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그 언니의 브랜딩,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의 성장기 – 힐링페이퍼

분석기업: 힐링페이퍼
저자: 케이스, 해봤어? 팀 / 서용원, 이수현, 박예진 (한국외대)
지도교수: 윤원주 (한국외대)

성형, 검색 말고 강남언니

2016년, 판교의 한 카페, 

“···강남언니? 뭐 하는 회사야?”

‘강남언니’라는 어감에서 전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당연히 수상한 업체라고 생각한 황조은은 받았던 명함을 찢어버렸다. 

왜 ‘강남언니’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을 느꼈던 걸까.

강남언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시작은 한 웹툰에서 파생된 신조어 때문이었다. 2012년, 웹툰 ’2차원 개그’에 획일화된 얼굴을 가진 여성들을 가리키며 이들이 모두 똑같은 수술을 받아 천편일률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무차별적으로 똑같은 수술을 해주는 성형문화를 비판한 것이라고 했지만 ‘강남언니’라는 단어와 함께 ‘성형괴물’, ‘성괴’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강남언니’라는 단어는 대중에게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고 말았다(Exhibit 1).

Exhibit 1. 웹툰작가 마인드C의 웹툰 ‘2차원 개그’

출처: 네이트 웹툰 ‘2차원 개그’ (2012)

이후, 그녀는 벤처 캐피탈에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명함 사건’이 있고 3년 뒤인 2019년, 그녀가 강남언니에 대한 기억을 잊고 있을 때, 힐링페이퍼(강남언니) 대표  홍승일을 소개 받게 된다. 홍 대표는 이미 PR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던 황조은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만나 미용 의료 시장의 현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3시간 동안 홍 대표에게서 그의 가치관과 힐링페이퍼의 비전을 들은 그녀는 예전 강남언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관심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하게 줄이고, 좁히고, 깊이 판다

황조은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것은 홍 대표의 가치관이었다. 2012년 힐링페이퍼를 설립하고, ‘암 환자 커뮤니티’,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서비스’, ‘갑상선질환 건강관리 앱’ 등 많은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정작 제대로 된 매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홍 대표는 ‘힐링페이퍼가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고객의 니즈는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고 ‘비급여 미용 의료 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핵심 목표로 삼았다. 그 뒤에 출시한 ‘강남언니’에 고객은 반응하기 시작했고, 힐링페이퍼에 첫 매출을 발생시켜준 서비스가 됐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추구하며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 산업 자체가 지닌 향후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홍 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성형 왕국’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었다. 실제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제 미용성형 수술협회에서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형시장의 규모는 전 세계의 약 ¼을 차지했다. 미국이 가장 많은 성형수술이 집도 되는 국가이지만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한국이 세계 1위이다(공정거래위원회, 2011;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2011; Exhibit 2, 3).

Exhibit 2. 세계 연간 성형시장 규모 (2011년)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11);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2011)

또한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의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었으며, 2019년 말에는 일본어 버전 출시도 준비 중이었다. 홍 대표에 따르면, 강남언니 누적 사용자 160만 명 가운데 평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0명 중 1명은 해외이용자(일본 혹은 중국 고객)였다. 이는 해외시장도 강남언니에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타겟한다면 강남언니가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해 약 45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곧 받을 예정임을 밝혔다.

홍 대표는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였고 이내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해외까지 볼 것도 없습니다. 일단 한국만 해도 저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해요.”

Exhibit 3. 국가별 성형수술 인구 비율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11),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 (2011)

홍 대표는 한국에서 성형이나 외모는 대중이 큰 관심을 가지는 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5년, 한국갤럽에 따르면 ‘인생에서 외모는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매우’ 혹은 ‘어느정도 중요하다’라고 답한 비율이 86%였다. 또한 ‘본인의 외모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라는 질문에는 ‘신경 쓴다’라고 답한 비율이 90년대에는 56%였지만 2015년에는 64%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성형수술 미경험자인 여성 중 ‘성형수술을 고려한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20대에서 30대는 약 49%, 40대에서 50대는 약 33%가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한국갤럽, 2015; Exhibit 4). 커지는 시장 속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었다. 

홍 대표의 말을 듣고 황조은이 질문했다.

“꼭 성형이어야 했을까요?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형은 드러내기 어려운 소재잖아요.”

Exhibit 4. 외모에 대한 인식조사 (2015년)

출처: 한국갤럽 (2015)

홍 대표는 그러한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조은씨, 몇 년 전에 tvN에서 방영했던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 기억하세요? 외적인 모습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거나 자존감이 심하게 떨어진 사람들을 성형해주고 전후를 보여주던 프로그램이요.”

“네 기억해요. 제가 성형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프로그램은 기억이 나네요. 방송도 몇 번 본 것 같고.”

실제로 렛미인은 화제성이 상당한 프로그램이었다. 2011년부터 약 4~5년간 방영됐는데 온라인 화제성이 뷰티/패션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 2015).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 관련 검색어가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20~30대 여성 중에 방송은 보지 않아도 참가자들의 전후 변화 사진은 무조건 한 번 이상씩 봤을 거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었다.

홍 대표의 말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질문을 했다.

“그렇지만, 그만큼 나쁜 의견도 많지 않았나요? 성형을 조장한다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거나…”

“그렇죠. 그런 부분을 배제할 순 없어요. 하지만 지난 기간 실패한 서비스로 배운 게 있어요.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것. 우리가 사회 현상을 바꿀 순 없어요. 그렇다면, 반대하는 의견보다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다가가자는 거예요(홍승일, 2021).” 

홍 대표는 렛미인이라는 방송을 통해 드러난 성형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실제로 방송 이후 많은 소비자는 렛미인에 나온 의사였다는 것만으로 고객들은 그 의사들에게 수술받고 싶어 했다고 한다. 렛미인의 주인공들이 일종의 고객 우수 리뷰의 사례가 되었고 수술받으려는 소비자들은 믿을 만한 리뷰가 있는 그 의사의 병원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성형수술은 한 번 받고 나면 되돌릴 수 없기에 성형 관련 정보 탐색에 있어 상당히 신중하고 그에 대한 니즈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용 의료 소비자의 특성상 구체적이면서 신뢰 있는 정보를 얻기는 어렵다. 우선 미용 의료 정보는 전문 지식에 속하기 때문에 일반인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지인에게 성형 정보를 묻는 것도 사회 분위기상 쉽지 않았고, 본인이 성형했다고 후기를 알려주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성형에 관해 관심이 높으면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중적인 소비자 심리는 소극적인 정보 공유의 원인이 되었다(Exhibit 5). 

Exhibit 5. 외모 성형에 대한 인식조사 (2014년)

출처: 잡코리아 (2014)

Exhibit 6. 성형 수술 및 시술을 망설이는 이유

출처: 드림메디컬그룹 (2015)

드림메디컬그룹에 따르면 사회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성형을 망설이는 소비자가 약 21%를 차지하고 있었다 (드림메디컬그룹, 2015; Exhibit 6). 획일화된 미의 기준과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성괴(성형괴물)’, ‘강남언니’, ‘강남녀’, ‘의란성쌍둥이’ 등 성형 관련 신조어들은 성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형은 본인의 외모 콤플렉스를 고치고 싶은 니즈에 기인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성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본인의 결함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가 성형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의료정보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미용 의료시장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홍 대표는 강남언니가 그러한 소비자들을 위한 정보공유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쯤 되니 황조은도 홍 대표가 만든 강남언니 서비스와 비전이 연결되는 듯했다. 게다가 강남언니는 병원과 소비자뿐 아니라 지역적 측면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전국 성형외과 중 약 ⅓ 이 강남지역에 밀집되어 있었다. 전국 5대 광역시의 성형외과 수인 330개보다 강남 소재 성형외과의 수가 470개로 140개 더 많다(국세청, 2017; Exhibit 7).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을 다 합친다면 수도권은 그야말로 ‘성형외과 밀집 지역’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권 사람들은 물론, 성형외과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수도권 사람들은 강남언니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에는 외모와 미용 의료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많아요.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미용 의료 정보는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즉,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정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완벽히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인 거죠.”

Exhibit 7. 국내 성형외과 현황 (2017년)

출처: 국세청 (2017)

강남언니를 둘러싼 의료법 개정

홍 대표는 한참을 힐링페이퍼가 얼마나 유망한 시장을 노리고 있는지에 관해 설명했으며, 황조은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였다. 미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유망한 기업이 본인을 왜 필요로 하냐는 것이었다. 황조은은 대표에게 솔직히 물어보기로 했다. 

“대표님, 그럼 저는 힐링페이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홍 대표는 황조은의 질문을 듣고 웃으며 대답했다.

“업계 사람들이 조은씨를 칭찬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그 부분은 지금부터 말씀드리려고요.”

홍 대표는 자세를 고쳐 앉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다지만, 저희도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에요.”

홍 대표는 강남언니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의료법 및 의료협회와 빚었던 갈등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언니를 둘러싼 의료법상의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논란이 문제였다.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2018년 9월 28일부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운영하는 자율심의기구에서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가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대한의사협회, 2019).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의료법상 아직 강남언니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남혜현, 2021).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강남언니가 타겟이 되어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 및 정치권에서 제기된 것이다. 물론 강남언니는 아직 법률상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들어가지도, 의료법에 위반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갈등이 분명한 외부 위협요인임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언니처럼 시장의 판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 스타트업은 기존의 법률과의 충돌로 인해 잦은 갈등을 빚기도 했고 심지어는 사업을 접어야 했던 경우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는 ‘무분별한 의료광고’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강남언니’ 키워드와 자주 언급됐다고 한다. 강남언니가 의료법과 의사협회와의 갈등으로 이슈가 되자, 강남언니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가 다수 올라오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강남언니의 존재가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을 조장하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냐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었다고 홍 대표는 밝혔다(윤병기, 2019).

이처럼 강남언니라는 브랜드명과 부정적인 키워드들이 함께 적힌 기사에 자주 노출된다면 강남언니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강남언니’라는 브랜드명 자체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부정적인 기사가 자주 올라오니 홍 대표는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이 된 것이었다.

“조은씨가 PR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잘 해주셨다고 들었어요. 강남언니를 위해 그 일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강남언니의 전반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주시는 거죠.”

황조은은 홍 대표와의 대화를 마치고, 카페에서 나오며 홍 대표가 건넸던 명함을 다시 꺼내 보았다. ‘강남언니 홍승일 대표’라고 쓰인 명함에서 강남언니라는 글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처음 강남언니 명함을 받았을 때는 불쾌감에 명함을 찢어 버리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어쩐지 강남언니라는 이름이 다르게 다가왔다. 황조은은 대표에게 받은 명함이 구겨지지 않도록 지갑에 조심스럽게 명함을 끼워 넣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하던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강남언니’처럼 숨은 진주같이 잠재력 있는 회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꼭 자신이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기존 회사를 퇴사하고 강남언니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그 관심을 두근거림으로, 그리고 흥미로움과 열정의 단계로 변화시키고 있었다(황조은, 2022).

강남언니, 굳게 닫혀 있던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리다

*해당 내용은 박수진(가명) 강남언니 현직자의 인터뷰를 재구성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황조은은 대표의 요청대로 소비자들이 강남언니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할 PR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강남언니 내부 정보를 먼저 수집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어느 부서를 먼저 찾아갈지 고민하다가, 강남언니라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큰 축에는 병원과 소비자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선 병원 측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필드영업팀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필드영업팀 윤 팀장님 맞으시죠?”

황조은과 윤 팀장은 사내 라운지에 앉아 인사를 나눴다. 윤 팀장은 강남언니 서비스 출시 당시였던 2015년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근무 중인 직원으로, 강남언니와 병원 사이에 있던 일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었다. 황조은과 윤 팀장과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윤 팀장에게 넌지시 병원 영업 업무에 관해 물어보았다.

“성형외과 의사분들은 굉장히 꼼꼼하실 거 같은데…영업하면서 힘든 적은 없으셨어요?”

“어휴, 말도 마세요. 출시 초기엔 정말 힘들었어요.”

윤 팀장이 말하길, 강남언니 출시 초기 성형외과를 상대로 하는 입점 영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한다. 병원은 가격이나 후기와 같은 미용 의료 관련 정보를 온라인상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 당시 미용 의료 시장은 성형외과와 같은 공급자 중심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관행도 일부 존재했기 때문에, 병원은 더더욱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대부분의 가격 안내는 병원 오프라인 상담을 통해 폐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소비자는 백만 원의 수술비를 지불하고 다른 소비자는 백오십만 원의 수술비를 내기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만약 동일한 수술에 다른 가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다면 병원으로서는 상당히 곤란해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시술 및 수술 가격이 표준화되어있지 않은 미용 의료 시장에서, 만약 소비자가 가격 비교를 통해 특정 병원의 시술 및 수술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면 병원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병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보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박수진, 2022).

게다가 강남언니처럼 파급력 강한 플랫폼이나 커뮤니티가 없던 시절에는 서비스 품질의 하락에 따른 소비자 컴플레인에 대한 걱정도 덜할 수 있었다. 대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사소한 이슈부터 성형수술에 문제가 생기는 중대한 사안까지도, 병원 입장에서는 그 소비자 한 명만 대응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즉, 병원은 소비자를 온라인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오프라인 장소로 데려오는 것이 중요했다. 윤 팀장은 본인이 실제로 성형외과에 가보니, 상담 당일 수술비의 10%를 예약금으로 내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흔했다고 덧붙였다(박수진, 2022).

“아무튼, 그땐 원장님 한 분 한 분 찾아뵈면서 설득했죠. 다들 관심 없으니 그만 나가라고 하는데 끝까지 붙잡고… 정말 출근하기가 싫었다니까요. 요새는 그래도 수월해요. 이제 강남언니 이벤트 페이지에 입점하면 병원 홍보가 되니까요.”

이벤트 페이지는 황조은도 강남언니 앱을 둘러보며 봤던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 이벤트 페이지가 강남언니에게 있어 꽤 중요한 서비스임을 알게 된 황조은은, 강남언니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견적 서비스는 왜 종료되었을까

*해당 내용은 김윤혁 강남언니 HR 리더 팀장, 박기범 강남언니 공동창업자 이사, 이윤주(가명) 강남 모 성형외과 상담실장의 인터뷰를 재구성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황조은은 또 다른 초창기 멤버인 기획팀의 서 팀장에게서 이벤트 페이지가 도입되기 전, 앱 출시 초기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남언니 앱의 초기 버전은 성형 견적 비교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앞과 옆모습, 전신 등 사진 3장을 찍어 앱에 올리면 병원에서 견적을 보내주는 입찰 서비스로, 소비자는 비교 견적을 받아 원하는 병원을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성형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시간을 들여 여러 병원의 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아도 앱으로 편리하게 성형 상담과 견적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시술이 적합하고, 비용은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병원의 견적 비교를 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견적 서비스를 통한 병원 상담 연결 건수는 2015년 4,000건에서 2016년 3만 건, 2017년 9만 건을 기록했다(강남언니, 2019; Exhibit 8). 

“해당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을 때, 유저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고 해요. 홍 대표님은 이때 말로만 듣던 J커브1가 어떤 건지 처음 실감하셨대요. 새벽 2시까지 회사에 있어도, 새로고침을 하면 계속 올라가는 유저 지표를 보면서 그냥 계속 웃음이 나셨다고 할 정도였어요(박기범, 2022).”

Exhibit 8. 강남언니의 병원 상담연결 건수

출처: 강남언니 (2019)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고객들이 정말 만족하는가?

“그런데 지금 앱에서는 견적을 내주는 서비스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왜 지금은 없어진 거죠?”

“저희는 항상 더 좋은 서비스를 구상하기 위해 사용자 리뷰를 모니터링합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오던 고객 리뷰를 체크하던 도중, 소비자 불만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라고 서 팀장은 답변했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늘자 견적을 내주는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고, 여러 병원이 참여 견적 상담에 참여하게 되면서 견적만 받고 병원을 찾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쌓여 성의 없는 답변을 남기기 시작했고, 소비자들도 병원들의 견적 제공이 소홀해지자 덩달아 불만이 커졌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병원과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가 떨어져 PMF(Product Market Fit)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고 서 팀장은 답했다(김윤혁, 2022). 또한 강남언니와 같은 미용 의료 플랫폼은 의료법상 사전심의제도와 관련하여 그레이존(회색지대)에 속해있던 터라 정책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의 선제적 도입도 고민하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병원 이벤트, 후기 서비스 도입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전의 성형 견적 서비스에서 탈피하고 미용 의료 후기 기능과 병원 이벤트 기능을 많이 강화했죠.” 

병원에게는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광고 이벤트’를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정확하고 맞춤화된 정보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후기 서비스’를 강남언니 서비스에 도입하여 양방향의 불만을 새로운 고객가치로 전환하였다는 것이 서 팀장의 의견이다.

병원 측은 각 병원의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서 가격, 병원 소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을 쉽고 빠르게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강남언니 이벤트 서비스 도입 이후, 매출이 30% 오른 사례도 있었다(이윤주, 2021). 강남지역 성형외과 사이에서도 강남언니가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병원 영업도 점점 수월 해지기 시작했다. 

서 팀장이 말하길, 당시까지는 미용 의료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커뮤니티는 커뮤니티 내의 은어나 병원의 초성을 쓰는 등 폐쇄적인 문화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정보의 질적 측면에서도 ‘이 병원 가지 마세요.’와 같이 단적인 정보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실제로 그 병원에서 하는 원장님 별 후기, 쌍꺼풀 수술이면 쌍꺼풀 수술에 대한 후기 같은 식으로 더 세분화되고 투명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후기 서비스 도입 이후 부위별, 병원별, 원장별로 더 편리하게 후기를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황조은의 질문: 과연 강남언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서 팀장과의 대화를 끝낸 황조은은 머리를 식힐 겸 회사 바깥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강남언니가 이룬 성취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으며 장래도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미래에도 수월하게 사업을 운영 하기에는 강남언니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았다. 의료법의 광고 사전심의 문제, 의협과의 갈등, 강남언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 이 많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과 함께 PR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미용 의료와 강남언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니즈는 어떠할까? 그에 따라 강남언니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경영진들은 인식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질문에 머리가 복잡해지자, 그간의 고민들을 정리하고자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걷다 보니 어느새 강남역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곳에선 수많은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강남언니 광고였다. “성형, 검색 말고 강남언니”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광고모델이 눈에 들어왔다(Exhibit 9).

Exhibit 9. 강남언니 옥외광고

출처: 강남언니 (2018)

“2년 전에도 저 광고였던 거 같은데···.”

황조은은 오래전 본인이 명함을 찢어버렸던 시기의 강남언니 브랜딩과 지금의 강남언니 브랜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

황조은은 문득 이전에 홍 대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것. 우리가 사회 현상을 바꿀 순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반대하는 의견보다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다가가자는 거예요.’

하지만 황조은은 대표와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강남언니가 비록 법을 바꿀 수는 없어도 소비자들의 생각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이제는 강남언니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가만히 기다릴 때가 아니라 왜 강남언니가 필요한지 설득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강남언니를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라도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브랜딩 차원에서의 접근을 실천해야 하는 때라는 판단이었다. 

그녀는 내일 오전에 있을 경영진 회의를 떠올렸다. 강남언니의 경영진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었다. 소비자들이 지닌 미용 의료에 대한 인식과 강남언니에 바라는 가치는 무엇인가? 강남언니가 그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음을 어떠한 브랜딩으로 전달해야 하는가? 강남언니의 성장에 일조할 질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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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차 자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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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은. (2022년 3월 10일). 10년 다녀보니까 알겠더라구요 (강남언니 커뮤니케이션 리더 황조은). 캐치TV 인터뷰.

주석

1. 창업 초기 자본이 소진돼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변곡점을 지나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그래프 형태 (Love, 2016)

2. 인터뷰 대상자들이 실명 공개를 원치 않아 부득이하게 가명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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