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의 문턱 낮은 혁신 – 토도웍스

토도웍스는 수동 휠체어의 이동을 보조하는 ‘파워 어시스트’ 토도 드라이브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사실 토도웍스는 2016년 심재신 대표가 한 아이를 위해 진행한 휠체어 제작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2020년 현재까지 3,600여대의 토도 드라이브를 보급하며 국내 파워 어시스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토도 드라이브는 해외 경쟁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176만원의 가격에, 무게는 4.5㎏ 밖에 되지 않아 국내 출시된 동종 기기 중 여전히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다. 토도웍스는 성장 잠재력과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아, 2020년 현재 누적 투자액 26억 원의 대표적인 기술기반 소셜벤처로 자리잡았다. 토도웍스는 어떻게 설립 3년 만에 국산 제품이 전무하던 파워 어시스트 시장을 개척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의료보조기기 기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Q1. 수동 휠체어의 수월한 이동을 보조하는 파워 어시스트 토도 드라이브를 상품화하는 초기 과정에서 토도웍스는 다양한 차원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가볍고 안전한 새로운 휠체어 보조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기술적 불확실성, 새로운 제품군을 구매할 소비자와 규모를 식별해야 하는 타겟 불확실성이다. 각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토도웍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수행했는가? 각 실험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Q2. 2016년 11월, 첫 양산제품 토도 드라이브 출시를 앞두고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은 토도 드라이브의 가격을 얼마로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토도 드라이브와 같은 파워 어시스트를 의료보조기기로 분류하고 소비자가의 상당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복지선진국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파워 어시스트를 의료보조기기로 분류하지 않아 보조금을 한 푼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던 해외 경쟁기업 제품들은 600만 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토도웍스의 원가 및 유통구조를 고려하면 최저 300만 원대의 가격이 적절할 수 있지만, 잠재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토도웍스는 설문 참가자 대부분이 200만 원 이하의 가격을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토도웍스는 토도 드라이브의 소비자 가격을 얼마로 설정해야 하는가? 실제 토도웍스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Q3. 2018년 시리즈 A 투자 유치 이후 토도웍스는 지속적인 성장에 성공했다. 2020년 현재 투자 유치 이전 누적 판매량의 4배가 넘는 토도 드라이브 판매에 성공하여, 총 3,600여대의 토도 드라이브가 국내·외에서 운행 중이다. 제품군에 탑재된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및 제품 다각화, 국내 의료보조기기 인증 및 글로벌 시장으로의 단계적 진출이 토도웍스의 향후 성장 방향과 관련된 주요 이슈로 꼽힌다. 토도웍스의 핵심 성장 동력과 전략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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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의 문턱 낮은 혁신 – 토도웍스

아저씨가 기계 만드는 사람이거든

“오늘 정말 신기한 것을 많이 봤어요. 이렇게 멀리 강남까지 와서 돌아다녀 보고..”

“준아, 넌 밖에 자주 못 나가니?”  

“…네.”  

바보같은 질문을 했구나, 심재신 대표는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준이와 함께 휠체어 판매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준이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의 친구인데, 타고 다니는 수동 휠체어가 몸에 맞지 않아 교체할 시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이틀 전 아내를 통해 전해 들었다. 심재신 대표는 한 경영자 모임에 수동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참석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지인이 ‘편하게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지 그랬냐’고 묻자, 그가 “전동 휠체어는 크고 무거워서 내가 운전하는 차에 실을 수가 없어 이 사람아..”하며 씁쓸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던 기억이 났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심재신 대표는 ‘그러면 작은 모터를 단 휠체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는 덥석 “그러면 우리가 준이 휠체어를 사주자”고 했다. 그냥 주자는 것은 아니었다. 심재신 대표는 수동 휠체어에 기계적 장치를 달아 선물해야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심재신 대표는 경기도 시흥시 시흥공단에서도 알아주는 기계 마니아였다. 2015년 그가 15년째 운영하던 정보통신(IT) 서비스 기업 애니모스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어떻게든 만들어준다’며  입소문이 퍼졌다. 기계를 만지는 게 매우 좋았던 심재신 대표가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시흥공단 한 켠에서 시작한 기업이 애니모스였다. 시흥의 기계 마니아는 프로그래밍, 디자인, 통신 마니아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였다. 비록 대중적으로 알려지거나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애니모스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콘셉트만 듣고도,  ‘현실에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내는 데 정평이 나 있었다.

“우리는 기술자들이라 이렇게 ‘했다’고 말해요. 앞으로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이것은 15년 동안 시흥공단에서 입지를 다져온 애니모스의 원칙이자 경쟁력이었다. 그래서, ‘전동기를 단 수동 휠체어’라는 콘셉트가 떠오른 순간, 그의 머리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찼다.

문제는 다음 날 휠체어 판매점에 전화를 건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본인이 직접 와야 휠체어를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생이며, 키는 얼마쯤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수동 휠체어는 실사용자의 몸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심 대표는 준이와 함께 직접 휠체어를 사러 갈 수밖에 없었다. 준이를 차에 태우며 휠체어를 처음 만져봤다. 휠체어는 아이의 몸만큼 크고, 차가우며 무거웠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의료기기 판매점에서 예약을 마치고 목을 축이러 준이와 카페를 들렀을 때, 카페 입구의 낮은 문턱에 휠체어 바퀴가 걸려 애쓰는 준이가 심 대표의 마음에 걸렸다. ‘내가 이 아이의 세상을 너무도 모르는구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준이는 다만 “오랜만에 멀리 밖에 나와 좋았어요.”라고 했다. 심재신 대표는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준아, 아저씨가 기계 만드는 사람이거든? 기계도 만들고, 프로그램도 짜고, 로봇도 만들고…. 아저씨가 준이 휠체어 만들어 줄게. 약속할게.”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4.5㎏ 휠체어 전동 키트, 토도 드라이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기술

휠체어는 기술적으로 수동형과 전동형으로 구분한다. 전동 휠체어는 사용자의 물리적 힘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조작이 수월하다. 모터가 견고하고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높이가 보통 1m 이상으로 크고 무게는 100㎏이 넘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휠체어용 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는 전동 휠체어를 넣고 빼기가 어렵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등·하교, 출퇴근 시간에 전동 휠체어를 타면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다. 교통약자인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와 의식 모두 아직까지 부족하다.

이에 비해 수동 휠체어는 전동 휠체어에 비해 작고 가벼워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용이하다. 그래서 수동 휠체어는 무게가 가벼울 수록 비싸다. 하지만 휠체어를 움직이기 위해 반드시 사용자의 힘이 필요한 게 문제다. 경사로를 오를 때는 사용자의 어깨와 팔에 큰 부담을 준다. 수동 휠체어는 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용자 개인에 맞춰 디자인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는 휠체어 교체주기가 짧다. 휠체어 사용자들은 늘 조작이 편리하지만 크기가 부담되는 전동 휠체어와 가볍지만 물리적 힘을 동원해야 하는 수동 휠체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Exhibit 2).


2015년 심재신 대표의 관심은 세상에 하나뿐인 휠체어의 주인인 준이의 편의성이었다. 휠체어가 장애인의 이동을 보조한다는 것 외에 휠체어에 대한 심 대표의 지식은 전무했다. 토도 드라이브의 프로토타입 제품 ‘휠체어 전동 키트’를 개발할 당시 그에게는 기존 시장이나 경쟁자에 대한 인식도 목표도, 가정도 없었다. 당시 국내에는 차별화 대상이라고 할 만한 부착형 의료보조기기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터를 단 수동 휠체어라는 콘셉트를 달성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심 대표가 기존 시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면 전동 휠체어와 수동 휠체어의 기술 발전 경향이나 시장의 크기를 의식한 경로의존적인 개량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수동 휠체어를 힘겹게 밀고 있는 준이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가장 실용적인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

심재신 대표의 해법은 단순했다. 최종적이자 유일한 소비자인 준이를 애니모스 공장에 정기적으로 초대해 직접 사용성을 측정하며 아이디어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애니모스의 프로그래밍, 디자인, 통신 마니아들이 이 대가 없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준이의 휠체어는 애니모스 공장 엔지니어들에게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제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부수며 고치는 실험적 접근을 따랐다. 심 대표와 애니모스의 엔지니어들에겐 익숙한 방법이었다.

“제안서를 쓰는 대신 제작하고 싶은 제품을 직접 구성해봐요. 간단하게 나무나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어 상품성이 있는지 점검해보죠.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전 직원이 함께 고도화 작업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자주 회의할 필요가 없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어요. 게다가 제품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내부에서 하기 때문에 수수료 구조가 분산되지 않아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 심재신, 김진영 (2019)

건조하지만 정직하게 이름 붙인 ‘휠체어 전동 키트’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 준이의 사용성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으로 디자인됐다. 준이와 엔지니어, 그리고 휠체어를 오가는 3개월간의 집중적인 실험-피드백과정은 수동과 자동으로 이분화되어 있던 기존의 휠체어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적 제품, 토도 드라이브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Exhibit 3).

그런데 어떻게 수동 휠체어에 모터를 붙일까? 막상 모터를 장착하려고 하니,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무게였다. 일반적 수동 휠체어의 무게는 10~15㎏. 준이가 사용할 휠체어는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가벼웠지만, 초등학생인 준이에게는 여전히 무거웠다. 심재신 대표의 계획대로 모터를 장착하면 분명 적지 않은 무게가 더해질 것이었다. 심재신 대표는 준이의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넣을 때 성인 남성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묵직하다고 느꼈다. 어느 정도 무게라면 준이 어머니가 휠체어를 차 트렁크에서 넣고 빼는 데 무리가 없을까.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면서 한창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문득 마트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이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가장 무거웠던 물건은 20㎏ 무게의 쌀 한 포대. 다소 모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잠정적이나마 목표를 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일단 모터까지 포함한 휠체어 전체 무게 20㎏을 잠정 목표로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량화는 예상보다 더 기술적으로 까다로웠다. 처음에는 기존 휠체어의 무거운 부속들을 가벼운 부속으로 교체해보았다. 그러다 결국 필요한 부속들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무게가 나가는 상용 부품들을 제외하고 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변형된 설계에 맞춤형 부품을 제작하고 나니 부품 수가 줄었다. 문제는 20㎏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성능을 낼 수 있는 작은 모터와 가벼운 배터리가 없다는 점이다. 즉, 무게를 극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수동 휠체어 무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퀴는 휠체어 안전성의 핵심적 부분이라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턱대고 부품을 교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휠체어 바퀴에 모터를 연동하는 간접 구동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수동 휠체어의 큰 바퀴를 대(大)기어로 활용하고, 기어에 모터를 달아 뒷바퀴를 반대로 돌려, 기어의 힘을 모터 쪽으로 전달하게 한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작은 모터를 사용하더라도 필요할 때 충분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전력 소모가 줄어 배터리 크기도 줄어드는 부가적 장점도 있었다. 처음 심재신 대표가 떠올렸던 콘셉트에 맞는 핵심적 구조가 드디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동 키트는 기존 수동 휠체어를 이용하면서도, 조종간으로 직관적으로 조종할 수 있고, 가벼웠다(Exhibit 4).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전동 키트의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소음이 컸다. 그래도 심재신 대표와 애니모스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다양한 프로토타입 제품처럼 휠체어는 현실에서 무리 없이 작동했다. 무엇보다도 바퀴와 모터를 연동시킨 디자인과 전동 키트의 기능이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제작 3개월 만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휠체어 전동 키트를 만들었다. 경량화에 매달리다 보니, 휠체어 제작 비용은 준이와 함께 처음 골랐던 휠체어 가격에 육박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었지만, 심재신 대표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휠체어 전동 키트라는 담백한 이름을 지닌 첫 번째 제품을 준이가 시운전 하던 모습을 본 그 날, 애니모스 공장의 모든 부모들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이게 사실 팔려고 만든 제품이 아닌데요

“아.. 사실 이게 팔려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심재신 대표는 곤혹스러웠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준이가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전동 키트가 장착된 수동 휠체어를 타고 갔는데, 조종간으로 움직이는 생소한 수동 휠체어의 움직임이 장애아동과 부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처음에 심재신 대표는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준이에게 선물로 만든 유일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용도 치밀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도 맞춤형으로 소량 제조한 것이라, 재고가 남아 있지도 않았다. 게다가 측정부터 분리·설치·재조립에 이르기까지 엔지니어가 직접 달라붙어 휠체어를 손봐야 하기 때문에 한 세트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적지 않았다. 애니모스 공장의 엔지니어들에게 대가 없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강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낯선 연락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20명의 대기자가 생겨버렸다.

물론 누군가는 새로운 의료 보조기기 기업을 시작하기에 휠체어 20대는 너무나 적은 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낮은 문턱을 넘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준이를 잊지 못하는 심재신 대표는 20대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뭘 만든 거지?’

심재신 대표는 그제서야 자신이 만든 휠체어 전동 키트가 어떤 제품군에 속하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15년 말의 일이었다. 심재신 대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휠체어 전동 키트가 이동형 의료보조기구 제품군 중에서 모터 등을 부착해 수동 휠체어의 이동을 보조해 주는 ‘휠체어 파워 애드온(Wheelchair power add-on)’, 일명 ‘파워 어시스트(power assist)’ 제품으로 분류한다는 정보를 찾았다(Exhibit 5).


다만 한국에서 이 시장은 견고한 장거리 이동성에 초점을 둔 전동 휠체어나 대중적인 수동 휠체어 시장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사실상 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다른 의료보조기기들과 달리 근거 법령조차 없어 시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 파워 어시스트 제품군의 높은 가격은 시장 형성을 저해하는 치명적 요소였다. 기성 제품들은 모두 미국·독일·일본에서 만든 제품으로 가격이 최소 600 만 원 이상, 비싸게는 1,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여서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심 대표도 기존 제품의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비싸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동 키트의 제작 비용이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았다.

심재신 대표가 만든 전동 키트와 기존 제품의 차이점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무게가 현저히 달랐다. 심재진 대표가 만든 휠체어 전동 키트는 당시 시장에 판매 중이던 모든 제품과 비교해도 가장 가벼웠다. 만약 심재신 대표가 기존에 이런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개발하기 전에 기존 제품의 스펙을 따져보고 비용이나 기능면에서 합리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개량을 시도했거나 기성 제품을 구매하는 게 비용과 시간 모두 절약하는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존 제품과 시장에 대한 무지가, 역설적으로 전 세계 동일 제품 중에서 가장 가벼운 휠체어 전동 키트의 개발이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심재신 대표는 문득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사고를 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들의 전화를 외면할 수도, 무턱대고 시장성이 잘 보이지 않는 제품을 양산할 수도 없어 고민하던 심재신 대표는, 고민 끝에 정성환 이트론 전 대표(현 토도웍스 본부장)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정성환 본부장은 다국적 IT 기업의 국내유통을 15년 동안 총괄해 온 잔뼈 굵은 세일즈맨이었다. 하지만 IT 기기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었고, 정성환 본부장은 이트론을 엑시트 하고 나온 상황이었다. 그 때 협회 일로 안면이 있던 심재신 대표의 연락을 받았던 것이다. 휠체어 전동 키트의 개발과정과 예상 밖의 관심, 시장의 크기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휠체어 사용자들의 필요를 외면할 수 없다는 심재신 대표의 고민을 들은 정성환 본부장은 놀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엄청난 성장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정성환 본부장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창의적 엔지니어인 심재신 대표와 노련한 전략통 정성환 대표의 결합은 한 아이를 위한 이타심으로 시작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사업적 관점에서 재조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6년 3월 심재신 대표, 정성환 본부장과 사원 1명, 이렇게 3명이 토도웍스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테스트베드로서의 스토리펀딩

그런데 휠체어 전동 키트는 정말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인가. 도대체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기획안과 팀만 있고 제품이 없는 일반적 초기 벤처와는 달리 토드웍스는 제품만 덩그라니 있었다. 토도웍스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한둘이 아니었다. 기업으로서 너무 핵심적인 질문들이지만, 토도웍스를 창업한 시점까지도 상황이 불확실하고, 어떻게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질문에 답할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은 앞서 연락해왔던 20명의 아동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휠체어 전동 키트를 달아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20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막연하게 해외에 시장이 있을 거라는 가설은 갖고 있었지만, 가설만 가지고 무턱대고 물건부터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도 준이를 위해 만든 휠체어 전동 키트는 아주 기초적 기능만을 갖추고 있는 프로토타입이어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앞으로 수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은 생각했다. 둘은 경쟁이 극심한 IT 업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십 수년 기업을 운영한 베테랑들이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주력으로 하는 의료용 이동 보조기기 시장은 두 사람 모두 생소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휠체어 시장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이들이 겪는 장애에 대한 지식 역시 부족했다.

“그때는 장애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심재신 대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장애인 행사에는 어디든 쫓아갔어요. 장애인 탁구대회 같은 곳도요.” (정성환 본부장).

의료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기업가에게 장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시장을 작동시키는 기본적인 전제들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capabilities)’과 ‘자원(resources)’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장애에 대한 얕은 지식, 사회적 편견은 시장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구축하여, 제품의 개발, 생산, 유통 등 가치사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은 대부분 휠체어를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장애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부모님이 돌보는 장애아동은 휠체어가 있을 거라는 가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동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관습에서 기인한 왜곡된 가정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많은 이동 장애인들은 휠체어가 있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 장애인을 배제하는 대중교통 인프라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또 어떤 이동 장애아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휠체어에 타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다. 부모의 마음은 어린 자녀의 장애를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학 전까지 어떻게든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하고 애쓰는 게 장애아를 둔 많은 부모들의 마음이다. 아이에게 휠체어를 소개하는 시기가 희망의 크기만큼 늦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동 장애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곤 한다. 비장애인으로서 평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휠체어 시장에 뛰어들려면 그간의 편견을 걷어내고,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워나가야 했다. 사업 초반,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은 둘 다 시장과 장애에 대한 지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인정은 두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었다.  

정리하면 토도웍스의 초기 제품 휠체어 전동 키트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일정 부분 존재했다. 하지만 국내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정보는 극도로 불확실하며, 신생업체이기에 가용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제한적이었다. 장애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정부나 특정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게다가 제품과 그 사용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도 싸워야 했다. 토도웍스와 같은 신생업체에게는 명백히 불리한 조건이었다. 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법인등록과 거의 같은 시기에 스토리 펀딩을 시작했다. 다음카카오가 운영한 스토리 펀딩은 창작자와 창작자의 스토리에 공감하는 후원자들을 중계하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였다. 토도웍스의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인 ‘휠체어 전동 키트 스토리 펀딩’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실험이었다. 우선 기부금을 받아 20명의 장애아들에게 휠체어 전동 키트를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전해주는 것이었다. 다른 목적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토리펀딩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준이의 휠체어가 병원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낸 것처럼 포털사이트를 통한 제품의 노출이 잠재된 수요를 찾아낼 것을 기대했다.


2016년 2월에 시작해 4월 종료된 ‘휠체어 전동 키트 카카오 스토리 펀딩’은 제품의 존재는 물론 토도웍스의 스토리를 대중에게 알린 성공적인 이벤트였다. 총 후원자 수 510명에, 약 1,200만 원이 모금되었다. 스토리 펀딩 목표를 초과한 수치였지만, 사실 비용적인 면으로 보면 스토리 펀딩은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휠체어 20대로는 부품, 조립 등 거의 전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제작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스토리 펀딩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토도웍스는 모금한 액수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고 제품 구입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 당시 토도웍스는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을 포함해 3명이 전부였다. 스토리 펀딩은 모금뿐만 아니라, 대중의 호응, 스토리의 확산을 통한 간접 홍보까지 모든 반응들이 신생기업 토도웍스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소중한 정보이자 자산이 되었다. 스토리 펀딩은 적은 비용으로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배드인 셈이었다. 물론 토도 드라이브가 얼마의 매출을 낼지, 상품화를 하면 얼마나 팔릴 것인지, 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될 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스토리 펀딩 연재 후에 접수된 100여대의 예약 구매 수요는 분명 가시적인 소득이었다(Exhibit 6)

스토리 펀딩을 마무리한 토도웍스는 이제 초기모델인 휠체어 전동 키트에서 핵심적 기술개선을 마친 상용제품 ‘토도 드라이브’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초반 대기고객 100명을 확보했다. ‘토도’는 스페인어로 ‘함께’라는 뜻이다. 돈을 지불할 고객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토도웍스의 다음 고민은 과연 상용화를 할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상용화를 했을 때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자유로운 이동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의료기기 시장은 기본적으로 보조금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다. 신체 장애인의 이동을 보조하기 위해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보조기구 구매에 상당한 액수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이 보조금의 종류와 액수, 적용 분야에 따라 보조기기 가격이 결정된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 복지선진국들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독일의 파워 어시스트 시장에서 인기 있는 알베르 (Alber) 제품은 당시 대당 가격이 4,000~5,000유로(약 520만~650만 원)부터 시작했다. 언뜻 비싸 보이지만, 의사의 보조기구 사용 권고로 보조금을 받으면 사용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10유로(약 1만 3,000원)에 불과하다. 대신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안전성, 기술력 등에서 엄격한 국가기준을 통과해 인증을 획득하고 복지체계에 등록된 제품으로 한정되어 있다. 일단 복지 체계에 제품을 등록한 기업들은 보조금 혜택의 범위를 고려해 가격을 설정한다. 진입장벽이 높고 수요가 적은 대신 의료보조기기 생산기업들은 높은 마진과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시장에 참여하고, 정부는 복지에 필요한 물품들의 안정적인 수급을 달성한다. 소비자는 보조금을 통해 가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복지 필요를 충족한다. 유럽, 미국 등 장애인 복지체계가 정착된 국가들은 모두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고, 규모도 상당히 크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복지국가 체계를 정비했던 국가들의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휠체어 이용인구는 2018년 기준 7,000만 명이며, 의료보조기기 전체 시장규모는 36조 원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북미권이 전체 수요의 40% 를, 유럽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휠체어· 스쿠터·보행보조기구를 합하면 11조 원 규모의 시장이다 (Himanshu Vig, Roshan Deshmukh, 2020). 미국의 인바케어(Invacare), 독일의 오토복(Ottobock)과 같은 기업의 2018년 기준 연 매출은 각각 1조 1,000억 원, 9,200억 원이 넘는다.

한국의 보조의료기기 시장은 2010년대 들어 복지체계의 정비와 더불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15년 1,850억 원 규모에서, 2018년은 3,235억 원으로, 2020년에는 4,500억 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국립재활원, 2019). 보조금이 지급되는 의료보조기기는 전동 휠체어·수동 휠체어·스쿠터 등 다양하고, 휠체어에는 대당 최고 48만 원까지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2016년 한국의 복지체계는 토도 드라이브와 같은 파워 어시스트를 의료보조기기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데 있다. 이것은 토도 드라이브가 다른 의료보조기기와는 달리 아무런 보조금 혜택 없이 시장에서 거래되어야 함을 의미했다. 토도 드라이브는 비록 휠체어와 장애인의 이동을 보조한다는 기능적 목적이 같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시장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아무런 기약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성환 본부장이 파워 어시스트가 이미 미국, 유럽에서 의료보조기기로 취급되고 있다는 서류를 준비해 관련 부처에 보여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의료보조기기 인증을 담당하는 식약처의 답변은 필요하면 지금부터 관련 법령을 준비하고 인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 익숙했던 의료보조기기 업계 선배의 분석은 냉정했다. 지금부터 관련 법령 제정에 들어가더라도 인증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2년이 필요하고, 인증 절차를 만족시키기 위한 각종 검사와 절차에 들어가는 돈이 약 2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 모두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었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건 파워 어시스트 관련 법제화를 요청하는 한편 보조금 없이 토도 드라이브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토도웍스는 토도 드라이브의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접근 가능하면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까?

가장 쉽게 고려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 제품의 가격이었다. 당시 파워 어시스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해외 중견기업들의 제품 가격은 600만 원에서 1,000만 원대였다(Exhibit 7). 국내에서 해외 제품을 수입해 등록, 취급하는 규모 있는 유통업체들이 있었지만 워낙 수요가 적고, 해외 의료보조기기 시장은 보조금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에 애초에 가격이 비쌌다. Exhibit 7처럼 토도 드라이브는 경쟁 제품과 기능상 큰 차이가 없고 무게와 편의성 면에서 혁신적이기는 하지만 새로 설립한 기업으로서 브랜드 파워나 안전성에 있어 검증이 필요하다. 기존 제품군과 비슷한 가격대는 아니더라도 그보다 저렴한 500만 원대에 소비자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500만 원이 넘는 토도 드라이브를 구매하려고 할까. 엔지니어인 심재신 대표의 관점에서도, 세일즈맨인 정성환 본부장의 감각으로도 토도 드라이브는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한 초기 제품이었다. 경량화는 했지만, 소음은 다른 제품에 비해 작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생소한 토도 드라이브를 경쟁사 제품과 같은 수준의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보조금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을 400만 원대로 더 낮춘다고 해도 의미 있는 수요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간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은 비싼 가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토도웍스가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순수 제조단가였다. 만약 3,000대 이상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300만 원 단가를 250만 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원가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가격, 조립 및 세공에 드는 운영비용, 그리고 설치 및 수리비용까지 합친 원가에 평균적인 공장마진과 유통마진을 고려했을 때의 가격이다.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 모두 이런 식의 계산이 매우 익숙했다. 제조원가 계산에 따라 3,000대 이상의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면, 추가 비용절감도 기대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안전하고 통상적은 방법이 생산비용을 기반으로 한 계산이다. 이미 기존 시장가의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어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시장에 매력적인 가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토도 드라이브를 이용할 예정인 100여 명의 예비구매자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토도웍스를 창업하고 의료보조기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은 자신들의 기존 지식과 경험을 절대화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질문, 경청, 수용과 빠른 피드백이 토도웍스의 기본 접근 방식이었다. 그래서 최종적인 가격결정에 있어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다만 설문조사에서 생산에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토도 드라이브가 예고된 기능대로 출시 된다면, 얼마 정도가 적절할 것 같냐는 간단한 개방형 질문이었다. 만약 설문에서 예상가격과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중심으로 조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이 토도 드라이브의 소비자가격이 200만 원 이하면 적당할 것 같다고 답변한 것이었다. 시장 가격의 절반은 커녕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다.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오히려 이해가 되어서 더 고민이었다. 일단 가장 큰 요인은 파워 어시스트라는 제품의 생소함이었다. 익숙한 제품이 아니어서 참고로 떠올릴만한 가격이 없던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예약구매자 자신들에게 필요한 크기와 가용한 예산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토도웍스가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휠체어 이용자들 대부분의 인식일 것이었다. 이 결론대로라면 비용구조에서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두 재검토가 필요했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정말 그만큼의 수요가 있을 지도 미지수였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의 휠체어 수요는 33만 명이 넘는다(보건복지부, 2018). 이중 실수요를 10%만 잡아도 3만 명이나 된다. 원가계산에 따르면 규모의 경제가 시작되는 규모는 3000대 선이었는데 10%의 10%, 즉 시장의 1%만 가져가더라도 규모의 경제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토도 드라이브의 혁신성과 스토리 펀딩까지 반응을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요가 있다고 이 수요가 모두 고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형성되고 경쟁이 본격화되더라도, 토도 드라이브를 사려고 해도 예산 등 다양한 개인 상황에 따라 구매를 유보하는 비율이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소비자가 있다는 통계만 있지 토도웍스는 여전히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겨우 알아가는 단계였다. 기존 시장에서 잔뼈가 굵고 지금까지 축적한 소비자 리스트를 갖고 있는 유통업체를 경유하면 생각보다 쉽게 규모를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유통마진을 계산에 넣어야만 한다. 그러면 200만 원 이하 가격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토도웍스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토도웍스에게 성장이란

그 때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토도웍스를 하는가, 토도웍스의 가치와 성장은 어떤 지표로 표현될 수 있는가. 두 사람은 토도웍스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장애와 장애인, 그리고 휠체어를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이해하게 되었다. 휠체어는 누군가에겐 매일 사용하는 휴대폰과 같았다. 어디를 가든 가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물건이다. 그동안 두 사람은 토도 드라이브를 수동 휠체어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휠체어 사용자의 일상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도했다. 아이들은 휠체어를 타면서 표정이 바뀌고 성격도 바뀌었다. 토도 드라이브를 설치하고 매일 마트에 가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전에는 늘 엄마의 곁에서 엄마의 손길에 이끌려 다니다가, 동력의 도움을 받아 넓은 마트를 돌아다니며 사고 싶은 걸 직접 장바구니에 담고, 자기 나름의 동선을 만드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토도웍스는 무엇을 파는 기업인가 정체성을 명확히 세우고, 그에 맞는 성장의 기준을 세울 필요가 생겼다.

이는 성장단계에 있는 소셜 벤처가 흔히 부딪치는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문제였다. 예컨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창작자들이 플랫폼에 올리는 프로젝트 수를 핵심성과지표로 삼았다. 수익률이나 매출의 크기가 아니었던 이유는 텀블벅의 사회적 임무가 창작자들의 프로젝트를 더 많이 세상에 선보이는 것이었고, 플랫폼에 실린 다양하고 풍부한 프로젝트가 창작자뿐만 아니라 후원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와 즐거움을 준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프로젝트 수는 플랫폼 사용자들의 재방문율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지표다(박윤중, 이학종, 2018). 이런 점에서 토도웍스의 성장을 정의하는 핵심성과지표는 토도 드라이브의 보급율일 수 있다. 그래서 경쟁제품의 시장가는 최종 기준이 될 수 없었다. 경쟁제품들은 이미 오랫동안 유의미한 규모의 시장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조단가는 반드시 고려해야 했지만, 정작 사용자들이 비싸게 느끼는 가격이라면 반드시  보급율에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토도웍스가 지향하는 임팩트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그래서, 200만 원은 참고사항이 아니라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의 최종 결론이었다.

“깔끔하게 최소마진으로 160만 원, 부가세 합쳐서 176만 원으로 가보죠.”

이제 가격저항은 극적으로 낮아질 것이었다. 그것이 사업을 시작한 동기였고, 보급율이라는 성장 지표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200만 원 이하로 소비자가를 잡으면, 어디에서 어떻게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 모두 생각이 일치했다. 수익은 해외에서 얻자고 생각했다. 국내는 시장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았지만, 해외는 이미 상당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토도웍스의 포지션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제도적으로 성숙되어 있는 해외시장은 의료보조기기 인증 없이는 정상적 경로로 판매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의료보조기기라는 인증을 받으면 그 다음은 충분히 해 볼만한 경쟁이었다. 토도 드라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혁신적인 파워 어시스트 제품이었다. 제조원가를 고려한 계산을 근거로 수출단가를 잡아도, 토도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그대로이면서 가격경쟁력은 유지되었다. 이렇게 보면, 해외 시장에는 의료보조기기 시장으로의 진입 자체가 의미 있는 핵심성과지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가격설정은 확실히 위험했다. 최소마진을 남기는 전략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규모 있는 성장이 없다면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가격혁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는 전략적인 목표와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서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심재신 대표와 정성환 본부장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우선 낮은 마진으로 보급율을 높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 3,000대 이상을 생산한다는 것을 전제로, 부품 세공 장비를 직접 구비하고 생산 경력이 오래된 반장급 인력을 영입하여 운영비용을 절감했다. 두 번째로, 직거래를 도입해 유통마진을 0으로 줄였다. 이는 신생업체로서는 대단히 위험한 전략이었다. 기존 시장 참여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성환 본부장은 모든 주요 유통업체를 직접 찾아가 토도웍스의 비전과 유통마진을 줄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토도웍스의 파격적인 가격 책정이 토도웍스 스토리텔링의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애초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토도웍스의 미션과 진정성을 알리고, 국내에서 닦아놓은 보급율과 제품 개선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라는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스토리는 당시 급속도로 성장하며 투자처를 찾고 있던 임팩트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투자의 정당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2017년 5월에는 퓨처플레이가, 같은 해 8월에는 SK행복나눔재단이 각각 3억 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했다. 2018년 10월에 받은 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는 임팩트 전문 투자사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주도했다. 시리즈 A 투자는 벤처 기업이 시제품을 개발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직전의 기간에 유치하는 투자를 뜻한다. 토도웍스가 공격적인 가격 책정으로 얻은 것은 휠체어 사용자의 마음만은 아니었다.

성장을 위한 축적의 시간: 토도웍스의 미래

2017년 시리즈 A 투자 유치 이후 3년이 지났다. 2020년 현재 3600여대의 토도 드라이브가 국내·외에서 힘차게 바퀴를 굴리고 있다. 특히 2019년 CSR 프로젝트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2018년에 비해 3배가 넘는 매출 향상을 달성했다. 2년을 봐야 한다는 국내기술인증은 3년이 걸려 2019년 11월에 고시되었고, 본격적인 인증절차에 들어갔다. 해외 진출은 여러 유럽 국가의 공적 급여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유럽 의료기기 인증(EC MDD)을 시작으로 유럽, 오세아니아 순서로 확장하고 있다. 전세계 4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그만큼 제도적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이 토도웍스의 최종 목표다. 2020년 현재 토도웍스는 가장 먼저 수출을 시작한 오스트리아, 호주를 비롯한 총 26개 국가에서 45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유통망을 다지고 있다. 토도웍스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파워 어시스트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토도웍스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토도 드라이브에 탑재된 센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기반의 서비스 개인화, 국내 복지체계 인증 및 해외시장의 단계적 진출로 기대되는 매출 성장 등 다양한 도전들이 토도웍스를 기다리고 있다. 토도웍스의 문턱 낮은 혁신의 바퀴가 구른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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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 Wheel Drive, Front Wheel Drive, Rear Wheel Drive, Standing Electric Wheel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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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2019). 2019 보조기기 기초 데이터 분석 보고서.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박윤중, 이학종. (2018).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견고한 성장방정식. 아산기업가정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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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신, 김진영. (2017. 02. 09). 대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힘. 행복나눔재단.
URL: http://sit.skhappiness.org/stor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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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박윤중

박윤중

박윤중은 앨버타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성수동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창업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의 오늘과 내일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소셜벤처, 임팩트투자, 조직변화를 연구한다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을 감수하고, <아름다운 거짓말 - 인도의 사회적기업>, <돈의 의미를 묻다 - SOCAP 2017>, <사이드 프로젝트, 명함이 없어도 내 일입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견고한 성장방정식>,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매뉴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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