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에 창업하여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토스(Toss)를 운영하고 있는 핀테크(fintech) 기업이다. 창업가인 이승건 대표는 당시 복잡하고 번거로웠던 모바일 송금 문제를 토스 서비스를 통해 처음으로 간편한 모바일 송금이 가능하도록 변화시켰다. 보수적인 금융시장에 뛰어들어 사용자 친화적으로 금융서비스를 개선한 토스 서비스는, 기존 금융사들의 서비스가 사용자 친화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이끈 금융혁신의 리더였다. 이렇게 토스는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사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 서비스를 통해 혁신을 이루고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 이름보다 서비스 이름인 ‘토스’로 불리고 있다. 토스는 2018년에는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이후, 2020년에는 토스페이먼츠, 2021년에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잇따라 출시하며 그야말로 종합금융솔루션 플랫폼으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제 토스는 대한민국 국민의 2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며 ‘금융 수퍼앱’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창업 이후부터 토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성장을 위해 애자일(agile) 조직의 개념을 도입하여 각 팀이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하지만, 조직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영시스템의 구축과 개선, 그리고 조직문화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제 토스는 어떤 방식으로 조직 운영을 해 나가야 할 것인가?
본 사례는 토스가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며 독보적인 금융혁신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창업기업이 스케일업하는 과정에서 조직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인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통해 창업가의 비전과 철학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의 성장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경영시스템의 변화와 필요성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
Q1. 토스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이승건 대표의 경영철학을 X-Y 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것이 토스의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받아들여졌는지 논의해 보시오.
Q2. 창업기업이 성장하여 체계적인 경영관리시스템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초기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Katz & Green의 business life cycle 모델에서 현재 토스는 point C 단계에 도달한 상태이며, 그 이후의 성장궤도에 대해 point D 혹은 point E와 같은 경로 선택에 직면해 있다. 토스의 경우에 더 바람직한 경로는 무엇인지 인사제도 변화를 기반으로 논의하시오.
Q3. 토스는 유니콘 기업에서 제도권 내 금융기업으로 안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안정된 조직체계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토스가 조직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논의해 보시오. (Ouchi의 organizational control mechanism 이론을 참고하여 분석할 수 있음)
국내 최초 핀테크 유니콘 기업의 탄생
2018년 12월 초, 겨울의 찬바람을 잠시 잊게 할 기사 하나가 실렸다.
“토스, 900억 투자유치로 핀테크 첫 ‘유니콘 기업’”
201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가 8천만 달러(약 900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로, 국내 핀테크 업체 중엔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중략) 토스는 2015년 2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뒤, 신용조회·계좌개설·대출상품 등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 11월 누적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해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핀테크 서비스로 성장했다. 출시 이래 누적 송금액은 28조 원이며, 토스는 올해 매출액을 약 560억 원으로 예상한다.
– 한겨레신문(2018.12.10.)1)
국내 최초 핀테크(fintech)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알리는 기사였다. 토스는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 분야에서 혁신을 일구어 낸 첫 번째 핀테크 유니콘 기업이자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스에 이은 국내의 네 번째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창업 4년 만에 유니콘 기업의 대열에 합류한 토스는, 본격적으로 사용자와 금융을 더 가까이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열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토스페이먼츠, 2021년에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잇따라 출시하며 그야말로 종합 금융 솔루션 플랫폼으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제 토스는 대한민국 국민의 2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며 ‘금융 수퍼앱’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Exhibit 1).
인간은 누구나 일하기를 즐거워한다 –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의 탄생
비바리퍼블리카의 창업자는 이승건 대표이다. 그는 토스가 이렇게 초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토스의 조직체계와 업무방식을 꼽으며, 조직문화가 토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3) 토스에는 40개가 넘는 개별조직이 각자 서비스나 프로젝트를 맡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서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의 조직 운영이 이루어진 것은 이승건 대표가 임직원이 30명을 넘었을 때부터 애자일(agile) 조직구조를 선택하고 운영해 온 덕분이었다.
초기 서비스 ‘간편송금’이 성공하면서 송금이나 대출 등 토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차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각각의 서비스는 목표와 업무가 달라 하나의 조직으로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려웠고, 이에 고민하던 이승건 대표는 애자일 조직을 구성하여 목적 중심으로 팀을 묶었다. 이렇게 묶은 팀들을 각각 ‘사일로(silo)’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각 사일로는 목표, 실험 과정과 일정, 예산 수립과 실행의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하여 민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승건 대표 스스로는 이러한 토스의 조직구조와 조직문화가 토스를 국내 최초의 핀테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킨 동력이라 믿었다.
토스가 애자일 조직구조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근간이 된 것은 이승건 대표의 ‘사람’과 ‘일’에 대한 철학이었다. 그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단순히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을 넘어,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구성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 왔다. 그는 회사의 방향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팀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여겼다. 그리고 동시에, 자율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독창적인 시각과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팀원을 발굴하고자 했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가 지향해야 하는 인재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단순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 복잡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정의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진정으로 즐기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싶어 합니다. 일을 즐거워하고 즐기는 사람을 찾는 데 아주 진심입니다.
– 서창훈 비바리퍼블리카 Corporate Development Director
이러한 이승건 대표의 철학은 토스의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에 반영되었다. 수평적인 의사소통,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환경,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존중하는 문화는 모두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결과였다. 다음은 이 대표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토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낸 서적 ‘유난한 도전’에 실린 그의 이야기이다.
애자일한 기업문화는 그저 프로세스를 바꾼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일에 대한 새로운 철학과 관점이 반영된 결과여야 합니다. 목적과 의미가 이끄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 위대한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진 사람들, 일의 재미에서 오는 자기만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성찰한 결과,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조직구조가 애자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토스의 조직구조는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회사의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의미를 찾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근본적인 접근이었다. 이는 토스의 인재상과 조직철학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운영 원칙의 기반이었다. 토스가 애자일 조직구조를 도입한 것은 단순히 효율적인 업무방식을 채택하는 차원을 넘어, 구성원들이 실험과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한 결과였던 것이다.
토스는 조직의 크기가 작았던 초기 단계부터 일의 방식과 문화를 깊이 탐구해 왔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를 단순히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아닌,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주도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가였다. 이러한 고민과 그의 일에 대한 철학은곧 토스의 핵심 조직 단위인 사일로 구조로 이어졌다.
사전적인 의미로 ‘곡식 등을 저장하는 원통형의 세워진 저장고’를 뜻하는 사일로는, 토스에서 8~9명이 모여 하나의 프로덕트(product)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독립 팀의 의미로 사용된다(Exhibit 2). 각 사일로는 송금, 신용점수조회, 보험 등 고유한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며, 팀원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전통적으로 사일로는 부서 간 단절과 협업 부족을 비유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토스는 이를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이승건 대표는 사일로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단순히 사일로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사일로에는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PO),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분배된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나는 특정사안을 빠르게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 ‘길드(guild)’ 라는 임시조직을 누구나 구성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길드의 구성원은 각 사일로에서 필요 인원을 선발해서 운영하여 마치 일반 기업에서의 TFT(Task Force Team)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Exhibit 3).
토스의 애자일 조직은 단순히 업무방식의 전환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었다. 각 사일로는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며, 팀원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들어 갔다.
토스가 만들어가는 이러한 문화는 단순히 효율적인 조직을 넘어,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성장하며 문제해결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 이승건 대표의 철학에서 출발한 토스의 조직문화는, 빠른 실행력과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며 금융혁신을 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의 도입은 단순히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빠른 성장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토스의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철학이 되었고,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토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마다 대규모 계획 대신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하고 실시간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빠르게 방향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었다. 특히 의사결정 승인 단계를 최소화하여 빠르게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조직구조를 유지하였다.
토스는 중간관리자를 최소화하고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하며 열정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이를 책임지는 방식은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는 도전을 지속하는 것이라는 점을 서로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토스에서는 실패를 크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다만, 반복되는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없거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부족하다면 조직과 맞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서창훈 비바리퍼블리카 Corporate Development Director
토스는 실패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실패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행사를 열거나,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리더들이 팀원들을 안심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 ◯◯◯ 비바리퍼블리카 비개발자 퇴사자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일하기를 즐거워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토스의 조직구조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되어 토스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토스의 임직원들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성장에 필요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토스의 서비스가 점차 확장됨에 따라 조직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어 갔다.
금융 수퍼앱을 향한 여정과 대규모 인력 채용의 시작
토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폭과 조직규모는 동시에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다. 임직원이 30명 정도인 규모에서부터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애자일 조직체계를 구축한 토스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핵심 서비스인 간편송금과 신용점수조회에 집중했다. 간편송금은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고, 2017년 신용점수조회 서비스를 시작하며 금융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이 시기에 조직규모가 67명에서 118명으로 증가한 토스는 소규모이지만 효율적인 팀 구조를 유지하며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본격적인 성장과 다각화의 시기였다. 2019년, 대출비교 서비스와 무료신용점수조회 서비스를 출시하며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누적 사용자 1,000만 명 돌파는 사용자 중심 접근의 성과를 상징한다. 더불어 사기 예방, 고객 피해 안심보상제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조직규모는 2018년 180명에서 2020년 38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2021년, 토스는 토스뱅크의 출범과 함께 단순한 금융 플랫폼에서 종합금융기관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로써 사용자의 일상 금융에 더 깊이 관여하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주요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며 사용자 편의성과 금융혁신을 동시에 추구했다.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들이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데 반해, 토스는 모든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갔다(Exhibit 4). 이렇게 토스는 금융 수퍼앱의 비전을 가지고 도약해 간편송금, 신용정보조회, 은행, 투자, 결제 등 70여 개 이상의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 시기에 조직은 금융 분야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며, 임직원 수 780명 규모로 성장했다.
2022년 이후 토스는 토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와 광고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2023년에는 광고 사업이 월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고 토스피드가 누적 조회 수 3,0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금융 플랫폼을 넘어선 영향력을 증명했다(Exhibit 5). 이러한 빠른 사업 확장은 창업 초기부터 설계된 탄탄한 조직문화와 애자일한 업무방식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시기, 조직의 규모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임직원 수가 2,0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대규모 조직 운영 방안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조직의 성장과 함께 요구되는 운영체계의 변화는 성장하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도전 중 하나이다. 조직규모가 커질수록 내부 의사소통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이는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토스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과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 운영체계에 대해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빠르고 창의적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 운영 방식과 계획적이고 효율적이며 정밀한 관리체계의 조직 운영 방식 중 어느 쪽이 적합할까? 이러한 고민은 토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현재진행형의 과정에 놓여있다.
변화를 조화롭게 다루기
애자일 조직은 분명 토스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급속한 성장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경영상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직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도입된 다양한 인사제도는 토스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일부 팀이나 개인들에게는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동시에 미디어에서도 토스의 이러한 인사제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특히, 토스의 입장과 일부 퇴사자들의 입장이 상충하여 반복적으로 기사화되는 것은 향후 인재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토스 구성원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애물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핵심 인재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스의 초기부터 성장의 기반을 다졌던 몇몇 핵심 인재들이 연이어 회사를 떠났다. 토스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기업이 성장하고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관리 중심의 구조와 프로세스가 강화되며 기존의 혁신적인 분위기가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토스가 충분히 커졌다’라며 떠나간 초기 핵심 인재들의 말은 이러한 분위기를 내포하기도 했다.
토스는 확실히 일을 잘하는 조직이긴 했어요. 그만큼 힘든 것도 사실이었죠. 그런데 조직이 커지고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결국 우리도 그냥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뭔가 혁신적인 조직이라는 느낌보다는 관리 중심의 구조가 더 눈에 띄었달까요.
토스는 분명 뛰어난 조직이에요. 하지만 가끔은 ‘여기서 잘 버텨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어요. 일이 많고 힘든 만큼 얻어가는 게 확실하지만, 그게 꼭 행복이나 만족과 연결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 비바리퍼블리카 퇴사자들 인터뷰 내용
조직은 성장하면서 새로운 인재들이 합류하고 이로써 또다시 신선한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조직에 유입된다. 그리고, 기존 구성원들은 개선된 시스템 속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조직의 성장이 항상 긍정적인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핵심 인재의 이탈이다. 이 문제는 토스가 조직문화와 인사제도에 대해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핵심 인재들의 이탈과 함께 2020년부터 기사화되어 온 토스의 인사 문제는 조직규모 확장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조직의 확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토스는 애자일 조직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스는 실행 중인 인사제도를 수정하며 지금도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토스는 그동안 다양한 인사제도를 고안하고 시행해 왔다.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토스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성장의 기회로 삼아, 제도적인 혁신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더욱 나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초기에 토스의 서로 신뢰하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안했던 스트라이크 제도4)나 3개월 리뷰 과정(3 Month Review, 3MR)5) 제도는 다소 구성원들에게 압박이 되었던 모양이다(Exhibit 6).
또한, 이러한 사실들은 새로운 인재의 영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21년 11월 토스는 입사지원자와 재직자에게 충분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위해 해당 제도들을 폐지한다고 공지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새롭게 시행하고 있는 Trust Rebuilding Program(TRP) 제도는 스트라이크 제도를 전면 개선하여 해당 제도의 대상자가 되어도 인사상 불이익이나 권고사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행동 개선을 적극 지원하여 동료 간 신뢰 회복과 업무 능률 개선을 통한 성과 향상에 목표를 두고 있다.
3MR 제도와 스트라이크 제도의 폐지는 토스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고려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제도들은 초기에는 조직의 평가 투명성과 협업 강화를 위해 효과적으로 작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 압박과 과도한 경쟁을 초래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인정하고 폐지한 것은 단순히 문제를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조화롭게 다루려는 토스의 의지와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승건 대표의 말처럼 토스는 구성원 간 신뢰를 강화하고 조직에 맞는 제도를 끊임없이 고안하고 개선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가고 있다.
토스팀의 일하는 문화를 설명하는 ‘core value(핵심 가치)’ 중 하나로 ‘ask for feedback’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팀원 서로 간의 피드백에 관한 것인데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한 피드백은 조직이 나아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위한 제도를 만들었고, 여전히 이러한 제도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또한, 토스의 급격한 인원 증가에 따라 사일로들 간 커뮤니케이션 수요의 급증 문제와 회사 차원의 전략적 목표 및 사일로들의 프로젝트들 간 정렬(alignment)을 이루기 위한 방안도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사일로를 중심으로 한 토스의 애자일 조직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신속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회사의 전략적 목표와 각 사일로의 프로젝트가 긴밀히 정렬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소통과 점검이 필수적이었다.
토스는 일주일에 한 번 타운홀 개념의 ‘weekly alignment meeting’을 개최하고 있는데, 제가 직접 진행합니다. 그 자리에서 모든 팀원들은 저를 포함한 누구에게나 공개적으로 질문할 수 있고 자유롭게 피드백할 수 있어요. 공개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습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이렇게 이승건 대표는 구성원들과 함께 전사 차원의 타운홀 미팅과 워크숍을 통해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문제를 단순히 회피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조직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토스의 여정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습니다
토스는 빠르게 성장하며 수반되는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해 왔으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초기부터 성장하는 조직과 서비스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단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고, 이러한 노력은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방식에도 깊이 반영되어 있다. 이승건 대표의 철학을 바탕으로, 토스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채용 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Exhibit 7).
토스의 채용 과정은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과정은 서류전형, 직무인터뷰, 문화적합성 인터뷰의 세 가지 주요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계는 지원자의 역량과 조직문화와의 조화를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으며, 문화적합성 인터뷰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할 만큼 토스는 조직문화의 조성에 매우 신경 써서 채용 과정을 진행한다.
채용 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지원자의 경력과 자격요건을 검토하는 서류전형이다. 이 단계에서는 지원자가 지원한 포지션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었는지 평가한다. 지원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필요에 따라 추가로 제출된 포트폴리오 등을 통해 기본적인 적합성을 판단한다. 서류전형은 단순히 경력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과 토스의 가치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평가로 기능한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는 해당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전문성을 확인하는 직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지원자가 맡게 될 역할과 관련된 기술적 지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심도 있게 평가한다. 인터뷰는 해당 분야의 실무진과 협력하여 진행되며, 실무에서의 경험과 기술적인 이해도를 검증한다. 예를 들어, 개발 포지션의 경우 코딩테스트나 기술 과제 수행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지원자가 토스의 조직문화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문화적합성 인터뷰다. 이 단계에서는 지원자의 가치관, 협업 스타일, 그리고 책임감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다양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토스의 핵심 가치에 공감하는지, 그리고 팀과 조화로운 협업이 가능한지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스의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동료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입사가 확정되면 토스의 온보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온보딩 프로그램은 신규 입사자가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관련 내용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현재 토스의 온보딩 프로그램은 3개월간 진행된다. 이 기간에 신규 입사자와 기존 직원이 짝을 이루는 메이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 참여를통해 입사자가 업무에 자신감을 얻고, 토스의 문화를 이해하며,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동료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조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스의 채용 과정은 지원자의 직무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과의 문화적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승건 대표는 이러한 토스의 인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는 ‘대표인 저에게 챌린지할 수 있는 사람’, ‘예스맨이 아닌, 존중할 만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중시합니다. 단순히 지시에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저희 토스가 추구하는 인재상입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토스의 핵심 인사제도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며 해당 내용은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기 위하여 토스 위키피디아(https://toss.oopy.io/)에 최신 인사제도 및 복지제도를 게시하고 있다. 현재 토스의 최신 인사제도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며 초과근무에 대해 명확히 보상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이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으며,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둘째, 개인 성과가 아닌 팀의 목표와 결과에 기반한 one-team 성과 측정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개별 경쟁이 아닌 팀 간의 협업과 상호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했다. 회사 전반의 성과 달성도에 따라 최대 190%까지 성과급을 제공하며,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체계를 강화했다. 셋째, 반기별 연봉 조정 신청 제도를 도입하여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량과 역할 변화에 맞는 보상을 스스로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수평적이고 투명한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별도의 승인이 필요 없는 휴가제도를 시행하여 구성원들이 상사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연말에는 서비스 운영 및 고객지원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며, 조직의 휴식 문화에도 변화를 이끌었다(Exhibit 8).
이러한 인사제도는 토스를 더욱 성숙하고 협력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구성원들은 공정한 보상과 자유로운 업무 환경 속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동력을 얻었고, 새로운 인재들 또한 이 제도를 통해 조직에 신선한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인사제도와 함께 제공되는 토스의 복지제도는 기사화가 되었을 만큼 신선하다. 사내에 있는 미용실, 편의점, 커피숍이 무제한 무료로 제공되고, 추가로 월 100만 원 한도의 개별 법인카드가 제공된다. 제공되는 편의시설들은 토스 구성원들의 윤택한 삶을 보장하고 동시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자는 의도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제공된 법인카드는 자유롭게 점심과 저녁 식사뿐 아니라 택시를 타는 등 회사 밖 생활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카드 사용 후 영수증을 챙기거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회의록을 써야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핀테크 회사답게 모바일에서 자동으로 비용 처리 신청이 완료된다. 그리고 추가로 6개월 이상 재직자들은 1억 원 한도에서 필요한 만큼 무이자 대출도 지원받는다.
이러한 토스의 복지제도들은 이직할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혜택들이다. 그러나 토스는 이러한 복지가 단순한 만족감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선진 근로복지 문화로써 토스가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의적 반란과 체계적 안정의 공존
국내 스타트업 재직자 중 16.5%가 토스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꼽았으며, 일하는 방식을 가장 알고 싶은 회사로도 선택했다(Exhibit 9). 이는 토스가 국내 핀테크 업계에서 빠른 성장과 혁신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토스는 단순히 기술혁신이나 빠른 실행력만으로는 기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토스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얼마나 현명하게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발전시키느냐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토스는 창업 초기, 야생적이고 도전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규제와 시장의 제약을 뛰어넘으며 빠르게 성장해 온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한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는 법적 규제와 금융당국의 복잡한 제약을 과감히 극복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의 토스는 기존 규제가 사업의 장애물이 될 때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거나, 심지어 공론화와 압박을 통해 법적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는 등 매우 공격적인 접근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토스가 초기 시장에서 주목받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조직이 성장하고 금융, 증권, 마이데이터와 같은 핵심 라이선스 기반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토스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운영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규제준수가 필수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법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규정을 준수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법적 규제에 직면하면 이를 정면 돌파하거나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규제를 변화시키려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필요하다면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며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가진 사업적 영향력과 법적책임이 커진 만큼, 보다 신중한 자세로 운영을 이어가려는 전략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토스는 사내 변호사와 법무팀(legal team)의 규모를 대폭 확장해 현재 본사에만 30명 이상의 변호사가 상주하며,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40명이 넘는 법률전문가들이 모든 사업 활동을 법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사업이든, 심지어 간단한 푸시 메시지의 발송조차 법무팀의 승인을 거쳐야만 진행될 정도로 철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금융업에서 요구되는 신뢰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토스의 전략적 선택을 보여준다. 다만, 이 같은 철저한 관리체계는 빠르게 혁신을 추구하는 구성원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업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신뢰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토스는 균형 잡힌 혁신을 이루는 방법을 찾는 숙제를 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토스가 초창기 특유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문화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사는 관리체계와 창의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업팀에서는 여전히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이들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조직의 재무적 안정성과 사업 확장력이 강화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내부 관리체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토스의 전반적인 사업 방향과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시장과의 대립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던 토스는 이제 시장과의 협력을 중시하며, 규제를 준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처럼 소수의 핵심 인력에 의존해 빠르게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신,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토스는 야생성과 과감성을 일부 희생하면서도 지속 가능하고 체계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토스가 이제 단순한 스타트업의 범주를 넘어, 금융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법적 리스크 관리와 창의적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토스의 노력은 앞으로도 그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주석]
1. 박수지(2018.12.10.). “토스, 900억 투자유치로 핀테크 첫 ‘유니콘 기업’”,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73731.html
2. 2024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및 토스 연령대별 가입자 수 기준이다.
3.김용원(2020.12.30.). “토스 성공비결은 수평적 조직, 독립성 갖춘 팀 믿어줘야”, 비즈니스포스트(Business Post),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10793; eo_korea(2018.05.29.).[EP12_토스_이승건_2] “토스가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한국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Voyage, Youtube.
[참고 문헌]
김용원(2020.12.30.). “토스 성공비결은 수평적 조직, 독립성 갖춘 팀 믿어줘야”, 비즈니스포스트(Business Post),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10793
박수지(2018.12.10.). “토스, 900억 투자유치로 핀테크 첫 ‘유니콘 기업’”,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73731.html
스타트업얼라이언스&오픈서베이(2024.11.21.)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 https://www.startupall.kr/reports
eo_korea(2018.05.29.). [EP12_토스_이승건_2] “토스가 유니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한국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Voyage,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