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은 위대함을 키운다 – 넷스파

넷스파는 정택수 대표와 송동학 CTO가 공동창업한 사회적 기업이다. 대기업의 환경안전업무 담당, 섬유시험분석원의 연구자였던 이 둘은 친환경 재생소재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2020년 창업하게 된다. 처음부터 해양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업을 설립한 것은 아니다. 재생나일론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 조사하던 중 폐어망이 재생나일론의 원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폐어망이 얼마나 큰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는지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폐어망을 수거, 운반,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과정은 플라스틱과 같은 육상 쓰레기 처리보다 더 비위생적이고,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 폐어망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넷스파가 해결하고자 나선다. 사회문제 해결이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자로 나선다. 수거는 어업인들과 지자체와 함께, 운반은 대기업 ESG 일환으로 지원을 받고, 생산된 원료는 대기업(효성티앤씨, 코오롱플라스틱, 삼양사 등)으로부터 구매약속을 받는다. 넷스파는 재생나일론 원료를 추출하기 위한 공정개발에 나서지만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공정 프로세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원심분리기, 건조 시설, 절단 설비 등과 같은 여러 설비를 폐어망 처리에 맞게 변경해 99.6%의 순도 높은 원료를 만들어 내는 공정개발에 성공한다. 넷스파의 비즈니스 모델은 복제가능성, 확장가능성을 가져 사회적 임팩트를 높일 수는 있으나 시설투자가 갖는 한계를 갖는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프로세스 아키텍처에 기반한 구매자와 협력한 새로운 소재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본 사례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필요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임팩트 창출이 경제적 가치창출과 이해충돌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토론해 보도록 한다.


Q1.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과 운영 방향은 기업의 그것과 다르다. 먼저 넷스파 사례를 읽고 사회적 기업의 필요 조건들을 자유롭게 유추해 보시오. 이후, 사례 내용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다음의 7가지 조건과 부합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근거를 논의하시오.

(1) 창업자의 동기 (2) 혁신 (3) 비즈니스 모델 (4) 지역사회와의 협력 (5) 확장성과 복제가능성 (6) 임팩트 창출 (7) 투명성의 요건

Q2. 넷스파 창업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양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과 솔루션이 사례 내용에 등장하는 연관 기업과 산업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 냈는지 논의하시오.

Q3. 사회적 기업은 ‘냉정한 이타주의1)‘로 표현되며 ‘경솔한 이타주의’와 비교되기도 한다. 냉정한 이타주의는 피드백과 임팩트 없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직이나 사회적 기업에 투자되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냉정한 이타주의는 투자와 기부를 받아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한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초기 생존의 시기를 버텨낸 넷스파가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을 자유롭게 논의하시오.


[주석]

1. 냉정한 이타주의(doing good better)는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이 저술한 책 제목으로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철학에 바탕을 두고 기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의나 열정이 아니라 이성과 과학으로 남을 도우라고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냉정이라고 주장한다. 냉정한 이타주의는 기부를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쓰여졌으나 관점을 바꿔보면 사회적 기업에도 해당되는 표현이다. 사회적 기업은 감정과 뜨거운 가슴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책의 제목을 인용하였다.(집필진)

0 0 votes
Article Rating

누군가는 그 일을 하겠지, 난 아니야 

어판장 뒤편에는 수백 개의 마대자루들이 쌓여 있다. 마대자루를 비집고 나온 초록색 폐어망 사이로 죽은 물고기 사체가 보였다. 가까이 가니 냄새가 진동하고 벌레들이 꼬여 있다. 

정택수 대표는 재생나일론의 원료를 찾아 부산의 다대표항까지 와서 해양 쓰레기 더미를 보고 절망에 빠졌다. 생선 비린내는 물론이고, 바다로 흘러 들어갔던 생활 쓰레기가 폐어망과 얽혀 있었다. 이 버려진 폐어망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머릿속이 얽혀 있는 폐어망 같다고 생각했다. 

얽혀 있는 폐어망이 마치 제 머릿속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는 연간 14.5만 톤으로 경항공모함 5척의 무게만큼이라고 합니다. 그중 폐어망은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선박사고의 원인도 됩니다. 과거 5년간 폐어망으로 인한 선박사고는 1,500여 건 이상이고, 매년 버려지는 폐어구 6만 6천 톤 가운데 수거되는 건은 15%도 채 되지 않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해양 쓰레기 청소를 위해 돈과 인력을 쓰는 방법입니다. 정부가 해안에 약 1,000여 명의 청소 인력을 배치하고 평균 66억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1만 5천 킬로나 되는 해안을 다 청소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게 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해양 쓰레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말하면 지인들은 왜 하필이면 쓰레기냐며 말렸습니다. 정부가 하겠지, ESG 경영에 힘쓰는 대기업이 나설 거라고 생각하며 저 스스로를 말려도 보았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안정적인 대기업 버리고 내가 무슨 일을 시작한 것인가?’ 정택수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급여를 받으며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다. 대기업의 환경안전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해 환경안전, 유해 물질,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많은 역량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역량을 한 회사 내에서만 펼쳐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고교 동창 송동학(현, 넷스파 최고기술책임자)을 만나게 된다. 의류학 전공 후 섬유 시험분석원으로 일하던 친구가 창업이라는 또 다른 삶의 길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직장생활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정 대표는 창업이 자신의 삶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섬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 유럽의 친환경 재생소재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뭔가 해보면 어떨까?’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그 두 사람을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어부의 아들이 아니라 실망하셨나요? 바닷가 작은 마을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폐어망이 버려진 것을 보고 창업의 꿈을 키운 경우가 아니라 실망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가의 창업동기와는 다르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저는 ‘시장기회’를 보고 친환경 재생소재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그랬다. 정 대표는 해양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가가 사회문제를 목격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택수, 송동학 공동창업자는 그들과 접근이 달랐다. 친환경 소재 분야, 재생섬유 분야가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창업을 하게 된 것이다(Exhibit 1).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친환경섬유 시장 규모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9.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시장 규모는 690억 달러(약 81조, 3,99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 두 명의 공동창업자는 이처럼 성장하는 시장에서 사업을 해야 경제적 부를 이루고 큰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시장 조사를 하면 할수록 재생섬유 시장이 매력적이었다. 프라다(Prada), 구찌(Gucci)와 버버리(Burberry) 등 여러 기업들이 재생나일론을 사용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이 기업들은 이탈리아 섬유생산 업체인 아쿠아필(Aquafil)로부터 소재를 공급받고 있었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아쿠아필이 개발한 에코닐(econyl)이란 재생나일론이 폐어망과 방직용 섬유에서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점이었다.

정택수 대표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제품이 이미 상상 이상으로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폐어망을 재활용해 스케이트보드, 선글라스 등을 만든 미국 기업 부레오(Bureo) 사례를 보며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들어진 부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BMW 전기차의 내부 바닥재는 폐어망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BMW그룹은 덴마크 기업인 플라스틱스(PLASTIX)와 협력하여 폐어망이나 밧줄과 같은 해양 폐기물로부터 추출한 플라스틱 알갱이, 그래뉼(granule)을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Exhibit 2).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한 소재들이 섬유를 넘어 자동차의 외장재 및 내장재와 같은 부품 제작에 활용됨을 파악한 그는 사업에 대한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재생나일론의 원료가 폐어망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도 폐어망을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무작정 속초로 떠나 폐어망이 있는지 확인하고 어민들과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어망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느 정도의 주기로 버려지는지, 그 양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도 많이 쓰이는 ‘자망5)’이라는 종류가 나일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버려지는 어망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염도가 높은 폐어망을 수거해서 세척하고 가공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제도에 위치한 대기업 플랜트를 관리하던 지인도 폐어망 분리, 세척, 건조, 가공 등의 공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다른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냐고 하면서 기술적으로도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해양오염이라는 현실을 보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현실을 눈으로 본 이후부터 저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폐어망, 나아가서는 해양 폐기물 문제는 대체 누가 해결해야 하는가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가치로움이 경제적 부를 이길 수 있는가?

정택수 대표는 데이터가 보여준 재생섬유 시장의 미래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 세계 해양 유입 쓰레기가 약 800만 톤이고 약 120만 톤이 폐어망이란 사실은 기쁨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폐어망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나 이를 처리하는 방법도, 처리하려는 기업도 거의 없다는 것이 두려웠다. 

시장에 폐어망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폐어망을 수거해 가기도 하지만 처리과정에서 또 다른 오염이 발생합니다. 대기업은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쉬운 플라스틱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돈을 벌 수 없는 시장이니 진입하는 기업이 없는 거야’,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다는 거지’라고 조언해주는 주변 전문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송동학 CTO와 함께 우리 자신을 설득할 만한 자료들을 찾기 시작했고, 돈 버는 것과 더불어 임팩트(impact)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미국과 유럽, 러시아는 위성을 이용하여 해양 쓰레기를 추적하고 수거된 해양 폐기물은 처리용 선박을 통해 해상에서 소각되고 있다. 그러나 소각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수부에서 해양 폐기물 수거 및 처리용 선박을 통해 선상에서 해양 쓰레기를 동결 분쇄한다. 이 선박에서 분쇄된 분말은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합성가스 생산의 원료로 투입된다. 이 합성가스에 의해 생산된 수소는 선내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로 연결돼 선내 전략 공급과 추진용 보조 동력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메탄가스라는 또 다른 오염원이 발생된다. 

정부와 더불어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 사업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효성티앤씨가 있다. 효성티앤씨는 2007년에 세계 최초로 폐어망과 로프에서 회수한 원료를 사용하여 리젠(regen) 나일론 개발에 성공하였다. 재생나일론으로 수영복이나 운동복에 사용되는 기능성 나일론을 만들고, 마모가 적어 오래도록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의류에 사용하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폐어망과 로프에서 회수한 원료로 재생나일론을 생산한 것은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또한 폐어망은 아니지만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발전하면서 재생플라스틱 시장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의 경우,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혹은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분류해 세척, 파쇄, 용융, 배합 등의 가공 과정을 거쳐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90%가 물리적 재활용 방법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은 플라스틱의 화학구조를 변화시켜 원료를 재생하는 기술이다. 정제, 해중합(분해반응의 일종으로 중합된 물질을 단위체로 분해), 원료 재활용(열분해, 가스화) 등의 기술을 활용한다(Exhibit 3). 이 방법은 폐기물이 오염되었는지, 완전히 순수하지 않은지에 상관 없기 때문에 재활용에 큰 잠재력을 갖는다. 효성티앤씨도 폐어망과 로프를 수거해 선별작업을 거친 후 화학적 재활용 단계를 거쳐 재생나일론을 생산해 낸다. 문제는 효성티앤씨나 플라스틱 컴파운드를 생산하는 코오롱플라스틱이나 삼양사 같은 기업은 폐어망을 수거, 운반, 선별, 전처리하는 단계를 원하지 않는다. 실제 전처리 과정에 필요한 수거, 운반, 선별의 과정을 사업영역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폐어망 재활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담당할 기업이 없는 것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어망을 구원하지 못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재활용에만 관심을 갖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은 폐어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계적 재활용이나 화학적 재활용이 용이합니다. 폐어망은 수거부터 도전적인 일이고, 부패와 냄새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운반과 선별이 필요하니 재활용이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폐어망의 화학적 재활용 방법이 발전되더라도 전처리 작업이 필수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창업을 결심했던 저와 송동학 CTO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창업이라는 결정은 내려졌으나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더 나은 삶’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마주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해양생태계 오염문제는 심각했고, 폐어망 재활용 영역만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해양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이란 지금 나의 안위가 아니라 ‘나와 우리 모두의 안위를 생각하는 자애심’이었습니다. 

대체 이 일은 누가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말고 우리가 해보자고 합의했습니다. 경제적 가치창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가치로움’에 집중해 보자는 데 마음을 모은 것입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더 쉬운 길이 있는데 꼭 이렇게 해야 해? 

‘우리가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고민스러웠습니다. 해양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순환경제의 실현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멋져 보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넷스파가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고, 쉬운 길로 가자고 나 스스로와 타협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기업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지 않지만, 돈을 많이 벌어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기도 하니까요.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정택수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겠다고 대기업 퇴사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독립성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 재생섬유 시장에서의 시장기회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았다. 새로운 니즈를 발굴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반 영리기업 창업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영리 목적으로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폐섬유 기반의 재생신소재 개발 영역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핀란드의 인피니티드파이버(Infinited Fiber)와 스웨덴의 리뉴셀(Re:newcell)은 재생섬유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또 다른 기업으로 에버뉴(Evrnu)는 면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섬유로 의류를 생산한다. 에버뉴가 개발한 재생섬유인 뉴사이클(NuCycle)은 2022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섬유 폐기물에서 추출한 신소재를 바탕으로 재생섬유를 만든 이 기업들은 오래된 청바지, 버려지는 면 등 섬유 폐기물을 새로운 섬유로 전환시킬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러한 기업들을 보면서 재생섬유 시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금은 덜 고생스럽게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 것이다. 

‘해양 폐기물’이라는 표현을 다시 말하면 ‘바다에서 나온 쓰레기’이다. 해양에서 나온 쓰레기인 폐어망은 육지에서 흘러들어온 일반쓰레기와 뒤엉키고 각종 해양생물 사체들과 뒤엉켜 있다. 이 쓰레기 자체를 바다에서 거둬들이고 세척해서 분리하고 재가공한다는 것은 재활용 영역에서 가장 고난이도인 것이다.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쓰레기를 다뤄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폐어망을 순도 높게 가공하기 위해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겪게 될 고난이 보였다. 공정개발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정택수, 송동학 공동창업자는 더 쉬운 방법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도 고민했다. 예를 들면 폐어망이나 폐로프 등 해상 기인 쓰레기를 재생플라스틱으로 재생산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난의 대가로 얻어진 귀중한 협력자

정 대표는 몇 개월 동안 동해안과 남해안의 어촌을 누비고 다니며 어촌계장, 다수의 어업인들을 만나 폐어망 실태를 조사했다. 어업인은 어로 중 고의 또는 실수로 해양에 폐기물을 버리게 된다면서도 폐어망이나 폐로프로 인해 어류 산란장, 해조류 서식지 파괴, 무엇보다 선박 침몰과 좌초 사고의 위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일부 어업인들은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로 약 290여 명이 사망한 사고를 기억하며 당시 해양 폐기물이 스크류에 감겨 기관을 고장 낸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피해를 알면서도 바다에 폐어망을 투기하거나 수거 및 처리를 기피하는 이유로 폐어망의 육상 수거 및 처리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한 해 폐어망만 4만 톤에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바다에서 고기잡이에 사용하다 버려졌거나 유실된 그물 ‘폐어망’, 일명 유령그물(ghost nets)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평양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은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 북서 태평양에 위치하는데, 부유성 쓰레기들이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군데로 모여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이 쓰레기 섬은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다고 한다. 8톤이 넘는 플라스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폐어망은 전체 쓰레기의 46%를 차지한다(태평양관광기구, 2020). 정 대표는 폐어망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환경 문제이며, 폐어망을 잘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면 폐어망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양적인 확보는 문제가 없겠지만, 어망은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이 결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Exhibit 4).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폐어망이 바다에 무단으로 버려지거나 소각장, 매립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동학 이사와 정택수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폐어망을 수거하는 곳, 폐어망을 재활용하는 곳을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폐어망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헤쳐 나가야 할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폐어망을 어민들이 모아둔다고 하더라도 수거가 안 되니 모아두었던 자루 밖으로 폐어망이 터져 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하였다. 부산의 대표 어항인 다대포항은 수산업협동조합의 어촌계원으로 210여 명이 등록되어 있다. 다대포항을 조사해 보니 재활용을 위한 폐어망 수거 장소로 3곳이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폐어망을 모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때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Exhibit 5). 폐어망 확보가 문제가 아니라 폐어망 수거와 운반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라는 점을 파악하게 되었다. 구청이나 지자체 등에서 폐어망을 수거해 가기도 했으나 예산문제로 폐어망을 더 이상 수거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어민들은 수거도 직접 하고 수거한 폐어망을 처리해야 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폐어망을 바다에 그냥 버리게 되는 악순환의 구조였다. 

폐어망 수거 과정과 수거 장소 등 현황을 알아보면서 절망스러웠지만 그 절망 속에서도 희망적인 점이 있었습니다. 폐어망과 같이 수거되는 로프와 납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려면 어망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폐어망이 수거될 수 있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또한 그물들이 바다에 버려져 돌에 끼어 있다 보니 프로펠러가 걸려 사고가 자주 난다고 하였습니다. 즉 어민들도 폐어망을 수거해야 하는 동기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달 이상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소형 어선들은 폐어망을 육지까지 갖고 나오기 쉽지 않으니 로프와 납이 재활용되더라도 그 돈이 얼마 되지 않아 바다에 버리고 나오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넷스파 혼자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해 협력할 이해관계자들이 누구일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넷스파는 폐어망 수거조차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폐어망 재활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폐어망 수거뿐만 아니라 운반, 선별, 전처리, 원료화, 제품화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넷스파는 초기창업기업으로 가치사슬 전 단계를 모두 해낼 수 없음을 파악하고 가치사슬 중 어느 부분을 넷스파의 핵심역량으로 정의해야 할지 고민하였다(Exhibit 6). 

넷스파는 가치사슬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구성원이 동의하였지만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낼지 고심했다. 결론적으로는 정부, 지역자치단체, 관련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협력상대에게도 혜택을 주는 관계가 되어야 지속성이 길다고 믿었다. 즉 일방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우리 기업을 도와주세요’ 식의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잠재적 협력 파트너와 지자체가 갖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넷스파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솔루션을 제시할지 고민하였다. 

해양 폐기물 수거에 있어서는 어업종사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해안의 쓰레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었고, 바다 위에 떠다니거나 가라앉은 쓰레기는 해양환경공단 및 어촌 어항공단이 담당함을 파악하였다. 2020년 기준으로 예산은 약 917억 원에 달하며 2018년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또한 수협은 지방자치단체와 별개로 쓰레기 수매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요 어항에서도 해양 쓰레기 집하장을 설치하고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양폐기물 처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파악한 정택수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시와 해양 문제와 자원순환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다(Exhibit 7). 정 대표는 부산시에 어떤 혜택을 주어야 할지 고민한 끝에 ‘폐기물 처리 비용 감소’의 부문을 소구하였다. 지자체는 이미 환경 폐기물 처리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고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자 과제임을 파악했다. 그리고 2021년 5월에 부산지역 어업인이 배출한 폐어망을 부산시가 수거해 넷스파에 공급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부산시는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여 그린스마트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 실행에 도움을 얻게 되고 넷스파는 폐어망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대기업과의 협력도 시작하게 되었다.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중심으로 폐기물의 자원화와 풍력에너지 하부구조물 생산, 친환경소재를 통한 폐기물 자원화 등을 실현하는 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가 재생에너지, 수전해부터 연료전지까지 그린에너지 가치사슬(value chain)을 추구하는 기업이니 넷스파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SK에코플랜트는 ESG경영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넷스파에게 폐어망 수거와 운반 시스템 구축 비용을 지원한다는 협약을 제안하였다. 이 협약으로 넷스파는 수거와 운반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고, 이와 동시에 해당 지역주민 고용창출 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 기반 납사(naphtha, 나프타)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상업 생산한 기업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얻어지는 기름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단계를 거쳐 납사 및 경유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게 한다. 기존에 소각하던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양 폐기물 통합 관리 솔루션 구축을 위한 넷스파를 지원하기로 해 해양 폐기물의 수거, 집하, 운반을 지원하기로 하였다(Exhibit 8). 

어렵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니 구세주가 나타나듯 부산시가 저희 뜻에 동조하고 대기업과의 협력도 이루어져 폐어망 운반 및 수거가 가능해졌고, 제품을 생산하기도 전에 구매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습니다. 게다가 매출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넷스파가 만들어 낼 임팩트를 보고 VC가 투자결정을 내려주었습니다. 부담은 컸지만 많은 협력자의 지원과 투자금으로 공정처리를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넷스파의 이러한 생태계 협력체계 구축은 투자유치에도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넷스파에 투자한 신한자산운용은 넷스파의 사회적 임팩트를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가진다고 평가하였다. 

넷스파는 어떤 기업도 시도하지 못한 그리고 해내지 못한 공정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게다가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구매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해외 진출을 위해 대기업과 공동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은 투자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 윤현욱 신한자산운용 투자심사역 

 

공정 혁신을 통한 대량생산 솔루션 

넷스파가 받은 투자는 해양 폐기물의 재활용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러나 자금으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폐어망 세척 작업, 선별 작업, 분쇄 작업 등의 공정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이었다. 충분한 공급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으나 넷스파의 기술력이 빛을 발해야 할 영역은 ‘선별-전처리-원료화’ 부분이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폐기물 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폐어망을 처리하는지 살펴보았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섬유에 해박한 지식이 있던 송동학 이사도, 환경문제에 경험이 많았던 정택수 대표도 처리시설의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지 않나 생각할 즈음에 경남 하동에서 김두호 대표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님은 폐기물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반 폐기물 업체들과는 달리 폐기물 처리 관련 기계까지 만들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새로운 사업을 창업하기에는 늦었지만 기계라면 자신 있으니 우리 사업에 필요한 기계 제작을 도와주신다고 했습니다. 답이 없는 길을 헤매고 있을 즈음 김 대표님과의 만남은 저희에게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지금 같이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주 뵙고 조언을 얻고 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세상에 없는 재활용 공정을 만들겠다’는 두 젊은이의 열정에 김두호 대표는 자신이 평생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며 공동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산속에 있는 폐기물 업체에서 6개월간 숙식하며 파일롯 공정을 개발하였다. 파일롯 공정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두 공동대표는 자신감을 얻었다. 

흔히 말하는 ‘운칠기삼(운이 70%이고, 기술이 30%)’과 같은 요행은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파일롯 공정을 바탕으로 대량처리가 가능하도록 기계설비를 들여와 공정을 완성하는 단계는 뼈를 깎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플랜트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아니라 ‘쓰레기 공정처리는 처음이라’ 도저히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폐어망이 압축되어 톤(ton) 단위로 들어오게 되면 우선 절단을 해야 합니다. 절단해서 세척기에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절단 시 설비에 부하가 걸려 운영이 중단되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원심분리기에 폐어망을 넣어 분리시키는 공정도 수십 차례의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원심분리기 개발 업체와 밤을 새워가며 폐어망에 맞는 설비로 수정 및 보완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공정은 기존의 유사 기계를 구입해 설비를 폐어망에 맞게 개조하고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내 남은 인생을 넷스파에 묻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탐나는 사업 아이템이었기에 넷스파에 합류했습니다. 그런 마음 가짐이었으니 공정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공정설비가 우리가 원하는 기대만큼 작동되지 않았을 때는 정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시도해보고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쓰레기를 다루는 일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처음으로 시도하다 보니 시행착오의 반복 외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 김광엽 넷스파 부사장(생산공정 총괄 책임)

폐어망에서 고품질의 원료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폐어망 선별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집하 및 분리된 폐어망에서 PA6(나일론)과 PA66(더블6나일론)을 구분해야 하는데 넷스파는 광학선별 기술을 통해 PA6와 PA66 선별 가능한 알고리즘을 완성하였다. 선별 기술과 더불어 넷스파는 어망을 5mm 단위로 연속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 파분쇄기도 개발하게 되었다. 어망에서 나일론만을 회수하려면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과의 물리적 결합을 끊어줘야 하는데 특화분쇄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폐어망이 넷스파의 나일론 원료(제품명)인 99.6% 순도의 ‘R-나일론’이 되는 것이다(Exhibit 9). 폐어망에서 추출된 R-나일론의 순도가 높아야 다양한 분야, 즉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재생나일론에 쓰일 수 있다. 

정택수 대표는 공정이 완성된 후 현재 생산능력으로 얼마만큼의 폐어망을 처리할 수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 현 생산능력은 4,000톤 정도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에 버려지는 폐어망 규모 4만 톤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그는 넷스파의 생산능력이 20,000톤까지 오르는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버려지는 어망의 5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 1kg의 재활용 나일론을 생산하면 새 나일론을 만들 때와 비교해 3.68kg의 탄소 절감 효과를 보는 것이니 최대 연간 약 1만 5,000톤 규모의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공정완성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저로서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99% 정상가동이 되어 고객사에게 납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투자받은 자금과 공정 완성에 대한 넷스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투자자의 자금과 넷스파 직원들의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공정이 안정화되고 생산능력이 충분하니 저와 동료들이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 김광엽 넷스파 부사장(생산공정 총괄 책임) 

이렇게 넷스파는 대기업에서 1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고순도의 나일론 추출 공정을 완성시켰다(Exhibit 10). 

프로세스 플랫폼 구축을 통한 Businesss Model 설계

넷스파는 ‘그물(net)을 목욕(spa)시킨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그물을 깨끗하게 해서 자원화해보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넷스파의 의미처럼 폐어망을 선별하는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선별하고, 특화분쇄기를 통해 파쇄해서 순도 높은 깨끗한 원재료를 잘 추출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완성도 높은 원재료를 폐어망으로부터 추출하고 나니, 우리 사업은 어디까지 확장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폐어망의 50% 이상을 수거해 처리할 수 있을 만큼의 생산량을 늘리면 그것이 우리 기업의 성공인가 하는 질문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그만큼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한 만큼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큰 고민입니다. 아직도 답을 찾는 중입니다. 양적인 성장에는 시설 투자가 따르고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R&D 투자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양적성장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넷스파가 겪는 어려움은 성장을 위해서는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추 농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친환경 조건에서 싱싱한 배추를 생산하기 위해 농부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투입하지만,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은 농부가 아니라 가치사슬 후반에 있는 대형마트이다. 재생나일론도 원재료를 공급하는 넷스파가 아닌 재생나일론 원사 기업 혹은 재생나일론을 활용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의류, 캠핑 기업들에게 가치가 집중된다. 게다가 배추 농가의 위험처럼 넷스파는 구매력 파워(bargaining power)가 약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입장에서 생태계 이해관계자가 서로를 돕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협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정택수 대표는 넷스파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부레오(Bureo)’를 오랫동안 유심히 살펴보았다. 부레오는 넷스파와 동일하게 폐어망에서 나일론 원료를 추출한다. 넷스파와 부레오의 차이는 단순히 재활용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레오는 최종 제품 생산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기업이 필요한 형태로 원재료를 가공해 공급한다. 즉 재생나일론을 생산하는 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넷스파가 가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약점을 극복할 방안을 부레오는 가지고 있다(Exhibit 11). 

고객사를 깊이 관여시켜 넷스파와 고객사가 공동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레오와 파타고니아의 협력 모델’은 파타고니아가 필요로 하는 원료를 부레오가 단독으로 개발하거나 파타고니아와 공동 개발하는 것입니다.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과 협력하여 제품 디자인 설계 때부터 넷스파가 개발한 원료가 포함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여력이 없지만 현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폐어망 재활용 공정 프로세스의 규모 확장부터 이룬 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정 대표의 답변은 ‘폐기물이라 생각되던 모든 것을 다른 용도로 회생시키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가 추구하는 바를 이루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다. 넷스파가 이해한 자원순환화란 폐기물을 많이 만들고 그것을 다시 회생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폐기물의 개념까지 없애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업은 최종 생산물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 퍼진 모든 물질 흐름을 살펴보아야 한다. 폐기물 줄이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원재료를 사용할 때부터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넷스파의 현재 최종 제품인 ‘R-나일론’이 원재료로 사용되는 여러 기업들과도 협력하여 해당 기업들과 함께 R-나일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원료나 새로운 제품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 

복제가능(replicable)하고 확장가능(scalable)한가?  

‘사회적 기업이라면 기존 영리기업과 달리 비즈니스 모델이 복제되어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로 확장되어야 할 텐데…’ 하는 고민을 늘 해오고 있었습니다. 해양 폐기물 이슈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넷스파가 한국에서 시작했으니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확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확장가능한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복제가능한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플랫폼 ESG 이니셔티브 사업을 알게 되어 SK에코플랜트와 지원했습니다. 이 지원을 통해 넷스파의 모델이 베트남의 폐어망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넷스파는 SK에코플랜트와 함께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망을 수거해 나일론 원재료를 생산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8,000톤의 폐어망을 재활용해 연 5만 톤의 탄소감축, 총 1,000여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진행될 사업이며 총 사업비 100억 원의 절반인 50억 원을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정택수 대표가 늘 고민해 온 ‘비즈니스 모델의 복제가능성, 확장가능성’이 베트남 시장 진출로 가능해진 것이다. 넷스파는 베트남 사업을 위해 폐어망 재활용 전문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할 예정이며, 2024년 상반기 내 폐어망 재활용 설비 설치를 마치고 시운전을 할 계획이다. 사회적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다. 특히 넷스파는 폐어망을 현지에서 수거해야 하고, 현지인을 고용해 넷스파의 공정과정을 익히게 하여 현지공장 운영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많은 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업들이 해당 국가, 해당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추후 넷스파는 폐어망 수거와 공급망을 관리할 파트너, 인력수급을 지원하고 공장을 관리할 파트너회사를 찾는 준비를 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글로벌’의 의미는 사업 무대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넷스파가 만들어낸 해양 폐기물 공정이 복제되고, 확장되어 해당 국가의 사회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업 성장을 넘어서는 사회적 기업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넷스파가 보여주게 될 것이기에 더욱 기대감이 큽니다. 복제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이 사회적 기업에게는 가장 큰 과제이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코이카의 지원과 SK에코플랜트와의 협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섬유기업들이 천연재료 기반 섬유, 리사이클섬유, 재생섬유를 100% 사용하게 될 날을 고대해 봅니다. 그것이 진정 넷스파가 원하는 미래입니다. 

– 정택수 넷스파 창업자/CEO 


[주석]

1.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0428000984

2. http://www.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96396857788

3. https://www.prada.com/kr/ko/pradasphere/special-projects/2019/prada-re-nylon-1.html

4. https://www.dailyimpac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525

5. 자망(刺網) 또는 걸그물(gillnet)은 바다 또는 민물에서 사용되는 어망의 일종으로 물고기가 지나갈 법한 길목에 쳐놓고 시간이 지난 뒤 걷어서 고기를 잡는다. (출처: 위키피디아)

6. 헤럴드경제(2022.07.04.), 마대서 터져 나와 바다로 줄줄… 갈 길 먼 폐어망 분리수거[지구, 뭐래?]

[참고 문헌]

리터 레이시, 제이콥 뤼비스트(2017). 순환경제 시대가 온다. 전략시티.

장용철(2020). 순환경제를 위한 플라스틱의 전과정 관리.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Atasu, A, Dumas, C., and L. N. Van Wassenhove(2021). The Circular Business Model; Pick a strategy that fits your resources and capabilities,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Baldwin, Carliss, and Kim B. Clark(2000). Design Rules: The Power of Modularity. MIT Press.

Ben-Arieh, D., E. Carmel, and M. S. Rosen(2009). “Product platforms as a lever of competitive advantage on a company-wide level: A resource management perspective”,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26.5, 622-639.

Geissdoerfer, M, Stanta-Maria, T., Kirchherr, J., and Pelzeter, C. (2022). Drivers and Barriers for Circular Business Model Innovation, Business Strategy and the Environment, 32(6), 3814-3832.

Islam, M. T. and U. Iyer-Raniga(2023). Circular Business Model Value Dimension Canvas: Tool Redesign for Innovation and Validation through an Australian Case Study, Sustainability (15), 11553. (https://doi.org/10.3390/su151511553)

Meyer, M. H., & Lehnerd, A. P. (1997). The power of product platforms. Simon and Schuster.

Meyer, M.H. and Cassis, J. (2020).  “Implementing Product Platforms in the Global Enterprise: Lessons from an LED Industry Leader.” Business Horizons. 63(4), July-August, 421-434.

더보기

집필진

이채원

이채원

이채원은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며, 국제교류처장 및 창업교육센터장을 역임하였다. 기업가정신 교육 및 사회적 기업가정신 분야 연구에 집중해 왔으며, 저서 [Innovation for Entrepreneur (2020)], [Personal Discovery through Entrepreneurship (2018)] 등은 해외의 많은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및 사회적 기업가정신 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저서 [벤처 디스커버리(2015)]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손쉽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템플릿 기반의 워크북 형태로 개발되어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교육 현장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기업가정신 교육자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 및 필리핀 등 해외의 기업가정신 교육자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Babson College, Northeastern University,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역임하였으며,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임금보상 시스템 설계 및 전략 분야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였다.
Attachments
목록으로
사례
펼치기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