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는 지난 20년간 6번의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에 참여한 기업인이다. 그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IR(Investor Relations, 투자유치)이사로 활동하던 시절 외식산업, 그중에서도 배달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최 대표는 바로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배달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 창업을 준비하였다. 배달음식점의 체계가 잡히면 공유주방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2년간의 사전 경험을 통해 그는 외식업을 막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는 안정적 운영이 보장되고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전통적인 식당구조를 혁신하려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정이 대표의 신념 속에, 본격적인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이 시작되었다.
고스트키친은 하나의 공간에 마련된 다수의 독립된 주방에 각각 다른 배달음식점 업체가 입점하는 배달형 공유주방으로, 누구나 별도의 설비투자 없이 소자본으로 외식업 창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현재 고스트키친은 임대업과 IT 서비스업의 역할고스트키친의 지속가능한 서비스와 성장을 위한 효용극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공실률, 지역 지점, 배달 횟수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측면과 소비자의 측면에서 각각 논의해보자 모두 수행하고 있다. 배달음식점 창업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대 상권에 위치한 풀옵션 프라이빗 키친(Built-in Kitchen)을 보증금 1,000~1,200만 원, 월 임대료 150~170만 원에 제공한다. 배달 주문에 따른 IT 서비스 수수료는 별도로 과금한다. 2019년 6월과 7월 고스트키친 삼성점(15키친)과 강남역점(27키친)에 이어 2020년 1월 3호점인 송파점(25키친), 2020년 4월 관악점(20키친)과 노원점(11키친)을 오픈하였다. 여섯 번째 지점인 관악 2호점(17키친)을 같은 해 12월에 오픈했다.
Q1. 고스트키친이 요식업 부문에서 창출하는 핵심 역량은 무엇이며, 해당 핵심역량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요인 평가법을 통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시오
Q2. 고스트키친의 지속가능한 서비스와 성장을 위한 효용극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공실률,
지역 지점, 배달 횟수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측면과 소비자의 측면에서 각각 논의해보자.
Q3. 고스트키친의 다음 지점은 어느 지역으로 확대가 가능한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관점에서
이해해보자.
식당의 전문성을 넘어 소비의 편의성으로 – 단추로끓인수프
‘사장님, 망할 준비가 되어 있으세요?’
성공한 음식점들은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가며 전문성을 높였다. 일본에서는 가업으로 전해지는 식당의 분점을 내려면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요리를 손님께 내보이기까지 십수 년간의 수련을 빈틈없이 치러낸 후에야 가게의 이름이 적힌 포렴(布簾)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송길영, 2015). 이처럼 식당의 전문성이란 10년 이상 한길을 걷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음식점을 창업한다고 하면, 우선 목 좋은 곳을 찾고 시대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을 정한 다음, 해당 아이템에 맞는 인테리어를 하고, 주로 매장에서 식사하는 손님 위주로 SNS 홍보 등을 통해 업장을 알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더군다나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되면서 어느 순간 사업주 스스로가 노력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기계를 사용하거나 또는 비법이라 불리는 레시피 등만 알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아이템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 유사한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단기간에 경쟁이 치열해진다.
외식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뜬금없이 “사장님, 망할 준비가 되어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망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답을 하거나, 아니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초 치지 말라는 등의 핀잔을 주기 십상일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퇴사 후 여유롭게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1년 안에 카페 세 군데 중 하나가 망한다. 누구나 생각해보는 업종인 만큼 진입장벽이 낮기에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사업자 비율은 높고, 결국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폐업률은 높아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창업에 실패할 가능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은 고의적으로 외면하며, 밝고 낙관적인 측면만을 주목한다. 성공한 음식점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언론도 외식업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식업계 불황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외식업 창업에 대한 열기는 여전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2019)의 2018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 평균 창업 비용은 1억 500만 원으로 창업 비용 안에는 프랜차이즈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과 권리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 인테리어 비용은 전체 창업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Exhibit 1).
“제 생각이지만, 일반적인 소매음식점이 망하는 건 유행을 너무 많이 타고 자주 바뀌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인테리어에 투자하고 유행이 바뀌면 다시 또 인테리어에 투자하고,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죠. 그런데 린스타트업(lean startup) 관점에서 봤을때 과연 식당에 인테리어를 하지 않으면 망할까?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생활수준이 증가하면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수준 역시 높아졌다. 이는 프랜차이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업종에서 린스타트업이 가능해졌음에도, 아직까지 시험적으로 사업을 해볼 수 없는 곳이 바로 식당이었다. 고스트키친은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배달전문 키친 ‘공유주방’에서 시작되었다.
‘배달의민족’을 뛰쳐나와 시작한 사업
배달음식 시장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급성장하였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여파로 식당의 영업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1조 242억 원, 2019년 11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을 통한 한 달 치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다. 전년 동월(5,114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음식서비스 월 거래액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참고로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금액 4조 8,0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2조 5,000억 원)과 코웨이(1조 8,000억 원)의 인수금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도 크다. 바야흐로 배달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우리나라 배달음식업의 통계는 조사된 적이 없었다. 2015년에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이 재무실적을 비롯해 주요 지표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후 거래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배달의민족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금액, 즉 자영업자들의 최종 매출은 2018년 5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3%나 늘어난 금액으로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매장, 혹은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들이 배달에 뛰어들며 시장이 커졌다(Exhibit 2).
2018년 12월 기준 배달의민족 월 이용자 수(Monthly Activity User, MAU)는 900만 명, 월 주문 수도 2,800만 건을 넘어서 1년 전에 비해 각각 50% 이상 증가했다.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의 IR(Investor Relations, 투자유치) 이사로 재직하며 우리나라 배달음식업의 변화를 숫자로 제시한 장본인이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지금까지 굳어져온 외식업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때 최정이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공유주방’이었다. 공유주방은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나온 사업모델로 설비를 갖춘 주방을 만들고 원하는 시간만큼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손님이 식사하는 홀이 없으니 당연히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다크키친(dark Kitchen)’ ‘유령주방(ghost kitchen)’이라 불리기도 하며, 우리나라에는 2015년 처음 도입되었다.
“갑자기, 지금 마음먹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음식 분야에서 온라인 분야의 혁신을 하고 있으니 나는 오프라인에서 혁신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창업을 시작한 거죠. 앞으로 배달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덧붙여 이제는 아예 배달음식점만 하는 것이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공대생들이 모이면 더욱 체계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IT 전문가들과 배달음식점 사업을 시작했어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는 2017년 5월 카이스트, 배달의민족 출신 IT 전문가들이 모여 공유주방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사실 최정이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나와 20년의 커리어 기간에 여섯 군데 스타트업을 거쳤다. 그중 두 곳은 창업 멤버였고, 직접 창업한 경험도 세 번이다. 기술력만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한계를 넘지 못했고, 능인수되었던 기업으로부터는 영업비밀침해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처럼 창업의 쓴맛을 톡톡히 보았지만, 그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실패라 단정하지 않았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단련해온 그가 배달의민족을 뛰쳐나와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공대생의 첫번째 실험, 배달업으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다
그 시작은 강남구 논현동 언주역 부근 지하의 야식 배달집이었다. 기존 야식과 차별화해 깔끔함을 살리기로 했다. 직접 고용한 셰프를 통해 2년 정도 여러 음식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배달음식점의 운영은 사실상 실험에 가까웠다. 공대의 실험실처럼 자신들만의 생각을 체계화하며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다 보면 오프라인에서의 혁신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음식 가격도 바꿔보고, 배달비에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공대생의 실험은 유효한 결과들을 쌓았다.
철저하게 린스타트업 관점에서 실험을 거듭해 나갔다. 실제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입증하기 위한 단계로 야식 배달업을 진행하면서 체계적인 시스템화가 완성되면 공유주방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공대생의 가설과는 달랐다.
“야식 배달사업 당시 자체 개발한 브랜드로 월 매출 1억 원 이상 사업을 키우며 배달음식 전문점에 대한 운영 노하우를 축적했어요. 배민에서의 경험상, 외식업에서 새롭게 증가하고 있던 분야가 한식이었어요. 한식 브랜드 ‘밥투정’은 배달의민족에서 전국 1% 우수업소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운영을 하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지출이 커졌죠.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적자가 나더라고요. 한 달에 1억 원을 벌어도 500만 원 정도 마이너스가 났어요. 인건비를 줄이는 일밖에 없었지만, 아직까지도 요리하는 사람 대부분이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 수준인 상황에서 차마 그러긴 어렵더라고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최정이 대표는 당시 오픈 후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맞춰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하였다. 음식점 비용 증대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인건비였다. 실제 외식업의 직원 수는 손익구조 산출의 중요한 핵심으로, 얼마나 적정한 수의 직원을 채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뿐만 아니라 고객만족도를 결정짓는 서비스 수준을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일반적인 인건비 비중은 25%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즉, 하루 15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에서 6명의 직원을 고용한다면 ‘150만 원÷6명=25만 원’의 생산성을 올린 것이다. 하루 평균 15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외식업소의 월 매출은 4,500만 원이다. 주방장을 포함한 직원 1인의 평균 월 급여를 230만 원으로 산정할 경우, 총 1,380만 원으로 총매출의 30.6%를 차지한다. 이는 외식업계 인건비의 마지노선을 넘는 셈이다(Exhibit 3).
비록 아쉽게도 계속된 적자로 인해 예정된 계획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2년간의 실험을 통해 최정이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가지고 자영업자들을 위한 외식업 플랫폼을 만든다면,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배달음식 서비스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최 대표는 자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참여하는 점주들에게도 효익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거듭 고민했다.
최정이 대표와 동문인 오상영 CTO는 배달음식 전문점의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해본 경험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했다. 단순한 배달음식이 아닌 음식과 정보기술을 결합한 사업영역 확장성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바로 ‘발가락’이다(Exhibit 4).
“제가 배달전문점을 운영해보니, 사실 어떤 배달앱에서 주문이 들어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고스트키친은 주문처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수배송관리시스템 (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TMS)을 제공해드려요. 이름이 ‘발가락’인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장님 발가락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공유주방은 공유경제와 맞물려 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자동차 렌탈과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이 IT기술과 만나 우버나 쏘카와 같은 서비스로 진화한 것도 같은 방식이다. 인터넷 초기, 네트워크사업자의 회선을 임대하여 고가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자(Application Services Provider, ASP) 사업 모형의 외식업 버전이다. 그렇기에 해당 모델의 성공 여부는 고정자산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익을 높이는 데 있다.
“발가락은 주문 처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적은 인원으로도 효과적인 배달음식점 운영이 가능해요. 주문과 관련된 프로세스가 클라우드에서 구동되어 사장님들은 Web POS를 통해 주문수락, 조리완료 버튼만 클릭하시면 되죠. 고스트키친 관제실에서 배송 모니터링 및 문제 해결을 처리하고 있어 음식 조리에만 집중하실 수 있어요. 자체 IT 시스템이 없어 각 지점에 상주하는 운영팀이 모든 프로세스를 수동으로 처리하는 타 공유주방과 차별화되는 요소예요.”
– 오상영 (주)단추로끓인수프 CTO
이처럼 고스트키친은 공유주방 프롭테크 기업으로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한 접근을 통해 준비하고 시작되었다. 현재 고스트키친은 본사에 위치한 관제실에서 5개 지점, 98개 키친의 모든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있다. 지금도 고스트키친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지점의 효용을 극대화하여 지속가능한 서비스와 사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공대생의 두번째 실험, 가장 비싼 땅에 최소의 투자만으로 내 가게를 만든다
IT 전문가들이 모여 배달음식 전문 공유주방 스타트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오프라인 식당을 혁신하려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정이 대표의 신념에서 비롯했다.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두번째 실험이 시작되었다. 평균 2년 정도의 짧은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외식업의 초기 투자 비용을 아껴 창업자의 기회비용을 살리고, 행여나 잘 운영되지 않더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고스트키친은 하나의 공간에 마련된 다수의 독립된 주방에 각각 다른 배달음식점이 입점하는 배달형 공유주방으로 누구나 별도의 설비 투자 없이 소자본으로 외식업 창업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배달음식점 창업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대 상권인 서울 강남 역세권에 위치한 풀옵션 프라이빗 키친(built-in kitchen)을 보증금 1,000~1,200만 원, 월 임대료 150~170만 원에 제공한다. 2019년 6월과 7월 고스트키친 삼성점과 강남역점에 이어 2020년 1월 3호점인 송파점을 오픈하였다.
최정이 대표는 직접 배달음식점을 운영했던 경험을 돌아보며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았다고 말한다. 우선 데이터의 표면적인 부분을 넘어 본질을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다. 이는 고스트키친만의 확장 전략에서 나타난다. 서울 내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관악구이지만, 배달업이 가장 성행하고 있는
지역은 바로 강남구이다(Exhibit 5).
고스트키친은 국내 최대 외식 격전지인 삼성점과 강남역 상권에 스마트 공유주방을 시작하였다.
“사실 관악구는 1인 가구가 가장 많아 배달수요가 충분하다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지대가 높고 지형이 복잡해요. 배송 난이도가 높죠. 그에 반해 삼성과 강남은 길이 잘 정비돼 있어 배송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식당부터 고객까지의 거리에 따른 비용 산정이 용이해요. 그리고 강남에는 높은 임대료로 인해 장기 공실인 곳이 많아 오히려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저희는 공유키친 하나당 공사비가 4,000만 원으로 약 5년간 감가상각한다고 계산하거든요. 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오히려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어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고스트키친 확장의 비밀은 데이터에 기반한 신규 점포의 위치 선정에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가운데 가장 붐비는 지하철 노선은 2호선이며, 일반 승객이 가장 많은 지하철 역사는 상업, 유흥시설이 밀집한 ‘강남역’이다. 유동인구 하루 평균 20만 명, 강남역은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오가는 곳이다. 보통 이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보면, 자영업자들은 지하철역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장사를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1)에 따르면 서초2동의 1층 점포 평균 임대료는 3.3㎡당 15만 677원이며, 강남역 주변 1층의 50평형 평균 월세는 약 1억 원가량, 권리금도 1억 원에 달한다. 배달음식점의 형태인 10평형 역시 월세 1,000만 원, 보증금이 1억 원 이상인 상황이다. 고스트키친은 일반적인 상권이 아닌 임대가 용이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지하 공간을 임차하였다. 지하 공간을 임차하여 개별 주방시설을 만들고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수준2)으로 재임대하였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조리기구도 제공되고, 나머지는 각 식당이 필요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고스트키친에 입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스트키친에 입점한 가장 큰 이유는 메리트 있는 상권이라는 점이에요. 모든 요식업을 하는 사람의 꿈은 자기 가게를 갖는 거죠. 저도 이태원 식당 셰프 경력이 10년이지만 제 가게를 갖는 꿈을 이루기에는 모은 돈이 턱없이 부족했거든요. 보증금과 필요 집기 구매 비용으로 3,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이 돈으로 서울에서 어떻게 가게를 차리겠어요. 그것도 강남 상권에서요. 고스트키친은 제 꿈을 이루어줬어요.”
– 이형준 파스타스타 대표
배달음식의 수요는 기대 이상으로 증가하였지만, 고스트키친은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점 계획을 하나하나씩 진행중이다. 공유주방의 확대는 충분한 분석과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배달음식 수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신규 출점할 지역(구와 동)을 정한 다음 해당 지역에서 적절한 부동산을 찾아야 한다. 적절한 부동산을 찾았다 하더라도 공유주방을 위한 공사기간이 10주 이상 필요하다. 이 기간에 해당 지역의 수요 데이터에 기반하여 입점 기업을 모집한다. 이와 같은 분석과 준비과정을 통해 2020년 4월 관악점(20키친)과 노원점(11키친)을 오픈하였으며, 여섯 번째 지점인 관악2호점을 같은 해 12월에 오픈했다.
고스트키친은 임대 사업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이다
이처럼 고스트키친은 공유주방 사업을 단순 공간임대의 개념을 넘어 IT를 활용한 프롭테크 플랫폼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강남역점의 경우, 하루 평균 700여 건의 음식 주문을 소화하고 있지만, 여느 배달음식점과 다른 점은 그 누구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통합주문시스템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앱을 통한 주문접수부터 결제, 주문한 음식이 배달기사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모두 자동화되어 있다. 여기에는 고스트키친의 핵심역량인 데이터 축적 및 확보에 있다.
배달음식 사업만큼 숫자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업도 흔치 않으며,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의 경우 찾아오는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100% 확보할 수 없는 반면에, 배달만큼은 100% 트래킹이 가능하다.
“저희는 배달형 공유주방을 프롭테크 플랫폼 사업이라 생각해요. 배달사업은 트래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어요. 특히 배송과 관련되어 묶음배송을 하면 주문이 증가하는지 알아본 실험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외주 배달기사분들의 불만이 속출했죠. 그런데 평균보다 실적이 떨어지는 분들은 이 실험에 참가하시더라고요. 두 번째 실험은, 업계 최초로 최소 주문금액을 1만 원까지 낮춰보았어요. 1인분과 같은 소량 구매에 대한 고객 니즈를 파악하려 했죠. 사실 자체 배달 기사를 보유하지 못한 입장에서 불가능하다 생각했는데, 추가 주문이 발생하더라고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입점하신 분들과 공유하며 자체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고객 확보로 이어가고 있어요. 자체 IT 시스템이 없는 타 공유주방은 할 수 없는 부분이죠.”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고스트키친의 공유주방 사업은 단순히 주방이라는 공간만 제공하는 임대사업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유오피스와 달리 공유주방은 입점한 모든 고객이 배달음식이라는 하나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공통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고스트키친 스스로 프롭테크 플랫폼 기업이라 칭하는 이유다. 고스트키친의 사업은 IT 기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ASP 사업이며 프롭테크 플랫폼 사업이다.
다시 말해 고스트키친의 사업 가치는 서비스 이용에 따른 각 주체들의 만족과 효익에 있다. 고스트키친이라는 플랫폼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집단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참여한 이해관계자 간의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상호간의 효익이 만들어져야 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입점고객, 배달 라이더,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 모두가 이해관계집단인데, 서비스를 통해 이들 모두에게 효익이 발생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사태 등으로 공유주방은 배달 전문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달음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인 데다, 공유주방을 활용하면 창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입점고객 입장에서 고스트키친은 설비를 갖춘 주방을 임대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 없이 음식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고스트키친은 배달음식점을 운영할 때 발생하는 주문 접수부터 전화 상담, 배달기사 호출 등 각종 잡무를 시스템으로 자동화했다. 이로 인해 입점사들은 오직 주방에서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포에서 장사하다 강남으로 옮겼어요. 아무래도 대세는 배달인 것 같고, 물론 자체적인 프랜차이즈를 갖고 싶은 욕심도 있어 그 전초기지 같은 느낌이죠. 지금은 직원 두 명 두고 월 3,000만 원 정도 버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 경우엔 (오프라인) 경험이 있다 보니, 배달앱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어렵게 느껴지실 거예요. 주문을 손으로 받아 적을 수도 없고, 배차도 해야 하고요. 홀에서는 실수가 있으면 서비스라도 드리고 할 수 있는데, 배달은 안 돼요. 그게 힘들죠.”
– 김재훈 정글떡뽁이/흙강정 대표
지금까지는 음식을 팔려면 반드시 공간이 있어야 했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마케팅과 판매,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증가하였다. 배달앱이 대표적이다. 배달음식점의 경우, 처음 시작하는 사업주들은 홀 위주의 외식 자영업이 아니라 고객 응대의 부담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배송이라는 프로세스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
고스트키친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한다. 자체 웹사이트 제공을 통해 음식점의 메뉴를 한 번에 주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발생한 매출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다른 공유주방과 달리 부가수익을 만들어낸다.
우선 이와 같은 주문 방식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져왔다. 배달라이더 입장에서 많은 음식점이 한곳에 입점해 있으니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이 늘어날수록 배달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입점 고객이나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 역시 배달라이더가 늘어나면 배달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고스트키친은 IT 기술을 활용하여 이들간의 선순환적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로 인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실제 고스트키친에서 발생하는 전체 주문 중 주문 단가가 13,000원을 넘는 주문이 80%를 차지한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다(Exhibit 6).
또한 고스트키친에는 별도의 셰프팀도 있다. IT전문가들 위주의 구성원이 대부분이다보니 입점주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지 데이터라는 숫자만이 아닌 데이터 안에 담긴 함의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외식업 특성상 맛은 기본이죠. 원래 컨설팅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 레시피 제공이나 운영과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하려 세프를 모집했어요. 그런데 분석된 결과를 전달하거나 계약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언어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분석자료를 이분들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도록 셰프팀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분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외식 사장님이 되셨고, 겪고 있는 문제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클릭률이 떨어지는 이유, 브랜딩, 메인 아이템 선정 등에 대해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거죠.”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입점 기업들에 분석 결과를 공유해 운영상에 도움을 주려 했지만, 역량이 부족해 떠나는 업체도 생겨났다. 하지만 입점사들이 최소한의 손해를 보고 경험을 쌓고, 거기에 재도전의 기회도 간접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스트키친의 존재 이유다. 만약 업주들이 고스트키친을 만나지 못했다면,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대한 미련으로 경쟁력 없는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해 손해만 보았을 것이다. 현재 아이디어를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통해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린스타트업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기도 하는데, 린스타트업 과정을 거친다 해도 모든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는 과감하게 접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 입점한 업체들이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입점과정에서 단기 임대 프로그램을 도입했어요. 두 달간 장사를 해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임대 기한을 연장할 수 있게 했어요. 현재는 5개 지점 98개 키친이 모두 100% 입점한 상태로,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기수요가 있어서 퇴점과 동시에 입점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한, 고스트키친에 입점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업체에는 외부에 별도의 음식점을 창업하는 것보다 고스트키친의 다른 점포로 지점을 확대해보라고 권하고 있어요. 실제로 성과가 나서 독립한 사례보다 고스트키친을 기반으로 다점포 확대하시는 업체가 더 많아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즉, 될 만한 비즈니스를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시키는 것만큼, 안 되는 비즈니스를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것도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외식업에서는 린(lean) 전략을 취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고스트키친을 활용하면서 짧은 기간에 사업 운영을 해보고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 경우 공유주방을 장기로 이용하거나, 다소 비싸더라도 독자적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공유주방을 운영하려는 사업주들이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스트키친이 개발한 마티스그린 샐러드는 독자 브랜드로 송파 직영점, 강남, 노원 가맹점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얻은 프랜차이즈 사업 노하우는 주변의 다른 입점 고객으로 전파되어 자체 브랜드를 프랜차이즈로 발전시켰다.
“고스트키친은 레시피 등 입점고객 대상의 지원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직접 프랜차이즈를 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입점 고객의 브랜드를 사장님과 협업하여 프랜차이즈로 키우려는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 마티스그린 외에도 달떡볶이(강남역, 관악), 빵빵떡볶이(삼성, 강남역, 송파, 관악), 테이스티나인(강남역, 관악, 삼성), 송파쭈꿈스(강남역, 송파), 설식당(강남역, 관악), 에디스 커틀렛(송파, 노원, 관악), 샤이바나(관악, 삼성) 등 많은 사장님들이 다점포를 통해 함께하고 계세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기업은 존속과 성장을 위해 수익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추구한다. 고스트키친의 현재 수익원은 모두 임대수수료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스트키친에 있어 임대수익은 낮은 편이다. 임대수수료를 높이면 비용관리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가 임대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저희 투자자분들께서도 많이 말씀하시지만, 임대료를 높이면 수익도 증가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고스트키친을 사용할 메리트는 떨어져요. 대부분의 입점하시는 분들이 초기 자금이 부족해서 들어오지만,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서 비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면, 굳이 여기 입점할 이유가 없다 생각하시는 거죠.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영업의 평균 수명이 2~3년인 상황에서 임대료를 높이는 것은 저희가 이야기하는 업의 지속가능성과도 맞지 않는다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임대업을 한다기보다 IT를 통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에요.”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우리가 내린 업의 정의에 충실하려고요.”
내수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식당 창업은 자영업자의 무덤으로 불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가게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외식업 박람회는 ‘예비 창업자’들로 여전히 북적이고, 창업 관련 도서는 대형 서점의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식당 창업 후 3년 이내 폐업률은 무려 85%에 육박한다. 우리 주변 식당 열 군데 중 여덟아홉 곳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식당들은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 나머지 식당들 역시 ‘닫지 못해’ 근근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식당 창업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간판집 사장님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장사에 뛰어들고 싶은 게 예비 창업자의 마음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안 되면 장사라도 하지’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음식장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장사로 성공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새로운 비즈니스를 모색해볼 수 있다.
식당이나 분식집 등 음식점을 창업하는 경우 오랜 기간 준비를 통해 창업하는 경우가 드물고, 갑작스러운 전업 등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창업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대출 등을 통해 충당된다. 이러한 이유로 간단한 수익률 분석도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창업후 폐업률이 80%라는 결과에서 보듯, 무리한 창업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에 로드샵을 운영할 때는 수익률 분석 등에 있어 주먹구구식이었죠. 노트에 적어놓은 결과에서 오늘 사입비와 지출비 보고 수익을 예측하고 한 달 결산을 했었어요. 하지만, 고스트키친에서는 IT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소수점 한 자리까지 볼 수 있어요. 쉽게 이야기해서 매출과 수익은 물론 다스시가 배민에 노출된 건수, 퍼센티지까지 살펴볼 수 있어 앞으로 프랜차이즈 및 다점포 등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생각해요.”
– 복주영 다스시 대표
고스트키친의 시작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여러 식당이 모여 있게 되면 효율성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우선 배달 원가가 개선되고, 그 원가 개선을 입점 고객에게 돌려주면, 비용구조가 개선될 수 있고 지속될 수 있다는 논리구조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핵심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고스트키친만의 TMS ‘발가락’ 등 현재 제공하고 있는 IT 서비스를 고스트키친 입점 업체 이외 다른 분야에 제공하는 등 사업 확장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 이들은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해 실험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인다. 향후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유의미한 서비스가 된다면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된다.
“고스트키친이 여타 공유주방 기업과 비슷해 보이고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평가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업체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신경 안 써요. 그보다 우리가 내린 업의 정의는, 자영업자가 원하는 걸 고민하고 인프라로서의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을 통해 온전히 음식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제가 습관적으로 꾸준히 100호점 출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임대업자로서 규모를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에요. 저희의 타깃 시장인 서울에서 100개의 지점이 생기게 되면, 지점당 반경 3km 이내의 배달시장을 촘촘하게 커버 가능할 것이라는 데이터 계산 때문이죠.”
– 최정이 (주)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사업 발전에 따라 만약 100개의 지점이 생긴다면, 조직화된 물류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 역시 타진해볼 수 있다. 전방 협력사인 배달대행서비스로 전환하거나 고스트키친을 중심으로 한 허브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입점업체의 식자재 통합구매 등의 새로운 사업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입점업체들의 여러 음식들을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육성함으로써 번들링효과를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한데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입점 업체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이익 환원의 일환으로 볼 것인지는 추후 비즈니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고스트키친 공대생들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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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2015). 상상하지 말라. 북스톤.
양지혜·김정욱. (2019). MERITZ Collaboration Report 어깨동무: Co-Retailing의 시대: 음식 배달 서비스와 공유주방. 메리츠증권.
이인우. (2015. 08. 28). [최저임금기획] ② 외식업계 인건비·생산성 따져보니. 식품외식경제.
URL: http://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659
통계청. (2018). 2018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결과(서울시 가구, 주택부문). 통계청.
통계청. (2019). 2018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 잠정결과 보도자료. 통계청
[주석]
1. 서울특별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 https://golmok.seoul.go.kr/fixedAreaAnalysis.do
2. 서울특별시 도심권역(Central Businss District, CBD) 평균 임대료는 전용면적당 20만 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