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과 전략 변화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이하 세바시)의 영상 콘텐츠를 한번이라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세바시의 첫방송이 유튜브에 올라간 2011년 5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유튜브 누적 조회수 약 9천5백만 회를 달성하며 전국민이 적어도 두 번씩은 영상을 본 셈이다. 런칭 초기 “한국의 TED”라고 불렸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는 이후 7년의 시간 동안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다양한 개인의 인사이트를 전하는 독특한 컬러의 매체로 시청자들에게 각인 되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CBS(기독교방송) 방송국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지만 세바시는 CBS에서 독립한 어엿한 스타트업이다. 세바시는 스핀오프 이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 전환을 이루어냈다. 물론 장기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스핀오프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겠다.

본 사례는 세바시가 언론사 내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독립된 기업으로 스핀오프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겪은 전략과 조직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스핀오프 과정과 독립된 기업으로 꼭 필요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Q1: 세바시의 스핀오프 이후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전략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는가? 각 전략의 장단점에 대하여 토의 해보자.

Q2: 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에서 지분율 책정 및 크라우드 펀딩 전후 지분율 변화를 직접 계산해보자. (첨부파일 참고)

5 1 vote
Article Rating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서문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이하 세바시)의 영상 콘텐츠를 한번이라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세바시의 페이지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인이 공유한 세바시의 영상을 접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바시는 첫 방송이 유튜브에 올라간 ’11년 5월부터 ’18년 8월 현재까지 유튜브 누적 약 9천5백만 뷰를 달성했다. 전국민이 적어도 두 번씩은 영상을 본 셈이다. 세바시가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닌 지식 기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런칭 초기에는 세바시를 “한국의 TED”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7년의 시간 동안 세바시는 TED와는 다른 독특한 세바시만의 컬러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이 되어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다양한 개인의 인사이트를 전하는 매체로 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CBS 방송국의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지만 세바시는 CBS에서 독립한 여엇한 스타트업이다.

 그렇다면 세바시는 언제, 왜 스핀오프1)를 하게 되었을까? 스핀오프 과정에서 모기업인 CBS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했으며 지분 구조는 어떻게 가져갔을까? 스핀오프를 한 현재 세바시는 과연 어떻게 돈을 벌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한 기업으로 잘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세바시의 스핀 오프 과정

 세바시의 스핀 오프는 세바시 프로그램이 출시된지 2년 반 후인 2013년 8월부터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KPI가 되는 TV국을 나와 매출이 KPI가 되는 사업부서로 전향하게 되면서 독립적인 기업으로서 사업성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부서로 전향 이후 2016년을 구체적인 스핀 오프 시점으로 목표하고 관련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핀 오프를 계획했던 2016년이 되자 돌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CBS는 3년 마다 사장을 새로 선출하여 운영하는 구조인데 마침 2016년이 기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사장 선거에서 세바시 프로그램과 관련한 스핀 오프 계획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장이 선출되면서 스핀 오프 계획이 백지화 되었다. 1차 독립 시도가 좌절되고, 세바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구범준 PD는 CBS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구범준 PD의 퇴사 이후 사내 PD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 공모를 냈다. 하지만 기존의 사내 타 프로그램의 형식과 너무도 다른 형태로 세바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보니 선뜻 자원하는 PD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범준 PD가 외부에서 외주의 형태로 1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외주 형태로 오래 운영하기 어려움을 느낀 경영진은 스핀 오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마침내 2017년 여름, 세바시는 CBS에서 독립된 기업으로 스핀 오프를 하게 된다.

스핀 오프 과정에서 전략 변화

 세바시가 CBS 내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존재할 당시에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확장했다.2)첫째는 새로운 스마트폰 매체를 타깃한 방송 포맷이었다. 기존 방송국 편성에서는 보지 못한 15분 이내의 짧은 길이를 통해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지식 컨텐츠를 제공했다. 둘째는 다채널 전략을 통한 빠른 인지도 상승이었다. 방송국 자체 홈페이지에만 의존하는 폐쇄적인 공개가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매체에 이른 시기부터 영상을 공개해온 덕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는 두터운 지지층이다. 세바시의 영상 강연을 정기적으로 시청하고 공유하며, 오프라인 강의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세바시의 팬들은 세바시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세바시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같은 탄탄한 전략을 기반으로 세바시는 사업 부서로서 빠른 시간 내에 흑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스핀 오프 이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세바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협찬 광고 매출이다. 정부 기관의 사업과 연계되거나 기업의 브랜딩을 위한 프로젝트 진행시 세바시에 비용을 지불하고 협찬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형태이다. 협찬 강연 이지만 시청자에게 충분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형태로 강연을 기획하였고 직접적인 제품 또는 사업 홍보를 가급적하지 않아 협찬 콘텐츠라는 느낌을 최소화 하였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매출을 내기 쉽지 않다. 또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가 원하는 콘텐츠의 양이 많아질 수록 콘텐츠의 질관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스핀 오프 이후에는 더 이상 방송국 테두리 내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절실했다.

 스핀 오프 이후 세바시는 수익 모델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는 기업 대상 임직원 교육 커리큘럼 모델이다. 임직원 교육 모델의 경우 스핀 오프 이전에도 전체 매출의 약 27%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기업의 인사부서에서는 임직원을 위한 지속적인 양질의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세바시의 교육 커리큘럼의 경우 세바시 영상을 통해 강연의 질이 보장된 연자를 섭외할 수 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강의를 구성할 수 있어 기업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유료 오프라인 강연 모델이다. 세바시의 메인 강연은 15분으로 인사이트를 주기에는 충분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는 어려운 시간이다. 세바시 강연자들 중에는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심화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는 강연자들이 다수 있다. 세바시의 15분 강연을 무료로 보고 더 깊은 내용을 배우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유료로 오프라인 강연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세바시 영상을 통해 만나보고 싶은 강연자를 만나서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한 비용 지불의사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셋째는 유료 온라인 강연 모델이다. 오프라인 강연을 유료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구독료를 낸 소비자들에게 오픈하는 것이다. 온라인 강연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소비할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강연에 비해 확장성이 뛰어나다. 세바시는 새롭게 유료 온라인 강연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기업과는 달리 브랜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측면에서 이미 진입장벽을 만들어둔 상황이다. 세바시의 무료 강연들은 유료 사용자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오는 채널이자 강연의 퀄리티를 미리 체험해보게 할 수 있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세바시는 스핀 오프 이후 수익 모델 다각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세바시의 레거시를 잘 활용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며 독립적인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핀 오프 과정에서 조직 변화

세바시가 CBS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존재할 때는 TV제작국의 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CBS내 조직도를 보면 사장 – TV본부 – TV제작국 – 제작부 하에 존재하다보니 의사결정 시 4개의 결재라인을 거쳐야했고, 미디어의 특성상 데스크의 의사결정이 방송 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세바시가 사업적인 성격을 많이 띠게 되면서 기존의 TV제작국이 아닌 미디어본부의 직속 부서가 되면서 의사 결정 구조가 단순해졌다. 사장 – 미디어본부 하의 직속 사업 부서로 편성된 세바시는 의사결정이 더 쉬운 조직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세바시가 속해있던 CBS는 방송국의 특성상 PD, 기자,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 관련 전문인력을 공개 채용을 통해서만 선발하는 구조였다보니 세바시는 필요한 사업 인력 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인력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조직의 변동이 많았다. 안정적인 조직 구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스핀오프는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핀오프 이전, 세바시 팀은 구범준 대표를 포함한 3명의 CBS 정규직 PD와 3명의 비정규직 조연출, 1명의 작가로 구성된 팀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수익 구조의 특성상 사업 개발 인력이 상당히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 구범준 대표 본인이 상당 부분 사업 개발 업무를 도맡아 했다.

스핀오프 이후 세바시는 정규직 9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조직 구조를 변경하게 된다. 구범준 대표를 제외한 2명의 정규직 PD들은 CBS로 복귀했고 새롭게 정규직 PD와 사업 개발 인력을 채용했다. 구범준 대표 외에 4명의 PD와 4명의 사업 개발 인력을 채용하였고 1명의 프리랜서 작가와 협업 중이다. 2018 년 중 정규직 PD를 2명 더 채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핀 오프 과정에서 지분 구조

 2017년 4월, 구범준 대표는 세바시 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 확보를 위해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된다.3)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세바시는 응원하는 지지자층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매체이다. 세바시 시청자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성장한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지자층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본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시청자들에 스핀 오프를 한 이후 기업 가치를 인정 받고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였다.

 2017년 6월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80억 기업 가치로 펀딩을 진행했다.3 15일 만에 3억원의 투자금을 달성하여 자본금을 확보하였다. 세바시 지분 구조의 특이한 점은 언론사인 CBS가 세운 자회사 모델인데 직원 출신인 구범준 대표에게도 33%의 지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보통은 언론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SBS의 자회사인 스브스뉴스의 경우, SBS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SBS에서 기자를 파견하여 운영하고 있다.

 세바시의 경우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워낙에 혁신적인 포맷을 취하고 있었다보니 구범준 대표의 리더쉽과 특수성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스핀 오프를 단행하던 시점인 2017년을 기준으로 세바시는 이미 장수 프로그램의 대열에 속했다. 6년 동안 계속 지식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란 쉽지 않다. 기획력과 강연자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6년간 운영해온 PD 당사자의 역량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배경이 현재 세바시의 지분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전략투자(SI)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스핀 오프 시키는 경우 모기업에서 니즈에 맞추어 전략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재무투자(FI)를 기반으로 스핀오프를 시킨 경우에는 수익성에 대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전략적인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스핀 오프 이후 세바시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CBS이지만 실질적으로 구범준 대표에게 경영의 전권을 넘긴 상황이다. CBS의 방송국으로서의 성격을 보면 재무투자 보다는 전략투자에 가깝지만 CBS의 니즈에 맞게 세바시의 전략 방향에 개입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CBS 입장에서는 스핀오프 과정에서 자사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재산에 대한 오너쉽 측면에서 지분을 취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스핀 오프 이후 세바시가 초기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큰 자유도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이다. 물론 CBS의 지금과 같은 지분율과 참여도는 장기적으로 세바시가 추가적인 투자를 유치하는데는 풀어야할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의 경우 추가 투자를 유치해서 기업의 가치(valuation)가 상승하게 되면 기존에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올라가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CBS의 경우 투자 수익이나 전략적 이득 보다는 지적 재산에 대한 오너쉽이 현재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통해 지분율이 떨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스핀 오프의 원천, 인트라프리뉴어쉽(Intra-preneurship)

 세바시의 파격적인 프로그램 구성과 다중 채널 선택은 세바시가 강력한 매체력을 기반으로 스핀 오프를 선택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략을 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바시 운영진의 인트라프리뉴어쉽4)이 있었다. 인트라프리뉴어는 기업에 속해있는 임직원이지만 사내 인프라와 안정적인 고용형태를 잘 활용해  기업가정신(앙트프리뉴어쉽)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기업에서 퇴사를 한 이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초기 리스크를 너무 많이 감당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에 다니면서 투잡으로 창업을 하거나 회사의 지원을 받아 사내 벤처를 창업하게 되면 초기 리스크를 헷징하면서 사업에 대한 검토 및 테스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세바시의 경우도 CBS라는 언론사 내에서 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보니 초반 운영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수익을 내기 전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운영비를 감당하며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시간은 스타트업의 최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에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아남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좀 더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해 투자를 계속 받다보면 지분이 희석되고 경영권도 함께 희석되게 된다. 세바시의 경우 프로그램의 컨셉을 명확히 하고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기 까지 당장의 수익이나 회사의 존속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제품의 개발에 집중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세바시가 다채널 전략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기업내 사내벤처로서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었으면 빠른 시일 내에 유료화 모델을 제시하라는 투자자 및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세바시의 경우 초반 수익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무료 콘텐츠 배포를 통한 안정적인 사용자층 확보가 가능했던 것이다.

 2013년 이후에는 사업부서로 전향하면서 매출에 대한 성과를 내야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초기 제품의 성격이 구체화 된 이후의 요구사항이었다. 따라서 오히려 스핀 오프 이후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훈련할 수 있었던 좋은 연습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기업의 재무적인 보호 아래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무리한 성장을 추구하다가 기업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는 일종의 안전 장치인 셈이다. 세바시는 이런한 혜택을 잘 누리면서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고 세바시만의 독특한 컬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바시의 스핀 오프, 그 이후는?

 세바시의 스핀 오프가 가능하게한 가장 중요한 동력은 콘텐츠이다. 세바시를 2년 정도 유지한 이후 콘텐츠의 방향성에 대하여 세바시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지식의 축으로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하나는 자기 성장의 축으로 약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두 가지를 큐레이션의 축으로 삼아 콘텐츠를 구성하고 전략을 세운다. 여기에 더하여 세바시를 일반적인 자기 개발형 강의 콘텐츠와 구별짓는 요소는 지식과 자기 성장이 공동체의 성장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성격은 세바시가 지난 7년간 콘텐츠 비즈니스를 영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세바시는 스핀 오프 이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 전환을 이루어냈다. CBS 내에서 갈고 닦은 비즈니스 경험을 기반으로 2017년을 이미 흑자로 마감했다. 대표 포함 9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다보니 가벼운 몸집으로 효율적인 비즈니스 구조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봤을때 세바시의 스핀오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스핀 오프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업의 기획 단계의 마인드셋과 전략을 잘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형의 재화에 대한 비용 지불의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시장 특성상 국내 콘텐츠 비즈니스는 절대 쉽지 않다. 세바시가 이러한 우려를 뛰어넘어 가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잘 확장해 나가 콘텐츠 비즈니스 시장 규모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길 희망한다.

 

 


[주석]

1. 스핀오프 : 회사의 필요에 의해 특수성을 띠는 서비스나 조직을 더 특화시키기 위해 분사시키는 것을 지칭

2. “보충 자료 : 세바시의 스핀오프 이전 전략 분석” 참고

3. https://www.wadiz.kr/web/equity/campaign/586

4. 인트라프리뉴어쉽 : 사내 기업가 정신으로 번역되기도 하며 기업 내의 구성원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사내창업 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

더보기

집필진

김영인

김영인

김영인은 Noom의 메디컬 디렉터이자, 눔코리아의 대표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후 Noom에 입사했다. 의사이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업 개발, 투자 유치, 지사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딴짓하는 의사" 중 한 사람이다.
Attachments
목록으로
사례
펼치기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