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밭에서 진주 캐기 – <난타> 활동의 공유를 통한 성장 전략

PMC는 송승환이 휘문고등학교 동창인 이광호와 1996년에 설립한 공연전문회사이다. PMC의 주력 공연물인 <난타>는 우리나라 공연시장에서 처음으로 캐즘(chasm)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2017년 12월 말 기준 약 1,300만명에 이르는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였고, 57개국 310개의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한 바 있다. 이후 PMC는 약 50여 편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다. 이 중에는 성공한 공연도 있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연도 있다. PMC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가루야 가루야>, <모래알은 반짝>, <나무야 나무야>, <난타 체험전>, <바투 바투>, <어린이 난타 체험> 등과 같은 ‘어린이 체험 놀이’를 시장에 내놓아 성공했다. 이 작품들은 타깃 관객이 어린이라는 점과 ‘경험’이라는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본 사례는 당초 목표에 미달했던 <뮤지컬 대장금>과 <뮤직 쇼 웨딩>, 그리고 성공한 공연 중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를 분석하여, 이들 공연이 어떤 이유로 성공 혹은 실패하게 되었는지를 토론하고, 최종적으로 (일반화된) 문화 콘텐츠의 성공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후속 공연물들의 활동들과 비교·분석하여 향후 공연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인 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Q1. 사례 본문에서 제시한 ‘문화 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기반으로 <난타>의 성공 요인들을 도출해 보시오.

Q2. PMC가 <난타> 이후에 내어놓은 <뮤지컬 대장금>, <뮤직 쇼 웨딩> 등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난타>의 성공을 이끈 활동 체계와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Q3.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의 성공 요인을 도출하고, 그 요인들이 <난타>의 성공 요인과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시오.

Q4. 최근 PMC는 <가루야 가루야>, <모래알은 반짝>, <나무야 나무야>, <난타 체험전>, <바투 바투> 등의 어린이 체험 놀이를 다수 도입하였다. 이 공연들의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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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밭에서 진주 캐기 – <난타> 활동의 공유를 통한 성장 전략

“아! 더 이상 눈이 내리면 안 돼. 나는 괜찮지만, 나와 함께 2년 동안 횡계리의 타는 듯한 햇살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무릅쓰고 고생해 온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노력은 어떻게 하고 강릉에서 개막식이라니! 아, 안돼”

꿈이었다. 송승환의 눈에는 엷은 햇살에 비친 올림픽플라자의 다섯 색깔 플라스틱 의자가 벽처럼 다가왔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날 관객석 난방을 위해 개별 난로를 좌석에 설치하는 작업을 막 끝내고, 방풍 막을 세우는 걸 보다가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날씨와 교통 여건에 따라서 개회식을 1안, 2안, 3안으로 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왔다. 3안은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 되었을 시 강릉에서 개회식을 개최하는 방법이다.

송승환은 2015년 7월 15일 개회식 총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횡계에서 살다시피 했다. 2017년 12월 중순 이후에는 집에 거의 못 갔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이상 무대 생활을 했지만, 이번처럼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은 처음이다. 예산은 쥐꼬리만 하고, 왠 규제는 또 그렇게 많은지! 처음에는 개회식 전체를 자기 마음대로 기획해도 될 줄 알았는데, 강원도, 정부, IOC 등이 간섭했다. IOC가 가장 센 시어머니인 줄 알았는데, IOC는 개막식의 내용부터 소품 하나까지 글로벌 스폰서들의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 예컨대, 음향이나 시각 효과와 관련된 장치나 소품은 파나소닉의 허락을 받은 것만 사용할 수 있고, 모든 탈 것(바퀴가 달리거나 움직이는 것)은 도요타가 허락한 것만 사용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연출가가 개막식 장소 및 시간, 참석자(외국 원수 등), 관중, 시설, 날씨, 교통, 숙소, 정치적 상황 등 개회 공연과 관계없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만 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여 강릉에서 하자 했더니, ‘평창동계올림픽이지 강릉동계올림픽이냐?’라며 평창 주민들이 반대하고, 알펜시아 스키 점프장에서 하자고 했더니 IOC가 반대하고, 낮에 하자고 했더니 NBC가 밤 8시 이후에 해야 한다고 하고, 가설 건물의 지붕을 덮자고 했더니 돈이 없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개회식 행사 방향을 정해 연습을 해오며 최종 점검을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북한의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을 넣는 방법을 모색해 보란다.

따지고 보면 PMC의 사업도 비슷하다는 생각에 너털웃음이 나왔다. “나의 직책이 총감독인데도 불구하고 작품 연출 외 회사 운영과 연관된 모든 사안을 신경 써야 하잖아!”

“왠지 이번 일이 끝나면 PMC의 사업들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난타> 이후에 빅 히트 작품을 내어놓지 못했던 뮤지컬 사업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까지 번 돈 대부분을 털어서 지은 제주 호텔 난타의 난관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미국 진출 직후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듯이,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작금의 어려움도 곧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사업은 느낌만으로 할 수는 없잖아. 전에도 느낌을 쫓아 <뮤지컬 대장금>과 <뮤직 쇼 웨딩>을 했는데, 느낌과 달리 성과는 시원치 않았잖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 그렇지. 김 교수가 며칠 전에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두고 고민할 때는, 과거에 내가 성공한 경험과 실패한 경험을 되짚어 보면 해답이 나온다’고 했어. 우리 PMC가 내어놓았던 대표적인 뮤지컬인 <난타>, <뮤지컬 대장금>, <뮤직 쇼 웨딩> 등의 성인 공연(Exhibit 1), 우리가 새롭게 진출한 어린이 뮤지컬과 체험놀이 사업(Exhibit 2)을 되짚어 보면 해답이 나올 거야.”

문화 콘텐츠의 성공 요인

공연, 영화, TV 드라마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선행 연구들은 문화 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작품, 조직관리, 환경 등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먼저 작품 측면에서 거론되는 콘텐츠의 성공 요소는 장르, 스토리, 소재, 작품의 완성도 등이다. 오늘날 다수의 공연 기획사들은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람객까지 목표 고객으로 삼는 추세다. 따라서 특정 공연이 많은 관객을 모은다는 것은 ‘연령층, 사회경제적 계층, 국경, 성별, 인종, 문화(종교) 등을 어떻게 뛰어넘는가’와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공연 기획사가 장르, 스토리, 소재 등 요소를 어떻게 고려하느냐는 문화 콘텐츠의 성과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넓은 계층, 국가, 문화권, 연령층 등에 속한 남녀를 모두 끌어들이는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위해서는 장르, 스토리, 소재 등 측면에서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Argo, Zhu, and Dahl, 2008; Collins, Hand, and Snell, 2002; Hsu, 2006; Kim and Kim, 2017; Lizard and Skiles, 2015). 일반적으로 장르 측면에서는 코믹, 사랑, 모험을 지향하는 작품이, 스토리 측면에서는 권선징악, 사회정의 등을 담은 작품이, 소재 측면에서는 일상생활, 애정, 가족, 우정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의 작품이 많은 관객을 모은다.

문화 콘텐츠가 성공하는 데는 조직관리도 중요하다(Lapsley and Rekers, 2017; Paul and. Whittam, 2015).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을 분석하여 전략을 세우고, 이에 맞추어 제작, 유통하여야 한다. 문화 콘텐츠 사업에서는 특별히 실행 전략으로서 마케팅이 중요한데, 목표 고객이 누구이며 어떻게 다가갈지, 어떤 운영 방법으로 이익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품, 브랜드, 가격, 촉진, 유통 등 일반 상품에 적용되는 마케팅 관련 요소들이 문화 콘텐츠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이들 마케팅 요소들에 대한 실행 전략 중 Star Casting(스타 캐스팅), 비평가의 평론과 관객들의 입소문 활용, 관광객 알선 네트워크 활용, 입장료 다양화 등 문화 콘텐츠 분야의 고유 특징이 가미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화 콘텐츠의 성공은 환경의 우호성과 풍요성에 달려 있다(Reddy, Swaminathan, and Motley, 1998). 먼저, 작품을 내어놓은 시점의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의 환경이 얼마나 우호적인가가 작품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예로, 2017년부터 부정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고가의 뮤지컬이 크게 위축되었고, 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목표 고객으로 한 공연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환경의 풍요성은 문화 콘텐츠 업체가 작품을 제작하여 시장에 내어놓는 데 필요한 물적, 비물적 자원을 얼마나 잘 공급하느냐를 뜻한다. 예를 들어,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많고, 대학들이 문화 콘텐츠 관련 전공을 설치하여 많은 수의 졸업자들을 배출하면, 제작사들은 손쉽게 문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PMC 개요

PMC는 송승환이 휘문고등학교 동창인 이광호와 1996년에 설립한 공연전문회사이다. 애초에는 공연, 음악, 영화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했으나 음악과 영화 사업은 중단하였고, 어린이 체험 놀이, 페스티벌, 호텔 등의 사업을 추가하였다(Exhibit 3). PMC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누적 관객 1,300만 명을 돌파한 <난타>를 비롯하여 약 50여 편의 창작 뮤지컬을 선보였으며(Exhibit 4), 우리나라 공연 전문업체로는 보기 드물게 1999년 이래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Exhibit 5).

1. 난타

<난타>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공연물로서, 우리나라 사물놀이를 서양 연극에 접목했다(김경묵, 2007). <난타>에는 지배인, 지배인의 조카, 주방장, 요리사1(sexy guy), 요리사2(female) 등 5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한정된 시간 안에 결혼식 피로연에 쓸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풀어낸다. <난타>에는 우리나라 전통 혼례와 서양 혼례에서 볼 수 있는 의식과 칼, 도마, 냄비, 프라이팬, 접시 등 주방 기구, 그리고 배추 등 요리재료가 등장한다. 배우들은 줄거리를 우스꽝스럽게 풀어나가며, 각종 소품을 이용하여 다양한 리듬을 창출한다. 또한, 공연 중에는 관객들과 배우들이 교감하는 장면이 더러 있고, 공연 초기에는 말(언어)이 있었으나, 애든버러(Edinburgh) 연극제 참가 이후에는 외국인 관객을 고려하여 소리 지르기 외 일체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난타>의 핵심은 제목에서 바로 엿볼 수 있듯이, 배우들이 각종 부엌 도구들을 두드려 내는 소리다.

작품의 특징

<난타>는 소재 측면에서 보편적인 정서를 자아낼 수 있는 결혼식과 부엌의 결합이다. 결혼식은 인간의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은(결혼하는 당사자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쯤 꼭 참여하게 되는 행사이다. 부엌 또한 인간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자, 수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정감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난타>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우스꽝스럽게 전개하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난타>는 비언어극으로서 리듬과 비트를 중심으로 친숙하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민족, 연령, 남녀 등 인구통계학적 특징과 관계없이 극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난타>의 무대적 특징

보통 뮤지컬에는 오케스트라가 있고, 춤이 있고, 합창이 있다. 따라서 많은 출연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타>는 오직 배우 5명만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공연은 보통 2~3막으로 구성되며, 각 막마다 무대 장치가 다르다. 또한, 무대 장치에 조화되도록 각 막마다 다른 소품들이 동원된다. 하지만, <난타>는 막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고, 무대 장치 역시 거의 없다시피 하며, 일반 음식점 주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상에, 소품은 북, 냄비, 프라이팬, 드럼통, 칼, 도마, 스틱 등이 전부다. 그래서 <난타>는 무대와 소품 관련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태프 수도 통상적인 뮤지컬의 1/3 수준인 10명이다.

환경 측면

<난타>가 출시된 시점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믹한 공연이 유행했고,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공연에 대한 소비가 급증했다. 또한, 새천년(new millennium)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많이 증가하였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 열풍이 일기 시작했고, 원화 절하 등으로 인하여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로부터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 콘텐츠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각 대학은 앞을 다투어 문화 콘텐츠 관련 학과를 만들어 공연에 필요한 인재들을 배출하였다.

<난타>의 활동 체계

<난타>의 입장료는 A석 40,000원, S석 50,000원, VIP석 60,000원, PREMIUM석 70,000원 등으로 대형 뮤지컬의 반이 채 안 된다. <난타>공연이 새로운 고객을 끊임없이 확보하고 고수익을 구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공연이 저비용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음악 및 춤과 관련된 비용이 많이 든다. 작사가, 작곡가, 반주자,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은 각각 지휘자나 안무 연출가가 있어야 하며, 이들은 2달 내외의 연습 과정을 거쳐서 본 공연에 임하게 된다. 이에 따라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을 동반하는 공연에서는 상당한 금액의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한다. <난타>에는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이 없으므로 이와 관련된 비용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 기획사들은 자사가 내어놓은 특정 공연의 인기로 인해서 제2, 제3의 공연 팀을 만들고자 해도 음악, 춤, 무대장치, 소품, 의상, 조명 등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추가적인 팀 설립을 주저한다. <난타>는 일반적인 공연과 달리 관련 비용이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최고 12팀까지 복제 운영하였다. 이 방법은 작품, 무대, 소품 등의 개발비 및 제작비를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연의 관리비, 배우나 스태프의 선발 및 훈련/교육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뮤지컬의 인건비는 첫째, 얼마나 많은 수의 배우와 스태프가 필요한가, 둘째, 얼마나 유명한 배우, 연출가, 작곡가 등을 초빙하느냐에 달렸다. <난타>는 출연 배우가 5명이다. 다수의 기획사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섭외하는 스타 배우의 출연료는 회당 1천만 원을 넘기도 한다. 설사 관객을 많이 모았다고 하더라도, 스타 배우를 여러 명 출연시키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PMC는 처음부터 오디션을 통해 출연 배우를 뽑았다. 그러다 보니 실력을 갖춘 신인 위주로 캐스팅할 수 있었고, 덩달아 인건비가 크게 줄었다.

고객이 창작 뮤지컬을 보게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매체에 광고도 하고, 공짜 티켓을 뿌리기도 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직접 나서서 홍보하기도 한다. PMC는 <난타> 공연 초기부터 돈이 적게 들면서 홍보 효과가 큰 방법을 찾았다. 먼저, 선각수용자(Early Adoptor)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SNS를 활용하였다. 공연 초기인 1990년대 말에, 당시에 유행했던 SNS인 천리안, 유니텔, 하이텔 등의 인터넷 동우회를 공략하여 공연 후기를 많이 올리게 했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난타>에 대한 입소문이 급격하게 퍼진 것은 SNS에 힘입은 바가 크다. PMC는 ‘백 번의 광고보다 한 번의 홍보가 낫다’라는 모토를 갖고 홍보에 집중하였다. 외환 위기로 인하여 사회 전체가 암울했던 시기에 ‘웃음과 행복을 주는 공연’, ‘전통 가락과 서양의 극이 어우러진 작품’ 등을 부각해 많은 매체가 홍보성 기사를 쓰게 했다. 운 좋게도 <난타>는 ‘애든버러 프린지에서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아시아 최고의 공연’이라는 기사를 일본 신문들이 대서특필한 데 힘입어 국내 신문에도 심심찮게 소개되었다. PMC는 학교, 공공기관, 정부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여 단체 관람을 유도하였다. 특히, 2004년 이후 확산된 `건전한 회식 문화` 운동에 발맞추어 직장인들이 여흥의 수단으로 <난타> 공연을 관람하도록 유도하였다.

“우리 회사는 각 단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좋은 평판을 쌓아왔기에, 쉽게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공연들처럼 요란한 광고 없이 <난타> 공연팀을 10개 내외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매체, 평론가, 기관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 덕분입니다.”

– 박OO 난타 마케팅 팀장

PMC는 일찍이 <난타>의 주요 고객층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잡았다. 뉴욕의 브로드웨이(Broadway)나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 End) 뮤지컬 공연 관객의 70%가 외국인이라는 점에 착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소재와 줄거리를 선택했고, 극에서 아예 대사를 없앴다. 그런데, <난타>를 보는 외국인 관객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외국인 관객과 성격이 다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외국인 관객은 1~3인 단위로 움직이지만, <난타>의 관객은 단체 관광객이다. 이 점을 중시하여 PMC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기획사와 다른 방법을 구사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공연 업체들이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예컨대, pulling 전략 – 광고 등)을 사용한 것에 비해, PMC는 pushing 전략을 구사하였다 (김경묵, 2007). PMC는 <난타>가 ‘서울에서 밤에 즐기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일본, 중국, 대만, 동남아 등지의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여행 담당 기관을 찾아가 홍보하고, 여행안내 책자에 그 내용을 넣도록 했다. 그리고 국내 여행사는 물론 관광객 송출 국가의 여행사와 직접 접촉하여 여정에 <난타> 관람을 넣도록 유도했다. 해외 주요 관광 기관 및 여행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차별화된 시도로, 선발자 우위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치 비용(국내 여행사 혹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을 절약하는 방법이 되었다.

2. 뮤지컬 대장금

<뮤지컬 대장금>은 MBC에서 2003년 9월부터 2004년 3월 23일까지 방영하여 국내 시청률 50%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중동 등지에서 90%(이란 기준)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대장금>을 뮤지컬 화한 것이다.

송승환은 <뮤지컬 대장금>의 제작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PMC가 그 동안 해 오던 작품들은 모두 중소형이었는데, 갑자기 대규모 뮤지컬을 만들자는 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명성황후>, <캣츠> 등 대형 뮤지컬들이 잇따라 성공했으며, <난타>를 통해 번 돈이 곳간에 쌓여있었다. 또한, 중국 관광객들이 <난타> 관람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2008년 북경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이 대형 뮤지컬인 <뮤지컬 대장금> 추진의 주된 배경이었다. 평소 매킨토시와 같은 대형 뮤지컬 제작자를 꿈꿔온 송승환은 내·외부의 권유에 못 이겨 <뮤지컬 대장금>을 제작하기로 했다.

<뮤지컬 대장금>은 <드라마 대장금>에 노출된 외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드라마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주 무대는 당연히 궁궐의 수라간이고, 줄거리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대로 장금이가 온갖 역경을 딛고 의녀로서 지위와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런데 문제는 드라마에 충실하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드라마에서 제시된 각종 내용을 옴니버스식으로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제시된 사건들이 많고, 각 장면에서는 담아야 할 정보량이 넘쳐 문어적인 대사들이 단순 나열되고, 음악과 대사가 매끄럽게 융합되지 않는다. 더욱이 뮤지컬이 갖추어야 하는 플롯 혹은 서브플롯이 극의 흐름과 감칠맛 나게 어울리지 못한다. 이러하다 보니 관객들은 뮤지컬이 가지는 이야기 전개의 밀집성 및 완결성을 맛볼 수 없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자막을 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연의 특징

<뮤지컬 대장금>은 무엇보다도 일반적인(대형) 뮤지컬과 같이 노래와 춤이 있다. <뮤지컬 대장금>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고, 드라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그대로 묘사하다 보니 등장인물이 <난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34명의 배우가 노래하고, 춤을 추고, 무술을 한다. PMC는 <난타>와 다르게 <뮤지컬 대장금>에 스타 배우를 출연시켰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이름을 날린 김소현을 장금 역으로, 드라마 주몽에 출연한 원기준을 민정호 역으로 출연시켰으며, <명성황후>의 이태원, 탤런트 나현희, <맘마미아>의 이경미, <헤드웍>의 조정석 등을 출연시켰다.

<뮤지컬 대장금>은 궁중 생활, 수라간, 궁중 무용, 군사, 제주도의 생활, 바다 등이 등장하기 때문에 막은 2개로 구성되지만 무대 장치가 수시로 바뀌고 많은 소품이 동원된다. 특히 <뮤지컬 대장금>에는 왕과 왕비, 상궁, 궁녀, 군사, 서민 등의 의상과 소품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들(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눈이 즐겁다. 음악 측면에서는 장금과 민정호의 아리아가 있고 이중창, 삼중창, 합창 등이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진다. 이러한 작품 특성으로 인해 작사가, 작곡가, 반주자,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연출가(안무, 합창), 기술 감독(무대 감독, 무대 디자이너, 무대 제작자, 무대장치 운영자), 음향(디자이너, 운영자), 조명(디자이너, 운영자), 의상(디자이너, 제작자), 소품(디자이너, 제작자), 분장(디자이너, 운영자) 등 29명의 스태프가 동원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뮤지컬 대장금>은 <난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제작 비용(관객 1만 명당 2억 원)이 들어갔다(Exhibit 6). 또한,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소요되다 보니 공연 팀을 복제하여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2007년 초연 시 책정된 입장료는 VIP석 120,000원, R석 100,000원, S석 80,000원, A석 60,000원, B석 30,000원으로 외국산 대형 뮤지컬의 입장료와 비슷했다.

2.2 환경 특성

PMC가 <뮤지컬 대장금>을 처음 선보였을 때(2007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고 뮤지컬에 투자하는 금융 기관도 많아서 자본 조달이 쉬웠다. 그리고 그 당시 많은 대학이 실용 음악이나 엔터테인먼트 학과를 설치하여 졸업생들을 쏟아내고 있었고, 사회적으로 뮤지컬 공연이 활성화되어 배우와 스태프를 충원하기도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갑자기 2007년 하반기부터 목표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혐한류 (嫌韓流)가 팽배하면서 목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즉, PMC가 <뮤지컬 대장금> 제작 시 가장 원했던 것은 하계 올림픽을 전후로 중국 현지(북경)에서 공연하는 것이었지만, 혐한류(嫌韓流) 팽배로 인해 PMC는 이 꿈을 실현할 수 없었다.

공연의 성과

PMC는 영화 <쉬리>에 비견되는 최고, 최초의 한류 대형 뮤지컬(킬러 콘텐츠)을 꿈꿨다. 공연 초기에는 이러한 목표 설정이 과하지 않아 보였다. <뮤지컬 대장금>이 나오자마자 <드라마 대장금>에 매료된 일본의 쇼츠쿠라는 업체가 대본, 음악, 의상, 소품, 가발 디자인 등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14만7천 달러)을 체결하여 <장금의 맹세-궁정여관>이란 제목으로 도쿄 닛세극장과 나고야 미소노좌 극장에서 공연하였다.

PMC는 <뮤지컬 대장금>의 기획 단계부터 <드라마 대장금>에 매료되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치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직접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08년 8월 8일부터 24일까지 북경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겨냥했다. 처음에는 PMC의 이러한 계획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공연을 내놓은 해인 2007년에 일찌감치 북경 공연 계약(25만 달러)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 1달여를 앞두고 모 방송국의 개막식 몰래 촬영, 수영장 탈의실 몰래 촬영분 인터넷 게재, 4대 발명품 및 단오의 원조를 둘러싼 국내 네티즌들과 중국 네티즌들 간의 감정 섞인 논쟁 등이 불거지면서 중국 내 혐한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2008년 말까지 지속되면서 PMC는 원래 목표로 했던 북경 공연을 포기해야 했다.

PMC는 자산의 전용성이 큰 <뮤지컬 대장금>의 여러 자원들(예컨대, 무대장치, 소품, 의상, 안무, 훈련된 배우 등)을 활용하고자 <뮤지컬 대장금>의 속편으로 <고궁 뮤지컬 대장금>을 내어놓았다. <고궁 뮤지컬 대장금>은 기존 <뮤지컬 대장금>이 작품의 밀집성, 창의성 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중시하여 스토리를 크게 수정하였다. 수라간 나인에서 의녀로 우뚝 서는 과정은 전편과 비슷하나,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조광조가 장금과 같이 개혁을 도모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도입했고, 원작에서 장금의 연인이었던 민정호는 조광조와 함께 개혁을 도모하는 신흥사림으로, 새로운 인물 오겸호를 중종반정을 도모하는 공신으로 끌어들였고, 이 두 세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종을 새롭게 설정했다. 이를테면, <고궁 뮤지컬 대장금>은 기묘사화를 배경으로 하여 성장하는 장금이를 그렸다. 무대 측면에서는 격구, 어선 경연 등의 장면을 추가하였고, 의상과 소품들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어우러지게 꾸몄다. 음악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바닥을 깔면서, 조광조의 개혁성을 상징하는 테크노 비트를 추가하였다. <고궁 뮤지컬 대장금>에서는 특히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미리내’, ‘뜻을 높이 세우소서’ 등의 아리아와 장금의 비장한 각오를 담은 ‘내가 가겠소’ 등의 곡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노력에 더하여 경희궁 숭정전이라는 특별한 장소와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궁 뮤지컬 대장금>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Exhibit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뮤지컬 대장금>의 누적 관객은 30만 명에 불과했고, PMC는 <뮤지컬 대장금>으로 인하여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보았다.

3. 뮤직 쇼 웨딩

<뮤직 쇼 웨딩>은 PMC의 대표이자 총감독인 송승환이 연출하고, 뮤지컬 <그리스>, <오즈의 마법사>, <싱글즈>, <요덕 스토리>, <토요일 밤의 열기>, <궁> 등의 안무를 맡았던 오재익이 안무를 맡았으며, 엄소라가 작곡/음악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입장료는 초연 때 VIP석 60,000원, S석 50,000원, A석 40,000원으로 책정했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딸이 미덥지 못한 청년과 결혼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버지를 딸, 딸의 연인, 그리고 친구들이 설득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것이다. 아버지는 결혼식 직전까지 딸의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 반전이 일어나면서 아버지는 결혼을 승낙하게 되고, 얼떨결에 부케를 받게 되어 자신도 새로운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는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Perhaps Love` 등의 외국곡과 `강남 스타일`, `쏘리쏘리` 등의 국내 곡이 등장한다. 또한, 기타, 드럼, 피아노, 색소폰, 마림바, 콘트라베이스, 물잔 연주 등 23가지의 악기가 등장하는데, 출연 배우 대부분은 이중 한두 가지를 직접 연주한다.

공연의 특징

<뮤직 쇼 웨딩>은 결혼식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잘 알려진 노래와 음악으로 풀어나가는 공연이다. <난타>와 마찬가지로 비언어극이며 코믹하고, 줄거리가 단순하다. “<뮤직 쇼 웨딩>은 <난타>의 후속 작품으로 공연 시간 내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 주겠다”는 송승환 총감독의 말처럼, 음식 먹듯이 즐기는 공연-카바레 퍼포먼스-을 표방했다. 이 공연은 처음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대사가 없고, 줄거리를 자막(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간략하게 처리했다. 이 공연의 내용은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줄곧 반대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허락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는데, 대사가 없으므로 아버지가 왜 반대를 하며, 갑자기 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허락하는지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한, 배우들은 대사 없이 우스꽝스러운 몸 짓으로 유쾌함을 표시하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해야 했다.

이 공연에는 10명의 배우가 등장하여 악기를 연주하고, 라틴, 스윙, 셔플, K-pop 등 다양한 춤을 춘다. 악기 연주와 춤사위에는 전문성과 오랜 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므로 배우의 충원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이 공연에는 3만 개의 LED 조명에 의해 마술처럼 변신할 수 있으며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무대가 도입되었다. 그러므로 조명 전문가(디자이너와 운영자)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기 때문에 작곡가, 반주자, 안무가, 음향(디자이너, 운영자), 의상(디자이너, 제작자), 소품(디자이너, 제작자) 등 스태프 25명이 동원되었다. 이는 <난타>보다 2.5배가 많고, <뮤지컬 대장금>에 비해 불과 4명이 적은 규모이다. 이에 따라 관객 1만 명 당 평균 제작비가 8,900만 원으로 <난타>의 그것과 비교하면 13배나 높다(Exhibit 6).

환경 특성

<뮤직 쇼 웨딩>을 제작, 유통한 2012년의 환경은 우호적이면서도 풍요로웠다. 2012년 당시는 한류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 등에 크게 번지고 있었으며, 특히 국내 뮤지컬에 대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도 많이 증가하였다. 더불어, 이 시기에는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금 및 인력 조달이 한층 쉬웠고 정부의 정책 지원도 뒷받침 되었다.

공연의 성과

<뮤직 쇼 웨딩> 공연은 2013년 3월 15일부터 경향 아트홀에서 시작하였으며, 같은 해 9월 9일부터 홍대 앞 A랜드에 <뮤직 쇼 웨딩> 전용극장을 마련하여 장기 공연에 들어갔다. PMC는 <난타>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레드와 블루로 나누고, 블루팀을 애든버러의 프린지 공연에 참가시켰다. 그리고 <난타>처럼 작은 극장에서 공연하기, 벽보 붙이기, 관객과 교감하기 등을 꾀한 덕택에 Three weeks로부터 ‘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별 5개를 받았다.

애초 PMC는 <뮤직 쇼 웨딩>이 <난타>를 이은 대한민국 대표 공연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고, 그에 따라 목표 관객 200만 명, 10년 이상 장기 공연을 장담했다. 하지만 누적 관객 수는 90만 명을 넘지 못했고, 2016년 공연은 중단되었다.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실패의 원인으로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이를테면, <뮤직 쇼 웨딩>은 플롯과 서브플롯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작품의 완결성을 높이는 노력이 부족했고, 창의적인 노래나 멜로디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다.

“<뮤직 쇼 웨딩>은 ‘카바레 퍼포먼스’를 표방한다. 극장에서 간단한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보는 공연을 말한다. ….중략….. <뮤직 쇼 웨딩>은 관광 콘텐츠 차원에서 만들어진 공연이다. 음악과 춤의 향연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원한다면 ‘오케이’지만, 문화적인 감동을 원하는 이들에겐 ‘비추천’이다. 단언컨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이라고 부르기에는 ‘2%’가 아니라 ‘20%’쯤 부족해 보인다.”

– 박창욱 머니투데이 기자, 2013.10.16.

어린이 뮤지컬로의 사업 다각화

PMC는 2001년 <어린이 난타>를 내어놓은 이후, 2017년 말까지 30여 편의 어린이 뮤지컬을 선보였다. 이 중에는 <어린이 난타>처럼 성인(사실은 온 가족을 대상)을 대상으로 하던 것을 변형시킨 것, 어린이들의 학습을 돕기 위한 것(예컨대, <수학 뮤지컬 369>, <Uncle Cookies’ Funny Farm>), 라이선스 작품(예컨대, <로보카 폴리>, <방귀 대장 뿡뿡이> 등), 명작 동화를 뮤지컬로 만든 것 등이 있다. PMC는 이들 어린이 뮤지컬을 통해 연간 30만 명 내외의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1. 어린이 난타

<어린이 난타>는 PMC가 <난타>의 인기를 업고 ‘어린이(와 어린이를 돌보는 어른)’를 대상으로 내어놓은 공연이다. 부엌을 주 무대로 한다는 점,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간다는 점, ‘두드림’이 많다는 점에서는 <난타>와 유사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다르고, 배우의 수 (8~9명)가 많고, 무대, 의상, 조명이 화려하고, 소품이 많고, 노래와 대사가 있고, 춤이 있다는 점에서 <난타>와 다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화려한 무대와 의상, 다채로운 소품과 조명 등을 일사불란하게 제공하다 보니 막의 수가 13개에 달하고, 스태프의 수가 <난타>보다 약 3배 많은 28명이나 된다.

<어린이 난타>는 정해진 시간 안에 세계 요리 경연 대회에 내어놓을 특별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레스토랑 요리사들과 마법 나라에서 마법 국자를 찾으러 온 마법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요리가 타버리자, 요리사들은 화덕을 교체하자고 주장하지만 막내(인턴)는 화덕 교체를 극구 막는다. 다른 요리사들이 모르는 화덕 할아버지가 화덕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마법 국자를 찾으러 온 마법사들이 주방을 어지럽히다가 요리사들에게 발각되고 도둑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런데 요리사들과 마법사들 사이의 오해와 이로 인한 갈등은 화덕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해결된다. 그리고 요리사들과 마법사들은 힘을 합쳐 특별 요리를 완성한다. 배추 인형, 피망 인형 등이 등장하는 등 무대와 소품이 <난타>에 비해 훨씬 아기자기하고, 춤과 노래, 두드림이 있어서 아이들이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고, 감수성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PMC는 <어린이 난타>를 전용관, 임대 극장, 다목적 공연장 등에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수년 단위로, 전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공연했다. 그 결과 16년간, 160만 명의 어린이 관객을 모았다.

2.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

PMC는 2008년부터 공동 창업자이자 총감독인 송승환의 연출자로서의 재능과 명성을, 어린이 뮤지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마치 자동차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하여 브랜드나 로고를 따로 붙이는 것처럼, PMC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 중 일부에 대해서 ‘송승환의 명품 뮤지컬’ 혹은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이다. <오즈의 마법사>, <호두까기인형>, <피노키오>, <보물섬>, <정글북> 등이 이 시리즈에 속한다. 이들 시리즈는 모두 어린이들(그리고 부모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았거나 시청을 한 바 있어 매우 친숙한 동화를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송승환은 명작동화 시리즈의 대상이 되는 동화를 고를 때 1) 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가? 2) 어린이는 물론 부모들이 한 번쯤은 읽어봤을 정도로 친숙한가? 3) 어린이의 체험학습에 도움이 되는가? 4) PMC의 기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가? 등의 기준을 적용하였다.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은 송승환이 기획했고, PMC의 기존 자원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대표 공연인 <난타>와는 출연 배우와 스태프 수, 무대장치, 의상, 소품, 조명, 음악, 무대 구성 등의 측면에서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출연 배우의 수가 9~18명에 이르고, 무대장치, 의상 등이 화려하고, 노래와 춤이 등장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소품들이 동원된다. 또한, 화려하고 모던한 조명/음향 및 영상 효과, 특수 장치 및 시스템 등이 동원된다. 그렇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수의 스태프(28~31명)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글북의 경우 출연 배우만 18명이고 연출가, 안무가, 작곡가, 작사가 등의 기본 인력 외에 무대(감독, 디자이너, 보조, 운영자), 조명(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운영자, follow spot lights), 영상(2D 디자이너, 3D 디자이너), 소품(디자이너, 제작, 운영), 의상(디자이너, 제작, 운영), 분장(디자이너, 운영), 시스템(감독, 엔지니어, 운영자), 특수효과 등을 맡은 스태프가 31명에 이른다. 다만, PMC가 그 동안 축적해 놓은 제작 노하우와 자원을 활용함에 따라,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은 제작비가 2.7~5억 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PMC는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막의 수(7-13개)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여타 기획사들의 일반적인 훈련 기간(6주), 그리고 <뮤지컬 대장금>과 <뮤직 쇼 웨딩>의 훈련 기간(8주)보다 많은 11주를 훈련 기간으로 잡았다(Exhibit 7).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는 PMC가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로 가장 먼저 시작한 작품이다. 동화인 ‘오즈의 마법사’와 <난타>를 결합한 작품으로서 12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화려한 무대와 의상,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특징으로 한다. 회오리바람에 의해 집채가 날아가고, 길을 잃은 도로시가 머리가 빈 허수아비, 가슴이 없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부족한 사자 등과 힘을 합쳐 마녀와 싸워서 이긴다는 내용은 기존의 동화와 같다. 그러나 PMC는 여기에다 신명 나는 노래, 춤(특히 탭 댄스), 퍼레이드를 첨가하여 어린이들을 매료시킨다. 이 공연은 기존 동화에서 제시된 익숙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하고 협력하여 악을 물리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줄 뿐만 아니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마지막 10분을 난타로 장식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 공연에서는 어린이에게 신기함, 즐거움,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 장면마다 다채로운 광경을 제공한다.

PMC가 이 작품을 처음 내어놓은 2005년 이래로 전용관 공연, 지방 투어 등을 통하여 2,000회 이상을 공연을 했고, 10년 이상을 장기공연-누적 관객 40만 명-하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 난타>와 함께 PMC키즈의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

2008년에 개막을 하여 2018년 4월 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한밤중 깨어나 춤과 노래를 펼치는 인형들의 이야기이다. 호두까기 인형이 일곱 마리의 생쥐를 물리치는 장면에서, 어린이들은 희열감을 느낀다. 더불어, 원작 동화에는 없는 ‘상상의 요정’을 출연시켜서 호두까기 인형을 돕도록 할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와 관객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이 공연 또한 매우 친숙한 소재를 채용하여, 순진하고 약한 호두까기 인형이 다른 인형들의 도움으로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의 정의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공연에서는 이야기 전개가 극적이고, 총 15명의 배우가 다채로운 춤과 노래로써 연기하며, 특수 조명, 화려한 의상 등이 동원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행복감, 장엄함, 신기함 등을 동시에 선사한다. 무대는 단순한 편이나 노래, 춤, 묘기 부리기 등이 있으므로 이 공연에는 작곡가, 안무가, 무대, 의상, 조명, 분장, 시스템 등과 관련된 스태프가 30명이나 동원된다.

보물섬

2013년 4월에 초연을 한 <보물섬> 역시 어린이들에게 모험심과 자립심을 길러주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는 혹할 만한 공연이다. <보물섬>은 소년 짐 호킨스가 해적으로부터 보물섬의 지도를 입수하여 보물섬을 찾아갔으나, 교활한 해적 실버의 계략에 넘어가고 동료의 배반까지 겹쳐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결국에는 보물을 찾아내고야 만다는 이야기이다. 이 공연은 흥미진진한 사건과 뛰어난 성격묘사를 살리면서, 어린이들에게 착한 마음을 가지고 남을 배려하면 악인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던진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모두 어린이의 눈높이 맞춰서 즐겁게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이전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과 비슷하다.

이 공연에는 12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이 공연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린이들에게 용기, 꿈, 배려, 즐거움 등을 주기 위하여 노래와 춤을 선사하고, 그림자극, 입체영상, 화려한 조명, 아주 역동적인 음악 등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전 송승환의 명작동화 시리즈들처럼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면을 도입했다. 이 공연 역시 노래, 춤, 다채로운 의상과 소품, 환상적인 무대와 조명, 역동적인 음향 등을 특징으로 하므로 많은 스태프(28명)가 필요하다.

<보물섬>은 2013년 이래로 1,000회 이상을 공연했고, 2018년 3월 현재 누적 관객은 50만 명을 넘는다.

정글북

PMC는 이전과는 달리 꽤 알려진 연출가, 안무가, 작곡가 등을 고용하여 <정글북>을 만들었다. 주된 줄거리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모글리가 곰, 늑대, 표범, 비단뱀 등의 도움을 받아 자기를 죽이려고 집요하게 달려드는 호랑이와 승냥이를 물리친다는 원작 동화를 그대로 따왔다. 이 공연은 모험, 스릴, 음모, 용기, 우정, 가족애 등이 극 내내 흘러서 어린이들에게 도전정신과 가족과의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정글북>은 무엇보다 무대가 화려하고, 의상과 소품이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교하다. 게다가 음향과 조명이 잘 어우러져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실제로 정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무대 위에서 18명의 배우가 노래와 춤을 선사한다. 이 공연에서는 동물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행동과 춤, 장엄하고 조화로운 합창 등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공연에는 일반적인 성인 뮤지컬처럼 작곡, 안무, 음악, 음향, 무대, 소품, 시스템, 의상, 분장, 조명 등을 관장하는 스태프가 31명이나 동원된다.

<정글북>은 2016년 7월에 막이 오른 후 초연 100회 동안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2017년 말까지 누적 관객이 12만 명을 넘었다.

지금까지 PMC 어린이 뮤지컬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송승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 중 4개를 살펴보았다. 이 시리즈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실용주의자와 회의주의자들은 입소문과 관람객 평가를 듣고 극장을 찾고, 기존 시리즈를 이미 맛본 고객들은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기가 무섭게 공연을 본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은 이미 송승환이 예측하고 기획한 것이기도 한데, ‘명품은 써본 고객이 더 찾게 된다’는 송승환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송승환의 명작동화 시리즈는 우리 회사의 빅 히트(big hit) 작품입니다. 봄, 여름 방학을 중심으로 공연하는데도 관람객이 연간 25만 명을 넘습니다. 송승환의 명작동화 시리즈는 어린이와 어른들을 동시에 노린 것인데, 관객들은 자신이 읽은 명작 동화를 되새기면서 우리 공연을 보게 되죠.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이 많아지는데, 전에 보았던 아이들과 부모들이 공연을 또 찾기 때문입니다. 마치 해리포터 1편을 본 아이가 해리포터 2편, 3편을 찾는 격이지요. 그리고 공연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따로 광고하지 않아도 고객이 잘 찾아옵니다.”

– 이OO KIDS 공연팀장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무대, 합창과 군무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난타>의 단순하고 투박한 무대 및 소품 특성과 차이가 있다. 그리고 배우와 스태프가 많아 <난타>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들고 공연 팀의 복제가 쉽지 않다. 하지만 1) 관객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선택하고, 총감독인 송승환이 기획을 주도하고, 작가, 연출가, 작곡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관객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점 2)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실력 있는 배우를 선발하고, 성과에 연동한 보상을 하고, 체계화된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타 연출가와 작곡가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운영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점 3) SNS의 활용과 구전을 통한 마케팅, 충성도 높은 단골의 활용, 광고비 제한,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 미지급 등을 특징으로 하는 모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4) 무대장치, 소품, 의상 등의 재활용, 스태프의 공유, 배우와 스태프 선발 및 훈련 시스템 공유 등을 통하여 자원 운영 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 등에서 <난타>의 활동과 겹치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의 입장료는 VIP석 50,000원, S석 40,000원, A석 30,000원 이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에서 공연 시 입장료가 R석 30,000원, S석 20,000원, A석 10,000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3. 체험놀이: 이영란의 감성놀이 시리즈

PMC가 기획한 작품 중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또 하나의 작품은, 이영란이 기획한 <가루야 가루야>이다. <가루야 가루야>는 2005년 7월에 선보인 미취학 아동 대상의 밀가루를 오브제로 한 극으로서, 아이들이 밀가루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고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공연은 탄탄한 제작과 조기교육을 중시하고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경험’이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과 맞아떨어져, 출시한 지 5년 만에 30만 명의 유료 관객을 모았다. PMC는 <가루야 가루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형성되고, 아이들의 체험학습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자, 2013년 1월 모래를 오브제로 한 <모래알은 반짝>, 2013년 11월 나무를 오브제로 한 <나무야 나무야>, 2015년 4월 (진)흙을 오브제로 한 <바투 바투>1)를 잇따라 내놓았다. PMC의 사업 방향은 인간 생활에서 ‘친숙한 소재’를 대상으로, ‘친숙한 사람’과 함께 이들 소재와 ‘친해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가루야 가루야

이 공연은 밀가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깨닫고, 밀가루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공연이다. 즉, 밀에서 밀가루로, 밀가루에서 반죽으로, 반죽에서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이른바 오감 공연이다.

이 공연은 4가지의 테마 방으로 구성된다. 준비 단계에서 아이들은 사방이 하얗고 밀가루가 깔린 마룻바닥 위를 밀가루 눈을 맞으면서 걸으며, 마치 눈이 소복이 쌓인 오솔길을 걷는 느낌을 받는다. 이후 4개의 테마 방이 펼쳐진다. 테마 방의 첫 번째는 밀가루 나라이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밀가루를 뿌리고, 밀가루를 뭉치고, 그림을 그려본다. 두 번째 테마 방은 빵빵 나라이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빵이나 과자를 만들고 그것을 굽는다. 이 방에서는 그 날 만든 것 중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빵이나 과자를 시상하고, 전시한다. 세 번째 테마 방은 반죽 나라이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큰 통에 들어가 밀가루를 발로 밟아서 반죽을 만든다. 또한, 이 방에서 아이들은 밀가루 던지기, 밀가루 이어 쌓기 등의 게임을 한다. 네 번째 테마 방은 밀의 나라이다. 이 방은 아이들이 밀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밀이 가득 채워진 풀장 안에서 수영, 술래잡기, 공 구르기, 밀 찜질 등의 정해진 놀이를 하고, 각자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놀이도 한다.

이 공연은 초연 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데, 시기, 대관 극장의 특성, 지역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공연은 체험 놀이와 뮤지컬이 결합한 것인데, 시기, 대관 극장의 특성, 지역에 따라서 체험 놀이 위주로 된 것도 있고, 뮤지컬 위주로 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공연은 밀가루 체험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뮤지컬의 비중이 높은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배우들이 밀가루 반죽을 소재로 하여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바닥에 밀가루가 깔린 객석에서 관람한다. 이 공연은 체험이 중심이라 배우가 관객과 밀착하여 행동해야 하므로, 여느 공연처럼 한 번에 많은 관객을 받지는 못한다. 다만,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가 별로 없고, 소재 및 객석 정리 등의 활동이 체계화되어 있어 하루 13회까지 공연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관객 수는 하루 두 번 공연하는 일반 뮤지컬보다 많을 수도 있다. 이 공연은 국내에서의 인기를 업고 해외 공연도 수 차례 가졌다.

나무야 나무야

이 공연은 나무와 사람이 교감하는 것을 주제로 만들기와 놀이가 결합한 공연이다. 이 공연 역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제고, 오감 작동, 자연과의 교감 등을 목표로 한다. 이 공연은 이영란 시리즈의 공연 틀에 따라 4가지 테마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테마 방은 나무 나라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목마 타기, 나막신 신기, 나무 볼링 하기, 대형 연필 쌓기 등을 하면서 나무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 테마 방은 목공 나라다. 이 방은 나무를 통하여 만들 수 있는 각종 물품을 제시하고, 직접 목공을 해보도록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 테마 방은 숲 속 나라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코르크가 가득 찬 풀장에서 통나무 미끄럼틀 놀이, 줄타기, 구름사다리 타기 등의 놀이를 한다. 네 번째 테마 방은 볏목 나라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볏짚으로 만들어진 각종 물건을 체험하면서, 볏짚으로 만든 굴에서 종이 국수 놀이를 한다.

바투 바투

2015년 4월에 초연을 한 이 공연은 진흙을 소재로 놀이와 공연을 결합한 것이다. 이 공연은 소재 특성을 고려하여 24개월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전의 <가루야 가루야>, <나무야 나무야>와는 달리 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테마 방은 ‘우물극장과 바투네 창작소’다. 이 방은 아이들이 공연을 보면서 흙의 물성, 우주의 구성 등에 대해 이해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연극을 보고 난 후 아이들은 바투네 창작소로 옮겨가서 공연 진행자들의 지도하에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들을 전시한다. 두 번째 테마 방은 ‘서당 바투와 엄지 찍기 뽑기’다. 이 방에서 아이들은 흙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찍는 놀이를 한다. 세 번째 테마 방은 ‘오물조물 놀이터’인데, 이 방에서 어린이들은 미끄럼 댄스, 썰매 타기, 흙뭉치 던지기 놀이 등을 한다.

모래알은 반짝

이 공연은 모래, 장난감, 빛 등을 활용한 체험놀이 공연이다. 이 공연에서 미취학 아동들은 다채로운 장난감과 도구들을 활용해 모래 놀이를 한다. 이 공연은 소재 특성으로 인해 배우들이 등장하여 노래하거나 대사를 하는 부분이 따로 없다.

이들 네 가지 체험 놀이는 15,000원에서 25,000원의 입장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처럼 네 가지 공연 중에서 하나를 체험한 아이들(그리고 보호자)이 다른 체험 놀이를 선택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영란의 체험놀이 시리즈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조기교육, 체험학습 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매년 15만 명 이상의 유료 관객을 모으면서 장기 계속 공연을 하고 있다.

“‘이영란의 체험 놀이 시리즈’는 꾸준하게 관객들이 찾는 작품입니다. 2005년 처음 내어놓을 때는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2~5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교육이라 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들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어린이들의 감성 교육, 체험 학습 등이 강조되고, 정부가 ‘일과 가정의 양립’, ‘모성 보호’ 등을 이유로 유아들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 주다 보니, 유아 교육으로서 체험 놀이에 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우리의 작품은 어린이의 학습에 도움이 되고, 부모와 교감을 할 수 있고, 감성을 기르는 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시장 흐름에 딱 맞습니다. 최근 몇몇 업체들이 우리 흉내를 내지만, 우리를 따라오지는 못합니다. 기획, 마케팅 등에서 우리에게 크게 뒤집니다. 시장에서 얻은 우리의 평판을 그들은 쉽사리 얻지 못할 것입니다.”

– 이OO KIDS 팀장

송승환 총감독은 과거의 활동을 되돌아본 후, 김 교수가 이야기한 대로 성공한 사업과 실패한 사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활동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먼저 성공한 <난타>와 송승환의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의 주요 활동들을 정리하였고, 그 다음으로 성공하지 못한 <뮤지컬 대장금>과 <뮤직 쇼 웨딩>의 활동들을 정리하였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최근 우리 사회 전체의 트렌드로 크게 주목 받은 ‘체험’을 기반으로 한 <이영란의 감성 놀이 시리즈>의 주요 활동들을 분석하였다.

차근차근 분석하자 각 공연 별로 뚜렷하게 떠오르는 핵심 활동들이 있었고, 그 활동들을 연결·비교하자 성공한 공연들과 그렇지 못한 공연 간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송승환은 무릎을 탁 쳤다. `아! 김 교수가 보라는 것이 이것이었구나! 이런 활동들의 차이로 인하여 <난타>와 명작동화 뮤지컬 시리즈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뮤지컬 대장금>과 <뮤직 쇼 웨딩>은 그렇지 못했구나!` 송승환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비지니스 모델을 습득하였으며, 그제야 향후 사업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과연 송승환 총감독이 찾아낸 각 공연의 핵심 활동들은 무엇이고, 그 핵심 활동들은 후속 작품들의 성패와 어떻게 연결될까?

Exhibit 1. 사례 분석에 포함된 3가지 공연의 포스터

Exhibit 2. PMC 어린이 공연물의 포스터

Exhibit 3. PMC의 사업구조

Exhibit 4. PMC의 주요 작품 연보

Exhibit 5. PMC프로덕션의 영업 실적 추이

(단위: 백만 원)

Exhibit 6. 비교 대상 공연들의 주요 특성

Exhibit 7. 어린이 명작 (동화) 뮤지컬의 주요 특성

 

 


[주석]

1. <바투 바투>는 연출가 이영란이 2000년에 ‘다섯 가지 흙 놀이’라는 이름으로 내어놓은 바 있다. PMC는 이영란의 체험놀이 시리즈의 하나로 2015년에 새롭게 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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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경묵

김경묵

김경묵은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덕성여자대학교 기획처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ILERA부회장 등의 직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신용평가(KIS) 평가 실장, UC Berkeley Haas School of Business 방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조직 간의 관계, 혁신, 지속가능 경영, 조직 변화, 조직 구조 조정,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문화 콘텐츠 등이다. Research Policy, Asian Journal of Technology Innovation, 경영학연구, 인사조직연구 등 국내외 다양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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