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서비스의 성장과 물류선택 – 육그램

육그램은 정육분야 전문의 신선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온라인 커머스, 그중에서 신선식품 시장이 커지는 경향을 보면서 1)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2) 부피대비 가격이 높은 수산/정육의 배송시장에서의 매력, 3) 사업을 위한 이해관계자가 확장되는 추세에 발맞추어, 파트너들과 함께 ‘전국의 맛있는 고기를 빠르게 소비자에게 제공해보자’라는 모토로 2017년 겨울에 회사를 설립됐다. 설립 당시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빠른 배송 서비스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육그램의 모토 중 하나인 “소비자에게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자 육그램은 지속적으로 배송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본 사례는 이러한 육그램이 겪은 주요 변화를 살펴보고 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른 물류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성장과 함께 규모의 확대를 경험하는 기업이 자신의 사업모델과 타겟에 적합한 물류 방식을 어떻게 선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Q1. 육그램은 과연 센터를 늘려가는 방식의 정육점 프랜차이즈 전략(센터베이스)과 온라인 매출에 집중하는 배송센터(허브베이스)로 전환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Q2. 2018년 8월, 당시 상황을 보면 신선식품 스타트업의 라스트마일딜리버리가 범용화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물류서비스의 강화 혹은 유통서비스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효율적인 물류 전략을 위해서는 3PL의 선택을 물류 전문 업체와 지속하며 독자적인 물류 노선을 구축하는 것이 좋은가, 3PL을 신선 전문 업체로 전환하여 물류망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것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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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서비스의 성장과 물류선택 – 육그램 케이스를 중심으로

“헉!”

지난 밤늦게까지 이어진 문서작업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 화장실에서 잠시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외마디 탄식을 질렀다.

“새벽배송의 마켓컬리, 670억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를 마무리….”

마켓컬리는 전날 저녁까지 주문하면 새벽에 각 가정문 앞에 배송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새벽배송은 소비자, 특히 워킹맘들에게 매우 편리한 서비스였다. 장 보러 갈 시간이 없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이유식의 재료들을 선별해서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마켓컬리는 매년 수십 퍼센트 성장을 하며 2018년에는 1570억 원의 매출 실적을 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마켓컬리의 투자유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투자는 성공했다. 이로써 마켓컬리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됐고, 우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서비스의 당일 배송 전쟁 시작

 

 

나는 육그램1)이라는 정육(meat) 분야 전문의 신선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다. 온라인 커머스, 그중에서도 신선식품 시장이 커지는 경향을 보면서 1)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2) 부피대비 가격이 높은 수산/정육의 배송시장에서의 매력, 3) 사업을 위한 이해관계자가 확장되는 추세에 발맞추어, 파트너들과 함께 ‘전국의 맛있는 고기를 빠르게 소비자에게 제공해보자’라는 모토로 2017년 겨울에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는 (Exhibit 1)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마켓컬리 역시 초창기에는 서울 시내 디저트 배송으로 시작했듯이, 우선은 전문영역에서 자리를 잡고 자체 종합몰로 성장하거나 타 종합몰과 협력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육그램은 늘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해 6종 고기를 40g씩 담은 미트샘플러를 2018년 3월 출시했다.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유튜브를 활용해 비디오커머스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육그램은 1근(600그램)의 1%를 상징한다”, “전국, 전 세계의 맛있는 고기를 모은 온라인 편집숍을 만들어 보기 위해 시작했다”라고 하면서, “먹방과 쿡방 트렌드에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를 위한 신선식품 전문 서비스로 브랜드를 성장시킨다”는 우리 회사의 포부는 다양한 언론에서 회자되었다. 정육 전문서비스로서 정육의 전문성이나 기획성은 순조롭게 인정받았고, 미트퀵 배송 서비스와 미트샘플러(Exhibit 2) 상품은 육그램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물류 배송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창업 당시인 2017년은 ‘바로고’, ‘부릉’, ‘띵동(구 해주세요, 2016년 인수)’ 등의 2륜(오토바이) 기반 라스트마일딜리버리2)가 한창 대중화되고 성장 중이었다. ‘맥도널드 빅맥’을 먹기 위해서 ‘맥도널드’에 전화하지 않고 ‘요기요’ 어플에 접속해 주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종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물류 회사인 ‘해주세요’ 에서 배달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시대였다.

이때 육그램은 물류수단으로 이러한 라스트마일딜리버리, 퀵서비스 기반 배송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육그램의 모토 중 하나인 “소비자에게 빠른 배송”을 제공하기로 했다.

 육그램은 서울 시내에서 1~3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비교적 비싼 배송 서비스인 퀵서비스를 원더스와 함께 ‘미트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오후 4시까지 주문 건에 대해 서울 시내 5시간 이내에 퀵으로 배송해 드립니다! 배송비는 그동안 신선식품 배송비의 표준과도 같은 3천 원, 동일!”

그리고 저녁 시간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급한 손님 대접이 필요한데 바쁘시죠? 스테이크나 등심구이 어떠세요?” 정육 부문 한정이지만, 아침을 도와주는 새벽배송과 저녁을 도와주는 미트퀵으로 대결 구도를 잡았다. 초반 6개월은 경쟁서비스가 없다 보니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주면서 성장이 지속됐다.

하지만 서울 전역 퀵서비스 3천 원의 마법은 우리 회사만의 특허도, 서비스도 아니었다. 곧 정육 부문의 경쟁자인 ‘정육각’, 수산물 전문서비스인 ‘오늘회’, 농산물 전문서비스인 ‘식탁이있는삶’이 육그램의 물류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었고, 심지어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사입3)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공급파트너사도 타 회사와 제휴 및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어 2018년 상반기에는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사가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며 편의점 물류 기반 새벽배송을 시작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고, 5월에는 신세계가 이마트, 이마트24를 모두 포함하여 새벽배송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듯 2017년까지만 해도 D+04)배송(주문 후 24시간 이내 배송) 마켓컬리의 유일한 서비스였으나, 2018년 여름에는 새벽배송 vs 저녁배송의 구도와 함께 D+0배송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시장 상황이 되었다.

육그램의 모토인 “맛있는 고기와 빠른 배송”에서 종합몰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정육 품종의 다양성, 드라이에이징 등 전문적인 처리 등)을 바탕으로 맛을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했으나, 이제 D+0의 서울지역 배송을 특징으로 하는 미트퀵 1.0으로는 빠른 배송 서비스가 차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류서비스의 진화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픽업&딜리버리를 제공했던 원더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Exhibit 3).

 

이에 물류서비스를 정리해보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다시 한번 분석하기로 했다. (Exhibit 4)는 2018년 여름 기준 주요 신선식품 사업자와 각각의 배송 방법 및 주요 특징을 정리한 표이다.

 

센터인가, 허브인가? 물류 사업자가 겪는 숙명적인 고민

핵심 질문 1: 육그램은 과연 센터를 늘려가는 방식의 정육점 프랜차이즈 전략(센터베이스)과 온라인 매출에 집중하는 배송센터(허브베이스)로 전환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좋을 것인가?

육그램은 설립 후 3개월간 배송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용산 육그램 물류센터에서 각 거래 물품을 저장한 뒤 원더스의 오늘배송 서비스를 통해 서울 전역으로 배송하는 ‘허브 방식11)’의 배송으로 시작하여 서울 시내 6곳의 거점을 기반으로 한 ‘센터 방식’의 배송으로 변했다. 참고로 원더스의 오늘배송 서비스는 5kg 미만의 물류에 한하여 오후 3시까지 취합된 건에 대해 오후 7시까지 서울 전역으로 배송하면서 거리와 관계없이 일괄적인 4,000원의 배송비를 부과했다.

이러한 센터 방식은 이마트12), SPC, 육그램(설립 3개월 이후) 등이 사용했고 소수의 거점으로 시작하여(홍대/강남 등 지구 단위 마케팅) 파일럿 후 센터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반면 허브에 합류하여 온라인 매출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SSG, 컬리, 오늘회 등이 사용했고, 1곳의 거점으로 배송 전 지역을 커버하는 방식이다.

(1) 센터베이스 기반 배송

센터베이스 기반 배송이란 출발지가 한곳이 아닌 복수인 경우를 뜻하며, 대표적으로 맥도널드 배송을 생각하면 된다. 소비자가 ‘빅맥’을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출발하여 소비자에게 도착한다.

센터베이스의 장점은 배송 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배송 비용을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물류센터마다 지역을 할당하여 운영하는 것은 라스트마일딜리버리까지 직접 담당하는 온라인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신선식품에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숙제는 직매입 시스템에서 목격할 수 있는 품절과 폐기의 상관관계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상품의 품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직매입 물량을 늘리면, 재고 증가로 인해 차후 상품을 폐기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폐기를 줄이기 위해 매입 물량을 줄이면 품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이러한 탓에 유통사의 판매 부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폐기를 제조사와 생산자에 전가하는 폐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허브베이스 배송 방식 또한 동일하게 품고 있는 문제이지만, 센터베이스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센터를 분할하여 운영하면 센터마다 별도로 판매량을 분석하고 발주 수량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예측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발주량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 센터마다 취급 가능한 SKU(Stock Keeping Unit, 최소유지상품단위)가 다르게 설정되어 지역마다 구매 제한 제품이 존재하거나, 구매한다고 해도 일괄수령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이마트몰에서 구매는 가능하지만, 별도로 택배수령을 해야 하는 상품이 존재한다.

(2) 허브베이스 기반 회차 배송 방식

허브베이스 기반 회차 배송 방식이란 출발지가 한 곳(전국 대상 혹은 서울 대상 등 목표 서비스 지역 기준)인 경우인데, 차량이 출고지에서 일정 물량을 싣고 나가 배송한 뒤, 다시 출고지로 되돌아와(회차) 다음 주문에 대한 물건을 싣고 나가 재배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근거리 배송을 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배송지와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차 시간 역시 길어지게 된다.

동일 권역을 여러 번 가기 때문에 물동량의 집적도도 낮아진다. 예컨대 한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상품을 구매한 경우, 회차 배송 방식을 이용하면 배송 차량이 같은 아파트를 여러 번 반복해서 오가야 한다. 최근 이마트몰은 기존 4회전 배송에서 3회전 배송으로 배송 방식을 전환하였는데, 이는 회차 배송의 한계를 일부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육그램은 초기에는 허브베이스 중심으로 운영하였으나, 곧 센터베이스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래는 온라인몰을 운영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도출한 2가지 인사이트이다.

[1] 소비자의 50%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마포구, 용산구에 집중되어 있다.

[2]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오늘배송보다 더욱 빠른 즉시배송이다.

[1]번의 분석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육그램의 타깃 소비자들은 중소득 이상의 미식가들이었고 이를 목표로 한 미트샘플러와 고급육을 선보이면서 온라인 광고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타깃 설정에 따라 제품/서비스 출시했고, 이에 소비자가 확실히 반응했기 때문에 센터베이스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또한, 2018년 2월, 기존에 잘 볼 수 없었던 고급, 특수 상품을 기반으로 정육편집숍을 강남(소득 높음)/홍대(트렌드 소비)에 구축한 것 또한 센터 운영 방식을 택해야 할 근거가 되었다.

 [2]번의 결과는 육그램 내부에서 심화된 고민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장을 볼 시간이 부족하거나, 급히 집에서 요리해야 하거나, 장 보는 것을 깜빡 잊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내일 도착하는 새벽배송은 커녕 오후 3시에 주문 마감이 되는 오늘배송 서비스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육그램은 핵심 소비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기반으로 즉시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미트퀵 LIVE’13)배송을 준비하였다.

미트퀵 LIVE서비스는 고객에겐 주문 후 2시간 배송을 보장하며, 내부데이터로는 평균 45분 정도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LIVE서비스의 출시 또한 오프라인 거점을 다수 확보하는 센터베이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근거가 되었다. 육그램은 시작부터 순수 온라인 유통회사로 설립된 것이 아니라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오프라인 사업자 연합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센터베이스의 조합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교대의 웻에이징 전문점 ‘에이징룸’, 망원의 스테이크 전문점 ‘오마이미트’, 강동의 유기농 전문점 ‘돈마루’, 선릉의 얼룩돼지 전문점 ‘신도세기’, 상암의 드라이에이징 전문점 ‘서동한우’ 등 각 오프라인 정육점들이 자연스럽게 거래처의 거점을 센터로 활용하였다. 이 센터를 기반으로 반경 3km의 배송이 가능했기 때문에 1차 핵심 타깃인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용산구의 배송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미트퀵 2.0이다. 기존 물류 배송 서비스인 미트퀵 1.0에서는 원더스와 함께 서울 전역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그쳤지만, 미트퀵 2.0 체제에서는 LIVE서비스와 경기 지역까지 서비스 확대, 멀티매장을 운영하며 배송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었다. 기존 미트퀵1.0이 서울 전역에 대해 5시간 보장의(평균 3시간) 배송이었다면, 미트퀵 LIVE는 최대 2시간(평균 1시간 이내)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렇게 미트퀵 1.0에 미트퀵 2.0, LIVE 등을 적용하여, 설립 1년 후 배송 서비스는 (Exhibit 7)과 같이 정리되었다.

 


미트퀵 live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더 늦게 주문해도 더욱 빠르게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각 센터 간 재고를 균일하게 맞추는 재고균형 관리담당자를 신규 임명하였고, 센터 간 재고 물량을 운반/관리하여 재고균형을 맞추는 내부 셔틀 차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서비스는 화물운송스타트업 ‘벤디츠’와 협력하여 3PL방식으로 마치 카카오택시를 사용하듯이 필요 시 마다 호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육그램의 이러한 시스템은 아직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업자 규모가 커짐에 따라 물리적 공간에 대한 전술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비스를 확장할 때, 허브베이스와 센터베이스 둘 중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다.

 


물류센터의 유지 비용은 (Exhibit 8)과 같다. (Exhibit 8)을 보면 월간 유지 비용을 800만 원으로 잡는다고 할 때 센터 4개를 운영할 수 있으며, 1일 최대 처리 가능 주문 수는 400건인 반면, 같은 비용으로 허브 1개를 운영할 때에는 1일 최대 1,000건의 주문 수를 처리할 수 있어 허브가 효율이 더 높다. 그러나 운영 효율 외에도 센터베이스와 허브베이스는 이후 취할 수 있는 경영 전략에서도 차이가 있다. 센터를 더 늘려가는 방식은 곧 정육점 프랜차이즈를 증설하는 것을 의미하며, 허브를 늘리는 것은 온라인 매출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육그램은 둘 중 어느 방향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까? 선택의 기로에 서다

2018년 여름은 폭염 기록이 경신되면서 육그램을 포함하여 신선식품의 택배배송, 퀵배송이 일부 중단되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제휴를 통해 폭풍우를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마켓컬리는 D+0배송의 대중화를 예감하고 연초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14) 형태로 오픈하는 전략을 세웠다. 즉 자사의 새벽배송망을 개방하여 원하는 신선식품 배송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컬리프레시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 솔루션을 이용하는 기업은 기존에는 시도할 수 없었던 ‘새벽배송’이라는 신규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육그램의 대표인 본인 역시 초심으로 돌아가 미트퀵 서비스 개선을 위해 물류서비스의 기본을 공부하고 있었다. 아래 표는 물류서비스의 운영 주체에 따른 구분이다.

 


가령 컬리프레시솔루션 고객사인 반조리 셰프요리 배달업체 ‘플레이팅’이나 횟감 온라인판매 업체 ‘오늘회’ 같은 경우는 기존 이륜차를 기반으로 당일(예약) 배송만 제공했던 업체다. 이들 업체는 컬리프레시솔루션을 통해 ‘새벽배송’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D+0 서비스가 핵심 및 독점 서비스였는데 제각기 다른 방식의 다양한 경쟁 물류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서비스의 대중화가 명백하였으므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다양한 전문 신선서비스와 얼라이언스를 맺음으로써 물류와 전문성의 전선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허브베이스의 강자인 서울 전역 배송의 원더스가 ‘오도몰(오늘도착몰)’이라는 쇼핑몰을 준비하고, 센터 기반의 강자인 띵동이 ‘24몰’을 만들면서 저녁배송의 얼라이언스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CJ나 띵동 등의 서비스는 1PL에 해당한다. 동원 F&B는 전국물류망이 있기에, 동원몰을 강화하면서 여러 닭가슴살을 포함한 건강관리 상품군을 강화(자체 M/D 및 전문서비스 인수)하였다. 2019년 초에는 이러한 경향이 점점 확산되어 한진과 CJ물류에서도 쇼핑몰 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대규모 TF를 구성하는 등 그룹사 규모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에는 상품 전문성을 기반으로 각자의 배송망을 통해 타깃(소비자)에 접근이 가능하다면, 이제는 물류 사업자가 자체 물류 그룹망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 즉, 이전에는 신선식품 사업자가 물류망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물류 사업자가 식품군을 선택하는 느낌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육그램은 허브베이스에서 센터베이스로 전환하며 ‘미트퀵 2.0’ 체제를 맞이했다. 다수의 거점을 확보하여 빠른 배송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재고 관리가 힘들어졌다. 또한, 다수의 거점을 유지하며 유지비용이 커진 만큼 수익성을 높여야 했다. 재고 관리는 벤디츠와의 협력을 통해 내부 셔틀 1대를 운영하며 센터 간 재고의 수량이 맞춰지도록 재고를 운반하며 관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육그램의 고객은 당장 배고파서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이 아니라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장보기 고객이었기 때문에, 5시간에서 2시간으로 더 빨라진 배송으로 인한 비교 우위 및 만족도가 높아졌지만 이로 인하여 드라마틱한 매출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 고객 유지와 미세한 성장 효과를 봤을 뿐이었다.

육그램은 여기에서 고민에 빠졌다. 물류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한 시장 상황 속에서 어떠한 물류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켓컬리나 BGF, CJ 등의 물류망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육그램의 타깃은 중소득 이상
 미식가이며, 1인 객단가도 40,000원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포장 및 배송을 포함한 고객 경험 관리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쿠팡처럼 배송에 대한 감동서비스까지 제공하거나, 마켓컬리처럼 신선도와 시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10월 육그램은 (Exhibit 10)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달의민족’ 등에 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3PL 전문회사인 바로고, 원더스, 벤디츠 등과 직접 제휴하여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송에서의 최소품질 유지는 아직 오늘배송/즉시배송 서비스를 선두적으로 제공하는 것과 함께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시 육그램은 B2C의 강화와 B2B의 확장 모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물류서비스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새벽배송/저녁배송을 3PL로 제공하는 물류망에 합류하게 되면 간접 홍보와 함께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1회 배송당 단가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저녁배송과 새벽배송으로 이원화된 재고 관리 문제도 덩달아 발생한다. 물류 센터 입고까지의 픽업 비용은 그것이 한 건이든 수백 건이든 동일하기 때문에 물량이 적은 업체에는 부담이 크다. 결국 ‘규모 확충’을 통한 수익화는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신선식품 유통이라는 산업적 경쟁자에게 고스란히 경영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3PL을 활용한 배송에 의존하게 되면 소분합배송과 함께 배송지역, 고객 정보를 모두 자연스럽게 노출하게 된다. 이는 배송을 위한 합법적 정보 제공이며, 당연히 직접적으로 마켓컬리 등이 이 정보를 활용한 광고를 하진 않겠지만 고객/제품 분석과 이후 대응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센터 기반의 3PL배송 방식을 통해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육그램은 육류 단품으로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고민이 컸다. 마켓컬리는 빠르게 종합 신선식품으로 전환하였고, 정육각은 우유/계란/채소류 등 생활용 장보기 상품을 키우고 있다. 2019년에도 육그램은 많은 신선식품 회사들로부터 육류 전문 기업 혹은 사업부로서 제휴 혹은 M&A의 제안을 받고 있다.

만약 지금처럼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 운영을 계속한다고 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육그램은 홍대와 강남의 센터 2곳의 지역(미트퀵 LIVE)을 중심으로 퀵서비스 기반 3PL 배송을 진행하고 있고, 그 외 지역은 당일배송(미트퀵 1.0, 2.0)과 택배를 사용하고 있다. 핵심 소비자만 비교했을 때는 (Exhibit 10)처럼 배송시간도 짧고, 낮 배송(daytime)이 가능하다던가, 1인당 물류비 부담금이 적은 부분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효율이 좋은 것뿐이지 연간으로 환산하면 2억 원 이상의 물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선 마켓컬리/쿠팡처럼 투자 비용으로 상쇄하거나 물류 비용을 낮추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물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높이거나 배송 물량을 높이는 등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 서비스의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회원 수, 객단가)을 높이는 성장성을 확보하거나, 육그램의 상품 가격을 낮추어 탄력성에 관여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 된다. 가격 탄력성을 조절하는 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케팅을 통한 순수 성장은 대규모 투자를 받거나 외부 경쟁사의 변화가 있는 경우 육그램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었다. 이에 육그램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하였고, 아래 (Exhibit 11)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비즈니스 모델인 마장동소도둑단과 미트퀵 B2B 사업 실행을 위해서는 물류서비스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문제는 2륜 물류 스타트업인 ‘바로고’와 3PL 형태로 직접 제휴하여 서비스비용을 줄이고 복잡도를 낮추며, 센터 내 품절과 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부 셔틀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였다.

 

 


2018년 10월 기준 육그램의 배송 건수는 육그램몰 일 500건이지만, 마장동소도둑단이라는 가성비 B급 쇼핑몰을 내놓으면서 연내 일 1,50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육그램은 허브베이스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오게 된다.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2가지로 데일리쿨의 새벽배송이나 체인로직스의 저녁배송 등의 당일배송 풀필먼트서비스17)
를 사용하거나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3PL의 풀필먼트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단기 비용이 감축되고 마케팅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커머스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만약 독자적인 센터를 구축한다면 마켓컬리처럼 SKU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마장동 물류나 B2B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전(前) 원더스 CMO 박성의 이사는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 정도의 배송권역을 설정했을 때 하루 3,000건의 배송 물량을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하며 육그램의 미래는 결국 배송량 확보에 달려 있다”고 조언을 해줬다. 물류 비용과 마케팅 비용은 서로 보완적이다.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면 배송량 확보로 물류 비용은 오히려 줄어든다.

 


(Exhibit 15)
처럼 초기 육그램을 설립하면서 설정한 사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공간 거점 선택 문제는 늘
함께해왔다. 이제는 그뿐만 아니라 품질, 비용, 보안, 확장 측면에서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NPL 문제18) 또한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신이 육그램의 CEO라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육그램의 선택

2019년 초 육그램은 새벽배송/저녁배송 등 얼라이언스 물류망에 합류하는 것을 중심으로 신선 종합몰로 성장하는 선택을 하지 않고, 2PL+3PL을 혼합하여 독자망을 만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선택을 하였다. 최대 육류 도매센터인 마장동인근 성수동에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B2C와 B2B모델을 모두 소화하고, 저녁배송을 위해 체인로지스, 전국 화물물류를 위해 벤디츠와 협력하였다. 또한 기존 정육도매업체들의 물류망을 공동으로 활용하면서 빈시간을 줄이고, 합차배송을 시도 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19년 하반기에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비스의 성장과 이에 따른 물류서비스의 선택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며, 미리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업자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주석]

1. 회사명도 ㈜육그램이고, 서비스명도 육그램(www.6gram.co.kr)으로 시작

2. 라스트 마일(Last Mile Delivery)이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최종 목적지로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이며, 국내에서는 퀵서비스 기반 라스트마일딜리버리가 급성장

3. 인터넷 쇼핑몰의 판매방식은 크게 사입판매와 위탁판매로 나뉜다. 사입판매는 제품을 구매 후 판매하며, 중간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재고부담을 가진다. 위탁판매는 판매될 경우에만 약정 수수료를 마케팅비 차원에서 받을 수 있지만, 보통 수수료율이 낮고 언제든지 제조사와 공급계약이 끊길 수 있다.

4. D+은 주문 후 도착까지의 날짜를 뜻하며, D+0은 주문 당일 도착이라는 의미이다.

5. 출처: 노승욱,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쟁-반복 〮정기 구매 많아 ‘마지막 블루오션’ 잘하면 ‘유통업 포털’, 매일경제, 2018.06.29

6. 2PL, 3PL의 자세한 설명은 Exhibit 9 참조

7.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플랫폼을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화하여 출시한 새벽배송 제3자물류대행(3PL) 서비스로 중소 신선식품의 배송을 통합하여 제공하는 새벽배송 얼라이언스를 마련한 것이다. 2018년 9월 서비스 중단되었다.

8. SKU(Stock Keeping Unit)이란 <최소유지상품단위>를 의미한다. 즉, 유통매장에서 해당 상품을 관리하는 최소단위를 정해놓은 것. 서비스 성장에 따라 SKU도 늘어나기 마련. 개별적인 상품에 대한 재고관리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에 보관된 같은 청바지의 경우 S, M, L 사이즈가 있다고 했을 때 SKU는 3개이다.

9. 출처: 심나영, 이마트몰 “아침에도 배달합니다”…’쓱배송 굿모닝’ 시작, 아시아경제, 2018. 05. 14

10. 출처: 엄지용, 풀필먼트 품은 마켓컬리, 오픈마켓 넘볼까, 물류전문미디어 CLO, 2018. 02. 12

11. 센터베이스와 허브베이스는 결국 오프라인매장을 운영하느냐(센터베이스)와 온라인에 집중하느냐로 차이가 나기도 한다

12. 이마트는 점포(센터)별 배송에서 이마트몰이 성장함에 따라 허브베이스가 되었다.

13. 미트퀵, 미트퀵라이브은 모두 육그램에서 상표권으로 등록. 그 외 미트샘플러와 슈퍼골든포크같은 상품명과 서비스명인 육그램/마장동소도둑단 등도 등록함

14. IT에서 생겨난 용어로, 내부 서비스를 외부 서비스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새벽배송을 서비스 모듈화하여 타 회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화한 것을 의미한다.

15. 물류서비스를 구분하는 용어는 물류업무의 수행 주체에 따라서 구분된 개념이며 1PL, 2PL, 3PL, 4PL 등으로 나뉜다. 1PL은 자사 내부에서 처리, 2PL은 물류 부문만 자회사로 분리, 3PL은 물류 부문을 외주화 분리, 4PL은 3PL+IT로 SCM을 전략적인 관점에서 관리함

16. 컨설팅 회사로서 4PL이라는 용어 자체를 상표권 등록 및 사업모델화 함

17.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에서 주문을 받아 택배 포장 후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기까지의 물류 프로세스를 일컫는 용어로써,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까다롭고 핵심적인 서비스 중 하나

18. 1PL~4PL 중 상황에 따라 선택 및 관리해야 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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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이종근

이종근

현재 축산분야 스타트업 육그램의 대표로 부띠끄정육점 육그램몰(딜리버리), 마장동직구서비스 마장동소도둑단(O2O), 당일배송식자재 미트퀵(공유거점) 등을 운영 중이다. 카이스트 경영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재학 중 카이스트 교내 창업아이디어 수상을 하고, 플리버드(디자인), 퀄슨(이러닝), 밈(푸드), 육그램(축산)등 다양한 회사를 창업하였다. 국제재무분석사(CFA1)와 국제금융역, 연구지원전문가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이전에는 MBC 보도국에서 취재 PD와 한국미래연구원 리서처로 근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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