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 엔씽
저자 : 엔빵(n.bbang)팀 / 이진민, 정유내, 김수연, 권기경 (가톨릭대학교)
지도교수 : 김승균
코로나19로 지구촌이 어두워지다.
한국 수출 ‘코로나19’ 악재 가시화되나
코로나19 확산에 지구촌 비상…국제행사 줄줄이 취소
KOTRA 두바이 무역관에서 우리 기업, 특히 K-스타트업의 아랍에미리트(UAE) 진출을 돕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권용기 차장은 뉴스 기사를 보며 큰 한숨을 내쉰다.
전세계적인 코로나 19 확산의 여파로 국가 간 교역의 문이 꽁꽁 잠긴 상황에서 UAE 시장만 예외일 수는 없다. 수출 현황 수치를 확인하며 권차장의 한숨이 더욱 무거워진다(Exhibit 1).
Exhibit 1. UAE의 수출현황
KOTRA본사로부터 코로나 19로 해외진출의 활로가 막힌 우리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라는 긴급 지시가 내려왔다. 우리기업의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발굴하고 현지 수요에 기반을 둔 지원 방식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권차장은 UAE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새로운 기업을 찾기보다 현재 UAE시장진출은 성공했지만 정체기를 보내고 있는 기업들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기업 리스트를 모두 살펴본 마지막 순간, 권차장의 손과 눈은 모두 엔씽(n.thing)을 가리키고 있었다. 권차장은 엔씽의 기업소개 자료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았다.
엔씽은 2014년, 당시 대학생이던 김혜연 대표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창업한 회사이다. 엔씽의 시작은 모바일 재배일지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이를 통해 3만 명의 재배 데이터를 수집했고, 2015년 ‘플랜티(Planty)’라는 IoT 스마트 화분을 만들었다. 식물 재배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원격으로 식물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화분이었다. 2016년에는 IoT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 농장 솔루션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7년에는 컨테이너형 수직농장 스마트팜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하였다.
그렇게 세계 최초 모듈형 수직농장인 엔씽의 플랜티 큐브(Planty Cube)가 탄생했다(Exhibit 2). 여기서 ‘모듈형’은 컨테이너 수직농장을 용도에 따라 재배동과 관리동으로 나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격화한 것을 의미한다.
Exhibit 2. 엔씽의 플랜티 큐브 사진
엔씽이 권차장의 눈에 띈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2017년에 수직농장 스마트팜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 고작 2년 만에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으로UAE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권차장은 현재 엔씽의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주저없이 기업 소개 자료에 적혀 있는 엔씽 김혜연 대표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마침 김혜연 대표가 UAE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안녕하세요, KOTRA 두바이 무역관 권용기 차장입니다.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고유한 빛을 찾아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 권차장에게 김혜연 대표는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권차장은 엔씽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재 중동 진출 현황이 어떻게 되나요?
“UAE 아부다비에서 PoC(Proof of Concept)를 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현재는 10동까지 늘린 상황입니다. 모두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 덕분이에요. 규격화한 모듈형 컨테이너에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직농장을 합쳤죠. 이를 통해 외부 환경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내부 환경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이기에 가능한 성과입니다.”
권차장은 얼마 전 기사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해당 기사에서도 엔씽이 UAE에서 PoC가 가능했던 이유를 엔씽의 스마트팜이 ‘창고형’이 아닌 ‘컨테이너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고형 수직농장은 도시 인근의 폐공장이나 창고를 활용하여 수직농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창고형은 사용하는 내부 공간이 워낙 크기 때문에 빛, 온도, 습도 등의 내부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어렵다. 또한, 큰 공간 하나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배할 수 있는 채소의 종류가 적고, 균일한 품질의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시 현지의 기후에 맞는 건축 방식으로 지어야 하기에 어마어마한 건축비가 요구되며 새로운 환경에서 R&D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해외수출의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엔씽은 컨테이너를 통해 이와 같은 단점을 해결했다. 컨테이너형은 창고형 수직농장 구축비의 25%~50%의 비용만으로 구축할 수 있으며, 또한 크기가 작아, 내부 환경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양질의 작물을 균일하게 재배할 수 있게 돕는 한편, 컨테이너마다 다른 품종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군요. PoC는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한 건가요?”
“아부다비에서 현지 파트너 ‘스마트 에이커스(Smart Acres)’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중동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중동은 단독으로 진입하기엔 진입 장벽이 꽤 높은 시장이거든요.”
“맞습니다. 중동은 현지 정부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요. 그럼 기술도 스마트 에이커스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상황인가요?”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건 아닙니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스마트팜 농장 자체와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포함된 수직농장입니다. 자체 개발한 ‘큐브(CUBE) OS’와 엔씽이 연구한 각 작물의 최적의 환경, ‘레시피’가 농장에 적용됩니다. 스마트 에이커스에게 피드백을 받아, 실시간으로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서울에서, 원격으로”
‘큐브 OS’는 엔씽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농장 관리 소프트웨어다(Exhibit 3). 이를 통해 엔씽은 어디서든 컨테이너 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량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한편, 엔씽의 ‘레시피’란 작물마다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말한다. 이는 엽채류가 좋아하는 스펙트럼, 과채류가 좋아하는 스펙트럼 등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연구해 적용해 나가는 엔씽의 기술이다. 엔씽은 그 중에서도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레시피를 추구한다. 두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엔씽은 농약 없이도 연간 약 13회 재배할 수 있다. 이러한 엔씽의 기술경쟁력 또한 엔씽이 UAE 시장에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권차장은 생각했다.
“그래서 컨테이너는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고 있어요. 물류비용을 줄이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더라고요.”
“좋네요. 다른 국가로의 확장도 노려볼만 하겠는데요.”
아무리 반조립 상태의 수출이라고 해도, 컨테이너를 선적하여 수출하는 방식은 그만큼 운송비용이 발생하며, 관세 등 통관비용도 부과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업은 현지회사나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해외 현지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더군다나, UAE가 포함된GCC국가들은 국가 간 관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후에 농장을 확장하거나 주변국으로 진출함에 있어 이점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중동 지역은 원유 수출로 인해 풍부한 재정을 갖추고 있었지만, 석유 산업 외에는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미래 산업이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이에 산업 다각화를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UAE의 경우, 중동 지역 중 시장 개방성이 가장 높고,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IT 기술에 관심이 많아 IT 강국인 미국과 한국 기업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여기까지 내용을 들은 권차장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화색이 돌며 김대표를 향해 말했다.
“올해 10월에 KOTRA에서 주요 유통망 구매 담당자와 투자자를 아부다비로 초청하는 투자유치홍보활동(IR)이 열립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보시죠.”
새로운 시각을 깨워라
투자회 전날, 김대표와 권차장은 다시 만났다. 이번 미팅에 김대표는 자신보다 엔씽의 UAE 시장진출을 위한 제반 사항을 더 잘 알고 있는 아부다비지사 송하린 팀장을 배석시켰다. 엔씽의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다시 한 번 엔씽이 가진 임팩트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엔씽은2019년 2개 동의 플랜티 큐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0개 동을 중동 아부다비에 보냈다. 엔씽의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은 섭씨 60도를 웃도는 중동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내렸다. 엔씽은 분명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기술력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고, 시장에서 더 높은 경쟁우위를 갖는 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엔씽이 가지고 있는 솔루션은 분명 세상을 보다 이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송팀장이 불현듯 격앙된 어조로 크게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8월에 마리암 장관이 수직농장`에 방문했었죠. 그 때 기억하시죠? 저 그 때 진짜 놀랐잖아요. 실제 장관께서 저희 농장을 방문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Exhibit 4.)
UAE 정부를 바라보다
마리암 알 무헤이리(Mariam Al Mheiri) 장관은 UAE의 식량안보특임장관이다. 마리암 장관의 엔씽 방문은 모든 엔씽 임직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현지의 고위 정부 관계자가 엔씽의 작은 컨테이너 농장을 찾은 것은 엔씽의 기술에 UAE 정부가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UAE는 전통적으로 군주 중심으로 왕실이 발달했다. 그만큼 왕실의 힘이 강력하며, 왕실 위주의 하향식 의사결정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기업이 UAE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특히 정부 관계자나 왕실과의 두터운 신뢰를 쌓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마리암 장관의 방문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있었다.
최근 UAE를 비롯한 중동의 정부는 새로운 식량 자급력에 큰 관심이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자국의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수급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움직임이다. 국가식량안보전략 2051(National Food Security Strategy 2051)은 이러한 UAE의 노력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UAE 정부가 2051년까지 세계식량안보지수 1위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세계식량안보지수는 매년 식량의 구매능력, 공급능력, 품질 및 안정성, 지속가능성 및 적응능력을 기준으로 113개 국가를 대상으로 식량안보역량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2022년 기준 UAE의 식량안보지수는 23위로 꽤나 높은 편이나, 지속가능성 및 적응능력만 보았을 때는 53위로 떨어진다. 이는 중동의 식량수급이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수급이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결과다(Exhibit 5).
Exhibit 5. UAE 세계식량안보지수 변화 추이 및 2022 UAE 식량안보지수 세부 평가 결과
UAE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는 국토의 90%는 사막 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막으로 인해 일교차가 심하며, 7월과 8월이면 일 최고 기온이 섭씨 60도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UAE의 농사가 가능한 면적은 0.4%밖에 되지 않는다. 수자원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수자원의 대부분은 담수화 기술을 통해 공급하며, 그만큼 수자원의 가격이 비싼 편에 속한다. 따라서 물 절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UAE는 노지 재배보다 약 90% 이상의 물을 절감할 수 있는 스마트팜 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중동 지역 중 시장개방성이 높은 UAE는 해외 기업 유치와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덕분에 많은 스마트팜 기업이 UAE에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팜 산업 자체가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어떻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것이냐는, 식량 안보차원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농업의 불모지인 UAE 지역에 적합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노지 재배보다 최대 98%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노지에서 농사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UAE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에너지가 싸다고 해도, 스마트팜은 유난히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산업이니까요.”
UAE 정부의 ‘2050 Net Zero(넷제로)’선언은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탄소 저감 노력을 보여준다. 중동 지역은 원래 폭염이 잦고, 건조하여, 담수화 및 냉방에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사실 현재까지는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 덕분에 많은 에너지 사용량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타격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심해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UAE 정부는 다양한 에너지 절감 목표를 수치화하고 있다.
스마트팜과 에너지 이슈는 떼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엔씽과 같이 외부환경을 완전 제어하는 스마트팜은 그 특성상, 에너지의 사용이 필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엔씽은 식물의 생장단계에 최적화된 LED를 비롯하여 모듈, 센서, 컨트롤러 등 작물의 생육관리를 컨트롤 해주는 장비의 대부분을 자체 제작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엔씽으로 하여금 에너지 효율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현지 파트너사를 바라보다
“그래서 스마트 에이커스와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중동 현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권차장은 파트너사와 관계 형성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2020년 설립된 스마트 에이커스는 엔씽의 중동 파트너사로, 사리야(Sayra) 그룹의 농업 분야 사업체다.
‘UAE의 식량 안보를 개선하고, 국가의 농업 역량을 개발하여, 현재 중동이 겪고 있는 팬데믹 및 기후 제한과 같은 잠재적인 사회 경제적 위협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 세계에 농장을 짓고, 언제 어디에서나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한다. 그곳이 화성일지라도.’
각각 스마트 에이커스와 엔씽의 사명선언문이다. 비록 화성은 아니지만, 화성만큼이나 척박한 중동 사막에 생명의 씨앗을 키우는 것. 그리고 그 일이 UAE라는 국가의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점이 두 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부분이다.
스마트 에이커스의 비전은 지역 사회를 위한 균형 잡힌 복지를 형성하고, 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청정 식품과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창고형 스마트팜은 이러한 스마트 에이커스의 비전을 100퍼센트 만족시키지 못한다.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것에는 유리해 공급량은 충족될 수 있으나, 한 번 병충해가 발생하면 농장 전체에 병충해가 퍼져 막대한 손실을 유발했다.
반면, 엔씽의 스마트팜은 재배동과 관리동이 분리되어 입장 전 소독을 하고 들어간다. 깨끗하고 신선한 채소 재배를 위함이지만, 이러한 방식은 병충해에도 유리하다. 기존의 창고형은 병충해에 감염되면 수직농장 전체가 감염의 가능성을 가지게 되어 큰 손실이 발생한다. 이와 달리 엔씽은 감염된 컨테이너 1동만 폐기하면 되기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냉방과 난방을 주기적으로 변화시켜주어야 하는데, 창고형 스마트팜의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위치별로 차이가 발생해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도 떨어진다. 엔씽의 모듈형 컨테이너 스마트팜은 창고형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균일한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창고형보다 유리했다.
고객의 마음을 바라보다
“UAE 시장진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 중심의 기업 경영은 김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원칙 중에 하나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혁신은 최적의 기술을 최적의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것. 즉 엔씽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권차장님, UAE 고객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아무래도 신선한 채소를 가장 원할 겁니다. 중동 지역은 식량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수입하다 보면 유통하는 과정이 길어 채소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려울테니까요. 특히, 신선한 유기농 채소는 무엇보다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죠.”
최근 UAE 고객의 중대한 관심사 중 하나는 ‘건강 관리’다. 국가의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상회하면 해당 국가의 사람들은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샐러드 등 건강한 먹거리의 소비가 늘어난다(Exhibit 6).
중동에서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UAE 청과시장은 2018년 약 37억 3,100만 달러의 시장규모를 보였으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9.9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UAE 내에서도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급증하며 유기농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2005년에 두바이에서 처음 유기농 슈퍼마켓이 개장한 이후 2010년까지 매년 약 20%씩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에 비해 중동은 신선한 채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잎채소의 경우, 수입되는 과정에서 금방 시들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특히나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를 방지하고자 농약을 사용하면 그만큼 채소 본연의 건강함을 잃기 쉽다. 이는 유기농을 선호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면 컨테이너가 모듈로 나누어져 있어 병충해에 유리하다는 점 자체가 고객에게 어필되는 점 중 하나겠군요.”
김대표가 답했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와 함께였다.
우주가 어두운 까닭은 다른 빛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냥 포기하려고도 생각했습니다. 특히 계약과 관련된 이슈는 엔씽 팀원 전체를 지치게 만들었죠. 그러나 경제사절단으로 UAE를 방문했을 때, 한국에서 온 기업의 대표들을 환대해주는 UAE 현지의 모습은, 중동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지요. ‘이곳은 작은 화성이고, 이곳에서 식물을 재배해야 한다’라고…..”
김대표의 오랜 꿈은 화성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엔씽의 존재 목적이다. 단순히 시장 가능성을 포착하고 뛰어든 스마트팜 산업이었지만, 어느새 엔씽이라는 공동체에 심어진 사명은 꽤나 진지하다.
회의가 끝난 후, 김 대표는 잠시 밖에 나와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주에 무수히 많은 빛이 존재함에도 밤하늘이 까맣게 보이는 까닭은, 우주를 뒤덮고 있는 빛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가시광선이기 때문이다. 비가시광선도 결국 빛이 아니던가. 비가시광선으로 빛나는 우주,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깜깜한 우주를 부유하는 엔씽.
김대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회가 유성우가 되어 엔씽의 머리맡을 수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참고 자료
[1차 자료]
1)서상현. (2023년 7월 19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중동/아프리카 전문가. 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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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문선, (2022.07.25), [Startup’s Story #474] 김혜연 엔씽 대표 “세상을 먹여 살리는 기업 만들겠다”, 플래텀 뉴스, https://platum.kr/archives/18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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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태범, (2022.11.16.), K-스마트팜 ‘엔씽’, ESG 경영혁신으로 중기부 장관상 수상,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11615361353243
4) 이주현, (2012.01.09.), UAE ‘유기농 식품시장’ 매년 20%씩 성장, 푸드투데이,http://www.foodtoday.or.kr/news/article.html?no=88617
5) 유지원, (2021.01.18.), 더바이어 369호 | [심층취재] 4. CES 2020에서 인정받은 스마트팜 전문기업 엔씽(n.thing), 더바이어뉴스, https://www.withbuy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68
[정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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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conomist impact, (2022), Global Food Security Index 2022
4) 외교부, (2022), 2022 아랍에미리트 개황
5) OECD, (2018), Innovation, Agricultural Productivity and Sustainability in Korea
6) 한국무역협회, (2023), 新중동 (Neo-Middle East) 경제 협력 및 수출 확대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