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식품 시장 규모는 총 91조 원 정도인데 반해 이 중 온라인화 비중은 10% 수준으로, 비식품 분야의 온라인 전환율이 평균 2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즉 신선식품의 온라인화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2016년 마켓컬리, 배민프레시(현 배민찬), 헬로네이처를 포함한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으며 뒤이어 대형마트는 물론 소셜커머스들도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중 마켓컬리는 독보적인 성장을 인정받아 2018년 6월, 약 6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2018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의 기반에는 마켓컬리의 대표 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이 있었다. 물류 관리의 어려움에 대형 유통사가 신선식품 온라인 마켓 진출에 조심스러웠던 때, 마켓컬리는 기존 물류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회사 자체적으로 콜드체인(Cold Chain) 물류 역량을 키웠기 때문이다.
본 사례는 마켓컬리가 독보적인 성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자체 물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향후 대형 유통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마켓컬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Q1. 대형 유통 기업들이 도입하지 못한 시도 중 마켓컬리가 스타트업으로서 할 수 있었던 시도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그 시도를 선택한 의사결정의 동기(motive)와 동력(driving factors)은 무엇인가?
Q2. 유통업의 특성상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 진입 및 장악에 있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바, 현존하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신선식품시장 진입은 마켓컬리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마켓컬리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혹은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을 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은 무엇인가?
Q3. 마켓컬리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창출을 통해 우리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 마켓컬리의 어떤 활동이 그들의 경제적 수익 창출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였는가? 사업적 기여와 사회에 대한 기여를 분리해서 논하시오.
신선식품 시장의 온라인화 속도가 빠르다. 2016년 마켓컬리, 배민프레시(현 배민찬), 헬로네이처를 포함한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뒤를 이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고, 2017년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3사와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SK플래닛1이 일제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왜일까? 과연 이들 기업들은 시장에서 무엇을 봤던 것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식품 시장 규모는 총 91조 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 중 온라인화 비중은 전체 10% 정도 수준으로, 이는 비식품 분야의 온라인 전환율이 평균 20%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역으로 이런 상황은 신선식품의 온라인화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며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신선식품 마트들의 출현을 가속화시킨 배경이 되고 있다. 그 중 마켓컬리의 성장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2018년 6월, 이데일리 등 복수의 매체를 통해 마켓컬리의 상장 전 투자유치 소식이 보도되었다.2 <더벨>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약 670억 원 규모로 세콰이어캐피탈, 세마트랜스링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3 해당 투자는 지난 2월 마켓컬리 이사회 결의를 통해 A&F미래성장투자조합, 트랜스링크, SK네트웍스 등으로부터 94억 원의 전환우선주 발행이 결정된 것의 연장으로, 기업공개(IPO)를 노리는 마켓컬리의 마지막 자금 확충이라는 투자업계의 해석이다. 이번 마켓컬리 대한 투자에는 주관사로 참여하고 싶어 하는 투자사들이 줄을 이었다는 투자업계의 후문이다. 마켓컬리가 19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1년 만에 엑싯(exit)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이지만 자본이 움직인 이유는 최근 마켓컬리가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보여준 독보적인 성장 때문이다. 마켓컬리 관계자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월거래액은 지난 2017년 1월 기준 약 30억 원에서 17년 11월 기준 63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연매출은 약 465억 원으로 2016년(173억 원) 대비 약 2.7배 성장했다. 올해는 연매출 1,000억 원을 노려볼만 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의 기반에는 마켓컬리 특유의 물류 관리가 있었다. 신선식품은 비식품 군 상품에 비해 제품의 수요예측, 보관, 배송 등의 물류 관리에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간 신선식품의 온라인화가 더뎠던 이유다. 마켓컬리의 역발상은 여기서 빛났다. 물류 관리의 어려움에 대형 유통사가 신선식품 온라인 마켓 진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던 때, 마켓컬리는 기존 물류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오히려 콜드체인(cold chain)4 물류 역량을 회사 자체적으로 키우기로 한 것이다. 마켓컬리의 대표적 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은 그렇게 탄생했다.
물류를 품에 안은 유통
마켓컬리가 시장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자체물류 서비스인 ‘샛별배송’에 있다. 샛별배송은 배송 속도에 있어서는 새벽배송 시스템이다. 밤 11시까지 주문된 상품이 다음날 새벽 고객 문 앞에 배달된다. 또한 샛별배송은 주문 처리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걸쳐 식품의 신선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다. 마켓컬리가 처음부터 물류를 품에 안았던 이유는 명확하다. 마켓컬리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 즉 새벽배송과 콜드체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물류 사업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에야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마켓컬리 창업 당시 국내 택배 시스템은 허브앤스포크5 기반의 익일 주간배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론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물류사업자는 있었지만 배송 전 과정을 ‘콜드체인’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없었다. 때문에 마켓컬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 한해 직접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했다. 핵심수요가 발생하는 지역 외의 지역은 택배사 아웃소싱을 병행했다. 초기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 전국구 콜드체인망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다.
“처음 마켓컬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물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품질로 신선식품을 제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당시에는 주문처리, 재고관리를 외주로 해줄 수 있는 업체도 없었고, 냉장배송이 되는 업체도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구축한 것입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물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사업자자 없던 상황 탓에 이를 회사 내부적으로 해결하자니 역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하지만 역으로 그 이유 때문에 신선식품 판매의 온라인화가 더디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는 창업 전 새벽배송대행업체 ‘데일리쿨’을 인수한다. 관련된 일화가 있다. 이성일 당시 데일리쿨 대표6와 현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박길남 CSO가 처음 만났던 때는 2015년 2월 28일, 매서운 추위가 몰려온 날이었다고 한다. 당시 마켓컬리는 사업자 등록만을 마친 상태였다. 청바지와 점퍼 차림의 두 명(김슬아 대표, 박길남 CSO)과 다림질한 정장 차림의 이성일 리더 간의 만남은 꽤나 어색했다고 한다. 그 어색함을 뚫고 김슬아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음식에 대한 사람의 태도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단순히 에너지를 충전할 목적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건강, 맛, 분위기 등 에너지 충전 이상의 목적으로 음식을 대하는 태도예요. 우리는 후자의 태도를 가진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자 하며, 나아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즐거운 것이 있다’라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어 새로운 음식 문화가 확산되기를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특히 아직 한국은 식품유통에 있어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낮은 품질의 식재료를 높은 가격에 사먹게 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는 먹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이 많아지게 된 결과로 이어진 거죠. 저희는 온라인을 통해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류가 필요해서요.” – 첫 만남 당시 김슬아 대표가 이성일 리더에게 했던 말, – 이성일 리더의 회상 中 –
정기배송이 아닌 ‘직매입’
온라인 식품시장에는 하나의 규칙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한 업체가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비슷한 컨셉의 후발주자가 나타나면 기존 선도 업체의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식품 시장 규모의 한계와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온라인 식품 구매 문화 등을 원인으로 보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생각은 달랐다. 그 원인을 물류에서 찾았다.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선호해왔던 ‘정기배송’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일으켜 온라인 식품 시장의 규모를 키우지 못해왔다고 보았다.
물론 정기배송은 여러 면에서 이점이 많은 시스템이다. 재고관리 부문에서 폐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주문 관리와 관련해선 주문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미리 확보할 수 있으며, 배송 부문에선 예측가능 수량에 둔 권역 설정 및 배차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수단이다. 즉, 전반적인 SCM(Supply chain Mangement) 운영 부분에 소요되는 비용 및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이점은 어디까지나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의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기배송은 불편을 주기도 한다. 정기배송에 따르는 사전 결제 금액이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상품을 받을 수 없을 경우에 해당 비용은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고, 원하지 않는 상품이 포함될 경우 부분 환불이나 상품 교환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선도 보장의 문제가 크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정기배송 모델을 선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신선도가 높은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정기배송 모델은 재고 보유량이 적기에 신선도 유지에 유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신선도 유지에 있어서의 관건은 원재료 수확시점부터의 기간 관리를 포함해 SCM의 전반적인 품질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있다. 단지 상품이 물류센터에 보관되는 시간이 짧다고 해서 신선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마켓컬리는 기존 업체들이 자주 활용하던 정기배송 모델이 아닌 ‘매입 후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신선도와 소비자 편의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문을 미리 받아 놓는 정기배송 방식은 필연적으로 주문마감시간(Cut-off)에서 배송 완료 시간까지의 배송시간(Delivery Time)을 길어지게 만든다. 이에 반해 마켓컬리처럼 상품을 매입한 후 판매하게 되면 기업은 주문마감시간을 늦출 수 있고 고객은 획기적으로 단축된 배송시간으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기업은 가정간편식(HMR) 영역에 한정되었던 취급가능 상품 군을 훨씬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다. 이에 마켓컬리는 매입 후 판매 모델을 정착시키고자 크게 재고관리, 주문처리, 배송관리 부문의 혁신을 가져올 구체적 방안을 시행했다.
물론 직매입 구조는 재고 부담이 마켓컬리로 이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마켓컬리는 오랜 기간 보관이 어려운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산자에게 직매입한 상품들이 판매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상 보관될 경우, 해당 상품을 전량 폐기해야 되는 위험부담 또한 마켓컬리가 안고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가 판매되는 상품의 직매입 구조를 고집한 이유는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시켜줄 빠른 배송속도를 위해서는 직매입 구조만이 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날 밤 11시에 주문을 해서 다음날 새벽에 주문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 마켓컬리가 유일합니다. 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회전시켜 즉각적인 상품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재고상품의 폐기에 대한 부담도 사실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닙니다. 재고로 보유한 신선식품이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되는 경우는 전체의 1%가 채 안 돼요. 그렇다고 고객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폐기율이 낮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또 하나의 가치, ‘콜드체인’
온라인 신선식품 커머스 업체에게 요구되는 필수역량이라면 단연 콜드체인(Cold Chain)을 꼽을 수 있다. 콜드체인이란 농축수산 신선 식료품을 ‘생산지-물류센터-소비자’로 이어지는 상품의 이동 경로 동안 저온으로 유지함으로써 신선도 저하를 최소화하며 배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물류의 관점에서 볼 때 오프라인 점포에 관련한 콜드체인의 구축 및 운용은 비교적 쉽다. 대부분 대단위 납품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 오프라인 콜드체인은 비교적 훌륭하게 구축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에 반해 온라인 B2C 영역의 콜드체인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크 보유 센터 확보 및 라스트 마일 배송 부분에 있어 냉장 차량 운영을 포함한 물류망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콜드체인의 구축과 및 유지를 위해서는 물류센터의 도크(Dock)를 확보하는 것을 시작으로 냉장전실, 냉장/냉동 적치 공간, 냉장차량 등을 운영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포함하는 콜드체인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상온상품 물류 시스템 운영 시보다 약 40~50%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 국내에서는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마켓컬리, 티몬, 배민찬, 더반찬 정도 이외에는 그런 물류망을 구축하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선식품 시장에 있어 콜드체인은 ‘상품의 품질’ 측면을 고려한다면 양보할 수 없는 필수 과제이다.
포장, 콜드체인을 넘는 가치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에서 콜드체인 구축에 필요한 대표적인 수단에는 포장(Packing)이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선식품을 주문했을 때 가장 많이 받아보는 포장재가 바로 EPS(Expanded Polystyrene: 발포폴리스티렌) 박스이다. 쉽게 말해 흔히 보는 하얀색 스티로폼 박스이다. 그리고 그 스티로폼 박스 안에는 주문한 신선식품과 함께 아이스팩이 담겨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외부 온도 28도 이상의 혹서기 상온 탑차의 내부온도는 40도에 육박하고, 그런 시기에는 스티로폼 박스조차 식품의 신선도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성능을 모두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는 스티로폼 박스만큼 온도관리에 용이한 패킹 부자재가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상품의 모든 운반 과정에 있어 냉매의 종류와 양, 사용된 단열재 이외에도 분류, 배송 과정에서의 외부 환경 또한 패키징에 영향을 미친다. 외부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이면 업체들이 스티로폼 박스 내부에 드라이아이스나 아이스팩을 평소보다 더 많이 넣는 것이 그 반증이다.” – 이강표 FMS코리아 본부장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포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온도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잇는 상변화물질(PCM)7을 활용한 패키징 등 스티로폼 박스를 대체할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PCM 팩은 반복 사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가 문제로 인해 실제 현장 도입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켓컬리는 2017년 4월 신선식품 배송에 종이박스인 ‘에코박스’를 도입했다. 스티로폼 박스 처분을 힘들어하는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마켓컬리는 주문량이 폭증한 2016년 이후로 고객의 불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스티로폼 박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윽고 2017년 1월, 일 출고량이 7,000 상자를 넘어서자 운영 전략팀 내에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의 목표는 명확했다. 지속적으로 운용 가능한 비용 범위 내에서 보냉력, 환경 문제, 고객 편의성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포장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TF팀이 선택한 새로운 포장재는 재활용률이 높은 ‘종이박스’였다. 문제는 보냉 기능 및 이에 따라 박스 내외부 온도차로 발생하는 결로를 막을 방수 기능이었다. 마켓컬리는 종이박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박스 내부에 폴리에틸렌(PE) 폼을 부착했다. 종이 원단과 코팅 원단을 합지하는 기술을 지닌 파트너사(써모렙코리아)를 찾아 제작에 들어갔다. 한 달간의 디자인 보완을 거쳐 마침내 에코박스(ECO BOX)v.1이 탄생하였다. 이어서 v.1보다 보냉력을 높인 에코박스v.2도 개발됐다.
“우선 상품별로 유지되어야 하는 최소 온도와 최대 온도를 규정했습니다. 이후 외부 온도를 다르게 하면서 박스 내부 및 상품의 온도를 측정했습니다. 만약 정해놓은 온도에서 벗어나면 냉매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온도를 조절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박스는 식품안전성인증을 취득했고,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테스트 결과 보냉력이 스티로폼 박스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디자인 보완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 당시 포장재 프로젝트를 주관한 마켓컬리 패키지T F팀의 허소영 PO(Project Owner)
사실 에코박스는 EPS 박스보다 가격은 높은 데 반해 보냉력은 약간 떨어진다. 그에 따라 박스 외부 온도도 낮게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신념이 없다면 에코박스를 사용하는 데 들어갈 높은 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켓컬리의 기업 철학은 확고했다. 여기에 마켓컬리가 냉장 차량 등을 포함하는 콜드체인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 주문 마감부터 배송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8시간 이내라는 점, 배송시간이 선선한 새벽 시간대라는 점 등의 이유로 과감히 에코박스를 포장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에코박스는 같은 용량의 EPS 박스에 비해 2배 정도 비쌉니다. 사실 비싼 가격 탓에 에코박스의 전면 도입에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긴 시간의 회의 끝에 마켓컬리는 ‘장기적인 무형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두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환경이 보존돼야 좋은 먹거리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는 마켓컬리만의 철학, 에코박스가 물류센터를 차지하는 면적이 EPS 박스 대비 1/4인 점, 친환경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함으로써 의식 있는 잠재고객들이 유입되고 매출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등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당장의 이익 대신 장기적 가치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에코박스는 마켓컬리가 추구하는 철학적 방향에 부합했고, 그래서 에코박스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 이성일 전 마켓컬리 로지스틱스 리더
“최근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에코박스가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마켓컬리를 만나기 전, 다른 업체들에도 제안을 했지만 모두들 가격이 높아 도입에 망설였습니다. 마켓컬리의 경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써모랩코리아와 공유하고 있었고, 그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신념이 에코박스를 만들어냈습니다. ” – 나정균 써모렙코리아 대표
타 업체의 경우, 포장재 비용절감 및 폐기와 관련한 고객의 번거로움을 줄여주고자 포장재 회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구매 고객이 새로운 상품을 배송 받은 후, 이전 주문에 사용된 포장재를 문 앞에 놓아두면 그것을 배송기사가 회수해가는 서비스이다. 그렇게 회수된 포장재는 육안 검사와 몇 차례 세척을 통해 다시 사용된다. 마켓컬리 역시 초기에는 그 같은 서비스를 시행했지만 현재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포장재 회수 시 포장재에 이물질이 함께 섞여 있는 등 회사가 직접 배송 위생을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박스 외에도 신선식품 배송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아이스팩과 같은 각종 포장 부자재이다. 수산물이나 유제품의 경우, 마켓컬리는 은박 파우치와 함께 아이스팩을 함께 넣는다. 상품을 개별 포장함으로써 제품의 안정성은 물론 외관에도 신경을 쓴다. 이 외에도 외부 박스부터 소포장재, 아이스팩, 테이프까지 자사의 컨셉을 담은 로고와 색상 등을 포장재에 인쇄함으로써 마켓컬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브랜딩 해나가고 있다.
커다란 박스와 그 안에 몇 개씩이나 들어 있는 아이스팩이 과포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과포장을 무조건 나쁘게 볼 것은 없다. 가령 화장품이나 완구류의 경우 대표적인 과포장 품목이지만, 그 포장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결코 나쁘다고만 하기 힘들다. 포장은 소비자에게 상품의 매력을 어필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포장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마케팅적 기능으로, 포장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포장은 곧 마케팅입니다.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포장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삼겹살을 주문한 소비자는 신선하게 오는 것을 기대하지만, 다이어트 도시락을 주문한 소비자는 신선도와 함께 고급스러움을 원합니다. 포장에 가치를 둔다는 것은 곧 소비자에게 집중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때문에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송서비스를 표방한다면, 그에 걸맞은 포장 전략을 택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강대 연세대학교 패키징학과 교수
‘신선전쟁’의 시작, 경쟁자가 몰려온다
마켓컬리에게 거대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잠재적인 위협이다. 신세계, 롯데 등의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거느린 기업들이 최근 온라인 신선식품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향후 마켓컬리의 성장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마켓컬리처럼 ‘신선식품’에 특화된 업체였지만 대형 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흔들린 스타트업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의 사례다. 미국 뉴욕시를 거점으로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요리에 필요한 신선식품 재료를 묶음 배송해주는 밀키트(Meal-kit) 사업을 하는 회사다. 2017년 상장까지 수많은 찬사를 받은 이 기업은 현재 IPO 실패의 대표사례로 평가받는다. 상장 당시 2조 원이 넘었던 기업 가치는 1년도 안 돼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루에이프런 실패의 표면적인 이유는 고객 이탈에 따른 주문 감소이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존이나 월마트와 같은 유통공룡의 시장 진입 소식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블루에이프런이 IPO를 발표하기 2일 전, 식료품 업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137억 달러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신선식품 유통을 위한 관문을 마련했다. 그전에 이미 아마존은 아마존프레쉬(Amazon Fresh)로 신선식품 물류 역량을 다져놓았음은 물론이다. 월마트 또한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신선식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류스타트업 ‘파설(Parcel)’을 인수했으며 샘스클럽(Sam’s club)용 당일배송 서비스를 위해 인스타카트(Instacart)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농장자동화용 드론 기술의 특허출원, 음식물 안전 관리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 신선식품 사업의 공급망을 효율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7
마켓컬리 또한 신세계,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시장에 진입할 경우 블루에이프런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실제 강력한 오프라인 매장과 공급망(Supply Chain), 공급자에 대한 강력한 구매력, 잘 갖춰진 물류 센터(Fulfillment Center)를 갖춘 대형 기업이 들어올 경우 마켓컬리의 성장에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8
“마켓컬리는 한국에서 ‘블루에이프런’과 수시로 비교되는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체입니다. 마켓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신선식품 산업의 틈새시장을 노린다기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모델로 보입니다.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대량고객 확보로 보전해야 하는 전형적인 유통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다지며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준 선점업체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기존 한국 유통공룡의 ‘데이터 경영’이나 ‘풀필먼트센터’ 역량이 마켓컬리에 비해 뒤진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 마켓컬리의 시장 선점도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선식품 배송사업은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아서 기존 유통공룡들이 언제라도 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 대표
마켓컬리의 자신감, 시행착오 끝에 얻은 ‘독자적 인프라’
마켓컬리의 자신감은 경쟁사에 비해 선제적으로 구축한 콜드체인 물류 역량에서 나온다. 마켓컬리 이전에는 주문마감 이후 입고, 분류, 배차, 배송, CS에 이르는 ‘전 과정’에 콜드체인을 적용한 업체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진입하더라도 당분간 마켓컬리가 더 앞서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간 기존 사업자들이 온라인 신선식품 물류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 때문이었다. 특히 소규모 업체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류과정의 완성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결국 고객 만족도 감소로 이어지고 매출 확대의 장애물이 된다.
그렇다고 아웃소싱을 선택하기에는 관련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해줄 수 있는 사업자 또한 없다. 식품 물류는 상온 상품 물류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상온 상품의 경우, 국내 어느 택배사에 대행을 맡기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다음날이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식품 물류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CJ대한통운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기존 대리점을 아웃소싱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 축면에서도 냉장차량이 아닌 상온차량과 스티로폼 포장으로 신선도를 보장하지 않는 새벽배송을 운영할 뿐이다.
마켓컬리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상품의 주문부터, 분류, 배송, 앱을 이용한 CS 처리까지 가능한 e-SCM을 자체 개발해 파트너사에 배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켓컬리만의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주문처리 프로세스, 샛별배송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노하우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배송대행과 효과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9
마켓컬리가 이렇게 콜드체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는 숱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마켓컬리에 인수되기 이전 데일리쿨의 배송방식은 엄밀히 말해 새벽배송이 아니었다. 저녁 8시에 배송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10시간이라는 넉넉한 배송가능시간 덕분에 특정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수량이 급증하는 일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상품이 장시간 배송상태에 머물게 되므로 상품의 신선도 유지에 완벽을 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주문마감(Cut-off)을 오후 6시 정도에 맞추어야 하는 것 역시 고객 편의성을 떨어뜨렸다.
마켓컬리는 과감하게 배송시간을 새벽 1시부터 새벽 6시까지, 5시간으로 반토막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객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주어진 미션은 당연히 기존 10시간 동안 배송했던 물량을 5시간 만에 배송하는 일이었다. 물리적 한계는 배송차량을 늘리는 것으로 극복했지만 그에 따른 비용문제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라우팅(Routing: 지정 권역 내에서 가장 빠른 배송 루트의 순차적 설정)이 포함된 TMS(운송 관리 시스템)이다. 요컨대 이런 과정을 통해 발주부터 입고, 주문처리, 분류, 배차, 출고, 배송에 이르는 신선식품 이커머스의 공급망 관리(SCM) 전반의 문제점을 직접 겪고 혁신해왔다는 게 마켓컬리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놓은 역량은 추후 대기업과 경쟁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마켓컬리만의 자신감이 되었다.
“마켓컬리 홈페이지 오픈 첫날 주문건수는 ‘9건’이었습니다.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고, 큰 기대도 없었지만 9건은 너무 적은 수치였긴 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렀고 2016년 연말에 확인한 주문건수는 3,800건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였습니다. 이는 쇼핑몰 페이지 구성부터 초기 상품 구성, 전략 MD 콘텐츠(Front)와 현장운영(Back)의 연결, CS 정책수립, 물류 구축 등 물류팀뿐만 아니라 마켓컬리 구성원 전체가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입니다. 관련된 일화가 있습니다. 2015년 7월까지, 충주에 있는 장안농장 센터에서 재고를 입고 받아 이를 합포장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으로 합포장이 완료된 상품을 입고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이 과정에서만 2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가장 합리적인 주문마감 시간이 밤 9시였습니다. 센터가 충주에 있는 상황에서 주문마감-배송완료 시간이 10시간이 채 안되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 역시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 이성일 전 마켓컬리 로지스틱스 리더
마켓컬리가 많은 비용을 투자해 선제적으로 구축한 인프라는 기존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신선식품 이커머스 시장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이미 구축한 수십여 개의 물류센터와 2,000여 대가 넘는 배송차량을 냉장화 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같은 경우도 냉장 역량이 없는 3PL(제3자 물류) 배송업체에 배송을 의존하고 있기에 라스트 마일 콜드체인의 완성은 요원해 보인다. 상온상품을 다루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기존 이커머스가 신선식품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40~50% 이상의 추가비용을 내고 ‘콜드체인’ 역량을 확충할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다.10
비용이라는 숙제, 공유로 푼다
콜드체인 인프라 구축 및 물류 내재화로 만든 마켓컬리의 고도화된 서비스는 한편으로 빠른 매출 상승을 견인했지만 반대급부도 있었다. 국내 최초의 물류 시스템을 운영한 것에 따른 막대한 운영비용 지출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대주회계법인이 지난 3월 26일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2월 31일로 종료된 보고기간 내 순손실 126억 원이 발생했고, 보고기간 종료일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20억 원 초과했다. 보고 기간 기준 현재, 마켓컬리의 재무 상태는 누적결손으로 인해 총부채가 총자산을 13억 원 이상 초과한 자본잠식 상태이다.
마켓컬리의 순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물류’였다.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켓컬리의 물류비(운반비+포장비+차량유지비)는 약 96억 8,74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항목 중에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운반비(약 55억 6,686만 원)로, 인건비(급여)인 44억 1,875만원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마켓컬리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유’를 선택한다. 마켓컬리가 자사를 위해 구축한 신선물류 인프라를 외부업체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12월 론칭한 물류대행 서비스인 컬리프레시솔루션이 그 시작이다. 이는 이커머스 업체가 역으로 물류에 진출한 사례로 아마존이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전 세계 셀러들의 상품을 입고 받아 국경을 허문 이커머스 물류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이나 징동이 자사를 위해 구축한 물류 시스템을 자회사 징동물류를 설립해 물류역량이 필요한 외부업체들에 공개한 방식과 유사하다.
사실 마켓컬리는 컬리프레시솔루션 론칭 이전부터 물류센터에서 외부업체의 물량을 다루고 있었다. 마켓컬리가 데일리쿨을 인수했던 당시 데일리쿨이 처리하고 있던 12개의 외부업체 물량 관리 또한 마켓컬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관리하게 된 외부업체의 물량은 마켓컬리의 자체 물량이 부족하던 초기에는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컬리프레시솔루션은 지금껏 마켓컬리가 200만 건 이상의 주문과 배송을 처리하면서 고도화된 역량을 온라인에서 식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외부사업자에게 공유하고자 론칭한 것이에요. 대부분 온라인으로 식품을 팔고자 하는 분들의 역량은 ‘제조’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물류가 고민이라면 컬리프레시솔루션이 보관대행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줄 수 있어요. 컬리프레시솔루션은 당일 입고된 물건을 12시간 안에 배송하는 가장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프로세스 전 과정이 100% 콜드체인으로 진행되는 국내 몇 안 되는 물류대행입니다. 환자식, 이유식, 반찬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제품 품질과 직결되는 온도관리에 민감한 제약회사 같은 경우도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는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에 제공하는 자체물류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택배사 이상의 효율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강남구에만 배송차량 10대, 마포구의 경우 4대, 성남시에는 5대가 배치되었다. 아파트 4개만 돌면 배송이 끝나는 배송기사도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많은 핵심지역의 경우 이처럼 택배수준의 자체물류망을 촘촘하게 갖춘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배송에 택배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으로 진행할 경우, 일 처리량이 3,500건 정도는 되어야 BEP를 넘길 것이라 예측했다. 아직까지 마켓컬리 물류가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규모가 더 커지면 택배 이상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켓컬리가 공유 역량을 기반으로 ‘오픈마켓’ 비즈니스에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마켓컬리는 자사가 판매하는 모든 물량을 ‘직매입’하여 판매하고 있지만, 컬리프레시솔루션을 통해 더 많은 외부 화주가 마켓컬리의 물류 인프라를 공유한다면 그 상품들 중 괜찮은 것들은 마켓컬리 플랫폼에서 함께 판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미 ‘아마존’이나 ‘징동’이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최근 마켓컬리는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리빙, 헬스/뷰티, 유아동 등 ‘공산품’도 판매하고 있으며, 그 비율을 늘리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마켓컬리에서 식품을 주문하는 핵심고객이 주부이라는 점에 대응한 일이다. 핵심 고객이 신선식품 구매와 함께 부가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기대되는 파생상품들을 자연스럽게 추가하는 과정인 것이다.
요컨대 앞으로 기존 3,000여 개의 마켓컬리 SKU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나는 SKU(판매품목)를 관리할 수 있는 로직은 이미 마켓컬리가 구축한 WMS상에 설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SKU의 수가 3,000개이든 1만 개이든 ‘공간’만 있다면 문제없이 물류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마켓컬리의 설명이다. 이런 자신감이 바로 마켓컬리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이라는 3PL 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참고
Q1. 대형 유통 기업들이 도입하지 못한 시도 중 마켓컬리가 스타트업으로서 할 수 있었던 시도에는 어떠한 것이 있으며, 그 같은 시도를 선택한 의사결정의 동기(motive)와 동력(driving factors)은 무엇인가?
마켓컬리는 서비스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높은 비용의 콜드체인 물류 투자를 감행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에 따르면 만약 마켓컬리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사업자가 있었다면 기꺼이 아웃소싱을 선택했겠지만, 그런 사업자는 없었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있었지만 완결된 의미의 ‘콜드체인’ 사업자는 없었다. 그런 아웃 소싱이 가능한 업체가 있었다면 마켓컬리의 새로운 시도 또한 없을 것이다. 마켓컬리가 원하는 서비스 역량이란 신선식품 주문마감 이후 물류의 전 과정을 콜드체인으로 제공하는 것, 그리고 고객이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새벽까지 배송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에 없었고 마켓컬리가 콜드체인에 투자하게 된 핵심동기(motive)가 되었다. 콜드체인 투자를 위한 동력(driving factors)은 철저한 준비였다. 마켓컬리는 콜드체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먼저 인수합병을 통해 자사가 보유하지 못한 역량을 확보해나갔다. 새벽배송 물류 역량을 가진 물류기업 데일리쿨을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성일 (현)팀프레시 대표는 당시 마켓컬리 임원이자 로지스틱스 리더로서 마켓컬리 물류조직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또한 마켓컬리는 시스템 아웃소싱을 선택하지 않았다. 마켓컬리가 원하는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존 사업자가 없었던 것처럼,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제공해줄 수 있는 사업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의 시스템은 지난 2013년 김슬아 대표의 컨설팅 경험을 기반으로 초안이 설계됐다. 바로 ‘직매입 기반의 온라인 신선유통 시스템’이다. 당시 국내에는 현재의 마켓컬리와 같이 신선식품을 온라인을 통해 대규모로 판매함과 동시에 유통기한을 관리하며 실시간 선입선출을 했던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마켓컬리가 초기 시스템 설계를 위해 닐슨 등 리서치업체에서 고객 구매 데이터를 구입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SKU가 15개인 시절부터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마켓컬리는 수요예측 시스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창고관리 시스템),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수배송관리 시스템), 전방 쇼핑몰 시스템 등 총 4개의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구축해냈다.
Q2. 유통업의 특성상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 진입 및 장악에 있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바, 현존하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신선식품시장 진입은 마켓컬리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마켓컬리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혹은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을 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은 무엇인가.
대기업의 신선유통 시장 진입은 마켓컬리가 당면할 수 있는 최대의 위기다. 마켓컬리는 이를 위해 ‘완결된 콜드체인’이라는, 세상에 없는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자본만 투하된다면 구축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라면 그간 대기업이 시도를 안 한 것이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마켓컬리에 분명한 위협이다. 블루에이프런이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이후 몰락했던 것처럼 말이다. 대기업 진입을 가볍게 막아낼 완벽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이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마켓컬리가 차기 사업 확장의 길로 모색하고 있는 오픈마켓은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켓컬리는 이미 자사 플랫폼을 통해 신선식품 이외의 상품을 팔고 있다. 헬스케어, 주방, 유아동 용품과 같은 품목들이 그것이다. 이는 마켓컬리의 주고객인 30대 여성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추가한 것인데, 신선식품 수요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확장하는 오픈마켓은 커머스 시장의 또 다른 모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품목들의 특징은 굳이 ‘새벽’에 배송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샛별배송이 아니라 외부 택배업체를 통해 배송을 해도 무방하다. 당연히 직매입을 통해 재고부담을 감수할 이유 또한 없다. 나아가 셀러들의 상품을 입점시켜 ‘오픈마켓’ 형식으로 판매하더라도 새로운 수익모델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추후 대기업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안착할 경우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켓컬리만의 생존방식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렵다. 물류가 마켓컬리 성장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물류는 마켓컬리에 비용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안겨줬다. 그것을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로켓배송으로 성장한 쿠팡이 로켓배송을 대체하는 ‘쿠팡플렉스’라는 공유물류 서비스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마켓컬리 또한 쿠팡과 같은 대안을 찾아, 아니 그것을 넘어 거대자본의 공격 속에서 살아남는 후발 유통업체의 생존 모델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
[주석]
1. 2018년 6월 기준 BGF가 유상증자를 통해 헬로네이처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50.1% 지분)
2. ‘구글·애플’ 키운 세콰이어, 마켓컬리에 베팅한다(이데일리, 180603)
3. ‘마켓컬리 운영’ 더파머스, 프리IPO로 670억 조달(더벨, 180608)
4. 콜드체인 : 원자재 공급부터 라스트 마일 배송까지 가치사슬 안에서 사업자가 원하는 적정 온도를 유지, 모니터링하며 최종 사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 냉장차량, 신선포장,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다방면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국내의 경우, 가치사슬 전체를 포괄하는 완전한 콜드체인 물류를 수행하는 물류기업은 아직 없다.
5. 페덱스(FedEx)에서 기원한 물류효율화 전략. 중앙허브에 화물을 모아서 지역별로 분류하고 재차 배송하는 방식. 국내 택배는 각 지역에서 소형 택배차량들이 집하한 화물들을 간선운송차량을 통해 대전 등지의 물류허브에 화물을 모아 지역별로 분류, 간선 운송하여 최종 배송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때문에 택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익일배송’ 시스템을 취할 수밖에 없다.
6. 이성일은 추후 마켓컬리 창립 초기 멤버이자 마켓컬리 로지스틱스 리더로 활동한다.
7. 상변화물질(Phase Change Material): 어떤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고체, 액체에서 기체, 기체에서 액체 등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하는 물리적 변화를 통해 열을 축적하거나 저장한 열을 방출하는 물질.
8. 마켓컬리는 블루에이프런이 아니다(CLO, 180509)
9. 새벽배송엔 언제쯤 ‘새벽’이 올까(CLO, 170529)
10. 신선식품에 도전장 내민 (구)소셜3社, ‘콜드체인’의 숙제(CLO, 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