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힐링페이퍼
저자: 혜화언니 팀 / 남은주, 서주희, 오예은, 장정원 (성균관대)
지도교수: 임정연 (성균관대)
의료소비의 주체가 중심이 되는 시장을 꿈꾸다
‘강남언니’는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기존 공급자 중심의 의료시장을 IT 기술로 혁신하여 미용의료 정보의 접근성을 향상시킨 플랫폼 서비스이다. 주로 성형외과 또는 피부과 수술⸳시술의 가격 정보, 실제 이용자들의 후기 등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강남언니는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기존 의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강남언니는 병원을 방문하기 전 시술 가격, 병원 정보 등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병원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병원별 시술상품 메뉴판을 통해 시술의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제 병원을 방문했던 유저의 모니터링 조사를 통해 허위 가격 신고가 이루어진다. 인공지능봇과 광고전문팀이 의료광고를 검수하고, 병원에 대한 거짓 후기는 브로커 차단 정책을 통해 걸러내고 있다. 또한 CCTV 보유 병원 필터 기능을 통해 수술실 CCTV 보유 여부에 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Exhibit 1).
Exhibit 1. 강남언니 회사소개서 힐링페이퍼 미션
출처: 힐링페이퍼(2021)
‘성형&시술 선택을 위한 모든 정보’를 슬로건으로 내건 강남언니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플랫폼 내 누적 가입자는 380만 명, 입점 병원은 1800곳에 달하며, 상담 건수와 후기도 각각 180만 건과 1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또한 2020년에는 일본 미용의료 서비스 Lucomo를 인수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변의 불편함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사업가, 홍승일
강남언니의 창업자 홍승일(이하 ‘홍 대표’)은 의료인 출신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 국가 공인 의사 자격을 갖고 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의료와 IT의 융합 분야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뒤늦게 의학전문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의전원 진학 당시에는 미국에서 원격진료회사의 M&A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보고 영상의학 기반의 원격진료회사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해 영상의학과를 전공할 생각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강한 규제 탓에 그 꿈은 접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규모의 제한이 있는 의료산업이 IT와 융합이 될 때, 비로소 3분 진료의 한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한 후 수험생 커뮤니티를 직접 개설하고 광고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연세대 의전원 동기들과 서울치과 전문대학원 친구들이 모여 출판사 ‘와이북스’를 설립하고 의⸳치전원 입시 준비를 위한 독학용 교재를 출판했다. 수험생의 20%가 이 교재를 구매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상당한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의⸳치전원 대부분이 폐지되면서 이 사업을 더이상 지속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후 본과 3학년에 이르러서 지금의 ‘힐링페이퍼’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는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2년 동안 매출실적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굳이 돈을 들이려 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한 만성질환의 경우 대부분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기때문에 이를 타깃으로 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다.
홍 대표는 이전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다시 새로운 아이템을 물색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 사랑받는 서비스보다는, 소수에게 확실한 사랑을 받는 서비스를 찾고자 했다. 그는 ‘비급여’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 분야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형’을 사업분야로 정했다.
홍 대표는 창업가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 ‘THE창업가’에서 창업의 계기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 정보공유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기도 하고 출판사를 차려 독학용 교재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제가 직접 겪거나 깊이 공감한 문제가 있을 대, 직접 해결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고 큰 결심이나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재밌겠다 싶었고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자신이 직접 주변의 불편함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한 뒤 실행해 온 경험을 통해 길러온 힘으로 현재의 강남언니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Exhibit 2).
Exhibit 2. 강남언니 대표 홍승일
출처: The JoongAng
강남언니는 무엇을 해결하고자 했는가 : 미용의료 시장의 문제점들
강남언니가 해결하고자 했던 미용의료시장의 문제점들을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소비자와 병원 입장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사와 환자가 지닌 정보가 매우 불균형하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서 ‘정보’는 의학적인 전문 정보가 아니라 병원 경험에 가깝다. 환자가 피부 시술용 레이저의 원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피부과마다 사용하는 레이저 기기와 정확한 시술비용(부가세 포함인지 아닌지까지도)은 꼼꼼하게 알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사용도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의료정보를 검색할 때 정보를 거의 얻기 힘들다는 응답이 많았다. 과장 및 거짓 정보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이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두 번째 문제는 이 정보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이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소수의 불법과 사기를 자행하는 병원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병원에 직접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소위 발품을 판다는 것이다. 물론 발품을 팔고 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방법이 좋은 의사를 만날 확률을 크게 높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좁고, 시간적⸳공간적 한계로 인해 효율도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사람의 몰리는 병원의 경우 다수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홍 대표가 의료 현장을 들여다보며 느낀 한계는, 극도로 ‘규모 제한적(Non Scalable)’이라는 점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라도 하루에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공공재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의료산업에서, 환자에게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기는 어렵다. 따라서 공급자의 효율화를 통한 박리다매 전략, 다시 말해 의사 1명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는 방식으로 시장이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료 품질은 낮아지게 된다. 한편,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병원의 경우에는 전자와 비슷한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낮아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소비자와 병원을 모두 만족시킨 강남언니
강남언니의 미션은 다음과 같다.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의료서비스의 규모제한성으로 인한 고비용문제, 전문가-비전문가 사이의 정보불균형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T)로 풀어내려 합니다.’ 미용의료 시장의 의료정보 투명화를 위해 이들은 정보통신 기술, 그 중에서도 플랫폼 비즈니스를 택했다. 강남언니는 O2O 기반의 양면시장 플랫폼으로, 병원과 소비자 양쪽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직면한 문제점을 플랫폼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가천대학교 A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정보 투명화에 기여하는 양면시장 플랫폼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플랫폼이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혜택은 시장에 보다 많은 정보가 개방된다는 것입니다. 플랫폼이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양면 시장을 지향합니다. 이때 양면 시장을 연결해주면서 플랫폼이 주로 행하는 첫 번째 역할은 정보가 균형있게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어떤 의사가 수술을 잘 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알 방법이 적었는데 지금은 최대한 많은 정보가 개방성있게 공개됩니다. 수많은 성형외과의 가격, 리뷰, 시술 등을 개방하여 이용자들이 그 정보를 보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형태가 플랫폼입니다. 이게 플랫폼의 원론적인 접근에서의 강남언니를 보는 방식이지요. – A 가천대학교 교수
또한 강남언니는 버티컬(Vertical) 플랫폼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미용의료 분야가 대표적인 ‘고관여 산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은 한 번 무언가를 결정하게 되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한다. 한 번 수술을 받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소비자가 수술⸳시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다시말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 불균형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의료소비의 주체가 중심이 되는 시장을 꿈꾸며 강남언니가 출시되었다.
저희는 버티컬 플랫폼으로서 미용의료 하나만 다루기 때문에 정보의 ’순도‘가 높아요. 의사의 경험은 어떤지, 의사가 시술 케이스를 몇 건이나 보유했는지, 사용 장비는 무엇이고 가격은 얼마인지 등 의미 있는 패턴으로 표준화한 정보를 항목 별로 정량화해서 제공합니다. 그래서 의사결정에 이르는 정보 탐색의 시간이 짧고, 정보의 신뢰도도 높아요.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로 고객 고착화를 이루어내며 스스로 진입장벽을 만들고, 이후 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발휘한다. “이때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이용자가 네트워크에서 얻는 가치가 그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사용자 수의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언니가 의료정보 투명화를 통해 미용의료 시장의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이 최적의 비즈니스 형태였다.
이러한 플랫폼의 기본 특징을 기반으로, 양면시장 플랫폼의 3 Step으로 들어가보자. 플랫폼은 성장하면서 각 단계에 따른 문제점을 마주한다. 강남언니는 단계별로 적절한 전략을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며 약 38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미용의료분야의 강력한 플랫폼이 되었다. 본 글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과정을 ‘도입기’와 ‘성장기’, 그리고 ‘성숙기’의 세 단계로 구분한 Parker 등(2017)의 분류를 적용하여, 각 단계별로 중점을 두어야 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에 따라 강남언니가 취한 해결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Exhibit3).
Exhibit 3. 양면시장 플랫폼의 3 Step
출처 : 집필진 작성
플랫폼이 강력한 영향력을 갖도록 해주는 힘은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강남언니의 경우 입점 병원과 서비스 이용자의 수가 늘어나며 파급력이 증대된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이때 플랫폼의 도입 단계에서 ‘Chicken or Egg: 닭과 달걀의 문제’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즉,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 혹은 가치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플랫폼 내에 존재하지 않아서 다른 한쪽도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따라서 누가 핵심 참여자인지를 확정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의 잠재된 욕구를 만족시켜 플랫폼에 참여시킬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 닭과 달걀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이후에는 참여자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성장동력이 생긴다(2014, 김창욱 외)”. 도입기에서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강남언니가 취한 전략은 무엇일지, 아래 문제 해결 전략들과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Exhibit 4).
Exhibit 4. 닭과 달걀의 문제 해결 전략
출처 :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2014),
플랫폼 기업의 수명 주기에 따른 코세라(Coursera)의 전략에 관한 사례연구(2020) 참고
강남언니는 위 도입기 전략 중 ‘단면 우선 전략/마이크로마켓 전략’을 사용하였다. 우선 단면 우선 전략으로, 참여자 A인 병원에게 광고와 마케팅의 혜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병원을 먼저 입점시켰다. 마이크로마켓 전략으로는 ‘강남 5대 병원’이라 불리는 저명한 소수의 병원을 섭외하여 신뢰도를 높였고,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며 다른 병원들이 먼저 강남언니를 찾기 시작했다. 병원 수가 늘어나자 소비자들은 강남언니를 통해서 병원들의 견적 및 후기를 비교하는 것이 수월해졌고, 이용자들 또한 플랫폼으로 모였다.
성장기 : 어떻게 네트워크 효과를 증폭시켰을까?
2017년을 기점으로 홍승일 대표는 더 이상 플랫폼에 입점할 병원을 찾아 수소문하지 않았다. 되려 병원이 먼저 강남언니를 찾아왔다. 강남언니의 월 이용자 숫자가 2017년 3월부터 200명 미만을 벗어나 6만 명을 돌파하며, 강남언니를 통해 병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초기엔 견적비교 서비스 하나만으로 시작했는데요, 견적을 비교하려면 입점 병원이 있어야 하니 강남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영업을 다녔어요.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웃음). 결국 ‘강남 5대 병원’을 포함한 15개 병원만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150개 병원이 넘어서자 그때부터는 따로 영업하지 않아도 병원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게 2017년이었어요. – 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
어떻게 강남언니가 150개의 병원만으로 6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성장 전략인 ‘교차 네트워크 효과’의 촉진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다.
병원과 고객(소비자)이라는 서로 다른 두 집단이 상호작용하며 효용을 얻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촉진하기 위해 강남언니는 병원 측에만 일정 금액의 플랫폼 이용료를 과금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이용료를 지불한 병원의 상세한 정보와 해당 병원에서 시술한 환자들의 후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게시하였다. 이는 교차 보조도구의 일종으로서 무료로 이용 가능한 요소가 있거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인 돈, 에너지, 노력이 최소화된다면 충분히 사용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권중덕, 2020)이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강남언니가 확보한 병원 정보에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미용의료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이던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발품을 팔던 소비자들을 빠르게 강남언니로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SNS, 지하철⸳버스 광고 등 다양한 채널로 과중되던 홍보비를 절감하면서도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Exhibit 5).이는 수도권 대형 프랜차이즈 병원에 비해 홍보비를 적게 할애할 수밖에 없었던 지방의 영세한 병원이 환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Exhibit 5. 병원의 매체 별 홍보 비용 비교
출처: 강남언니 입점제안서(2022)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집단은 효용을 주고 받으며 빠른 속도로 강남언니에 모이기 시작하였고, 2018년 강남언니는 유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성장기의 강남언니는 세가지 이유(이상규, 2010)를 통해서 양면시장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시장의 문제점으로 인해 상호연결을 필요로 하던 고객군인 병원과 소비자를 발굴하였다. 두 번째로, 한 면의 고객군은 다른 면의 고객군의 규모가 클수록 더욱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도록 가격체계를 설계하여 플랫폼을 구상하였다. 세 번째로, 병원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때보다 양측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덜어 주었다. 강남언니를 통해 성형정보를 수집한 A씨는 인터뷰를 통해 성형정보 플랫폼의 이러한 장점을 반복하여 언급했다.
강남언니를 이용하면 성형외과⸳피부과 등 미용에 관한 병원들을 비교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리고 수술 또는 시술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성형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보다 월등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병원의 가격, 시술, 안내 등 다양한 정보를 얻고 근처 병원과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방법보다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 A 강남언니 이용자
이렇듯 네트워크 효과 강화를 통해 강남언니는 안정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들게 된다. 실제로 2019년 강남언니는 병원 상담신청 50만 건을 돌파하여 국내 미용의료 플랫폼 업계의 강자로 자리잡는다.
성숙기 : 어떻게 파이를 키웠을까?
성장기 단계에서, 기업의 제품은 점차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그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증가세에 있던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성숙기’ 단계로 점차 접어들게 된다. 기업이 ‘성숙기’에 이르면 기업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고 사업 규모가 축소되면서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숙기에 있는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수를 유지하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혁신을 꾀해야만 한다. 즉,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파악하여 파이(pie)를 키워야 한다. ‘강남언니’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 진출, 그리고 그곳에서의 현지화를 택했다.
1) 일본 진출을 꾀하게 된 배경
강남언니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한 것은 2019년 중반이었다. 이는 강남언니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이다. 홍승일 대표는 구글 애널리틱스 대시보드를 통해 국가별 접속 데이터 중 일본이 1위를 기록한 것을 확인했다. 당시 강남언니는 한국어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성형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Papago 등의 번역기를 사용하는 등의 정성을 들여가며 앱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번역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앱 사용자 커뮤니티나 트위터 등의 SNS와 앱 화면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다른 일본인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 입점 병원의 상담 실장들도 일본인 고객 10명 중 8-9명 정도가 강남언니 플랫폼 후기를 캡쳐한 스크린샷을 들고 내방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힐링페이퍼는 강남언니의 일본진출 성공 가능성을 보았다.
일본의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 규모는 한국과 유사한 정도로,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홍보 매체 구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 소비자들은 신흥 매체인 모바일 플랫폼에비해 신문, TV와 같은 기존 매체의 신뢰도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본 미용의료 마케팅 시장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1% 내외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만한 서비스가 일본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일본의 메디컬 뷰티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나 버티컬 플랫폼의 성숙도는 한국의 3년 전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일본에 강남언니 서비스를 진출시키기로 결정했다. 강남언니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그대로 일본에 다시 적용시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또한 한국 플랫폼 내에 일본인 사용자를 이미 어느정도 확보해 둔 상황이 일본진출에 있어서 강남언니의 큰 강점이었다.
2) 일본 진출과 현지화 과정
2019년 11월 강남언니는 ‘강남언니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는 일본에서 한국병원으로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받으러 오는 이용자를 위한 것이었다. 출시 3개월 동안 일본인 유저의 상담신청이 매월 150%씩 증가하는 등 성공적인 양상을 보이는 듯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다. 외국인 환자의 한국 입국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강남언니는 이전의 계획을 수정하고 일본 현지병원으로 진출하는 방식의 글로벌 전략을 추진한다.
일본 현지에서 사업이 빠르게 자리잡게 하기 위하여, 강남언니는 2020년 8월 일본의 동종 서비스인 ‘루쿠모(Lucumo)’를 인수했다(Exhibit 6). 루쿠모는 2017년 9월 출시된 앱으로, 인수 당시 약 15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중이었고 플랫폼 내 일본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시술 후기는 10만건 이상 확보되어 있었다. 따라서 강남언니는 경쟁사를 인수함으로써 일본 내 시장 점유율과 일본 현지 병원 후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뷰티 대기업의 최연소 영업책임자와 그 영업팀을 통째로 흡수하여 일본 내 영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앱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여 ‘강나무온니(강남언니의 일본식 발음)’로 했다. 따라서 ‘한국 = 성형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었다. 이미 한국 강남언니 플랫폼으로 유입된 일본 사용자가 많아 기존의 플랫폼 명칭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기도 했다.
Exhibit 6. 루코모와 합병한 일본 강남언니
출처 : 매일경제(2020)
강남언니는 현지 병원 영업을 시작한지 불과 약 4개월 만에 일본 내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이후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일본 강남언니에 입점해있는 현지 피부과와 성형외과는 약 90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로, 강남언니가 일본 현지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진출 초반의 강남언니는 한국인 유저가 보고 있던 것을 단지 일본어로 직역한 상태에 그쳤으나, 점점 현지사업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일본인에게 있어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강남언니 일본법인의 카토 유우타 대표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지닌 미용에 관한 기초지식이나 요구하는 정보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본인인에 맞는 검색 키워드로 수정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남언니는 서비스 이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고, 일본 시장이라는 새로운 개척지를 발견했다.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성숙기’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서 사업수요를 확장시키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다.
언니 없이 하지 마, 강남언니의 성공 비결
스타트업 플랫폼 ‘강남언니’는 기존 공급자 중심이었던 미용의료서비스 시장을 IT 기술로 혁신했고, 공급자와 소비자 간 의료정보 비대칭, 의료서비스 규모 제한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기존의 미용의료 시장은 소비자와 병원의 입장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소비자의 경우, 병원과 환자 간의 정보가 불균형하고 그러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이 비효율적이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병원의 경우 환자 감당이 어려웠고, 그렇지 않은 병원의 경우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인지도가 낮아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강남언니는 이를 해결하고자 양면시장 플랫폼을 디자인하였다. 강남언니가 의료 정보 투명화를 통해 미용의료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강남언니라는 서비스가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이 전제되어야 했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강남언니는 플랫폼이 성장해가는 동안 단계별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을 여러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최근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당면한 위기는 ‘플랫폼의 일본진출과 현지화’라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기회로 바꾸고 있다.
강남언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강남언니의 사례를 보면 플랫폼을 디자인 할 때부터 플랫폼의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모두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입기의 경우 병원을 먼저 입점시켜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였고, 성장기에 접어들어 병원 또한 홍보비 절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양쪽 모두가 윈윈하는 시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성숙기에서는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일본으로 진출하기를 결정했다. 즉, 끊임없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강남언니 플랫폼의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언니의 사례를 통해 양면시장 플랫폼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플랫폼을 디자인 하는 경우 해당 사례를 참고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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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최병삼, 김창욱, 조원영. (2014).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 삼성경제연구소. 36-37p
김장순. 박종훈. 김창수. 김수정. (2020). 「플랫폼 기업의 수명 주기에 따른 코세라(Coursera)의 전략에
관한 사례연구」, 국제경영리뷰 제24권 제2호.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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