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생리대 제조에서 IT 플랫폼까지, 펨테크 슈퍼앱 해피문데이

펨테크 스타트업 해피문데이는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직접 제조하고 구독경제 기반으로 판매해 온 경험과 구성원들이 보유한 IT 역량을 기반으로 2019년 헤이문 앱 서비스를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 당시, 월경주기 앱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등장했던 몇 가지 앱이 시장을 과점하던 상황이었다. 해피문데이는 생리대 구독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 인사이트와 기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월경 관리 앱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앱 서비스 출시 후 3년여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대한민국 15~24세 여성의 약 25%가 가입한 여성 건강 플랫폼이 되었다. 

해피문데이가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 현재 시점에서의 전략적 선택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성장을 견인해 온 국내 15~24세 인구집단으로부터 연령층을 확대할 것인지, 자사 구독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것인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것인지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해피문데이의 경영진 입장에 되어 이러한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유리할지 고민해 보자. 


Q1. 사례 내용을 기반으로 해피문데이가 제조 역량과 IT 기반 플랫폼 역량을 함께 보유한 장점을 통해 기존 1) 여성용품 제조 및 2) 월경주기 앱 서비스 산업과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누렸던 전략적 우위를 논의하시오.

Q2. 사례를 기반으로 해피문데이가 집중 공략했던 15~24세 인구집단 중에서도 ‘해피문데이의 제품을 이미 구독하던 초기 충성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어 플랫폼을 설계하는 방식의 전략적 장점을 논하시오. 

Q3. 해피문데이가 빠른 성장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한 15~24세 인구집단의 수는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해피문데이 경영진 입장에서 당면한 미래의 성장동력 감소 문제를 ‘가치 중립적 다각화 전략(value neutral diversification strategy)’ 측면에서 분석하고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의 장점과 단점을 기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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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사업

김도진 대표가 해피문데이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2016년에 발생한 “깔창 생리대” 사건이었다. 10대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때까지 IT 서비스 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해온 김도진 대표가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월경을 보다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걱정 없는 1년 생리대 기부 프로젝트와 초경 가이드북 ‘어바웃 문데이’를 쓰고 발행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장 여성 건강을 위해 필요했던 것은 높은 질의 생리대 등 월경 용품이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생리대, 원재료 공장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더 안전하고 좋은 원재료로 생리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여러 재료 중 유기농 순면을 선택하였고 보풀이 일어나거나 흡수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제품을 개선해 왔다. 

처음부터 생리대를 직접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만족할 제품을 찾지 못해 제조까지 뛰어들게 된 거죠. 대규모 제조로 움직이던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그 시도를 실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내가 평생 쓸 제품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부딪혔어요.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지만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경험하면서 공동 창업자와 함께 해피문데이를 창업하게 되었다. 창업 직후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유기농 순면 생리대에 대한 고객들이 관심이 급격히 높아져 초기 빠른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빠른 성장을 경험하는 가운데 고객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데 의미가 있었지만 높은 가격이 부담이었다. 아직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비자가와 유사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생리대 구독 모델을 도입하게 되었다. 구독 모델을 도입할 경우 직접 판매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구독을 통한 반복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 소비자가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Exhibit 1).

가장 저렴한 제품보다는 두 배쯤 비싸지만 해외 유기농 생리대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어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들에겐 오히려 저렴하다는 반응을 받고 있어요.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특히, 해피문데이가 생리대 구독 모델을 제시했던 당시 시장 상황에서 대부분의 여성용품 업체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대나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일회성으로 제품을 판매하던 상황이었다. 생리대 구독 모델은 소비자가를 낮춰주는 것은 물론, 여성들이 생리대가 떨어질 걱정 없이 편리하게 생리대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경쟁업체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자사몰이 아닌 타사 매장이나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주로 제품을 판매하던 기존 업계 입장에서는 구독 모델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피문데이가 공동 창업자들이 IT 분야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창업 초기인 2017년에 앱 서비스부터 출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고객 중심의 문제 인식이었다. 당시 여성들에게 좀 더 필요했던 것은 질 좋은 생리대라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앱 서비스에 대한 출시 시점을 뒤로 미루었다. 외부 시각에서 봤을 때 제조업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IT 출신 창업자들이 생리대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것이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해피문데이 창업 전, 김도진 대표는 애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창출되기 시작한 모바일 기술 및 벤처 생태계에 흥미를 느껴 2010년부터 IT 스타트업에서 인턴,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고, 공동창업자 부혜은 CTO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중 컨설팅 회사에서 PM(Product Manager) 인턴으로 일하며 기술 산업에 흥미를 느껴 컴퓨터공학을 공부, 보안 기업과 금융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경력을 쌓아왔다. 실제로 익숙하지 않은 제조, 물류 분야로 뛰어들어 생리대를 만드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불에 타는 일도 있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겪으며 제조업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배워나갔다.

해피문데이는 IT 서비스의 자질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경험치가 쌓이게 되면서 두 분야 모두의 DNA를 갖춘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월경주기 앱을 만드는 IT 서비스 회사나 여성용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각자의 분야로 진출하려는 시도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무 및 운영 방식, 조직 문화가 새로이 확장하려는 사업 영역에서 필요한 자질과 판이하여 지금까지 성공한 케이스가 없었다. 앱 서비스 출시를 미룬 3년은 오히려 해피문데이가 IT와 제조업 모두의 DNA를 보유한 팀으로서 더욱 강력한 진입장벽을 형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만약 앱 서비스부터 출시하고 뒤늦게 기존에 보유하지 않았던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자 했다면 이미 조직의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빠르게 학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생리대 개발, 제조에 뛰어들 땐 주변에서 ‘IT 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하려고 하냐’는 우려가 정말 많았어요. 그러다가 앱 서비스를 출시하자 ‘생리대 만들던 사람들이 앱 서비스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들 하시더라고요(웃음).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선두주자가 명확했던 월경주기 앱 산업으로 뛰어들기로 한 이유

해피문데이 고객들을 위한 앱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2019년 1월의 어느 날, 해피문데이 김도진 대표는 공동창업자인 부혜은 CTO와 함께 여성 건강 관리 서비스 제작을 위한 첫 기획 회의를 열었다. 당시 해피문데이의 주요 사업 모델은 생리대 구독 서비스였다. 질 좋은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구독 형태로 제품을 판매했다. 개별 구매 가격에 비해 저렴한 월 구독료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구독자가 일정 기간 이상 구독을 유지해야 했다. 구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단순히 질 좋은 여성용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 이상의 가치 제안이 필요했다. 

해피문데이는 단순히 여성용품만 판매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뉴스레터 및 블로그에 게시하여 여성들이 월경 관련 문제를 잘 해결하길 바랐다. 창업 초기부터 생리대를 구독하는 고객들에게 종이로 된 팁 카드를 보낼 정도로 좋은 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더불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월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정보가 개인의 맥락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제공되었고 발행된 뉴스레터와 블로그의 양이 점차 늘어나다 보니 개인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고객 개인별 월경주기나 양상에 따라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구독을 유지할 가치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존 뉴스레터나 블로그로는 개인별 맞춤형으로 콘텐츠나 월경 관리를 도울 수 없었기에 별도의 앱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객이 좀 더 정확하게 월경주기를 예측함과 동시에 신체 및 기분 변화와 증상을 입력하고, 관련 콘텐츠도 열람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기획해 보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IT 전문가가 아닌 간호사 출신 구성원에게 앱 서비스의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김도진 대표나 부혜은 CTO가 IT 출신이라고 해서 창업 초기부터 급하게 앱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월경을 어떻게 더 잘 관리하고 여성 건강을 증진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필요한 일을 단계적으로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이미 수많은 월경주기 앱이 있는 레드오션에서 후발 주자로 앱을 출시한다는 것이 다소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두 공동창업자는 포화 시장으로 뛰어든다는 두려움보다는 더 나은 서비스로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구독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Exhibit 2).

 

포화 상태였던 월경주기 앱 산업

해피문데이가 앱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한 2019년 당시, 월경주기 앱 시장은 이미 포화된 레드오션 시장이었다. 모바일 플랫폼 초기에 출시된 앱 서비스들은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스마트폰의 접근성, 센서 기술, 데이터 전송 등의 기술을 활용해 일상에 필요한 장치를 만들던 시기였다. 월경주기 앱도 모바일 플랫폼의 초기에 등장한 대표적인 스마트폰 앱 중 하나다. 기존에 종이 수첩에 수기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월경주기 관련 정보를 앱을 통해 더 편리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달력이나 구글과 같은 플랫폼의 캘린더 앱과 연동하여 더 효율적으로 월경주기를 관리할 수 있었다. 짧은 역사이긴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 태생기부터 현재까지 쭉 함께 해왔던 앱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월경주기 앱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가진 장점을 기반으로 빠르게 보급된 서비스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월경주기 앱 중 비교적 초기인 2013년에 출시된 핑크다이어리의 경우 2023년 기준 620만 명의 누적 다운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가임기 여성 1,142만여 명 중 약 60%가량으로 단일 서비스가 전체 시장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중인 해외 앱 서비스인 여성 생리 달력의 경우 2019년 당시 해외 시장에서 1억 다운로드 이상, Flo, Clue 등도 같은 기간 1,000만 이상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상당수 가임기 여성이 월경주기 앱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포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Exhibit 3).

특히, 월경주기 앱의 경우 개인이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앱 서비스를 다른 제품으로 쉽게 바꾸기 어려운 편이다. 월경주기를 꾸준히 기록해 온 데이터를 다른 앱으로 쉽게 전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편하더라도 기존 데이터가 쌓여 있는 앱 서비스를 버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월경주기 앱 산업에서는 새로운 앱 서비스가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월경주기 앱들이 주기 자체를 기록하는 기능에 매우 충실한 편이었다. 월경 관련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고 있었고 앱마다 상세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사용자층이 매우 다양했기 때문에 각자의 연령대에 맞는 기능들이 달라 이를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기능에 대한 선택지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대부분의 월경주기 앱이 주기에 대한 예측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측 정확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기계적인 평균치를 기준으로 지난 월경 일자를 계산하여 배란일이나 월경일을 예측하다 보니 정확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또한 기록해야 할 정보들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오히려 입력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만큼 꾸준히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정확한 월경일 예측을 위한 충분한 데이터 확보가 되지 않았다. 

월경주기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활용하게 되는 앱의 특성을 잘 이용하여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얻고 있었다. 무료로 앱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앱 내 광고 노출에 소비자의 거부감이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광고 자체가 여성 건강과 관계된 경우도 있었지만 플랫폼 광고 등 단순 트래픽에 무작위 주제로 노출되는 광고도 많다 보니 앱 서비스를 활용하는 고객 경험상 다소 이질감이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앱 서비스의 경우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통해 운영하거나 종합 IT 회사에 인수되어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시대적 흐름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여성용품 제조사가 IT 용역 사업을 통해 신규로 월경주기 앱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고객 관점이 아닌 제품 유통을 중점적으로 설계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해피문데이 기획의 차별점

해피문데이에게 고착화된 시장 상황은 오히려 기회로 다가왔다. 해피문데이가 앱을 기획하던 2019년 초만 하더라도 앱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보편적인 기대치가 높아져 있었고, 많은 앱들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가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었다. 월경주기 앱의 특성상 한번 사용하던 앱을 바꾸지 않고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기존 기업들 입장에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드라마틱하게 개선할 이유가 없어 사용자의 기대치 대비 사용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따라서 사용자의 입장을 철저히 고려하여 앱 서비스를 기획해 편의성을 높인다면 기존 앱 서비스 대비 차별점을 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기존 유기농 생리대 정기구독 서비스와 뉴스레터, 블로그 등을 통해 형성된 사용자와의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보유하고 있었다. 

15~24세 인구집단에 집중

기존에 월경주기 앱을 사용하고 있던 사용자들은 과거 기록해 둔 내용이 아까워서라도 새로운 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롭게 월경주기 앱 시장으로 유입되는 15~24세 여성을 공략하는 것이 해피문데이 입장에서 더 유리했다. 특히 15~24세 인구집단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의 활용도가 높고 다수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미 활용하고 있어 앱 서비스의 사용성이나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에 민감한 인구집단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타깃으로 사용성이 높은 앱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면 기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었다. 

15~24세 인구집단 중에서도 모든 고객들이 아닌 자사 구독 제품을 이미 활용하는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해피문데이가 기존 판매하던 유기농 생리대 제품과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고객들은 본인의 여성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 고객에 해당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터를 모집하고 약 1년의 시간을 베타테스트에 할애했다. 테스트 사용자로부터 개선점이나 새로운 기능에 대한 제안을 받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진행하여 기준치가 높은 초기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사용자 중심의 제품 설계

기획 과정에서 제품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떤 월경주기 앱을 쓸지 고민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앱을 동시에 써보고 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앱을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모바일 앱의 UXUI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치가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단순히 기록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제품의 사용성이나 편의성이 앱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해피문데이는 팀이 가지고 있던 IT 경험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UX/UI 경험을 제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기록’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기존 앱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관리’라는 측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불필요한 알람을 너무 자주 보내거나 맥락이 맞지 않는 정보 및 기록에 노출되는 빈도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앱들은 받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받아 놓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용하겠다는 방식인데, 우리는 데이터를 수집할 때 ‘이게 꼭 필요한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요. 헤이문이 많이 물어보지는 않지만, 물어볼 때는 뭔가 이유가 있고, 답변을 했을 때 내 건강에 대한 힌트를 얻고 케어를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과 약속을 주는 거죠.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기존 앱 서비스가 다양한 기록을 상세히 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해피문데이에서는 꼭 필요한 정보만 기록할 수 있도록 설문이나 데이터 입력창을 배치했다. 편의성을 위해 오히려 기록할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은 줄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월경주기에 따라 불필요한 질문은 최대한 배제하여 사용자가 월경주기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경험 자체를 개선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헤이문에서는 월경기간 동안 월경량을 매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평소보다 늘거나 줄었을 때처럼 변화가 있을 때는 기록해 두고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월경주기 예측의 정확도

해피문데이가 보유한 전문성의 융합을 통해 월경주기 예측 정확도를 좀 더 높이는 것을 기획의 중요한 차별점으로 삼았다. 김도진 대표는 제품 기획을, 부혜은 CTO는 수학을 전공한 개발자였고 첫 제품 관리자가 간호사 출신으로 의학 전문가로 각자 전문성을 십분 활용하여 월경주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 5만여 개의 월경주기 데이터를 활용해 알고리즘 정확도를 확인하기도 했다. 방대하게 나열된 목록 대신, 월경주기에 따라 주제별로 묶어낸 맞춤형 질문은 5개 이하로 배치하여 사용자가 핵심 증상만 편리하게 입력하도록 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배치할 때도 최대한 간결하고 쉬운 사용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개발하기로 했다.

기존 앱 서비스들은 임신과 출산에 너무 중점을 두고 있어 15~24세 미혼 여성 입장에서 맥락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앱 서비스의 고객 여정1)도 철저히 월경 관리를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헤이문에서는 피임약 복용, 성생활 기록 기능은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이용하거나 아예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한다(Exhibit 4).

구독 서비스 연동

해피문데이가 IT 경험과 제조업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은 기존 앱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하던 차별적인 요소를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기존 월경주기 앱의 경우 기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트래픽을 기반으로 여성용품에 대한 광고를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해피문데이의 경우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직접 제작하고 유통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단순히 기록뿐만 아니라 질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통해 월경 전반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특히 생리대 구독 모델의 경우 직접 제조하지 않는다면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였기 때문에 기존 앱 서비스 대비 명확한 차별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헤이문’ 출시 후 펨테크2)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기획을 시작한 후 8개월이 지난 2019년 9월, 월경주기 앱 ‘헤이문’의 비공개 베타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처음 목표했던 테스트 사용자 목표의 2.5배 이상의 고객들이 참여 신청을 해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5개월이 지난 시점에 활성 사용자 비율이 70~80% 정도로 유지될 정도로 높은 유지율을 보였다. 

베타 서비스 운영을 마친 후 2020년 9월 iOS 앱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시되었고 2021년 4월 안드로이드 앱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2021년 6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20만 건을 돌파하였고 2022년 1월 50만 건, 같은 해 6월 100만 건을 넘어 2023년 6월 기준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였다(Exhibit 5).

헤이문은 3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았다. 타 산업 플랫폼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헤이문이 200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에 만족한 고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구전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헤이문이 플랫폼으로서의 임계량에 도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헤이문 앱은 특히 15~24세 젊은 여성 층에서 인기가 많아 출시 3년 만에 대한민국 15~24세 여성인구 3명 중 1명이 가입한 여성 건강 서비스가 되었다. 

저는 친구들과 월경이나 우리 몸에 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싶은데요. 여중을 나왔는데도 친구들이 ‘월경’ 이야기를 하면 부끄러워하고 꺼리더라고요. 주변에 물어보기 힘들고 인터넷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는데, 헤이문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진짜 좋아요. 

– 10대 사용자 후기

헤이문 앱의 출시는 해피문데이의 사업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19년 2월에 해피문데이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시작하여 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헤이문을 출시하고 같은 기간 동안 10배가 넘는 14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만큼 다양한 고객 접점이 생겼고, 기능을 꾸준히 고도화하면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던 뉴스레터나 블로그 글에 비해 좀 더 개인화된 콘텐츠, 주기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존 주력 사업이던 유기농 순면 생리대 구독 전환도 높아질 수 있었다. 2024년 1월을 기준으로 신규 구독자 3명 중 1명이 앱 서비스를 통해 유입되고 있으며, 헤이문 하나로 월경주기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 제품,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구체화해 나가는 중이다. 

해피문데이는 앱 서비스 성장과 더불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2021년 12월 110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pre-series) B 투자를 유치했다.

해피문데이는 국내 여성 건강 분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MZ세대 여성들 세 명 중 한 명이 해피문데이의 월경 앱 ‘헤이문’을 사용할 정도로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경 앱 헤이문을 중심으로 월경 PB4) 제품, 콘텐츠, 커머스, 라이프스타일 등 그야말로 월경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회사이며, 최근에는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작했습니다. 헬스케어는 지극히 파편화된 분야로 헬스케어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슈퍼 앱보다는, 개별 서브 섹터별로 슈퍼 앱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현재 한국의 여성 건강 분야에서는 해피문데이가 그러한 슈퍼 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프리 시리즈 B 투자사) 대표

해피문데이는 앱 서비스 출시 이후 얻은 동력을 활용하여 여성 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확장해나갔다. 이화의료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여러 펨테크 기업과 함께 펨테크 컨소시엄을 발대하여 국내 펨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헤이문 출시 이후 빠르게 다수의 사용자를 모아 여성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임팩트가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Exhibit 6).

같은 펨테크 업계에서도 해피문데이의 산업에 대한 기여도 및 입지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피문데이는 펨테크 컨소시엄을 직접 출범할 정도로 여성 건강에 대한 세밀한 고민을 바탕으로 여성과 파트너의 교류와 건강을 케어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유용한 월경 공유 기능, 믿을 수 있는 콘텐츠, 자체 개발한 유기농 월경 용품들까지 아우르는 펨테크 슈퍼 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정윤 빌리지 베이비 대표

해피문데이는 국내에서 인정받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2021년부터 인도네시아에 유기농 생리대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2024년 3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애플 앱스토어에 해당 지역 언어를 지원하는 헤이문 에디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피문데이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딜레마

해피문데이가 레드오션이라고 여겨졌던 월경주기 앱 산업에서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동력을 찾는 것도 현재 시점에서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해피문데이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장의 기회나 위협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피문데이의 주주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최윤섭 대표는 관련 분야 전문가로서 다음과 같이 SWOT 분석을 활용하여 해피문데이의 현황을 분석했다(Exhibit 7)

강점

해피문데이는 유기농 생리대 제조업 경험과 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IT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해 본 경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제조업이나 IT 플랫폼 역량을 각각 보유한 곳은 많지만 양쪽 경험을 모두 보유한 기업은 드물기 때문에 명확한 경쟁 우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확보한 200만 명의 가입자도 15~24세 인구집단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면 잘 바꾸지 않는 월경주기 앱 특성상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한 진입장벽으로 볼 수 있다. IT 플랫폼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제품 구독 모델의 노하우는 충성도 높은 고객 그룹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약점

해피문데이가 빠르게 200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15~24세 인구집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 인구집단에 비해 지불 능력이 다소 낮은 인구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 1인당 객단가가 낮다 보니 다수의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해피문데이의 자사 제품을 구독경제 기반으로 주로 판매하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회 

글로벌 펨테크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여성 건강 관리 영역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가운데 아직 해피문데이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할 수 있다. 해피문데이가 제품을 이미 유통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해피문데이가 강점을 가진 15~24세 인구집단의 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글로벌 펨테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여성 건강에 중점을 둔 슈퍼 앱의 등장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위협

최근 국내 출생률 감소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추이에 따르면 15~24세 인구집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Exhibit 8). 해피문데이가 강점을 보이는 인구집단인 15~24세 인구집단이 계속 줄어드는 것은 현재 플랫폼이 가진 강점에 부합하는 잠재고객 숫자가 계속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해피문데이가 펨테크 시장 선두 주자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국내 시장의 규모는 잠재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위협이다. 

해피문데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향후 전략 방향을 적절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빠른 성장의 동력이 되어준 15~24세 인구집단에서 좀 더 고연령층으로 타깃고객을 확장하는 것도 한 방향일 수 있다.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향도 유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좀 더 큰 시장인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시장의 크기를 키워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해피문데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러 선택지가 있는 것은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 중 최적의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 팀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해피문데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내 펨테크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해피문데이가 현재의 성장 방향에 대한 딜레마를 잘 극복하고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얻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응원하며 기원한다.  


[주석]

1.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이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밟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2. 펨테크(femtech)란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를 결합한 합성어로, 여성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 및 상품, 서비스 등을 통칭한다.

3. 해피문데이 블로그(https://happymoonday.com/blog)의 사용자 후기를 인용하였다.

4. PB (Private Brand)상품이란 백화점·슈퍼마켓 등 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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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영인

김영인

김영인은 가지랩의 대표이사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거친 후 Noom에 입사하여 Medical Director, 눔코리아, 눔재팬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의사이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업 개발, 투자 유치, 지사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22년 가지랩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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