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수퍼빈
저자: ESG워너비 팀 / 이아현, 권순탁, 유하빈, 고수진 (명지대)
지도교수: 심준용 (명지대)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가치로 운영되는 수퍼빈은 김정빈 대표가 2015년에 설립한 기업이다. 김정빈 대표는 아파트 관리비 내역 중 폐기물 판매 수익을 보고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분리수거를 하는 개인에게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주면 어떨까?’ 폐기물 판매 수익은 입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판매해 얻은 수익인데 정작 입주민인 자신은 그 혜택을 체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분리수거를 하는 개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고자 플라스틱을 넣으면 돈을 돌려주는 기계, 네프론을 만들었다.
시작은 네프론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김정빈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쓰레기 처리 시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수퍼빈을 통해 새로운 쓰레기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수퍼빈은 김정빈 대표의 다짐대로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반드시 업사이클 되도록 수거 체계를 변화시키고 그에 대한 부가가치를 재활용 참여자에게 돌려주며 지속 가능한 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것으로 새로운 재활용 생태계를 이루고자 한다.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재활용을 문화로 받아들이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네프론 사업을 발전시키기로 했다. ‘수퍼루키’ 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재활용 교육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체험형 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수퍼루키는 캔, 페트를 교내에 설치된 네프론에 투입하면 투입한 자원만큼 ‘씨앗’으로 적립해 주는 환경 교육이다. 적립된 씨앗은 학교 정책에 따라 교내봉사시간 인정, 자원 판매금 제공, 기부 등에 활용된다. 수퍼빈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쓰레기 문제와 재활용 활동에 참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면서 네프론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수퍼빈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다. ‘수퍼큐브’ 사업은 단기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현장에 직접 나가 순환자원 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행사 목적이나 방문객 특성에 맞춰 다양한 놀이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다짐은 단순히 순환자원을 회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쓰레기로 쇼핑하는 쓰레기마트’, ‘재활용을 맛보다, 쓰레기카페’와 같은 사업으로 이용자들이 재활용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학생들은 캔과 페트 등 쓰레기로 쇼핑이 가능한 신개념 마트를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모두가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수퍼빈의 모토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 김중기 부안여고 교사
더불어 쓰레기를 주우며 달리는 기부 플로깅 행사, 일명 ‘쓰줍달’이라고 불리는 행사는 다양한 유명 인사와 협업하여 플로깅과 기부를 권장하며 참여자들의 많은 성원을 받고 있다.
김정빈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제품 서비스 중심에서 가치 설계 관점으로 변화했다고 믿는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소비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해 기업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이며, 그 제공 가치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퍼빈은 폐기물을 재가공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순환 경제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자 하며, 이는 그들이 생각하는 ‘소비하고 싶은 가치’이다. 수퍼빈은 이 가치에 더욱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사업 ‘수퍼아머’를 구상하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재활용품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 절차는 6단계를 거친다. 먼저, 각 가정에서 ①분리, 배출한 폐기물을 ②수거 업체에서 폐기물 선별장으로 옮기면 ③선별 업체가 재활용이 되는 것들을 골라낸다. 그 후 ④재활용이 가능한 일부는 재생원료를 만드는 업체로 전달되고, 재활용이 어렵거나 돈이 안되는 폐기물은 소각장 또는 매립장으로 향한다. ⑤소재 회사로 간 폐기물은 분류되어 화학적, 물질적 회수 절차를 밟는다. ⑥이 과정을 통해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가공된 폐기물은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재활용 폐기물을 포장재 재질별 등급 기준에 따라 3등급으로 구분하면 종이팩은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비율이 더 높지만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려운 2-3등급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페트병 중에서 재활용이 용이한 1등급 포장재는 겨우 0.1%에 불과하다(Exhibit 1).1
Exhibit 1. 재활용 폐기물 재질별 등급기준
출처: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연구소(2015)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재활용 폐기물을 선별하고,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대부분 민간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재활용 폐기물 처리 시 지자체에서 민간 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재활용 업체는 총 6,535곳으로 폐기물 종류별 일평균 발생량 534,055톤과 비교하자면 이는 턱없이 모자라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폐기물 처리업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폐기물 처리업은 중소업체들이 주도해왔기에 높은 업무 수준을 보이기 어려웠습니다. 대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ESG 경영 기초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성화 뉴스워치 기자
폐기물 처리와 관련하여 높은 진입규제로 환경오염의 위험을 막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재활용품을 원료로 완제품을 생산하고자 하는 재활용 업종에 대한 진입을 완화하여 재활용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진짜’ 재활용을 위한 접근: 충돌을 현명하게 극복하자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되지 않는 재활용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활용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2의 개편을 주장했다.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팩이나 공병 보증금 제도를 운용하며 재활용이 용이한 상태로 수거 가능한 유리병과는 다르게 페트병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페트병은 재활용 폐기물로 분류돼 정부가 이를 운송, 선별하는 폐기물처리사업자에게 EPR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PR 제도는 대개 수거된 플라스틱 무게를 측정하여 값을 매기기 때문에 중간 단계를 담당하는 폐기물 수거·선별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는 폐기물을 선별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EPR 지원금을 위해 더 많은 폐기물을 수거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영전략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현재의 EPR 제도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자원화되지 못하는 페트병의 수가 많았고 이를 배출단계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매우 낮은 수준의 페트병 재활용률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률을 개선할 수 있다면 수요가 많은 폐플라스틱은 다른 재활용 쓰레기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재활용 페트병 보증금 제도3를 제시했다. 하지만, 페트병에 보증금을 지급하고 나면 결과적으로는 분리수거 폐기물의 중량이 줄어들고, 감소한 무게만큼 EPR 지원금 역시 감소되기 때문에 폐기물처리사업자들은 김정빈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짜’ 재활용을 위한 접근: 제대로 수거하자, 네프론
김정빈 대표가 주장한 보증금 제도는 페트병 재활용률을 개선하여 시장 참여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수 있었지만 폐기물처리사업자들과의 충돌이 생길 수 있어 쉽게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수퍼빈은 여전히 EPR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수퍼빈은 사업을 EPR 지원금에 의존하면 쓰레기의 질이 아닌 양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기존에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형태의 생태계를 꾸리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했다. 또한 기존 사업자들과의 마찰이 심화될 것도 분명했다.
수퍼빈은 기존 시스템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공존을 추구하는 사업모델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거 업체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수퍼빈은 최근에 개정된 법률4을 중심으로 시장 변화에 집중하여 기존 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한 영역의 자원(Bottle to Bottle5이나 플라스틱 및 배달용기)을 재활용사업에 이용했고 ICT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해야 했다.
김정빈 대표는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했다. 수퍼빈의 ‘네프론’이라는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 로봇이 그 중심에 있다. 네프론은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스스로 학습하여 순환자원을 회수하고 인식한 순환자원을 기계 내부로 투입하여 압착시킨 후 저장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 다양한 과학 기술이 동원된다.
네프론은 4,000만 장에 달하는 폐기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이미지 데이터를 토대로 폐기물의 종류를 인식한다. 그 후 재활용이 가능한 캔과 페트만 골라내기 위해 인공지능(A.I)이 동원된다. 수퍼빈은 네프론 기기 자체에서 새로운 형태의 쓰레기나 캔 속의 오염도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거나 쓰레기 선별의 정확성이 낮아 재활용 쓰레기의 부가가치가 하락하여 수퍼빈의 손실로 귀결되는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투명 PET 자원 수거 시에 이물질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이물질의 혼입을 방지할 수 있도록 네프론을 설계하였다. 이물질 혼입 방지 설계는 이물질을 최소화한 순수 투명 PET만이 수거될 수 있도록 네프론을 구현하여 수거 자원의 부가가치 하락을 막고 있다.
수퍼빈은 인공신경망 분석에 근거한 복합적 물체 인식 시스템 및 방법을 통해 폐자원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독하고, 디지털 정보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함으로써 수요자가 요구하는 자원을 원하는 시점에 매입하고 수요할 수 있도록 매칭하는 시스템을 구현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판독하고, 전용 물류 인프라를 통해 자원의 순도를 유지하며, 친환경적 설비를 갖춘 자체 소재화 공정의 활용 등 프로세스를 계획한다.
기존 쓰레기 수거 절차는 배출에서 시작해 재활용 또는 소각·매립에 이르기까지 여섯 단계를 거치는 반면, 네프론은 선별·압축→운반→재활용 세 단계로 수거 절차를 단순화시킬 수 있다. 기존의 복잡한 쓰레기 수거 절차는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와 그렇지 못한 쓰레기가 섞이고 분류가 어려워 제대로 재활용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수퍼빈의 재활용 분류 정확도는 98%6에 이르기 때문에 무방비하게 소실되는 쓰레기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Exhibit 2).
Exhibit 2. 폐기물 처리 절차 개선
수퍼빈은 이렇게 수거한 페트병과 캔을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즉, 투명한 페트병을 모아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순 뒤 ‘플레이크’7라는 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만들어 순환자원 회수 업체에게 판매한다. 플레이크는 같은 무게의 플라스틱 쓰레기 뭉치보다 10배 이상 비싼 kg당 1,500원8에 거래된다.
하지만 김정빈 대표는 네프론의 성공적인 출시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기술 개발과 각종 연구뿐만 아니라 단순 고장 또는 수거 공간 부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의 원인은 제한적인 인프라가 가장 크다. 네프론은 회수 용량이 정해진 기계이기9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은 어쩔 수 없이 마주한 한계인 것이다. 네프론이 처음 도입되는 지역에는 기존 운영 데이터에 근거한 설치 대수를 제안해도 예산 등의 이유로 충분한 대수가 설치되지 못했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네프론은 500대 정도이지만 수퍼빈 전체 회원은 약 28만 명으로 이용자 수에 비해 설치된 네프론 수가 부족해 자원으로 기계가 꽉 차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진짜’ 재활용을 위한 접근: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자원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퍼빈은 대면 회수 사업인 ‘수퍼모아’를 대안책으로 제시하며 네프론으로 쏠리는 이용자를 방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수퍼모아는 주기적으로 대량의 순환자원을 수집하는 사용자를 위한 대면 자원 회수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수퍼모아 라이센스를 취득한 사용자에 한하여 참여할 수 있으며 수퍼모아를 통해 고품질의 순환자원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3자 물류 도입, 네프론 기능 개선 및 수거 용량 확대 등을 고민하여 추진하고 있다.
또한 김정빈 대표는 근본적으로 수퍼빈이 추구하는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가치에 맞게 각 세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재활용 교육과 문화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새로운 재활용 문화를 구축하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용에 임한다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다양한 세대가 재활용 문화를 이해하고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수퍼빈은 네프론을 통해 대가 없는 분리수거 문화를 보상과 결합하여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별도의 마케팅 활동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을 유입하고 있다. 네프론은 ’네프론 설치 지역의 주민들만이 사용 가능한’ 제한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이용자들이 줄을 서서 사용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수퍼빈은 당분간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키기보다는 설치 및 현장 운영 서비스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진짜’ 재활용을 위한 접근: 재활용 놀이공원, 수퍼빈
“자원 투입 시 인공지능 로봇이 재활용 여부를 진단하고 포인트로 전환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아이들과 교사 모두 놀이하는 기분으로 재활용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김중기 부안여고 교사
수퍼빈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수퍼빈만의 독립적인 프로그램과 제품 등을 통해 재활용 교육과 각종 체험 등의 문화활동을 지속함으로써 재활용이 생활 속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이 곧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사용성으로 입증될 것이라고 본다.
수퍼빈은 네프론이 설치된 장소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 그중 ‘수퍼루키’ 사업은 학생들에게 재활용 교육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체험형 환경 교육’을 제공한다. 수퍼루키는 캔, 페트를 교내에 설치된 네프론에 투입하면 투입한 자원만큼 ‘씨앗’으로 적립해 주는 환경 교육이다. 적립된 씨앗은 학교 정책에 따라 교내 봉사시간 인정, 자원 판매금 제공, 기부 등에 활용된다. 수퍼빈은 이런 과정들이 쓰레기 문제와 재활용 활동에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Exhibit 3).
Exhibit 3. 수퍼빈 사업에 동참하는 아이들
출처: 수퍼빈(2021)
수퍼빈은 다음 세대를 위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 김정빈 대표는 수퍼빈이 지금과 다음 세대 모두를 위한 사회적 기반 조성의 초석이 되길 원한다. 또한, 폐기물의 자원화 사업을 통해 소통과 협업 방식의 설계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자본주의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문화로 가기 위한 고민: 재무 기반을 만들자
수퍼빈은 앞에서 제시한 기업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했다. 수퍼빈은 최근 네프론 사업의 급속한 확장, 소재가공 공장 등 신사업 준비로 신규 투자, 인재 채용에 대한 비용도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퍼빈은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적정한 매출원가율을 통해 매출총이익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판매관리비가 발생함에 따라 최근 3년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다(Exhibit 4, 5).
Exhibit 4. 수퍼빈 최근 3개년 매출총이익 정보
출처: 캐치(2022)
Exhibit 5. 수퍼빈 최근 3개년 판관비 및 영업손실
출처: 캐치(2022)
하지만 최근 수퍼빈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시리즈A 30억, 시리즈B 200억, 시리즈B Bridge 120억으로 총 350억 원의 규모이다. 이를 통해 현재 기업가치는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재무상태표 정보를 보더라도 자본이 증가하면서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수익성과 관계없이 수퍼빈의 성장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Exhibit 6).
Exhibit 6. 수퍼빈 최근 3개년 요약 재무상태

출처: 캐치(2022)
수퍼빈은 이와 같은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친환경성 모두 보존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네프론이 탑재한 원격제어와 IoT 기능 등을 활용한 회수차량의 동선의 최적화로 회수의 물류비용을 절감 및 탄소 배출 절감 등을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수퍼빈의 사업 방향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ICT를 폐기물 재활용 사업분야에 적용함으로써 비용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사업분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준비로 만드는 성과
수퍼빈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퍼빈은 올해 1월 기후 위기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경제 대전환을 완성하기 위해 화성시가 추진하는 화성형 순환 경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한다는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또한, 3월에는 강동구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한국 기업 최초로 ‘환경 노벨상-쓰레기 없는 세상’ 분야 중 어스샷 후보로 지명되었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전환과 사회 전반적으로 친환경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지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도 수퍼빈을 주목하고 있는데 네이버, 삼성디스플레이, 우아한 형제들, LG전자, 롯데쇼핑 등의 대기업들이 네프론을 사용하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 500대가 넘는 네프론이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있고 이 중 30대에 가까운 네프론을 네이버가 도입하여 사용한다(Exhibit 7).
Exhibit 7. 네프론 분포 지도
출처: 수퍼빈(2022)
하지만 김정빈 대표는 좋은 상태의 페트병을 수집해도 이후 가공라인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업사이클링이나 부가가치 확보가 불가능한 현실을 보며, r-PET Flake11 생산까지 사업영역 확대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자원의 선별, 수집, 물류, 가공까지 전 과정을 운영했던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퍼빈의 사업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재활용사업장 자체가 지역 내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많은 규제를 받고 있었기에 인허가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수퍼빈은 경기도 화성시에 플레이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해당 공장은 기존의 폐기물 공장과는 차별화한 친환경을 추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먼지, 소음, 악취 등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정빈 대표는 네프론이 한 명의 군사라면 공장은 군사들이 모인 강력한 부대로 보았다. 그렇게 새로 짓는 공장의 이름은 ‘수퍼 아머’가 되었다. 수퍼 아머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자원 순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자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사업 진출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수퍼빈의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서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초기에 투자자나 정부, 지자체 등에 제시한 계획들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며 극복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끝나지 않은 과제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시장 동향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재활용이 의무화되는 규제 등에 의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451억 달러에서 2026년 650억 달러로 연평균 7.5%씩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최근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 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재활용하는 데 필요한 법적 기준12을 완비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재활용 시장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 불편한 점은, 페트병 라벨을 제거하는 도구가 네프론에 별도로 부착되어 있지 않아서 미리 라벨을 제거한 상태로 가져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회수용 페트병과 캔 투입구의 위치가 청소년과 어른에 알맞은 높이에 있어서 초등생이나 어린이는 별도의 받침대나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도 조금 아쉽습니다. 어린이의 흥미를 높이고 어린이 혼자서도 참여가 쉽도록 투입구 위치를 약간 아래로 내리면 좋을 듯합니다.” – 김중기 부안여고 교사
재활용 시장이 활성화되고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고 해도 여전히 수퍼빈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전 세대를 아울러 재활용 문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가치에 맞게 지금의 서비스를 보다 개선하는 것이다. 수퍼빈이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안을 찾는다면 재활용 시장에서 더 굳은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이 비즈니스를 ‘쓰레기와 전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냥 돈 벌겠다는 각오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반드시 이길 겁니다.” – 김정빈 수퍼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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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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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기후위기 대응 최전선②] “AI로 쓰레기 거르고, 돈도 줘요”…대기업도 ‘눈독’ 폐기물 처리업체 수퍼빈”, 이투데이, 2022-07-05, https://www.etoday.co.kr/news/view/2150236.
김진원, “돈 되는 쓰레기…AI 로봇이 척척 골라주죠”, 한경경제, 2021.09.03,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82616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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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남희, “페트병∙캔 수거 단계부터 재활용 자원 선별, 그렇게 해서 줄어든 폐기물 처리 비용이 ‘사회적 가치’”, DBR, 2019.04, https://dbr.donga.com/article/view/1101/article_no/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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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범, “김정빈 수퍼빈 대표 “분리수거 로봇이 재활용품 넣으면 돈 주죠”, 한국경제, 2021.07.21,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205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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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 「폐기물 재활용실적 및 업체현황」, 2020.12, P.16.
주석
1. 1등급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구조이며, 2등급과 3등급은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구조로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2등급은 현재 기술 및 시장 여건상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재질∙구조이고, 3등급은 현재 기술 및 시장 여건상 개선 가능하고, 재활용시 문제를 야기하는 재질∙구조를 말한다.
2.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는 자원의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에 따라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이다.
3. 김정빈 대표가 제시한 재활용 페트병 보증금 제도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페트병∙알루미늄 캔 등에 보증금을 부과해 소비자들이 환급 등의 활동을 통해 순환경제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4.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관련 기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6 제11호의 규정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8조제3항의 규정에 따라 폐합성수지를 파쇄, 세척, 용융 등 물리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식품용기에 사용하려는 경우 구체적인 재활용 방법과 기준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5. Bottle to Bottle은 페트병을 잘게 부수고 세척하여 다시 페트병 생산원료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버려진 페트병으로 투명 페트병을 만들어, 계속해서 이 과정을 거친다면 이론적으로는 플라스틱을 무한재생해서 쓸 수 있다고 한다.
6. 임호범, “김정빈 수퍼빈 대표 “분리수거 로봇이 재활용품 넣으면 돈 주죠”, 한국경제, 2021.07.21,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2052721.
7. 플레이크란 재활용 공정에서 분리 배출된 페트병을 잘게 파쇄한 형태로 파쇄 후 비중분리 및 세척 과정을 거쳐 만든다.
8. 김진원, “돈 되는 쓰레기…AI 로봇이 척척 골라주죠”, 한경경제, 2021.09.03,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82616871.
9. 네프론 1대가 처리할 수 있는 회수 용량은 월 평균 500kg 이상이며, 일반적으로 네프론 1대가 꽉 차는데, 즉 최대 2500~3000개의 페트병이나 캔이 쌓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이다. 그만큼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고 정해진 회수 용량을 초과하게 되면 회수된 페트병을 수거하기 전까지는 활용이 어렵다.
10. 수퍼빈의 최근 3개년 재무상태표 상 자본의 구성 내역은 다음과 같다. 이를 통해 2020년과 2021년에 상당한 규모의 유상증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1. r-PET Flake란 Recycle Polyethylene Terephthalate Flake의 준말로 플라스틱 계열의 제품생산에 원료로 공급되는 재생 원료이다. 재생 PET Flake는 순도가 높고 다양한 용도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12.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규칙,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입법에 따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가능 유형을 추가했고, 열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개질·추출하여 연료전지, 수소차 충전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재활용 가능 유형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추가적으로 기존에 소각시설로 규정된 열분해시설을 재활용시설로 변경하여 열분해유 회수기준을 투입된 폐플라스틱 중량의 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열분해시설 특성에 맞는 설치·관리기준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