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앤파트너즈는 2003년 시작한 임원급 서치펌이다. 유순신 사장은 초기부터 잘 쌓아온 명성을 기반으로 국내 서치펌 업계의 우위를 선점했고, 다양한 산업분야의 부문대표들과 컨설턴트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여 유앤파트너즈 전체의 네트워크 역량과 자산을 키워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유앤파트너즈는 해외, 민간, 공공부문을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며, 성장의 확실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제한적인 서치펌 업종 특성상 임원 추천 수임료(search fee)만으로는 안정적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주요 서치펌들은 리더십 개발 및 코칭, 피드백, 멘토링 등 핵심인재 관리를 위한 종합 컨설팅 업체로의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기반 채용 비즈니스의 성장, LinkedIn, Facebook과 같은 SNS의 확산은 서치펌 업체의 잠재적 위협(또는 기회)이 되고 있다. 현재 유앤파트너즈는 이러한 내외부의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본 사례는 유앤파트너즈가 창업 후 성장하는 과정과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향후 유앤파트너즈가 현재 서치펌 업체들이 직면해 있는 도전과 위협을 어떻게 해결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문서비스 기업(professional service firm: PSF)에게 있어 사회적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Q1. 사람들은 흔히 헤드헌팅 사업을 인맥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앤파트너즈의 성장과정에서 창업자와 주요 구성원의 인맥과 네트워크는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당신이 서치펌을 창업한다면 회사 외부 고객들과의 네트워크 및 내부 직원들 간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Q2. 유앤파트너즈가 다른 서치펌과 구별되는 조직운영 방식의 특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조직운영 방식은 유앤파트너즈가 회사 내부 및 외부에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특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Q3. 유앤파트너즈는 현재 서치펌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협요인과 향후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리고 환경대응 과정에서 당신이 유앤파트너즈의 경영자라면 앞으로 유앤파트너즈의 독특한 조직운영과 네트워크 특성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
2003년 3월, 유순신 사장의 고민
2003년 3월 어느 날, ㈜유니코서치의 유순신 사장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헤드헌터(headhunter) 경력 12년차에 접어든 유순신 사장은 ‘나는 고급두뇌를 사냥하는 여자 (1997)’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국내 헤드헌팅 산업을 이끄는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유사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에 이미 사장보다 많은 억대 연봉을 받는 여성 헤드헌터로 주목을 받았고, 고객사들 역시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유명 외국계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유순신 사장은 국내 헤드헌팅 선도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1992년 유니코서치에 헤드헌터로 입사한 이래 승진을 거듭해온 유순신 사장은 2003년에는 마침내 CEO로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다. 그때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온 벤처 붐에 힘입어 한 투자자로부터 당시로서는 거액의 투자금을 받게 되었다. 투자조건은 3년 후 상장을 목표로 3년간 흑자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투자금을 되돌려주고, 자신은 전체 주식의 삼분의 일을 가진 주주가 되었다. 매출부담과 주주들과의 의견 충돌 때문이었다. 다른 대주주는 중간관리자급 인재까지 추천하는 방향으로 헤드헌팅 범위를 확장하려 했고, 유순신 사장은 상위 5%의 임원급 이상만 추천하는 상위층(high-end) 비즈니스를 고집했던 것이다.
유사장은 “비엔나 커피를 마실 때 위의 크림만 싹 걷어 먹는 것과 같이, 서치(search) 비즈니스는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의 사업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유사장은 또 다른 저서인 ‘나는 희망을 스카우트 한다(2005)’ 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명품주의를 지향했다. 동종 업체들과 차별화시키면서 업계에서 탑(top)이 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의 경영전략과 사업방향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유사장은 결국 12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5월, 유앤파트너즈(You & Partners)를 설립하였다.
“실적이 안 좋아서 잘렸다는 둥 뒷말이 들리더군요. 억울했죠.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세 명이 작은 사무실에서 좀 불쌍하게 시작했지만, 한 달 만에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1년간 내실을 다지자며 숨죽이고 일했어요.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고, 해외 얼라이언스(연합체)와 연결하고, 좋은 사람 찾고, 그렇게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죠. 제가 가진 노하우와 좋은 사람, 좋은 시스템, 좋은 환경이 어우러지니 날개 단 듯 잘 나갔죠.”
당시 유순신 사장은 헤드헌팅 수주가 확보되지 않은 신생 창업기업(start-up)의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베스트(best)로만 고집했다. ‘유앤파트너즈’라는 사명과 로고 등을 유명 CI(corporate identity) 전문기업에 의뢰했을 뿐만 아니라, 사무실도 당시에 임대료가 가장 비쌌던 공항터미널로 정했다. 때마침 운 좋게도 이전 서치펌(search firm)에서 사무실로 쓰던 공항터미널 401호가 비게 되었고, 그곳을 유앤파트너즈의 첫 사무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던 주변 지인들은 “이제 시작하는 회사인데 뭘 그렇게 넓고 좋은 곳을 쓰려고 합니까?” 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사장은 서치펌의 핵심인 컨설턴트(headhunter)1)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서치펌 역시 로펌(law firm)과 같이 높은 수준의 전문성(professionalism)을 지닌 헤드헌터들이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유앤파트너즈는 국내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을 비롯해 Fortune 500대 외국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헤드헌팅뿐만 아니라 평판조회 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HR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인사전문(HR)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재 유앤파트너즈의 재수임2) 비율은 90%에 달한다. 10명 중 9명이 다시 일을 맡긴다는 것은 고객만족도와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용 성공률을 뜻하는 hit ratio는 평균 75%이며, 임원급 추천의 경우 무려 95%에 이른다. 그 결과 유앤파트너즈의 컨설턴트 1인당 매출 실적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독점 계약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서치펌은 노동시장에서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 조달하는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그 특성 상 인맥이나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유사장은 평소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인맥을 잘 쌓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이에 대해 유사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3)
“인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남들에게 보여질 때 그것이 결국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됩니다. 학연, 지연,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같은 학교, 같은 출신이라고 사람을 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보다는 ‘저 사람은 확실하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순신 사장은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이다. 각종 세미나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즐긴다. 일이 주어지면 최대한 거절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주변 사람들의 부탁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인다. 자신의 스케줄에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은 들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제가 인맥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하루에 전화가 10통 걸려온다면 그중에 7, 8통은 저에게 뭔가를 부탁하는 전화입니다. 그런 부탁을 들어주고, 누군가를 연결해주다 보면 하루가 다 갈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잘 아는 고객께서 갑자기 비서가 그만두었다며 비서를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는 임원만 하기 때문에 비서를 알 리가 없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찾자면 시간이 많이 들지만 부탁은 꼭 들어드리려고 노력합니다4).”
유순신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서치펌이 ‘명성(reputation) 비즈니스’라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쫓기보다는 장기적인 명성을 쌓는데 주력해왔다. 유사장은 각종 모임, 저서출판, 방송출연 등을 통해 헤드헌터로서 명성을 쌓고, 이를 발판으로 국내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여러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도 유사장은 여러 가지 정부 인사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화여대·한국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전경련 국제경영원 전문교수로 출강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치펌 산업의 등장과 현황
서치펌의 유래는 1929년 미국 대공황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불황을 견디지 못하여 인력을 대폭 감축시켰고, 동시에 우수한 경영간부의 확보를 위해 외부로부터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5). 노동시장에 실업자들이 순식간에 급증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전문적으로 그들을 기업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서치펌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헤드헌팅 사업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 등을 소개해주는 임원급 서치(executive search) 또는 시니어 서치(senior search), 과장이나 차장급을 추천하는 미들 서치(middle search), 신입사원이나 대리급을 추천하는 주니어 서치(junior search)로 이루어진다. 수임료는 선불제와 후불제가 있다. 선불제인 리테이너(retainer)방식은 채용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수임료의 일정 부분을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형태고, 후불제인 컨틴전시(contingency)방식은 채용이 확정된 후에 수임료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치업계의 선도기업들은 리테이너 방식으로 수임료를 받았다. 최근 서치펌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기존의 서치 수임료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평판조회(reference check)나 커리어 코칭, HR컨설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6).
글로벌 서치펌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앤파트너즈와 같이 임원급 서치에 특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서치펌은 Korn/Ferry International, Heidrick & Struggles, Egon Zehnder International (EZI), Russell Reynolds 등이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 미국 시장이 약 40억 달러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 역시 선도적인 시장으로 발달되어 있으며, 아시아 시장은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최근 그 증가 폭이 어느 곳 보다 높아서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평가된다(Exhibit 1)7).
우리나라에서 헤드헌터의 수요가 창출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올림픽을 전후로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러나 당시까지는 ‘평생직장’의 개념과 이직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했고, 공채를 통한 인재선발 체계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요즘 볼 수 있는 형태의 서치펌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후반으로, Boyden International, 탑비지니스 컨설팅, 유니코서치, 서울서치 등이 초기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헤드헌팅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거나 구조조정을 하고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실직자가 급증하면서 헤드헌팅 시장에 인력공급이 증가하였고, 기업들 역시 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으려는 시도로 서치펌을 이용하면서 시장이 크게 성장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1998년 Korn/Ferry International, 1999년 Heidrick & Struggles, 2002년 EZI 등 글로벌 선도 서치펌들이 한국지사를 속속 설립하였다.
2000년대 이후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헤드헌팅 수요는 급증했으며, 현재는 외국계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헤드헌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또 서치펌을 이용하는 것이 우수인재 확보 측면에서 더 경제적이고 성과도 좋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헤드헌팅 산업은 더욱 성장하는 추세이다. 현재 국내 서치펌 시장규모는 3,000-4,000억 원대이며, 헤드헌팅 업체 수는 약 1,500개로 추정된다. 그러나 초기 창업자본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서치펌의 특성상 이들의 대부분은 영세한 소규모 업체이며, 많은 개인기업이 난립하고 있다. 직원(헤드헌터) 수 30-40명 규모의 회사는 대형 기업으로 분류되며, 이는 전체 기업의 약 5%이내에 드는 상위업체들이다. 유앤파트너즈 역시 이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 서치펌 업계의 대형 기업으로는 커리어케어, 엔터웨이파트너즈, HR코리아, 피플컨설팅 등이 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유앤파트너즈와 사업영역 면에서 분명히 구분된다. 임원급 서치에 특화한 유앤파트너즈와 달리, 위의 회사들은 신입직원부터 중간관리자 등 모든 포지션(position)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엔터웨이파트너즈, HR코리아, 피플컨설팅 등은 헤드헌터들이 고정된 자리 없이 근무하는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8). 이런 점에서 유앤파트너즈의 직접적인 경쟁사는 앞서 언급한 Korn/Ferry International, Heidrick & Struggles, EZI와 같은 글로벌 임원급 서치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서치펌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서치펌이 다른 사업에 비해 초기 소요자본이 적고 특별한 규제가 없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서치 사업을 단순히 인맥 비즈니스라고 오해하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분별한 팽창의 중요한 원인이다. 이에 대해 유순신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 비즈니스가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해서 본인의 DB(database)가 있고,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있다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아니거든요. 그 어떤 비즈니스보다 아주 힘든 것이, 일단은 DB가 있다고 해도 누구나 아는 everybody DB인 경우에는 별로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H장관님께서 중기청장을 그만두셨을 때, 저희가 그분을 컨설팅 회사 부회장으로 모셨어요. 누구다 아는 분이잖아요. 하지만 어떤 헤드헌터가 그분께 만나자고 했을 때, 아무나 만나주시겠어요? 그런게 브랜드죠. 저희 내부에서도 각 부문대표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거죠.”
유앤파트너즈의 글로벌 부문 L대표 역시 증가하는 경쟁기업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보였다. L대표는 유앤파트너즈의 브랜드 파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제가 A라는 회사에 가서 오더개발을 하는데, 그냥 ‘L컨설턴트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유앤파트너즈의 L대표입니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유앤파트너즈 소속이라고 해야 그 회사가 저를 신뢰해서 오더를 주기 때문이지요. 유순신 사장과 유앤파트너즈의 브랜드 파워가 확실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백그라운드가 필요 없다면 나가서 개인으로 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 잘 하는 몇 사람들은 ‘아, 혼자해도 되겠구나’ 싶거든요. 그럼 회사하고 수임료를 공유하지 않고 본인이 다 갖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나간 분들이 성공한 경우는 못 본 것 같습니다. 물론 1-2년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서치펌이 강남에만 부티크(boutique), 1인 기업까지 포함해서 대략 300-350개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1년에도 생겼다 사라지는 게 100개 이상이에요. 특히 어떤 분들이 많이 하냐면요. 은행 지점장 출신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고객을 알고 있고요.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본인이 돈을 빌려준 많은 기업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첫 해는 두세 건만 해도 수익 1억, 2억은 어렵지 않거든요. 1-2년 그렇게 해요. 그런데 그 후에 연결이 안 되는 거죠. 지속성이 없습니다. 자기 네트워크도 노후화되고 끈이 서서히 약해지는 거죠. 반면 유사장께서 90년 초반부터 이 일을 시작하시면서, 그 당시에 컨택했던 많은 분들이 인사담당 부장, 상무가 되고,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고 그 네트워크가 쭉 이어지고 있거든요.”
유앤파트너즈의 성장과 특성
현대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핵심인재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서치펌은 핵심인재 시장의 중개자(intermediaries)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유앤파트너즈 역시 성공적인 중개자로 자리 잡기 위해 자사의 네트워크 자산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키워야 했다. 특히 유순신 사장이 이전 회사에서 일하면서 보유했던 네트워크는 창업 이후 유앤파트너즈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유순신 사장은 명성 있는 서치펌의 CEO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규 창업자와는 상당히 다른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장은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 자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창업 초기의 어려운 조건에서도 세계적인 서치펌 연합체인 AIMS International의 회원사로 가입하여 유앤파트너즈의 네트워크 자산을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나갔다.
외부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전
국내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서치펌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그러나 유순신 사장이 헤드헌팅 산업에 뛰어든 것은 1992년으로, 당시에는 국내 기업의 헤드헌팅 수요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수요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당시 유사장이 주목한 것은 외국계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암참(AMCHAM: 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회의였다. 암참 회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하는 한미 경영자간 교류의 장이다. 유사장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암참 회의를 통해 외국 기업인들과 교류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사업영역을 늘려갔다. 암참 회의뿐만 아니라 당시 유순신 사장이 정기적으로 참석했던 주요 모임만 해도 10여 개가 넘었다(Exhibit 2).
이밖에도 삼성경제연구소 세미나, 이코노미스트(Economist) 클럽, 브레인스토밍 클럽, 전국여교수연합회 자문위원회, 경영자독서모임(MBS),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동창회 등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다. 유사장은 누구보다도 네트워크의 힘을 믿고 있고, 이런 모임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광범위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한마디로 인맥이 곧 능력이라는 건데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인맥의 유통기한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인맥은 나이가 들수록 능력이 된다.”
하지만 유순신 사장은 사업기회나 경제적 이익을 쫓아 인맥을 쌓기 보다는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위해 모임에 참석한다. 그리고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상대방의 부탁은 가능한 한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유사장은 스스로도 자신이 천성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10).
“내 핸드폰의 전화번호부에는 자그마치 천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더 저장하고 싶지만 저장할 수 있는 한도가 천 명뿐이라 더 하지 못하고 대신 자주 삭제를 하며 계속 업데이트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운전할 때 리시버를 꽂고 사람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것이다. 특별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 날은 천 명의 명단을 쭉 훑어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발견되면 눈동자가 커지면서 통화 버튼을 누른다. 나는 아무래도 일을 떠나서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
유사장의 이러한 타고난 특성은 하이디 로이젠(Heidi Rozen)을 연상시킨다11). 그는 작은 창업기업의 사보 편집자로 출발하여 빌 게이츠(Bill Gates),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같은 유명 경영인까지 알게 될 만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끝에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의 일류 벤처투자자로 성공한 사람이다.
이렇게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한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을 다른 모임에서 또 다시 만나는 중복적 관계가 만들어지거나 상당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넓게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까지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 주요 고객사들은 여러 모임을 통한 중복적 관계로 인연이 맺어지게 되었고, 결국 유사장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모임을 즐겨 다니면서 고객 네트워크가 더욱 견고해지게 된 것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정부 주요 부문의 국장급이나 실장급 인사를 개방형으로 임용할 때 심사위원으로 참가해달라는 의뢰를 많이 받는다. 처음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그런 일이 많아지면서 정작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때는 환경부 심사를 가고, 어떤 때는 정통부 심사를 가고, 또 어떤 때는 건교부 심사까지 가게 되니 나처럼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하는 분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기업의 CEO를 선임하는 프로젝트에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갔다가 그 분을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그 프로젝트의 심사위원장이었다… 결국 그 공기업의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가 맡아서 하게 되었다. 일을 맡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우리 회사의 경쟁력에 있었겠지만 평소 내가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분명 하나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유사장의 이러한 모임 대부분이 동종 업계의 유사한 기업 경영인들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아서, 10여 개의 모임이 각각 국내 대기업, 외국계, 벤처, 금융, 정보기술(IT)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유순신 사장은 이렇게 특성이 다른 다양한 모임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규모, 업종, 부문(민간, 공공)이 다른 여러 기업으로 연결하는 효과적인 통로를 확보하게 되었고, 결국 유앤파트너즈는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범위의 넓은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되었다(Exhibit 3).
유앤파트너즈의 부문별 프로젝트 건수를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해외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다양한 부문으로 고객사를 확대했다. 현재는 국내 민간부문 50%, 해외부문 30%, 공공부문 20% 정도의 비중으로 운영되고 있다(Exhibit 4).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된 데에는 유순신 사장의 명성과 폭넓은 네트워크는 물론 일종의 행운도 작용하였다. 1997년 유사장의 저서인 ‘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가 출판과 동시에 경제경영 서적 1위에 올랐을 때, 그때까지는 생소했던 헤드헌터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사장은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유사장은 당시에는 희소했던 여성 헤드헌터로 주목을 받으면서 삼성 사장단 수요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되었고, 이후 여러 삼성 계열사들의 의뢰를 받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유앤피트너즈는 더욱 다양한 민간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되었다. 유앤파트너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사업은 유순신 사장이 서치펌 업계 초기부터 쌓아온 명성을 기반으로 다양성과 중복적 관계가 적절히 조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자리 잡게 된 셈이다.
한편 공공부문의 프로젝트는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때마침 2004년 인사혁신과 개방형 인사를 기조로 하였던 참여정부의 등장으로, 유순신 사장에게 인사수석실 자문위원, 대통령직속 인사위원회, 행안부 위원 등 여러 활동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공공부문의 프로젝트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유앤파트너즈의 주요 고객사를 외국계, 민간, 공공부문별로 분류한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기의 주요 고객사들은 주로 유사장의 개인적인 네트워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초기 외국계 기업에서 시작하여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으로 확대되었으며, 특히 공공부문은 대부분 유사장의 네트워크가 수주로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각 부문대표인 파트너들이 영입되면서, 이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고객사로 사업범위가 확대된 과정을 볼 수 있다(Exhibit 5).
유앤파트너즈는 초기부터 AIMS의 멤버회사로 가입해 세계적 서치펌 네트워크의 회원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 세계 60개국 200개가 넘는 회원사의 인재DB를 확보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협력범위가 더 넓은 AESC(Association of Executive Search Consultants)에 회원사로 가입하였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서치펌들이 채택하고 있는 산업부문별 조직형태를 그대로 도입하였으며, 이후 각 산업분야를 담당할 대표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유순신 사장이 스스로 갖지 못했던 분야의 네트워크 자산을 확보하였다.
결과적으로 유사장은 초기부터 잘 쌓아온 명성을 기반으로 국내 서치펌 업계의 우위를 선점했고, 다양한 산업분야의 부문대표들과 컨설턴트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여 유앤파트너즈 전체의 네트워크 역량과 자산을 키워 나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앤파트너즈는 해외, 민간, 공공부문을 모두 포함하는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며, 성장의 확실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유앤파트너즈의 성공을 이끌었던 네트워크 자산이 단순히 유사장의 개인적인 경력과 명성, 그리고 다양한 외부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여러 산업과 타 서치펌에서 근무하던 컨설턴트들이 영입되어 유사장의 네트워크를 보완했고, 장기적인 신뢰가 쌓인 고객사로부터 반복적으로 나오는 재오더(repeat order)와 대외비 프로젝트(confidential project)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2003-2008년에 해당하는 창업 초창기에는 분명 유사장이 가진 네트워크 자산이 사업의 밑거름이 되었으나, 성장기인 2008-2012년 시기부터는 의도적으로 각 부문대표들에게 유사장 본인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려고 노력하였다. 부문대표들과 함께 외부의 경영자 조찬 세미나에 나가고 글로벌 암참 회의에 참석하는 등 각 부문대표들을 외부의 네트워크에 노출시켰다. 각 부문대표들의 역할에 무게를 실어 주는 한편, 이를 통하여 대표들이 다양한 인맥을 쌓고 스스로 사업기회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유사장의 이러한 방침은 점차 각 부문대표뿐만 아니라 일반 컨설턴트들에게까지 확산되어 유앤파트너즈 전 멤버가 함께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 및 형성함으로써 회사의 네트워크 자산을 더욱 발전시켰다.
한편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지향하는 유앤파트너즈의 사업방식은 많은 구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력을 입력하게 함으로써, 타사가 보유하지 못한 독보적인 인재DB를 갖추는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앤파트너즈의 홈페이지에는 유수 국내기업의 임원들과 해외 포춘 500대 기업에 근무하는 많은 한국인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입력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에 근무하는 비서관을 비롯하여 정관계의 인사들도 상당 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볼 때 유앤파트너즈의 성공은 개인적인 네트워크 덕분이라기보다는 유앤파트너즈를 믿고 이를 통해 이직하려는 많은 구직자와 좋은 인재를 찾는 고객사들 사이에서 네트워크 플랫폼(network platform)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 삼성, LG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은 공식적인 계약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도 곧 퇴임하게 될 임원들의 이력을 유앤파트너즈에 제공하면서 재취업을 부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유앤파트너즈는 2012년에 사회적 기업인 ‘시니어앤파트너즈(Senior & Partners)’를 설립함으로써 퇴직한 임원들의 재취업을 돕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현재의 시니어앤파트너즈 부문대표는 과거 오랫동안 외국계 기업에 근무했던 임원출신으로, 과거의 고객 혹은 후보자들이었던 퇴직 연령대의 임원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12).
내부 네트워크의 특성
유사장이 유앤파트너즈를 창립한 것은 2003년 5월 1일의 일이었다. 초창기 직원은 전 직장에서 업무보조를 하던 여성 직원과 미국회사의 회계(accounting) 담당이었던 여성 후배 등 4명뿐이었다. 이들은 각각 행정과 재정,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헤드헌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순신 사장뿐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서치펌의 모델을 따라 산업별, 부문별 체제를 만들어놓고 본인이 모든 부문을 직접 담당하다 보니 당장 필요한 인력의 영입이 절실하였다. 이에 유사장은 각 부문별로 외부 네트워크를 보완하고 필요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인력을 단계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하였다. 조직성장에 따라 구성원들이 유입되어 조직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사업초기부터 글로벌 서치펌의 내부조직 모델을 그려놓고 유순신 사장의 계획 하에 체계적인 인력충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마치 잘 짜인 그림의 각 부분을 메워 나간 것과 유사하다. 비록 초창기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수한 인력들을 영입하고 내부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게 되었다.
유순신 사장이 제일 먼저 주목한 인물은 유앤파트너즈의 첫번째 파트너가 된 IT부문의 이기봉 대표였다. 이대표는 유한킴벌리 기획실, IBM의 인사부장을 거쳐 다국적 서치펌의 지사장으로 있던 인물로 IT부문에 폭넓은 인맥과 경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다른 회사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유앤파트너즈에 당장 영입하지 않고 파트너십 관계를 맺으며 일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4개월 정도 함께 일하면서 호흡을 맞춘 후, 이대표는 결국 유앤파트너즈로 자리를 옮겼다. 이기봉 대표의 영입은 유앤파트너즈가 자리를 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에 대해 유순신 사장은 저서에서 “어쩌면 내가 헤드헌터로서 가장 헌팅을 잘한 사람이 이기봉 대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라고 하였다13).
두 번째로 영입한 파트너는 산업부문의 이기성 대표로, 그는 삼성전자 인사팀장, 한솔 마케팅 이사 등 인사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엘리트였다. 세 번째 파트너는 금융부문의 김성호 대표였다. 김 대표는 대우증권 출신에 외국계 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의 한국지사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경기고, 서울대, 콜럼비아 대학 MBA라는 화려한 이력과 함께 상당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비재 부문의 어드바이저(advisor)인 강시철 박사는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해외시장 및 마케팅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초기 멤버가 영입되자, 원래 구상했던 각 부문별로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유앤파트너즈의 핵심 인력구조가 완성되었으며, 이들이 앞서 말한 외부 네트워크 자원을 본격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서치펌으로서의 골격이 형성되었다.
체제가 갖춰지자, 각 부문대표들이 추천하거나 직접 지원한 컨설턴트들로 필요인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유사장 역시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영입하여 공백을 채웠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고객이었던 사람이나 채용 후보자로 추천했던 사람에게 영입제의를 하기도 했고,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경쟁하는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타사의 유능한 컨설턴트를 눈여겨보았다가 입사를 제의하여 성사시키기도 했다.
유앤파트너즈의 인력구성을 입사경로별로 살펴보 초기 핵심인력 영입으로 체제가 갖춰진 후, 단계적으로 내부 네트워크가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앤파트너즈는 현재 산업 및 공공부문, 금융 서비스 부문, 소비재 및 유통 부문, IT 부문, 글로벌 부문, 총 5개 부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유사장은 각 부문에 필요한 대표와 컨설턴트를 다양한 경로로 영입해왔다. 예를 들어, 글로벌 부문의 L대표는 과거의 후보자였으며, IT부문의 S대표는 해외근무 중 이메일 교신이 계기가 되어 영입한 경우이다. 몇 년 전에는 오더 개발과 수주를 전담하는 Business Developer을 영입하기도 하였다. Business Developer는 서치 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연봉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유사장은 현 Developer가 가진 금융과 공공부문의 네트워크 잠재력을 보고 기꺼이 영입했다고 한다(Exhibit 6).
유순신 사장은 또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외국인 헤드헌터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하였다. 창업 초기 다국적 기업의 오더개발을 맡았던 Christine은 AIMS 회원사로 있을 당시 유앤파트너즈가 ‘한국의 작은 기업’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그 밖에도 몇몇 외국인 컨설턴트들이 멤버로 활동하였다. 그 중에서도 Lu Anne Homberger는 글로벌 부문 멤버로서 현재까지 외국계 기업과의 연결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
유순신 사장은 본인 스스로도 타고난 천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부문대표들과 컨설턴트들이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의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안목이 있었다. 예를 들어 소비재 및 유통 부문의 K대표는 교사 출신으로, 남편이 미국에서 MBA 유학을 했던 것을 계기로 MBA 유학 상담과 MBA 출신자들의 국내기업 취업을 알선하는 온라인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K대표를 인터뷰하게 되었는데, 당시 아이가 어렸던 K대표는 오전 근무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보통의 경영자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였지만 유사장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여 K대표를 놀라게 했다. 이는 K대표가 가진 MBA 네트워크와 경험을 높이 산 것으로, 입사 후 지금까지 K대표는 유앤파트너즈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는 핵심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IT부문의 S대표는 반도체 유통업계에서 일하던 인재였다. 중국 상해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유순신 사장의 저서를 읽고 헤드헌팅 업계에 관심이 생겨서 유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메일을 보내면서도 답장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유순신 사장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오면 만나자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S대표가 한국에 들어올 기회가 생겼을 때, ‘혹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유사장에게 연락을 했다. 유순신 사장은 마치 어제 일처럼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몇 번의 인터뷰 끝에 유앤파트너즈에 영입했다.
이렇게 조직체계가 갖춰진 이후에는 내부인력 구성을 다양한 범위로 점차 넓혀 갔다. 서치펌에서는 타사로의 이동이 일반적인 관행이었기 때문에 주로 동종업계의 타사에서 인력을 영입하였다. 하지만 유사장의 명성 때문에 유사장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갖고 일을 배우기 위해 전직을 결심한 직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내부추천을 통한 구성원의 영입은 유앤파트너즈의 네트워크 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넓힐 수 있는 주요 전략이었으며, 유사장은 각 구성원이 지닌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회사의 핵심역량으로 적극 육성하였다.
이와 같이 유앤파크너즈의 내부 네트워크는 회사가 성장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유사장이 처음부터 선진 서치펌들의 조직구조를 참고한 목표를 갖고 있었고, 이 목표를 향해 핵심 파트너 영입, 주요 부문대표 영입, 일반 헤드헌터 채용이라는 단계를 밟아나간 것이다. 그리고 각 단계에 따라 영입된 구성원들은 그 역할이 각각 달랐다. 따라서 일반 서치펌의 헤드헌터들이 보유한 외부 고객 네트워크 및 헤드헌터 간 관계와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성은 다음에 살펴볼 조직운영 방식과도 연결된다.
유앤파트너즈의 조직구조와 관리시스템
유앤파트너즈는 산업 및 공공부문, 금융 서비스 부문, 소비재 및 유통 부문, IT 부문, 글로벌 부문 등 총 5개 부문별 대표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각 부문별 헤드헌터 수는 4명으로 동일하다. 경영지원팀 직원 4-5명 이외의 모든 헤드헌터는 각자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로, 유앤파트너즈와는 법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에 있다. 이는 로펌의 변호사나 회계법인 등 전문서비스 기업들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Korn/Ferry International, Heidrick & Struggles와 같은 글로벌 서치펌들이 대부분의 헤드헌터를 자체 직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서치펌들은 독립적인 헤드헌터들이 파트너십 형태로 근무하는 곳과 자체 직원 헤드헌터의 비율이 높은 곳 등이 혼재되어 있다(Exhibit 7)14).
일반적인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들의 연합인 유앤파트너즈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유앤파트너즈만의 특별한 관리방식이 요구되었다. 개인 사업자인 헤드헌터들의 입장 차이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회사 전체가 와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유앤파트너즈는 프로젝트 오더에 관한 의사결정과 오더배분을 유사장과 경영지원실에서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방식’을 도입하였다. 컨트롤 타워 방식은 서치펌에서 가장 중요한 오더개발, 즉 프로젝트 수주는 유사장과 Business Developer가 담당하고, 부문별 대표와 컨설턴트는 경영지원실에서 배분하는 오더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체계는 매우 독특한 구조로, 다른 글로벌 서치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Heidrick & Struggles는 각 헤드헌터가 자유롭게 프로젝트 오더개발을 하고, 보상으로 수주액의 일정 부분(SOB: source of business)을 받는다. 해당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면 서치 수임료(Fee)도 지급받는다. 따라서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오더 수주만으로도 보상을 받게 되므로 수주에 적극 노력하게 되고, 자신이 수주한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면 서치 수임료까지 받는 이중적 보상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수주한 프로젝트를 다른 헤드헌터가 수행할 경우에는 SOB와 Fee는 각각 다른 사람에게 지급된다15).
이런 구조에서는 각 헤드헌터가 오더 수주를 위해 독립적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때로는 사내의 다른 헤드헌터와 경쟁관계에 놓이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헤드헌터는 매우 높은 보상을 받거나, 자신의 고객 네트워크를 가지고 독립하여 새로운 서치펌을 만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국내 서치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EZI, Korn/Ferry 등과 같이 개별 헤드헌터가 직접 고객관리 및 수주를 하는 방식과 조직관리팀 중심의 오더수주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앤파트너즈는 경영지원실과 Business Developer의 오더개발 및 배분을 통해 주요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각 헤드헌터나 부문대표들이 직접 오더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약간의 보상(transfer fee)을 받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오더는 컨트롤 타워인 경영지원실을 통해 배분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구조와 독특한 운영방식은 국내 헤드헌팅 산업 초기부터 헤드헌터로 명성을 날리고 경력을 쌓아온 유순신 사장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사장은 오랜 경험을 통해 많은 헤드헌터들이 단 기간의 고액보상보다는 ‘안정성’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더수주와 서치 업무를 완전한 자유경쟁 체제로 할 경우,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치닫게 되는 서치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일반 헤드헌터들이 겪는 수익의 불안정성과 극도로 경쟁적인 분위기는 업무 스트레스 증가, 이익중심의 고객관리 등 여러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예컨대 C서치펌은 소수의 스타(star) 헤드헌터가 고소득을 올리고 나머지는 낮은 수임료를 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해 조성되는 상대적 위화감이 전체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유앤파트너즈의 컨트롤 타워 방식은 일선 컨설턴트들의 니즈(needs)와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순신 사장의 고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더 배분
유앤파트너즈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컨트롤 타워인 경영지원실을 통해 배분이 이루어진다. 유순신 사장 개인이 수주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모든 프로젝트가 항상 경영지원실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단은 회사의 브랜드파워가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으로 들어오는 게 70% 정도고요. 나머지 30%는 기존 고객의 재오더나 개인이 개발한 것인데, 이것도 관리팀에 보고하고 컨트롤 타워에 입력해야 합니다. 사내 루비시스템(주: 사내 인트라넷 명칭)에 입력하지 않으면 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중앙관리식 오더배분 시스템은 각자 오더 수주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타 서치펌에서는 흔하지 않다. 유앤파트너즈의 컨트롤 타워 시스템은 높은 안정감과 함께 조직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조정력을 강화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조직 구성원이 서치펌 특유의 극한경쟁이나 오더 수주 스트레스를 회피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헤드헌터들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약간 다른 의견들도 있으며, 한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는 회사가 일을 가져오고, 직원들은 그것을 쳐내는 구조입니다. 물론 장점이 있고요. 하지만 굳이 문제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여기 있는 분들은 뭐랄까 약간 야성(野性)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수주 부담이 없지만 헤드헌터로서 열심히 일하고 엄청난 보상을 가져가는 분도 없거든요. 그래서 몇년은 좋지만 보상수준도 매년 비슷하고 하면 과연 발전적일까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타사처럼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중간관리자급까지 사업범위를 넓혀서 공격적으로 해봐야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게다가 컨트롤 타워 방식의 오더배분으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그래서 이런 갈등이나 오더배분 상의 마찰을 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유앤파트너즈에서는 공식적인 경영위원회를 통해 오더배분 문제를 조정하고 있다. 유사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보통 수주한 프로젝트는 해당 부문에서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가끔 IT와 소비재 등 부문경계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서로 하고 싶다고 할 때는 누구한테 그것이 가든 실망할 수 있는 거죠. 그럴 때 저희는 내부의 경영위원회를 열고 프리토크, 오픈토크를 합니다. 경영위원회에는 5개 부문대표가 모두 참석하고 필요하면 감사까지 6-7명이 모여서 논의하다 보면 결국 해결이 됩니다.”
이런 조정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위원회 참여자들, 혹은 일반 헤드헌터들 간에 형성된 일종의 암묵적인 규범이다. 그것은 이번에 조금 양보하면 다음번에는 자신이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유앤파트너즈 부문대표들은 근속년수가 대부분 5년 이상이 됐기 때문에, 자기 부문이 양보하는 경우가 생길지라도 회사가 다음에 그것을 보충하고 고려해 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것이 자연스럽게 유앤파트너즈의 규범이 되었다. 유사장이 소개한 사례를 보자.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고객 중에 한때 무지 잘 나갔던 회사가 있었어요. 그 회사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