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힐링페이퍼
저자: 라이스페이퍼 팀 / 이은비, 한가현, 정보명 (상명대)
지도교수: 권기환 (상명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4명의 의사
2022년 5월 26일,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던 의사 A 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한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을 통해 환자 1312명을 소개받은 대가로 해당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 2100여만 원을 지불했다. 이 혐의로 2021년 7월 약식기소되자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함께 약식기소된 다른 3명의 의사는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해당 플랫폼 또한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을 파악했고,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 플랫폼의 이름은 ‘강남언니’로, 홍승일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미용의료 플랫폼이다. 2012년 7월 13일 설립된 힐링페이퍼는 현재 ‘강남언니’라는 앱을 운영하며 유저에게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등 비급여 병원의 의료광고 및 정보, 이용자 후기를 제공하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 380만 명, 입점 병원은 1800곳이며 국내 미용의료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긴 했지만, 2015년에 정식 서비스를 런칭하여 2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고 2019년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성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언니의 탄생
재판 결과를 앞둔 전날 밤. 자신이 운영 중인 플랫폼의 참여자가 벌금형을 받고, 대표인 자신 또한 징역에 처할 위기에 놓인 홍승일 대표는 밤새 깊은 생각에 잠겼다. 10년 전, 큰 비전을 가지고 현실에 부딪히며 열정 넘치던 창업 초기 시절을 떠올렸다.
힐링페이퍼를 창립하던 2012년, 의대생이었던 그의 첫 사업은 건강관리서비스에서 출발했다. 그는 ‘환자와 가족, 의료인과 함께 만드는 치유의 기록’이라는 힐링페이퍼 어플을 통해 암 환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암 환자가 원하는 것은 커뮤니티가 아니라 치료였고, 그는 유저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홍승일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치료는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적인 관리는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개인건강기록으로 요약되는 PHR(Personal health records) 플랫폼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를 위한 서비스로 힐링페이퍼를 피봇했다. 이 도전은 중소기업청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사업 및 정보통신진흥원 혁신개발센터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실패했다. 또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서비스를 제공하던 2013년에 국내 55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5%로 서비스의 타겟 집단인 50~60대 당뇨, 고혈압 환자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매우 낮았다. 간혹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많은 어플을 이용하지 않았기에 사용자를 모으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렇게 2년간 ‘매출 0원’을 기록하며 사업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홍승일 대표는 의료 시장에서 자신이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며 사업 기회를 엿보았지만,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으며 급여 시장에서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급여 시장에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미용의료 시장은 불법 브로커나 유령수술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었으며, 공급자가 가지고 있는 의료 정보와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의료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존재했다. 이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일부 병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명 병원들이 미용의료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소규모 병원들은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고 이로 인한 문제는 소비자의 정보 부족과 기대 이하의 미용의료 서비스로 이어졌다. 홍승일 대표는 미용의료 시장의 문제점을 발견해, 두 번 실패했던 경우와 달리, 실제로 고객의 니즈가 존재하는 시장을 포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을 활용해 미용의료 정보를 투명화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잠재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여러 사용자 여정 중 병원 선택 직전 단계인 ‘학습’ 과정에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18세~24세 여성을 타겟으로 잡아, 시장은 작아 보여도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 강남언니 서비스를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강남언니’는 이렇게 탄생했다.
미용의료 시장을 밝혀보자
홍승일 대표는 미용의료 시장을 밝히고자 했던 자신의 노력을 떠올렸다.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만 할까?”
시장의 잠재 기회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우선 기존 시장의 질서를 깨야 했다. 기존 시장에서는 이용자가 많고 유명한 대형 병원들이 주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용의료 시장은 대형 병원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정보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홍승일 대표는 이러한 기존 시장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최대한 많은 병원이 ‘강남언니’에 입점해 가격, 수술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길 원했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의 기존 미용의료 시장에 익숙했던 대다수의 병원과 의사들은 새로운 형태인 ‘강남언니’ 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했다.
이에 홍승일 대표와 의학전문대학원 동기였던 박기범 부대표는 성형 수술에 관심 있는 일반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하고자 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 병원도 강남언니 입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많은 사용자를 확실하게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하던 중 그들이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자동차 수리 서비스 업체였다. 2013년 2월에 출시된 ‘카닥(Cardoc)’은 자동차의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애플리케이션에 올리면 입점 수리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고, 무료로 채팅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Exhibit 1).
Exhibit 1. 자동차 외상수리 견적 서비스 ‘카닥(Cardoc)’
출처: 아주경제
홍승일 대표는 가격 비교가 힘든 미용의료 시장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고객이 얼굴 사진을 세 장 찍으면 역경매 방식으로 병원이 견적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안한 것이었다.
강남언니에 참여할 병원을 설득하기 위해 공동창업자 박기범 부대표는 압구정 일대에 있는 성형외과를 돌아다니며 직접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15년 1월, 강남언니는 ‘성형외과 견적 서비스’로 실제 니즈가 있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Exhibit 2).
Exhibit 2. 강남언니 초기 성형 견적 서비스
출처: 힐링페이퍼
출시 후 1년 동안 성과는 대성공이었다. 피봇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유저 지표의 J커브를 처음 경험했다. 특히 이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이뤄낸 수치였다. 이전의 건강관리사업과는 완연히 달랐다. 강남언니는 ‘가장 간절한 사람이 반드시 사용할 만한 서비스’라는 가치를 제공했다(Exhibit 3).
Exhibit 3. 강남언니 출시 후 1년 간 성과 추이
출처: 힐링페이퍼
*홍승일대표 강연(2021) 자료를 재가공
견적 서비스를 통해 ‘강남언니’는 많은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핵심 시장 참여자 그룹 중 하나인 입점 성형외과의 수도 늘어나며 네트워크 효과를 실현했다. ‘극도의 투명함’, ‘극도의 솔직함’, ‘극도의 협업’을 핵심가치로 삼았던 홍승일 대표는 이용자 중심으로 기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PMF의 붕괴를 불러오다
견적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남과 함께 새로운 위협도 등장했다. ‘강남언니’에 참여하는 병원이 많아지면서 스타트업의 핵심인 PMF(Product Market Fit)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병원 간 경쟁이 과열됐고, 견적을 받았음에도 아예 병원을 찾지 않는 이용자가 생기기 시작하여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반복하는 무성의한 견적을 제공하는 의사와 병원들도 늘어났다. 이로 인해 이용자의 불만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한 때는 PMF가 맞았던 기능도 성장함에 따라서 PMF가 안 맞게 된다는 것을 배워서 그 다음부터는 미용의료 후기 기능을 많이 강화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해결책을 모색하던 홍승일 대표는 미용의료 시장에서 소비자의 병원 선택 기준이 ‘가격’이 아닌 ‘정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용 후기 기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쉬운 성형수술이라고 해도 부작용 걱정이 많이 되니까 최소 2~3개월은 인터넷이나 입소문 통해서 공부하고 가는 것 같아요. 비용이 너무 싸기만 해도 의심이 먼저 들죠. 평생 함께 갈거라고 생각하니까 수술 결과와 담당 의사 정보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강남언니 유저 A 인터뷰
블로그나 카페에 중구난방으로 올라오는 후기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표준 양식을 정해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양식에는 가격대, 병원 장비, 친절도, 만족도 점수가 포함되었고 이용자들은 이렇게 올라온 병원 정보와 이용 후기를 수술 부위별로 세분화해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 수의 증가로 이어졌으며 새로운 네트워크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2021년 5월 ‘강남언니’에 입점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2%가 ‘강남언니’를 적극 추천했고 2021년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0만 명에 달했다. 후기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은 ‘강남언니’는 일본 진출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후기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미용의료 플랫폼인 ‘루쿠모’를 인수하여 일본 진출의 발돋움이 되고자 하였다.
그러나 후기 확보 과정에서 생각지 못했던 위협이 발생했다. 이용자들의 자발적 후기가 아닌 병원의 할인 이벤트나 강요로 인한 후기 작성 사례가 많아지면서 불투명한 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었다. 홍승일 대표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이에 대응해 나가야만 했다.
첫 번째로 영수증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후기에 성형 및 시술에 대한 영수증 사진을 함께 첨부하고 ‘강남언니’ 운영팀에서 진위 여부를 검수한 후, ‘영수증 인증’ 확인 태그를 달아주는 방식으로 불법 브로커나 가짜 리뷰를 차단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성형 및 시술을 받은 사람만이 후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Exhibit 4).
Exhibit 4. 영수증 인증 태그가 달린 후기
출처: 힐링페이퍼
5개월 뒤에는 가짜 후기에 대한 패널티 정책을 실시했다. 사후 모니터링과 사용자 신고로 일주일간 앱 내 광고 금지 등의 패널티를 병원에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모든 입점 병원의 행위에 적용되었다. ‘후기 작성 강요’, ‘후기 작성 시 할인’, ‘대리작성을 위한 계정 양도 요구’, ‘후기 보증금 요구’ 등을 통해 가짜 시술 후기를 유도하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었지만 ‘강남언니’는 패널티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고 볼 수 있도록 도왔다.
힐링페이퍼는 이렇게 질 좋은 후기를 확보하여 왜곡된 PMF를 개선하였으며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강건히 이어나갈 수 있었다. 시술 선택 단계에 집중해 시작했던 사업은 점차 사용자 여정의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Exhibit 5).
Exhibit 5. 사용자 여정 중심의 성장과 확장
출처: 힐링페이퍼
*홍승일대표 강연(2021) 자료를 재가공
기존 의료계의 공격이 시작되다
홍승일 대표는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강남언니’를 성장시키면서 ‘드디어 스타트업이 업하게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두 번의 사업 실패를 겪으며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이제는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즈음,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이 홍승일 대표를 가로막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시장참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기존 의료계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인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무분별한 비급여 가격 할인, 이벤트 제공,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치료경험담을 제공하며 건전한 의료 시장을 붕괴시키는 데 일조하는 가치파괴적 플랫폼으로 ‘강남언니’를 바라보았다.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의 그간 노력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른 환자유인행위나 의료법 제56조 제2항에 따른 의료광고 금지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라 주장했다(Exhibit 6) (Exhibit 7).
Exhibit 6. 의료법 제27조 제3항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Exhibit 7. 의료법 제 56조 제2항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각 호의 내용을 생략하여 인용함)
“해당 성형 앱의 위법성을 간과한 채 해당 성형 앱과 계약하여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 상기와 같은 금지 규정 위반에 따라, 공동 정범 또는 교사, 방조법 등으로 처벌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 의사협회 관계자
2019년 4월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의 발언은 청천벽력이었다. ‘강남언니’와 함께 했던 기존 병원과 이용자들에게 두려움과 망설임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성형 앱과 계약하여 광고를 진행할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는 입점 병원을 확보하는 데에 위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홍승일 대표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동시에 ‘강남언니’가 건전한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려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만 했다.
“환자 유인이나 알선행위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하면 우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사실, 마음 한 편으로는 울분이 가득했다.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 나오면 어떤 시장이든 시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비자가 투명하게 견적을 받아보는 것, 라이브로 영상 상담을 하는 것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이것을 유인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정보제공이고 마케팅이기 때문이 우리는 합법적이라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극도의 협업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홍승일 대표와 힐링페이퍼의 구성원들은 대한의사협회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강남언니’의 핵심 가치였던 ‘극도의 협업’을 다시금 떠올렸다.
“협업(Collaboration)은 일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분업과 협력을 포함한 여러 도구를 사용해서 하나의 목적을 함께 달성하고자 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 강남언니 공식 블로그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영향력이 막대한 대한의사협회의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던 2019년 하반기를 지나면서 힐링페이퍼는 ‘Kill the Company’ 방법론을 도입했다. 스스로를 적대적인 이해관계자라고 가정하고 모든 노력을 동원해 힐링페이퍼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한 전략, 즉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최후의 극단적 대안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힐링페이퍼 죽이기 프로그램, 일명 킬링페이퍼(KillingPaper)는 구성원들에게 관점을 뒤집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환자 유인이나 알선 행위를 경계하기 위해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끼워팔기, 조건 할인판매 등을 완전히 금지시켰다. 의료 광고 또한 핵심 규정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기에 3단계의 의료 광고 검수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1단계에서는 병원이 먼저 광고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인공지능(AI) 검수봇’을 제공하였고, 2단계로, ‘강남언니’ 운영팀에서 의료법에 근거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광고를 승인했다. 2020년 10월에 추가로 도입한 3단계 ‘의료 광고 명예 감별사’는 의료 광고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소비자 참여 방식이었다. 앱의 의료 광고를 통해 병원 상담까지 완료한 유저를 대상으로 매달 약 1000여 명에게 문자/전화 조사를 진행하여 ‘광고 기재 가격과 동일했는지’, ‘원하지 않는 추가 시술을 권유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모니터링했다(Exhibit 8).
Exhibit 8. 3단계 의료광고 검수 과정
출처: 힐링페이퍼
이러한 노력을 통해 힐링페이퍼는 자체적으로 의료 광고 규정 관련 위반 위험성을 차단함으로써 향후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방비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만으로 대한의사협회의 목소리에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전문성을 지닌 직접 이해관계자들의 집중된 공세는 집요하게 이어졌다. 이후에도 의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 제기했고, 광고 뿐만 아니라 ‘강남언니’ 서비스 자체의 불법성 논란 역시 지속되었다.
“배달 플랫폼의 경우, 가맹점과 구매자에게서 돈을 받는다. 이것은 물건이라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환자 정보와 의료 행위를 돈을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 과연 옳고 도덕적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 황규석 강남구의사회장
홍승일 대표는 힐링페이퍼 역시 전문기관의 공신력 있는 의견을 통해 ‘강남언니’가 합법적이며, 나아가 도덕적인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 고민 끝에 ‘강남언니’는 2021년 7월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신속처리 절차를 신청했다.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얻고 유사한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진행함으로써 힐링페이퍼는 마침내 의료광고 및 후기에 대한 합법 검토 의견을 받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역시 ‘강남언니’의 의료 광고 내 비급여 진료 가격, 환자 치료 전 사진 게재가 모두 합법이며, 사용자 후기도 몇 가지 조건을 준수한다면 합법적인 운영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강남언니’는 자체적인 검수 시스템, 그리고 전문기관의 공식적인 합법 의견을 통해 규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수익모델이 강남언니의 발목을 잡다
힐링페이퍼의 비즈니스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받아냈지만 사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직접적인 문제는 수익구조에서 터졌다. ‘강남언니’가 미용의료 시장에 도입했던 수익 창출 방식을 검찰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게임의 룰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의료 분야에서 구축해온 전문성이 훼손되기 시작했다는 두려움이 결합되면서 대한의사협회는 더욱 집요하게 ‘강남언니’를 공격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주장을 반영하여 사업 초기 홍승일 대표는 ‘강남언니’ 가입자에게 입점 병원의 시술 상품 쿠폰을 판매하고 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수익모델을 운영해왔다. 그렇지만 현행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강남언니’는 유사 선행 업체가 운영했던 동일 수익모델의 의료법 위반 논란을 인지하고 바로 2018년 11월 해당 수익모델을 폐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초기 수익모델은 ‘강남언니’의 발목을 잡아 결국 재판에 넘겨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재판으로 인해 힐링페이퍼를 믿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홍승일 대표와 힐링페이퍼는 서비스 초기 당시 수익모델의 합법성을 더욱 면밀히 검증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 힐링페이퍼 입장문
뒤늦은 판단으로 인해 홍승일 대표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었다.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라는 비전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미용의료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부적절한 수익모델로 인해 힐링페이퍼는 플랫폼 참여자들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2심을 앞두고 남은 한계
2022년 1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 결과 홍승일 대표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용자를 확보하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의료 정보 투명화’를 통해 시장의 잠재적 기회를 실현하고자 했지만 규제를 완전히 뛰어넘을 방안을 찾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수수료 수익모델을 폐기한 ‘강남언니’는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피드백 고리를 약화시키지 않을 새로운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했다. 홍승일 대표는 유저 액션별(CPA), 페이지뷰별(CPV)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병원에 상담을 신청하면 병원으로부터 클릭당 과금 형태의 광고비를 얻어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익모델을 변경한 이후에도 의료법 위반에 대한 잡음은 계속되었다. ‘강남언니’의 파트너사였던 병원들은 입점 시 최소 대략 220만원의 충전금을 내야 했다. 이후 ‘강남언니’ 앱을 통해 최종 이용자가 상담을 신청하거나 시술/수술까지 이어질 경우 일정 금액이 충전금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과금이 이루어졌다. (Exhibit 9).
Exhibit 9. 강남언니 입점병원의 시술, 수술가 별 차감 포인트
출처: 힐링페이퍼
‘과금 방식 자체가 문제였던 것일까?’, ‘구체적인 과금액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제 한 시름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홍승일 대표의 고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힐링페이퍼의 불법성 여지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법률적 공격과 관련하여, 스타트업 규제를 다루는 한 변호사는 “광고료라고 해서 광고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대가인 진료비의 일부를 광고료로 받았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그 실질 내용이 중개료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계약명이 ‘광고계약’ 대금명이 ‘광고료’인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에요. 결국 실질이 무엇인지를 법원에서는 판단하게 된답니다.” -법무법인미션 옥다혜 변호사
재판 초기 수수료 모델로 인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것과 달리, 현행의 수익모델인 과금 방식 또한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판 결과에 항소하여 2심을 앞둔 시점에서 홍승일 대표는 ‘강남언니’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있는 다수의 핵심요소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장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위법한 수익모델이 될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홍승일 대표는 2심 재판을 준비하며 다시금 고통스러운 시름에 잠겼다.
“스타트업에게 규제는 과연 넘을 수 없는 장벽일까? 힐링페이퍼는 이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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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강남언니. (2022). 신규병원 입점 무료 프로모션.
구교윤. (2022.7.23.). 강남언니vs바비톡…미용의료 시장 경쟁 ‘점입가경’. 데일리메디.
URL: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886572
권오석. (2020.01.02). [벤처가 희망이다-중]①규제·이익단체 몽니로 위기 “시련 딛고 도약”. 이데일리.
URL: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95606625633784&mediaCodeNo=257&OutLnkChk=Y
김철현. (2021.06.16). 강남언니, 가짜 시술후기 쓰는 병원에 패널티 정책 실시. 아시아경제.
URL: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61610132255008
박다영. (2019.06.27). [인터뷰] 홍승일 대표 “’강남언니’ 앱, 새로운 의료 정보 마케팅입니다”. 뉴스핌.
URL: https://www.newspim.com/news/view/20190626001124
박민욱. (2021.03.12). ‘성형 앱’ 성장 속 의사들 우려 “배민과 차원 다른 의료행위”. 메디파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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