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쓰레기에 대해 쓸 얘기가 많은 소셜벤처 – 수퍼빈

분석기업: 수퍼빈
저자: 쓸애기 팀 / 유신형, 김세진 (서강대), 진예원 (홍익대)
지도교수: 장영균 (서강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기술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간 융합으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미래 먹거리,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쓰레기 문제와 결부시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해 내는 기업이 있다. 김정빈 대표가 이끄는 똑똑한 쓰레기통을 만드는 기업, 바로 수퍼빈이다.

폐플라스틱 수입 대국 대한민국

‘다른 나라의 쓰레기를 돈 주고 사온다.’ 아이러니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는 대량의 폐플라스틱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국가였다. 특히 폐페트병의 경우, 2019년 기준 전체 수입량이 10만 톤을 넘길 만큼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조차 단 10~15%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 • 매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폐기물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고, 이에 2019년 6월 환경부는 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을 위한 폐플라스틱 4종의 수입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2020년에는 약 7.8만 톤의 폐페트병이 수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단계적인 제한 조치 강화에 따라 수입량은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폐플라스틱 수입의 근본적인 목적은 고품질의 폐페트병을 얻기 위함이었다. 페트병(PET)은 고품질의 투명 페트병에 한해 합성섬유, 화장품 용기, 기타 소재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 여기서 말하는 고품질이란, 이물질이 없이 깨끗하고, 종류별로 잘 분류되어 있으며, 비닐라벨이 잘 제거된 폐페트병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품질 좋은 폐페트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고품질의 폐페트병을 대량으로 수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분리배출과 수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2월, 환경부는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기 시작했다. 음료나 기타 식품에 사용되었던 투명 페트병만을 대상으로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부피를 줄여 투명 페트병 전용함에 따로 배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제도이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여러 식품 제조업계에서는 유색 페트병이었던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거나 무라벨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도전

수퍼빈은 KAIST 권인소 교수와 RCV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휴보의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쓰레기의 자원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이다. 한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정빈 대표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이후 삼정KPMG, 한국섬유기술연구소 등을 거치며 인수•합병과 같은 컨설팅, 전략기획, 인사 업무 등의 경력을 쌓았다. 2011년 컨설팅 업무를 하며 연이 닿았던 코스틸에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입사한 그는 40세가 되던 해인 2013년 코스틸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김대표는 자라나는 딸을 보며 문득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CEO 자리를 뒤로한 채 2015년, 오랜 꿈이었던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창업을 마음먹은 김정빈 대표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그 중 첫째는 제조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App개발, 게임 개발 등 IT관련 업계에 편중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철강회사와 섬유기술연구소 등에서 쌓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하고자 결심했다. 둘째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운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의 제품을 흉내 내고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식의 사업은 스타트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는 기업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지금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여 사회에 공헌할 수 있으면서도 혁신적이고 수익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찾던 김 대표는 자원문제와 순환자원에 주목했고 재활용품 분류 기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재활용 자판기계의 혁신, 네프론

김정빈 대표가 수퍼빈 창업을 계획하던 2016년 당시, 재활용품을 자동으로 분류하여 보증금을 환급해주는 기기인 재활용 자판기는 독일,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보급이 가장 활발했다. 당시 한국은 아직 재활용 자판기 보급 초기 단계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관련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르웨이 기업 ‘톰라’는 이미 1973년부터 관련 제품을 만들어 왔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에 김 대표는 기존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국산 재활용 자판기 개발을 위해 매진했다. 그러나 이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턱없이 비싼 부품 가격은 물론이고, 기술적 한계도 있었다. 그동안 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기존의 재활용 자판기는 폐기물을 인식하기 위해 용기에 붙은 바코드를 읽거나, 바코드가 훼손된 경우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판독하는 방식을 적용했었다. 그런데 해외에서 유통되는 용기와 국내 용기가 달라 인식률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평소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보된 기술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김정빈 대표는 하이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재활용 자판기를 개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목표는 공공기술에 의해 달성되었다. KAIST, UNIST 등 4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는 개발한 공공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공동 기술지주회사인 미래과학기술지주를 설립하였다. 김 대표의 사업 구상을 들은 기술지주측은 KAIST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에 사용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볼 것을 권유했다. 이에 수퍼빈은 휴보가 3D 물체를 인식하는 기술을 이전 받아 폐기물을 선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뉴로지니를 개발하여 네프론에 적용할 수 있었다.

자원 순환사회로 가는 지름길을 제시하다

네프론은 뉴로지니를 통해 폐기물 종류를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별해 처리한다. 따라서 재활용 처리 횟수가 늘수록 인식률은 이에 비례해 올라간다. 알파고와 같은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뉴로지니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구겨지거나 파손된 폐기물도 경험을 쌓으면서 점점 더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네프론은 기존의 수입 재활용 자판기와 비교하면 재활용품 분류 시간이 빠르고, 적재량이 수입 제품 대비 120% 수준에 달하는 등 용량 측면에서도 더욱 우수하다. 또한 유지보수가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AI가 적용된 재활용 자판기로서, 95% 이상의 용기 인식률을 자랑하는 네프론은 재활용 바코드가 훼손될 경우 인식이 어려웠던 기존 제품의 문제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었다. (Exhibit 1)

Exhibit 1. 뉴로지니의 이미지 기반 자원 분류 방식

출처: 슈퍼빈 공식 홈페이지

수퍼빈은 이에 더불어 네프론에 핀테크 기술을 접목시켜 사용자들이 현금이나 각종 포인트를 모바일로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로써 ‘재활용 폐기물 자동화 플랫폼’을 완성하였고 재활용 폐기물 수집•운반•저장 등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네프론은 지자체와의 협약을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해 나갔으며 수퍼빈은 네프론을 기반으로 누구나 손쉽게 재활용 대상 폐기물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가기 시작했다.

재활용 생태계의 이해관계자, 그리고 수퍼빈

  수퍼빈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이르는 고리를 연결하여 기존 선형경제를 순환경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생산자가 생산한 상품을 소비자가 소비한 뒤 발생하는 부산물을 수거 업체, 선별 업체, 재활용 업체를 거쳐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정상적인 재활용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재활용품의 수거와 선별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뒤에 이를 소재화 및 자원화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배출된 폐기물의 대부분이 그대로 소각된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수퍼빈을 창업했다.  

 상기한 재활용 체계에 따라서 수퍼빈의 이해관계그룹은 생산자, 소비자, 폐기물처리사업자의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수퍼빈의 재활용 원자재 확보와 소재화 사업의 주요 고객이다. 수퍼빈의 핵심역량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폐기물 관리 솔루션에서 나온다. 해당 솔루션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쓰레기통 ‘네프론’을 활용한 재활용품 선별 및 수거를 중심으로 한다.

 네프론은 재활용 활동의 주체인 소비자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고객인 생산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 의의를 갖는다. 첫째로 기존에 지자체와 특정업체에 국한되었던 기존 재활용 시장을 ‘개인이 거래 가능한 시장’으로 만들어,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시민이 네프론을 통해 재활용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제도 상 순환경제 생태계에서 겉돌고 있던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는 수퍼빈의 경영철학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일례로 빈용기 회수 및 재사용 촉진을 위한 ‘빈용기보증금 제도’를 통해 걷힌 보증금 중 소비자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고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그대로 남는 금액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누적된 2021년 기준 426억원에 육박한다.

 둘째로 자원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소재화를 가능하게 한다. 순환경제 사이클에 기반한 순환자원 회수 사업이 완성도를 높이려면 분리 배출 및 회수 단계부터 철저하게 순환자원이 선별/적재되어야 자원의 순도를 높일 수 있는데, 네프론이 이 부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SG의 트렌드로 인해 최근 경영 환경에 급박한 변화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고순도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기존보다 더 큰 폭으로 창출하고 있다. 수퍼빈은 이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소재 사업자로서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퍼빈이 직면하고 있는 이해관계 갈등은 마지막 그룹인 기존 폐기물처리사업자들과의 갈등이다. 새로운 생태계를 지향하는 사업은 기존 시스템과의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수퍼빈은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이나 충돌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회적 필요성은 커지고 기존 방식으로 해결에 한계가 있는 재활용 분야에 대해서는 ICT 기반으로 솔루션을 찾는데 주력한다.

 수퍼빈은 수거업체들의 역할을 인정함으로써 마찰이 아닌 공존의 개념을 우선하는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퍼빈이 페트/캔을 중심으로 산업계에서 필요한 소재화를 추진하는 것은 유사하나, 이 중 순도가 높은 프리미엄 소재 생산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수퍼빈은 사업 초기에 네프론 사업으로 수거한 재활용 페트병을 고물상 등 재활용 전문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얻은 역사가 있지만, 고순도 소재에 대한 차별화된 사업을 하는 업체의 부재로 직접 소재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피보팅했다.

 따라서 EPR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 폐기물 수거업체와 직접적인 갈등은 피하며 최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장의 새로운 needs로 떠오르는 B2B (Bottle to Bottle), 플라스틱 및 배달용기 회수 및 지원화 등에 집중하여 기존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일반 기업 및 지자체/시민연대와 함께하는 자원 재활용사업을 확산하는 중이다.

Bottle to Bottle(B2B)

 폐페트병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기는 했으나, 잘 갖춰진 체계 하에서 올바른 재활용 과정들을 거친다면 무한히 재활용될 수도 있는 매우 실용적인 소재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Bottle to Bottle(B2B)’ 방식의 재활용이 필요하다. 이는 폐페트병을 재활용 단계들을 거침으로써 소재화 하여 다시 페트병 생산 원료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폐페트병의 재활용은 용도에 따라 섬유용, 시트용, 병 제조용으로 나뉜다. 섬유용의 경우 장섬유와 단섬유로 구분되는데 순도가 높은 페트병들은 장섬유로 재생산되어 의류, 신발 등에 쓰인다. 비교적 저순도의 폐페트병들은 단섬유로 재생산되어 노끈이나 솜 등을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시트용은 계란이나 과일 등을 포장하는 포장재로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병 제조용은 앞서 언급한 B2B 방식의 재활용으로, 폐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다시 페트병을 만드는 경우에 해당된다.

섬유용, 시트용 재활용은 일회성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는다. 만약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 의류가 유행이 지났거나 크기가 맞지 않아 더 이상 입을 수 없어 버려진다면 그것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시트용 재활용 역시 한 번 포장재로 사용된 뒤 다시 버려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자원의 무한 순환을 위해서는 B2B 재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안전상의 이유로 재활용 소재로 식품 용기를 제조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반면 2018년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전체의 20% 이상의 재활용 페트병을 병 제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Exhibit 2)

Exhibit 2. 국가별 재활용 페트병 사용용도 비율

출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국내에서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자원 순환 촉진에 따라 B2B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들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와 환경부는 식품용으로 사용된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식품용기로 만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환경부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사업을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 중 식약처가 정한 안전 기준에 적합한 재활용 원료는 식품용기로 제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편 B2B 재활용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장 첫 단계인 소재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폐페트병이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페트병을 잘게 자른 형태의 플레이크로 가공해야 한다. 플레이크는 일반적으로 베일 브레이킹, 선별, 분쇄, 비중분리, 풍력분리 등 수많은 공정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수퍼빈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플레이크를 전문 업체에 위탁하여 가공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재활용 전문 업체들은 연간 처리규모 1톤 미만의 영세한 곳들로, 고순도 폐페트병을 별도로 처리 및 소재화 할 설비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수퍼빈은 화성시에 4000평 규모의 자체 소재화 공장인 ‘아이엠팩토리’를 신설 중에 있다. 기존 재활용 사업장이 지역내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여러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아이엠팩토리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먼지, 소음, 악취 등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장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엠팩토리는 수퍼아머 설비를 기반으로 하며, 전 공정 과정을 자동화 한 스마트 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재활용 자원 1톤당 950kg 이상의 고품질 플레이크를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수퍼빈은 아이엠팩토리에서 생산된 재활용 플레이크를 투자사인 세아글로벌CNS, GS칼텍스, 롯데케미칼 등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페트 플레이크가 세아글로벌CNS에서는 의류로, GS칼텍스에서는 자동차나 가전 부품의 원재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의 새로운 니즈로 떠오르고 있는 B2B 재활용과 관련하여서도 수퍼빈만의 독창적인 재활용사업을 확산하는 중에 있다.

소재화 사업에서의 수퍼빈의 입지와 방향성

재활용품 소재화 사업과 관련하여 수퍼빈의 이 같은 사업 확장이 ESG 시장에서는 어떤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ESG 전문 미디어 ‘임팩트온’의 송준호 기자를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수퍼빈이 고품질의 재활용 플레이크를 생산하는 것이 전환 비용적 측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 소재에 대한 기업의 요구와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원료 생산 분야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ESG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는데, 주로 제품을 더 깨끗한 것으로 만들라는 것에 대한 요구예요.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뿐만 아니라 연료까지도 깨끗한, 친환경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는거죠. 그러다 보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원재료를 살 때 재활용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에게 품질 좋은 재활용 플레이크를 만들어줄 수 없겠냐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 기자는 수퍼빈이 앞으로 소재화 사업을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혁신 스타트업이고 소셜벤처이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수퍼빈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수퍼빈은 기업들에게 소재를 제공하는 B2B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B2C에 대한 노력도 필요해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 ‘이거 수퍼빈에서 만든 재활용 소재로 생산된 제품이구나’ 이런 인식이 생기고 브랜딩이 대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소비자의 요구를 통해서 수퍼빈의 B2B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신경 써서, 소비자 입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반면 서강대학교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 한상희 박사는 “직접 소재 공정에 뛰어드는 것은 상이한 자원을 요구하는 사업을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에 미루어 보았을 때 위험이 커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재활용 소재 공정 사업은 현재 재활용 생태계가 이미 공고하게 짜여져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수퍼빈을 환영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고, 수퍼빈이 고순도 재활용 원료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으나, 수퍼빈의 강점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물 인식 기술이라는 점에서 고순도 재활용 원료를 가공하는 사업, 즉, 재활용 소재 공정 분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위험이 있다. 소재 공정과 네프론 기반 폐기물 수거는 그 분야가 명백히 다르고 원천 기술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수퍼빈이 고순도 소재 공정 시장을 창출해 돌파구를 마련한 뒤에는 소재 공정 업체들과 협업해서 수퍼빈은 수거를, 소재 업체들은 고순도 소재 공정을 맡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수퍼빈의 미래와 비전

 수퍼빈은 재활용 생태계 개선을 통해 순환경제에 기여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나 규제의 변화에 노력하기 보다, 본연의 사업의 수익성과 사회성에 내실을 가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이를 통해 B2G, B2B 등 다양한 고객 채널을 확보하고, 네프론 이용자들의 증가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다양한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퍼빈은 네프론이라는 Contents를 통해 280,000명이라는 Community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순도의 재활용 원료 사업을 직접 공정하고 판매할 수 있는 Commerce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재활용 생태계 변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수퍼빈은 앞으로 어떤 사업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 수퍼빈이 가져올 국내 재활용 시장의 미래는 해외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다.

폐플라스틱 온라인 거래 시장, 써큘러(Circular)와 서플러스(Cirplus)

 미국의 스타트업 써큘러(Circular)는 재활용 플라스틱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써큘러 온라인 거래 시장의 이용자들은 플라스틱 수집가, 제조사, 기계 및 화학 재활용 가공업체, 소비자 포장 상품 회사 등 다양하다. 써큘러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페트 합성수지(PET) 등 플라스틱 재료를 교환하여 고순도의 재활용 원료들이 제 값에 거래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별도로 공급받기 어려운 양질의 재활용 부품을 규모에 맞게 부분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서 폐플라스틱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고 있다. 서비스 구독과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써큘러는 모든 거래 과정을 중개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재활용 재료를 찾아주는 추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플라스틱의 80~90%가 계약에 이뤄지는 현재 재활용 생태계를 현물 시장으로 전환한 써큘러의 사례는 국내에서 고순도의 재활용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수퍼빈의 미션에 부합하는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Exhibit 3)

Exhibit 3. 써큘러(Circular)의 온라인 플라스틱 거래시장

출처: 임팩트온

 독일의 스타트업 서플러스(Cirplus)도 온라인 플라스틱 거래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100개국의 1200개의 회사들이 35종의 폴리머 및 130만 톤의 재료가 거래되고 있다. 서플러스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견 후 협상, 계약, 운송, 보험 계약, 결제까지 원스톱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15개의 플라스틱 산업 회사와 함께해서 고품질 재활용을 위한 산업 표준(DINSPEC 91446)을 최초로 출시하여 이용자들이 재생가능한 플라스틱을 쉽게 구분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퍼빈이 이루고자 하는 순환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재활용 생태계 구축은,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직접적인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고순도의 재활용 원료가 그에 맞는 가치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생태계 형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고순도 재활용 원료 공급을 넘어서 그것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시장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수퍼빈의 장기적인 비전이 될 수 있다.

소셜벤처로서의 수퍼빈

 수퍼빈은 소셜벤처다. 소셜벤처는 기술성과 혁신성을 보유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말한다. 소셜벤처는 민간에서 만들어져 각자의 기준과 정의가 있는 모호한 개념을 갖고 있지만, 사회적(경제)기업,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 형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소셜벤처 판별 기준을 만들고, 소셜벤처 판별 사업과 임팩트 보증, 임팩트 컨설팅 등 다양한 소셜 벤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의 소셜 벤처 판별 기준은 사회성과 혁신성장성으로 나뉜다. 이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소셜 벤처의 정의를 포괄하기 위한 기준이다. 각 기준은 12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판별표에 의한 점수 합계가 70점을 넘기면, 소셜 벤처로 분류될 수 있다. (Exhibit 4,5) 

Exhibit 4. 소셜벤처 사회성 판별표

출처: 기술보증기금 SV 가이드

Exhibit 5. 소셜벤처 혁신성장성 판별표

출처: 기술보증기금 SV 가이드

 순환경제에 필요한 재활용 생태계 환경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영위하는 수퍼빈은 사업성과 혁신성장성 차원에서 모두 소셜벤처 판별 기준을 충족한다. 사회성 차원에서는 사회적경제 정부포상 소셜벤처 분야 대통령상을 표창 받은 적 있으며(사회성 판별표 항목 8), 주 사업인 네프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사회성 판별표 항목 2) 때문이다. 또 혁신성장성 기준에서는 기술보증기금의 벤처 기업 인증(혁신성장성 판별표 항목 1)을 받았기 때문에 즉시 충족이 가능하며, 인공신경망 분석에 근거한 복합적 물체 인식시스템 및 방법’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혁신성장성 판별표 항목 8)과 상시 종업원 10인 이상 기업으로, 고용인원의 연평균 증가율이 20% 이상(혁신성장성 판별표 항목 4)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퍼빈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셜벤처로 여러 행사와 뉴스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퍼빈의 떠오르는 지원군, 임팩트 VC/AC

 그러나 기술보증기금의 사회성 판별 지표는 기존 재활용 생태계를 개선하여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수퍼빈만의 소셜벤처로서의 정체성과 임팩트를 제대로 나타내지는 못한다. 기술보증기금의 판별 지표는 소셜벤처의 범주 아래 있는 모든 조직을 포함시키기 때문에 각 기업이 내고자 하는 사회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ESG 경영 요구 강화에 따른 글로벌 시장 환경의 변화가 수퍼빈에게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 기회를 가져왔다. 그리고 앞으로 수퍼빈이 소셜벤처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확장할 수 있는 두번째 기회는,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성장에 있다.

임팩트 투자 시장은 ESG 투자 시장과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ESG 투자 시장은 기업이 창출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면, 임팩트 투자는 사업이 사회에 가져올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 시장은 비즈니스 성장 동력과 임팩트 창출 메커니즘이 함께 움직이는 ‘공진성’을 배경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는 2.3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시장이 형성됐다. 국내에서는 인비저닝파트너스, 소풍벤처스, MYSC 등이 임팩트 투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수퍼빈의 사회적 성과와 임팩트 키워드

 임팩트 투자 시장 활성화에 따라 임팩트 측정 기법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 임팩는 국내에서는 사회적 가치로 알려져있는데, 정성적 방법과 정량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임팩트 측정은 서술식의 정성적인 평가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정량적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정량지표를 테마로 연결시키거나 점수로 변환하여 비화폐가치 방법(SDGs, IRIS+ 등)과 별도의 산정식을 만들어 화폐가치로 측정한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비화폐가치는 서로 다른 주제 간의 비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와 함께, 기업들간의 비교가 용이한 화폐적 가치 산정 방법(SROI, SPC 등)이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수퍼빈이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창출한 임팩트에 대한 화폐 가치를 중심으로 성과를 구성하여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비화폐가치와 정성적 지표로 기업 활동을 보충하여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어야한다. 

 기업 활동의 임팩트를 측정하는 기법으로 사회적가치연구원이 개발한 임팩트 IVM 가이드라인을 들 수 있다. IVM 가이드라인은 인지(Identification) – 평가(Valuation) – 관리(Management)의 과정으로 기업의 임팩트를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임팩트를 인식하는 단계인 Identification을 거친 후, 그것을 화폐가치로 추정하기 위한 산정식을 구성하고 계산하는 Valuation 후, 임팩트 KPI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Management 단계를 거쳐 임팩트 측정 원칙을 제공한다.

 IVM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임팩트 측정의 첫번째 발걸음은 임팩트 키워드를 발굴하는 것이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임팩트 IVM 가이드라인에서 Identification의 방법론으로 임팩트 측정 글로벌 협의체 IMP(Impact Management Project)의 ‘임팩트의 5가지 차원(5 Dimensions of Impact)과 IRIS+의 Impact Theme을 활용한다. IMP는 임팩트의 5가지 차원을 결과(What), 이해관계자(Who), 정도(How much), 기여도(Contribution), 위험(Risk)으로 정의했다. 이때 인식된 임팩트 키워드는 화폐가치 환산과 KPI 관리에 활용된다. 

 수퍼빈은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재활용 생태계 구축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갖고 있다. 수퍼빈은 네프론을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증진시키는 활동으로 소셜벤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또 ‘수퍼루키’, ‘수퍼큐브’ 등의 활동으로 순환경제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시장 내 유일한 보상금 체계와 대면 회수 채널 ‘수퍼모아’를 통해 시민들의 이윤 창출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수퍼빈의 비즈니스 활동은 다양한 임팩트 키워드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산된 임팩트 화폐 가치는 더 많은 투자와 새로운 사업 기회의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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