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분당 지역의 주요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바른세상병원 개원 초기에 병원장이 수행한 미션 기반 전략(Mission-Driven Strategy, 이하 MDS)을 탐구한다. 바른세상병원 사례는 기본적인 경영 과목을 이수한 대학 3~4학년과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기업가정신, 경영전략 및 마케팅 전략 수업 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MDS의 의미는 영리기업, 비영리기업, 사회적기업 등 조직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티칭노트에서는 먼저 미션 기반 경영(Mission-Driven Management, 이하 MDM)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 설명 하고, 바른세상병원 사례에 해당하는 MDM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자 한다.
본 사례는 학부생과 MBA 학생을 대상으로 MDS 프로세스(미션 설정–고객과 고객 가치 결정–기대 결과 설정과 전략 수행)별로 바른세상병원의 병원장이 가졌던 생각,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렸던주요 의사결정, 그리고 미래의 도전에 관한 이해와 학습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즉, 이 학습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역량이 부족한 초기의 소규모 병원이 수행하는 MDS와 비즈니스 가치를 중요시하는 영리기업의 전략 수행을 비교하여 그 차이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본 사례의 학습 목표이다. 나아가 본 사례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병원의 경제적·비즈니스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의 윈–윈 영역 (win-win zone)을 넓힐 수 있게 하는 MDS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를 제공한다.
본 사례는 바른세상병원이 2004년 8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문을 연 후 2006년 2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승격 신청을 할 때까지의 사업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사례는 원장이 처음 분당 야탑역 3번 출구 인근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 2층에서 7명의 직원을 데리고 병상 29개를 갖춘 의원을 개원하게 된 계기, 병원을
둘러싼 환경, 원장의 포부, 병원 운영의 어려움과 주위의 조언, 우연한 상황·계기와의 조우(遭遇), 원장의
앞으로의 고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Q1. 개원 당시 서동원 원장이 생각한 바른세상병원의 미션은 무엇이었으며, 다른 정형외과병원들과 어떤 점이 달랐는가? 또 전략 수립에서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환경분석을 서동원 원장은 어느 정도로 수행했다고 생각하는가?
Q2. 바른세상병원은 어떤 고객에게 주력했고, 고객 가치는 무엇이었으며, 미션과 고객 가치는 어느 정도로 연계되어 있다고 평가되는가? 이러한 고객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Q3. 바른세상병원의 병원장은 기대결과 설정과 전략 수행 측면에서 적은 내원 환자 수, 청소년 축구 국가 대표팀 팀닥터 활동, 체외충격파치료기 도입 등의 결정과 관련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었다. 병원장은 이 어려움과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였으며, 이러한 해결 방법은 병원의 미션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가?
Q4. 서동원 원장과 바른세상병원은 의사 관리에 있어서 어떠한 원칙을 지켜나갔으며, 향후 이러한 고민 (의사 등 직원 충원, MRI·전자수술현미경 등 진단·수술·치료에 필요한 장비와 치료 후 재활치료에 대한 투자)에 대해 어떠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올바른 마음과 능숙한 손으로 – 바른세상병원의 미션 기반 전략
2004년 8월 분당에서 29개 병상을 가진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업한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은 2006년 2월 70개 병상의 병원급 의료기관 바른세상병원으로 승격 신고를 앞두고 있었다1). 바른세상병원의 서동원 원장은 이 상황이 그저 고맙기만 했다. 2005년 봄까지만 해도 병원을 폐업하고 다시 봉직의(pay doctor)나 교수 자리를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언젠가 근골격계 진료·치료 및 수술의 최고 권위자가 되어 이 분야 최고이자 바른 원칙을 고수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병원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막상 개원 후 환자가 별로 없어서 수많은 고민을 해야 했고, 위기의 순간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렇게 힘들었던 지난 기억들을 뒤로 하고 서 원장은 바른세상병원의 승격 후 사용할 새로운 브로슈어의 인사말을 정리해 나갔다.
바른세상병원의 소망과 다짐. 2년 전, 제가 7명의 직원과 함께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을 개원했을 때 눈여겨본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환자의 아픔을 덜어드리겠다는 소망으로 묵묵히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환자들이 있었기에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은 이제 바른세상병원으로 확장·개원합니다. 미국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오 클리닉의 슬로건은 ‘환자가 우선(The patient comes first)’입니다. 바른세상병원에 묻는다면 ‘환자가 중심’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아직은 더 많이 발전해야 하지만 바른세상병원은 태생부터 비수술과 수술의 조화를 이룬 병원입니다. 저희 의료진은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해왔으며, 이 원칙은 과거, 지금,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바른세상병원이 굳건하게 지켜온 또 다른 가치는 ‘바른’이라는 말입니다. ‘바르다’는 ‘올곧다’, ‘정도(正道)를 간다’는 뜻이며,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바른세상병원은 바른 자세가 건강의 기본임을 믿으며, 바른 진료가 치료의 왕도(王道)라고 확신합니다. (후략)
인사말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병원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들이 떠올랐다. ‘올해에 환자는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인가?’,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은 몇 명이나 뽑아야 하나?’, ‘어떤 새로운 장비들을 도입해야 할까?’, ‘다 큰 돈이 들어가는 일들인데, 어떠한 기준으로 결정을 해야 하나?’, ‘의사로서의 직무 외에 직원을 충원하고 장비를 확충하는 일들도 내가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늘어나도 바른 진료와 치료라는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며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서 원장은 내일 예정된 진료와 수술을 소화하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본다.
창업자 서동원 원장
서울에서 태어난 서동원 원장은 1990년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재활의학 전공의 수련을 거쳐 1996년 재활의학 전문의(專門醫)가 된다. 그 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재활의학 과장으로 일하던 중 1997년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스턴 어린이병원으로 유학·연수를 가서 2년간 스포츠의학 및 근골격계 질환의 진단 및 치료법을 공부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의과대학 교수나 대학병원 의사들이 거쳐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학·연수를 다녀온 후 다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형외과 전공의 수련을 거쳐 2003년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두 번째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러한 행보는 의사들이 통상적으로 거치는 경력경로와는 다른,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길이었다.
원래 의과대학 시절 서 원장의 꿈은 근골격계를 대표하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 정형외과 지원자가 너무 많아 차선책으로 재활의학과를 선택했었다. 다행히 스포츠 마니아인 그에게 재활의학(그 중 스포츠의학)은 적성에 잘 맞았다. 이후 질환치료에 관한 지식을 쌓고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으로 유학·연수를 간 서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 스포츠과학 및 재활의학 과장 옆에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 그 과장 밑에서 일하던 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의 나이가 40세가 넘은 것을 보고 서 원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저 자신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근골격계 최고의 의사가 되겠다는 원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정형외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정형외과 전문의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 때문에 정형외과를 지원했던 후배들과 교수진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웃음).”
– 서동원 원장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재활의학 전문의 겸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복수면허 의사자격증(double board certified doctor)을 지니게 된 서동원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후 500병상 규모의 울산병원을 거쳐 서울 안세병원에서 봉직의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신의 포부를 펼치기 위해 개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가 2003년 말 무렵이었다.
정형외과병원 개원을 둘러싼 사업 환경
전문의이기는 하지만 전문 경영자는 아니었던 서 원장은 개원 당시 병원을 둘러싼 사업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그가 개략적으로 생각했던 개원 당시의 환경요인들에 대해 살펴보자. 그 당시 국내에서, 나아가 서 원장의 생활 연고지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부근에서 정형외과를 개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먼저 정형외과를 개원하는 데 유리하게 보이는 기회 요인은 근골격계(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질환, 즉 관절과 척추 관련 질환)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다(Exhibit 1, Exhibit 1-1, Exhibit 2). 이 추세는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Exhibit 3)(Exhibit 4). 65세 이상의 인구 현황과 노령화지수를 보면 서울, 경기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근골격계 환자의 증가는 스포츠, 등산 등 야외 체육활동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Exhibit 5). 이러한 기회 요인에 대한 추세는 1990년대에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2).
그렇다면 병원은 얼마나 늘어났을까? 먼저 (Exhibit 6)과 (Exhibit 6-1)은 병원 유형별 병원 개수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병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병원 유형별, 지역별(서울과 경기)로 차이가 있었다. (Exhibit 7)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정형외과 등 병원 수 추이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주요 관절·척추 병원 관련 현황은 (Exhibit 8)과 (Exhibit 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근골격계 환자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반적으로 정형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상황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더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첫 번째로,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특정 진료를 중심으로 대형화된 병원, 네트워크병원3), 병원급 의료기관, 의원급 의료기관 등 병원 유형별로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병원 간의 경쟁 강도는 병원 유형과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환자의 관점에서 보면 질환의 정도, 병·의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 방문 편의성 등의 요인들이 환자가 어떤 병원을 선택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질환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대학병원을 포함해 유명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및 우리들병원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척추·관절 분야의 대형병원으로 이름을 알려온 병원이 환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생각해봐야 할 점은 대형 전문병원도 특정 지역에서 병원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Exhibit 8, Exhibit 9). 이는 병원에 있어 일반적으로 지역 기반의 경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한편 (Exhibit 10)은 정형외과 등 관련 과 전문의 수 추이를 보여주는데, 관련 병원 수 추이(Exhibit 8)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료업은 국민보건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가 엄격히 규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대한민국 의료법은 수시로 개정되어 왔으며, 그 주요 내용은 의료기관의 정의와 구분, 의료서비스 품질과 전문성 증진을 위한 제도, 투명성과 공익성 증진을 위한 제도의 강화이다(각주 1, Exhibit 8과 Exhibit 9의 각주). 국가 통계에서도 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불만 요인을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추적·조사해오고 있다(Exhibit 11). 전반적으로 환자들은 비싼 의료비, 미흡한 치료 결과, 긴 대기 시간, 불친절, 과잉진료, 불성실한 진료 등을 주요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한편 이러한 불만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Exhibit 8)과 (Exhibit 9)를 살펴보면 척추·관절 병원들의 경쟁이 어느 정도로 치열한지를 간접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서동원 원장은 개원 당시 이와 같은 자료들을 조사하거나 사업 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즉, 서 원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이 자신의 생활 연고지라는 점, 분당에 있는 기존 정형외과병원들과의 경쟁 현황,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실력을 감안할 때 분당이 정형외과 의료업을 하기에 그리 나쁜 위치가 아니라는 정도의 판단만으로 병원을 개원했다.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의 개원
서동원 원장과 병원의 포부
보통 개업을 준비하는 의사들에게 ‘병원 개업의 목표가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병원을 운영하고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이 봉직의가 받는 급여의 1.5~2배 정도 되면 개업에 성공했다고들 한다’며 수입을 개원의 목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병원을 만들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을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목 좋은 자리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최종적으로 바라는 모습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병원을 잘 운영해서 경제적 부를 축적한 후 빨리 은퇴해서 노후를 즐기고 싶다고들 한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의 진료·치료 실력을 믿는다고 한다4).
이러한 생각과 말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도 “금전적 보상이 전혀 주어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 직업을 포기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치료라는 행위에 금전적 보상이 전혀 주어지지 않으면 누가 의사라는 직업을 갖겠는가? 언론, 정부, 시민단체도 흔히 의사들이 진료실을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2009년 12월에는 우리나라 지식경제부장관이 한 단체가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다 –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의료사업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5)
반면, 의사들이 하루하루 진료실을 지키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다양한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많다. 사람들이 다양하듯 의사의 성향도 가지각색이며,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와 치료를 손에서 놓지 않는 의사들도 많다. 그리고 훌륭한 의사의 마음속엔 공통적 가치관이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사람들 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의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심지는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그래서 환자가 회복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 의사에게는 매우 큰 보람인 것이다6).
위의 이야기들에 따르면 의사의 기본적인 경쟁력은 오랜 시간과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의술을 펼치는 데 있어 경제적 성과, 전문가로서의 명성 획득과 양심,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간의 관계에서 흔히 갈등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종종 의학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7).
서 원장이 안세병원에서 봉직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평소에 품고 있었던 포부를 자신의 의지대로 펼치기 위해 개업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 때는 대략 2003년 말 무렵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포부는 무엇이었을까?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전문의 면허를 동시에 보유하고 오랜 임상·진료·치료·수술 및 연구 경험을 가진 서 원장은 당연히 자신의 지식과 실력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겸손한 성격을 지닌 그는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환자는 몰라도 전문가인 의사들끼리는 상세한 이력을 보고 얘기를 나눠보면 서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의사들의 출신 대학과 치료·수술 실력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 서동원 원장
그는 개원을 하면서 언젠가는 근골격계 진료와 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의사가 되고, 자신이 개원하는 병원 또한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포부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경제적 성과와 양심,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간의 관계에 대해 서 원장은 어떤 입장을 가졌을까? 그의 소신은 그가 지은 병원 이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바른세상병원이라는 이름에 들어간 ‘바른’이라는 개념과 가치 말이다. 이러한 그의 소신은 사례 초반에 소개된 브로슈어에 잘 반영되어 있다. 서 원장은 이 브로슈어 내용의 대부분이 개원하면서 채용한 7명의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라고 했다. 환자 중심, 바른 진료와 치료(비수술치료와 수술치료의 조화, 즉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 각각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하여 제공), 진료와 치료를 하는 데 있어서 정도(正道)로 가기8) 등이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양심으로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2마리 토끼를 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외과의사의 자세와 관련된 꽤 오래된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훌륭한 외과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과 여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는 속담이에요.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독수리의 눈 같은 날카로운 판단력, 사자의 마음 같은 담력, 그리고 여자의 손 같은 부드러움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대학시절에 처음 이 말을 들은 저는 ‘의대 교수든, 개업의든 훌륭한 외과의사란 냉철한 머리, 빠르고 능숙한 손, 그리고 따뜻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해석하고 의사로서의 제 인생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의사들 중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꽤 많습니다. 냉철한 머리와 빠르고 능숙한 손을 가진 사람은 그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꽤 있습니다. 이 조건만 있어도 자기 분야에서 꽤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냉철한 머리, 빠르고 능숙한 손, 따뜻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진 의사는 그보다는 드뭅니다. 다시 말해, 말은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운 것이 올바른 마음을 갖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죠.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제 성격인지는 몰라도, 아니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저는 능숙한 손 기술(실력)과 함께 올바른 마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왔고, 이를 제가 개원한 병원에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 서동원 원장
서 원장은 이러한 이야기를 직원들에게도 자주 했다.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서 병원은 그들의 일터이고, 일터의 우선 조건은 월급을 제때에 제대로 받는 것이었기에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직원들에게는 은근히 자신의 실력과 자신감을 어필했다고 한다. 서 원장은 개원 초기에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요지는 “이렇게 올바른 뜻을 가지고 직원 여러분들과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성남·분당 지역 최고의 정형외과를 넘어 대형 척추·관절 병원 수준에 못지않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전문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였다.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 개원
2004년 8월, 서 원장은 드디어 7명의 직원과 함께 분당 야탑역 3번 출구 인근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 2층에 병상 29개를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인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의 문을 열었다(Exhibit 12). 의원급 의료기관 대신 서 원장이 선택할 수 있었던 개원 방법으로는 병원급 의료기관 수준의 병원(혼자 또는 동업)과 네트워크병원의 분원 형태가 있었다. 사실 1990년대부터 이 당시까지 네트워크병원의 분원을 설립·운영해 성장한 병원들이 꽤 있었다.
개원 당시 서 원장도 다른 형태로 병원을 개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서 원장은 상당히 잘 성장한 병원들을 눈여겨봤다. 그 중 큰 규모로 설립·운영하는 방식이 있었다. 특히 정형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는 몇몇 의사들이 동업 방식으로 큰 병원을 설립·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병원 주변에서는 종종 자연스럽게 기존의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병원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여러 병원이 힘을 합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동업으로 병원을 설립·운영하다가 갈등이 생겨 헤어졌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갈등의 원인은 주로 경제적 성과와 관련이 있었다. 서 원장이 보기에 네트워크병원은 병원 설립 및 운영에 있어서는 효율적일 것 같지만 운영의 자율성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즉, 서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마음과 꿈을 가지고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가 머릿속에 그렸던 병원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많은 고민이 생겼다. ’근골격계 진료·치료에 있어서 최고의 병원’이라는 비전은 다른 의사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른 진료’라는 개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데 있었다. 일단 이런 추상적·이상적 가치를 얘기하는 순간, 듣는 의사들의 머릿속에는 아마 ‘그야 당연하지. 그런데 본론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만약 ‘비수술치료와 수술치료의 조화’ 등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의사들은 서 원장을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제적 성과와 양심,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많은 의사들은 경제적 성과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서 원장은 솔직히 병원을 크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큰 규모로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200억 원 정도의 재원이 투입돼야 했다. 그는 크게 병원을 시작한다면 크게 성공하거나 아니면 크게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작게 시작하면 작게 성공하겠지만 차츰차츰 커 나가면 된다. 만약 망하면 다시 봉직의나 교수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련해야 할 재원도 재원이지만, 금융비용 등 재원에 대한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과잉진료, 필요 이상의 수술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렇듯 적잖은 고민을 했으나 의외로 결론은 쉽게 났다. 결론은 ‘단계별로 천천히 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그의 머릿속 한편에서는 ‘단계별로 가서 어느 세월에 어떤 방법으로 우리나라, 아니 성남·분당 지역에서 손꼽히는 근골격계의 최고 병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았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바른 진료와 치료를 위해 존재하는 병원’, ‘근골격계 최고의 의사와 병원’이라는 이상, 포부, 꿈, 목적은 담대했지만 개원 후의 현실은 냉담하기만 했다. 시련은 금세 찾아왔다. 개원 후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환자 수는 늘지 않았다. 석 달째가 되자 서 원장은 ‘병원 개원 당시 내가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목적과 꿈만 생각했나? 병원도 경영이 필요한데, 내가 너무 경영을 모르는 건 아닐까? 나는 병원 운영의 현실을 너무 무시한 이상주의자인가?’ 하는 생각, ‘병원을 개원했다 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바른 진료라는 가치는 정말 실행될 수 없는 것일까? 이런 수준으로 가다가는 병원 문 닫고 다시 봉직의 생활을 하거나 교수직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비록 많지는 않아도 하루 종일 내원하는 환자들을 진료·치료하고, 가끔 관절 수술도 했기 때문에 피곤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 원장은 어려운 병원 상황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개원 후 석 달쯤 지난 어느 날, 서 원장은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스스로 병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개업해서 나름 성공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위의 선배와 친구들을 초대해 조언을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하여 2004년 10월 말 저녁 무렵에 서 원장의 친한 지인들이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에 모였다. 서 원장과 그의 지인들은 함께 병원을 둘러본 다음 병원 근처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개원을 축하하는 건배사와 덕담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런 와중에 서 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사실 개원하고 나서 열심히 한다고 하고는 있는데 환자가 늘지 않습니다. 요즘 이 고민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안 옵니다. 이러다가 병원 문 닫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여러분은 개원 선배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자리도 잡으셨으니 기탄없이 제게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서 원장의 말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평소 괄괄한 성격을 가진 한 선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의원 수준으로 개업해 나름 성공하기 위해선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아야 해. 그리고 집중적인 광고와 홍보를 통해 3개월 정도 지나면 하루 기준 내원 환자 100명, 6개월에 150~200명, 이후 1년 사이에 250명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일단 내가 보기에는 마케팅과 홍보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입지 선정에 있는 것 같네. 성남·분당, 특히 요즘 이 근처에서 좀 잘나간다 하는 S병원이나 SN병원을 보게. 일단 목이 좋단 말이야. 여기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메인 도로 뒤의 이면도로라 환자가 쉽게 알고 찾아올 수 있는 곳은 아니란 말이지…….”(Exhibit 12 ) 선배의 말을 서 원장의 친구가 이어 받았다.
“위치와 입지를 바꾸려면 또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입지 탓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 또 여기 위치도 유동인구가 그리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명하기도 편합니다. ‘분당차병원 뒤, 하이마트 옆 건물.’ 그보다 요즘 유능한 병원 컨설턴트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도움을 꽤 받았습니다. 서 원장, 내가 좀 알아보고 소개시켜줄까? 내 생각엔 위치는 놔두고 병원 경영 분야 전문가들에게 컨설팅을 받으면서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하면 그래도 돌파구가 보일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얘기를 꺼냈는데, 그는 심각한 대화 분위기를 일순간 유쾌하게 바꿔버렸다.
“서 원장이 원래 좀 늦게 발동 걸리는 스타일이잖아. 나이 40 넘어서 정형외과 전문의 공부를 다시 시작한 서 원장의 뚝심을 누가 막겠어. 병원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잘 되리라 확신하네. 다시 한 번 잘 되리라 굳게 믿으면서, 그런 의미에서 제가 축배 제의를 하겠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서 원장은 술기운 때문에라도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인들의 얘기가 생각나서인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서 원장은 지난밤에 들은 조언들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업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일 내원 환자 수 20명, 석 달이 지난 요즘의 환자 수 30명. 나는 병원 홍보와 마케팅에 돈을 쓰는 것은 정말 싫은데…… 돈이 부족하기도 하고, 돈이 있다 해도 우선순위는 병원의 핵심 서비스인 진료와 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 써야 할 판인데…….’
그 당시 서 원장은 의료업에서 광고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 장사나 사업처럼 광고와 홍보를 한다고 병원에 환자가 얼마나 올 것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늘어나는 환자들이 얼마나 병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단순히 내원 환자의 숫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관절치료보다는 질환의 정도가 복잡하고 어려워도 그에 적합한 진료와 치료를 제공하는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추구하는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어찌 보면 서 원장 자신이 믿는 ‘바른 가치’를 고수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 서원장은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당시 총무·원무 업무를 맡고 있던 유종성 과장을 불렀다. 그리고 야탑역 3번 출구와 주변 아파트 단지 및 상가 등에 홍보 전단지 배포와 포스터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을 지시했다. 광고·홍보 효과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주변 지역에는 좀 더 병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서 원장은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그 당시 제가 했던 생각은 이런 것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을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잊지 말자. 어차피 떼돈 벌려고 개업한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내 진료·치료 실력을 믿자.’ 내원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시간적 여유가 꽤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활용해서 내 가족을 진료·치료하듯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환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상태이며, 치료 방법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는데 환자 상태에 가장 좋은 치료 방법(수술치료든 비수술치료든)은 이런 것이다’ 하는 식으로 환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비유를 들면서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치료 후의 상황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치료 후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사후 관리 방법, 평상시의 생활 요령, 필요한 비타민 복용법, 식사법, 운동법 등을 주로 얘기했는데, 이러한 설명 패턴이 습관이 되었는지 요즘도 환자들에게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 당시 이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처음 내원한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이 썰렁한 것보다는 대기 환자가 어느 정도는 있어줘야 병원 수준을 신뢰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환자가 적은 상황에서 너무 진료를 빨리 끝내면 병원이 썰렁해 보일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많이, 시간을 들여서 설명한 것도 있어요.”
– 서동원 원장
그러다 보니 병원 광고·홍보 효과에 대한 그의 의구심은 더 강해져 갔다. 대신 입소문 효과가 조금씩 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처음 내원하는 환자들 중 주위의 친척이나 친구에게서 얘기를 듣고 방문한 환자들이 점점 늘어났던 것이다. 환자가 와서 진료와 치료를 잘 받고 ‘좋더라’, ‘잘 낫더라’라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이 주위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는 의료서비스 계의 오래된 규칙을 서 원장도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서 원장은 자신의 이상, 꿈, 목적을 다시 한 번 다지게 된다. ‘결국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의료행위라는 실체가 환자 수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즉 의사는, 특히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각각의 환자에게 맞는 올바른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주사요법이든, 비수술치료든, 수술치료든. 그래서 병원 이름을 ‘바른세상’이라고 짓지 않았던가! 어렵더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정 버티기 어렵다면, 그때 다시 봉직의 아니면 교수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일단은 내가 생각했던 방식대로 가보자.’
2004년 개원 멤버인 원무부 유종성 과장은 그 당시 서 원장이 강조했던 ‘바른’이라는 말의 의미를 좋게 생각했지만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는 ‘그래도 병원 운영에 있어서 많은 환자와 성과가 충족돼야 바른 가치도 실현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과 의견이 당시 직원들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안감을 느끼거나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서 원장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이러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말과 행동이 일관된 서 원장의 스타일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서 원장님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술 건수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욕심내지 않는 것을 저희들도 느꼈던 거죠.” 리더 스스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변화를 강조할 경우 직원들 입장에서는 리더의 말이 뜬구름 같아 보일 수 있다.
유종성 과장은 서 원장의 또 다른 면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서 원장은 직원들에게도 자기가 맡은 일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생각하고, 변화가 필요하면 변화를 추구하라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되는 거예요. 새롭게 생각하고 새롭게 하면 됩니다. 정체되어 있으면 지는 거예요.” 환자들과 그랬듯이 직원들과도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환자의 동선과 같은 구체적 주제 등을 포함해 항상 회의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갔다.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는 병원 밖에서도 계속 되었다. 그 당시에는 직원들과 함께 자주 저녁을 먹으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또 서 원장 본인이 축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직원들과 축구 동호회를 만들고 매주 화요일, 목요일 저녁에는 함께 축구를 했다. 유종성 과장의 말에 의하면 서 원장은 축구를 정말 잘했다고 한다.
그 당시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의 상황을 비유하자면 비가 내리다 그친, 아직은 흐리지만 날씨가 곧 갤 것 같은 조짐을 보이는 상태였다. 바른세상정형외과에서 진료·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고 만족한 환자들이 퍼트린 입소문과 추천으로 인해 환자는 점차 늘어갔다9). 개업 후 6개월 정도 지나자 일 내원 환자는 대략 75명 수준이 되었고, 병원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서 원장이 꿈꾸던 ‘저녁이 있는 삶’은 아니었다. 따져보니 2005년 1월 즈음 서 원장의 소득은 봉직의 시절 봉급의 1.3배 수준에 근접해있었다. ‘이제 이런 식으로 찬찬히 해나가면 내 꿈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 원장은 2005년 새해를 맞이했다.
우연한 상황, 계기와의 조우(遭遇)
청소년 국가대표팀 팀닥터
병원은 차츰 자리를 잡아갔고, 덕분에 서 원장은 진료와 수술로 늦은 밤까지 일해야 했다. 그러던 2005년 봄의 어느 날, 서 원장은 우연히 한 모집공고를 접하게 된다. 2005년 여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 국가대표팀의 팀닥터를 모집한다는 공고였다. 공고를 본 순간 서 원장은 오랫동안 묻어뒀던 자신의 꿈을 떠올렸다. 스포츠, 그 중에서도 축구 마니아인 서 원장은 재활의학과를 선택했던 젊은 시절부터 언젠가 국가대표팀 팀닥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꿔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 팀닥터가 되면 적어도 2~3주간, 거의 한 달은 청소년 국가대표팀을 따라다녀야 하는데, 그 동안 병원은 어떻게 하지? 이제 겨우 조금씩 병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걱정은 선발된 후에 하자. 경쟁이 엄청 치열할 거고, 나는 대한체육협회 의무위원회 소속 의사들과 아무런 인맥이 없어서 내가 선발될 확률은 엄청 낮잖아.’ 서 원장은 우선 응모는 하되 선발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그냥 병원 일이나 열심히 하고 있기로 마음먹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였는지 알 수 없지만 서 원장은 청소년 국가대표팀 팀닥터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 원장이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분야의 전문의이고 하버드 의과대학으로 연수를 다녀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선발 과정에서 객관성 증진에 대한 대한체육협회 의무위원회의 입장과 서 원장도 알지 못하는 다른 의사의 추천도 서 원장이 선발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청소년 국가대표팀 팀닥터로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서 원장은 그날 밤에도 역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서 원장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동안 병원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 환자들과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한 명의 의사를 더 고용할 정도의 수입 규모는 아닌데, 임시로 아르바이트 의사를 구해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생각을 이어갈수록 이상하게도 고민들은 하나같이 서 원장이 병원을 처음 개원하면서 가졌던 꿈으로 수렴되었다. 그 꿈은 바로, 바른 진료를 하면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환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는 시스템, 그러면서 무엇보다 진료와 치료 결과에 만족하는 병원을 만들고, 의사들은 퇴근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되 녹초(burn-out)가 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또 눈앞에 닥친 현실에 대한 생각이 엄습해왔다. 보통 의원 개업의의 경우 수입이 봉직의 연봉의 1.5배 정도면 그래도 병원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보는데, 당시 바른세상정형외과의 수입 규모는 아직 의사 2명의 연봉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병원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서 원장은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은 서 원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이르지만 자신의 꿈을 같이 이뤄 나갈 의사를 구하고, 자신은 또 다른 꿈인 팀닥터 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의사 2명이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병원 수입이 정상에 이르기 전까지 자신의 몫을 조금 덜 가져가고 봉직의는 제대로 대우해주면 병원은 계속 커 나갈 것이라는 것이 서 원장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때 서 원장은 자신이 팀닥터로 활동하는 것이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명확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가진 실력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고 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병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도 있었겠지만 병원 광고나 홍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그의 성격상 그런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우연히 서 원장이 언론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에 대한 열기는 아직 뜨거웠고, 2005년 당시 우리나라 청소년 대표팀은 플레이를 매우 잘하는 편이었다.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박주영 선수가 두 번째 예선전인 나이지리아와의 시합에서 점프를 하고 내려오다가 팔꿈치가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서 원장은 재빨리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가 진료를 했는데, 다행히 박주영 선수의 상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고, 서 원장은 박주영 선수의 팔꿈치를 맞춰 끼우는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지상파 3사의 취재진이 서 원장에게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국 팀이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앞으로 있을 세 번째 예선 경기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박주영 선수가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가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서 원장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상세히 설명하면서 박주영 선수가 세 번째 경기에서 뛸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는 서 원장이 상세하게 설명했던 부분은 편집되고 박 선수가 경기에서 뛸 수 있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방송이 나갔다.
어찌되었든 그의 인터뷰는 지상파 3사의 뉴스에 보도되었다. 이 일을 통해 서 원장은 미디어의 힘을 체감했다고 한다. 방송 이후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다 한 번씩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의사가 1명 더 늘었기 때문에 꼭 언론 노출의 효과만은 아니겠지만 팀닥터를 역임한 후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원 환자 수가 늘어간 것은 사실이다(Exhibit 13).
서동원 원장의 팀닥터 활동 이후 스포츠 선수들, 각종 스포츠 단체,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서 원장의 전문성과 실력, 그리고 바른세상정형외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각종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내원이 늘어났다.
그 당시 유종성 과장은 이 일을 마케팅과 홍보에 활용하자고 했지만, 서 원장은 반대했다고 한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예약, 접수, 수납, 입원 및 퇴원 시 특별히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되 그들이나 일반 환자 모두에게 바른 진료와 치료의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유종성 과장은 이러한 서 원장의 판단이 결국에는 한 차원 높은 효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유명한 선수들이 내원을 하면 일반 환자들도 이들을 목격하게 된다. 환자들은 금방 ‘이 병원이, 의사 선생님이 실력이 있나 보다’라고 추측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더 좋았던 것 같다는 추측이다.
누가 봐도 잘난 사람이 자기 입으로 자기 자랑을 과하게 하면 오히려 사람들의 평가는 그 사람의 실제 가치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 원장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다시 말해 청소년 국가대표팀 팀닥터 활동을 병원 마케팅이나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방어기제를 작동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서 원장이 이런 부분까지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팀닥터 활동 경력을 병원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10)이 병원 성과에는 더 좋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유종성 과장의 말이 일리 있어 보인다.
유종성 과장은 스포츠 선수 환자들과 관련된 서 원장의 다른 지시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들은 바른세상 정형외과에게 중요한 고객이었다. 특히 많은 경우 구단이나 단체가 비용을 지불함에 따라 ‘제대로 치료하고 제대로 가격을 받되, 처치나 모든 과정에서 이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만족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쓸 것’을 지시했다. 나아가 서 원장은 향후 스포츠 단체 등 여러 단체와의 협약과 협력병원 체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필요하다면 이를 전담할 직원을 충원하라는 지시도 내렸다(Exhibit 8의 바른세상병원 부분).
체외충격파치료 기기
서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전 재활의학(스포츠의학) 전문의로 생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 정형외과 의사들보다 새로운 치료 기구와 장비의 기능, 효용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그는 이 분야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왔으며, 평소 관련 컨퍼런스나 전시회 정보를 꼼꼼히 챙기고 숙지하고 있었다. 2004년 개원 이전에는 아테네에서 열린 스포츠의학 학회에 참석해 관련 장비들을 접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2005년 청소년 대표팀 팀닥터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4년 아테네 학회에서 보았던 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서 원장의 병원을 방문했다. 그 영업사원이 소개한 것은 다름 아닌 체외충격파치료기(ESWT: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 장비로, 스위스의 EMS(Electro Medical Systems)라는 의료장비회사에서 개발한 Dolorclast라는 제품이었다(Exhibit 14). 체외충격파치료기는 통증 완화 등을 목적으로 충격파를 발생시켜 체내에 기계적인 자극을 가하는 기기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다양한 체외충격파치료기가 도입돼 약 20여 년 가까이 개원가(開院街) 및 대학병원에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 정확한 치료 기전과 지침을 이해하고자 2014년 결성된 대한체외충격파학회가 2017년 5월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대한체외충격파학회의 정승기 회장에 의하면 최근 치료 영역이 단순한 통증치료 영역을 넘어 근골격계 질환, 비뇨기과 질환, 심장 질환, 피부과 질환까지 다양하게 확장되면서 체계적 연구와 적응증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체외충격파치료기는 각 장비마다 가격과 성능의 차이가 커서 약 20배까지 가격 차이가 나며, 현재 최신 기계는 1억 5,000만 원에 달한다11).
이미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체외충격파치료기를 도입해 치료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EMS의 제품은 워낙 고가였기 때문에 그 당시 우리나라 의료계에는 아직 1대도 도입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 기기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서 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영업사원의 말에 의하면 서 원장은 이 장비에 대한 설명을 처음으로 들어주는 정형외과 의사였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서 원장은 유럽학회에서 소개된 지 얼마 안 되는 고가의 기기를 꽤 빨리 한국에 수입했는데, 국내에서는 어떤 병원에서 이 기기를 도입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영업사원은 병원은 아직까지 도입한 곳이 없으며 한국마사회가 경주용 말을 치료하기 위해 1대 도입했다고 했다.
얼마 동안 더 분석하고 생각한 서 원장은 스포츠 선수 환자 및 오십견을 앓고 있는 일반 환자 치료, 수술 후의 재활치료에 주효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2005년 가을 즈음 약 1억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EMS의 체외 충격파치료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서 원장은 그 당시 체외충격파치료 과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들려주었다.
한 고령의 환자에게 이 기기에 의한 치료를 제안했었는데 일주일쯤 지나 그 환자가 다시 와서 하는 말이, 자신이 아는 대학병원에 가서 이 기기에 대해 물어봤더니 대학병원 의사가 ‘그런 기계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으니 그런 치료를 권하는 병원은 조심하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적기를 골라 몇 번 치료를 권유했는데, 이 환자는 치료 후 이 기기 치료에 관한 열렬한 입소문 전파자가 되어 다른 환자들을 많이 데리고 왔다.
유종성 과장은 이 일에 대해 조금 다른 입장이었다고 한다.
“원장님이 체외충격파치료기를 도입하려고 할 당시 저는 병원 살림을 맡고 있었는데, 제게는 이 시도가 꽤 충격적으로 느껴졌어요. 병원 수입을 고려할 때 저희 같은 의원 수준에서 아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하시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죠. 서 원장님은 이 장비에 대해서 다른 동료 의사 선생님과 직원 모두를 모아 놓고 장비에 관한 홍보동영상을 보여주었어요. 큰 어항 속에 있는 석회 성분인 분필에 충격파 레이저를 쏘자 분필이 가루가 되는 동영상이었어요. 그리고 그 기기가 어떤 기능과 효과가 있는지,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셨죠.”
– 유종성 과장
그렇지만 서 원장이 이 기기 도입을 바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서 원장은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단순히 지시하기 보다는 먼저 화두를 던지는 편이었다. 그러면 관련된 사람들은 이 새로운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알아보면서 학습하고, 관련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켜 나간다. 꽤 많은 토론을 거치고 피드백도 주고받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주요 의사결정자들과 논의한 후 서 원장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편이었다.
요즘에는 다양한 종류의 체외충격파치료기들이 출시돼 의원 수준에서도 많이 도입하고 있지만, 그 당시 조그마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런 장비를 도입했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초기 제품의 경우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라도 기계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는데 충격 강도, 타수 빈도 등을 환자 상태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서 원장이 직접 이 기기를 사용해 치료를 했다. 유종성 과장은 전반적으로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는 일은 매우 경계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의사를 충원하는 일이나 체외충격파치료기 도입 등)에는 비교적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서 원장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종성 과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기기 도입과 관련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개원 초기 병원의 재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의사 채용이나 고가의 의료기기 도입 등에 대한 투자는 서 원장이 자기 몫의 수입을 희생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앞으로의 고민
29개 병상에서 70개 병상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마무리한 2006년 2월, 이제 며칠 후면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이 병원급 의료기관인 바른세상병원으로 승격하게 된다. 병원으로 승격한 후 사용할 새로운 브로슈어에 들어갈 인사말을 정리한 서 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병원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들을 노트에 써 내려갔다.
가장 먼저 “개원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음”이라고 적었다. 예전에는 크게 병원을 시작하면 크게 성공하거나 아니면 크게 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게 시작해 차츰차츰 커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 실패하면 자신에게도, 직원들에게도 타격이 그만큼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년에는 또 환자가 얼마나 늘어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동원 원장은 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을 적어 나갔다.
우선 “1. 의사 충원”이라고 적고 이에 관한 상세한 사항들을 써 나갔다. “1 의사를 얼마나 더 뽑아야 할까? – 환자 수와 병원 매출 연동 2 의사의 채용 기준 및 관리 원칙 3 바른 가치 공유 방법들.” 이 이슈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는 생각에 더 상세하게 메모를 했다.
그리고 “다른 병원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의사를 증원한다”고 적었다. 병원 매출이 봉직의 연봉의 3배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1명의 의사를 더 늘리는 것이 보통인데, 바른세상병원은 2~2.5배가 되는 순간 의사를 뽑는다. 사실 서동원 원장은 의사 수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 진료·치료의 품질 증진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메모는 계속 이어졌다.
“컨퍼런스 미팅12), 협진 시스템의 중요성(하버드 의과대학 연수 경험, 메이오·클리블랜드 클리닉13) 사례), 결국 EBM(Evidence-Based Medicine)14)의 진료·치료 시스템과 문화의 구축.”
이와 관련하여 징기스칸 전기(傳記)를 통해 깨달았던 정보력(정보 탐색과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또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예를 들어 피터 드러커의 『피터 드러커, 창조하는 경영자』에서 읽었던 반대 의견의 중요성과 의사결정 방식)을 적었다.
그리고 후에 이 메모들을 토대로 병원 확장 시 진료실 구조를 바꿨다. 진료실 뒤쪽을 전부 통하게 해서 컨퍼런스 미팅이 아니더라도 필요할 경우 진료실 뒤 복도에서 의사들끼리 항상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Exhibit 15).
위의 사항 중 3 바른 가치 공유에 관한 방법들로는 “원칙적 진료, 교과서적 진료, 과잉진료 배제, 오진 방지. 그리고 의사의 전문 영역에 해당하는 매출 강조(행위료15)와 검사료 외에 약과 주사는 병원 의사의 매출·수익 영역이 아님)”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경쟁력 있는 봉급 수준, 매출 공헌뿐 아닌 의사 업적평가 기준 마련”이라고 적고 다음 번호로 넘어갔다.
다음으로 “2. 간호사와 직원 충원”이라고 적고 이어서 “1 간호사와 직원은 얼마나 더 뽑아야 할까? 2 어떠한 기준으로 충원 규모를 결정할 것인가? 3 바른 가치 공유 방법들”이라고 적었다.
그 다음은 장비와 기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3. 도입을 생각해볼 만한 주요 장비와 기기 리스트”라고 적었다. 그 세부항목은 ‘1 전자수술현미경(microscope): 종류, 제품 성능과 특성, 가격, 취급 업체 목록 및 담당자 2 MRI와 CT: 종류, 제품 성능과 특성, 가격, 취급 업체 목록 및 담당자’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적고 서 원장은 생각에 잠겼다. MRI와 CT 등은 아직 바른세상병원 수준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전자수술현미경은 약 1억 원 안팎이지만 그래도 도입이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T는 5억 원대이고 MRI는 거기에 동그라미가 하나 더 붙는다. 그만큼 정보를 미리 탐색, 확보,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이어서 “4. 재활치료에 대한 사람과 장비 투자”라고 적고 그 옆에 “1 바른 치료를 위해 해야 할 일. 그러나 수입 구조를 생각할 때는 과감하게 할 수 없는 일 2 스포츠 선수 환자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 3 물리치료사 충원 정도는? 4 도입할 만한 장비나 기기 탐색”이라고 적었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스포츠의학 전문의인 만큼 서 원장은 아무래도 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위한 재활관리, 수술이나 치료 후의 관리, 평상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병원 자금과 재원에 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동원 원장은 일종의 제휴 내지는 공동투자 형태로라도 재활 및 운동 센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원 개원 후 약 10개월 정도 지난 시점인 2005년 8월 합류한 재활물리센터 김진아 실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서 원장님은 양심적이고 따뜻한 분이에요. 병원 개원 초기부터 환자가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에는 할인을 많이 해주셨고,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로 어려운 분들을 무료로 진료해주셔서 나름 지역에서 ‘착한’ 병원으로 자리잡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진료는 길게, 성의 있게 하셨어요. 예를 들어 환자에게 ‘모르거나 궁금한 것 있으면 종이에 다 써오세요’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어려운 전문용어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은 타고나신 것 같고요. 초기에는 병원 자금의 여유가 없어서 공동투자 형태로 옆 건물에 재활센터·운동센터를 차리고 운영하셨어요. 즉,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기능 중심의 치료를 하다가 운동센터와 연계해서 근력 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게 하는 시스템이었죠. 소규모 병원이지만 초창기부터 회의, 월례 조회 등을 통해 ‘바른 진료와 치료를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종합병원급 전문정형외과’가 되자는 포부를 강조하고 직원들 마음에도 심어주셨어요.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전문 루틴(routine)을 가지고 있는 병원은 차병원 밖에 없었어요. 1990년대에 개업한 전문의 병원장의 경우는 ROI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 또는 추천(referral)만 하는 정도였죠. 즉, 바른세상병원이 처음 개원한 2004년 즈음에 개인의원 및 병원 수준에서 재활센터를 운영한 사례는 전무했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계셔서 재활·물리치료를 중요하게 여기신 것 같아요. 보통은 다른 병원에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끝내는 반면, ‘신경, 정형 치료, 수술의 끝은 재활이다’라고 강조하시면서 항상 정형과 재활의 접목을 시도하셨습니다. 초기에는 환자가 가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못 받겠다고 하면 1/3도 받고, 1/4도 받았는데, 치료의 양이나 질에 비해 최저가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진아 재활물리센터 실장
5번 항목에는 “원무과 직원에게 지시할 일: 1 근처 S병원과 SN병원의 현황(환자 현황, 의사 현황, 주요 장비 현황, 주요 진료 및 치료 영역과 수술 관련 현황 등) 조사 2 스포츠 단체 등 다양한 네트워크와 협력병원 협약 체결에 대한 지속적 노력과 전담 직원 확충 고려”라고 적고, 마지막으로 “6. 장기 과제: 척추 영역 실력의 보강과 사람 찾기”라고 적었다.
그렇게 쭉 적어놓은 목록을 다시 읽어보다가 서 원장은 몇 가지 사항을 추가했다. 첫째, “환자 수 증진 방법: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주요 장비들을 도입하려면 환자 수가 중요하다. 바른 진료와 치료의 가치를 고수하기 위해 수술 비율은 거의 고정적. 입소문 외에 다른 환자 수 증진 방법. 마케팅 및 홍보 활동에 대한 새로운 고려 필요”, 둘째, “경영관리와 조직 시스템의 점검과 변화 가능성 타진: 이를 담당할 사람 지속적으로 찾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봉사 및 지원, 기부 활동 확대”라고 적었다.
서 원장과 바른세상병원은 지금까지 어려움을 잘 극복해 왔듯이 향후의 고민들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현명한 선택을 해나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계속 바른 진료와 치료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성남·분당 지역 최고의 정형외과를 넘어 대형 척추 병원 수준에 못지 않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서 원장의 이상적인 포부는 과연 달성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hibit 1. 근골격계 환자 수, 내원 및 진료 일수, 총진료비와 급여비(2001~2006)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http://opendata.hira.or.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http://www.hira.or.kr)에서 추출, 정리.
근골격계는 관절과 정형외과 관련 질환(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통계, 의료통계 분류 시 M00-M99 코드로 처리되고 있음. 급여비는 의료보험 지급을 의미하고, 총진료비는 급여비와 개인부담금 총액을 의미함. 2002년 자료는 통계 기준에 변화가 있어 신뢰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되며, 2003년 자료는 존재하지 않음.
Exhibit 1-1. 근골격계 환자의 내원 일수와 급여비(2001~2006)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0~2006)
Exhibit 2.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진료과별 내원 일수와 급여비 추세
정형, 신경, 마취통증, 재활 진료과별 내원 일수 추세(2003~2006)
(단위: 일)
정형, 신경, 마취통증, 재활 진료과별 급여비 추세(2003~2006)
(단위: 천 원)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0~2006)
Exhibit 3. 전국, 서울, 경기의 인구 추이
출처: 통계청, 2010년 센서스 데이터, 2010년까지는 확정 통계, 2015년과 2020년은 추계 통계
Exhibit 4. 성남시의 인구 추이
출처: 통계청, 2014년 기준 자료(민원여권과, 경기도 ‘주민등록인구통계’), 작성 기준(한국인-안전행정부 ‘주민등록전산시스템’, 외국인-법무부출입국 ‘외국인등록시스템’)
Exhibit 5. 연령별 체육활동 참여율
주 2~3회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 참여율(2000~2006)
주 1회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 참여율(2003, 2006)
(단위: %)
출처: 통계청,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2000~2006)
Exhibit 6. 전국, 서울, 경기의 병원 유형별 병원 수 추이(2000~2006)
(단위: 개)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0~2006)
Exhibit 6-1. 서울, 경기의 병원 및 의원 수 추이(2000~2006)
병원 수 추이
의원 수 추이
(단위: 개)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0~2006)
Exhibit 7. 서울과 경기 지역의 정형외과 등 병원 수(2003~2006)
(단위: 개)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3~2006)
Exhibit 8. 관절 진료·치료 전문성을 기반으로 확장한 주요 관절·척추 병원16)들의 미션 및 비전 현황
Exhibit 9. 척추 진료·치료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확장한 주요 척추·관절 병원21)들의 미션 및 비전 현황
비고: 브랜드 문구의 사용
우리병원은 우리들병원과는 상관이 없음. 우리들병원의 명성을 이용하고자 ‘우리’라는 병원 브랜드명의 일부 문구를 사용하고 있음. 위의 경우 외에도 순천우리병원, 서울우리병원, 청주우리병원, 천안우리병원, 남양주우리병원, 대구 우리병원, 안양우리병원, 부천우리병원, 울산우리병원, 우리척병원 등 이러한 사례는 많음. 이에 따라 우리들병원은 “로고가 없는 ‘우리’나 ‘우리들’ 병원은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수록하고 있음.
이와 비슷하게 서울척병원 또한 홈페이지에 ‘서울척병원’과 ‘의정부서울척병원’이 본인들의 브랜드임을 제시하고 있음. 또한 21세기병원도 서로 다른 병원들인데 21세기병원이라는 명칭을 같이 사용하고 있음. 서초, 강북, 원주, 부천의 21세기병원 네트워크가 있고, 이와 별개로 안산, 평택, 광명, 일산, 제주의 21세기병원 네트워크가 있음. 인천의 21세기병원은 또 다른 독립적 병원임.
Exhibit 10. 서울과 경기 지역의 정형외과 등 전문의 수 추이(2003~2006)
(단위: 명)
출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03~2006)
Exhibit 11.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 요인(복수 응답)
출처: 통계청, 사회조사(부정기적, 1999, 2003, 2006). 시도별, 연령별로 별 차이 없었음.
Exhibit 12. 바른세상병원과 분당 지역 주요 정형병원의 위치
바른세상병원의 위치
출처: 다음 지도
S병원의 위치(2004년에는 위치가 달랐지만 이 근처 지역이었음)
출처: synwoo.net
SN병원의 위치(2004년에는 위치가 달랐지만 이 근처 지역이었음)
출처: 네이버 지도
Exhibit 13. 바른세상병원의 주요 자원과 성과
출처: 바른세상병원 내부 자료(연도별 통계는 각 연도의 12월 31일자 기준: 주요 장비는 연도별로 추가 도입한 사항)
·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의학영상정보시스템으로 의학용 영상 정보의 저장, 판독 및 검색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PACS는 X-선, CT, MRI, PET, SPECT 등에 의해 촬영된 모든 방사선 검사 결과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 촬영과 동시에 대용량 기억장치에 저장시켜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모니터를 통해 판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출처: 『NEW 경제용어사전』, 2006. 4., 미래와 경영).
· CR(Computed Radiography) 시스템: X-선 필름 대신 이미징 플레이트로써 휘주성형광체(輝書性榮光體, photostimurable phosphor)를 사용해서 X-선 촬영을 한 다음 형광을 레이저광으로 주사(走査)하고, 그때 발생하는 형광을 전기신호로 변환한다. 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갖가지 화상처리를 해서 진단 목적에 따라 적절한 화상을 작성하고, 다시 레이저광을 중개로 필름화상으로 하는 방식이다. 공간 분해 능력이 좋다. 콘트라스트 분해 능력이 좋으며, 근소한 X-선흡수차를 묘출(描出)할 수 있다. 각종 화상처리가 가능하다는 등의 특성을 가진다
(출처: 간호학대사전, 대한간호학회, 1996. 3., 한국사전연구사).
· X-Ray: X-선을 인체에 투과시켜 촬영하는 검사. 현재도 영상의학 분야에서 이 용어가 쓰이고 있다. X-선을 인체에 투과
하면 인체의 내부 구조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 단순 촬영은 영상의학 분야에서는 약 50년간 인체 내부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법으로 진단 및 치료 분야의 성장에 이바지해 왔다. 단순 촬영이란, 말 그대로 X-선을 이용하여 조영제나 기구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를 촬영하는 것으로, 전후 사진 또는 필요에 따라 측면 또는 대각선 촬영 등을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가슴 사진, 뼈 사진 등이 이에 속한다. 단순 촬영하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끔 볼 수 있는 X-선 사진(필름)을 걸어 놓고 환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연상되겠지만, 90년대부터 PACS가 보급된 이후 필름 프린트(film print)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로 영상을 보고 판독한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C-Arm: C-Arm은 주로 정형외과 영역에서 쓰이는 방사선촬영 장비로 여러 각도로 뼈 구조를 본다든지, 골절의 도수정복(수술을 하지 않고 뼈를 맞추는 것)을 할 때 정복이 잘 되었는지 등을 볼 때 사용됨. 주요 기능으로는 투시와 촬영. 투시란, 사진을 찍지 않고 실시간으로 보는 것임. 이는 찍는 것에 비해 짧은 시간당 노출은 적지만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사선 노출 양이 증가함. 촬영이란, 실제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으로, 사진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약간 더 걸림
(바른세상병원 관계자의 설명: Exhibit 14의 사진 정보 참조).
· ESWT 장비: ESWT는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의 약자로 ‘체외충격파치료’라고 번역할 수 있음. 과도한 골프, 테니스로 팔꿈치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골프·테니스 엘보, 어깨 근육이 뭉쳐 팔을 들기 어려운 오십견, 어깨 부위에 딱딱한 돌이 생기는 석회화건염, 발바닥에 오는 족저근막염, 그리고 무릎 관절에 오는 슬개건염, 골절 부위의 뼈가 붙지 않은 불유합, 발 뒤쪽의 통증(아킬레스건염), 수술 후 통증 등을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체외충격파치료이며, 대표적인 장비로는 독일 지멘스사의 ESWT가 있음.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1회당 치료 금액이 대략 5만 원 안팎임
(바른세상병원 관계자의 설명: Exhibit 14의 사진 정보 참조).
Exhibit 14. 바른세상병원의 주요 장비·기기
C-Arm 장비
ESWT 장비와 치료 모습
전자수술현미경과 MRI
출처: 바른세상병원
Exhibit 15. 바른세상병원의 진료실 구조
진료실 뒤쪽 문과 진료실 뒤의 복도
출처: 바른세상병원
[주석]
1. 대한민국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종류는 의원급 의료기관(29개 이하의 병상), 병원등(30개 이상의 병상: 법 제3조의 2), 종합병원(100개 이상의 병상;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인 경우 규정; 300병상을 초과하는 경우 규정: 법 제3조의 3), 상급종합병원(법 제3조의 4)으로 규정하고 있다(출처: 대한민국 의료법, 법률 제13658호, 2015. 12. 29. 일부개정, 시행 2017. 1. 1.).
2.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이름을 쓰고 주요 진료 기술,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병원을 통칭하는 용어. 1992년 공동 개원 형식으로 강남예치과가 출범한 것이 모태다. 지점마다 원장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형, 여러 원장이 여러 지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합형, 대표 원장이 수십 개 병원 지점을 소유하면서 치료비 결정과 장비 구입 등 경영을 도맡고, 지점에 있는 의사는 진료만 하는 오너형이 있다. 한 사람이 첨단장비나 재료 등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개정 의료법에 따라 2012년 8월부터 프랜차이즈 형태만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출처: 한경닷컴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한경닷컴). 개정 의료법의 주요 내용은 (Exhibit 8)의 각주 1 설명 참조.
3.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 및 다른 의사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1 개념편』(제원우 등, 2013, 21세기북스) 참조.
4. 이 내용은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최명기, 2010, 허원미디어)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함.
5. 이 내용은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이춘성, 2012, 쌤앤파커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함.
6. 하얀거탑(2007년 MBC 방영), 낭만닥터 김사부(2016년 SBS 방영) 같은 드라마가 여기에 해당함.
7. 척추 병원이 1990년대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각주 2의 내용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 요인(Exhibit 11 참조)을 감안하면 개원 당시 정형외과 관련 병원, 의사 그리고 환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과잉수술진료를 염려하는 여론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점에 대한 공론화(병원의 소송, 관련 도서의 발간 등)는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8. 개발진은 사례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대상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중 바른세상병원 이용 경험이 오래된 재방문 환자 몇 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서 원장과 병원에 대한 이들의 신뢰감은 거의 팬덤(fandom) 수준이었다.
9. 서 원장은 2007년에 열린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에도 팀닥터로 참여했다. 대회 후 한 스포츠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인터뷰에서 청소년 국가대표팀의 의무 시스템에 대해 건설적이지만 비판적인 발언을 한 후 청소년 국가대표팀 팀닥터를 그만두게 되었다.
10. 의학신문(2017. 5. 2) 김현기 기자의 인터뷰 기사 참조
11. 주요 환자의 상태, 진단 및 치료 대안 등에 대해 의사들이 모여 발표·토론하는 회의를 말한다.
12. 메이오·클리블랜드 클리닉은 환자의 만족을 병원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병원들이다.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 의사들의 협력·협진 시스템을 구축·실행한 것이 병원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13.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실시하거나 축적된 의학적 보고들에 대한 메타분석을 수행하는 작업 등과 같은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얻어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자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을 검토하는 행위(네이버캐스트, 현재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561&cid= 58939&categoryId=58951)
14. 시술, 검사 따위의 의료 행위를 해준 데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
15. 대상 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제도의 2기(2015. 1. 1 ~ 2017. 12. 31)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임. 전문병원이란, 의료법 제3조의 5 ‘전문병원의 지정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임. 즉 전문병원 제도는 국민 건강과 행복을 돕는 제도라 할 수 있음. 이러한 주요 병원들의 미션과 비전을 살펴보는 것은 병원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회고적으로(retrospectively) 추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
16. 유형은 사례 집필진이 분류한 것임. ‘레거시(legacy) 병원’은 바른세상병원 사례 대상 기간인 2004~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20년 전에 설립된 병원을 의미함. ‘물려받은(inherited) 병원’은 선친이 설립·운영하고 아들에게 물려준 병원을 의미함. 네트워크병원은 제휴병원을 의미함. 사례 대상 기간에는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규제가 없었으나 이러한 병원 유형의 폐해 등을 고려하고 병원의 공익성 제고를 위해 대한민국 의료법은 2009년 신설 후 2012년 개정을 통하여 ‘1인 1개소’ 원칙을 재정함.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8항은 다음과 같다.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신설 2009. 1. 30, 2012. 2. 1)
17. 미션 및 비전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획득한 것으로, 과거의 버전은 회고적으로 추론해야 할 것임.
18, 19. 보건복지부 전문병원제도의 2기(2015. 1. 1 ~ 2017. 12. 31)에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았음.
20. 대상 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제도의 2기(2015. 1. 1 ~ 2017. 12. 31) 척추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