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소프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젊은 CEO인 이봉학 대표가 설립한 식용 곤충 사육 스마트팜 개발 기업이다. 곤충은 다른 가축에 비하여 성장 기간이 매우 짧고 섭취하는 사료의 양도 적다. 또한 곤충은 몸의 90% 정도를 가공하여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의 40%만 섭취할 수 있는 소 등의 가축에 비하여 효율적인 단백질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가축에 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이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달소프트는 이러한 식용 곤충 사육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IoT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하여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국내를 넘어 베트남, 덴마크, 미국 등 유수의 해외 국가로 영역을 확대하며 세계 무대를 노크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반달소프트도 창업 이후 오직 순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곤충의 사료 및 사육 환경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서 집단 폐사라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한 사업의 방향성에 관련된 깊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차근히 해결해 나가며 성장해 나갔다. 나아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사육 프로세스에 접목하여 스마트팜의 혁신적인 개선을 이루어 냈다.
Q1.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다양한 주요 기술을 탐색해 보고 이들이 기업의 생산 및 운영 효율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살펴보시오. 반달소프트는 이러한 기술을 스마트팜의 사육 프로세스 개선에 어떻게 활용하였는지 분석하시오.
Q2. 반달소프트는 쌍별귀뚜라미 사육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한 끝에 표준화된 사육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이들이 구축한 사육 프로세스를 프로세스 처리 능력(process capacity), 작업자에 대한 업무 할당(work assignment)의 관점으로 분석한 후 최적의 프로세스 구축 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시오.
Q3. 반달소프트는 투자 유치 단계에서 식용 곤충 생산에 집중하는 방안과 스마트팜에 집중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정성적, 정량적 의사결정 분석을 시행하시오.
(정성적 분석) 우선, 시장의 성숙도, 규모, 난이도, 발전 가능성, 투자 비용 등 의사결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탐색하고 이들에 대한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상황을 상, 중, 하로 평가하시오.
(정량적 분석) 이후,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을 진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나열하고 이에 따른 성과 및 비용을 분석하시오. 불확실한 사건이 있는 경우 발생 확률 또한 유추하시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나무를 구축하여 최적의 대안을 탐구하시오.
Q4. 반달소프트는 식용 곤충이라는 미래 식량을 제시하였다. 가능한 식용 곤충 산업의 영역은 무엇이며 이 중 반달소프트가 진입한 시장은 무엇인지 분석하시오. 향후 반달소프트의 발전 방안과 관련하여 논의하시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청년, 미래 식량에 운명을 걸다
여기는 인천공항, 한 청년이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번이 벌써 올해 몇 번째 베트남행인가. 조금 있으면 인터넷 연결이 끊기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이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 와중에도 새로운 이메일이 속속 도착한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더 이상 메시지들이 그를 괴롭히지 않는다. 다행히 미세먼지 없이 청명한 인천의 하늘을 통과하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의 머릿속에는 창업 이래의 여정, 그리고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이 떠오른다.
이 청년은 반달소프트의 이봉학 대표였다. 반달소프트는 이봉학 대표가 2018년도에 창업한 식용 곤충 사육 스마트팜 기업으로 창업 이래 5년간 쉬지 않고 변화하며 성장해왔다. 멋모르던 학창 시절에 우연한 계기로 창업한 이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오던 것이 이제는 해외 시장을 노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는 K디자인어워드, 대한민국창의발명대전 금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며 여러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형적인 성공한 청년 기업가의 길을 순탄하게 밟고 있었다.
학창 시절 동안 여러 활동을 하며 다양한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했었는데 기아에 대한 문제,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과는 비교가 안 되는 많은 불편함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이봉학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23건의 특허를 취득한 발명가 기질을 가진 학생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휘해 여러 차례 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는 대학의 전공도 주저 없이 컴퓨터공학으로 결정한다. 대학에서 배우던 프로그래밍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으며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다른 전공과목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타 다른 컴퓨터공학 전공자 학생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유수의 IT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동기들과 달리 그는 주변의 자연과 사회를 둘러보는 낭만적인 청년이었다. 평소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문제, 전 지구적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학생의 신분으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인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글로벌 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를 해외 봉사활동으로 이끌었고 그중 아프리카 봉사활동에서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2만 톤에 이를 정도로 우리는 풍족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그는 컴퓨터공학 이외에 경영학이나 창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 학기 수강하던 경영학 수업은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였다. 공학 분야에서 학습하던 기술적인 이론을 경영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사례에 접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이름도 생소한 식용 곤충이라는 분야를 선택한 계기는 바로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버지께서 현업에서 은퇴 후 두 번째 인생 계획을 시작하셨고 마침 후배가 경영하는 곤충 사육 농장에 합류하시게 된 것이다. 평소에도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이봉학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식용 곤충 산업이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장래성이 유망한 산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식용 곤충이 그가 아프리카에서 목격했던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항상 걱정하던 지구온난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솔루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공부한 컴퓨터공학 지식을 곤충의 사육 과정에 접목한다면 무엇인가 큰일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학 시절 이미 3번의 창업으로 실패를 맛보았다. 4번째 창업인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한 그는 마침내 반달소프트를 설립했다(Exhibit 1).
대학교 때 저는 남들보다 감성이 더 풍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 자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달소프트의 반달은 하늘에 있는 달, 절반 모양의 달을 의미합니다. 또 그 당시에 제가 딘이라는 가수의 ‘D’라는 노래를 좋아하였는데 그 노래를 듣고 반달이 연상되었습니다. 그래서 감성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어 반달소프트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식량,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솔루션 ‘곤충’
곤충은 인류의 역사 초기부터 거의 모든 민족이 섭취했던 주된 식량 공급원 중 하나이다. UN 산하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곤충을 섭취하는 인구는 20억 명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러 종류의 곤충을 섭취하고 있다(류정표, 2017).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메뚜기를 튀겨 먹었으며, 오늘날에도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조리한 소위 ‘번데기’라고 불리는 간식은 길거리 음식과 술안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식량 생산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닭, 돼지, 소 등의 가축을 효율적으로 사육하여 섭취할 수 있게 되었고, 곤충 섭취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편견 때문에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곤충은 매우 희소한 먹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식용 곤충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인류가 오늘날 겪고 있는 기아 등의 식량 문제, 탄소 배출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식용 곤충은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종류의 식용 곤충이 단백질을 80% 이상 함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지방, 칼슘, 철분,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분을 보유하고 있다. 식용 곤충 중 하나인 밀웜(mealworm; 갈색거저리 유충)의 경우 쇠고기에 버금가는 미네랄과 쇠고기보다도 더 많은 양의 비타민을, 돼지고기보다 많은 단백질과 충분한 필수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다. 또, 지방 중 75%가 불포화 지방산이며 다양한 무기질까지 포함하고 있다(FOODICON, 2018). 이러한 밀웜은 환자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환자들에게 밀웜을 섭취하게 한 결과 단백질 섭취율이 20% 개선되는 결과도 확인되었다(윤병기, 2016).
식용 곤충은 사육의 효율성이 매우 높으며 경제성 또한 월등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곤충들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사육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적절한 환경만 제공하면 닭, 돼지, 소 등 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사육의 난이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개체의 무게도 작기 때문에 사육 과정에서 큰 힘이 들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이나 노인들도 사육의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권광원, 2022).곤충들의 성장에 필요한 사료의 양도 매우 적으며 그 종류도 제한적이지 않아 야채 껍질과 같은 간단한 사료만으로도 충분히 사육이 가능하다. 곤충은 동물보다 성장 주기가 짧고 번식도 기하급수적이다. 결국 동물에 비해 사육의 효율성이 매우 높으며 경제성 또한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식용 곤충은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육에 필요한 토지의 면적이 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도 된다. 곤충은 성장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암모니아의 양 또한 적다.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 중 15%가량이 가축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가축이 배출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 다른 동물에 비하여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10분의 1 정도로 매우 적다. 또, 곤충은 현존 생물 중에 가장 다양한 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수공통감염병2)에 대한 위험도 적어 공수병(광견병), 조류독감 등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안전하다.
식용 곤충은 이러한 다양한 장점 덕분에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서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0년 8월)”, “곤충의 사육 기준 시행(2016년 10월)”, “가축으로 정하는 기타 동물 개정(2019년 7월)” 등을 통하여 법적 기반을 확보하고 식용 곤충 산업을 장려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용가능한 것으로 지정된 곤충은 총 10종으로, 앞서 언급한 벼메뚜기, 누에 번데기 이외에 갈색거저리 유충, 쌍별귀뚜라미, 수벌 번데기, 풀무치 등이 있다(Exhibit 2).
쌍별귀뚜라미 사육 시작, 그리고 발생한 예상치 못한 문제들
반달소프트는 여러 가지 식용 곤충 중 다양한 장점을 가진 쌍별귀뚜라미를 우선하여 사육하기로 결정한다. 이봉학 대표의 아버지께서 처음 곤충 사육을 경험하고 노하우를 체득하신 곳도 쌍별귀뚜라미를 키우는 농장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쌍별귀뚜라미(two-spotted cricket)는 메뚜기목 귀뚜라미과 곤충이다. 아열대성 곤충으로 동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등에 분포하고 있다(경상남도농업기술원, n.d.). 귀뚜라미 중에 유일하게 식용이 가능한 종이며, 앞날개 부분에 위치한 노란색 점이 마치 별처럼 보인다고 해서 쌍별귀뚜라미라고 불린다.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쌍별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5년도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용 곤충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식품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데, 단백질 함량이 쇠고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돼지고기에 비해서는 2배 정도 많다(권대익, 2018). 건조해서 가공 후 직접 섭취할 수도 있고, 분말 가공된 것들은 쿠키, 에너지바, 파스타에 함유시켜 섭취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파충류 등 다른 반려동물의 사료로도 이용되는 등 활용성이 높다.
쌍별귀뚜라미는 사육상의 여러 가지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귀뚜라미는 메뚜기의 친척뻘 되는 곤충이지만 메뚜기와 다른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메뚜기처럼 높이 뛸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사육대에 높은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밀봉할 필요가 없다. 또, 알에서 성충까지의 기간이 약 70일 정도로 짧으며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한다면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사육이 가능하다. 공간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 부화 이후 성충이 될 때까지 같은 곳에서 사육할 수 있고, 잡식성으로 무엇이든지 잘 섭취하는 편이라 식물성, 동물성 사료, 농업부산물 사료 등 다양한 종류의 사료로 사육할 수 있다. 사육 시설로는 계란판을 이용하는데, 계란판은 요철 구조로 되어있어 귀뚜라미들이 숨어 있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그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지 않고 재활용품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결국 이봉학 대표는 고향인 대전에 사육 농장을 건설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사육 농장은 창업 초기에 계획했던 대로 사육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스마트팜 방식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한 번에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기는 불가능했기에 사육을 진행하며 스마트팜 기술도 차근차근 개발하기로 했다. 우선 조명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장치, 일정 시간마다 물을 분사하여 사육 장치 내 습도를 유지하고 귀뚜라미에게 수분을 공급하는 장치를 적용하였다.
아버지가 체득하신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 이봉학 대표의 열정에 힘입어 쌍별귀뚜라미는 무탈하게 사육된다. 초기에는 생산한 쌍별귀뚜라미들을 파충류 샵에 납품했다. 다행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었다. 반달소프트는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해 더 많은 수량을 더 많은 업체에 제공할 수 있었다. 귀뚜라미 제품은 살아있는 형태의 ‘생물’, 세척 살균하여 건조한 ‘건조물’, 건조한 제품을 분말 형태로 가공한 ‘분말’의 형태로 생산하였다(Exhibit 3). 사업 개시 3개월 만에 첫 수익을 내는 등 사육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 곧이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첫 번째 문제는 물과 관련된 것이었다. 귀뚜라미는 습도에 매우 민감한 개체였다. 따라서 일정 시간마다 물을 공급해 주어야 했는데 물이 예상치 않게 너무 많이 공급되어 귀뚜라미들이 고여 있는 물에 빠져 폐사하게 된 것이었다. 적절한 양의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즉 공급량이 많은 경우와 적은 경우 둘 다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또한 물을 공급하는 방식도 중요했다. 물방울 형태로 공급되는 경우, 고여 있는 물에 귀뚜라미가 빠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시스템 가동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물이 많이 공급되어 귀뚜라미들이 물에 빠져 폐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후 시스템 안정화를 시행하여 이런 일은 방지하였으나, 시스템이 안정화된 이후에도 온도나 습도, 먹이 관리 등을 이유로 집단 폐사하는 일도 생겼어요.
–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아무리 다른 가축에 비하여 환경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다고 할지라도, 귀뚜라미 또한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온도, 습도, 조도, 먹이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Exhibit 4). 특히 열대 지역 출신인 쌍별귀뚜라미는 연중 내내 반드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주어야 했다. 또한 적절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집단 폐사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사육 초기에는 경제적인 이유 및 수급의 용이성 때문에 버려지는 야채를 사료로 이용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야채에서 날파리 등 다른 벌레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버려지는 야채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다른 병균이 쌍별귀뚜라미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팜 기술을 구축하다
이봉학 대표는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먼저, 귀뚜라미의 성장 단계별로 사육칸을 분리하여 적절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사료를 공급하였다. 버려지는 야채 대신 비강이라는 재료와 옥수수, 어분, 비지를 함께 발효한 사료를 개발하여 공급하였다. 사료에 포함된 비지는 두부 공장에서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하여 개발했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사육 공간 또한 수평형이 아닌 수직형으로 만들어 층별로 크기나 종류에 따라 차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작업 시간을 4분의 1로 단축했고 관리 인력 또한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습득한 인공지능 기술도 십분 활용했다. 우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여 곤충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IoT (Internet of Things)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컴퓨터 시스템과 연동되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급수시스템을 개발하여 일정 시간마다 반복되는 방식이 아닌, 측정되는 습도에 따라 적절한 양의 수분을 공급할 수 있게 하였다. 폐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물방울이 고이지 않도록 물을 분무하는 방식으로 개선했으며, 실제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주변 조도를 계산하고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도 설치했다.
귀뚜라미 개체 수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육안이나 손을 이용하여 일일이 개체를 세는 것은 수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육칸마다 개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촬영된 영상은 머신러닝3)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하여 자동으로 개체 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촬영 과정에서 녹음된 음성 데이터 또한 귀뚜라미의 건강 데이터와 연동하여 학습하게 했고 결국 귀뚜라미의 소리를 통하여 이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반달소프트는 사육과 기술개발을 동시에 수행하며 차근히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 1년 6개월에 걸친 연구와 100만 마리의 쌍별귀뚜라미를 직접 사육한 경험을 통하여 결국 사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인 IoT트윈스타팜을 구축했다(Exhibit 5).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 그리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날 때는 ‘과연 사업이 옳은 길인가’하는 고민도 들었지만, 어려운 과정들을 한 단계씩 해결해 나가며 오히려 어려움을 딛고 더 높이 올라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IoT트윈스타팜이라는 제품명은 사물인터넷과 쌍별귀뚜라미 그리고 스마트팜을 결합하여 지은 이름이다. IoT를 기반으로 쌍별귀뚜라미를 자동으로 사육하는 스마트팜으로 급수, 조명, 온도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제어한다. 쌍별귀뚜라미에 최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종도 사육이 가능하다. 스마트팜 제품으로는 다양한 종의 곤충 사육에 특화된 수직형 사육 장치인 곤충 스마트사육대, 사육장 안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사육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연동된 급수, 온 · 습도 조절 장치들을 적절한 환경에 맞게 제어하는 장치인 TF-컨트롤러, 곤충을 채집하는 채집기, 채집된 곤충을 크기별로 선별하는 선별기 등이 있다. 또한 사육장의 내부 환경 제어에 필요한 장치들을 원격으로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인 반달허브도 개발하였다. 반달허브는 사물인터넷 기반 복합환경제어 장치로서 TF-컨트롤러와 연동되어 환풍기, 난방기, 냉방기, 가습기, 제습기 등의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였다.
쌍별귀뚜라미 사육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그리고 끊임없는 문제 해결과 연구개발로 완성된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반달소프트는 최적화된 쌍별귀뚜라미 사육 프로세스를 구축하였다. 그때그때 필요한 작업을 임의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인 일정에 따라 부화부터 사육 그리고 채집까지의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사육과 채집 전 성충이 된 귀뚜라미로부터 알을 받아내는 채란 공정도 추가하였다. 채집된 귀뚜라미를 가공하는 프로세스도 표준화된 방식으로 구축하였다. 사육 프로세스에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일부 과정은 인력 투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효율적인 작업 관리도 시행하였다.
쌍별귀뚜라미의 사육 프로세스는 일단 채란된 알을 부화 상자에 보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화 상자에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하면 10일 이후 알이 부화한다. 부화된 유충들은 앞으로 성충으로 자라나게 될 보금자리인 사육칸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입식이라고 한다. 입식에는 10분 정도가 소요되며 이동 선반을 거처 사육장 안의 사육칸에 유충들을 넣는 작업을 시행한다. 유충들은 사육칸 안에 배치된 후 60일 정도의 기간 동안 성장하는데, 이때 한번 사육칸에 넣어지면 다른 사육칸으로 이동되지 않고 그곳에서 쭉 성장한다(Exhibit 6). 귀뚜라미는 성장단계에 따라 7가지 령으로 구분되는데, 이에 따라 크기가 모양이 변화한다. 각 령에 따라 먹이와 물도 차등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7령이 되면 성충이 되고 사육 단계는 종료된다.
이후 성충이 낳은 알을 받아내는 과정인 채란 과정을 거친다. 숙련된 직원이 10분가량 성충과 알을 분리하고 이후 10분가량 사육칸 내부의 먹이판을 비우는 절식 과정을 거친다. 이후 채집 장치를 이용하여 성충을 채집하며 이 과정에는 6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Exhibit 7). 사육실 안에는 총 144개의 사육칸을 수용할 수 있다. IoT트윈스타팜은 이러한 사육 과정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였다. 이 같은 표준화된 방식의 프로세스 덕분에 쌍별귀뚜라미 사육은 돌발 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채집된 성충들은 가공을 거쳐 분말 형태로 제조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리빙 박스에 물을 채우고 성충들을 물에 담가 세척한다. 불순물들이 포함되면 안 되기 때문에 5차례 세척을 진행하며 총 3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세척 이후 찜기를 이용하여 100도의 온도로 30분 동안 찌는 공정을 진행한다. 이 공정을 통하여 세척된 귀뚜라미들은 완벽히 살균된다. 세척과 찜 과정에는 수분이 함유되기 때문에 분말로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건조 과정을 진행한다. 건조는 전체 가공 공정 중 가장 오랜 시간인 20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기계를 사용하여 자동으로 진행된다. 건조 과정을 거친 후에는 마지막으로 분쇄기를 통해 분말의 형태로 제조한다(Exhibit 8). 이렇게 가공된 분말은 마리당 15원의 수익을 제공한다.
위에서 설명한 일련의 과정에는 통상적으로 2명의 작업자가 참여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작업자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먹이 급여인데, 먹이는 하루에 한 번씩, 144개의 사육칸 모두에 매일 급여하며, 이 과정에는 3시간이 소요된다. 입식과 채집도 작업자가 수행하여야 할 업무인데, 작업의 능률을 위하여 입식을 하는 날과 채집하는 날을 나누어 진행한다. 채집하는 날에는 가공도 함께 시행한다.
선택과 집중, 무게중심을 스마트팜으로
반달소프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각 공정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 및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부착하여 총체적인 모니터링 및 관리를 가능하게 하였다(Exhibit 9). 그리고 이러한 관리 시스템을 하나하나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IoT 기술을 등에 업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함에 따라 곤충 사육 및 상품 생산 또한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생산된 제품 판매량도 나날이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성공적인 사육 프로세스의 구축, 인공지능 및 IoT 기반의 스마트팜 개발, 식용 곤충의 판매량 증대 등의 성과로 반달소프트는 잇따른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반달소프트의 첫 번째 투자자는 소풍벤처스4)였다. 소풍벤처스는 임팩트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로서 반달소프트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형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며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투자자는 아이엑스브이5)였다. 아이엑스브이는 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등 기술 유망기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였다. 세 번째로 글로벌임팩트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했다. 재단법인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의 자회사로, 해외시장 특히 개발도상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자였다.
저희는 투자 결정을 할 때 투자자들의 컨센서스(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달소프트의 경우 만장일치로 투자를 하게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과정에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식용 곤충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이 염려되었거든요. 하지만 첨가제로 섭취하거나 애완동물 시장에서 부가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같은 해외에서는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이 좋으니 그쪽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군다나 초기 기업의 경우 창업가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이봉학 대표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안도현 아이엑스브이 파트너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근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달소프트의 식용 곤충 스마트팜 기술이 보급된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가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네트워크와 반달소프트의 기술이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를 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 조원기 글로벌임팩트벤처스 팀장
투자자들은 식용 곤충 산업의 미래, 그리고 이봉학 대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걱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달소프트는 곤충 사육과 스마트팜 개발을 병행해 가며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곤충 사육 과정을 통하여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한 기술을 다시 적용함으로써 사육의 수준을 높이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사업의 초기에는 긍정적일 수도 있으나 사업이 확대되고 기업이 성장할 경우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식용 곤충 사육보다는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거라고 조언했다.
특정 곤충류에 대하여 사육의 품질을 높이고 폐사율을 낮출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여 보유하는 것이 향후 더 높은 가치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생산된 식용 곤충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유통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특허 취득을 통하여 특화된 스마트팜 기술을 회사의 자산으로 보유하고, 이러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하게 되면 훨씬 유리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의견을 반달소프트에 전달했습니다.
– 안도현 아이엑스브이 파트너
이러한 투자자들의 조언은 이봉학 대표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반달소프트의 식용 곤충 판매 사업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었다. 많은 노하우가 집적되어 있는 초기 사업이기도 하고 식용 곤충 판매를 통한 회사의 매출도 나날이 늘어가는 상황이었다.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 부재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식품 판매는 아직 많지 않았지만, 동물 사료로서의 매출은 높은 편이었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식용 곤충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은 것은 여전한 과제였다. 한국의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는 높아졌으나 한국인들에게 식용 곤충 섭취가 일상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파충류 등의 사료로 소비되는 귀뚜라미의 수요는 반달소프트의 생산량을 초과하고 있었으나 조만간 생산능력이 시장 규모를 넘어서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국내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식용 곤충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 장비나 기술을 수출하는 것보다 그 절차가 까다로우며 저렴한 현지의 제품과 가격 경쟁이 발생할 것이 자명했다.
한편 식용 곤충 스마트팜은 아직 미개척의 분야로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는 산업이었다. 특허 취득을 통한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면 세계 시장 진출이 유리할 것 같았다. 국내 기업인 케일6)은 밀웜을 자동으로 사육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구축하여 유럽이나 미국 등에 위치한 선도 기업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확보한 결과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가 있고(김선영, 2022), 캐나다의 식용 곤충 기업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은 반달소프트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으로 귀뚜라미를 사육하는 스마트농장을 구축하여 롯데제과로부터 약 1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이현서, 박수혁, 2022). 이들 기업은 특정 곤충 종류에 특화된 스마트팜 기술을 가지고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 결과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팜 기술 개발이 식용 곤충 판매보다 더 큰 성공을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하려면 연구소를 설립하는 과정에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며, 실패 시에는 기술 개발에 투자한 비용을 모두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곤충 제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규제 자체는 적을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여전히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둘 다 매력적인 사업이었지만 지금과 같이 두 사업을 병행하며 진행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의 발명가적 기질이 한껏 녹아있던 스마트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꾸준히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반달소프트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결국 그는 투자자들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팜에 집중하여 더 많은 리소스를 할애하기로 결심했다. 이봉학 대표의 반달소프트는 트윈스타팜이라는 기업을 자회사로 새로 설립하여 식용 곤충 사육을 전담시키기로 한다. 이후 반달소프트는 순수한 스마트팜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처음에는 투 트랙(two track)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VC(Venture Capital)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액셀러레이팅을 받는 과정에서 스마트팜이 더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식용 곤충 사육 과정에서 개발한 스마트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상품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세계 시장을 노크하다
결국 이봉학 대표는 반달소프트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큰 시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팜 사업이 성공하려면 스마트팜을 구축할 만한 식용 곤충 사업자가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성장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반달소프트의 기술력이 세계로 알려짐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끈 국가는 바로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쌍별귀뚜라미의 고향답게 식용 곤충, 특히 귀뚜라미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귀뚜라미는 우리나라의 번데기에 해당할 정도로 자국민들에게 일반적인 인식이 좋으며 심지어는 부유층이 술안주로 즐기는 고급 음식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었다(매일경제, 2006). 베트남은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 중 50%가 노동인구일 정도로 젊은 층의 비율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였다. 한국과의 경제 협력 또한 활발하여 한국과 베트남의 많은 기업들이 협력 관계 구축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IoT스마트팜 기술과 베트남의 식용 곤충 사육 및 가공 기술이 어우러지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주저 없이 베트남의 최대 식용 곤충 생산업체인 Cricket One 사(社)에 MOU7)를 제안한다. 반달소프트의 스마트팜 기술 및 설비를 Cricket One의 생산 과정에 도입하고, Cricket One의 귀뚜라미를 국내에 수입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결국 MOU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Exhibit 10).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행정절차도 까다로웠고 규제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베트남은 풍부한 인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베트남에 스마트팜 기기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할 경우 중국에 비해 1/6 정도밖에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했다. 이후 이봉학 대표는 수차례 베트남에 방문하여 시장 확대에 전념했다. 베트남 공장을 설립하고, IT 서비스 업체인 CMC Corporation과 합작도 맺었다. 나아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진출도 타진하며 덴마크, 미국 등 미주 유럽 시장까지 노크하였다.
반달소프트의 미래는?
이봉학 대표는 베트남행 비행기에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다 곤한 잠에 들었다. 어느덧 착륙 안내 방송이 기내에 울려 퍼졌다. 잠깐의 단잠은 젊은 CEO의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베트남에서 진행할 일들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힘이 솟았다. 베트남의 청명한 하늘이 그를 반긴다. 반달소프트의 미래도 이처럼 청명하리라. 이봉학 대표는 수트케이스를 들고 힘차게 항공기 밖으로 나선다.
이봉학 대표는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인 것 같습니다. 유연함과 꾸준함이 이봉학 대표와 반달소프트를 잘 설명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처럼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면 곤충 스마트팜의 선두 주자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앞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선도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 조원기 글로벌임팩트벤처스 팀장
[주석]
1. 반달소프트 홈페이지 (https://vandalsoft.com/)
2. 질병관리청(kdca.go.kr)에 따르면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이란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전파가 가능한 질병을 의미하며 현재 질병관리청고시로 11종이 지정되어 있다.
3.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예측이나 의사결정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인공지능의 한 영역을 말한다.
4. 소풍벤처스 홈페이지 (https://sopoong.net/)
5. 아이엑스브이 홈페이지 (https://ixvlab.com/)
6. 케일 홈페이지 (http://keilcorp.com/)
7.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말한다.
[참고 문헌]
강원국·지민기·강혜수·박진선·박성주·허윤형·김옥진(2017). 식용 곤충의 인식과 선호도 조사.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지, 6(1), 47-56.
경상남도농업기술원. https://www.gnares.go.kr:8444/Home/Contents.mbz?action=MAPP_0000000249
권광원. (2022년06월14일).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는 대체 단백질 ‘식용 곤충’. 비건뉴스. 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13766
권대익. (2018년10월01일). [알아두면 좋은 식품이야기] 쌍별귀뚜라미.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291169726752
김선영. (2022년08월21일). ‘식용 곤충’이 뭐길래…기업들 투자 ‘러쉬’. 서울경제Signal. https://signalm.sedaily.com/NewsView/269VUGSH1D/GX1101
김성연·김도익·구희연·김정은·김현진·이유범·김영철(2020). 쌍별귀뚜라미(Gryllus bimaculatus) 산란방법 및 알 저장조건. 한국응용곤충학회지, 59(2), 133-138.
김현옥. (2018년09월26일). 농진청, ‘고소애’ 등 식용곤충 5종 영양 소개. Foodicon. https://www.foodi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14
류정표(2017). 세계 식용 곤충 시장 및 가공기술 동향. 세계농업, 207, 25-42.
베트남 호찌민에선 귀뚜라미도 먹는다. (2006년09월27일).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all/4145612
석영식(2020). ICT기반 곤충스마트팜 공조시스템 최적설계 및 운용. 국내박사학위논문, 경북대학교 대학원.
식용 곤충 장점 3가지 제대로 알아보기!. (2020년07월16일). Greennews360. https://greennews360.com/%EC%8B%9D%EC%9A%A9-%EA%B3%A4%EC%B6%A9-%EC%9E%A5%EC%A0%90/
윤병기. (2016년12월26일). 곤충식품, 수술환자 회복 돕는다 · 환자식보다 단백질 섭취 1.5배 많아. 후생신보. http://www.whosaeng.com/90177
이현서, 박수혁. (2022년06월04일). 롯데제과가 베팅한 곤충기업?. Dealsite. https://dealsite.co.kr/articles/87754
차지현. (2021년09월26일). 고기 대신 ‘곤충’ 한 입 어떠세요?. 비즈워치.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1/09/17/0039
황두선·임채환·이승훈·윤은영(2022). 인식개선을 통한 식용 곤충 산업의 활성화 방안. 식품과학과 산업, 55(2), 128-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