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의 조건과 목적 – 짐티

피트니스 센터로 대표되는 피트니스 산업의 구조는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속해서 증가했지만, 중소 규모의 피트니스 업체가 장기 회원권을 공급· 판매하는 공급자 중심의 산업 구조는 변하지 않고, 다만 운동 기구와 인테리어만 화려해질 뿐이었다. 예방 의학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피트니스 산업과 연결 고리를 가진 피트니스 서비스의 등장은 요원한 일이었다.

짐티는 이렇게 정체된 피트니스 산업에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국내 피트니스 테크 스타트업이다. 피트니스 산업에서 연속적인 가설 검정과 전략 수정의 시간을 거치며 짐티는 온디맨드(on-demand, 주문형) 개인 피트니스 서비스 모델을 시장에 제시하였다. 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모객 중심 모델을 벗어나 개인을 위한 스튜디오 형태의 운동 공간을 구성했고, 정보통신(IT) 기술을 피트니스 산업에 적용해 개별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방 의학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건강 증진을 기대할 수 있다. 누구나 생각했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변화이다.

스타트업들의 창업 아이디어는 시장의 문제점과 기회에 대응하며 연속적인 의사 결정과 전략적 변화를 거친다. 본 사례는 짐티가 경험한 시장 가설 검정과 피벗(pivot)을 주요 토픽으로 다루면서 피벗 과정이
짐티의 사업 모델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Q1. 사례에서 짐트럭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짐티는 외부의 새로운 정보에 대응하여 여러 의사 결정을 거친다. 해당 사례 속 짐티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새로운 정보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다음 표를 참고하여 분류하시오.

Q2. 사례에서 짐티는 가설 검증을 통해 새로운 외부 정보에 빠르게 대응하며 짐트럭에서 티랩으로 피벗을 준비한다. 핵심질문 1에서 찾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피벗을 실행한 짐티의 전략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토의하시오. (본 티칭 노트의 theory 부분에서 인용한 의사 결정 프로세스와 아이덴티티 기반 프로세스 모델을 참고하여 의사 결정 과정을 도식화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Q3.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고객 간의 거래) 형태의 짐트럭 서비스로 시작한 짐티는 티랩 서비스를 새로 런칭하며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영역까지 진출하였다. 나아가 짐티는 파트너스 프로그램(partner’s program)을 추가하여 사업모델을 다양화하고자 한다. 해당 사례 내 제시된 정보와 Exhibit 10의 내용을 바탕으로 파트너스 프로그램 출시 후 2년간 가장 이상적인 짐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안하시오. 만약 학습자가 짐티의 최고경영자(CEO)라면 B2B와 B2C의 모델을 몇 대 몇의 비율로 운영할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토의하시오.

5 1 vote
Article Rating

피벗의 조건과 목적 – 짐티

출발선에서

새로 출고된 차를 바라보는 박경훈 짐티 대표의 얼굴에는 흡족함이 가득하다. 가을날의 청명한 햇빛이 까맣게 도색을 마친 차량 외관에 부딪혀 반짝이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차량 제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발품을 팔았던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이동형 피트니스 서비스를 함께 할 차량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Exhibit 1).

박경훈 대표는 짐트럭(GYMTRUCK)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운동공간을 의미하는 짐(Gym)과 운송 차량을 의미하는(Truck)의 합성어이다. 운동 공간을 싣고 다니는 트럭이니 이보다 직관적인 이름이 또 있을까.

첫 고객을 맞이하러 차량에 올라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놓았다. 목적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정보통신(IT) 테크노 밸리였다. 짐트럭의 첫 고객이 그곳에 있다.

외형 확장에 치중해 온 피트니스 산업

박경훈 대표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게임회사 넥슨(NEXON)의 런던 주재원으로 영국에서 근무했다.

“창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가 넥슨이었습니다. 유럽 지역 사무소 주재원이었지요.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바다 건너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는 출장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복싱선수였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습관처럼 운동했는데, 주재원 근무 기간 잦은 출장으로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운동 습관이 무너졌습니다. 어느 날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금융 지구로 출장을 갔는데, 점심시간에 도로 한 편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습니다. 호기심에 무엇인가 따라가 보았더니, 운동 장비를 실은 트럭이 한 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맨 금융 근로자들이 점심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여전히 그때의 잔상이 남아 있었고 ‘이동형 운동공간’이란 창업아이템을 실행해보고 싶었습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결심한 박경훈 대표는 곧바로 국내 피트니스 시장 조사에 돌입했다. 국내 피트니스 산업은 절대 강자가 없고 중·소 프랜차이즈와 개인사업자들이 공존했다. 대부분 사업자는 차별적 가치를 제시하기보다 넓은 피트니스 공간, 화려한 인테리어, 최신 운동 장비를 전면에 홍보하는 획일화된 영업전략을 고수했다. 설립 초기 투자 비용과 건물 임대료 같은 운영 비용이 컸기 때문에, 불어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 피트니스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장기 회원을 권유받고, 피트니스 트레이너들이 소비자들에게 공간 이용과는 별개로 레슨당 비용이 개별 청구되는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 PT) 을 유도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Exhibit 2).


정보의 비대칭도 피트니스 시장의 고질적 문제였다. 소비자가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전문성과 자질을 미리 파악하거나 평가할 기회가 없이 소비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배정하는 트레이너와 레슨을 진행해야 했다. 또 회원 정보를 수기로 기록 및 저장하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변경되거나 운동 기록이 소실되는 경우 당연히 교육의 연속성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피트니스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했지만, 서비스 제공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피트니스 산업 내 소비자 민원은 증가하고 있다(Exhibit 3).

소비자 불만은 증가하는데 산업 내에서 실효성을 가진 정책적 대안이나,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은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시장 경쟁은 심화됐고, 높은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한 피트니스 센터는 문을 닫았다. 2017년 기준 신규 신규 피트니스 센터 10개 중 7개가 3년 안에 문을 닫을 정로 피트니스 산업의 폐업률은 높았다(Exhibit 4).

박경훈 대표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 서비스가 국내 피트니스 산업에 필요하다고 느꼈다.

“장비와 시설을 앞세워 영업하는 피트니스 센터들이 많지만, 사실 그 많은 기구를 모두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기구들은 얼마 안 됩니다. 이건 공급자 입장에서도 비용을 낭비하는 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실제로 필요한 공간에 효율적 운동 기구만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소규모 운동공간이 이동할 수 있다면 피트니스 산업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 창업한 것이 이동형 피트니스 센터, 바로 짐트럭입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창업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든 박경훈 대표는 자신과 인연이 있는 창업 구성원들을 모아 2017년 5월 짐티(GymT)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짐트럭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박경훈) 대표님 예전 회사인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과 함께 짐티의 공동창업자로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짐티는 단순히 피트니스 사업이 아닌 예방 의학 중심의 교육서비스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의사들이 ‘약 드시고 운동하세요’ 라고 말하는데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약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운동 처방은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예방 의학이라 하는데 피트니스 레슨에 IT 기술을 결합한다면 시장에 합리적인 예방 의학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설업으로 등록하는 대형 피트니스 센터들과 다르게 짐티는 교육서비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


 송재승 짐티 부사장

박경훈 대표와 초기 구성원들은 창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깊이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사내 헬스 동아리 회원 100여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통해 1) 대형 피트니스 센터 운동기구의 대부분은 인테리어의 일부 2) 운동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구는 소수 3)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개인 티칭 능력이 본질적으로 중요 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짐트럭 서비스 모델에 자신이 생긴 짐티는 2017년 가을을 서비스 런칭 시점으로 잡고 분주하게 준비했다. 짐티는 첫 시범 서비스 지역을 경기도 판교로 잡고 짐트럭 주차 공간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 성남시청, 카카오 모바일 주차장 서비스와 협약을 맺었다. 동시에 피트니스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동 레슨 예약 및 결제까지 가능한 모바일 앱 제작을 진행했다. 그리고 현대 자동차의 운송용 트럭 포터를 개조해서 짐트럭 제작에 돌입했다.

더위가 꺾이며 나뭇잎이 간간이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2017년 9월 마침내 개조를 마친 짐트럭을 출고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런칭했다.

 

짐티의 시작, 짐트럭

짐트럭의 첫 서비스 지역은 IT 회사들이 모여있는 경기도 판교였다. 창업자 대부분이 과거 판교 지역 IT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판교는 고향 같은 곳이다.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레슨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잠재적 수요도 확인했고, 판교 지역의 지리에 밝아 짐트럭 이동도 어렵지 않았다. 판교 IT 단지를 첫 시범 서비스 지역으로 잡은 이유이다(Exhibit 5).

 

판교 지역에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동일한 서비스를 단기간에 경기, 서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예약과 결제를 모두 모바일로 진행하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1시간 단위(운동 레슨 30분 + 차량 이동시간 30분)로 운동 레슨 예약과 결제가 이루어졌다. 소비자는 서비스 접근 및 이용이 간편하고, 공급자인 트레이너들은 노쇼(no-show)를 방지할 수 있었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서비스 이용 동기가 분명했다. 짐트럭 추가 생산에 차질만 없고 신규 지역에 빠르게 투입된다면 장기적으로 손쉬운 지역 확장 및 운영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었다.

“짐트럭은 처음부터 서비스 단계를 염두에 둔 최소기능제품(MVP)1이라기는 보다 최종 결과물에 가까운 프로토타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의 MVP는 방문 홈 트레이닝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한국 정서상 타인이 집에 오는 것은 부담스럽죠.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허들을 낮출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는데 그것이 짐트럭이었습니다. 짐트럭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허들을 낮추고 고정비용이 높은 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그리고 공급자인 피트니스 트레이너도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많은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꿈은 개인 스튜디오 창업이에요. 다만 피트니스 센터는 폐업률이 높아 부담돼 짐트럭이 새로운 창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송재승  짐티 부사장

짐티는 짐트럭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에 집중했다. B2C는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거래 형태다. 레슨당 서비스 가격을 대형 피트니스 센터의 PT보다 저렴한 회당 4만 원으로 책정하고 우선 잠재 고객군이 모여있는 판교 지역 IT 회사 사내 게시판을 이용해서 집중 홍보를 진행했다. 동시에 새로운 고객군 확장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가까운 판교 주거 지역에서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에도 프로모션을 진했다.  

짐트럭은 빠르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짐트럭 매출 관련 성과 지표들은 빠르게 증가했다. 개인 트레이너 한 명이 하루 평균 진행 가능한 수업이 12개 정도였는데 사전 예약률도 70~80%에 이르렀고 노쇼(no-show) 고객도 거의 없어 평균 9개 이상 진행되었다.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재구매율 역시 60% 후반대로 매우 높았다. 충성 고객이 많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였다. 이에 비해 짐트럭 차량 운영비는 소액이었다.

“운영 이익률 측면에서 매우 좋았습니다. 짐트럭은 차량 제작에 들어가는 초기 고정 비용 이후의 특별한 운영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건물 임대료 같은 고정비가 없으니까요. 고정 운영 비용이 매우 낮으니 짐트럭 하나의 매출 대비 이익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


 송재승  짐티 부사장

이뿐만이 아니었다. 짐트럭 운영을 통해 새로운 잠재 고객군을 발견하고 포용하는 성과도 얻었다. 짐티는 내부적으로 이 고객군을 ‘운동 소외 계층’이라 불렀다.

“운동하고 싶어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이유로 운동을 못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로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분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안전사고 우려로 피트니스 센터 출입이 거부된 시니어 세대입니다. 이들은 신체 나이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 레슨과 이를 진행할 독립적 공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독립 공간을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출산 후 여성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은 심리적으로 다른 이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매우 꺼립니다. 이들에게는 넓은 피트니스 센터 공간이나 다양한 운동 기구가 절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의 표현으로 ‘거울 쉐어(share, 공유)’를 거부하는 고객들입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초기 고객군인 판교 지역 회사원들에 ‘운동 소외 계층’을 더하면서 짐티의 고객군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짐트럭을 런칭하며 내세웠던 핵심가치인 높은 이동성, 독립 공간, 맞춤형 개인 레슨 등은 시장에서 긍정적 호응을 얻었다. 짐트럭의 차량 감가상각을 고려하더라도 매출 대비 운영 이익률이 50%를 웃돌았다. 운영 매출과 이익 측면에서 짐트럭 서비스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서비스의 성공적 런칭이라는 목적만을 바라보며 박경훈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짐트럭을 이끌고 판교 지역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렇게 2017년 겨울은 지나가고 있었다.

고객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다.

짐트럭에 대한 고객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많은 고객이 짐트럭을 호출했다. IT 회사들이 밀집한 판교 지역의 근로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도 짐트럭을 찾았다. 또 기존 피트니스 시장에서는 소외되었던 소위 ‘운동 소외 계층’이라는 새로운 고객군도 발견했다.

그러나 짐트럭의 이동성과 퍼포먼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차고가 높았던 짐트럭은 수많은 건물의 지하주차장 입구의 높이 제한에 걸려 고객의 문 앞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일쑤였고, 짐트럭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이따금 외부 요인의 방해로 중단되곤 했다.

박경훈 대표는 짐트럭이 고객의 호응만큼 본래의 핵심가치를 시장에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위험 변수들을 하나씩 헤아려 보았다.  

짐트럭 서비스가 한창인 2017년 겨울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한파가 몰아쳤다. 차량 히터를 틀고 온열기를 설치했지만, 차량 스튜디오 내 온도는 오르지 않았고 예약률이 평소보다 떨어졌다. 날씨와 같은 외부 환경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운동 레슨 운영과 관련한 예측 불가능한 변수도 있었다. 고객 레슨을 진행하던 중 긴급히 차량 이동을 요청받거나 지나가던 행인이 호기심으로 차량 문을 두드리는 일들이 꽤 빈번히 발생했고, 이는 재구매율 하락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한 대의 짐트럭에서도 복수의 통제 불가 변수가 있는데, 만약 차량과 서비스 지역이 늘어난다면 더 많고 다양한 예측 불가 위험 요소들이 운용(Operations)을 방해할 것은 자명했다. 천편일률적인 대응 지침 매뉴얼을 만들기도 어려웠고 장기적으로 이런 수많은 위험 변수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본질적인 의구심이 들었다.

“피트니스 시장 및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검증을 통해 짐트럭 운영 관련 핵심 성과 지표, 매출, 이윤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운용 측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많았습니다. 교통량 증가로 서비스 시작이 늦어진다든가, 한파나 폭설로 레슨이 취소되는 등의 외부에서 기인한 돌발 변수는 선제적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짐트럭 사업 모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많은 리소스를 투입했음에도 결국 짐트럭 서비스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런칭 4개월 만이었습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짐트럭 서비스는 1인 스튜디오 형태의 피트니스 사업 모델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다준 귀중한 경험이었다. 1인 스튜디오 모델은 33㎡ (약 10평) 이내의 공간에 꼭 필요한 운동 기구만을 구비하다 보니 대형 피트니스 센터와 다르게 초기 비용이 적게 들었다. 운영 비용도 낮은 편이었다.

“독립적 공간에서 맞춤형 운동 레슨을 원하는 수요는 존재했습니다. 짐트럭 서비스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을 포용하면서 운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서비스의 공간을 동산에서 부동산으로 바꾸었습니다. 차량의 이동성을 포기했지만, 서비스의 공간을 실내로 변경해서 고객이 얻는 이점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외부 변수의 방해가 없으니 수업의 질이 높아지고, 샤워시설 같은 부가 편의시설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고객의 전체적 만족도가 오르는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짐티 박경훈 대표

 짐티는 서비스의 공간을 건물 내 스튜디오로 변경하기로 하였다. 핵심가치와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여 새로운 서비스의 이름을 티랩(Tlab: Training Lab의 약자)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짐트럭 서비스를 종료한 지 약 2개월이 지난 2018년 2월 이미 충성 고객을 확보한 판교의 주거 지역 내 건물 안에 1인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티랩 1호점은 그렇게 시작되었다(Exhibit 6).

 

“현대인의 동선은 집, 직장(혹은 학교) 정도가 대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가 고객 동선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짐트럭이 제공한 이동성 이상으로 고객의 실질적인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오늘날 최고의 접근성은 많은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밀집 주거 단지나 공유오피스와 같은 상업지구의 중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곳에 티랩 1호점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 송재승 부사장

짐티는 티랩 1호점을 통해 여러 인구 통계학적 가설 검정에 돌입했다. 판교 지역은 높은 구매력을 보유한 주거 인구와 IT 근로자들이 있기 때문에 서울 강남 이남 지역의 표본으로 적당한 시장이라 생각했다. 티랩의 운동 레슨 시간은 1시간, 회당 레슨비는 6만 원으로 정하고 고객 반응과 관련된 여러 지표를 확인했다. 온라인을 통한 예약, 맞춤형 운동 레슨, 프라이버시 등 고객 만족도와 관련된 지표는 짐트럭 서비스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긍정적이었다(Exhibit 7). 스튜디오의 월 공간 이용률 (occupancy rate)2)은 70%를 웃돌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운영 이익률 역시 높았다.


강남 이남 지역 시장을 대표하는 판교 1호점의 빠른 성공에 힘입어 짐티는 서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1호점 운영을 통해 얻은 인구 통계학적 정보에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했다. 스튜디오 반경 2~3㎞이내의 주간 고정 인구, 대기업 사옥의 유무와 주요 직군, 평균 소득 정보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몇 개의 지역을 고민한 후 티랩 2호점을 초고층 아파트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단지 안에 열기로 결정했다.

티랩 2호점은 판교 1호점과 유사한 성과 지표를 보여주었다. 1·2호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자, 박경훈 대표는 티랩을 하나의 독립적 서비스 브랜드로 앞세워 피트니스 시장 내 확장을 도모한다.

“짐티의 서비스를 티랩을 중심으로 재편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짐트럭과 티랩 모두 짐티라는 회사에 속한 하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티랩 1·2호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짐티는 이름은 회사명으로만 사용하고 시장에 노출하는 브랜드는 티랩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시장과 고객에게는 티랩이란 서비스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소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티랩으로 가면서 고객 핵심가치를 제외하고는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브랜드 네임, 서비스의 구조와 서비스의 제공방식, 핵심 성과 지표 등. 짐트럭에서 티랩으로 사업 방향이 전환되면서 벌어진 전략적 변화는 피벗3)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그 피벗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경훈 짐티 대표

우연에서 기회를 찾다

짐티 박경훈 대표는 대학 시절 투자 동아리에서 A를 처음 만났다. 동아리 내에서 A는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짐티가 성수동 트리마제에 티랩 2호점을 신규 오픈하던 시기 A는 한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마침 사옥을 성수동 서울숲 인근으로 이전했던 터라 가까이 오픈한 티랩 2호점에서 체험 수업을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A의 체험 수업은 티랩에 크고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체험 수업에 만족한 친구는 박경훈 대표를 자신의 회사에 소개하는데, 당시 회사는 이전한 신사옥 내부에 운동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고도 적절하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 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 A로부터 티랩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신 A의 회사 대표께서 저희에게 사옥 내 운동 공간 운영을 제안했습니다. 운영 수익을 공유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이미 사옥 내 운동 공간과 기구가 있으니 저희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었습니다. 임대료 같은 초기 비용 투입 없이 트레이너와 운동 프로그램만 제공·운영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친구의 추천으로 너무나도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레 금융 회사 사옥 내에 티랩 3호점이 탄생했습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티랩 3호점은 짐티에게 여러모로 큰 전환점이었다. 당시 기업 고객의 요구에 따라 필라테스 서비스가 추가되었는데, 이전까지 헬스 운동 기구 레슨에만 집중하던 티랩이 신규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 피트니스 플랫폼을 지향하게 된 계기였다.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은 피트니스 시장 내에서 기업 고객 수요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티랩 3호점을 통해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4) 시장을 경험한 짐티는 기업 고객군의 성장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들을 티랩의 주요 고객군으로 포함하고자 했다. 기업 고객과의 거래는 개인 고객을 응대하던 기존의 B2C 사업과는 운영방식, 그리고 제공 핵심가치 등이 크게 차이 났다. 무엇보다 운영(Management) 측면에서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기업의 인사·재무·회계팀과 새로운 형태의 추가 정보를 교류해야 했다. 예를 들어 사내 직원의 내부 운동 시설 이용률, 수익 배분을 위한 비용 정산 등이 그것이다. B2C 시장에 집중하던 기존 피트니스 사업자들에게 B2B는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짐티의 B2B 시장 경험은 내부적으로는 더 많은 사업적 기회를, 외부적으로는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였다. 기업 고객이 짐티의 고객 포트폴리오에 들어오면서 주요 핵심 성과 지표는 다양해졌다 (Exhibit 8).


짐트럭 서비스 기간에는 차량의 제작 및 이동과 관련된 지표들이 전부였던 데 비해 서비스 공간이 건물 내 스튜디오로 전환하기 시작한 티랩 1호점과 2점에서는 지역 상권 관련 및 인구통계 지표들을 새롭게 추가했다.

짐티가 B2B 사업 영역에 진출한 3호점에서는 핵심 성과 지표 영역에 변화가 생겼다. 기업에서 운동 공간을 제공하는 B2B 영역에서는 공간 관련 초기 비용이나 입지 선정 관련 지표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기업 고객 내 공간을 운영하며 창출하는 이익의 일부를 기업과 공유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운영 이익을 기업 고객과 나누어야 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물론 사업 영역과 무관하게 중요한 핵심 지표도 있었다. 비용 관련 지표나 고객 만족 관련 서비스 지표다. 모두 짐티가 창업 이래 굳건하게 지켜온 고객 핵심가치, 만족도와 관련된 숫자들이다.  

파트너스 프로그램(Partner’s Program)으로 티랩의 확장을 기대하다

짐티의 시작은 모빌리티 특유의 이동성으로 판교의 고객을 부지런히 찾아간 짐트럭이었다. 비록 모든 고객의 문 앞에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하고 서비스의 연속성에도 문제점을 발견하며 짐트럭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했지만,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은 개인 맞춤형 운동 레슨 사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티랩으로의 피벗은 짐티가 모빌리티의 이동성을 포기하고 고객 동선의 중심으로 들어가 접근성을 선택한 전략적 변화였다. 경기도 판교 주거지역 내 티랩 1호점과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 아파트 단지 내 2호점을 연달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B2C 시장에 진입하였다. 이후 박경훈 대표의 개인적 인연과 우연이 쌓여 기업 고객인 티랩 3호점까지 오픈하며 B2B시장의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였다(Exhibit 9).

 


짐티는 서비스 영역과 제공 방법이 상이한 짐트럭과 티랩 1·2·3호점을 운영하는 동안 끊임없이 가설을 검증하였다. 설정한 가설에 근거한 시장에 대한 기대, 그리고 시장의 반응과 결과값도 모두 달랐다. 결과를 해석하며 크고 작은 전략적 변화를 시도했다. 그 중에는 짐트럭을 포기하고 티랩을 새로 런칭하기도 했다. 박경훈 대표 스스로 정의한 것처럼 피벗이라는 큰 전략적 변화였다.

이제 박경훈 대표와 짐티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마중물은 시장에 새롭게 내놓을 파트너스 프로그램(Partner’s Program)이다. 개인 스튜디오 운영을 꿈꾸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창업을 짐티가 지원하는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외견상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요식업의 프랜차이즈 모델과 유사하다. 그러나 파트너스 프로그램 속 짐티와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관계는 요식업의 가맹 관계보다는 긴밀하다. 짐티는 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트레이닝 수업 운영에 필요한 온라인·오프라인 솔루션을 모두 지원할 뿐만 아니라, 창업 초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짐티는 파트너스 프로그램이 요식업에서 대중화된 프랜차이즈 계약보다는 최근 컨텐츠 산업에서 주목받는 구독 경제 모델(Subscription Economy Model)과 더 유사하다고 말한다. 구독 경제 모델이란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사용자가 일정 기간 구독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 모델을 뜻한다.

“많은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개인 스튜디오 창업을 꿈꿉니다. 구독 경제 모델을 피트니스 산업에 적용하면 손쉽게 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넷플릭스·스포티파이 같은 미디어 산업이나 면도기 같은 소비재 산업에만 구독 경제가 동작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독 모델은 피트니스 산업에도 좋은 혁신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파트너스 프로그램은 기존의 구독 경제에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같은 창업자의 스튜디오 창업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짐티가 부담하니까요. 파트너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트레이너는 티랩의 운영 시스템과 운동 솔루션을 이용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매출 구간에 따라 저희와 운영 이익을 공유하면 됩니다. ”


박경훈 짐티 대표

박경훈 대표는 재정적 부담이 큰 초기 스튜디오 오픈 비용과 온라인 예약, 운동 프로그램,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까지 짐티가 담당하고 트레이너는 온전히 고객 서비스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대신 트레이너는 짐티에 매달 솔루션 운영비를 지불하고 운영 이익의 일부를 공유해야 하지만 초기 비용과 고객 영업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스튜디오 오픈 초기부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Exhibit 10).

짐티의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짐티는 파트너스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짐트럭, 티랩을 거치며 성장한 짐티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참고문헌]

국세청. (2017). 국세 통계로 보는 100대 생활 업종 현황. 국세청.

남혜정. (2016. 08. 16). ‘헬스장 먹튀’ 느는데..카드 장기할부 안돼 소비자만 피해. 세계일보.
URL: http://m.segye.com/view/20160816003250

정진우. (2017. 04. 14). [J report] 서울서 롱런하는 창업 아이템은 보육시설·편의점, 중앙일보.
URL: https://news.joins.com/article/21473519

[주석]

1. MVP: Minimum Viable Product의 약어로 ‘최소기능제품’으로 번역된다. 스타트업들이 제한적인 자원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을 탑재해 출시하는 실행 가능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2. Occupancy Rate: 공간 이용률 혹은 공간 점유율이라고 번역한다. 보통 호텔 객실이나 항공기의 좌석 점유율을 표현할 때 이용하는 단어로 본 사례에서는 티랩의 서비스 이용률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개별 피트니스 스튜디오에서 일일 12회 레슨이 가능하고 고객이 총 6회 이용하였다면 일일 공간 이용률은 50%이다.

3. 피벗(Pivot)본래 농구 따위의 구기 운동이나 댄스에서, 한 발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행위를 의미했으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전략적 이동을 의미함. 효율적인 제품 개발이나 서비스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린스타트업 영역에서 피벗(pivot)이라는 단어를 차용한 이후 대중적으로 사용됨

4. 본 사례 내에서는 짐티가 개인 운동 회원이 아닌 운동 스튜디오 공간을 소유한 금융 회사와 거래를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보기

집필진

최화준

최화준

최화준은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기술경영학협동과정 박사과정 학생이다. 펜실베니아대 경제학사, 연세대 영어영문학사, 그리고 HEC Paris 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유럽, 아시아, 한국등 여러 지역에서 다국적 IT 회사와 창업회사를 경험했다. 통계와 영문학을 좋아하며 생각의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록으로
사례
펼치기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