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닥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다른 기업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먼저,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에 반해, 카닥은 고객의 눈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확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소비 행위와 고객 가치사슬에 대한 통찰력으로 사업 기회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카닥의 사례는 기존 경영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프레임과 차이를 보인다. 카닥은 초기에 고객 가치사슬에서 가치가 잠식되는 단계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는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에는 고객 가치사슬의 니즈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 분야를 확장하였다. 이는 기업이 시장 규모와 잠재력, 그리고 경쟁 우위를 중심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따라서 본 사례를 통해 기업이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고객 가치를 어떻게 향상시키는지를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 경영학적 관점과 디커플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 이전에 교수자는 학생들이 사례를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에 배포하도록 하고, 강의 시간 전반부에는 핵심 질문과 관련된 주요 개념을 10분간 설명한 후, 질문에 대해 65분간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총 75분간 진행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Q1. 고객 가치사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요 고객의 소비 행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카닥의 주요 타깃 고객에 대해 생각해 보자.
Q1-1.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에서 나타나는 국산차 운전자와 수입차 운전자의 소비 행위를 고객 가치사슬 중심으로 분석하시오.
Q1-2. 여러분이 카닥의 창업자라면, 타깃 고객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하여 논의하시오.
Q2. 중개 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업을 시작한 카닥은, 2016년을 기점으로 자동차 오너의 소비 활동 카테고리와 자동차 애프터 마켓 시장의 특성을 분석하여, 확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카닥이 고려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확장 전략 모델의 옵션은 1)중개 서비스 모델 강화 2)중개 서비스와 (서비스드) 커머스 모델 결합 3)중개 서비스와 직접 제공 모델 결합이 있다. 여러분이 카닥의 CEO라면, 어떤 분야로 확장 전략을 수립하겠는가? 앞서 논의한 고객 가치사슬 개념을 바탕으로 논의하시오. 각 유형에 따른 서비스 항목은 제시되는 표와 같다. (TN 참고)
시장 파괴는 고객으로부터, 카닥은 어떻게 자동차 애프터 마켓의 강자가 되었는가
수입차 오너드라이버로 5년간 사고 한 번 없었던 철수 씨는, 비 오는 날 좁은 경사길을 내려오다가 미처 보지 못한 전봇대와 충돌하여 자동차가 심하게 훼손되었다. 그동안 자동차 사고를 낸 경험이 없었던 철수 씨는 어떤 수리 서비스센터에 자동차를 맡겨야 할지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더군다나 수입차의 경우, 국산차와 달리 제조사와 연계된 공식 수리 서비스센터가 존재하지 않아서 어떤 곳이 믿을 만한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수리 서비스센터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홍보 위주의 내용 일색이라 어떤 곳이 정말로 실력이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집 근처에서 가격이 적당한 서비스센터를 찾아 수리를 맡겼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타이어 교체를 위해 전문점을 찾은 철수 씨는 자동차 엔진 룸에서 엔진 오일이 미세하게 새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6개월 전 사고 시 받았던 차량 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였다. 철수 씨는 사고 당시 수리했던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보았는데 수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하여 실랑이가 벌어졌고 서로 입장을 좁힐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격은 비싸지만 솜씨가 좋다는 다른 서비스센터를 찾아 차량 수리를 다시 의뢰하였다.
“자동차 사고 수리는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야 찾게 되는 거잖아요.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거나 자주 찾는 서비스 분야가 아니다 보니, 수리점에 대한 정보도, 또 수리 과정에 대한 지식도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자동차 수리점에 갈 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갈 수밖에 없어요. 결국은 수리 서비스의 품질이나 수리공의 실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서비스를 받게 되니, 받고 나서도 찜찜한 기분이 남아요.”
– 고객 OOO
자동차 사고로 수리 서비스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종종 철수 씨와 비슷한 불편을 겪으면서 수리 이후에도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설문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소비자 보호원이 조사한 소비자시장평가지표1)를 보면 자동차 수리 서비스는 시장유형별 평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Exhibit 1). 2017년 기준 27개 서비스 시장 평균 점수는 77.8점인데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은 75.9점이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은, ‘비교용이성’, ‘소비자 불만 및 피해’, ‘기대만족도’, ‘신뢰성’, ‘선택가능성’인데,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은 전체 항목에서 평균 점수에 미달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 지향성에 대하여 파악하기 쉽게 제시된 소비자 지향성 신호등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은 적신호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Exhibit 2).
자동차 수는 매년 증가하여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생활 속에서 없으면 안될 정도로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었는데, 자동차 애프터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왜 이렇게 심각한 것일까?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특징
자동차 정비·수리 서비스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후방 산업에 해당하는데, 구체적으로 자동차 정비 서비스 부문과 자동차 수리 서비스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정비 서비스의 경우 어느 정도 이용 패턴이 고정되어 있어(일정 주기, 일정 주행 거리 등) 자동차 등록 및 사용이 많아질수록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비와 점검을 받는 소모품의 교환 위주로 이루어지며 제조업체의 사후 서비스나 어느 정도 표준화된 작업으로 인해 비용이 크지 않다.
반면 사고로 인한 이용의 경우 파손 부위에 따라 수리를 받아야 하는 부분도 천차만별이며 정비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사고 수리의 경우 비일상적 소비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소비자가 수리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즉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때문에 소비자는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비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정보 비대칭 상황에 놓인다. 첫째는 앞서 설명한 자동차 수리 서비스 센터의 ‘수리 품질’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2019년 12월 기준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35,847 개의 사업장에서 97,280명이 자동차 정비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사업장별 평균 2.71명으로 여기에는 행정 인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비 전문 인력은 사실상 그보다 더 적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비 인력의 실력 차이가 그대로 서비스센터의 수리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비소별 수리 서비스 품질 편차가 크다. 여기서 문제는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의 수리 서비스 품질 수준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 수리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전문 인력과의 지식 격차가 클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역선택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둘째는 자동차 수리 서비스센터의 일반 서비스 부문(고객 서비스에 대한 태도, 사후 불만 처리 방식 등)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소비자의 불만 중 하나는 서비스 태도에 대한 것이다. 앞서 설명한 수리 서비스 품질에 대하여는 소비자와 전문 인력과의 지식 격차로 인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다. 서비스 태도는 즉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소비자의 주관적 효용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동차 수리 서비스 센터의 서비스 태도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직접 수리를 받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특히 사고 수리의 목적으로 수리 센터를 찾는 경우는 방문 횟수가 비정기적이므로, 서비스 공급자인 수리 서비스센터의 입장에서는 일반 서비스 부문의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적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은 국산차 대비 상대적으로 수입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Exhibit 3).
한편, 수입차의 수리 서비스 비용은 국산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데, 보험개발원 통계(2014)에 따르면 수입차의 수리비는 국산차 대비 약 3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수입차 수리가 가능한 서비스센터 수가 부족하거나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한다. 이러한 수입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특징으로 인해 정보 비대칭으로 발생되는 소비자 문제나 불만이 국산차와 비교했을 때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수입차 수리가 가능한 서비스센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혹은 자동차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 않다면 홍보성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가 혼재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소비자의 가치를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카닥의 이준노 대표는 수리 서비스 시장이 대표적인 레몬 시장이 된 원인이 정보 비대칭 외에도 기존 서비스센터가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인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기존 수리 서비스센터들이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열을 올리면서도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고객의 가치를 잠식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닥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사용자 기반 관점(user based view)에서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한현철 전략 이사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사업에 대해 두 가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사업은 쓸모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팔 수 있어야 사업입니다. 팔 수 있다는 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둘째, 사업은 남 좋은 일이라는 거예요. 남=고객, 좋은=만족을 의미합니다.”
– 한현철 전략 이사
카닥의 등장
출발, 고객 경험 기반의 서비스 출시
자동차 마니아 이준노 대표는 과거 폭스바겐 TDI클럽을 운영하던 시절, 수입차 운전자들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을 마주하였다. 그는 그 가운데 자동차 수리와 관련한 부분에 주목하였다.
“수입차 오너들의 가장 큰 고충은 자동차 수리였습니다. 공식 서비스센터는 항상 기다려야 하고, 비용까지 비쌉니다. 내부 부품을 바꾸지 않는 경우에는 공식 서비스센터에 차를 맡길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 정비업소에 맡기자니 믿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외장 수리점의 경우, 대부분 수입차 전문점을 표방하지만, 소비자들이 선뜻 수리 서비스센터를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급하게 수리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됩니다. 수리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평상시에는 사고 수리에 대한 니즈가 없기 때문에 좋은 정비 업소가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 이준노 대표
이준노 대표는 당시 믿을 만한 수리점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지만, 나아가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고객의 불편함과 불만이 가중된다고 믿었다. 자동차 마니아이자 자동차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고객의 눈으로 자동차 수리 시장을 바라보았다. 고객 중심 관점에서 수리 서비스를 살펴보면, 고객이 부담하는 비효율이나 낭비가 발생하면서 선택가능성, 비교용이성, 소비자 불만 및 피해 등의 측면에서 소비자의 가치가 잠식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믿었다(Exhibit 4).
그러던 중, 그는 당시 커뮤니티에서 회원들이 사고 차량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고 자동차 수리 서비스센터에서 댓글로 견적을 제시하는 현상에 주목하게 되었다. 고객 입장에서 수입차 공식 애프터서비스센터는 비용도 비쌀 뿐 아니라 대기하는 기간도 길어서 자동차 커뮤니티를 통해 신뢰할 만한 수리 서비스센터와 합리적인 가격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자동차 수리 서비스센터 또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의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찾고 있던 상황이었다.
수입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 이와 함께 커지는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마찰과 소비자 불편, 그리고 공급자인 수리점의 고충까지 포착한 이준노 대표는 2012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내에서 카닥 서비스를 론칭할 기회를 잡는다. 당시, 다음에서는 넥스트 인큐베이션 스튜디오(NIS)를 통해 사내 벤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해 주는 분위기였다. 이준노 대표는 2012년, 소비자가 자동차의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수리 서비스센터의 견적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자동차 수리 견적 비교 서비스 카닥으로 NIS 사내 공모전에 도전하였고, 1등에 선정된 후 2013년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다. 출시 이후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카닥은 출시 500일 만에 누적 견적 요청 수 4만 건, 누적 수리 금액 200억 원, 수입차 이용자의 10%에 해당하는 20만 건의 다운로드를 돌파하였고, 2014년 1월 다음에서 분사하여 벤처 기업으로 독립하였다.
고객의 가치사슬을 들여다보다
“처음부터 주요 타깃은 수입차였어요. 회사 내에서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과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한 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고충이나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를들었습니다. 자동차 공업사 사장님들도 많이 뵈었는데 유명 수입차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만남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 한현철 전략이사2)
카닥은 서비스 출시 당시, 수입차 수리 서비스 시장만을 타깃으로 선정하였다. 수리 견적 비교 대상 범위를 넓힐수록 플랫폼에 유입되는 고객의 수와 견적을 제시하는 수리 서비스센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선택이었다.
이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소비 활동을 고려한 결과였다. 국산차의 경우, 자동차 제조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220개의 서비스센터가 자동차 경정비에서부터 고장 수리, 외형 복원과 같은 수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나 자사의 브랜드 직영 정비 업체 및 협력 업체들이 전체 업체 수(7,362개) 대비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 체계가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 기술 정보에 대해 폐쇄적인 공유를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수입차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즉, 국산차의 경우 고객이 서비스 제공과 가격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에 직면할 위험이 적었다.
타깃을 수입차 운전자로 선정한 이후, 카닥은 고객들의 소비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동차 사고가 난 시점부터 수리 서비스 제공을 받고 그 이후의 사후 서비스를 받기까지 어떠한 단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소비 활동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은 수입차의 사고 수리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고객이다. 수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포털 사이트나 자동차 커뮤니티 혹은 주변 지인을 통해 수리 서비스센터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들 서비스센터에 대한 후기를 검색하거나 댓글을 참고하여 몇 군데 서비스센터를 선택한다. 그런 다음 서비스센터에 전화하여 파손 부위를 설명하고 견적을 물어볼 것이다. 정확한 가격을 알고 싶지만 서비스센터의 대답은 수리 비용이 아니라 “일단 한번 와 보세요.” 혹은 “얼마 정도 예상하세요?”일 경우가 많다. 전화 상담을 통해 대략적인 가격의 범위는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전화 응대 태도를 기준으로 몇 군데 서비스센터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차를 가지고 각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여 가격을 흥정하고 차를 맡긴다. 그런 후 약속된 시간에 차를 찾으러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는데, 운이 나쁘면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 수리가 완료된 이후에도 서비스에 불만족을 느끼거나 사후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다시 서비스센터에 불만을 제기하여야 하는데, 여기에 또 추가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위험도 있다.
위의 상황을 보면 자동차 수리 서비스에는 여러 단계의 소비 활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의 불편이 자동차 수리 서비스센터 검색 단계에서부터 발생하고 서비스센터 선택에서도 평가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객들이 다양한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닥은 소비자에게 차를 맡길 수리 서비스센터 리스트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믿을 만한 리스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정보 부족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문제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카닥은 고객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만족감을 주기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고객 의심(역선택에 대한 리스크)의 원천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다고 인식할 경우, 소비자는 서비스 결과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선택의 폭이 넓다면 선택에 대한 결과 역시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서비스 결과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 역시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한 카닥은 빠른 견적 의뢰와 정확한 견적 제안서를 통해 믿을 만한 정비 서비스센터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한다. 서비스의 핵심은 1)파손 부위에 대한 정확한 견적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과 2)소비자가 안심하고 수리 서비스센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견적 의뢰 단계까지 소비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견적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카닥은 파손 부위 사진 3장을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하면 플랫폼 입점 업체들의 역경매 방식으로 실시간 견적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사진을 통한 견적은 커뮤니티 운영 당시 회원들이 사고 수리 견적을 의뢰할 때 사용했던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사진 업로드 시에도 별도의 회원 가입이나 개인 정보 입력 등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하여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였다. 실시간 견적을 제공받은 고객은 다른 이용자들의 후기, 업체와의 실시간 대화를 통해 서비스 응대 태도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고객 가치사슬에서 앞 단계의 활동들을 분리해냄으로써 카닥은 견적 비교 서비스와 중개 서비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였지만 단순한 견적 비교 서비스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다. 왜냐하면,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에서 고객 경험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업체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한 문제도 있기 때문이었다. 신뢰성의 문제는 견적을 제시한 업체에 대한 평가와 연결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카닥은 고객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기준이 될 수 있는 리뷰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 리뷰가 쌓일수록 고객들은 카닥의 견적 비교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고객의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준노 대표와 한현철 전략 이사는 서비스 초기 카닥이 리뷰를 관리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고객은 리뷰를 통해 수리 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객은 직접 소비를 해본 다른 고객의 조언을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리고 서비스센터의 견적 자체보다 리뷰가 고객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죠. 그래서 리뷰 건수를 빨리 축적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어요. 초기에는 비싼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다고 여기고 고객들이 리뷰를 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습니다. 초기 3년간은 리뷰를 올릴 때 개인 정보 입력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게 하였죠. 그리고 리뷰를 올린 고객들에게 상품권을 보내는 프로모션을 하기도 하고요.”
– 이준노 대표, 한현철 전략 이사
디지털 베이스 서비스(digital based service)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리뷰의 비율이 많아지면 수리 서비스센터로의 연결 비율이 감소하게 되고, 카닥 서비스의 유용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였다. 따라서 리뷰 관리를 위해 카닥은 소비자가 올린 리뷰를 전수 모니터링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정적이거나 불만이 담긴 리뷰가 올라올 경우, 세일즈 팀이 직접 소비자에게 연락하여 구체적인 불만이 무엇인지 파악하였고 수리 서비스센터에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여 소비자와 수리 서비스센터 모두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리뷰의 전수 모니터링은 카닥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소비자가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를 고객 기반 관점에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카닥이라는 브랜드를 정립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이 카닥은 고객이 정보를 비교하고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들어가는 부담을 감소시켜 고객 가치를 향상시켰다. 다음 표에서는 고객이 카닥을 통해 자동차 수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비용(금전, 시간, 노력)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카닥을 이용할 경우 절감할 수 있는 총 비용은 (-72만 원)+(-1일)+(-2EIP) 라는 것을 알 수 있다(Exhibit 5).
플랫폼의 또 다른 고객-수리 서비스센터
한편, 중개 플랫폼이라는 서비스의 특성상, 수요자인 고객 유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급자인 수리 서비스센터 입점이었다. 중개 플랫폼 모델에서는 공급자 역시 수요자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당시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에서는 고객뿐만 아니라 수리 서비스센터들도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의 부재로 고객 확보를 위해 수입차 영업 사원이나 레커차에 15~25%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들 서비스센터를 카닥 플랫폼에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준노 대표는 실력 있고 신뢰할 만한 수리 서비스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초기에는 기존 관행에 익숙한 서비스센터 사장들이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중개 서비스의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선뜻 입점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과 함께 입점 서비스센터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하나둘씩 입점을 하기 시작했고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수리 서비스센터 사장님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0명을 소개해 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손님이 사장님 가게에서 수리를 받는 것까지 관리해 주는 것이 좋은지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후자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공급자에게 수요자를 붙여 주는 과정을 카닥 서비스에 추가해야 했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실력이 있는 서비스센터일수록 고객이 견적을 의뢰하게만 해달라고 요청하는 거였어요.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이 점은 저희와 이해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초기에 실력 있는 서비스센터의 확보가 중요했으니까요.”
– 이준노 대표
또한, 리뷰를 토대로 카닥에 입점한 수리 서비스센터들을 관리하였다. 소비자 불만이 많은 서비스센터의 경우, 그 원인을 업주에게 설명하고 함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입주 서비스센터들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였다. 소비자의 주관적 만족도는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자동차 수리 서비스 시장의 업주들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소비자의 리뷰가 불필요하다고 느끼거나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닥은 지속적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설득하여, 업주들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점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카닥에 입점한 서비스센터들은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전국 입점 서비스센터의 80%(울산, 강원권 제외)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 이상까지 매출 신장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3) 이러한 성과를 보이자 카닥은 수리 서비스센터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입소문이 났고 서비스센터에서 먼저 카닥에 입점 요청을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유료화 모델로의 전환
카닥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수리 서비스센터와 소비자 양측으로부터 모두 인기를 얻으면서, 2015년 서비스 유료화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수익 모델에 대하여 고심하면서 카닥은 견적을 요청하는 소비자로부터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지만, 플랫폼에 입점하는 수리 서비스센터로부터 월 회원료와 견적 요청 수신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개발하였다. 한현철 전략 이사는 이 시기의 카닥 비즈니스 모델 수익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견적 요청 수신료라는 이름으로 수리 서비스센터에 비용을 받은 것은 수수료 모델과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모델은 수수료 모델이라기보다는 소개료를 받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수리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견적이 필요한 고객들을 서비스센터들에 소개할 때마다 이에 따른 비용을 받는 것입니다. 소개료를 수익 모델로 만든 이유는 카닥의 역할이 고객의 자동차를 서비스센터가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소개를 해 주는 것까지이기 때문이죠. 고객으로 하여금 견적을 제시하는 서비스센터를 선택하고 수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은 서비스센터의 역할입니다.”
– 한현철 전략 이사
이와 같이 카닥의 서비스가 자동차 수리 시장에서 지니는 의미는 고객 가치사슬에서 가치 잠식이 일어나고 있던 부분을 분리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데 있다. 카닥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단순히 연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객 기반 관점에서 분석하여 중개자로서의 신뢰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였다. 2015년 서비스 유료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견적 요청 건수에 따라 카닥의 매출도 증가하였고 뚜렷한 성과를 내보이자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되었다.
새로운 기회와 성장 전략: 고객 활동 인접 분야로의 사업 영역 확장
카닥 서비스를 출시할 때부터 카닥의 비전은 자동차 수리 시장을 포함한 자동차 애프터 마켓 생태계의 강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중 자동차 수리 분야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쉽고, 표준화가 가능한 분야였다. 카닥이 수리 분야에서 사고 수리 견적만을 취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고장 수리의 경우 표준화가 어렵고 실제 고장 부위의 사진만을 보고 견적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출시 4년 차인 2016년, 카닥은 사고 수리 견적 서비스로만 성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카닥이 그동안 효과적인 고객 유치를 통해서 비즈니스 모델의 장점을 증명했다면, 그 다음 과제는 성장을 위한 사업 영역 확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준노 대표와 한현철 전략 이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카닥의 사고 수리 견적 서비스는 고객의 사용 빈도가 낮고, 수용 예측이 불가능하며, 예비 수요 창출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즉 일상적인 소비가 발생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의 소비 행위를 계획하기에는 어려웠어요. 고객의 사용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분야로 확장하여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전략 모델의 수립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애프터 마켓에서 예측이 가능하며 정기적 소비가 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쉬운 사업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여기에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어떻게 고객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중심으로 확장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확장이 아니었고요. 자동차 애프터 마켓에서 고객의 니즈는 정보를 얻거나, 상품을 구매하거나, 수리 및 관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죠.”
– 이준노 대표, 한현철 전략 이사
이러한 인식 속에서 내부 회의를 마친 결과, 우선 세차 서비스와 엔진 오일 교환 등의 경정비 예약 서비스를 시작해 보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고, 2016년 프리미엄 손 세차 서비스인 카닥 워시를 출시하게 되었다. 카닥 워시는 카닥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한 후, 가까운 세차장을 방문하여 세차를 받을 수 있는 O2O 서비스인데, 서비스 출시를 위해 전국에 있는 53여 개 세차장과 계약을 맺고 표준 매뉴얼에 따른 교육을 진행하였다. 카닥이 세차 서비스의 표준화 과정에 공을 들인 것은 ‘카닥 워시’라는 브랜드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여 서비스 품질 관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엔진 오일 교환 역시 사용 주기 예측이 가능하고 사용 빈도가 일정하다는 측면이 있었다. 이 서비스는 2016년 11월 오픈한 카닥 테크샵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론칭하였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차종을 입력하면 적합한 엔진 오일과 에어컨 필터를 추천받을 수 있으며, 품질과 가격을 고려해 엔진 오일이나 에어컨 필터를 선택하면 해당 제품을 교환해 주는 시공 서비스센터를 검색하여 원하는 일정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카닥 워시와 카닥 테크샵은 서비스 검색과 선택 과정뿐 아니라 결제까지 소비의 전 과정을 카닥 플랫폼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두 분야로의 진출은, 카닥의 사업 범위를 비일상적 소비 분야에서 일상적 소비 분야로까지 확장할 수 있게 하였다.
한편, 카닥은 카닥 리페어(수리 견적 비교 서비스)와 카닥 워시를 통해 커머스 진출 기회를 엿보았다. 공급자 측면의 고객인 정비 서비스센터들을 상대하다 보니 서비스센터들이 구매하는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러한 제품들을 카닥이 공급한다면 커머스 분야에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닥 부자재몰이라는 명칭으로 진출한 B2B 커머스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원래 카닥의 핵심 역량은 온라인 중심의 플랫폼 서비스 제공에 있는데,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분야에 진출하다 보니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들을 겪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물류 분야에서의 시행착오였다.
“B2B 커머스에는 우선 팔아야 할 물건들, 즉 구비해 놓아야 하는 물건들의 품목이 많고 브랜드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정비 서비스센터마다 지역별로 혹은 사업자별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재고를 폭넓게 확보해야 했는데 현실적으로 모든 재고를 확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또, 기존 오프라인 사업점(지역 대리점)의 경우, 스타렉스 같은 차량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카닥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역 거점별로 물류 창고를 확보해야 했는데 온라인 중심인 카닥이 물류 분야에 그만큼 역량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논의 끝에 온라인 베이스인 카닥의 핵심 역량을 고려하여 B2B 커머스 대신 특정 브랜드를 카닥이 제안할 수 있는 B2C 커머스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B2C 커머스로 방향을 전환하자 지금까지 쌓아왔던 카닥의 평판 덕분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미국 엑손모빌과 같은 부띠크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들이 먼저 접촉해와 카닥에서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 한현철 전략 이사
한편, 2018년 8월 우연한 기회에 카닥은 커머스 분야에서 에어컨 필터를 제작하는 루프트(LUFTT) 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 배경에는 카닥 테크샵을 통해 보통 소비자들은 엔진 오일을 교환 하면서 차량의 다른 부분들을 같이 점검하거나 소모품들을 교환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있다. 그중 가장 많이 교환하는 제품이 에어컨 필터였는데 당시에 미세 먼지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에어컨 필터에 미세 먼지를 거르는 기능을 추가하면 고객들의 소비 행위와 결합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닥은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 회사가 아니라, 가정용 공기청정기 필터 회사와 협업하여, 제품 제작을 의뢰하였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직접 개발한 필터를 테스트해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성능이 좋게 나왔기에 PB(Private Brand)로 가는 대신 별도의 자회사인 루프트를 설립하여 판매하게 되었다.
카닥은 2017년 초 GS 칼텍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였다. 양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어느 부분에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논의한 끝에 2018년 11월 일산에 주유소를 오픈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하게 된다.
“GS의 경우, 오토오아시스라는 카센터 프랜차이즈가 있었기에 카닥과 경정비 분야의 제휴를 논의했어요. 하지만, GS 오토오아시스는 브랜드 이미지나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카닥의 역량을 발휘해서 서비스를 재편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GS 칼텍스 입장에서는 부대사업 중 어떤 것을 결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카닥과 GS 칼텍스가 함께하기에 용이한 분야가 세차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하면서 자동화된 카닥 워시 세차장의 버전업된 모델을 전국 GS 주유소에 적용해 보자는 협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유소 세차는 보통 주유하면서 쿠폰을 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세차 분야에서 성과가 누구 덕분인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전국의 주유소마다 동선이 달라서 카닥 워시의 자동화된 기계들이 결합된 세차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사실, 카닥 워시는 단순히 차를 닦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고객이 세차를 맡기고 돌아오는 경험까지 서비스안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거든요.”
– 한현철 전략 이사
카닥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일산 GS 칼텍스는 모든 경험을 주유소 내에서 할 수 있도록 고객 중심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닥 주유소는 통합 키오스크 결제 도입, 프리미엄 세차 서비스, 자동차 소모품 정비, 카페 등을 주유소 내에 설계하여 자동차 애프터 마켓의 다양한 소비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주유소 내에 있는 카페 ‘온더로드’에서는 프리미엄 커피와 핫도그 등 간단한 푸드를 판매하여 고객이 대기 시간 동안 쉬면서 모니터를 통해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세차 업체와 경정비 관리 서비스센터에서는 고객이 대기실에서 서비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카닥 주유소는 카페라는 공간을 주유소에 접합하여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전환시켰다.
이와 같이 카닥은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장을 시도하면서 자동차 오너의 소비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카닥이 확장 전략을 통해 창출되는 시너지를 기업 중심이 아니라 고객 중심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카닥의 사업 확장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보다는 고객 지향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이준노 대표와 한현철 전략 이사의 설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성장의 핵심은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데에 있어요. 그래서 비즈니스의 확장도 결국은 기업이 어떤 자원을 소유 혹은 보유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어디까지 제공해 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어요.”
– 이준노 대표, 한현철 전략 이사
카닥은 고객의 소비 행위가 연결되는 전체 과정에서 인접 활동 간의 결합이 발생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고객 중심 관점에서 고객 소비 행위의 단계들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를 이해하고, 확장 전략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따로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분야로의 진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존의 사업 영역 확장과는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카닥을 통해 다각화의 핵심은 단순히 사업 영역 확장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 활동을 연결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술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카닥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다. 즉, 기업이 가진 자원과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지닌 자원과 핵심 역량에 중점을 둘 경우, 기업은 고객보다는 기술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 시장을 혁신으로 이끄는 주체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고객의 결정이다. 카닥은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고객에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으니 사용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필요한 걸 제공하는 거예요. 그러면 고객은 찾아오게 됩니다. 기업이 내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그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는 어중간한 결과물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서비스나 제품은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원이라는 한정적인 요소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까요.”
– 이준노 대표, 한현철 전략 이사
고객에게 초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자원을 재편하고 역량을 새롭게 구성한다. 따라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더라도 카닥의 성장세가 견고한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주석]
1. 시장이 얼마나 소비자 지향적으로 작동하는지 나타내는 지표.
2. 박희진, “수입차 타기 힘들죠?…검증된 카닥의 가설”, 한국경제, 2016.10.20.
3. 박민주, “카닥, 견적요청 4만 건 돌파”, 서울경제,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