 찾다가 만족하지 못하고 강남언니까지 찾아온 사용자로서 미용의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사용자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생성하는 정량적 데이터나 인터뷰를 통해 얻는 정성적 데이터는 일본 진출 시 현지화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강점은 국내에서 확보한 풍부한 후기 데이터였다. 일본인 사용자가 강남언니로 유입된 이유도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후기 정보였다. 예를 들어 일본 내 후기는 시술을 받은 부위의 전후 사진을 매우 제한적으로 보여준다면, 한국 내 후기는 시술 받은 부위 주변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여줘서 전반적인 얼굴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 한국과 일본의 시술이나 수술의 종류가 크게 다르진 않아 한국 후기도 일본 시장에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특히 국내에서 양질의 후기를 모을 수 있는 노하우가 많아 일본 내에서 새로운 후기를 빠르게 모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에 반해 첫 번째 약점은 일본 내 타 경쟁 플랫폼 대비 적은 진료 후기였다. 한국 시장에서 강남언니의 경쟁 우위는 플랫폼에 등록된 수많은 후기에 있는데, 강남언니 자체적으로도 이 후기를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이 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후발 주자로서 선두 주자들이 일본 내에서 이미 확보한 후기의 양을 따라잡는 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인 사용자들의 특성상 한국 사용자들에 비해 성형 시술이나 수술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다는 점도 후기 확보의 장애 요인이었다.

둘째로 강남언니라는 플랫폼 이름이 한국에서만큼 직관적이고 기억에 남는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였다. 이미 한국 강남언니 플랫폼으로 유입된 일본 사용자가 많아 기존 플랫폼 명칭을 유지하는 편이 여전히 유리하긴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만큼 플랫폼명의 영향력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반면 일본 시장 진출로 인해 강남언니가 얻게 될 첫 번째 기회는 일본에서 국내 미용의료 시장으로 유입되는 크로스보더 시장과 일본 현지 미용의료 시장 양쪽을 포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에도 강남언니 한국어 플랫폼을 통해 국내 미용의료 병원을 방문하던 수요가 있던 상황에서, 일본어 플랫폼을 정식 런칭하게 되면 해당 수요를 더욱 직접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동일 플랫폼으로 일본 내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두 번째 기회는 일본 진출 경험을 기반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임현근 총괄이 처음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검토도 동시에 진행했었다. 일본인 사용자가 해외 사용자 중 가장 많았고 크로스보더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높은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 현지화 경험을 잘 쌓고 나면 크로스보더 시장이 중심인 중국과 미용의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진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일본 시장 진출의 첫 번째 위협으로는 미용의료 마케팅 구성 중 모바일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일본 소비자들이 신흥 매체인 모바일 플랫폼에 비해 신문, TV와 같은 기존 매체의 신뢰도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병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대규모 매체 광고를 통해 접한 거대 프랜차이즈 병원들을 선호한다는 점도 함께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 시장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현지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비해야 하는 요소였다.

두 번째 위협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규제 환경이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3년간 미용의료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했다. 그 후 규제 당국과의 여러 마찰과 조율 과정을 거쳐 현재의 규제가 안착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아직 모바일 플랫폼의 점유율이 낮은 관계로 규제가 느슨하지만, 향후 조여질 가능성이 있어 미래에 닥쳐올 가능성이 있는 위협으로 고려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강남언니는 적극적 성향의 일본인 사용자들이 플랫폼 내 다수 확보돼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일본인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한국 시장에서 확보한 양질의 후기 형성 노하우를 통해 빠른 시간에 일본 내 후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통해 경쟁 플랫폼의 후기 숫자를 따라잡고 인지도를 높여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로스보더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플랫폼을 현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으로의 확장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한 시험 무대로 일본 진출을 활용하기 위해 현지화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점유율을 높이는 관점에서는 바로 TV 광고나 옥외 광고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유사한 속성의 온라인 마케팅 점유율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규제 부분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당국의 대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규제 사항을 참고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5대 프랜차이즈 병원을 모두 입점시키다

홍승일 대표와 임현근 총괄은 일본 시장에 대한 분석과 경쟁 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기반으로 일본 내 2위 플랫폼 사업자인 ‘루코모’를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후발 주자로 일본 시장에 플랫폼을 런칭하는 입장에서 부족한 일본 내 후기는 가장 큰 약점이자 진입장벽이었다. 이때 경쟁사 플랫폼을 인수할 경우 경쟁사의 수를 줄이고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강남언니 입장에서는 후기를 확보한다는 측면이 훨씬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통해 양질의 후기에 대한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총 인수가를 루코모가 보유한 전체 후기 숫자로 나누어 후기당 획득 비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빠른 양질의 후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경쟁사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후기를 확보하는 것에 비하면 중요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또한 한국에서의 사업을 통해 플랫폼에 등록하는 입점 병원을 많이 확보하고, 이들이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드는 것이 후기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의 경우 소규모 개별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 대규모 프랜차이즈 병원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히려 상위권 프랜차이즈 병원을 입점시킬 경우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다수의 입점 병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일본 현지 영업팀에서는 이 점에 착안하여 초기부터 대규모 프랜차이즈 병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MZ 세대의 수요를 기반으로 이들을 설득하여 빠른 시간 안에 상위 5위권 프랜차이즈 병원을 모두 입점시킬 수 있었다.

“일본 상위권 프랜차이즈 병원들은 20대 소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드 신뢰도나 매체 광고를 통해 플랫폼을 인지하고 이용하던 30~40대 소비자와는 달리 같은 MZ 세대들의 후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됐죠. 강남언니가 MZ 세대를 대상으로 한국에서 이룬 성과를 보여주자 신규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병원들은 선뜻 입점 의사를 밝혔습니다.”


– 임현근 힐링페이퍼 해외사업총괄

 

200%의 성장률, 남은 한계는?

강남언니는 한국어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현지 소비자 및 병원의 수요를 잘 파악하여 일본 진출 이후 빠른 속도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일본 진출 4개월 만에 350여 곳의 병원이 등록되어 일본 시장 내에서 가장 많은 병원이 입점된 플랫폼이 되었다. 2021년 4월 기준, 누적 25만 명의 일본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4만 5천 건의 후기와 시술 사진 17만 장을 확보했다. 2021년 3월에는 일본 병원 대상으로 상담신청 기능을 오픈했으며, 매년 평균 2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Exhibit 6).

 

 

강남언니가 일본에서 단기간에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규제 및 직역단체와의 갈등 이슈는 강남언니가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하게 넘어야 할 장벽이다. 우선 모바일 플랫폼상의 의료광고 규제가 강화될 경우 사업의 확장 속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도 대한의사협회 쪽에서 강남언니 플랫폼 광고를 의료광고 사전심의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이로 인해 광고 제작 및 배포의 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아직 일본에서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 규모가 작아 해당 규제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유사한 규제가 형성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상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의사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고 직역단체와의 갈등 구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 규모에 대한 부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강남언니에 따르면 일본 내 미용의료 마케팅 분야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옥외 광고, TV 광고, 온라인 광고 등 기존에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광고 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전체 인구 중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66%로서 한국의 95%에 비해 여전히 매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Pew Research Center, 2019). 여전히 기존 매체의 광고 효과가 뛰어난 상황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병원 광고를 더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문헌]

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 (2016). ISAPS 2015 global statistics., International Society of Aesthetic Plastic Surgery URL: http://www.isaps.org/wp-content/uploads/2017/10/2016-ISAPS-Results-1.pdf

Pew Research Center. (2019). Spring 2018 Global Attitudes Survey., Pew Research Center URL: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19/02/05/smartphone-ownership-isgrowing-rapidly-around-the-world-but-not-always-eq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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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영인

김영인

김영인은 Noom의 메디컬 디렉터이자, 눔코리아의 대표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후 Noom에 입사했다. 의사이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업 개발, 투자 유치, 지사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딴짓하는 의사" 중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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