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도 구독이 되나요 –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는 2021년 2월 재생에너지 IT솔루션 벤처 식스티헤르츠를 설립했다. “IT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후테크 벤처를 표방한 식스티헤르츠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라는 세 가지 성과기준(triple bottom line)을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했다. 하지만, 신생 기후테크 벤처로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식스티헤르츠의 첫 번째 상품인 햇빛바람지도는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로 주목받았지만, 그 자체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목포를 거점으로 한 재생에너지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는 지역발전사업자와의 협력 등 경제적 가치지향이 명확했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되지 못한 채 중단되었다.

하지만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이윤 사이의 균형을 달성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식스티헤르츠는 재생에너지 통합 운영 및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 VPP) 소프트웨어, RE-100을 달성하려는 기업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 중개 서비스 월간햇빛바람 등 다양한 IT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 안착시켰다. 2021년 7월 시드투자 유치이후 식스티헤르츠는 2022년 흑자를 달성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서비스에 따른 환경 임팩트만 3억 5,300만 원으로 보고하며 기후테크 벤처로서 인상적인 성장궤적을 보이고 있다.

본 사례연구는 기후테크 벤처 식스티헤르츠를 지속가능한 사회, 환경,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며 혁신의 동력으로 삼는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sustainable entrepreneurship) 과정으로 이해한다. 식스티헤르츠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산업 전환 과정의 제도적 이니셔티브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IT기술을 활용한 혁신과 소셜벤처로서의 정체성에 기반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며 기후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Q1. 식스티헤르츠가 목포 기반 해상풍력 발전단지 프로젝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이유와 목포 프로젝트 이후 식스티헤르츠의 전략적 변화에 대해 논의하시오.

Q2. 지속가능한 기업가정신은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장 기반 솔루션 제시와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시장 형성 과정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는 기업가적 활동이다. 식스티헤르츠의 초창기 프로젝트인 햇빛바람지도, 통합형 가상발전소 솔루션인 에너지스크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솔루션인 월간햇빛바람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가? 각 프로젝트에 대한 식스티헤르츠의 개발 동기 및 전략적 의사결정과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 사이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관계를 중점에 두고 각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보자.

Q3. 식스티헤르츠는 이미 수익성이 확보된 가상발전소 솔루션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서비스 중에 어떤 곳에 더 자원을 투입해 집중적인 성장궤적을 만들어야 할까? 식스티헤르츠의 기후변화 임팩트를 확대할 수 있는 견고한 성장전략은 무엇일지 논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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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네 번에 재생에너지를 살 수 있는 사회 

2015년 여름이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베를린에 도착한 김종규 대표는 집을 구하자 마자 인터넷뿐만 아니라 수도, 가스, 전기까지도 개인이 직접 공급회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기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김종규 대표는 신청 메뉴 상단에 재생에너지1) 옵션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 고, 절반은 설렘, 절반은 놀라움으로 옵션을 선택했다(Exhibit 1). 네 번의 클릭 뒤, 김종규 대표는 재생에너 지 구독자가 되었다. ‘뭐야, 집에서 재생에너지 쓰는 게 이렇게 쉬운 거였어?’ 독일에서의 첫 번째 재생에너 지 구독 경험은 김종규 대표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김종규 대표는 2012년 설립된 태양광 전문기업 해줌의 창업멤버이자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햇빛 지도, 태양광 프로젝트 분석 서비스,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그였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다. 사실 김종규 대표의 경력은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하다. 학부에서 컴퓨터와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 취업했지만, 학자금 상환을 마치자마자 퇴사하고 2012년 해줌에 참여하였으며, 이후 대학원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석사과정에 있던 그는 2014년에는 희귀병 아이들의 유전체를 검사하고 잠재적 질병을 찾아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NPO(Non Profit Organization)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국아쇼카재단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주최한 헬스케어 솔루션 발굴사업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일 벌이기 좋아하고, 일단 시작한 일은 손해가 나지 않게 노력한다”, 김종규 대표는 스스로를 이렇게 묘사한다. 사회 영역과 영리 영역을 오가는 그의 복잡한 커리어는 그가 어느 분야에 있든 더 가치 있는 방향, 더 효율적인 솔루션에 대한 고민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독일에서 5년간의 삶은 그의 고민을 해줌 너머로 밀고 갔다. 한국전력이 에너지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다양한 민간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며 공급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태양광 발전 장비 시공에 집중된 한국에 비해 독일은 태양광은 물론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이 활성화되는 추세였고, 이러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3)와 기존 에너지 망을 디지털화하여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4)에 대한 수요가 에너지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독일의 넥스트-크라프트베어크(Next-Kraftwerk)는 이미 5천 개가 넘는 중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사물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원자력발전소 1기 이상의 설비용량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에 반해, 국내 에너지사업은 여러 면에서 민간사업자, 특히 신규사업자들에게 불리한 구조였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제도적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것은 자명했다.

독일 가상발전소 시장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김종규 대표는 IT기술에 돌파구가 있다고 믿었다. 날씨, 지형 등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효율성의 가치가 점점 더 강조될 것이고, 이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등 IT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개발자이자 연구자로서 기후산업에서 소셜벤처라는 조직적 접근에 논리적인 일관성을 느꼈 다. 기후위기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으로 발생한 만큼 산업자본주의의 성장 공식을 답습하며 유니콘5)을 지향하는 기업은 “기후문제를 야기한 것과 비슷한 힘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고, 이는 논리적으 로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IT기술과 소셜벤처라는 방식, 이 두 가지 접근의 조합이 식스티헤르츠(60Hz)라는 사명의 기원이다. 한국의 전기는 주파수 60Hz에 맞춰 공급된다. 발전량이 부족해 주파수가 60Hz보다 낮아지면 출력을 증가시키고, 발전량이 많으면 발전 출력을 감소하도록 제어하는 것이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전력망 관리의 기본원리다. 자원의 낭비를 막고 재생에너지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최적 효율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 김종규 대표가 식스티헤르츠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였다. 

 

햇빛바람지도: 식스티헤르츠의 첫 번째 솔루션

독일에서 돌아온 지 1년이 조금 넘은 2020년 가을, 김종규 대표는 이전부터 조금씩 구체화해왔던 IT 기반 소셜벤처의 설립을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그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발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산을 주도했던 태양광은 기구 설치가 쉽고 패널 단가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그러나 태양광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부 지를 필요로 하는데, 한국 지형의 특성상 적합한 토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조달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로 2019년 기준 1MWh 미만을 생산하는 중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1만 8천여 개였던 반면, 1MWh 이상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124개에 불과했다.

한편 독일,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풍력발전은 태양광과 비교해 단위면적당 발전량이 많고 설비 이용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규모 있는 발전에 용이하다. 다만, 발전을 위한 기준점 이상의 풍속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소가 한국에서는 산간지방과 해상지역 일부로 한정되어 있고, 변동이 심한 풍량에 의존하는 발전원 자체의 특성상 안정적인 출력의 유지 및 설비의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종규 대표는 이 풍력발전 관리의 문제를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엔라이튼, 해줌 등 태양광 솔루션 기업들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서 경쟁이 심화되었던 시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직 규모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풍력발전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 장기적으로 유리한 전략이라고 본 것이다. 효율성이 곧 환경적 가치가 되는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의 시작이었다. 기본적인 방향성은 풍력발전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다루면서도 기존 재생에너지 업체들이 해왔던 생산-설비 중심성에서 벗어나 IT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 특히 태양광 시장은 시공업체들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어요. … 다른 상 장된 에너지 발전 회사들도 주력 비즈니스는 태양광, 풍력 시공이고요. 설치, 시공 외에는 재생 에너지 분야의 수익 모델이 특별히 없었던 겁니다. 

– 최범규 소풍벤처스 심사역

문제는 IT를 기반으로 가능한 사업 중 무엇을 먼저 할지였다. 초창기 식스티헤르츠의 사업계획서는 IT 기반 스타트업이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사업군을 망라하였다. 기후변화로 야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시장에 포지셔닝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까? 시드투자 없이 시작한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다행인 점은 무엇보다도 김종규 대표 자신이 다양한 재생에너지 IT 솔루션 개발을 경험한 경력이 풍부하다는 것이었다. CTO로서 태양광 발전소 지도, 태양광 프로젝트 분석 서비스,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이끌어왔고, 심지어 초기 창업팀 전원은 IT 개발 인력이었다. 10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에너지산업 분야 네트워크도 탄탄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다른 창업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창업가로서 다시 시작한 김종규 대표에게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지식은 창업 초반에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옵션을 고려하게 만들었고, 고민의 시간은 늘어갔다. 전문가로서 축적해 온지식과 CEO로서의 사업적 판단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6개월 단위로 타임라인을 만들거나, 제가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놔야 했던 것 같아요. … 일단 법인은 만들었는데 무엇을 할지는 만나서 한번 얘기해볼까 하는 정도였거든요. 저희 창업팀이 테크 기반 사람들만 있었고 조직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모든 상 황, 모든 판단,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보면 아직 조직 분야의 비전문가인 저한테 집중됐죠.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할 여유는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장 창업팀을 운영할 인건비, 공간 확보가 시급했다. 창업 초반 김종규 대표의 첫 번째 선택은 “햇빛바람지도”였다(Exhibit 2).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의 발전량 정보를 예측하여, 원하는 누구나 이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유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해줌에서 태양광 발전소 지도를 만든 경험이 있었던 그는, 기존 솔루션들이 의존하고 있는 단일 데이터 소스에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계측이 어려워 집계하지 않고 있던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지속가능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식스티헤르츠는 원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햇빛바람지도 아이디어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신한금융그룹 퓨처스랩(2021.2)과 임팩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현대차 H-온드림(2021.4)에 선정되었다. 공모전 수상으로 받은 지원금과 사무공 간은 식스티헤르츠의 초기 자원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식스티헤르츠는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햇빛바람지도의 개발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햇빛바람지도의 개발 동기는 무엇보다도 이런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시장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개발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했 으며, 설상가상으로 시장성 또한 불분명했다. 또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환경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었다. 기상데이터는 미국 해양대기청과 한국 기상청의 오픈 데이터를, 발전 시뮬레이션은 전세계 국립연구소들의 오픈소스를 사용했는데, 다양한 소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중복된 자료를 제거하거나 잘못 입력된 것들을 찾아 고치는 전처리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지난했다.

0을 1로 만드는 것과 95를 96으로 만드는 것이 똑같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하는 건 사실 상대적으로 쉬운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데는 더욱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죠.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왜 이게 없었는지 알겠다’였어요. … 시장에 거래와 관련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별로 없어서, 그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일을 저희가 한 거예요.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부터, 다 조사해서 만든 거죠.6)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그러나 다행히도 식스티헤르츠는 이 과정을 통해 얻은 다양한 데이터소스를 종합해 재생에너지원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햇빛바람지도의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당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산, 예측하는 유사 서비스들은 전력거래소에 등록된 태양광 에너지 설비에 한해 연 단위의 발전량 예측을 제공한 반면, 식스티헤르츠의 햇빛바람지도는 미등록된 태양광 에너지 설비, 풍력 에너지원을 포함해 범위를 확장했고, 일단위로 보다 정밀하게 발전량을 예측하면서도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적 혁신을 달성했다. 

2021년 4월 햇빛바람지도는 전국 8만 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위치, 발전 용량, 시간대별 예측 발전량 정보를 시각화한 무료 서비스로 온라인 공개되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데 비해 햇빛바람지도의 가시적인 성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한 햇빛바람지도는 기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그 자체로 돈이 되는 서비스가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서비스인 해줌의 햇빛지도는 태양광 발전량 검색 이후 생산설비 컨설팅으로 넘어가는 메뉴가 있지만, 초기 벤처로서 식스티헤르츠가 생산, 설비까지 다룰 역량은 없었으므로 햇빛바람지도는 정보공유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없었다. IT 솔루션을 통한 문제해결을 식스티헤르츠의 핵심 정체성으로 놓은 이상, 생산설비로 매출을 만드는 것은 식스티헤르츠의 영역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여전히 무엇이 우선순위이며, 어디에서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야 할지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목포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사업 참여: 재생에너지 × 지역경제 활성화 = ? 

김종규 대표는 햇빛바람지도 개발 중에도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김종규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목포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사업이었다. 지역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협의 중 목포를 거점으로 한 대규모 해상 풍력 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것이다.

목포와 신안은 풍부한 햇빛과 바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의 최적격지로 꼽힌다. 햇빛바람지도에 따르면, 2021년 신안은 이미 태양광 249개소, 풍력 2개소에서 2,678MWh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고, 발전소 사업자 들의 네트워크도 촘촘히 구축되어 있었다. 목포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산업 참여는 개별 발전소 수준을 넘어 지역 단위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였다. 태양광 또는 풍력 하나만 다루는 경쟁 솔루션과 다르게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통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식스티헤르츠에게 목포는 몇 안 되는 최적합지인 셈이었다

신안을 중심으로 한 발전 사업 프로젝트의 타당성 분석 및 발전량 예측에 있어, 햇빛바람지도와 함께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개발 능력이 있는 식스티헤르츠의 역할이 분명히 있고, 이는 충분히 클 것이었다. 지역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풍향계측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풍력발전 사업 프로젝트의 타당성 분석 및 실제 풍력단지가 들어섰을 때의 발전량 예측, 그리고 해상풍력 발전기 유지/보수를 위한 알고리즘 개발 등 연관 사업을 통해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면, 투자 유치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또한, 이는 지역사업자들이 소유한 발전 자원들을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 단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실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동시에 김종규 대표는 사회적 가치,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목포 진출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 다. 목포와 신안은 지역경제 침체, 일자리의 감소와 함께 급격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었다. 목포에는 식스티헤르츠와 같은 IT 기반의 스타트업이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목포에서 식스티헤르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식스티헤르츠의 사업목적에 ‘지역사회에 공헌’이 명시된 만큼, 지역에 대한 식스티헤르츠의 인력 투입과 사업 확장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제가 목포에 가 있었습니다. 저희 주요 멤버들이 한 달에 두세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지역개발 사업자들과 협업해서 다른 유형의 회사를 잘 이끌어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구 소멸 지역에서 저희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의욕도 있었어요.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몇 번의 출장과 협의 끝에, 2021년 초 식스티헤르츠는 전격적으로 목포 오피스를 설립했다. 햇빛바람지도 개발 이후 시드투자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매출 확보를 모색했던 식스티헤르츠의 전략적 의사결정이었다. 김종규 대표는 목포 오피스에 상주하며 지역발전사업자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목포 오피스에서 하는 일에 주력할 상주 개발자 모집 공고를 띄웠다. 이 과정에서 지역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고등학교와 연계한 청년인턴을 고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 지역경제 활성화,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난관에 봉착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은 그 자체만으로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무 현장에서 환경적 가치는 그 자체로 논쟁적이었고 민주적인 설득과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화하고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식스티헤르츠의 노력과는 별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는 정책수행과정에서 입지선정 절차, 어업인 수용 및 보상 방안, 인허가의 문제로 해상풍력 사업 자체의 진행 속도가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목포 오피스에 상주하는 IT 개발자 모집 또한 실패했다. 시장에서 검증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소셜벤처에서 일하기조차 꺼렸는데,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목포 오피스에서의 근무는 IT 개발자들에게 결코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없었다. 목포 해상풍력 개발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사업자들과의 협업은 오랜 논의 끝에 합의가 종료되었다. 이 과정에서 초창기 멤버 중 일부가 식스티헤르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김종규 대표는 식스티헤르츠 창업 후 처음으로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왜 이런 결과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물론 목포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둘러싼 제도적 논의가 지속되는 것은 식스티헤르츠의 잘못이 아닌, 제도 자체의 문제였다. 초기 단계의 벤처에 지역개발사업이 가시화될 때까지 버틸 자원도, 지역개발사업 설득과 제도화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되어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개별 기업의 의지만으로 극복되기 어렵고, 그 배경에는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열악했던 지역인프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목포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참여는 식스티헤르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식스티헤르츠의 핵심역량과 기술, 정체성은 이 사업과 얼마나 부합했을까?

지역개발사업자 분들은 IT 비즈니스 경험이 없으시잖아요. 보통 IT 경험이 없는 분들은 IT 중심을 놓고 비즈니스를 하려 하지 않고 본인 비즈니스의 IT 부서처럼 활용하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공사나 건설에서 일을 만들고 돈을 버는 사이클은 IT 회사와 다르기도 하고요. … 저희는 IT 회사로서 정체성이 강한데, 의사결정을 같이 해야 하니까 쉽지 않았어요. 미팅을 거듭할수록 생각의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분들이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당장의 매출을 만드는 것보다, 앞으로 회사의 방향성 차원에서 이렇게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IT를 기반으로 한 혁신은 김종규 대표가 식스티헤르츠를 창업한 근본적인 동기였다. 그뿐 아니라, IT 솔루 션의 고도화는 개별적인 사례들을 해결해 가면서 사례들 사이의 일관된 패턴을 확인하고, 이 패턴에 기반 해 알고리즘과 사용성을 개선하며, 여기에 네트워크와 연결된 클라우드가 결합되어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귀납적인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즉, 실험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당장의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매출을 달성해 가는 방식과 달리 IT에 기반한 성장은 R&D를 통한 데이터의 축적과 솔루션 아키텍처를 조직화하기 위한 시간이 걸리는 대신, 일단 솔루션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나면 다양한 사례에 낮은 비용과 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당장의 매출보다 1년 뒤, 2년 뒤 회사의 모습을 생각하면, IT는 기후테크 벤처 식스티헤르츠의 대체 불가능한 DNA였다.

 

기후테크에 주목하는 임팩트 투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실험과 실패가 반복되는 와중에도, 햇빛바람지도를 통해 고도화되고 대외적으로 공개된 식스티헤르츠의 기술력은 정부는 물론 기후테크 및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해 왔던 국내 임팩트 투자자들의 눈에 띄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와 임팩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 시그널을 얻게 된 이면에는 햇빛바람지도의 개방성과 환경적 가치를 브릿지로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공모전, 행사에 참 여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해 온 김종규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투자로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드라마틱하다기보다는 무심한 한 통의 문자가 발단이었다. 김종규 대표가 보내온 문자에는 간략한 소개와 식스티헤르츠가 갓 출시한 대한민국 햇빛바람지도의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당시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은 있었지만 전력 계통에 대한 지식이나 발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그리고 거의 콜드콜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연결된 첫 미팅에서 김종규 대표의 이야기와 식스티헤르츠가 하려는 일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 첫 미팅 이후 투자에 대한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7)

–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임팩트 투자사들은 식스티헤르츠가 재생에너지 관리 솔루션 시장에 막 진입한 신생 벤처임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관리 시장의 기존 사업자들과 달리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원을 통합해 관리하고,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해 예측 알고리즘 정확도를 시장 선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식스티헤르츠의 기술적 경쟁력에 주목했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했던 목포 프로젝트와 햇빛바람지도 무료 공개에서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사회적 미션 지향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1년 7월, 식스티헤르츠는 소풍벤처스, MYSC, 현대자동차제로원으로부터 일반적인 소셜벤처 시드투자의 10배가 되는 6억 규모의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재생에너지 통합형 가상발전소 솔루션

6억의 시드투자를 받은 2021년 당시 국내 재생에너지 관리시장에서 기후테크 벤처 식스티헤르츠의 IT기술력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유엔기후협약에 발맞추려는 정부 정책의 거시적인 방향성(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이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이니셔티브, 그리고 이 이니셔티브에 대응하는 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23년 발표한 에 따라 국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21.6%로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에 있어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15%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2000년대 내내 2% 미만이다. 2011년부터 3%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성장 추이는 완만하다.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노력은 물론 각종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제공해 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가파르게 높이는 것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의 기본적인 과제이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국전력이 모든 전력의 판매를 담당하는 독점적 구조이며, 전체 설비용량의 70%를 과점하고 있는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6개의 한국전력의 자회사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한 모든 전력이 일단 전력거래소를 통해 모두 한전에 매수되고 가격이 결정되며, 한전의 송배전망을 통해 다시 소비자에게 유통된다(Exhibit 3).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용량,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한전의 독점적 유통 구조는 수도권, 제조 대기업 등 대규모 소비처에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확대할 때, 전체 전력망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는 공급량이 일관적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생산을 늘리거나 줄이기 어렵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고유의 불확실성 때문에 발전 출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전력망에 부담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에는 전체 전력망의 블랙아웃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재생 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력의 공급을 부득이하게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생산된 전력이 유실되는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망 전체적으로나, 개별 발전소 차원에 서도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등 분산형 에너지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 DER)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효율적으 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가상발전소가 화학에너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분산하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 하게 된다(Exhibit 4).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수록 전체 전력망 차원에서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시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소 가동률을 증가시키는 조정이 용이해진다. 이에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원 전력망의 안정적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 전 재생에너지원 발전 예측량의 오차율 8% 미만인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력중개 발전량 예측제도를 2021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가들에게 효율적 자원관리를 통한 부가수익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동시에, 이는 식스티헤르츠처럼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관리, 예측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 게다가 예측제도 시행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예측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재생에너지원을 다수가 생산하며 이미 기술이 고도화된 태양광으로 한정시킬지, 아니면 아직 예측오차가 큰 풍력까지 확장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풍력까지 포괄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 역시 이종자원을 관리하는 식스티헤르츠에게 긍정적인 신호였다. 

다음 표는 식스티헤르츠가 고도화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의 재원을 정리한 것이다(Exhibit 5). 식스티헤르츠가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하며 고도화한 재생에너지 관리 및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의 장점은

표 오른쪽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역으로는 전국 단위, 용량으로는 32GW 단위의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규모’뿐만 아니라 ‘정확도’에도 있었다. 표 왼쪽 하단을 살펴보면, 전력거래소에 등록된 총 발전 용량 6.5GW(태양광 4.8GW; 풍력 1.7GW)의 4,700여 개 발전소를 대상으로 식스티헤르츠의 솔루션을 실험해본 결과, 이 솔루션이 하루 전날 발전량 예측 실험에서 예측 오차를 연평균 2.6%까지 낮출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당시 경쟁기업들의 예측 오차율이 10%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식스티헤르츠가 확보한 데이터와 종합 알고리즘의 절대적 경쟁력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였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존 회사들은 시공 중심의 역량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IT 경쟁력을 이제 막 내재화하려는 상황이죠. … 예측 정산 제도하에서 태양광 예측을 하는 기술은 제가 봤을 때 오차 범위가 크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요.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태양광만 있는 게 아니라 풍력도 있고 여러 가지가 또 생기잖아요. … 결국 소규모 분산 자원이라는 다양성이 높아지는 건데, 식스티헤르츠의 가장 큰 역량은 태양광과 풍력이랑 ESS를 하나의 집합자원으로 묶어서 이 덩어리를 예측하고 그 오차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여 검증했다는 부분에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다양한 속성의 분산 자원들을 집합자원 형태로 묶어서 예측력 검증을 한 데가 (식스티헤르츠 말고는)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 최범석 소풍벤처스 심사역

김종규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1년 중반 시드투자 전후로, 발전량 예측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적 기회와 이종 재생에너지 통합 예측 알고리즘이라는 식스티헤르츠의 핵심역량이 재생에너지 통합형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개인 발전사업자에게 있어서 가상발전소는 분산형 에너지원의 효율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기존 가상발전소 수요는 규모는 작아도 10만 개 이상의 발전소를 가진 태양광 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복수의 태양열 패널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이종 에너지원을 운영하는 규모 있는 사업자의 경우에 관리 문제는 훨씬 복잡했다. <전력중개 발전량 예측제도>에 따라 발전량 예측 인센티브를 추가수익으로 얻을 수 있게 된 사업자들에게 예측과 이종 에너지원 통합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가진 식스티헤르츠의 가상발전소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식스티헤르츠의 가상발전소가 환경 및 기상 조건, 구체적인 에너지저장장치 제원, 활용도 등 구체적인 개발조건에 맞춰서 응용 및 고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사업자들로 하여금 식스티헤르츠를 선택하도록 이끄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는) 회사 초창기부터 발전사업자로부터 데이터를 공유받고 분석해서 예측 모델을 만들고 고객분들이 정기적으로 매일 예측값을 받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에요. 계속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요. … 그런데 이 작업이 굉장히 귀찮아요. 왜냐하면 발전사업자별로, 재생에너지별로 스펙이 다 다르거든요. 태양광, 풍력, 저장장치, 전기차 모두 다 따로 솔루션이 있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저희 시스템에 연동하는 데 참고하는 스펙들이 다 달라요. … 기존 사업자들은 사업적으로 필요 없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죠.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회사들은 그러지 않아도 이미 매출이 나오거든요. … 그런데 저희는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봤던 거죠

– 김대호 식스티헤르츠 연구원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주요 고객은 대기업과 발전공기업이었다. 여기에는 식스티헤르츠의 기술적 역량 외에 다른 요인도 있었다. 초기 생존자원 확보를 위해 지원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신한금융그룹 퓨처스랩(2021.2), 현대차 H-온드림(2021.4), LG 소셜펠로우(2021.5)는 물론, SK에너지-창업도약패키지(2022.5), 현대건설-현대차 정몽구재단 온드림 C(2022.6), 삼성전자 C-lab outside(2022.11)가 고객확보의 브릿지가 된 것이다. 식스티헤르츠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지원함으로써 교육, 상금 등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우수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대기업 그룹 내 협업이 필요한 부서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나아가, 김종규 대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 과정에 있어, 대기업은 새로운 파트너로서 활력과 규모 있는 임팩트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이해관계가 강한 한전이나 6대 발전사와 대기업들은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기존 발전사들은 이미 화력이나 원자력에서 생산하는 전력 비중이 크잖아요. … 하지만 지금 에너지산업에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회사라고 하면 석탄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그리고 에너지 분야는 제조대기업,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지 않습니까? … 저는 기존 에너지 산업의 레거시들을 생각했을 때에도 대기업들이 지금 현재 뛰어들어서 역할을 하는 게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특히, SK에너지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재생에너지 관리 솔루션인 ‘에너지스크럼’은 주소를 혁신하는 새로운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에너지스크럼은 전기차 충전스테이션을 다양한 분산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허브로 활용하는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주유소는 기본적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소로 기능한다. 하지만, 에너지스크럼이 운영하는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은 주유소 옥상이나 주변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주유소에 설치된 연료에 너지에 저장한다. 저장된 재생에너지는 피크 시간의 전력수요에 사용되도록 판매할 수 있고, 수요가 적은 시간에는 남은 전력을 전기자동차에 저렴한 가격으로 충전해 주는 데 사용될 수 있다(Exhibit 6). 에너지스크럼은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가상발전소 소프트웨어 사업에 주력한 식스티헤르츠는 2022년, 별도의 후속 투자를 받지 않고도 흑자를 달성한다.

 

월간햇빛바람: 재생에너지도 구독이 되나요?

RE100(100% Renewable Energy)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기업주도의 글로벌 캠페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구글 등 349곳의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미래에셋증권 등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자발적인 캠페인이지만,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이 자신의 공급체인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탄소중립 의무를 부과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수요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RE100은 전력사용량 및 규모에 따른 가입 제한이 있어, 국내에서는 규모와 관계없이 개인,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까지 참여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K-RE100)이라는 정책 이니셔티브가 2021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에 따르면, RE100을 달성하려는 기업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을 이용하거나 사용전력만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를 구매해야 한다. K-RE100의 경우 일반 전기사용료에 프리미엄을 부가적으로 지불하는 녹색프리미엄을 인정하지만, 이중계상의 문제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로부터 발전량에 가중치를 곱한 값을 1MWh로 나누어 REC를 발급받아, 유효기간 3년 동안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REC 거래시스템의 현물시장 또는 계약시장(고정가격계약 및 공급의무자와의 자체계약)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REC의 재판매는 금지되어 있다(Exhibit 7)

2021년 8월 민간 REC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한국에너지공단 REC 거래 플랫폼 개장 이후 2022년 12월까 지, 1단위 REC 가격은 재생에너지 공급-수요 현황에 따라 3만 2천원~7만 7천원 사이를 오르내리는 등 가 격변동성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50만 MW 이상을 생산하는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2023년 현재 10%)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8)와 민간 REC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22년에 거래된 REC만 5,735만 REC에 이를 만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2022년 10월, 식스티헤르츠는 소기업 대상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중개 서비스 “월간햇빛바람”을 출시했다. 월간햇빛바람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소셜벤처나 또는 중소기업에게 매월 일정한 요금을 받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를 중개하여, RE100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로 계획되었다. 당시 식스티헤르츠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가상발전소 솔루션을 기반으로 SK, 현대자동차 등의 대기업, 중부건설 등 에너지 공기업과 협업하며 이미 흑자 전환에 대한 장밋빛 기대가 충만할 때였다. 그런데 식스티헤르츠는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소셜벤처를 타깃으로 햇빛바람지도에 이어 시장에 다소 생소한 재생에너지 구독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었다(Exhibit 8).

(REC 거래 서비스는) 회사 만들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소셜벤처이고 재생에너지를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니까, 저희부터 재생에너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REC 구매를 해봤는데 그 과정이 너무 불편하고 힘들더라고요. 저희 같은 작은 회사들은 절대 못 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독일 생활의 시작점이었던 재생에너지 구매 경험은 김종규 대표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마자 그는 소셜벤처로서, 그리고 재생에너지 산업체로서 식스티헤르츠도 RE100을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2021년 8월 REC100 인증서(REC)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대한 규칙이 마련되면서, ‘당사자 간 협의하에 계약거래를 체결한 후 RE100 플랫폼에 등록, REC 소유권을 이관’할 수 있는 관계 법령이 만들어졌다. 물론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장비를 설치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직접 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에 의해 REC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식스티헤르츠에서는 REC 구매가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식스티헤르츠는 바로 문제에 봉착했다. REC 민간 시장은 그야말로 “깜깜이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정책과 기조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해 REC 적정가격 자체가 불분명했으며, REC를 판매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발전소를 찾았다고 해도 거래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전력 소비량이 많지 않은 IT 기업 식스티헤르츠조차 100만 원 이하의 소액을 구매하는 데 10개 이상의 서류가 필요했다. 즉, 전력을 많이 쓰는 직종의 경우 복수의 발전소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해야 하고, 발전소별로 10개 이상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REC를 구매한 김종규 대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런 거래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다른 소셜벤처들이었다.

원래 RE100에 대한 니즈는 대기업들이 더 강해요. 그리고 대기업들을 영업해서 큰 물량을 갖고 오는 게 영업 차원에서도 리소스가 더 효율적이고요. … 그런데 대표님이 소셜벤처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다 보니까 소셜벤처들이 먼저 RE100 활동에 나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 저희 (소풍벤처스) 포트폴리오 팀들과 다른 소셜벤처 분들을 모아서 할 수 있는 선에서 RE100 활동을 하면 식스티헤르츠가 서비스 지원을 해서 구체화하고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하셨던 거예요. … 이런 활동은 동시에 없던 니즈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 최범규 소풍벤처스 심사역

식스티헤르츠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시장 수요가 적어, 시장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매출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최소거래단위인 1REC는 1MWh인데, 1MWh는 4명이 사용하는 25평 사무실의 경우 3개월간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IT 회사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단위였다. 다행인 점은 1MWh를 구매하는 요금이 10만 원 안팎이기 때문에, REC 인증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 비용 차원에서라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었다. 1REC를 여러 고객군에게 분할해 납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RE100 달성이라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중개자로서의 거래비용이었다. REC 100개를 판매하든 1개를 판매하든, 중개자로서 처리해야 하는 서류 및 협의 작업은 동일했기 때문이다. 즉, 거래단가가 낮을수록 식스티헤르츠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김종규 대표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해보자’며 구성원들을 설득했다. 물론 높은 RE100 달성률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소셜벤처를 표방하는 식스티헤르츠의 고려 대상이기에, 캠페인은 단지 설득을 위한 표현만은 아니었다. 식스티헤르츠 창업 이후 국내외 NGO, 지역 기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포괄적인 네트워킹을 형성해 왔던 그는 어떻게든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한 REC 유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RE100에 대한 수요는 대기업에서 훨씬 가시적이었고,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식스티헤르츠에서 REC 유통시장에 참여한 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규모가 큰 딜로 이어진 것이다.

재생에너지 거래가 법적으로 가능해진 게 2021년이어서 시장에 눈에 띄는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과 식스티헤르츠가 현격한 차이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요. … 사실 에너지를 구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싸게 많이 구하면 되는 문제잖아요. 저희는 잠재적인 재생에너지 대규모 수요처들이랑 관계도 좋았거든요. 그래서 수요자들이랑 관계도 좋고 공급자들이랑 관계도 좋은데 내가 왜 더 못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 해본 거죠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2023년 2월, 식스티헤르츠는 카카오 제주 오피스가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REC 구매를 중개했다고 발표했다. REC는 식스티헤르츠가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시민 9,000명에게서 위임받은 것이다. 김종규 대표는 이것을 회사를 설립한 이후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매개로 한 대기업과 시민사회의 연결, 이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로서 식스티헤르츠만이 만들 수 있는 혁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REC 구매처를 규모가 있는 발전소로 하면 딜이 한 번에 끝나기도 하고, 이미 시장이나 조건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협약 과정이 순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협동조합과 한 것이거든요. 협동조합은 일관된 체계가 아니잖아요. 회사 여러 개와 동시에 협약을 진행하는 것과 같아요. 미팅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설득 과정 자체에 공을 들였어요. 대략 10번 이상 했을 텐데, 그런 수고를 다른 곳에서는 굳이 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고요.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IT기술 기반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

창업 이후 다양한 사업과 실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식스티헤르츠는 창업 초반의 경직성과는 다른 유연한 태도를 조직 차원에서 발전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 고려에서 개발한 서비스에서 “공공성이 무엇이 있을까를 같이 생각해 보는 것”으로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찾아내 서비스의 명분”을 더해가거나, “공공적으로 만든 서비스”에서 사업적 기회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적,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작업은 복잡한 데다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만, 김종규 대표는 이 과정을 조직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초창기에 혼란을 조직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며, 식스티헤르츠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지향은 조직의 인력 구성과 교육, 투자자 구성, 정관에 구조적으로 새겨졌다.

IT기술 기반 정체성은 식스티헤르츠의 조직 구성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식스티헤르츠 전체 직원의 절반이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이며, 1/3이 석사 이상의 전문인력이다. 식스티헤르츠 직원의 남녀성비는 정확히 반반이다. 한편 식스티헤르츠의 사업정관에는 ‘에너지’라는 단어가 없는 대신, ‘IT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정관에는 식스티헤르츠의 사회적 성과를 매해 측정하는 ‘소셜임팩트위원회’ 운영에 대한 규정도 있었다. 2022년 3월, 식스티헤르츠는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해 시드투자사 소풍벤처스, MYSC, 현대자동차제로원을 비롯한 모든 주주들에게 발송했다.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식스티헤르츠의 ‘발전량 예측 서비스에 따른 화석연료 발전의 탄소배출 저감분에 대한 환경비용’은 3억 5,300만 원이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조차도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이중 목표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초기 기업은 매우 드물다”고 얘기할 정도다.9)

 

성장의 모멘텀: 환경 임팩트를 확장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2023년 식스티헤르츠는 성장의 모멘텀을 경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예측과 관리시장에서,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원의 통합운용에 특화된 IT기술력을 가진 식스티헤르츠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특히 건당 계약 규모가 큰 대기업, 공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식스티헤르츠는 이미 2022년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이 고도화되고 시스템화될수록 범용성과 효율성이 증가하는 IT 솔루션의 특성상 재생에너지 관리시장에서 식스티헤르츠의 향후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한편, 월간햇빛바람과 REC 거래 중개를 통해 식스티헤르츠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했다. 투자자들은 식스티헤르츠의 재생에너지 관리, 유통 사업 모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읽고 있으며, 2023년이 식스티헤르츠 성장의 모멘텀이 될 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문제는 성장의 방향이다.

식스티헤르츠는 현재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10)으로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프로젝트를 5개에서 10개 이상 하고 나면 온프로미스 방식의 결과물들을 기반으로 이걸 솔루션화할 수 있고, 솔루션화하고 난 뒤에 여기에 클라우드를 결합하면 결국에는 SaaS를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가면 매출이 인력 수입과 상관없이 올라갈 수 있는 거죠. 영업만 잘 하게 되면 매출은 충분히 키울 수 있죠. 그렇게 사스화를 하게 되면 사실 글로벌 진출 또한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재민 현대자동차제로원 심사역

식스티헤르츠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가상발전소 사업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과정의 핵심 인프라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개별 사업자가 보유한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 생산설비, 설비 입지와 기상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에너지스크럼과 같은 맞춤형 가상발전소 개발 수요는 분산형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연결하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수요공급에 대응하고 전력망 자체의 안정성을 대응하기 위한 가상발전소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식스티헤르츠의 발전량 계산 및 예측 알고리즘 역시 다양한 가상발전소 개발 사업을 통해 보완되고 고도화되어 왔다. 우수한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은 식스티헤르츠를 사용하는 개발 사업자들에게 <전력중개 발전량 예측제도>에 따른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다른 경쟁자들과 식스티헤르츠를 구별 짓는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은 태양광, 풍력 에너지 생산비율이 7%로 2020년 기준 세계 평균인 31%보다 낮고, 2030년까지의 달성목표도 20%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태양광, 풍력 비율이 3~15%일 경우 발전량 예측 시스템 도입을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안하고 있어, 당분간 국내 전력 예측시장의 성장과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식스티헤르츠의 가상발전소 솔루션은 해외 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해 해외로의 진출도 가능하다. Fortune Business Insights의 <가상발전소 시장규모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세계 가상발전소 시장은 2019년 9,570억 원에서, 2027년 3조 1,79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3배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신흥 시장이다. 특히 식스티헤르츠 예측 솔루션의 기본적인 데이터 소스는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기상정보이기 때문에 국가의 경계에 한정되지 않는데,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태양광 관리/예측 소프트웨어 SolarGIS, 풍력 관리/예측 소프트웨어 WindPro가 각각의 집중 분야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한편, 월간햇빛바람과 REC 거래 중개를 통해 식스티헤르츠는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했다. 2023년 현재 월간햇빛바람은 소셜벤처 10여 곳의 재생에너지 구독을 중개하고 있다. 2021년 8월에 REC 거래규정 완화를 골자로 한 법 개정이 이뤄지고, 2023년 6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으로 REC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식스티헤르츠는 시장에 몇 안 되는 REC 거래 래퍼런스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2022년까지 직접 PPA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1건뿐이었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분석한 <2030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공급량(97.8TW)은 재생에너지 수요량(157.5TW)을 초과하게 되어 REC 거래량과 가격경쟁력 모두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된다.

다양한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흐름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기업 실무 담당자들이 RE100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몰라요. 그래서 보통 컨설턴트들이 들어가요. … 그러던 것이 점점 더 지금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를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하지만 정보 불균형이 있는 시장이어서 접근성이 아주 안 좋아요. … 거래 양적인 측면에서는 엔라이튼, 해줌과 같은 기존 사업자들이 확실히 커요. 그런데 식스티헤르츠는 거래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가 맞지만 여러 모로 색다른 접근을 하고 있죠. 서비스적인 관점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한 달 단위로 구독형으로 상품화한다는 것도 새로운 접근이고요.

– 최범규 소풍벤처스 심사역

하지만, 식스티헤르츠가 REC 거래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업 자체의 성장이 필요하다. 에너지, 제조업 등 다에너지 소비기업이 구매자인 규모가 큰 거래에 있어서, 구매자는 최소 20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원하고, 그렇게 되면 거래중개자 신용도의 중요성이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더 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회사 자체의 신용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고, 가장 빠른 방법은 추가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높이는 것이다.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시장에서의 성장을 위해서는 식스티헤르츠 성장 자체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창업 초기부터 각종 공모전 수상과 개발 경험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재생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고도화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유통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 모두 식스티헤르츠에게 가능한 옵션이다. 이상적인 방향은 두 성장 방향성 모두에 고르게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시드투자를 받은 것이 전부인 식스티헤르츠 입장에서는, 어떤 영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해야 할지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식스티헤르츠의 기후변화 임팩트를 확대할 수 있는 견고한 성장전략은 무엇일까? 이미 수익성이 확보된 가상발전소 솔루션과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 서비스 중에 어떤 곳에 더 자원을 투입해 집중적인 성장궤적을 만들어야 할까?


[주석]

1.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출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2. Check24 사이트에서 우편번호와 주소, 예상 전력 사용량을 입력하면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전력 공급사들 이 검색된다. 가격, 계약기간, 필요기기 사양 등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사업자가 제공하는 전력 중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한 비중이 “eco base” 란에 눈에 띄게 표시되어 사용자의 친환경적 옵션 선택을 유도한다

3.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는 전원을 모아서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전 및 제어하는 가상의 발전소를 말한다. 분산 에너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력 수급과 공급의 변수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출처: 에너지 지식정보, IT용어사전)

 4.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수요관리를 스마트하게 조절하는 차세대 전력 인프라 시스템을 말한다. 각종 센서가 연결된 전력망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공급자’와 전력이 필요한 ‘수요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이를 통해 이미 생산돼 있는 에너지를 시간별, 지역별 요에 맞게 공급할 수 있다. (출처: 에너지 지식정보)

5.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6. IGIS IMPA(2022.11.29). “IT기술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 https://blog.naver. com/igis_space/222941317214

7. 한상엽(2022.6.23). “식스티헤르츠, 발전소 없는 발전소에 투자하다.” 조선일보.

8. 지영승(2022. 12). 국내 RE100시장 분석 및 자문용역, (사)한국에너지융합협회

9. 한상엽(2022.6.23). “식스티헤르츠, 발전소 없는 발전소에 투자하다.” 조선일보.

10.  온-프레미스 방식은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원격환경에서 운영(오프-프레미스: off-premise)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체 전산실에 서버를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기업 정보를 보안성 있게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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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박윤중

박윤중

박윤중은 앨버타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성수동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창업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의 오늘과 내일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고, 소셜벤처, 블록체인, 조직변화를 연구한다.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을 감수하였으며, <아름다운 거짓말 - 인도의 사회적기업>, <돈의 의미를 묻다 - SOCAP 2017>, <사이드 프로젝트, 명함이 없어도 내 일입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견고한 성장방정식>,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매뉴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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