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벨트, 세계를 감다 – 웰트

린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특히 웨어러블 제품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 벨트를 제시한 월트는 한국의 대표적인 린 스타트업 기업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공고에 당선되고 1년여의 준비 뒤, C랩의 11번째 스핀오프 기업이 된 웰트는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후원자의 충분한 지원 하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세상에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 벨트가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웰트는 소비자들의 웨어러블 제품에 대한 물음표를 점차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웰트에 필요한 것은 시들해진 웨어러블 시장에 더욱 널리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본 사례는 웰트가 겪은 주요 변화를 살펴보고 시장에 언제나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 린 스타트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창업 초기 단계의 조직이나 기업이 어떻게 극심한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더욱 진보된 제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Q1. 웨어러블 제품으로써 스마트 벨트가 가진 불확실성은 무엇이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하였는가?

Q2. 웰트의 브랜드화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웰트의 선택과 전략은 무엇인가?

Q3. 웨어러블 제품을 통해 개인의 신체 정보, 생활 리듬 정보 수준의 빅데이터가 구축된다면 앞으로 어떠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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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벨트, 세계를 감다 – 웰트

창업의 고민: 시장의 불확실성 극복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자에게 시장의 불확실성은 언제나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창업자는 기존의 제품보다 새롭거나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신제품을 출시한다. 그러나 제품에 대해 시장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항상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각광받는 것이 바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다 (Appendix 참조).

린 스타트업은 극심한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제품과 시장을 효과적으로 발달시키고, 신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창업 초기 단계의 조직이나 기업을 뜻한다. 2018년, 세계적인 창업 열풍과 함께 전미경영학회(The Academy of Management)1)가 시카고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린 스타트업 섹션은 혁신전략 섹션과 더불어 가장 많은 학자의 관심과 토론을 이끈 분야였다. 현직 경영자들 역시 해당 섹션에 참가하여 린 스타트업의 론칭부터 시장 진입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 고객 개발 등 다양한 프로세스 사례를 발표하며 자사의 프로세스를 이해시키려 노력하였다.

린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특히 웨어러블 제품(wearable device) 시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웨어러블 제품을 신체에 착용해 피부와 직접 접촉하면 사용자 및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게 된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사용자의 능력을 강화해주는 목적으로서 웨어러블 제품을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현상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등이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린 스타트업 기업으로 손꼽히는 ‘웰트(WELT) ’2)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벨트를 제시한 기업이다.

웨어러블 제품 유형에 있어 팔목 밴드와 시계, 목걸이, 안경 형태의 기기는 이미 대중화되었으며, 그 밖에도 ‘몸에 닿을 수 있는 형태’는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포화되어 있다(Exhibit 1). 이들 다양한 웨어러블 제품들은 심박센서, 모션센서, GPS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함으로써 헬스케어를 주요 서비스로 표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웨어러블 제품인 팔목 밴드와 시계의 경우, 기능에 따라 삼성,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의 수십만 원대 고가 제품부터 샤오미를 비롯한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의 2~3만 원대 저가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웨어러블 제품은 가격과 브랜드, 디자인에 따른 차이는 있을지언정 활용하는 헬스케어 기능에는 아직 큰 차이가 없다. 제품 대부분이 유사한 센서를 통해 취득한 정보만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만보기, 심박 수 측정, 수면 질 정보 제공 등 그 기능 역시 유사하다. 많은 웨어러블 제품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 헬스케어를 위해 제공될 수 있는 기능 및 차별적 정보 제공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거의 24시간을 연속 착용하는 팔목 밴드 및 시계는 신체 데이터를 장시간 획득할 수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반면, 벨트는 직접 몸에 닿지 않고 착용 시간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의구심이 높은 제품이었다. 웨어러블 제품이 포화된 시장의 상황과 ‘벨트는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극복이 필요했다. 하지만,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확고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 출시된 웨어러블 제품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신체의 한쪽에 한정된 정보만을 획득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이 점에서 기존 제품이 제공하는 헬스케어 정보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했어요. 몸의 중심에서 신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트래킹할 수 있는 최적의 장비가 벨트라는 것이 이 생각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였죠. 스마트 벨트의 차기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이 이어폰인데요.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의 고민의 산물이겠죠. 좌우균형을 맞추어 신체접촉 상태를 정보로 확보하기에 이만한 아이템이 없으니까요. 웰트는 단순한 웨어러블 제품이 아니라 정확하게 측정되는 정보를 유의미하게 가공하여 사용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헬스케어 제품이에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웰트는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에 집중하였다. 과거 의료기기 시장에서 관련 기기는 순수하게 ‘의료를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의료 전문가(의사, 간호사 등)가 사용하기 위해 FDA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했다. 그러나 헬스케어 기능이 발달하면서 최근 웨어러블 제품은 일반 소비자로 사용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규모가 2014년 21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1,015억 달러 규모로 약 4.8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웰트는 헬스케어시장을 기회의 바다로 인식하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측정하는 앉아 있는 시간, 걸음 수 등은 기존 웨어러블 기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스마트 벨트로 창업했던 이유는 벨트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벨트를 차고 푸는 시간만으로 하루 활동 시간과 주기 등을 알 수 있죠. 허리둘레의 변화를 감지해 과식 패턴을 모니터링해줄 뿐만이 아니라 화장실 갈 때 벨트를 풀고 앉아 있는 시간이나 횟수를 데이터화하여 분석함으로써 대장증후군까지도 알아낼 수 있어요. 이처럼 생활 습관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스마트 벨트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보다 빨리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있음을 인지하였다. 우선 우리가 최초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이와 동시에 시장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웰트의 브랜드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은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기 위하여, 웰트는 최소존속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3)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 도전하였다.

“시작부터 스마트 벨트(웰트)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충분한 지원 하에 제품이 개발되었고, 빈폴 액세서리와 콜라보도 준비했어요. 이때 불현듯 ‘준비과정에서 잘못하면 이건 웰트가 아니라 빈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급하게 샘플을 준비해서 킥스타터에 등록했죠. 기대 이상의 호평 속에 700명에게 약 8,000만 원 정도의 선주문을 받았고, 미국 세계 가전박람회(CES), 독일 가전전시회(IFA)에 참가하면서 세상에 웰트 제품을 선보였어요. 우리가 먼저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거죠.”

– 웰트 강성지 대표

린 스타트업은 우선 빠르게 프로토타입(rapid prototype)4)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알아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완벽한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본/인력/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스타트업이 잘못된 사업 아이템에 모든 것을 걸고 출시하는 순간 오히려 쉽게 망할 수 있다. 완벽한 제품보다는 시장을 통해 평가받고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린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핵심이다.

일반적인 린 스타트업에서는 완성도를 추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면서 시장과 동떨어진 제품을 만드는 것을 지양한다. 대신에 최소한의 핵심기능을 담은 제품(MVP)을 시장에 제시하고, 반응에 따라서 수정 및 보완하는 접근법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사용 경험을 추구하는 IT 제품의 경우, 일반 대중인 소비자는 얕은 제품 사용경험과 그에 비해 높은 제품 가치 기대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MVP로 제시된 신제품 자체가 외면될 수 있는 위험성도 상존하게 된다. 따라서 킥스타터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용 경험과 높은 탐색 의지를 가진, 실험적 초기 소비자 ‘얼리어답터(early adapters)’5) 계층을 참여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들의 기술기반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이 해당 제품 성능에 대한 보증(endorsement)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의 활용은 초기 사업자금확보 이외에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되며,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웰트가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7)를 고려했던 것은 시장의 반응과 더불어 입소문에 따른 해외시장 홍보(promotion)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6년 9월, 킥스타터를 통해 목표액 대비 200% 이상이라는 의미 있는 수치를 달성했다. CES 2017에 참가하며 80개의 샘플이 99달러에 완판되었던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다른 기업과의 협업에 있어 주도권을 잡을 기회로 작용하였다.

“시장의 의견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선 배터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다른 웨어러블 제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전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벨트에 액정을 넣거나 LED를 통해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도 넌센스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예 배터리를 발전시켜서 충전하지 않아도 되게 하거나, 자가발전 제품도 고민했어요. 이들 모두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결국 디자인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결국 지금의 제품은 충전방식으로 한번 충전하면 두 달 이상 쓸 수 있도록 했어요. 매번 벨트를 풀고 충전하느라 애먹을 필요가 없어요. 두 달에 불과 1시간 남짓이면 충전이 완료되거든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던 의사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다시 시장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며 웰트의 스마트 벨트는 더욱 진보된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스마트 벨트는 IT 제품일까? 패션일까?

웰트의 스마트 벨트는 버클과 스트랩으로 구성되어 있어 외형상 여느 벨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버클의 클립이 스트랩의 구멍에 닿는 순간 내장된 센서를 통해 허리둘레를 측정하며, 가속도 센서와 전용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걸음 수를 측정한다. 또한 가속도 센서를 통해 30분마다 비활동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자체적인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벨트 구멍 위치의 이동과 시간에 따른 과식 횟수도 알려준다. 블루투스 통신으로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있으며 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추출된 데이터 및 관련 정보가 앱으로 동기화된다(Exhibit 2). 이처럼 기존 벨트와 차이가 없는 외형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고민을 가져왔다.

 

“우리는 스마트 벨트를 IT제품이라 여기지만, 시장에서 벨트는 여전히 패션 제품이라 생각해요. 웰트라는 오리지널 브랜드를 만들고, 이 분야에 우리가 선두주자임을 알리기 위해 킥스타터를 비롯한 해외 전시회 참여는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 해요. 하지만, 제품의 판매를 위한 웰트 자체의 브랜드화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시장의 진입에 더 유리할 수도 있었지만, 경쟁이 치열한 패션 시장에 있어서는 이 점이 오히려 위험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거죠. 그렇다 보니 제품 자체 판매보다는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웰트는 인지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체 판매보다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접촉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빈폴 액세서리와 협업하면서 빈폴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채널 다변화 역시 계속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업 과정에서도 벨트 버클 뒷면에 ‘WELT’ 마크를 고집하고 있다(Exhibit 3).

 

 

“우리 제품은 버클과 스트랩에 달린 센서가 외부 변화에 반응하는 식의 단순한 원리이지만, 조그마한 버클에 담긴 센서의 종류가 아주 다양해요. 스마트 벨트는 패션뿐 만이 아닌 건강을 위한 것으로 인식을 바꾸는 거죠. 물론 대표 입장에서 수익이 큰 직접 판매를 하고 싶죠. 그래도 지금은 협업해서 스마트 벨트를 널리 알리고, 또한 더욱 많은 헬스케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요.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의 롤모델은 ‘고어텍스’ 예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고어텍스를 사용하며 그 마크를 옷에 넣은 것처럼 다양한 벨트에 웰트의 마크를 넣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떠한 기업과 협의할 때도 버클 후면에 웰트 마크는 절대 양보 못 하는 우리만의 조건이에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웰트는 기존 헬스케어 제품들의 성장과 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페블 테크놀로지(Pebble Technology)는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을 위해 필요한 비용 이상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하였다.8) 하지만, 대량생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결국 2016년 또 다른 웨어러블 제품 업체인 핏빗(Fitbit)에 인수되었다. 핏빗 또한 창업 후 10여 년 동안 6천만 대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였으나, 지속된 실적 악화와 불투명한 전망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웰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모은 헬스케어 데이터를 의료산업의 여러 기업과 함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하고 싶어요. 시추공을 통해 캐낸 원유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하듯이 우리도 스마트 벨트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 동네에서 병원을 개업할 때 그냥 맨바닥에서 개업하기보다는 이전에 있던 병원을 물려받아 그 진료 차트를 모두 사는 경우가 많아요. 초진 환자를 모으기보다는 재진 환자를 모으는 편이 훨씬 쉽거든요. 의학은 데이터가 중요한 시장이에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최근 웰트는 스마트벨트 유통망을 확대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HDC 신라면세점, 판교 KMUG 애플 매장, 판교 현대백화점 등에서 웰트의 스마트벨트를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거래 대상을 일반 소비자로 할지 기업을 대상으로 할지에 따라 B2C와 B2B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Exhibit 4).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에서는 제품의 기능, 특징, 가격, 장점 등이 시장에 적합한 제품(Product Market Fit)일 때 상품이 시장에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B2B 시장은 다르다. 시장에 적합한 제품이면서 고객이 제품을 처음 보는 순간 구매 이유를 알 수 있어야 시장 진출(Go-To-Market Fit)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웰트의 행보를 통해 그들이 단순 제품의 판매뿐 아니라 헬스케어 정보에 대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모색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랫폼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시장이다.9) 이러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웰트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웰트에 필요한 전략은 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 전략일 것이다.

 

웰트가 꿈꾸는 시장

웰트의 공동 창업자인 강성지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의사란 직업을 버리고, 다시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더니, 결국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강대표를 만나기 전 이러한 이력은 현재 그의 사업을 잘난 의사의 ‘일탈’쯤으로 치부하기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스마트벨트에 대한 그의 애정은 자신이 진정 추구하는 일을 찾은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제 특이한 이력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민사고를 나와 의대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저는 의대에서 의학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학에 왔으니 관심 있고 궁금했던 다양한 학문 분야를 들었어요. 경영학에서는 경영전략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 사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의사 출신으로 보건복지부에 근무할 때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수상해서 창업도 이미 했었어요. 그러니 지금 웰트가 두 번째 창업이에요. 지금의 웰트도 삼성전자 사내 벤처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네요”

– 웰트 강성지 대표

마치 운명처럼 그의 모든 경력이 지금의 사업과 연결되어 있었다. 군 복무로 보건복지부 건강관리 서비스에 파견 근무를 할 때는 의대나 병원 밖에서 실질적인 의료 복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헬스케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의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그는 세브란스병원 인턴을 6개월여 만에 그만두고 특채로 삼성전자에 입사하였다.

“사실 웰트는 삼성전자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기업이에요. 웨어러블 기기는 배터리도 오래가야 하고 몸에 닿는 기기라서 신뢰성도 무시하기 어렵죠. 그런 측면에서 삼성이 적격이라 생각했어요. 스마트 벨트 이후 차기 아이템으로 체온 측정 이어폰을 생각하고 있어요. 병원에서 검사하는 순간의 측정만으로는 알지 못하는 정보를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생활 속에서 축적된 데이터에서 찾는 것이죠. 이게 바로 제가 꿈꾸는 의료기기예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처음 측정하고자 했던 항목은 대사증후군이었다.10) 웰트는 사용자가 대사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웰트 앱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미 지난 2016년 세브란스 병원과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였으며 조만간 코넬대학교 의대 등 미국 유명 의과대학들과 협업을 통해 스마트 벨트 데이터를 활용한 논문을 의학저널에 게재할 예정이다.

실제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은 헬스케어 웨어러블 제품의 주요 기술로 빅데이터를 선정하였으며, 이는 전체 대비 약 46%를 차지한다. 별도로 공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의사의 시각에서 시작된 대표의 아이디어들, 여기에 높은 중요도를 가진 측정 데이터를 더하면 기존 제품과 다른 제품력을 가지기 충분하다. 웰트는 앞으로 스마트 벨트를 통해 수집분석한 데이터가 예방의학 차원에서 건강 유지 부문과 큰 관련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병원, 보험사 등과 연계해 웰트에 대한 브랜드 인식 제고 및 제품 판매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스마트 벨트는 그냥 보통 벨트처럼 착용하면 돼요. 마치 줄자로 재는 듯한 정밀함은 없지만,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의한 정보를 측정할 수 있어요. 식사 전후나 앉아 있을 때 벨트 구멍 간 이동이 잦은 것은 비만 진행의 가속화를 의미하는 것이죠. 근무시간 중 벨트가 풀려 있는 시간을 측정하면서 배변 리듬도 파악할 수 있고, 벨트의 착용 및 미착용 주기를 보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변화도 감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비자가 헬스케어에 신경 쓰실 필요가 없어요. 착용성과 효율성은 저희가 고민할 문제이지 소비자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저희가 매일 축적된 데이터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죠. 어떠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면 건강상 이상을 발견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 웰트 강성지 대표

초창기 주목받던 웨어러블 제품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시장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에게 헬스케어에 대한 뚜렷한 효용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스마트 벨트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좋지 않았다. 단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널리 알려진 시계, 안경 등과 달리 디스플레이가 없다. 또한, 벨트 상의 구멍 단위로 측정이 되기 때문에 허리 사이즈의 세밀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스마트 벨트 디자인 특성상 정장에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어 모든 바지에 맞춰 입을 수는 없다. 바지를 입지 않는 시간대인 야간과 주말에는 신체 정보에 대한 상시 취득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허리 사이즈 외에 얻을 수 있는 다른 정보 등은 이미 타 기기에서도 얻을 수 있어
약점으로 인식되었다(Exhibit 5).

 

 

하지만, 웰트는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였다. 초기 기대와 달리 시들해진 웨어러블 제품 시장 속에서 웰트는 어떠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헬스케어와 관련된 웨어러블 제품들이 나와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을 재미있어하고 신기해 하지만, 정작 돈을 쓰지는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제품의 초점이 기술에 맞춰져 있고 정작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걸음 수, 심장박동 수, 인바디 수치 등 단순한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사용자가 웨어러블 기기에서 느끼는 효용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성지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페이스북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꿈꿨을까요?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끊임없이 소비자의 요구에 응하고 기술 발전을 이에 적용하고 응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였겠죠. 헬스케어 산업도 마찬가지예요. 4차산업혁명 이라는 시기에 맞아 헬스케어 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하였지만, 아직도 기술은 새로 나오고 있어 보완할 부분이 많다 생각해요. 다만 그 중심은 결국 고객, 즉 소비자에 있어요.”

– 웰트 강성지 대표

그가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공고에 당선되고 1년여의 준비 뒤, 웰트는 삼성 C랩의 11번째 스핀오프 기업으로 탄생하였다. 이처럼 웰트는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후원자의 충분한 지원 하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세상에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 벨트가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품 출시의 이면에는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항상 존재하였다.

“저는 스마트 벨트를 ‘생활습관을 찍는 CT’라고 소개해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환자분들은 자신의 병을 노출하지 않으시려 하더라고요. 이런 점에서 착안하여 타인에게 본인이 건강관리 노력을 한다는 것을 눈에 띄게 하지 않게 하면서, 현대인의 질병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복부에 집중했어요. 또한 의사의 눈으로 봤을 때, 몸의 중심에 센서가 있다는 점에서 벨트는 건강진단 및 예방의학 분야의 추가적인 데이터 확보가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같은 관점에서 다른 형태의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구상도 가지고 있죠.”

– 웰트 강성지 대표

헬스케어 서비스는 병원과 보험업 등 연결된 이해관계자가 많은 복잡한 시장이다. 또한 의료라는 측면에서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의료 데이터나 환자 개인 건강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웰트의 의료 비즈니스 모델은 의료산업화 문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 벨트라는 아이디어를 지금껏 발전시키면서,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만을 고려했다면 과연 그는 벨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웰트는 소비자들의 물음표를 점차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웰트에 필요한 것은 시들해진 웨어러블 시장에 더욱 널리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마치 세계 유명 시계 회사들이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뿐 아니라 협력하고자 하는 명품 패션 브랜드에게 헬스케어 기능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스마트 벨트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개인 수준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데이터가 모이게 되면 또 다른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샤오미의 미밴드에서는 현재 키가 비슷한 사람들의 BMI 지수가 어느 수준인지, 동일 연령대 대비 수면의 질이 어떠한 상황인지 알려준다. 만약 이러한 정보가 질병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관점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법률과 규제에 대해서는 잠시 제쳐 두고, 앞으로 개인의 신체 정보, 생활 리듬 정보 수준의 빅데이터가 구축된다면 어떠한 서비스가 가능해질까? 웰트가 꿈꾸는 헬스케어 시장을 위해 독보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 볼 때이다.


 

[주석]

1. 전미경영학회는 2018년 8월 10-14일간 “Improving Lives Improving Health and Well-being in Society: How Can Organizations Help?”를 주제로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에서 74차 연례회의를 개최하였다.

2. 웰트(WELT)는 웰니스(Wellness)와 벨트(Belt)를 합친 이름으로 고객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헬스케어 웨어러블을 꿈꾸며 시작하였다.

3. 최소존속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은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을 뜻한다. Appendix 참조

4. 프로토타입(prototype)은 시제품이 나오기 전의 제품의 원형으로 소위 초기 모델을 의미한다.

5.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는 로저스(Rogers)가 자신의 논문(혁신의 확산, 1995)에서 남들보다 일찍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아 제품을 구매하여 나름대로의 제품 평가를 내리는 사람을 칭함으로써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자신이 얻은 정보나 소감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한가지 취미에 빠져있는 ‘매니아(mania)’와 구별된다.

6. 상기 내용은 Terrence E. Brown 교수 등이 Business Horizons 2017년 60호에서 제시한 “Seeking funding in order to sell: Crowdfunding as a marketing tool” 에 나와있다.

7.2009년에 시작한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펀딩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후원자와 연결해주는 사이트이다.

8. 페블 테크놀로지는 2012년, 스마트워치 패블(Pebble)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진행하였다. 불과 한달 만에 목표 금액 10만 달러를 넘어선 10,266,844달러를 68천여 명으로부터 모금하여 아직까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금액 중 최대 금액으로 기록되어 있다.

9. Thomas R. Eisenmann, Geoffrey G. Parker, and Marshall W. Van Alstyne, “Strategies for TwoSided Markets,” HBR, 2006.10.

10.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은 심혈관 질환 및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여러 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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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재영

김재영

김재영은 고려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융합경영학부 조교수로, 혁신 및 기술경영으르 가르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MS/IS 전공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네트워크 오퍼레이터 비즈니스 모델'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온라인뱅킹 및 전자상거래 분야를 연구했다. 금융산업 및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 대한 분석 연구를 비롯해 무역기술장벽(TBT), 공공분야의 정보시스템 성과 평가, 콘텐츠 산업의 가치 평가에 대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조부연

조부연

조부연은 제주대학교 및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Higher Colleges of Technology의 교수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보험 및 IT 기업에서 마케팅과 컨설팅 영업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MBA를 하면서 서비스 부문에 뜻을 두게 되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LSOM(Logistics, Services and Operations Management)에서 '서비스 아웃소싱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비스 운영전략 및 공급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의 파급 효과에 대한 관심이 깊다.

이성희

이성희

이성희는 호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영학부 교수이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 현대건설에서 견적 및 공무 업무를 수행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에서 근무하였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서 LSOM 전공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과 기술경영이며, 다양한 산업 분야를 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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