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과 전략 변화 –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핵심 질문]

Q1: 세바시의 스핀오프 이후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전략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는가? 각 전략의 장단점에 대하여 토의 해보자.
Q2: 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에서 지분율 책정 및 크라우드 펀딩 전후 지분율 변화를 직접 계산해보자. (첨부파일 참고)

 

[사례 본문]

서문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이하 세바시)의 영상 콘텐츠를 한번이라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세바시의 페이지나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인이 공유한 세바시의 영상을 접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바시는 첫 방송이 유튜브에 올라간 2011년 5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유튜브 누적 조회수 약 9천5백만 회를 달성했다. 전국민이 적어도 두 번씩은 영상을 본 셈이다. 세바시가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닌 지식 기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런칭 초기에는 세바시를 “한국의 TED”라고 지칭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7년의 시간 동안 세바시는 TED와는 다른 독특한 세바시만의 컬러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이 되어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다양한 개인의 인사이트를 전하는 매체로 말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CBS(기독교방송) 방송국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지만 세바시는 CBS에서 독립한 어엿한 스타트업이다.

그렇다면 세바시는 언제, 왜 스핀오프1를 하게 되었을까? 스핀오프 과정에서 모기업인 CBS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했으며 지분 구조는 어떻게 가져갔을까? 스핀오프 후 세바시는 과연 어떻게 돈을 벌 것이며 한 기업으로 잘 성장해나가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Exhibit 1. 세바시 강연 모습 (출처: 세바시 홈페이지)

 

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

세바시의 스핀오프는 세바시 프로그램이 출시된지 2년 반 후인 2013년 8월부터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KPI가 되는 TV국을 나와 매출이 KPI가 되는 사업부서로 전향하게 되면서 독립적인 기업으로서의 사업성에 대해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바시는 사업부서로 전향 이후 2016년을 구체적인 스핀오프 시점으로 목표하고 관련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핀오프를 계획했던 2016년이 되자 돌발 변수가 발생하게 된다. CBS는 3년 마다 사장을 새로 선출하는 구조인데 마침 2016년이 기존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세바시의 스핀오프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장이 선출되면서 계획은 백지화 되었다. 1차 독립 시도가 좌절되고, 세바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구범준 PD는 CBS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구범준 PD의 퇴사 이후 사내 PD를 대상으로 세바시 프로그램 운영 공모를 냈다. 하지만 세바시는 기존의 사내 타 프로그램들과 너무도 다른 형태로 운영 되었다 보니 선뜻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구범준 PD가 외부에서 외주 형태로 1년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바시의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고, 인기 프로그램을 외주 형태로 장기간 운영하기 어려움을 느낀 CBS 경영진은 스핀오프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2017년 여름, 마침내 세바시는 CBS에서 독립된 기업으로 스핀오프를 하게 된다.


스핀오프 과정에서의 전략 변화

세바시가 CBS의 방송 프로그램이었던 당시에는 크게 세 가지 전략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확장했다.2 첫째는 스마트폰 매체를 타깃한 새로운 방송 포맷이었다. 기존 방송국 편성에서는 보지 못한 15분 이내의 짧은 길이를 통해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지식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다. 둘째는 다채널 전략을 통한 빠른 인지도 상승이었다. 방송국 자체 홈페이지에만 의존하는 폐쇄적인 공개가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 매체에 이른 시기부터 영상을 공개해온 덕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셋째는 두터운 지지층이다. 세바시의 영상 강연을 정기적으로 시청하고 공유하며, 오프라인 강의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세바시의 팬들은 세바시의 든든한 조력자로서 세바시의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같은 탄탄한 전략을 기반으로 세바시는 사업 부서로서 빠른 시간 내에 흑자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Exhibit 2. 세바시 매출과 순수익 (출처: 세바시 와디즈 펀딩 영상)

Exhibit 3. 세바시 스핀오프 이전 사업분야별 매출 (출처: 세바시 와디즈 펀딩 영상)

스핀오프 이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세바시의 비즈니스 모델은 협찬 광고 매출이다. 정부 기관의 사업과 연계되거나 기업의 브랜딩을 위한 프로젝트 진행 시 유료 협찬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형태이다. 협찬 강연이지만 시청자에게 충분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형태로 강연을 기획하였고, 직접적인 제품 또는 사업 홍보를 가급적 하지 않아 협찬 콘텐츠라는 느낌을 최소화 하였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매출을 내기 쉽지 않다. 또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기업이나 정부가 원하는 콘텐츠의 양이 많아질 수록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스핀오프 이후에는 더 이상 방송국 테두리 내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절실했다.

스핀오프 이후 세바시는 수익 모델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했다. 첫째는 기업 대상 임직원 교육 커리큘럼 모델이다. 임직원 교육 모델의 경우 스핀오프 이전에도 전체 매출의 약 27%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기업의 인사부서에서는 임직원을 위해 양질의 교육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세바시의 교육 커리큘럼의 경우 세바시 영상을 통해 강연의 품질이 보장된 연사를 섭외할 수 있고, 강의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채워준다는 장점이 있다. 구범준 대표는 이에 대하여 “세바시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조직에서 기업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라고 말한다.

둘째는 유료 오프라인 강연 모델이다. 세바시의 메인 강연은 15분으로 인사이트를 주기에는 충분하지만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 어려운 편이다. 세바시 강연자들 중에는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심화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는 강연자들이 다수 있다. 세바시는 15분 강연을 무료로 시청한 뒤 더 깊은 내용을 배우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유료로 오프라인 강연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세바시 영상을 통해 만났던 강연자로부터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직접 제공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한 비용 지불의사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셋째는 유료 온라인 강연 모델이다. 오프라인 강연을 유료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구독료를 낸 소비자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 강연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과 장소에서 시청할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강연에 비해 확장성이 뛰어나다. 세바시는 새롭게 유료 온라인 강연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기업과는 달리 브랜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측면에서 이미 진입장벽을 만들어둔 상황이다. 세바시의 무료 강연들은 유료 사용자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들을 모아오는 채널이자 강연의 퀄리티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hibit 4. 세바시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출처: 세바시 홈페이지)

이처럼 세바시는 스핀오프 이후 수익 모델 다각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세바시의 레거시(legacy)를 잘 활용하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며 독립적인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핀오프 과정에서의 조직변화

세바시가 CBS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존재할 때는 TV제작국의 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CBS내 조직도를 보면 사장 – TV본부 – TV제작국 – 제작부 하에 존재하다보니 의사결정 시 4개의 결재라인을 거쳐야했고, 미디어의 특성상 데스크의 의사결정이 방송 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세바시가 사업적인 성격을 많이 띠게 되면서 기존의 TV제작국이 아닌 미디어본부의 직속 부서가 되면서 의사 결정 구조가 단순해졌다. 사장 – 미디어본부 하의 직속 사업 부서로 편성된 세바시는 의사결정이 더 쉬운 조직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Exhibit 5. CBS 내 세바시의 조직도 변화

세바시가 속해있던 CBS는 방송국의 특성상 PD, 기자, 아나운서, 작가 등 방송 관련 전문인력을 공개 채용을 통해서만 선발하는 구조였다보니 세바시는 필요한 사업 인력 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인력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아 조직의 변동이 많았다. 안정적인 조직 구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스핀오프는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핀오프 이전, 세바시 팀은 구범준 대표를 포함한 3명의 CBS 정규직 PD와 3명의 비정규직 조연출, 1명의 작가로 구성된 팀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였다. 수익 구조의 특성상 사업 개발 인력이 상당히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확보하기가 어려워 구범준 대표 본인이 상당 부분 사업 개발 업무를 도맡아 했다.

스핀오프 이후 세바시는 정규직 9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조직 구조를 변경하게 된다. 구범준 대표를 제외한 2명의 정규직 PD들은 CBS로 복귀했고 새롭게 정규직 PD와 사업 개발 인력을 채용했다. 구범준 대표 외에 4명의 PD와 4명의 사업 개발 인력을 채용하였고 1명의 프리랜서 작가와 협업 중이다. 2018년 중 정규직 PD를 2명 더 채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hibit 6. 세바시의 스핀오프 전/후 조직 구조


스핀오프 과정의 지분 구조

2017년 4월, 구범준 대표는 세바시 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 확보를 위해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된다.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바시는 지지자층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매체이다. 세바시 시청자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성장한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지자층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본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구범준 대표는 “스핀오프를 한 이후 시청자들에 기업 가치를 인정 받고 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7년 6월, 세바시는 80억원의 기업 가치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3 15일 만에 3억원의 투자금을 달성하여 자본금을 확보하였다. 세바시 지분 구조의 특이한 점은 언론사인 CBS가 세운 자회사 모델인데도 직원 출신인 구범준 대표에게 33%의 지분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보통은 언론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SBS의 자회사인 스브스뉴스의 경우 SBS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별도의 직원 없이 SBS에서 기자를 파견하여 운영하고 있다.

세바시의 경우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워낙에 혁신적인 포맷을 취하고 있었다보니 구범준 대표의 리더십과 특수성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스핀오프를 단행하던 시점인 2017년을 기준으로 세바시는 이미 장수 프로그램의 대열에 속했다. 6년 동안 계속 지식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란 쉽지 않다. 기획력과 강연자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6년간 운영해온 PD 당사자의 역량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배경이 현재 세바시의 지분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전략투자(SI)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스핀오프 시키는 경우 모기업의 니즈에 맞춰 전략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재무투자(FI)를 기반으로 스핀오프를 시킨 경우에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전략적인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스핀오프 이후에도 세바시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체는 CBS이지만 실질적으로 구범준 대표에게 경영의 전권을 넘긴 상황이다. CBS의 방송국으로서의 성격을 보면 재무투자 보다는 전략투자에 가깝지만 CBS의 니즈에 맞게 세바시의 전략 방향에 개입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CBS 입장에서는 스핀오프 과정에서 자사 프로그램의 지적 재산에 대한 오너십 측면에서 지분을 취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스핀오프 이후 세바시가 초기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큰 자유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이다. 물론 CBS의 지금과 같은 지분율과 참여 수준은 장기적으로 세바시가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투자자의 경우 추가 투자를 유치해서 기업의 가치(valuation)가 상승하게 되면 기존에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올라가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CBS의 경우 투자 수익이나 전략적 이득 보다는 지적 재산에 대한 오너십이 현재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통해 지분율이 떨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스핀오프의 원천, 인트라프리뉴어십(Intra-preneurship)

세바시의 파격적인 프로그램 구성과 다중 채널 선택은 세바시가 강력한 매체력을 기반으로 스핀오프를 선택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략을 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바시 운영진의 인트라프리뉴어십4이 있었다. 인트라프리뉴어는 기업에 속해있는 임직원이지만 사내 인프라와 안정적인 고용형태를 잘 활용해 기업가정신(앙트프리뉴어십)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기업을 퇴사한 이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초기 리스크를 너무 많이 감당해야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에 속한 상태에서 별도로 창업을 하거나 회사의 지원을 받아 사내 벤처를 창업하게 되면 초기 리스크를 헷징(hedging)하면서 사업에 대한 검토 및 테스트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세바시의 경우도 CBS라는 언론사 내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보니 초반 운영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초기 스타트업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수익을 내기 전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운영비를 감당하며 살아남을 수 있냐이다. 시간은 스타트업의 최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에서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아남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좀 더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해 투자를 계속 받다보면 지분과 경영권이 희석된다. 세바시의 경우 프로그램의 컨셉을 명확히 하고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기 까지 당장의 수익이나 회사의 존속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제품의 개발에 집중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세바시가 다채널 전략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기업내 사내 벤처로서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었으면 빠른 시일 내에 유료화 모델을 제시하라는 투자자 및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세바시의 경우 초반 수익에 목매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무료 콘텐츠 배포를 통한 안정적인 사용자 확보가 가능했던 것이다.

2013년 이후 사업부서로 전향한 세바시는 매출에 대한 성과를 내야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초기 제품의 성격이 구체화 된 이후의 요구사항이었다. 따라서 오히려 스핀오프 이후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훈련할 수 있었던 좋은 연습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모기업의 재무적인 보호 아래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무리한 성장을 추구하다가 기업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는 일종의 안전 장치인 셈이다. 세바시는 이러한 혜택을 잘 누리면서 콘텐츠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고 세바시만의 독특한 컬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바시의 스핀오프, 그 이후는?

세바시의 스핀오프를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동력은 콘텐츠이다. 이에 대하여 세바시 구범준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바시를 2년 정도 유지한 이후 콘텐츠의 방향성에 대하여 세바시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두 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지식의 축으로 약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또 하나는 자기 성장의 축으로 약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세바시는 이 두 가지를 큐레이션의 축으로 삼아 콘텐츠를 구성하고 전략을 세운다.” 여기에 더하여 세바시를 일반적인 자기개발형 강의 콘텐츠와 구별짓는 요소는 지식과 자기 성장이 공동체의 성장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성격은 세바시가 지난 7년간 콘텐츠 비즈니스를 영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세바시는 스핀오프 이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 전환을 이루어냈다. CBS 내에서 갈고 닦은 비즈니스 경험을 기반으로 2017년을 이미 흑자로 마감했다. 대표를 포함해 9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조직이다보니 가벼운 몸집으로 효율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봤을 때 세바시의 스핀오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스핀오프에 대한 평가는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획 단계의 마인드셋과 전략을 잘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형의 재화에 대한 비용 지불의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시장 특성상 국내 콘텐츠 비즈니스는 결코 쉽지 않다. 세바시가 이러한 우려를 뛰어넘어 가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잘 확장해 나가 콘텐츠 비즈니스 시장 규모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길 희망한다.

 

[보충 자료]

세바시의 스핀오프 이전 성공 전략

1) 새로운 매체를 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 기획

최근 10년 동안 스마트폰만큼 미디어 산업에 큰 영향을 준 매체가 또 있을까? 가족들은 더 이상 거실에 모여 앉아 TV를 보지 않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더 이상 지상파 TV 채널의 어린이 프로 방송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청하고 있다. 주말 연속극이 아니고서야 한 프로그램을 한 시간 이상 시청할 인내심 넘치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소비하길 원하고 그마저도 보다가 실증이 나면 넘겨버린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기존 매체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바시 프로그램이 기획 되었다.

2011년 2월, CBS 방송 개편회의에서 세바시의 기획이 처음 발표되었다. CBS는 70년 동안 라디오를 위주로 성장해온 방송사이다. 2002년부터 케이블 TV 시장으로 진출했지만 기독교적인 색채의 콘텐츠는 상품화가 어려워 매출 성장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점점 TV를 안 보게 되고 케이블 TV 시장은 점점 더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종편방송의 등장으로 케이블 시장의 점유율은 더욱 하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니즈를 기반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 세바시였던 것이다.

세바시는 처음부터 TV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매체 전환을 염두에 둔 형태로 기획 되었다. 2011년 당시에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지식 기반의 콘텐츠가 없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소비할 수 있는 지식 기반 영상 콘텐츠”가 세바시의 기획 컨셉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길이도 케이블 TV용이 아닌 스마트폰에 맞추어 15분을 택했다. 그리고 콘텐츠가 더 광범위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기독교적인 색채는 제외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기획은 당시 CBS 내에서는 혁신적인 모델이었고 개편을 통과하여 같은 해 5월 첫 강연회를 녹화하게 되었다.

첫 강연회를 개최하는 과정에 허들이 많았다. 지금이야 세바시 강연자로 선다는 것이 본인을 대중에게 알릴 기회로 인식되지만 첫 세바시 강연회의 경우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인기 있는 강연자를 섭외해 400자리의 객석을 채울 청중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 우선 전략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강연자를 섭외하였다. 당시 진보 성향의 논객들이 트위터 등 온라인 소셜 채널에서 활동하던 상황이다보니 스마트폰 기반의 온라인 매체가 퍼지기에 유리한 강연자를 전략적으로 섭외한 것이다. 청중은 CBS 직원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학생들, 지인들에게까지 홍보해 동원하였다.

어렵사리 첫 강연회를 마치고 후속 강연 영상들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바시의 프로그램 기획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지식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었지만 공중파의 다큐멘터리는 너무 길고 지루했다. 강연 프로그램이 몇 있었지만 공중파에서 섭외하는 강연자들의 강연은 지식 전달 위주로 구성되었다. 이에 반해 세바시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15분의 짧은 구성으로 지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였다. 짧은 구성이다보니 출퇴근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을 통해 부담없이 영상을 소비할 수 있었다.

공중파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강연자들이 주로 섭외되어 인사이트를 제공했다는 점도 세바시의 확장에 기여했다. 당시 시청자 입장에서 유명인들의 스토리는 공중파 매체나 자서전을 통해 이미 소비할 수 있었다. 세바시의 경우 유명인까지는 아니지만 본인들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나와 자신이 배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또한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와 움직임을 소개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매체를 통해 쉽게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던 것이다.

2) 다채널 전략을 통한 빠른 인지도 상승

세바시는 첫 녹화를 마치자마자 페이스북과 유튜브 두 개의 매체에 강연 영상을 올렸다. 이어서 다음TV팟,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에도 연속해서 영상을 올렸다. 2011년만 하더라도 SNS 및 유튜브가 주 매체로 부상하기 이전으로 각 방송국 자사 홈페이지에 다시보기 영상을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던 시절이다. 유튜브만 하더라도 개인 수준에서의 UCC(User Created Contents)가 대부분인 상황이었다. 세바시가 CBS 매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오픈한 다채널 전략은 그 당시만 하더라도 보편적이지 않은 방식이었다.

만약 세바시가 CBS 홈페이지에 영상을 올리고 유료 모델로 콘텐츠를 판매했다면 어땠을까? 우선 당시 대부분의 방송매체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유료 다시보기 영상을 올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무료로 공개되는 콘텐츠도 5분 무료 보기 이후 홈페이지 계정을 생성해야 나머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다. CBS 홈페이지의 경우 공영 방송 홈페이지에 비해 접속률이 낮았을 것이 자명하고 지식 기반의 콘텐츠 특성상 연예오락 콘텐츠에 밀려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고 모든 콘텐츠를 오픈된 채널에 무료로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매우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채널 전략을 통해 세바시 영상은 쉽고 빠르게 공유되었다. 세바시 영상이 많이 공유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증가하였고, 세바시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모바일 청중을 확보하게 되었다. 세바시 출신의 스타 강연자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자 점차 다양한 강연자를 섭외하여 프로그램의 스펙트럼을 빠르게 확장하게 되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여전히 세바시의 주요 매체이다. 지금은 이 두 매체가 여러 기업의 마케팅 채널이자 콘텐츠 제공 채널로서 활용되고 있다. 세바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 두 매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진입장벽을 형성할 수 있었다. 채널이 포화되기 전부터 콘텐츠를 쌓아오고 팔로워를 확보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바시가 무료로 강연을 오픈한다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세바시는 프로그램을 런칭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2년 초 첫 매출을 내게 된다.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한 협찬 수익이었다. 무료 콘텐츠로 매체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광고 및 협찬 수익을 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것이다. 세바시는 그 이후로도 다양한 협찬 및 기업 대상 강연으로 부가 콘텐츠를 판매해 지속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스핀오프에 대한 논의가 시작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세바시의 다채널 전략은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으로서 선택하기 쉽지 않았던 전략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콘텐츠를 무료로 풀어낸 전략이 오히려 수익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여 스핀오프의 동력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핀오프의 큰 동력, 세바시의 개인 후원자

세바시의 스핀오프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한 그룹은 다름아닌 세바시의 애청자들이다. 세바시 페이스북 페이지나 유튜브를 구독하고 오프라인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지지자층이 존재한다. 세바시가 스핀오프를 단행할 때 많은 개인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여 세바시의 스핀오프를 응원했다. 세바시 지지자층의 니즈는 단순하다. 세바시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지금처럼 좋은 콘텐츠를 잘 공급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지지층의 관심은 단순히 세바시가 초기 운영자금을 공급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세바시 열린 번역’이라는 자발적인 모임은 세바시 애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세바시 콘텐츠에 외국어 자막을 다는 모임이다. 세바시의 좋은 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운영되는 모임인 것이다.

스핀오프 초기인 2017년 말 스타트업으로서의 세바시에 큰 위기가 발생한 적이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후원하는 성소수자 관련 세바시 강연이 공개된 후 동성애 반대 단체에서 교회를 통해 CBS에 해당 콘텐츠를 내려달라는 항의를 하게 된 것이다. 세바시의 대주주인 CBS 입장에서 이러한 항의를 견디다 못해 세바시 쪽에 해당 콘텐츠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해당 콘텐츠는 비공개처리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소수자 단체 쪽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세바시 측에서는 참 난처한 입장이 된 것이다.

이 때 세바시의 후원자 중 상당수가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 비난이나 욕설보다는 세바시가 이러한 상황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근심 어린 조언과 댓글이 쇄도했다. 세바시 경영진도 CBS와 이러한 상황을 논의하고 결국 다시 해당 콘텐츠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CBS 입장에서도 세바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고, 세바시의 후원자들도 세바시의 브랜드를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세바시는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콘텐츠를 다시 공개했다.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빠른 대응을 한 결과 위기를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강도는 약했지만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세바시를 거쳐간 강연자가 많다보니 개중에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이슈가 밝혀진 강연자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세바시의 지지자들은 세바시에 실망하거나 등을 돌리기 보다는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자와 세바시를 분리하여 보호해 주려는 노력을 보인다. 세바시 지지자들은 세바시가 본연의 가치를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세바시가 스핀오프를 한 이후에 기업의 초기 기획의도를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자료]

참고자료 1. 세바시의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9&v=ay7KBO-EznE

참고자료 2. 세바시 투자설명서 (첨부파일 1)

참고자료 3. 세바시 지분율 변화 (첨부파일 2)

참고자료 4. 세바시 대표 강연 링크
– 김창옥 교수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QFqokhs47l0
– 이국종 교수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A_zuHvBlvkA
– 김지윤 소장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UNHIaEv3kHY
– 강원국 작가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S27Z_-S_aLI

 

[집필진]

 

[각 주]

  1. 회사의 필요에 의해 특수성을 띄는 서비스나 조직을 더 특화시키기 위해 분사시키는 것을 지칭
  2. 보충자료: “세바시의 스핀오프 이전 전략 분석” 참고
  3. https://www.wadiz.kr/web/equity/campaign/586
  4. 사내 기업가정신으로 번역되기도 하며, 기업 내의 구성원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사내창업 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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