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든 O2O 서비스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O2O’란,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온라인 채널에 존재하는 잠재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 반대 방향인 ‘Offline to Online’의 경우도 ‘O2O’라고 부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에 따라 O2O 서비스는 기존 PC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모바일 기반의 비즈니스로 변화되었으며, 고객층을 보다 상세하게 분류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사이트뿐만 아니라 SNS,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하 ‘앱’)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시킬 때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를, 방을 구할 때는 직방이나 다방을, 숙소를 찾을 때는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처럼 젊은 O2O 스타트업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하는 서비스를 조금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음식 문화는 물론 기존에 서비스의 형태가 고착화되어 있던 방 혹은 집 구하는 패턴(습관)까지 변화시켰다.
본 사례 연구에서는 O2O 스타트업인 직방의 사업 동기와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다루고 있다. 해당 사례는 학부나 MBA의 경영 정보, 정보경제 및 사업 개발 수업의 ‘e-비즈니스’ 관련 세션 또는 ‘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 모델’ 세션에서 활용 가능하다. 또한 관련 주제가 꼭 학부생 및 사회 초년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 및 부동산의 직접 혹은 간접 이용자 등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과목에서 수강하기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학부 또는 MBA 과정에 개설된 관련 과목은 물론 창업 및 부동산 관련 특강이나 AMP(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중역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직방은 2012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부동산 관련 최초의 O2O 스타트업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구하는 공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직방은 부동산 임대와 임차를 연결하는 O2O 서비스로, 직방의 안성우 대표는 대학시절 자취 및 하숙 등을 위해 방을 구하러 다녔던 경험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안 대표가 당시 느꼈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structural inefficiency) 문제가 직방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며, 그 중심에는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이는 부동산이 인간 생활에 기초가 되는 생존을 위한 기본재(primary goods)이면서 동시에 개별 물건의 품질 격차가 매우 크다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주변 정보를 파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자본적 속성을 가진 경제재(economic goods)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에 직방은 짧은 기간 내에 기존의 부동산 시장에 팽배해 있던 정보의 폐쇄성, 불투명성, 이용자와 공인중개사 간 정보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였고, 그 결과 부동산 생태계(real estate ecosystem)에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과 달리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가기 전에 미리 지역 시세 및 빈방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 ‘집 구하는 공식’의 변화는 직방이 가져온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변화이다. 직방은 공인중개사 및 임대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를 대행해주는 부동산 플랫폼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였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불만을 샀던 허위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심 중개사’ 서비스를 도입해 오프라인 중개인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와 같이 부동산 생태계에 변화를 가져온 직방의 사례는 향후 부동산 중개 O2O 서비스 분야의 많은스타트업들에게 시장 진입 과정에서 타깃 및 전략적 방향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업의 지속성을 위한 수익 모델 창출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혜안을 제공한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과 결부하여 스타트업들이 어떠한 단계 및 과정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부동산 중개 O2O 서비스 분야에서는 온라인 잠재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시장의 문제점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기존 오프라인 중개인들의 반발을 극복하며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강조된다. 따라서 허위매물 근절 및 시장 내 사업자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제시한 직방의 전략은 창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미래의 청년 창업자들에게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토론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Q1. 전통적 부동산 거래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도출하고, 직방 또는 부동산 중개 O2O 서비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는지 제시하시오.
Q2. 직방의 성공 요인을 초기의 목표 시장 세분화(target market segmentation),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수익 모델(revenue model)로 구분하여 설명하시오. 또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트리거(trigger: 방아쇠)는 무엇이었는지 논의하시오.
Q3.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직방은 매스 캠페인을 통해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라이벌인 다방과 경쟁을 하고 있다. 경쟁의 승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직방이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해 향후 어떤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시오.
Q4. 현재 직방은 원룸·투룸 같은 방에서 아파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였다. 이렇게 사업 영역을 확장시킨 원인과 영역 변화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시하시오. 또한 미래의 부동산 O2O 시장의 전략에 대해 논의하시오.
집을 구하는 공식을 바꾸다 – 직방
방을 구하다
부동산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직장인 성희 씨는 드디어 불편한 지금의 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하러 하루 종일 여덟 군데 부동산을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려 열 개가 넘는 집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방은 찾지 못했었다. 힘들고 지친 성희 씨는 결국 마지막 부동산 중개소에서 권한 방을 마지못해 계약했는데, 그것은 험난한 방 구하기 경험의 시작일 뿐이었다.
“나름 배웠고 회사에서 일 처리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부동산 아저씨들이 원하는 대로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왠지 화가 나고 자괴감까지 들었어요. 주변에 아파트 정보는 넘쳐나는데, 내가 살 한두 칸짜리 방 정보는 실제 그 동네에 가야만 얻을 수 있더라고요. 그나마 괜찮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가보면 실제와는 영 딴판이거나 이미 계약이 된 방이라서 헛걸음만 하기도 했고요. 결국 부동산 중개소 아저씨가 권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기분이 참 별로였어요.”
집을 구하러 다녀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집은 가격이 높고, 가격이 맞는 집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집을 구하러 다니기 전 미리 인터넷을 뒤져 주변 시세 및 정보를 파악하고 나서지만, 막상 부동산 중개소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찾던 집은 언제나 이미 나갔고, 부동산에서 소개해 주는 집들은 구하려던 집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거나 정보의 오차가 매우 심하다. 이처럼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부동산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이후 새로 집을 구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키워주기에 충분하다. 방 구하기는 우리에게 이처럼 두려운 일이다.
“새학기에 방을 구하려고 하는데 선배들이 낮에 채광이 잘 되는 집이 좋다고 해서 바로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밤마다 개 짖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또 집까지 오는 길에는 왜 가로등이 없는지, 과제 마치고 조금이라도 늦게 오는 날이면 너무 무서워요.”
방 구하기가 두려운 건 비단 사회초년생이나 대학가 신입생만의 일이 아니다. 설령 자취 경험이 있다 해도 방 구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부동산에 있어 아파트를 제외하고, 찾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방법은 없을까? ‘집’이 아닌 내가 살 ‘방’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부동산 중개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손 안의 인터넷 시대라 일컫는 요즘,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다 있다 생각했는데, 왜 방과 관련된 정보는 찾기 힘든 것일까?
부동산 거래 시장에 관하여
우리나라 부동산 산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의 약 8%(한국은행, 2014년도 기준)로 산업의 총매출액은 50조 원에 이른다. 이 부동산 산업은 주택, 토지, 빌딩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동산개발업 및 공급업의 비중이 가장 높다(49.7%). 흔히 ‘부동산’ 하면 떠오르는 부동산 임대사업은 11%로, 이 중 주거용 건물 임대업의 비중은 연간 6천억 원 규모인 11.3%(통계청, 2014년도 기준)에 불과하다.
부동산은 인간이 생활하는 데 기초가 되는 생존을 위한 기본재(primary goods)인 동시에 상품 개별 물건의 품질 격차가 매우 큰 특성을 갖는다. 그리고 주변 정보 파악에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 자본적 속성이 있는 경제재(economic goods)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특히 주거용 건물, 즉 주택이라는 상품은 자산가치가 있는 소비재(consumption goods)인 동시에 투자재(capital goods)이기도 하다. 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소비재이지만, 전매차익 같은 경제적 목적에서 집을 사는 사람에게는 투자재가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주거용 건물의 비중은 건축법에 따라 아파트가 61.0%, 단독주택이 20.1%, 다가구주택이 9.2%, 다세대주택이 6.7%, 연립주택이 2.3% 순으로, 아파트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의미에서 아파트는 부동산 투자 수단으로써 가장 대표적인 주택 상품으로 인식된다. 반면 원룸·투룸 같은 방은 소유권에 따라 다가구주택에 해당하며, 건물 매매 거래가 아닌 이상 임차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로 소비재로 인식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총 1,800만 가구로, 이 중 주택 임차 가구는 전체 가구의 44%에 해당하는 800만 가구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전세 또는 보증부 월세(전세+월세), 보증금 없이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는 월세, 몇 달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사글세 등의 형태로 주택을 임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중 부동산 임대 산업의 매출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중개수수료율은 일본보다 낮은 반면, 매매 건수는 일본보다 훨씬 많다. 즉,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업은 주택과 관련된 주거용 부동산에서 거래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주택 임대 시장이 상업용 임대 시장에 비해 거래 총액이 5~6배 더 많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이 큼에도 불구하고 정보 제공 및 서비스 측면에서는 후진적인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부동산 중개를 한다는 것은 중개인이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거래가 성립되도록 도와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부동산 중개를 통해 거래 당사자인 부동산 소유주와 매수인(또는 임차인)은 법률이 정해 놓은 정당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 시장은 부동산이 갖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은 고정되어 있어 임대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건축물을 완성하거나 구조물의 성격을 변경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원룸·투룸 같은 방은 각각의 방이 갖는 개별적 특성으로 인해 표준화된 상품이 존재할 수 없으며, 부동성으로 인해 지역적으로 세분화된 시장에서 부동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거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부동산 거래 시장은 부동산 중개인에 의해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 중 하나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인은 단지 주택 임대에 대한 부분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임대한 주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임차인이 집주인과 직접 대화를 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거래를 성사시킨 부동산 중개인이 집주인 또는 임대인에게 연락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하자면 중개인은 주택 임대 분야와 함께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부동산 취득·소유·매각 각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돕는 등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소유주가 직접 하기보다 부동산 중개인 같은 대리인이 임차인 발굴·선정, 임대차계약 체결, 임차인의 클레임에 대한 대응 등을 총괄하며 부동산 임대관리(Property Management) 사업을 겸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부동산주택관리(Facility Management) 사업이 시설관리(청소, 경비, 유지·관리) 같은 단순한 건물 및 주택 관리의 형태에 한정된다면, 국내의 부동산임대관리업은 운영관리 전반을 담당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부동산주택관리 업무까지 총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거용 건물, 즉 주택 거래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거래 시 많은 자금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빈번한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 거래에 있어서 구매자의 삶의 패턴, 행동반경 등 다양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 고관여 상품(high involvement product)으로, 고객과 상품 그리고 지역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 번째, 단지 내 표준화되어 있는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상품(원룸, 투룸, 상가, 토지 등)이라 하더라도 물리적·위치적 특성에 의해 가치가 달라진다. 네 번째, 이처럼 다양한 요소에 의해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평균적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아 인터넷 상거래의 확산으로 인한 오프라인에서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1) 이 나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벼룩시장이나 부동산114 같은 다양한 재중개(reintermediation) 서비스2) 업체가 활성화됨에 따라 정보의 양은 더욱 증가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이것 만으로는 원활하게 조정되지는 않는다.
부동산 거래 시장의 이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아파트에 관련 정보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원룸·투룸 같은 방은 협소한 지역별 시장에서만 정보가 공개되며, 정보의 왜곡 및 독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아파트를 제외하고 원룸·투룸 같은 방은 그 지역에 가보지 않거나 그 지역에 있는 부동산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서는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직방의 시작
2012년 1월, 채널브리즈3)의 안성우 대표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새로운 사업인 ‘직방’은 서울대학교 인근의 관악구 신림동의 원룸 정보를 확보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이야기하는 원룸이 실제 빈방 상태인지 집주인에게 확인한 후, 집은 깨끗한지 구석구석 살피고 사진으로 남겼다. 물론 집주인에게 촬영 허락을 받았다. 직방은 부동산 관련 지식 및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을 대신해 발품을 들임으로써 방을 보러 갔을 때 원하던 방이 실재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업은 관악구에서 시작해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을 거쳐 1년 6개월 뒤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사실 안성우 대표는 게임 개발 회사인 마리텔레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이 회사는 얼마 후 국내 굴지의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에 흡수되었고, 안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온라인게임 개발 및 기획 업무를 담당하며 사회생활을 이어갔다. 안성우 대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장고 끝에 벤처 투자자를 목표로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고,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삼일회계법인에서 사업의 구조와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웠다. 이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미국계 창업투자회사인 블루런벤처스에서 투자 심사역을 맡으며 본인의 오랜 소망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벤처 투자가 아니라 바로 창업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안 대표는 다니던 창업투자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10년간 쌓아온 벤처 및 IT 기반 서비스에 대한 역량과 재무·회계 경험을 통한 사업의 구조 및 투자 분석 능력을 기반으로 원하던 창업을 하게 되었다.
안 대표는 채널브리즈를 설립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소셜커머스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포스트딜’ 사업을 시작했다(Exhibit 1). 포스트딜은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 위젯(미니 응용프로그램)을 연동하여 누구나 쉽게 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이전 직장이었던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자금이 확보되자 이를 기반으로 업계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이들과 함께 사업을 준비했고, 성공이 멀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포스트딜 사업은 기대와 달리 허망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실패의 이유에 대해 묻자 안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완전 망했죠. 돈은 다 떨어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무언가 일이 안될 때는 환경을 탓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개인적으로 열심히 안 했기 때문이겠죠. 좋은 서비스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이용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않더군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일이 기대와 다르게 진행되다 보니 당시에 함께 일하던 팀원이 스무 명 정도 됐는데, 모두들 이 일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었던 거죠. 이후 투자 받았던 자금을 모두 까먹고 나서야 실패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 안성우 대표
안 대표의 첫 사업은 오랫동안 관련 경험을 쌓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에,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조직 구성원들끼리 유대감을 쌓지 못한 탓에 함께했던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실패는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안 대표는 성과를 내기 위해 다시금 창업을 위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첫 사업의 실패 이유에 대해서도 수없이 분석했다.
안 대표는 ‘창업은 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직접 뛰어야 한다’는 깨달음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성찰은 이후 직방 사업을 시작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2011년 겨울, 안 대표는 서울대입구역의 한 커피숍 앞에서 여덟 명의 직원들과 함께 직접 발로 뛰는 것으로 직방 사업을 시작했다. 실제로 비어 있는 방을 찾아가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한 후 온라인상에 올림으로써 방을 구하는 이들이 직접 가보지 않고도 가본 것 같은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직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Exhibit 2).
“사실 직방은 오랫동안 고민한 아이템이었어요. 혼자 살 때 방 구하는 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거든요. 방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부족한 건 충분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직접 가봐야만 방을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트딜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 안성우 대표
이처럼 직방은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구조적 비효율성(structural inefficiency)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안 대표 역시 대학시절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러 갔다가 여러 차례 헛걸음을 한 경험이 있었다. 부동산은 상품의 특성상 개별 물건의 품질 격차가 매우 크며, 주변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부동산의 위치 및 구조 외에 부동산 중개인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전기·수도·가스 등이나 오염·소음·악취·보안 등의 문제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즉, 본인이 직접 보지 않고는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며,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며, 그 중심에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이들 부동산 중개인들은 양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 두 집단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인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과의 관련성이 임차인과의 관련성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즉, 부동산 중개인들은 임대인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천은희 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래도 우리 같은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집주인분들께 더 잘하게 되죠. 그분들은 ‘계속고객’ 이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계약이 끝나기 전에 방이 비지 않도록 미리 연락도 드리고, 좋은 임차인을 구해 드리려고 신경 쓰게 되죠.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이 동네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방을 구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그렇고 집주인분들 입장에서도 편리하도록 집이나 방에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관리까지 해드리면서 수리도 하고 확인도 해드리고 있어요.”
– 천은희 공인중개사
이처럼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인은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라 부동산임대관리 사업을 겸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지금껏 물리적·사회적·시간적 거리를 좁혀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교량자(bridge)’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단지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로 인해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직방은 부동산 시장에서 대리인의 역할을 단순한 교량자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인증자(certifier)’로서의 역할이라는 솔루션을 찾았다. 즉, 상품이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고, 구매자에게 판매자가 파는 상품의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첫 사업에 실패한 후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형식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경험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고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동산 중개인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갖고 풀어가면서 주변의 인식이 변화되고, 그 작은 변화를 확산시켜가다 보면 선순환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꼭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아직 안 풀린 문제라면 한꺼번에 풀려고 하기보다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방식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죠. 그러다 보면 서서히 윤곽도 잡히고 문제가 풀리는 속도도 빨라질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 안성우 대표
하지만 직방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 대해 솔루션을 제공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방은 우선 부동산에 익숙하지 않은 20~30대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정했다. 그러자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부동산 상품 역시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원룸·투룸·전월세 매물로 한정되었다. 직방은 자취하는 대학생들뿐 아니라 대학 졸업 후부터 결혼 전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혼자 사는 싱글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1인 가구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이들을 위한 편리한 주거 정보 서비스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천안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 안제성 씨의 설명이다.
“매년 2월이 되면 학교 근처에서는 ‘방 구하기 대란’이 벌어져요. 좋은 방은 비싸고, 우리는 돈이 없잖아요. 기숙사가 좋은데 방학 때마다 비워줘야 하고,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게 싫어서 가급적 오래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해요. 그런데 방값이 한두 푼도 아닌데 한두 곳만 보고 정할 수 있나요? 다만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붙어 있는 집들이 실제로는 없는 경우도 있어서 그냥 발품을 파는 만큼 좋은 방 구한다 생각하고 돌아다니는 거죠.”
– 안제성 대학원생
직방은 철저히 이들 임차인의 생각과 관점에서 시작하였다. 실제 직방은 신입사원 지원 기준에 자격증이나 영어 점수가 아닌 ‘자취 경험’이라는 독특한 기준을 도입하였다. 직방의 비즈니스 성격상 자취 경험이 없으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들의 경험이 부동산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한 학생 혹은 사회초년생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직방은 부동산 인증자로서의 역할로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이후 직방은 임대인에 대한 신뢰도(등기부등본 확인), 임차인에 대한 신뢰도(신용도 확인) 등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는 기존의 부동산 중개인에게 맡기고 온라인을 통해 방을 구하는 소비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일에 집중하였다. 방을 구하는 사람이 직접 가지 않고도 마치 가본 것처럼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기반으로 직방은 1년 6개월간 직원들이 직접 수집한 정보와 사진으로 자료를 만들어 온라인상에 올렸다. 약 1만 5,000개의 건물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고 집주인의 허락을 얻고 직접 검증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직방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에 대해 안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업 초기, 직방의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중개소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고객을 유인하려고 허위매물을 올리는 게 업계 관행이었던지라 그들에게 정확한 정보만을 요구하는 게 무리였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거래와 계약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하게 하되, 우리가 직접 임대인으로부터 매물 정보를 수집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마음 먹었죠. 직접 발로 뛰면서 정보를 모아 서비스를 출시했더니 매물 정보가 정확하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트래픽과 매출이 동시에 올라갔어요. 이후 중개사분들도 저희 서비스를 알아보시고는 보유 중인 매물을 직접 등록하시더라고요. 이제는 그분들이 사진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물어보는 상황이 되었죠.”
– 안성우 대표
직방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젊은 임차인들은 투자가 아닌 당장 자신이 살 방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가 제공하는 아파트 중심의 형식화된 매물 정보 속에서 원룸 관련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직방은 처음부터 미국의 질로우(Zillow)와 일본의 친타이(Chintai) 같은 인기 부동산 임대 앱을 벤치 마킹하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1인 가구 증가에 주목하면서 싱글족의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러한 거주 문화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한 안 대표는 지역별 정보와 더불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중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Exhibit 3).
이 과정에서 직방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고심했다. 무료 서비스에서 방을 구하는 소비자에게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으나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인들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이들에게서 매물 광고비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직방은 기존의 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였다. 직방 커뮤니케이션팀의 곽보연 매니저는 직방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직방의 비즈니스 모델은 부동산 중개소에서 매물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플랫폼 비즈니스예요. 쉽게 이야기하면 부동산 중개소가 매물 정보를 올릴 때 그들에게서 광고비를 받고, 이용자나 부동산 중개소로부터 중개 보수 개념의 비용은 따로 받지 않죠. 만약 부동산 중개소에서 한 달 동안 이용하기로 한 자리에 광고를 올린 후 그 매물의 거래가 성사되고 나면 그 달의 남은 기간 동안은 그 자리에 다른 매물을 올릴 수 있게 했어요. 말하자면 매물 개수당 광고비가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월별로 매물을 광고할 수 있는 자리를 구매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 곽보연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
이처럼 직방의 성과는 기존의 폐쇄적이었던 부동산 시장을 양면시장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시장을 선점하였다는 데 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원룸 등을 찾아가 모은 20만 개 이상의 부동산 정보 사진으로 출발해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플랫폼이었는데, 2013년 말부터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직접 정보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플랫폼 생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방이 단순한 중개자로서만이 아니라 인증자로서의 신뢰성을 얻게 된 것은 실제 매물과 모바일 정보를 매칭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방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앱’)의 다운로드 수는 300만이 넘어섰다. 앱의 성공으로 2014년 10월 초에는 제휴 부동산이 3,000곳이 넘었으며 하루 평균 3만 5,000개 정도의 공실 정보가 등록되었다.
공인중개사가 직접 정보를 올리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직방을 이용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광고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개사들은 이미 벼룩시장, 지역신문 등 오프라인 정보지에 광고를 하거나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를 운영하거나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하는 등 다양한 광고 채널을 이용해 왔다. 그런데 직방이 온라인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에서 적은 비용을 들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함에 따라 공인중개사들은 직접 정보를 올려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직방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직방은 초기에 철저히 임차인을 위한 전략을 세웠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들이 직방을 이용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방 커뮤니케이션팀의 곽보연 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직방은 임차인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분들이 실질적인 고객이에요. 이분들을 위해 직방은 소정의 매물 광고비를 받고, 대신 광고를 제공해 드리죠. 만약 직방을 통한 광고가 효과가 없으면 직방을 이용하지 않으실 거예요. 저희는 직접 계약이 얼마나 성사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문의 콜수를 분석해서 효과를 추산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관악구의 모 공인중개사의 경우 직방을 통해 매달 10건의 매물을 광고하고 계세요. 지난 한 달간 걸려온 전화는 총 380통이었고, 이 중 10%인 38건의 계약이 성사되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관악구 원룸 중개보수료인 평균 40만 원으로 계산하면 지난 한 달간의 수익은 약 1,520만 원 이예요. 이 분이 직방에서 광고비로 쓰는 돈은 매달 26만 원(서울 기준)이고요. 이처럼 직방을 사용해 이전보다 문의가 증가했다면 광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후 직방에서 채택한 ‘안심중개사 제도’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고 검증된 중개사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분들이 직방을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 곽보연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
또한 직방에서는 ‘공실 제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직접 올린 매물을 중개사에게 연결해주고 있다. 공실 제로 서비스는 임대인과 세입자가 직방을 통해 직접 제공한 공실 정보를 중개사에게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중개 연결 서비스로, 직방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 및 임대인들이 중개를 요청하고자 하는 자신의 매물을 ‘공실 제로 방 내놓기’에 등록하면 이를 직방 매물관리센터에서 검수한 후 해당 매물의 반경 2km 내에 위치한 공인중개사가 매물 정보를 가져가 중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Exhibit 4).
“직방은 공인중개사분들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공실 제로 서비스예요. 이는 임대인과 세입자분들이 직접 제공한 공실 정보를 공인중개사분들이 자유롭게 조회하고 중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뢰자는 공인중개사무소를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매물 중개를 요청할 수 있고, 중개사분들 역시 손쉽게 거래 가능한 매물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죠. 이는 안심중개사분들께 추가비용 없이 제공해드리는 서비스로, 주중 평균 100~200건, 주말에는 약 600~700건 정도의 매물이 직방을 통해 중개사분들께 연결되고 있어요.”
– 곽보연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
이처럼 직방은 임차인과 공인중개사의 호응을 얻게 되면서 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직방은 가장 먼저 부동산 앱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완벽한 진입 장벽을 구축하지는 못했다. 카피하기 쉬운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매물 정보 제공에 따른 광고 수익이 안정화되어가는 시점에 접어들자 다수의 사업자들이 시장에 난입하였고, 직방은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경쟁의 시작
직방이 내세운 부동산 중개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커뮤니티 사이트 또는 인터넷 카페 등에서 운영되어온 방식인데, 직방이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PC 기반에서 스마트폰 앱 기반의 직거래 방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2012년경까지 지금의 직방처럼 현재 방을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현재까지도 20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카페가 갖는 한계로 인해 수익 모델을 구체화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기존의 ‘방 구하기’ 서비스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스마트폰을 통한 앱의 활용도가 증가하면서 그 패러다임은 직방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직방은 기존의 부동산 시장에 팽배해 있던 정보의 폐쇄성, 불투명성 그리고 이용자와 공인중개사 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부동산 전월세 정보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창업 초기에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들은 직방의 서비스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생활정보지인 교차로나 가로수는 물론 네이버 부동산이나 부동산114 같은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들은 직방에 비해 다양한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주로 아파트 매매 위주의 매물 등 40대 이상의 고객층에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직방과는 타깃이 달랐던 것이다.
다음은 부동산 서비스의 변화에 대한 안 대표의 대답이다.
“직방이 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타깃을 명확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들은 우리가 주목했던 원룸·투룸 등의 전월세 매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거든요. 직방 이용자 중에는 자취하는 대학생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혼자 사는 싱글족이 더 많아요. 1인 가구가 점점 더 늘어나면 이에 대한 주거 정보 서비스가 필요하겠죠. 직방에 대한 신뢰와 인지도가 좀 더 높아지면 1인 가구를 위한 이사 및 청소 서비스 등 1인 가구에게 필요할 것 같은 서비스로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어요.”
– 안성우 대표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변화된 타깃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직방의 서비스는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였다. ‘O2O’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의미한다. 특히 직방이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부동산 정보 서비스는 PC 기반의 서비스에서 스마트폰 앱 기반의 원룸·투룸, 오피스텔 전월세로 세분화되었고, GPS와 사진 정보 강화를 통해 모바일 서비스 시장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이처럼 직방은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 시장의 선도자이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새로운 시장의 창출로 인해 경쟁이 보다 가속화되었다(Exhibit 5).
우선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 서비스의 수익구조는 기존의 PC 기반 서비스에서의 수익구조와 유사하여 부동산 공인중개사 또는 임대인이 매물 정보를 제공하면서 지불하는 광고수수료에 의존한다. 이와 같은 수익구조는 이후 다방, 방콜, 안방, 두꺼비세상 등 다양한 부동산 정보 앱의 출현으로 이어졌다(Exhibit 6).
경쟁이 심화되자 직방은 홍보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직방은 2014년 한 해 동안 스톤 브릿지 캐피탈, 알토스 벤처스 등 국내외 벤처 캐피털로부터 90억 원을 투자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O2O 플랫폼에 있어 배달 분야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투자유치였다. 그만큼 직방은 시장 선도적 위치에 있었지만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광고비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다.
“직방의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 또는 임대인이 더 늘어야 해요. 그래서 초기에는 부동산 중개소를 대상으로 홍보에 주력했어요. 휴대폰 매장에 가면 유명인을 모델로 한 엑스배너가 있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중개소에는 어필할 차별화된 요소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개그우먼 김지민 씨의 전신 사진을 활용한 엑스배너를 제작해 제휴 맺은 부동산 중개소에 배포했어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지방은 따로 영업을 안 했는데 일부 매장에 광고를 하니 다른 중개소에서도 문의가 오더군요.”
– 안성우 대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홍보 시기에 관한 것이다. 론칭 초기부터 광고를 적극적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인데, 직방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이용자가 모집되었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매스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부터 대기업까지 부동산 O2O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면적인 마케팅 경쟁은 안 대표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시작되었다.
시장에는 계속 다방, 방콜, 안방, 빠방, 다락방, 온동네방네, 칠번방, 한방 등 ‘방’ 관련 앱이 시리즈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일부 스타트업은 직방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앱 첫 화면 등과 매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타깃 대상 역시 유사해 사실상 동일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시장에 다수 존재하게 되었다.
‘다방’은 2013년 7월 처음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여 2015년 1월 벼룩시장, 부동산써브 등을 계열사로 둔 미디어윌 그룹에 인수되면서 가장 큰 경쟁사로 성장하였다. 미래에셋 그룹의 계열사인 부동산114 역시 직방과 유사한 ‘방콜’을 출시했고, 무료생활정보지 교차로는 ‘빠방’을 출시했다. 그리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한방’ 앱을 출시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였다.
광고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사업에서 사람들의 인지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직방은 서비스 초기인 2012년 12월, 3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이후 2013년 말에는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2015년 1월에는 500만을 돌파했고, 이후 그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져 2015년 10월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다운로드 기록뿐만 아니라 실제 이용률 또한 높은데, 설치 대비 이용률은 49.1%(2015년 2월 기준)를 기록했다(Exhibit 7).
그동안 마케팅 기회를 찾고 있었던 직방은 500만 다운로드를 앞두고 있던 2014년 12월, 배우 주원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매스 캠페인을 진행하였다(Exhibit 8). 부동산 서비스 분야에서 처음으로 지상파 TV에 CF를 내보냈을 뿐만 아니라 영화관, 지하철, 버스 등에 광고를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였다. 이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직방’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방 구할 때는 직방이 직방’, ‘선직방 후방문’ 이라는 공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당시 직방이 선택한 전략에 대해 안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부적으로 해외의 인기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마케팅 인력과 조직을 키우면서 사업의 내실을 다져왔어요. 그러던 중 500만 다운로드라는 숫자를 홍보 포인트로 활용한 건 적절했다고 봅니다. 사실 창업할 때부터 직방은 완전한 틈새시장으로 뛰어들었지만,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 특히 네이버 부동산을 어떻게 이길까 계속 고민해왔어요. 언젠가 그들과 맞닥뜨려야 할 때가 오겠죠. 아마도 그때는 허위매물 관리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게 될 거라고 봅니다.”
– 안성우 대표
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던 직방은 수익모델을 찾아 부동산 중개인과 임대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를 대행해주는, 즉 광고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 모델로 변화되었다. 사실 직방의 주된 고객은 바로 부동산 중개인과 임대인이었다. 하지만 방을 구하는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해 제대로 제공하고자 했던 직방은 업계의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게 되었다. 바로 허위매물 근절을 위한 ‘안심직방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직방 커뮤니케이션팀의 곽보연 매니저는 안심직방시스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부동산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심직방시스템을 갖추고, 우선은 안심중개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또한 ‘매물광고 실명제’를 도입해 정부와 지자체에 신고된 공인중개사와 실장님 같은 중개보조원만 매물을 등록할 수 있도록 했고요. 그리고 직방에서 정보를 보고 전화를 하면 가상의 번호를 이용해 부동산 중개사와 고객 간의 통화 내역을 자동으로 저장하는 ‘안심녹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곽보연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
직방을 이용하는 공인중개사가 많아지면서 직원들이 직접 찍어서 사진을 올리던 방식에서 등록된 공인중개사가 직접 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했다. 대신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직방은 매물 정보 등록 시 구체적인 집의 정보를 비롯해 실제 방 내부 사진을 다섯 장 이상 올리도록 규정했다. 방(건물, 집)의 위치와 크기는 기본이고, 도보로 갈 때의 지하철역과의 거리(5분, 10분, 15분으로 구분), 관리비, 주차장 및 엘리베이터 유무, 난방, 인근 편의시설 등 구체적인 정보를 올리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는 곧 방을 구하는 공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용자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큰 이슈가 아니지만, 부동산 중개사들은 다소 번거로워진 면이 있죠. 예전처럼 매물이 들어오면 어딘가 적어 놓고 손님과 함께 가서 체크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제는 빈방이 생기면 중개인이 직접 가봐야 해요. 사진도 찍어서 올려야 하고 세부 정보도 올려야 해요. 부동산 중개인의 행동 패턴이 바뀌게 된 거죠. 하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도 바뀌었어요. 소비자는 찾고자 하는 집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기를 바라죠. 소비자들의 변화된 패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 직방과 제휴를 맺은 3,000여 중개소의 중개사분들은 이러한 변화된 흐름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계시는 거죠.”
– 안성우 대표
직방에 매물 정보가 등록되면 이후 대대적인 검수가 시작된다. 매물관리팀이 등록된 주소가 지도상의 위치와 일치하는지, 실제 월세·보증금이 앱에 올라온 정보와 일치하는지 검수한다. 또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단계에 걸쳐 허위매물 탐지 시스템이 작동한다. 우선 방이 있다고 듣고 해당 중개사무소를 방문했다가 허탕 치는 이들을 위해 보상과 위로의 의미를 담은 선물과 일정 금액을 증정하는 ‘헛걸음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직방 앱에서 확인한 매물 정보 페이지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눌러 전화 상담을 마치고 난 후 이용자가 스마트폰상에서 통화 내용에 대한 설문에 바로 응답할 수 있게 해, 중개사 평가와 매물 정보에 반영토록 하는 ‘안심 피드백’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2가지 시스템을 통해 허위 매물로 확인되면 해당 부동산 중개사는 경고를 받게 되며, 경고가 3회 누적되면 퇴출로 이어진다.
“일부 부동산 중개사분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내가 내 돈 내고 광고하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라며 따지시는 분들도 많아요.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여러 업체에 매물을 올리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 경우 매물 건수가 많아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허위매물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죠. 하지만 정직하게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허위매물이 자주 올라오는 지역은 직원이 직접 찾아가거나 임대관리업체를 방문해 매물을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에요. 점차 진성매물 비율이 높아지면서 허위매물 신고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방을 구하는 공식이 바뀐 거죠.”
– 안성우 대표
직방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부동산 중개사 대표 한 명에게만 매물 업로드 권한이 있는 ID를 부여하며, 그 아래 실장으로 불리는 중개보조원들이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한 번 퇴출 당하게 되면 중개사 자격증 번호가 기록으로 남는 만큼 재등록이 불가능하다. 직방은 ‘허위매물 아웃제’를 선언하고 전 매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오용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직방, 다방은 다 요물이에요. 처음엔 핸드폰으로 사진 올리고 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 했었는데, 직방에서 봤다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와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이니 사진 올리기도 귀찮고 돈이 좀 나간다고 해도 이용할 수밖에 없죠. 광고마저 안 해서 손님 다 떨어져버리면 어떡해요. 이후에 ‘방’자 들어가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어요. 광고료가 무료인 데도 있지만, 그런 데서는 연락이 안 와요. 그러니 직방, 다방을 이용할 수밖에 없죠. 우리가 돈 내고 이용하는 건데 (직방, 다방)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 에휴 말도 못해요.”
– 오용석 공인중개사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결과적으로 직방의 라이벌로 다방이 급부상하면서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기업은 시장을 대표하며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라이벌 대결
다방은 미디어윌에 인수된 이후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직방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방의 한유순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의 게임사에서 근무하던 중 다시 미국 기업에 들어갔다. 3년 뒤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창업을 고려했다. 오랫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집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에 2013년에 3,500만 원의 자금으로 지금의 다방을 시작했다. 다방은 설립 당시부터 모바일로 부동산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O2O 플랫폼을 목표로 했음을 강조한다.
다방은 2015년 1월 부동산 관련 중견기업인 미디어윌에 인수되면서 30억 원을 투자 받아 사업을 더욱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 매물 검색 알고리즘을 계속해서 발전시킴으로써 이용자가 원하는 방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2016년 파트너 공인중개사의 혜택을 강화한 ‘다방프로’를 출시함으로써 직방과는 다른 측면에서 시장 강화 및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병합은 직방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다방 역시 인기 연예인 혜리를 앞세워 대대적인 매스 캠페인을 시작함으로써 직방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하였다.
직방은 2015년 3월, 기존 투자자 및 신규 투자자 여덟 곳의 벤처 캐피털로부터 약 2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였고, 다방 역시 미디어월로부터 2차 투자금 200억 원을 유치했다. 두 기업은 모두 투자 받은 자금을 지속적인 마케팅과 서비스 개선 등에 활용하였다. 선공은 송승헌과 이희준을 앞세운 직방의 ‘안심중개사’ 광고로 시작되었다. 다방도 곧 혜리를 앞세워 ‘방값이 얼만데!’와 ‘내가 원하는 방 다 있다’라는 광고와 함께 부동산 O2O 시장의 확대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다방을 인수한 미디어윌 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자금뿐만 아니라 영업 및 마케팅 인프라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두 기업은 법적 다툼도 벌였다. 직방은 2013년 6월 상표권 출원 후, 2014년 5월 특허청에 등록되었고, 차후 서비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방’, ‘꿀방’ 등 다수의 상표권을 출원하였다. 하지만 다방이 커짐에 따라 2015년 4월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 소송이 다방의 승리로 끝나면서 두 기업의 2차전은 다시 광고와 허위매물 근절로 이어졌다.
다방은 2016년 혜리와 재계약을 하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였고, 직방 역시 서강준과 설현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함께 허위매물 근절에 대해 직방은 기존의 ‘안심녹취서비스’, ‘매물광고 실명제’, ‘직방 안심중개사 5계명 준수’ 등을 강화하였으며, 다방 역시 가격이나 사진 등의 정보가 실제와 다를 경우, 이를 신고하면 소정의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허위매물 ZERO’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5월, 부동산 앱의 허위매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되면 앱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신고 받은 허위매물 정보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하는 등 서비스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다. 직방 커뮤니케이션팀의 이언주 실장은 직방과 경쟁사의 행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직방이 O2O 플랫폼 기업들 중 배달 분야와 헬스케어 분야 다음으로 많은 투자를 받은 것은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안 대표가 이전에 창업투자회사에 몸담았기 때문에 IR에 대한 노하우가 분명 있었겠지만, 벤처 캐피털분들이 서비스 초기부터 실시해온 허위매물 근절 노력과 기존 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따른 사업 확장성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아요.”
– 이언주 커뮤니케이션팀 실장
시장의 성장과 라이벌의 등장은 직방의 인지도를 더욱 높여주었을 뿐 아니라 시장의 변화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직방은 2016년 말부터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허위매물을 상습적 혹은 고의적으로 올리는 부동산 중개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원칙으로 한 허위매물 근절 정책은 사업 초기부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아왔다. 직방은 2015년 1월에 앱 다운로드 수 500만 건을 기록한 뒤 꾸준히 성장해 같은 해 10월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였고, 2016년 7월에는 1,500만 다운로드를, 2017년 2월에는 1,8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였다(Exhibit 9).
하지만 라이벌 기업의 등장으로 직방은 적지 않은 광고비를 지출하였다. 직방은 2015년 한 해에만 206억 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었고, 2016년에도 178억 원의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다.
새로운 시장으로의 변화
국내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은 최근 급성장한 소셜커머스나 배달 앱에 이어 그들과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직방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PC 또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부동산 정보 서비스가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의식주 가운데 유독 ‘주(住)’와 관련한 서비스는 조금 늦게 시작된 감이 없지 않다.
2017년 직방은 흑자 전환을 하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직방 커뮤니케이션팀 이언주 실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을 뿐이에요. 아직 변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 많아요. 이제 모바일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에서 직방이 이용자와 공인중개사분들 모두에게 유용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뿐이죠. 앞으로 우리의 타깃 고객들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해야 해요. 이들이 이제는 ‘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집’을 찾는 고객이 되실 테니까요.”
– 이언주 커뮤니케이션팀 실장
직방이 내세운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은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직방은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파고든 덕에 2016년에는 매출액 275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15년에 매출액 120억 원, 영업손실 124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이 이룬 성과였다.
매출 증가로 인한 흑자 전환으로 지속적으로 현재의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직방은 메이저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했다. 직방은 2017년 6월, 아파트 단지 정보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구성된 대동여지도팀은 초기의 직방이 그랬던 것처럼 직접 발로 뛰어 아파트 단지의 정보를 수집했다. 안 대표는 아파트 정보 서비스를 시작한 데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그 지역에 대해 파악하기가 힘들었고, 정보 역시 단순 매물 정보에 머물렀어요. 하지만 직방이 아파트 정보 서비스를 통해 제공해드리고자 하는 것은 가보지 않고 살지 않아도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어느 지역을 방문할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에요. 아파트는 오피스텔과 원룸에 비해 축적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고 다양한 데다 가족 단위의 주거 형태가 많기 때문에 주변 여건에 대한 정보가 굉장히 중요해요. 이제는 집을 단지 매물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 실제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직방이 꿈꾸는 국가대표 주거 정보 플랫폼입니다.”
– 안성우 대표
직방은 지방 중소도시를 포함해 2016년 12월 기준 전국 802만 세대의 아파트 정보를 수집 완료했다. 아파트 단지의 정문부터 단지 내 전경, 조경, 놀이터 등 내부 모습은 물론 대로변, 주변 상가, 학원 등 20여 장의 사진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이미지 등으로 현장감을 더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치 직접 집을 보러 간 듯한 정보와 더불어 블로그나 지역 커뮤니티에서나 볼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담았다. 더불어 기존 거주 경험자의 리뷰 코너까지 있어 실제 집을 구하는 사람이 필요한 지역 정보를 발품을 팔기 전에 직접 가본 것처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NAR)에 따르면 부동산 VR 서비스는 헛발품을 팔지 않고도 언제든 원하는 매물을 찾아 원격지에서 미리 구입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으며, 임차인이 집을 비웠을 때나 실제 방문해 매물을 보기 어려운 경우 그 활용도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실제 부동산 매물을 VR 콘텐츠나 파노라마뷰처럼 입체적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 잠재 고객이 온라인 서비스에 체류하는 시간이 훨씬 길며, 웹 트래픽도 30%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직방의 변화된 행보에 경쟁사들 역시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직방에 이어 다방은 실거래가 외에 주변 시세, 준공일 등의 정보를 포함한 매매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는 한편, 이사·청소·인테리어 분야로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방콜은 모기업인 부동산114가 축적한 아파트 등 주거 시세 데이터베이스를 방콜에 연계하는 작업을 통해 서비스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가동 준비 중에 있으며, 향후 학군 정보 등을 추가해 정보의 질을 높이고 허위매물 줄이기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지금까지도 아파트 관련 정보에 치중돼 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의 ‘공시지가’ 및 ‘실거래가’에서 인기 있는 지역의 트렌드에 대해 볼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대출에 관한 정보는 KB국민은행에서 운영하는 KB부동산 리브온(http://nland.kbsta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신용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의 네이버 부동산, 부동산114 등은 유료로 시장성에 대해 분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였다.
이처럼 아파트 시장은 초기 직방이 뛰어들었던 오피스텔이나 원룸과 달리 평균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경쟁자가 많은 시장이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3)이 적용되지 않는 시장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 그 지역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가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시장은 다른 부동산과 달리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가 제공됨에 따라 단지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낮은 산포도(散布度)를 보인다. 또한 원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개수수료 역시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아직 외국처럼 전속 중개 시스템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고,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중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거래를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직방은 부동산 중개 O2O 플랫폼을 통해 모든 데이터를 검증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직방은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였다. 소비자들은 부동산 앱에 올라온 매물 정보가 당연히 믿을 수 있는 정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허위매물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직방의 경우는 네이버 부동산, 부동산114 등의 업체가 허위매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던 것을 교훈 삼아 시세를 파악하는 것만이 아니라 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Exhibit 10).
직방은 부동산 분야 최초의 O2O 서비스로, 과거 ‘복덕방’이라 불렸던 부동산 중개소의 매물 정보를 스마트한 이용자들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더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마련하였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세대 교체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직방 같은 서비스로 인해 오프라인 중개소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직방이 모바일상에서 더 세련된 형태로 젊은 감성과 만나면서 오프라인 중개사무소의 분위기도 밝고 감각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임대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기업으로서 직방의 미래 모습이 궁금하다.
[주석]
1.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 과거에는 거래 과정 또는 정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중개자가 필요했지만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용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하거나 직접 정보를 습득하게 됨으로써 기존의 중개자를 배제하게 되는 현상
2. 재중개 서비스: 정보기술의 발달로 탈중개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사라진 중개 과정에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즉 가격비교, 묶음정보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자가 나타나게 되는 현상
3. (주)직방의 전신. 2015년 10월 사명을 채널브리즈(주)에서 (주)직방으로 변경
4. 일물일가의 법칙: 효율적 시장에서 동일 재화는 동일 가격을 가져야 한다는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