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힐링페이퍼
저자: 겟IT뷰티 팀 / 김서연, 우기쁨 (성신여대)
지도교수: 차용욱 (성신여대)
‘환자’가 아닌 ‘소비자’의 고민을 들여다보다
강남언니는 전 세계적으로 파편화된 의료정보를 한데 모아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수많은 미용의료 소비자들의 고민을 ‘IT’로 해결한다. 누구라도 합리적인 의료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업계 ‘최초’는 아니었지만 ‘최고’로 거듭난 이들은 국내 미용의료 앱 ‘최초’로 일본 진출에 성공하며 글로벌한 존재감을 펼치고 있다.
“수익을 내려면 ‘비급여 영역’을 노려야 한다.” 홍승일 대표가 이전 사업을 연달아 실패하고 얻은 깨달음이었다. 전통적인 ‘공급자(의료기관)’ 중심의 의료 시장, 특히 ‘소비자’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비급여 의료 시장’의 문제는 분명했다. 많은 소비자가 국내 성형외과 ⅓ 이상이 밀집된 강남에 직접 찾아가 발품을 팔더라도 한정적인 정보 속에서 시·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생겨났다. 강남언니의 실제 소비자이자 가상 페르소나(persona)인 나이뻐 양의 이야기1를 통해 과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처음부터 예쁜 첫 코 성형, 109만 원’, ‘나이뻐(21세)’ 양의 눈이 번쩍 뜨였다(Exhibit 1). ‘균형, 조화를 잘 봐주시는 원장님이 자연스럽게 해주셨다’라는 후기와 분명 더 오똑하고 얄쌍해진 코와 이전 모습을 한참 비교해 봤다. 후기가 많은 원장일수록 믿음이 갔다. CCTV가 있는지,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지,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나이뻐 양에게 강남언니 앱은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해결사’ 플랫폼이었다. 인구 1천 명 당 평균 성형 건수 13.5건으로 전 세계 1위, 총 시술 건수 7위, 성형외과 전문의 수 5위의 미용성형 강국이지만 ‘나이뻐 양’ 주위에는 성형 경험자가 없었다. 이렇게 시·수술을 경험한 지인이 없는 이들은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좌우하는 성형 수술을 부족한 정보를 기초로 선택해야만 했다. 불과 7~8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강남언니 같은 의료정보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방문할 병원을 4~5개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은 의료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면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Exhibit 1. 강남언니 소비자 ‘나이뻐(가명)’ 양 일러스트
출처: 집필진 작성
뷰티 플랫폼 스타트업 열전
‘의학’과 ‘IT’를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2007년 설립된 미국의 ‘리얼셀프(Realself)’는 2021년 1월 아랍권 플랫폼인 ‘타지밀리(Tajmeeli)’을 인수한 데 이어 5월 유럽과 중남미 지역의 플랫폼 허브인 YNS 그룹을 인수하면서 현재 17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고객 수는 1억 명에 달한다. 2013년 설립된 중국의 ‘신양(So-Young)’과 ‘겅메이(GengMei)’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이들의 MAU(Monthly Activity User)는 각각 330만 명과 840만 명으로 Z세대를 중심으로 성형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성형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언니’와 ‘바비톡’을 선두로 시술 위주인 ‘여신티켓’, ‘미클릭’, 가장 먼저 생겼지만 불법 알선 논란으로 현재 순위권에서 밀려난 ‘미인하이’, 원격의료(급여) 중심이지만 미용의료 항목도 포괄하는 ‘굿닥’, 새로 진입하는 업체까지 모두 포함하면 10개가 훌쩍 넘는 미용의료정보 앱이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헬스케어 O2O 플랫폼이라는 것이며 이러한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① 광고비 ②마케팅 관리 ③비대면 진료 중개 ④배송 서비스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Exhibit 2). 강남언니는 이 중 의료기관이 효율적으로 마케팅하고 구체적인 성과 측정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과형(CPA/CPV) 광고 플랫폼’2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해 ‘바비톡’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굿닥’과 ‘닥터나우’는 급여/비급여 항목에 대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 약 배송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성형·미용의료 시술 같은 선택비급여3 항목에 대한 서비스 또한 제공하며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hibit 2. 국내 헬스케어 플랫폼의 주요 영역
출처: 집필진 작성
국내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은 중점적으로 다루는 영역인 성형과 시술, 주력으로 강조하는 기능인 마케팅과 커뮤니티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Exhibit 3). 강남언니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초기에는 ‘성형’ 중심의 버티컬 플랫폼으로 포지셔닝 했으나 점차 다회성 소비가 가능하며 더 넓은 연령대를 타겟으로 할 수 있는 ‘시술’ 쪽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사용자 커뮤니티 보다는 병원의 마케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바비톡이 ‘성형톡’, ‘자유톡’ 등 카테고리를 나눠 커뮤니티 기능을 강조하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또한 지난 7월과 8월 출시된 ‘위픽뷰티’과 ‘헤이리본’은 각각 병원 마케팅 역량과 성형외과 전문의 플랫폼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미용의료정보 플랫폼이 속출하는 가운데 ‘강남언니’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선두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특히 창업자가 실제 의사라는 점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같은 의사로서 그러시면 안 되죠.”라며 거칠게 비판하는 이들도 몇몇 있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Exhibit 3. 국내 미용의료정보 플랫폼의 포지셔닝 맵
출처: 집필진 작성
의료계 ‘악역’ 자처한 소신
의대생의 진로가 꼭 의사일 필요는 없지 않나?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도 이른바 ‘딴짓하는 의사들’ 중 한 명이다. 연세대 의전원 3학년 학생이었던 그는 실습 과정에서 하루에 의사 1명당 맡을 수 있는 환자의 수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인식한다. 동기였던 박기범 부대표와 함께 기존 사업4을 피벗(pivot)해 런칭한 강남언니는 성형 의지가 확고한 소수에게 확실한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플랫폼으로 ‘3분 진료’의 한계를 넘고자 했지만, 가격 오픈 문제로 의료계 반발을 사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에게는 규모 제한적인 병원을 규모 가변적으로 변화시켜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양질의 의료정보를 알려주어 의료선택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신념 하에 병원 선택 직전의 ‘학습’ 단계 개선에 집중했다. IT 기술을 매개로 비전문가와 전문가 간에 존재하는 정보 격차를 해소하면, 고객 중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및 의사가 존중받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것이고, 결국 ‘혁신’과 ‘상생’ 모두 잡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아직 시작(start-up) 단계인 강남언니가 성장(scale-up)하며 기업가정신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초심’이자 ‘소신’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때 참고하는 소비자 후기를 한국의사협회의 강한 권한으로 광고로 해석했습니다. 의료가격 표시처럼 보건복지부가 권장하는 정보도 못 하게 하는 상황이라 스타트업 플랫폼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거죠. –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의협이 그간 정부의 독단적 4대 악 의료정책5 강행에 투쟁으로 대응해왔다. 투쟁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해 회원들의 실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를 잘 설득해서 국민과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의협을 만들겠다.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국민과 의사가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홍승일 대표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목표는 같다. 하지만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쓰는 후기를 두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료정보 투명화 측면에서 허위성의 불법 의료광고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서로 동의했지만, ①비급여 의료비 기재, ②치료 전후 사진, ③치료 경험담, 총 세 가지 쟁점에서 다른 입장이다. 이는 의료법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일본, 중국, 미국 등 의료광고 규제 기준을 정부에서만 만들고 있는 타국가들에 반해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주체이기는 하나 자율심의기구인 의협·치협·한의협에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한 상태이기에, 의료광고를 게재하는 플랫폼들은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 뿐만 아니라 ‘의협의 의료광고 사전심의 가이드’ 모두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두 기관의 제시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 이에 강남언니는 합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서비스 시작 초기부터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법률 자문을 참고해왔으며 업로드되는 후기의 불법성 여부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여러 정책을 하고 있다(Exhibit 4). 실제 강남언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2022년 4월 말까지 총 10만 2,000건의 의료광고를 직접 검수하였고 이 중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3만 2,000건은 입점 병원에 반려 조치하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hibit 4. 의료광고 규제 현황과 대응 정책
출처: 집필진 작성
O2O 플랫폼 서비스의 특성상 서비스 이용 고객 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며, 또 다른 중요 지표는 바로 ‘등록 가맹점 수, 즉 공급 경쟁력’이다. 커뮤니티 서비스는 먼저 유저를 확보해야 데이터를 쌓을 수 있고, 쌓인 데이터로 더 많은 유저를 확보했을 때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남언니는 초기에 어떻게 유저를 확보했을까?
차별화 전략으로 1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강남언니는 후발주자였다. 2012년 12월 출시된 바비톡이 이미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특정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6를 효과적으로 실현했음을 의미하고, 선도 기업이 이미 지배한 시장에서 신규 진입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지금은 1위 성형 앱 자리를 두고 바비톡과 경쟁하고 있는 강남언니도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앞, 옆, 전신사진 3장을 찍어 올리면 의사가 견적서를 보내주는 ‘성형 견적’ 서비스로 유저를 모으기 시작했지만 바비톡이 먼저 차지한 1등 자리를 빼앗기는 역부족이었다. 이용자의 30%가 강남언니를 믿고 얼굴 사진을 올리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불어난 이용자의 견적을 내느라 의사들은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견적만 받고 병원을 찾지 않는 이용자에 대한 불만으로 견적의 퀄리티가 낮아져 결국 이용자가 이탈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강남언니는 두 가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투명한 후기’를 더, 더, 더 세분화하는 데 집중했다. 온라인 포털 커뮤니티 카페와 선두기업의 후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표준화된 양식 없이 중구난방이거나 카테고리 항목이 너무 넓어 원하는 시술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디테일하게 세분화된 부위별, 시술별 후기를 제공하여 부위별로 원하는 후기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개인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홈 탭에 들어가자마자 시술을 고민하는 부위를 선택하는 페이지가 보이고, ‘코’ 항목 안에서도 고민별로 ‘낮은 코’, ‘넓은 코’ 등으로 나눠지며 ‘콧대(자가조직)’, ‘콧대(보형물)’ 등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술별로 후기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바비톡’은 이와 달리 홈 탭에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등장해 성형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1분 닥터’가 먼저 눈에 띄도록 하고, 부위별 분류만 제공해 해당 부위에 어떤 시술을 적용했는지 확인하려면 후기 텍스트를 먼저 확인하도록 했는데 사용자 후기보다는 의사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Exhibit 5).
Exhibit 5. 강남언니 vs. 바비톡
출처: 힐링페이퍼, 케어랩스
두 번째 차별화 요소로 소셜 미디어 브랜딩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Appendix 1). 2018년 1월 출시한 성형·시술 정보 중심의 ‘강남언니 방송반(전 강언TV)’7 채널은 출시 2년 만인 2020년 2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때 두 번째 채널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8 중심의 ‘강남언니’ 채널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힐링페이퍼의 황조은 홍보이사가 밝힌 바에 의하면, 직원 7명가량으로 구성된 영상 전담팀은 컨셉 기획부터 의료법 준수 여부를 검토해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강언TV’가 의사 출신인 박기범 부대표를 내세우며 전문적인 미용의료 상식을 쉽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강남언니’는 연습생 방강동을 주인공으로 한 ‘언니의 도전_기획사’ 시리즈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술 경험을 MZ세대의 취향 맞춤형 유머 코드로 녹여낸 ‘언니의 해석, 언니의 드라마’ 시리즈를 차례로 게시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올렸다. 이러한 전략은 ‘문화적 연관성(cultural relevance)’을 창출하기 위해 고안된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승승장구하던 4년 차 강남언니에게 찾아온 위기와 기회
2019년, 출시 4년 만에 가입자 180만 명, 입점 병원 1,500개를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강남언니에게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위기는 2019년 1월 강남구보건소가 강남언니와 의료기관들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2022년 의료법 위반으로 결국 기소됐다. 최근 한걸음 모델로 선정되는 등 상생 방안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의협과의 갈등에도 글로벌 큰손 레전드캐피털이 주도한 시리즈B 투자(185억 원)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확장 전략을 펼치게 된다. 트리거는 입점 병원 의사의 한 마디였다. “병원에 오는 일본인 10명 중 9명이 강남언니 스크린샷을 들고 온다.”라는 말에 1) 내부 데이터를 검증해보니 일본 일일 사용자가 전년도에 비해 300%(추정)9 가까이 올라 있었다. 2) 앱스토어에 “일본어판을 만들어 달라”는 후기가 여러 개 올라왔으며 3) 외부 채널인 트위터에서 강남언니의 정보를 번역해 공유하는 사용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렇게 강남언니는 이러한 시장 시그널을 감지하고 2019년 11월 일본 현지 사용자를 위한 크로스보더(Cross Border)용 일본어 버전 강남언니를 출시했다. 강남언니의 위기와 기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Exhibit 6).
Exhibit 6. 강남언니의 위기와 기회 타임라인
출처: 집필진 작성
COVID-19로 한 방 맞고, M&A로 두 방 날리다
Fail Fast,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시도를 거듭하며 보완하는 애자일의 가치를 나타낸다. 일본 진출 확정 1개월 만에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10)으로 런칭한 크로스보더 버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런칭 첫날부터 상담 예약이 발생했고, 첫 주엔 유저가 한국에 와서 실제로 수술까지 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후 일본 시장 특성에 맞게 적용하여 라인(LINE) 로그인, 일본 전용 위젯, 일본인 전용 수다방을 추가로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크로스보더와 맞물린 비즈니스 플라이휠은 가설을 검증하듯 매달 2배씩 성장하고 있었다(Exhibit 7). 그러나 3개월 만에 COVID-19가 터졌다. 정부의 일본인 무비자 입국 금지 및 기존 비자 무효 처분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크로스보더 사업이 위기에 놓였다. 이 여파로 상담 신청 건수가 2달 만에 -73%가 감소하고 매출이 줄어들며 ‘COVID-19 직격타’를 입게 된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비즈니스 플라이휠(business flywheel)이 COVID-19 위기 상황에서 정상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일본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Exhibit 7. Lucmo 인수 전 일본 시장 비즈니스 플라이휠(팬데믹 전)
출처: 집필진 작성
새로운 조치가 필요해진 시점, 한국 콘텐츠만으로 일본 유저들을 더 이상 모을 수 없게 됐으니 일본 콘텐츠를 보유해야 유저들이 다시 모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강남언니의 일본 콘텐츠 수는 약 ‘100건’. 고객을 유치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이렇듯 추가 콘텐츠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강남언니는 M&A라는 생존의 도구를 꺼내 든다. 동종업계 플랫폼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앞세워 당시 2위 서비스였던 ‘루쿠모(Lucmo)’를 인수하였고 이를 통해 약 10만 건의 일본인 후기 데이터를 강남언니에 통합시켰다. 실제 현지 콘텐츠 확보 이후, 후기를 보는 유저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가입 후 후기를 본 유저는 보지 않은 유저에 비해 그다음 달까지 강남언니를 쓸 확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월별 리텐션 지표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었다(Exhibit 8).
Exhibit 8. Lucmo 인수 후 유저 지표 변화 추이11
출처: 힐링페이퍼
가격 정보라는 함정,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정보는?
과연 미용의료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정말 무엇일까?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미용성형 관심도 수준으로 그룹을 나누고 병원 선택 요인을 비교했다(Exhibit 9). 결과를 보면 병원 선택 시 관심 수준이 낮은 그룹은 인적서비스를, 관심 수준이 높은 그룹은 병원 인지도를 가장 중요하게 인식했고 두 그룹 모두 시술 후 서비스를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관심 수준이 높은 그룹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한 요인은 병원 비용이었으며, 시술 비용보다는 병원의 인지도와 시술 후 서비스가 더 높은 영향을 미쳤다. 다른 연구는 2017년 강남언니의 리뷰 데이터 12,460건을 대상으로 명사 키워드 41,824건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로 앞서 언급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가격보다는 효과 키워드를 더 빈번하게 언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Exhibit 10).
Exhibit 9. 관심도에 따른 병원 결정 요인, 서비스 품질, 만족도, 재방문율 비교
출처: 김민희, 유선희 and 리순화. (2018)
Exhibit 10. 미용성형 및 시술 관련 키워드 순위 및 워드 클라우드
출처: 이소현, 손새아 and 김희웅. (2019)
물론 강남언니는 가격 말고도 CCTV 보유 여부, 마취전문의 상주 여부, 사후관리, 여의사 진료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가격 정보에 너무 많은 힘을 싣는 게 문제다.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가장 눈에 띄는 크기와 색으로 표시된 가격 정보는 소비자에게 강남언니를 성형 수술 정보 플랫폼이 아니라 ‘메뉴판’으로 오인하게 한다. 배너 광고의 ⅔ 이상을 가격 표시에 사용하며 싼 가격을 바탕으로 한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 보듯 고객이 진짜 고려하는 것은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강남언니 vs. 트리뷰 : 일본 1등 앱 승자는?
트리뷰(トリビュー, Tribeau)는 일본 미용의료정보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2017년 모우데이(毛 迪(モウ デイ))씨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국내외 성형정보 앱 창업자 중 유일한 여성인 모우데이 씨는 본인이 대학생 시절부터 성형·시술 정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앱을 만들었다. 다른 창업자들처럼 주위를 관찰해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문제였기 때문일까? 트리뷰는 다른 앱과는 다른 면이 많다.
첫 번째 특징은 병원 이름 옆에 표시하는 배너다(Exhibit 11). 바비 인형 같은 모델의 사진도, 큼지막한 숫자로 쓰인 가격 정보도 없이 그저 해당 병원 시설 내부 사진이 전부이다. 대부분이 카운터를 정면 또는 측면으로 찍은 사진인데 흔한 꽃다발 사진에 병원 로고를 삽입한 경우도 자주 보인다. 물론 가격도 표시되어 있다. 붉은색의 최저 가격 옆에 그보다 높은 ‘통상가격’과 함께 말이다. 최저 가격이 3만 엔이라면 그 옆에 실제 고객이 평균적으로 내는 가격인 통상가격 5만 엔이 함께 표시된 식이다.
두 번째 특징은 사용자 후기의 디테일이다(Appendix 2). 강남언니의 경우 만족도를 별점으로 표기한 후 ‘좋았던 점/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만 작성하도록 하는데 트리뷰는 해당 병원과 의사를 선택한 이유를 키워드로 정리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트리뷰의 후기에는 일회성 후기를 남기면 끝나는 강남언니와는 다르게 시·수술 후 경과일이 지날 때마다 후기를 올릴 수 있는 ‘경과보고 섹션’이 있다. 이는 다른 사용자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고객 본인이 자신의 경과를 기록하면서 수술의 만족도 및 결과를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평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앱의 활용도를 높인다.
세 번째 특징은 검색 기능이다(Appendix 3). 지역, 부위, 시술 종류는 물론이고 콘텐츠와 클리닉, 의사를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 세부 카테고리별로 분류하여 검색할 수 있다. 특히 특정 기기를 사용하는 병원이나 사용하는 약물별로 병원을 필터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강남언니의 경우 해당 병원에 어떤 기기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병원의 상세 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야 했는데 트리뷰에서는 훨씬 쉽게 사용 기기 및 약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하는 시술뿐 아니라 유용한 정보, 인터뷰, 해설 기사 등도 찾기 쉽게 카테고리로 분류된 점도 눈에 띈다.
Exhibit 11. 플랫폼 배너 비교
출처: 힐링페이퍼, 트리뷰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트리뷰는 분명 강남언니의 강점이었던 사용자 후기 양식을 더 세분화하고 검색 기능 또한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데서 한 발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앱 안정성 면에서는 ‘되다, 안 되다’ 하는 등 강남언니에 비해 반응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상대적으로 많다. 결론적으로 강남언니와 트리뷰의 경쟁 우위 지표는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Exhibit 12).
Exhibit 12. 일본 강남언니 vs. 트리뷰 주요 차이점
출처: 집필진 작성
현재 일본 강남언니의 다운로드 수와 후기 수는 각각 1,642,911건과 80만 건, 트리뷰의 경우 각각 65,974건과 55만 건으로 알려져 있어 표면적으로는 강남언니의 지표가 더 좋아 보인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3년 후 승자는 누가 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소비자는 숨겨진 니즈를 충족시키는 쪽의 손을 들어줄 거라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강남언니를 위한 플랫폼 방향성
현지 또는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장 우위 확보에 대한 보증 수표가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간의 시장 점유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 시장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고 경쟁 환경과 고객 선호도가 달라지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효과성은 점점 떨어진다. 즉각적인 법적 조치는 아니더라도 국내외 규제 강화 가능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시장 규모와 규제 완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업계는 아직 경쟁 과열로 인한 우려보다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내 최대 미용성형 플랫폼인 강남언니는 미용의료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선두를 다투는 대표 앱이지만 이러한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플랫폼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은 공급자와 참여자 연결이 핵심이다. 또한 참여자 간의 네트워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참여자 간의 연결은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플랫폼은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 안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현재 강남언니의 비즈니스 플라이휠은 성형 수술을 경험한 사용자가 후기를 공유하면,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려는 사용자의 유입이 발생하고, 이들이 후기를 조회하고 댓글을 다는 등 참여하는 과정에서 트래픽이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이다(Exhibit 13). 이러한 비즈니스 플라이휠 구조가 잘 작동해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두 개의 추가 동력원을 기대할 수 있다(Exhibit 14).
1) 메이저 고객 플랫폼: 강남언니가 많은 성형·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기여도가 높은 메이저 고객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사용자 간의 온라인 모임을 여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순기능을 강화한다면 신규 유저 또한 해당 모임 참여를 위해 플랫폼에 초대되어 신규 트래픽을 기대할 수 있다.
2) 축적된 사용자 후기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 자산 생성: 사용자 후기가 쌓일수록, 데이터가 축적되며 이는 성형정보 플랫폼 커뮤니티에 가치 있는 자산으로 작동해 고객의 지속적인 재방문을 일으킬 수 있다.
Exhibit 13. 강남언니 플랫폼 비즈니스 플라이휠(기본)
출처: 집필진 작성
Exhibit 14. 강남언니 플랫폼 비즈니스 플라이휠(확장)
출처: 집필진 작성
To be continued…
고객 여정의 끝은 ‘합리적인 병원 선택’ 단계가 아니라 ‘만족스러운 시·수술 결과’를 얻을 때까지이다. 정보의 투명성이 미용의료 시장 전반에 좌우명처럼 부각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만족도’라는 뜻이다. 소비자는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실상 투명한 정보로 인해 도움을 얻었을 때보다 달라진 나의 모습이 자랑스러울 때 가장 후기를 쓰고 싶을 것이다. 비즈니스 플라이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용자 후기 활성화’에 직결되는 소비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려면 나이뻐 양 같은 의심 많은 소비자가 강남언니를 통해 예약한 병원까지 이동하고, 예약하고, 시술 받은 후 귀가할 때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핵심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강남언니의 핵심 가치는 일본 진출 성공을 이끈 주역이자 고객들의 피땀눈물과도 같은 ‘후기’이다. 후기는 ‘순도’보다 ‘만족도’에 의해 그 동력(motivation)이 가장 활성화될 것이다.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예쁘게 포장한 기브 앤 테이크 성격의 메커니즘으로 후기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만족도’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강남언니는 이러한 소비자 경험 극대화를 위해 1) ‘지유 클리닉’ 이라는 병원을 개업해 고객 경험을 추적 및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 병원이 더 효율적으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원 전용 고객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의료정보 불균형 해결이라는 당찬 포부로 시장에 등장한 이들의 결말이 궁금하다.
한국 1위에서 일본 1위까지, ‘IT’라는 날카로운 무기로 무장하여 미용의료 시장의 점유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Where’s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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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이소현, 손새아 and 김희웅. (2019). 텍스트마이닝을 이용한 미용성형 주요 요인에 관한 연구. 지식경영연구, 20(1), 45-75.
김민희, 유선희 and 리순화. (2018). 의료미용 서비스가 고객 만족도 및 재방문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융복합연구, 16(8), 311-320.
주석
1.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의 사용부터 생애 첫 성형수술까지 경험해 본 ‘나이뻐(가명)’ 양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이다.
2. 신규 진입 업체 위픽뷰티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형외과 병원 중 약 60.8%가 매달 100~300만원을 플랫폼 광고비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2022년 현재 의원급 성형외과는 1,640곳이므로, 평균 광고비를 월 150만원으로 했을 때 광고형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장 규모는 연 150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3. 우리나라 비급여는 발생요인 또는 특성별로 등재‧기준‧제도‧선택비급여로 분류하고 있는데, 선택비급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의 치료나 신체적 필수 기능개선을 직접목적으로 하지 않는 진료로서 의료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경우를 뜻한다.
4. 힐링페이퍼는 2012년 7월 설립 이후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한 만성중증질환자 본인‧가족‧주치의를 위한 건강관리 기반의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2014년 2월에는 갑상선 질환자용 앱을 출시한 바 있다.
5.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도입,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국립공공의대 설립 유치와 한방첩약 급여화를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6. 한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node)이 늘어날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현상
7. 2018년 출시한 ‘강언TV’는 현재 ‘강남언니 방송반’으로 이름을 바꿔 미용 성형의 세분화된 부위와 시술 맞춤형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8.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장르에 접목해 스토리 속에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시켜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콘텐츠
9. 힐링페이퍼가 2019년 발표한 ‘강남언니 4년 동안의 서비스 성과 인포그래픽’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값이다.
10. MVP(Minimum Viable Product)란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으로 고객이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기능을 담은 제품이다.
11. 정확한 수치는 비공개 데이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