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엔씽의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경영

분석기업 : 엔씽
저자 : Four J 팀 / 황지영, 반재진, 양준섭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지도교수 : 윤우진

글로벌 식량위기: 기업의 ‘지속가능성 ‘추구와 ‘농업’ 생태계의 전환이 필요한 때

지난 5월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에서 ‘2023년 글로벌 식량 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2년, 세계의 약 2억 1500만 명이 IPC2 3등급 이상인 식량 위기 수준에 해당하는 식량부족 상황을 겪고 있음을 지적했다. 2016년, 약 1억 13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5년동안 식량부족을 겪는 인구 수가 1억명 이상 증가했다(Exhibit1).

Exhibit1. 식량위기로 영양결핍 등 어려움을 겪는 ‘위험’단계 이상에 처한 인구 추

세계가 이렇게 심각한 식량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극심한 기후위기와 사회분쟁, 경제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까? 

지금은 구조적인 농촌 빈곤, 소외, 인구 증가와 취약한 식량 시스템을 비롯한 식량 위기에 근본적인 원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를 위해 더 나은 예방, 예측 목표 마련을 위한 대규모의 행동이 필요하다.’(FAO,2022)

답은 세계 구성원들이 앞으로 지속가능한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는 세계에 닥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UN은 적극적으로 식량위기와 같은 세계에 닥친 위기들을 해결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2030년 지속가능발전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제시하였다.

지속가능발전의제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법들의 집합이다. UN은 이 방법들 중 하나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모든 국가, 기업, 개인이 하나 되어 2030년까지 이루고자 하는 17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목표들을 뜻한다(Exhibi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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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2.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 출처: UN SDGs

위 17가지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는 크게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3가지의 지속가능성은 상호작용하여 서로 영향을 미친다. 즉, 이들 요소는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의존적이며, 균형 있게 추구되어야 한다.

SDGs가 전 세계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로 설정됨에 따라 SDGs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고객, 투자자, 정부, 지역사회 등은 기업이 얼마나 해당 목표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고, 제품을 구매하며, 협력하기를 원한다. 

이는 앞으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큰 영향을 주고받는 구성원으로서, 전략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트업 기업 엔씽을 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가 식량부족인 이유 중 하나는 농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1차 산업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농업산업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세계 위기 해결과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엔씽은 농업산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만큼, ‘앞으로 기업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화성에서도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기업, 엔씽

‘전 세계에 농장을 짓고,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그곳이 화성일지라도.’ 

IT기반 농업 기업인 엔씽의 미션이다. 엔씽의 창업자인 김혜연 대표는 화성에 엔씽의 농장을 세운 모습을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구상해보았다(Exhibit3). 김혜연 대표는 단순 구상만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김혜연 대표는 2026년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가 무사히 화성에 도착할 때, 그곳에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 대표는 왜 다른 곳도 아닌 화성에 식량을 제공하겠다는 미션을 세웠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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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 3. 엔씽의 플랜티 큐브(좌), 화성에 엔씽의 큐브를 설치한 모습(우)

그 답은 김혜연 대표가 추구하는 미래 농업의 모습에 있다. 엔씽의 비전은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식품 산업의 가치사슬을 혁신하여 세상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1차 산업의 영역이었던 농업과 IT를 연결하여 기존의 농업 산업이 가졌던 한계점을 해결하고, 나아가 농업의 복잡한 공급망을 혁신함으로서 농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엔씽의 김혜연 대표는 어떻게 IT와 농업을 연결한 스마트팜 산업에 진출하게 된 것일까?

엔씽의 탄생

2010년, 한양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에 재학중이던 김혜연 대표는 농업과의 첫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때는 ‘애그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전이었다. 김혜연 대표는 당시 농자재 회사를 운영하는 외삼촌을 돕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농업 일을 처음 시작해보게 되었다. 그 시작은 한국의 농업기술을 활용한 비닐하우스 토마토 농장 조성 사업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재배전문가가 없으니 토마토는 그만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노하우가 담긴 정밀한 관리가 필요한 게 농사였어요. 역시 농사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한국전자부품연구원에서 IoT 플랫폼을 개발할 기회를 얻었죠. 이 두가지 경험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어요.’’

김혜연 대표는 토마토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은 다루는 사람의 전문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IT와 농업을 연결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또한 IT 관련 일을 하며 경험을 쌓으니, 원거리에서 사람이 없어도 농작물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2013년, 화분에 온도, 조도 토양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장착된 프로토타입의 IoT스마트화분 ‘planty’가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김혜연 대표는 이듬해 2014년, 대학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엔씽’을 창업했다.

엔씽은 현재 ‘플랜티 큐브’라는 모듈형 수직농장 솔루션을 주요 사업 모델로 진행중이다. 2017년 프로토타입으로 출시된 플랜티 큐브는 새로운 형태의 모듈형 수직농장으로, 완전 제어가 가능한 IoT 기술과 모듈형이라는 특징을 합쳐 만든 엔씽의 사업모델이다. 엔씽이 가진 재배환경 데이터를 이용하여 환경을 설정해두면, 수직농장의 IoT 기술이 알아서 최적의 재배환경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엔씽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수직농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들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으며, 컨테이너 박스를 모듈화 하여 농장을 지었다는 점에서 기존 스마트팜 농장 모델들과 비교해 차별성을 지닌다(Exhibit4). 엔씽은 이러한 자신만의 차별점을 인정받으면서, 농업분야 최초로 ‘CES 2020’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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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대표는 “이번 수상은 플랜티 큐브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는 점, 플랜티 큐브는 기존 수직농장 ‘시설’과 차별화된 혁신 ‘제품’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점,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농업·푸드테크 분야를 미래 혁신 기술로 주목한다는 점에서 특히 큰 의의가 있다” 고 말하며 “이를 계기로 전 세계 시장에 대한민국 스마트팜을 수출하는데 속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씽은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처음부터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 만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아니었다. 창업한 2014년부터 플랜티 큐브라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약 5년동안 거의 매출 없는 상황을 버텨야만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버티는 것은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 

엔씽은 어떻게 ‘플랜티 큐브’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창업 이후 엔씽의 첫 작품은 재배일지 어플리케이션인 ‘라이프’였다. 농사는 온도, 습도, 물의 양 등에 따라 식물의 생존과 수확량이 달라질 만큼 예민한 과정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재배환경 관리 과정을 쉽게 기록해 둘 수 있는 앱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어서 엔씽은 창업 전 선보였던 프로토타입의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화분 ‘플랜티’를 출시하였다. 그러면서 엔씽은 플랜티 화분부터 본격 IoT의 원격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화분에 식물의 온습도를 확인할 수 있는 센서와 물을 주는 장치를 설치한 후,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원격으로도 식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두 사업 모델이었던 ‘라이프’와 ‘플랜티’는 차이가 있었다. 김혜연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라이프’는 사용자들이 입력한 식물의 생장데이터를 모집하는 데이터 분석기고, ‘플랜티’는 앞선 ‘라이프’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식물의 생장환경을 제어하는 하드웨어 제품에 가까웠다고 한다.  

스마트 화분 출시 후, 본격적으로 지금까지의 기술을 시험해보기 위해 김혜연 대표는 실제 농장을 운영해 보기로 결정했다. 재배일지와 스마트 화분을 만들며 얻게 된 loT기술 역량을 활용하여 농업의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2016년, 엔씽은 조그만 비닐하우스 농장을 인수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을 활용하여 딸기 농사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당시 기술로 비닐하우스에서 과육 재배 환경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한계는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비닐하우스에서는 구현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좀 더 깨끗하게 작물을 키우고,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다 컨테이너 안에서 작물을 키워 보기로 했어요.”

그 후 엔씽은 완전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하던 와중에 ‘수경재배’ 방식을 발견하였다. 수경재배란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농약과 화학비료가 필요하지 않았다. 엔씽은 수경재배 기술을 수직농장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수경재배키트’를 출시하여 최종 소비자들이 수경재배를 이용해 식물을 길러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반응을 살폈다.  그렇게2017년, 엔씽은 딸기 농장을 시도한지 약 1년 만에 현재의 수직농장인 플랜티 큐브를 구현하였다. 

‘’컨테이너 한 동에 N.F.T. (Nutrient Film Technique) 수경 재배 기반으로 IoT 센서, 컨트롤러와 같은 것들을 붙인 환경을 구축했죠. 그렇게 해서 2017년 컨테이너 기반 프로토타입의 스마트팜을 선보이고, 2018년도에는 세 동으로 늘려서 채소를 재배하고 수확까지 하는 기반 시설들을 만들었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엔씽은 어떻게 ‘플랜티 큐브’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엔씽의 4번의 모델 출시 과정을 보면, 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 시제품으로 먼저 시장에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엔씽은 자신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구현해 나간 것이다. 소비자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하니, 이전에 출시했던 제품들의 한계가 눈에 보였고, 이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인 플랜티 큐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Exhibit5).

Exhibit5. 플랜티 큐브 탄생까지의 과정

플랜티 큐브, 수많은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다

엔씽의 ‘플랜티 큐브’는 크게 두가지 특징을 지닌다. 온도, 습도, 양분 환경 등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완전제어의 기술력을 지녔으며, 이를 9평짜리 컨테이너 모형에 구현하고, 모듈화 하였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특징으로 인해, 플랜티 큐브는 기존 스마트팜 기업들이 겪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우선 기반설비가 컨테이너 점에서 비교적 저비용으로 농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축소할 수 있었다. 또한 엔씽이 모듈형 컨테이너 농장을 만들기 전, 대부분의 스마트팜 수직농장은 창고형 농장이었는데, 기존의 창고형 농장은 아무리 좋은 재배환경 조절 기술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공간이 너무 넓어서, 온도와 습도 등을 균일하게 제어하기 어려웠고, 병충해 발생시 창고 전체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플랜티 큐브는 만약 병충해가 발생하더라도 모듈 하나만 분리하면 해결됐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듈별로 온도, 습도, 물의 양 등 재배환경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을 재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듈을 원하는 대로 확장, 축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품종을 다량으로 재배할 수 있어 생산효과 또한 높았다.

이는 앞으로 농업의 중심자를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기존 농업은 외부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총 재배한 농산물의 공급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또한 재배기간이 긴 농업의 특성상, 수요량이 변화하더라도 그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플랜티 큐브‘는 안정적인 재배환경을 제공하여 생산량을 예측 가능하게 하였고, 모듈형으로 쉬운 확장과 축소가 가능해 수요량의 변화에 맞춰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제 ‘소비자’의 수요량을 먼저 생각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농업 산업에 경제적인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며,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Ipc 3단계 이상인 58개국 중 27개 국가는 경제 위기로 인해 일이난다.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적 충격이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유통 비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식량의 가격이 올라가면 가장 먼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농업이 가격 변동성이 크고 급격한 산업이었던 이유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생산량이 급격하게 변동되는 반면, 수요량은 비교적 안정적이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요량이 급격하게 변동했을 때에는, 공급량을 바로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나 수요량을 먼저 파악하고 공급량을 조절하게 되면, 외부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더라도 그 차이를 훨씬 좁힐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농작물 레시피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향해가는 엔씽

“미디어를 데이터 및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툴이라고 정의할 때, 엔씽은 작물과 푸드 라는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와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을 고민합니다. 농부는 콘텐츠 큐레이터나 다름없고요. 이런 틀에서 보면 엔씽은 농업분야에서 농작물과 관련된 양질의 콘텐츠를 양산해 다양하게 서비스하는 미디어 회사입니다.”

김혜연 대표는 엔씽의 정체성을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한다. 수직농장을 만드는 회사가 왜 스스로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엔씽은 처음 ‘라이프’라는 작물재배 기록 어플을 출시했을 때, 식물의 재배 환경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플랜티 큐브를 출시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재배환경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지금까지 모아왔던 재배환경 데이터들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재 엔씽의 기술은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온도, 습도, 빛의 양, 이산화탄소 등을 철저하게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렇게 엔씽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작물재배 레시피와, 재배환경 구현이 가능한 기술을 합쳐 레시피를 개발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계획인 것이다. 

김혜연 대표가 설정한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종자 주권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발전 촉진 – (SDGs Goal 2. 기아 해결-식량안보와 농업발전)

첫 번째로 우리나라의 종자 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음식 레시피의 매운 맛을 책임지는 청양고추의 씨앗은 누구의 소유일까? 다름 아닌 해외기업이다. 현재 많은 수의 농산물 종자는 해외기업이 갖고 있다. 김혜연 대표가 말하는 ‘레시피’가 없어서, 종자에 대한 로열티를 제공하고 재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식량종자 공급률은 2015년 55.6% 수준에서 2021년 49.3%로 더욱 떨어졌다. 국산 딸기 종자 보급률이 2005년 9.2%에서 2021년 96.3% 수준으로 올라선 후 생산규모가 1조 3천억원으로 상승한 선례가 있다(Exhibit6). 따라서 종자 공급률은 종자 주권의 확보와, 식량 위기 시 자국의 식량 안보 그리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경제적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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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6. 국내 주요 식량종자 공급률 추이(좌), 딸기 품종 공급률과 생산규모(우)

그러므로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종자 주권을 유지하는 것은 환경, 사회, 경제적인 차원에서 중요하다. 엔씽의 콘텐츠 사업은 마치 수많은 요리사가 수많은 요리 레시피를 만드는 것처럼, 품종 다양성 부족으로 미래의 식량위기에 처해있는 국내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식량 품종을 레시피처럼 창작할 수 있는 공간과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생물 다양성 유지 (SDGs Goal 15. 육지생태계 보존과 생물다양성 유지)

또한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생물 다양성은 SDGs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목표 중 15번쨰 목표에 언급되어 있다. 해당 목표의 핵심은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은 음식물, 의약품 그리고 산업용 물질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지구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기능 변화를 들 수 있다. 변화한 생태계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엔씽은 재배환경 데이터만 있다면 원하는 품종을 완벽하게 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치 식물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생물 다양성 중 식물 다양성에 한해서 큐브 내에서는 생태계 변화로 인한 외래종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으며, 자연재해로부터 생물을 보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엔씽이 가지고 있는 생물에 대한 ‘콘텐츠’를 통해 해당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앞선 종자주권과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지속가능한 종자의 미래를 위해 엔씽이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모습은 지속가능성 추구를 위한 전략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농업 공급망 혁신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산을 꿈꾸다

김혜연 대표는 한 건물에 재배시설, 저온저장고, 가공시설을 갖춘 대형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태양광설비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시설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김혜연 대표는 ‘‘엔씽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을 이러한 다기능 대형화 스마트팜은 전세계적으로 도입 사례가 없다.’’라고 말하며 가치사슬 혁신을 이끌 스마트팜 모델에 ‘GIGA Farm’이란 이름을 붙였다. 김혜연 대표는 GIGA Farm의 도입으로 다음과 같은 유통구조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Exhibi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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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7. 기존 농업 유통구조 vs GIGA Farm 도입 이후 유통구조

복잡한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SDGs Goal 2.3. 농업 생산성과 농민 소득 증대)

김혜연 대표는 기존 농업 유통구조의 문제점으로 기존 농업 산업의 공급사슬은 생산자, 생산자 단체, 산지유통인,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업체, 소비자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주목했다. 국내 유통구조는 도매 시장 경유 비율이 높아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보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유통비용 비율은47.5% 수준으로, 농산물을 1000원에 판매하면 농민에게는 525원가량만 남는 것이다. 또한, 수요조절의 문제도 발생한다. 변칙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농산물의 생산량 조절이 어려워지고, 도매 시장에 물량이 일시에 감소하거나 몰리면서 가격변동이 심화되고, 결국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김혜연 대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엔씽의 GIGA Farm은 불필요한 중간 유통과정을 전부 제거하여 농민에게는 더 높은 마진을 남겨 소득을 증대하는 효과를, 주민들에게는 유통을 위한 연료 사용을 감축해 더 나은 대기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종 소비자에게는 더욱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작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사슬 내 이해관계자의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마침내 최종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브랜딩 전략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엔씽의 쇼룸 ‘식물성 도산’의 내부 모습이다(Exhibit8). 이곳에서 엔씽은 소규모 인테리어형 수직농장을 이용하여 채소를 재배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로 음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마트에서는 ‘뿌리가 살아있는’을 강조한 채소류를 판매한다(Exhibit8). 이는 엔씽이 가치사슬의 마지막을 장식할 엔씽 제품과 서비스의 브랜드화이다. 드디어 엔씽의 사업 모델이 도심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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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8. 압구정동에 위치한 식물성 도산,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뿌리가 살아있는’ 채소

“스마트팜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고, 제품의 브랜드화를 고려한 시도입니다. 저희 사업 대부분은 B2B지만 최종 소비자인 대중에게 비춰지는 인식이나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이곳에서 스마트팜 시스템도 보실 수 있고, 판매되는 채소도 사실 수 있고, 샐러드와 음료도 마실 수 있어요. 걱정이 많았는데 오픈을 하고 나니 직접적인 소비자는 물론이고 여러 미디어, 다른 업종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요.’’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에 많은 양들을 납품하여 엔씽의 상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소비자들이 엔씽이라는 브랜드를 직접 마주하여 경험하게 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엔씽에서 재배한 같은 상추를 먹더라도, 엔씽이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소비자와, 수직 농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곳에서 자란 채소들을 먹어본 소비자는 각자 다른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차별점을 가진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투자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하지만 소비자가 차별적 기능성을 가진 제품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기능적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상징적 혜택이나, 경험적인 혜택도 차별점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엔씽을 직접 체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엔씽을 다른 스마트팜 기업과 차별적인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최종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b2b 사업에 대한 요청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엔씽은 ‘식물성’ 홈페이지를 통해 배송도 진행중이며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경영전략으로 사용하라

누군가가 ‘’엔씽은 왜 존재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본다면, 김혜연 대표는 ‘’‘농업의 미래를, 그리고 식품 산업의 가치사슬을 혁신하여 세상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죠’’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인터뷰와 공식 사이트 첫 페이지를 장식한 대목, ‘세상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엔씽이라는 조직이 왜 존재하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엔씽이 이윤만 추구하는 집단이 아닌 사람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목표다. 기업에게 ‘공생’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기업이 얻게 될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하는지에 대한 기업의 고찰’, 그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본다면, 사회적인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게 되고, 사람(소비자)들은 그 회사가 ‘공생’을 추구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으로 가치 창출을 하길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해당 사례분석은 엔씽의 스마트팜 기업으로써, 식량위기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가능한발전을 달성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다만,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지표들은 비재무적 지표이므로, 재무적 지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창고형 스마트팜을 통한 수직농업의 선두주자로 ‘농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던 에어로팜(Aero Farms)이 올해 6월 8일자로 파산 보호 신청(Bankruptcy)을 했다. 엔씽과 같이 지속가능성을 기업목표로 하는 대표적인 스마트팜 혁신 기업이었으나 지속적인 영업 적자로 인해 재무 리스크를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에어로팜의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과도한 연구개발투자과 기업규모를 위한 인수합병에 집중해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삼는다. 이는 균형 있게 가치사슬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엔씽은 에어로팜과 비슷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제 매출을 내기 시작한 기업인 만큼, 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엔씽 스스로의 가치사슬을 분석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은 강화하고 비용을 많이 소모하는 활동은 효율화 하여 균형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 추가적인 비용은 불가피한 만큼, 소비자의 구매를 통한 매출 증대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소비자의 구매는 엔씽이 차별화된 핵심역량인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 추구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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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da.go.kr/webzine/2022/02/sub1-5.html

https://www.jjan.kr/article/20221016580220
https://mafra.go.kr/home/5109/subview.do;jsessionid=YO3VYVDEK6hVE7GDWOEoVXJT.inst21?enc=Zm5jdDF8QEB8JTJGYmJzJTJGaG9tZSUyRjc5MiUyRjU2NTA3OCUyRmFydGNsVmlldy5kbyUzR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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