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수퍼빈
저자: 역곡사람들 팀 / 곽승현, 김정민, 전영재 (가톨릭대)
지도교수: 김승균 (가톨릭대)
냉소와 불신을 견디며 길러낸 사회적기업가의 맷집
이제 성장을 이끄는 것은 벤처회사들이 될 겁니다. 사업이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쓰고, 맘껏 해볼 수 있는 실험실이나 마찬가지죠. 힘든 시기를 버틸 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철학과 소명감입니다. 자신만의 옳은 철학이 있는 친구들이 멈추지 않고 도전하기 바랍니다. – 김정빈 수퍼빈 대표
김정빈 대표가 몇 해 전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돈보다 중요한 환경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벤처 사업으로 펼치고픈 친구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올바른 철학과 소명감,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이 말은 김정빈 대표가 수퍼빈을 창업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김정빈 대표에게 ‘환경을 지키는 철학과 소명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은 언제나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김정빈 대표의 창업 철학과 소명은 명확하다. 홍익세상.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방법 자체를 이로운 것으로 혁신하고 싶었다. 단순히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닌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며 돈을 잘 벌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정빈 대표의 창업 철학과 소명을 실현하는 여정은 인공지능 기반 순환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Exhibit 1).
Exhibit 1. 네프론 기반 순환자원 사이클 모델
출처: 수퍼빈
창업 8년차를 맞는 2022년 현재, 수퍼빈은 네프론의 유명세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 에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재활용 기기 분야의 선두 주자라는 것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빈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김정빈 대표의 철학과 소명은 네프론의 성공이 아닌 근본적인 환경문제 해결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은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제도적 요소를 두루 포괄하고 있어 사업의 매 단계마다 하나의 실마리를 풀면 또 다른 실타래가 복잡하게 엮이게 된다. 때문에 김정빈 대표 스스로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혁신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퍼빈이 네프론을 넘어, 보다 큰 범주에서 순환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김정빈 대표와 수퍼빈이 지난 8년 동안 냉소와 불신을 견디며 길러온 사회적기업(가)의 맷집이 또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전진해 나갈 지, 사회혁신을 위한 도전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창업에 한방은 없다. 맷집을 키우는 한방만 있을 뿐
김정빈 대표의 인생에 창업이라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김정빈 대표는 대학 조기 졸업, 하버드대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철강회사 CEO(Chief Executive Officer)를 거치면서 남들보다는 조금 더 세상이 돌아가는 형태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이끌고, 중소기업들이 벤더 구조를 형성하는 한국의 기업 생태계와 성장 동력이 바람직한 것인지,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지금의 수퍼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퍼빈은 김정빈 대표의 실패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김정빈 대표가 2005년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동료들과 함께 창업했던 ‘스마일빈’이라는 회사의 실패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수퍼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실패는 김정빈 대표에게 단단한 맷집을 기를 수 있는 제대로 된 한방이었다.
스마일빈을 창업했을 때 도와줬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1, 2년 동안 아무런 보상 없이 저를 열심히 도왔는데 사업이 정리된 거죠. 그들이 스마일빈이라는 회사를 도왔던 것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고, 사실은 꽤 괜찮은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템을 다시 꺼낸 거죠. – 김정빈 수퍼빈 대표
스마일빈은 왜 실패했을까? 김정빈 대표는 스마일빈의 실패 경험과 그 때의 고민들을 수도 없이 다시 되뇌었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기기 보급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럼 왜 기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을까? 스마일빈 기기가 해외생산 제품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점이 그 원인이었다. 한 대에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과 해외 제품이라는 특성상 유지 보수가 어렵고 관리비도 많이 들어가는 구조였다.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했다. 스마일빈 기기는 재활용 쓰레기를 넣으면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바코드가 훼손된 경우 기기가 물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한 바코드를 인식하여 수거를 진행한다 할지라도, 쓰레기를 압축하는 방식의 문제로 기기 한 대 당 쓰레기 적재량이 생각보다 적어 효율적인 기기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활용 쓰레기 투입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이 아닌 문화상품권으로 지급해 시민들의 즉각적인 보상 심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였다.
김정빈 대표 스마일빈 창업의 경험을 통해 발견된 문제점과 제약사항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수퍼빈 창업의 첫 출발점으로 삼았다. 가장 먼저 ‘어떻게 국내 기술로 재활용 쓰레기 인식률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생산과 기술의 제약사항을 극복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았다.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KAIST 권인소 교수와 RCV(Robotics & Computer Vision)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휴보의 인공지능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휴보가 카메라로 물체를 구분하는 과정을 참고하여 재활용 쓰레기를 구분하는 새로운 방식을 착안했다. 기존 바코드 단일 인식 방식이 아닌, 휴보의 이미지 센싱 기술을 접목하여 물체의 형태, 모양, 크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입된 물체의 종류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여 선별하는 기술을 탑재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고민과 노력의 결말은 성공적이었다. 본격적인 기기 출시에 앞선 AI 시범 운영에서 95%의 재활용 쓰레기 인식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기기로 들어온 물체의 이미지를 확보해 폐기물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쓰레기를 더 많이 인식할수록 인식률이 향상되는 AI 개발까지 성공시켰다. 결국 스마일빈의 성공적인 실패의 경험으로 수퍼빈의 네프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네프론은 수퍼빈의 가장 작은 기본 단위입니다. 원래 네프론는 우리 몸 속 콩팥의 가장 작은 단위이며, 혈액 속 노폐물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기관을 말합니다. 수퍼빈의 재활용 수거 로봇 네프론 또한 우리 사회의 환경이라는 몸속에서 이런 역할을 합니다. 네프론은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 곳곳에 산재한 재활용 쓰레기라는 노폐물을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 김정빈 수퍼빈 대표
네프론의 런칭 이후에도 김정빈 대표의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기기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 혁신에 이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도 이어갔다. 기존 사용자들은 기기가 꽉 찼는지 아니면 비어 있는지 알기 위해 무조건 기기가 있는 곳까지 와야 했다. 기기가 꽉 찼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설령 비어 있더라도 얼마나 차 있는지 알 수 없어 기기 사용자 입장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얼마나 버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김정빈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IoT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실시간 원격 제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네프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주변 네프론의 위치, 기기가 어느 정도 찼는지 상태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게 기기와 기기 사용환경을 업그레이드하였다. 보상 방식 또한 스마일빈 방식과 다르게 현금지급으로 전환했다. 김정빈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 현금보다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없다고 판단했고, 현금보다 더 좋은 보상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현금 보상 지급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수퍼빈의 네프론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국산 재활용 기기’라는 단편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핵심은 인공지능, 이미지 센싱, 빅데이터 기술 등이 네프론과 연결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종합하여 고려했다는 것이다. 구매자를 위해 기존 기기보다 인식률을 개선하고, 재활용 쓰레기 적재량을 늘려 유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였다. 사용자를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정보와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술의 혁신, 그리고 이어지는 다양한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전으로 네프론은 2015년 과천시에 처음 설치된 이후 2022년 1월 기준 전국 각지에 426개의 기기가 설치됐고, 2023년까지 대한민국에 1000대 설치까지 확대될 전망이다(Exhibit 2).
출처: 수퍼빈
성장을 위해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426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네프론 설치 대수이다. 확실한 건 김정빈 대표에게는 한참 부족한숫자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진화, 발전하고 있는 네프론의 존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네프론의 기술적 안정화 이후에 이어지는 김정빈 대표의 고민이다. 물론 보상금과 연동되는 운영 방식으로 운영상의 적자를 극복해야하는 이슈가 상존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김정빈 대표는 보상금과 같은 경영상의 이슈는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나 수퍼빈의 존재 이유인 친환경의 가치를 전파하는 기업 철학은 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러기에 김정빈 대표는 새로 태어난 네프론의 현재의 보급 현황이 늘 아쉽기만 하다. 여러가지 고민 중에 김정빈 대표는 네프론의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천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퍼빈에 페트병을 넣으면 꽈지직! 수퍼빈에 캔을 넣으면 꾸지지!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일리지도 쌓고, 환경도 지키고!
김정빈 대표는 이 짧은 글을 통해 사람들이 네프론을 사용하면서 받는 재화적 보상만이 매력의 전부가 아니라, 네프론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더욱 적극적으로 재화적 보상 이외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김정빈 대표 스스로도 늘 환경의 이슈가 수질, 토양, 대기, 폐기물 등 생태적 환경에 갇혀 있는 한계를 안타까워했지만, 정작 본인의 사업 안에서 환경 이슈의 생태적 접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김정빈 대표는 본인이 늘 주장해온 누군가의 고생, 혹은 거창한 무언가에서 출발하는 환경이 아닌 문화를 품은 환경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이 귀찮은 일이 아닌 즐거운 행위라는 것을 증명해 나가기 위해 쓰레기를 재미있는 관점으로 해석한 다양한 이야기와 콘텐츠 문화사업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문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이 가장 먼저였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환경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하지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적이고, 활동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찾아낸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을 ‘FUN’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많은 사람이 보람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설정했다. 그에 따른 수퍼빈의 문화사업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Exhibit 3).
Exhibit 3. 수퍼빈의 문화사업
환경보호 활동이 진정한 놀이가 되기 위해서 재활용의 행위가 타인이 부가한 의무가 아닌 자신의 만족을 위한 즐거움으로 이행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문화 사업의 모든 세부 프로그램의 대원칙이다. 김정빈 대표는 문화사업을 통해 쓰레기가 새롭게 활용되는 긍정적인 문화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쓰레기를 그냥 버리기보다 쓰레기에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인식이 형성된다는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쓰레기마트’ 프로그램이다(Exhibit 4).
Exhibit 4. 쓰레기마트
일명 핫플로 떠오르면서 공원에서 발생하는 맥주 캔, 음료 병 등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을 고려해 쓰레기마트 1호점을 연남점에 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쓰레기는 돈, 재활용은 놀이라는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많은 생명체가 인간과 공존하면서 살아가죠.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지만 지금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지구상에 있는 많은 생명체를 위협합니다. 도시화와 대량생산이 만들어낸 쓰레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아니라 조금은 불편해도 다른 생명체와 지구를 공유할 수 있는 생활 방식, 균형감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인프라가 자리잡기 위한 트리거를 던지는 것입니다. – 김정빈 수퍼빈 대표
김정빈 대표는 시민들 참여 기반의 문화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늘 목말라 있었다. 네프론이 환경적 가치를 일깨우기 위한 기술적 접근이라면 수퍼빈의 문화사업은 환경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소중한 통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빈 대표의 고민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세상을 만드는 수퍼빈을 꿈꾸다
수퍼빈은 올해로 창업 8년차를 맞는다. 김정빈 대표는 그동안 네프론의 개발과 보급, 문화사업의 확장 등을 통해 어느정도 기업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이제는 김정빈 대표 스스로 환경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소명의식을 함께하는 100여명의 직원들과 공유하며 수퍼빈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동안 집중했던 네프론과 문화사업 이전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김정빈 대표는 누구보다도 수거와 선별 이후 과정이 부재한 반쪽짜리 구조를 지닌 기존의 재활용 프로세스에 대한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페트병은 수거와 선별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공장이나 기업의 부재로 이를 소각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사람들은 흔히 대한민국의 분리수거 비율이 80%가 넘기 때문에 그만큼 재활용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환경부 조사에서도 재활용 쓰레기의 60% 정도가 다시 재활용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수치는 유럽의 재활용률 40%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의 ‘재활용’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말하는 재활용은 ‘쓰레기가 재활용 선별장으로 넘어간 비율’을 말하고 유럽의 재활용은 ‘쓰레기가 실제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진 비율’을 말한다. 유럽의 재활용 정의에 따라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유럽에 훨씬 못 미치는 22% 정도다.
김정빈 대표는 이러한 대한민국 재활용 시장의 선형 경제 시스템안에서 수퍼빈이 창업 이후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봤다. 그리고 자문해본다. “네프론을 통해 페트병을 수거 및 선별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게 지속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쓰레기는 돈이다.’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앞세웠지만 사실은 수퍼빈도 이미 만들어진 선형 경제에 순응 하고만 있었던건 아닐까?” 김정빈 대표는 혁신적인 시도와 접근의 첫 발을 고민하다가도 이미 고착화되어 있는 재활용 시장의 선형 경제 시스템 내의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대한 걱정에 잠시 멈칫하게 된다. 김정빈 대표는 다시한번 생각에 잠긴다. “경쟁과 공존, 수퍼빈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하지만 생각이 깊어질 수록 김정빈 대표의 답은 확실했다. “수퍼빈은 지금까지 경쟁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수퍼빈을 지금까지 이끈 성장동력은 시민과의 공존, 지자체와의 공존, 기술과 문화의 공존이다. 보다 더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재활용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순환 경제 모델을 조성해야 한다.” 소비자는 수거의 한 축을, 생산자들은 재활용 소재 활용의 한 축을 담당하는 순환 경제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보다 더 효과적인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우수한 재활용 소재들을 가공해서 전달하는 것을 수퍼빈의 다음 10년의 성장 목표로 설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의미있는 대책은 사용 후 쓰레기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다시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것이다. 사용을 줄이는 속도와 양보다 당장 쓰레기로 배출되는 속도와 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장 수도꼭지를 잠가 바다로 새는 것을 막고 상류로 역류시켜 자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삼일 회계법인의 순환경제 대응 전략 리서치 보고서에도 “플라스틱 재활용은 이제 환경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 양면에서 각 국가 및 기업들, 특히 석유화학 기업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거대 담론이 되어 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는 언급이 나와있다. 순환경제의 필요성은 김정빈 대표 혼자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감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잡았다. 결국 김정빈 대표가 구상하는 순환 경제 모델에서 수퍼빈은 재활용 수거 단계, 재활용 활용 단계별로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이어주고, 더 나아가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Exhibit 5).
Exhibit 5. 선형경제와 순환경제 시스템
김정빈 대표는 순환 경제 모델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플라스틱을 모아서 재활용하는 주체로 롯데케미칼, 금호석유, LG화학 같은 석유화학 업체들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케미칼 업체들은 불순물이 없는 폐기물을 하루에 수백 톤씩 갖다 주면 구매해서 재활용할 의지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를 수백 톤씩 모을 수 어렵기 때문에 수퍼빈이 이 프로세스에서 폐기물 수집을 산업화로 이루어 내는 역할로 재정의했다. 문제는 플레이크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고순도로 안 나온다는 점이었다. 고순도 플레이크를 만들지 못하면 네프론으로 수집한 페트병도 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퍼빈은 순도 높은 플레이크를 만들기 위한 설비 구축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 설비는 약 4000평 규모의 전국에서 수거된 페트병 등 재활용품을 소재화하는 플레이크 생산 공장이다. 주요 공정 과정은 총 4단계로 계획됐다. 인공지능 기술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상태의 페트를 선별한 뒤, 일정한 크기로 분쇄하고, 이를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후 수분을 건조시킨 포장하는 작업까지 모두 자동화해 스마트공장으로 구현한다(Exhibit 6). 페트병 리사이클링 기업들은 수퍼빈의 순환 경제 시스템의 형성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페트병에서 실을 뽑아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의 대표 왕종미씨는 “플리츠마마를 론칭할 당시 국내 리사이클 원사 시장은 저렴한 해외 페트병을 수입해 사용하는 구조였다. 반면 플리츠마마는 ‘국내 선순환 확장’이라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Exhibit 6. 수퍼빈의 순환경제 사이클
출처: 충청비즈
김정빈 대표는 순환 경제 구현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순환 경제의 취지와 내용을 알리고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김정빈 대표는 인터뷰나 강연 요청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순환 경제 전도사로 나서는 것을 자처하고 있다. 이 또한 수퍼빈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대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빈 대표는 자신의 노력의 결실이 우리나라 재활용 시스템을 발전을 통한 쓰레기 문제를 경감시키는 것에서부터 수퍼빈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공존’을 지향하는 김정빈 대표의 미래 비전은 그리 허황된 것이 아니다. 현재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7퍼센트 성장해 2027년에는 2조 8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Exhibit 7). 만약 수퍼빈이 EU 재활용 로봇 점유율의 60~70%를 차지하는 톰라(TOMRA) 사와 같이 성장한다면, 순환 경제의 확장으로 연 매출 1조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 장밋빛 도전은 2022년 완공 예정인 페트병 재활용품을 소재화하는 수퍼빈 자체 생산 공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Exhibit 7.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전망
출처: 삼일PwC경영연구원
친환경이라는 업(業)을 일으키는 수퍼빈의 도전은 계속된다
창업(創業)은 말 그대로 새로운 업(業)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소셜벤처 창업의 길은 기업의 영리적 목적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에 배로 힘들다. 친환경 순환 경제라는 새로운 업(業)을 이루고자 하는 김정빈 대표는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현장을 외면하지 말고 늘 부딪히고 깨지는 경험을 기꺼이 즐겁게 하라고 강조한다. 말 그대로 현장 한 복판에서 맷집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빈 대표가 맷집을 키운 방법은 격투기 선수가 맷집을 늘리는 방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맞아도 쓰러지지 않게끔 신체를 단련하고, 맞아도 바로 싸움을 포기하지 않게끔 멘탈을 단련한다. 이 두 가지 법칙은 수퍼빈의 성장 과정에서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며 수퍼빈과 김정빈 대표의 맷집을 늘려왔다. 그리고 언젠간 자신의 뒤를 따라올 소셜벤처 후배들에게 김정빈 대표의 맷집은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며 하나의 방향성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발로 뛰며 수퍼빈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전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기성 세대와 부딪힐 수도 있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는 올바르고 곧게 만들어진 기업을 꿈꿉니다. – 김정빈 수퍼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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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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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를 돈으로…AI 회수로봇 ‘출동’ . 머니투데이. 2020년 12월 15일 발행.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121116144658895&VNC_T.
재활용 수거기 스마일빈으로 녹색 자연을 사랑해요. 네이버블로그. 2012년 3월 31일.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couldfox&logNo=10135585131
[포스트플라스틱③] 플라스틱 재활용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소셜 솔루션 미디어. 2021년 4월 18일 발행
http://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2217
[인터뷰]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버리는 페트병에 패션을 입히다. 2021년 08월 2일
http://www.insigh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624
‘유니콘 기업’ 날개 달다! 2021년 3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