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시장, 생존을 위한 협업 – 직방과 호갱노노

[핵심 질문]

1)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직방과 호갱노노의 진입 전략은 무엇인가?
2)    직방과 호갱노노의 인수합병 이후, 기존의 서비스를 각각 유지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통합하는 게 좋은가?
3)    두 기업의 협업은 기존 시장에 있어 어떠한 경쟁우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사례 본문]

부동산 시장, 프롭테크로의 변화

첨단기술과 부동산 데이터 정보를 병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롭테크(PropTech)’ 1 기업들이 부동산 정보제공 업계에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설계와 재무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리테크(Real Estate Technology, RE-Tech)’ 영역이 태동하였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온라인 시장에서의 부동산 중개 사업 활성화와 함께, 생활 밀착형 부동산 정보제공 포탈이 발전하게 되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리테크에 모바일 채널과 빅데이터 분석, VR(가상현실) 등 신기술이 결합된 프롭테크가 발전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프롭테크는 1) 중개 및 임대, 2) 부동산 관리, 3) 프로젝트 개발, 4) 투자 및 자금 조달 등 4가지 비즈니스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중개·임대 영역에서 모바일을 통한 부동산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Exhibit 1). 미국, 영국 등 프롭테크 선도국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정책으로 프롭테크 산업을 간접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부동산 중개업 서비스 활성화 등 프롭테크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으로는 미국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트룰리아(Trulia)’와 ‘질로우(Zillow)’를 들 수 있다. 2005년 설립된 트룰리아는 일반적인 부동산 정보 포탈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특정 지역의 범죄 빈도수와 이웃에 대한 정보, 통근 시간 등을 구글과 협업한 인포그래픽 지도로 제공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6년 출범한 질로우는 1억 이상의 가구에 대한 세금, 매매, 대출 정보를 취합하고 이를 분석한 데이터를 검색엔진을 통해 제공한다.


Exhibit 1. 프롭테크의 주요 영역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성장궤도에 안착한 프롭테크 기업이 적지 않다. 글로벌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 미국 온라인 부동산 경매 회사 ‘텐엑스’, 주택 리모델링·인테리어 전문기업 ‘하우즈’, 중국 부동산 매물 정보기업 ‘아이우지우’는 이미 기업가치 평가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온라인 기반 회원제 부동산 서비스 ‘카드레’와 임대·자산관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VTS’, 부동산 금융정보 서비스 제공 플랫폼인 ‘엔딩홀’·‘크레디파이’·‘메터포트’·‘플로어드’ 등도 유망 프롭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프롭테크의 성장 속에서도 국내 프롭테크 서비스 기업은 아직 미국의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롭테크 기업의 숫자는 2017년 말 기준 약 4,000여 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 중 하나로 한국의 직방을 언급하였다. 직방은 영국 런던에서 개최한 ‘미래: 프롭테크 2018’에 한국 최초로 참석하면서, 기존 국내 부동산 정보제공 기업들과의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직방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롭테크 신기술을 부동산 정보제공 서비스에 접목해왔다. 2017년 11월, 직방은 그 동안 축적된 2,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 검색 패턴과 과거 거래된 부동산 실거래가, 시중에 나온 매물의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한 아파트 시세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랩을 시작하였다. 이와 더불어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집 내부를 보여주는 VR 홈 투어 서비스를 추가하여 기존 프롭테크 기업들과 차별을 두는 동시에 부동산 앱의 진화한 형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8년 4월, 직방은 아파트 정보에 대한 프롭테크 경쟁사인 호갱노노를 전격 인수하였다. 과거 원ㆍ투룸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직방이지만, 2016년 시작한 아파트 정보 서비스에서는 힘을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부동산 자산에 IT 기술을 접목한 프롭테크를 지향하는 두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배경과 향후 서비스 변화에 대한 기대는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무엇이 이들을 합병으로 이끌었을까? 또한 두 스타트업은 합병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

아파트를 대하는 자세: 매물정보 중심의 발로 뛰는 직방

모바일 앱을 통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은 2012년, 기존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이라 여겨지던 정보의 비대칭성과 폐쇄성을 해소하고자 출발하였다. 직방 초기에는 오피스텔과 원룸 등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전ㆍ월세 매물 정보를 주로 제공하였다. 직방으로 인해 사람들은 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가 발품을 팔고 방을 직접 확인하던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선직방 후방문’이라는 하나의 공식을 만들어 낼 때만 해도 직방은 ‘방’이라는 작은 틈새시장에 뛰어든 부동산 스타트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직방은 2016년부터 ‘아파트’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집’에 대한 매매 정보 제공 전반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하였다.

“과거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그 지역을 평가하기 힘들었고, 정보도 단순 매물 정보에 그쳤어요. 직방이 추구하는 아파트 서비스는 직접 가보지 않고도 해당 지역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해서 어느 지역을 방문해야 할지 미리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요. 이제부터 아파트를 알아볼 때도 ‘직방’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직방은 궁극적으로 ‘국가대표 주거 정보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 직방 안성우 대표(2016.5.30 인터뷰 중)

하지만, 직방이 아파트라는 ‘집’에 대한 정보 제공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산이 많았다. 이미 네이버 부동산이나 부동산114와 같은 거대 부동산 서비스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아파트에 대한 다양한 부동산 정보와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거대한 진입장벽을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사실 한국의 아파트는 급격한 도시화와 이에 따른 대도시로의 인구 밀집, 주택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주거를 넘어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부동산 시장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대다수 사람은 단독주택을 가장 선호하며 다음으로 타운하우스나 콘도에서의 생활을 고려한다. 아파트는 저소득층이나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공간이라 치부하는 수준이다. 우리가 겪은 각종 사회현상을 조금 더 먼저 경험했던 일본 역시 아파트 비율은 전체 가구 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나 벨기에도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건설하기 꺼린다.

이처럼 유독 한국에서만 아파트가 특유의 주거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는 생활의 편리성도 있지만,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개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아파트와 주택, 주식, 정기예금 등의 수익률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여타 투자 대비 아파트 투자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아파트 수익률은 59.5%로 은행 정기예금(41.0%), 주식(41.3%)보다 약 20%p 가까이 높다. 더군다나 아파트는 매매와 임대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굳이 매각하지 않아도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면 그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일지라도, 부동산 관련 국가대표 주거 정보 플랫폼을 꿈꾸는 직방에게 있어 아파트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직방은 실제 집을 구하는 사람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필요한 지역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보다는 덜하지만, 아파트를 구하는 이용자는 포탈에서 매물정보를 직접 찾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정보는 직접 부동산에 가거나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구할 수밖에 없다. 직방은 이와 같은 이용자의 ‘발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창기 원룸 때와 같이 직접 발로 뛰게 된다.

이처럼 직방이 고객을 대신해 직접 수집한 자료는 프롭테크 기술의 기반이 되었다. 직방은 사진 속 이미지를 이어 붙여 실내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VR 홈 투어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실제보다 내부 평수가 더 넓어 보이게 하거나 채광이 더 좋아 보이게 하는 등의 이미지 조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전국 100세대 이상 아파트 및 주상복합 시세변동, 학군 역세권 정보, 인구 흐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빅데이터랩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갖춘 데이터 생산에 주력하였다. 하지만, 아파트는 단지 내 집들의 구조, 가격 등이 균일하며 이에 대한 정보가 이미 광범위하게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에 직방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Exhibit 2).


Exhibit 2. 원룸 vs. 아파트 중개 시장 특징 비교

아파트를 대하는 자세: 시세정보 중심의 데이터 수집 호갱노노

그 동안 부동산 산업은 우리나라나 선진국 모두 정보 비대칭의 격차가 매우 심했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직방과 같은 부동산 스타트업의 등장 이후, 정보 공유 방식의 변화로 소비자 접근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이후 프롭테크 기업들은 공급자에게 유리했던 시장구조를 더욱 더 수요자 친화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직방이 아직 아파트에 대한 정보제공을 시작하기도 전인 2015년 8월, 아파트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호갱노노’가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의 첫 사업 아이템은 이케아(IKEA) 가구에 대한 가격 비교 서비스였다(Exhibit 3). 이는 지금까지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로, 이케아가 같은 제품을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판다는 소문을 검증하고자 전세계 11개 국가의 이케아 제품에 대한 가격을 수집하여 비교하는 서비스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전파되며 온라인상에서 뜻하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되자, 심 대표의 창업에 대한 투자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고민 끝에 그는 가격에 민감한 ‘집’을 주제로 이케아 서비스와 유사한 콘셉트의 가격 비교서비스인 호갱노노를 시작하게 되었다.


Exhibit 3. 전 세계 이케아 가격비교 사이트 (자료 출처 : 호갱방지 홈페이지)

 

“(아파트에 있어)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이는 제가 처한 문제이기도 했고요. 실제 집을 구하다 보면 허위 매물, 수수료,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 등 부동산에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얽혀 있더라고요. 포탈에 공시된 부동산 시세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정보도 차이가 컸고요. 결과적으로 바가지를 쓰면 호갱이 되는 거죠. 아파트와 관련된 여러 문제 중 가장 먼저 바로잡을 수 있는 게 가격 정보였어요.”

–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심상민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거래에서 ‘호구 고객이 되지 말자’는 뜻의 호갱노노라는 조금은 도발적인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였다. 사업의 시작은 공개된 아파트 평수와 부동산 실거래가, 세대수, 관리비, 난방 방식, 출퇴근 시간, 아파트 주변 교육환경 등 정보와 정부 공공 데이터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 부부가 집을 구하다 보면 서로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지역을 선택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기존 부동산 앱에서는 이런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요. 초기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서울과 경기권 출퇴근 시간 정보를 추가했어요. 전원이 개발자 출신이라 이런 기능 하나 넣는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더라고요. 실제 이런 정보는 전부 공개되어 있는데 정부가 공개한 공공데이터는 홍보가 잘 안 되어 있고, 일반인이 사용하기 불편하게 되어 있어요. 우리는 이런 공개된 데이터를 가져다가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보기 쉽게 가공하는 거죠.”

-호갱노노 김준기 CTO

창업자 전원이 개발자 출신으로 구성된 호갱노노는 기존 부동산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차별화 방안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방식,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에 많은 신경을 썼다. 우선 사용자가 집을 살 때 무엇을 알고 싶고 이를 정보로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였고, 이를 더욱 쉽고 잘 알 수 있게 보여주는 것에 대하여 숙고하였다. 따라서 다른 부동산 서비스와 달리 부동산 중개와 직접 연관된 업무는 하지 않게 되었다.

“부동산 관련 포탈에 올라오는 매물은 대부분 광고더라고요. 중개업소는 정보가 아닌 미끼 매물을 올려요. 지금까지의 부동산 서비스는 정보가 아닌 광고가 올라오기 때문에 정작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기 어렵죠. 실제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는 곳곳에 공짜로 널려 있는데, 기존의 부동산 서비스는 이러한 정보를 드러내길 꺼리는 것 같더라고요.”

–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호갱노노가 제시하는 정보는 그 동네의 매물가격이 아닌, 그 동네의 ‘집’에 대한 시세다. 이 가격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실거래가로 임차인 또는 예비 구매자가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이 이야기하는 호가에 휘둘리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보증금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인 월세의 경우, ‘전·월세전환율’2을 적용한 전세가로 표시한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와 교사당 학생 수, 1인당 급식비, 1인당 교육비, 방과 후 프로그램 수 등 집 주변 교육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해 자녀가 있는 고객의 수요 역시 충족하였다. 이처럼 호갱노노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대상으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 부동산 정보 서비스와 차별화를 추구하며, 철저히 사용자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Exhibit 4).


Exhibit 4. 호갱노노 서비스 (자료: 호갱노노 홈페이지)

“기존 부동산 앱을 보면 매물 광고가 잘되기 위한 형태로밖에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개 수수료 기반의 사업이니까요. 하지만 연간 아파트 거래 건수가 266만 건에 달하는 상황에 아파트 관련 정보는 매물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어 소비자들은 정보 갈증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매물정보 외에도 17종의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3년간의 평균 시세, 주변 학군, 향후 전세 물량 예측치 등의 철저히 사용자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어요. 쉽고 간편하게 알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솔직히 직방이 아파트를 시작할지 몰랐는데, 우리의 전략은 직방 쓰던 사람들이 자산이 늘고 연령대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호갱노노로 몰리게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 호갱노노 김준기 CTO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호갱노노가 마케팅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17년 월 50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등극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오직 사용자 중심의 정보라는 점에서 앞선 이케아 가격 비교 서비스 때와 같이 점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앱 사용자는 40대 후반이 한계라 생각했던 초기 예상과 달리, 아파트에 대한 관심으로 50대는 물론 70대까지 호갱노노의 사용자가 되었다. 알림 서비스 개선 이후 한번 찾은 고객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호갱노노는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한 수익모델을 고민하기보다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였다.

“소위 덕질로 시작했던 것이 창업을 하게 되었고, 사업 시작도 생각하기 전에 투자를 받았어요. 이 서비스가 정말 시장에서 가치가 있을지 5개월을 고민했어요. 사용자가 늘어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휴하자고 여러 곳에서 찾아오셨어요. 그런데 타 서비스와 우리는 관점이 다르더라고요. 제휴하려는 기존 업체들이 필요한 건 매물 정보였어요. 우리에게 매물정보는 가장 마지막 단에서 필요한 것이거든요. 우리는 거래 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제휴하자는 곳에서 원하는 것은 오피스텔이나 분양 광고이기도 하고요.”

–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기본적으로 호갱노노의 수익모델은 광고와는 맞지 않았기에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 호갱노노는 결국 수요자 대상 대출상담 등을 연계하는 서비스와 매칭하였다. 예를 들어 은행별 금리 등을 비교한 후, 대출 예상 기간, 금액 등을 고른 뒤 상담하기 버튼을 누르면 은행 직업과 연결되고 은행 직원이 상담 수락 시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구상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미미하였고, 이후 별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호갱노노는 2018년 4월 12일 경쟁사였던 직방으로 인수되었다.

직방과 호갱노노의 인수합병(M&A) 이유

호갱노노가 경쟁사였던 직방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궁금할 법하다. 호갱노노에게 직방이란 그들이 차별화의 대상으로 여겼었던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에 노출된 바와 같이 두 회사의 M&A가 약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더 큰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직방 커뮤니케이션팀 이언주 실장의 이야기는 언론에 공개된 부분과 조금 달랐다.

 

“직방의 미션은 사람들이 원하는 집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도록 도우며, 주거 환경이 더욱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이죠. 결국 저희 서비스 이용자들이 집을 구하는 경험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가령 같은 값에 더 좋은 집을 구하고, 같은 집이면 더 싸게 합리적으로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측면에서 호갱노노도 우리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서로 업계에서 잘하고 있는 서비스이자 경쟁사로서 알게 되었고, 이후 시간을 갖고 몇 차례 미팅을 통해 서비스는 물론 대표님들 간에도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호갱노노 멤버의 만장일치로 직방과 한배를 타기로 했어요.”

– 이언주 커뮤니케이션 실장

직방과 호갱노노는 실거주자 중심의 정보 제공이라는 공통된 철학을 기반으로 하나의 기업이 되었지만, 아파트 영역에서는 여전히 섞이기 어려운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닮은 것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두 기업을 하나로 묶은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심상민 대표의 이야기는 오히려 명료하였다.

“인수를 받아들인 이유는 단순해요. 부동산 시장 혁신에 대해 두 회사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목표가 같은 만큼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고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더욱더 빠르게 목표에 정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직방은 작은 스타트업과 비교해 인프라, 사업적 능력, 인력 등에서 우수한 면이 많아요. 여기에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직방의 자원과 결합하면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이번 직방과의 M&A가 스타트업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해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M&A는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서비스 개발을 소홀히 하거나 락업(Lock-up)3기간이 끝나면 직원들이 떠나버리는 것은 아쉬운 일이죠.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직방의 경영진을 신뢰한 것도 인수를 결정하는 주요한 이유였어요.”

–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직방의 몸집 키우기는 호갱노노와의 우호적 인수합병4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시작으로 다음부동산 운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사업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갱노노가 보유한 회원과 직방이 보유 중인 다양한 매물정보를 다음부동산의 아파트와 연계한다면, 앞으로 온라인 부동산 시장은 직방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직방과 호갱노노의 인수합병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직방에게 프롭테크는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서의 중개업소 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서비스의 변화

인수합병 이후 두 회사의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8년 10월 기준 직방과 호갱노노는 여전히 각자의 브랜드와 성향,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호적 인수합병 과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몸집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양사의 시너지 증대를 위한 방법 도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직방과 호갱노노는 이용자 중심의 정보제공이라는 철학과 미션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제공하는 정보 획득과 검증 서비스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직방은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정보와 직방이 직접 취득한 정보가 중심이며, 직방의 담당 직원들이 공인중개사 대상 전화 및 방문 등을 통해 실제 매물을 검증한다. 반면 호갱노노는 외부에서 제공하는 객관적이며 검증된 데이터만을 조합·연계하고 소비자의 리뷰에 의존하는 서비스 형태이다(Exhibit 5). 데이터를 분류할 때 직접 획득한 정보인 1차 자료가 직방의 것이라면, 기존 정보를 활용하는 2차 자료가 호갱노노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hibit 5. 직방과 호갱노노의 정보 서비스 비교

 

다시 말해, 직방은 현장 물건 확인과 안심 중개를 중심으로 형성된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기업이라면, 호갱노노는 검증된 외부 정보를 오픈 API5로 연계하는 방식의 기업이다. 결론적으로 직방은 공인중개사와의 관계 및 인력을 통한 검증으로 실질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호갱노노는 자체적 정보 수집 능력보다는 공개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의사결정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단점도 발생한다. 우선 직방은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 보니 방대한 인력관리와 인프라를 요구한다. 직방이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과 달리 인프라나 인력관리 등에서 우수한 이유는 이러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호갱노노는 공개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신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직방만큼 높은 인프라나 많은 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호갱노노는 8명의 적은 인력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자 유형별로 분류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가능하였다. 이는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작업이지만, 분석 노하우 이외에 시스템 개발 측면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나타나는 구조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호갱노노의 심상민 대표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지적해 주신 단점은 창업 초기부터 투자자들에게 자주 들었던 내용이에요. 이미 시장에 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가 있고, 직방과 다방 등 대규모 투자를 받은 부동산 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말에 대부분 투자자분들이 똑같이 질문하였어요. 당시 9개월을 집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개발자 한 명과 둘이 일을 했죠. 월 10만 원 이하의 유지비만 쓰면서요. 투자자와 미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미팅할 돈이면 개발비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업을 유지했죠. 돈 많은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극도의 효율성을 갖출 수밖에 없었어요. 개발자 한 명이 기획부터 서버 개발, 데이터베이스, 클라이언트, 웹·앱 개발 등을 전부 맡아야 했어요. 테스트할 여력도 없었죠. 그래서 일단 서비스를 내보내고 수정하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대신 앱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정이 가능하도록 관리했죠.”

–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이처럼 두 기업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집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의 미션을 제외하고는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기업이다. 이 두 기업이 합쳐서 하나의 시너지를 낸다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그 출발과 서비스 방식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더군다나, 실제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분리된 두 앱을 사용한다는 것이 정보탐색 과정에서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의 경우 정보탐색 과정이 오히려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관심의 강도, 흥미의 정도, 중요도의 정도에 따라 구매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관여도’라 칭하며 관여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관여 상품은 값이 비싸고 구매 결정 과정이 잘못될 경우에 대한 소비자의 위험 지각이 매우 높기에, 구매 전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탐색이 이루어지게 된다.6이는 달리 생각하면 관여도가 높은 ‘집’, 특히 아파트를 선택한다는 의사결정 시, 단일 정보 소스만을 믿고 구매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복수의 정보 소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인 것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따로 또 같이’ 전략

일각에서는 직방이 호갱노노를 인수하는 대신 유사한 분석 프로그램 자체 개발을 시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직방의 안성우 대표가 소셜커머스 플랫폼 IT기업을 창업하여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방은 호갱노노와의 인수합병 이후 카카오와 다음부동산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부동산 시장에서의 광폭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 역량 강화보다는 외부 연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안성우 대표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양사의 의견이 일치해 저희 직방이 위탁 운영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카카오는 부동산정보 서비스를 보다 잘 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에 맡기기로 결정했고, 여러 업체를 검토하던 중 직방이 적임자라고 최종 결정해 주신 거죠. 이제 호갱노노와의 합병, 카카오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되어 제공하는 정보를 더욱 다각화할 수 있고, 이용자가 원하는 부동산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어요. 호갱노노의 객관화된 데이터와 온라인,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카카오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더욱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온라인 부동산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직방 안성우 대표

직방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업을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경쟁사 인수합병을 통해 함께 생존하고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협력의 발판을 선택하였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는 IT 개발 능력 중심의 호갱노노 인수가 창출할 시너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분리된 앱/웹 운영, 서로 다른 정보 연계 및 공인중개사와의 협업 구조로 예측하건대, 표면적으로 직방과 호갱노노는 앞으로도 다른 색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두 기업이 제공하는 다른 정보를 다각도로 수용하기 위해 두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부동산 서비스를 통한 ‘따로 또 같이’7 전략은 다양한 소스를 통해 확인한 정보에 대한 고객의 신뢰와 심리적 만족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전략은 오히려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유의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독립된 두 기업처럼 보이지만, 수요자/실거주자 중심의 정보제공 철학 공유, 물건정보의 공유, 고객정보의 공유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의 협업으로 인해 과거 네이버가 독과점 규제 대상이 되면서 곤혹을 치른 것과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양사의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부동산 위탁 운영 시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 또한 취업, 결혼,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등 생애주기 변화에 따라서, 원룸 고객이 아파트 시장에 순차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룸 시장에서 쌓인 고객의 충성도가 아파트 시장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다만, 다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익모델이 광고에 집중된 부분은 여전히 잠재된 문제이다. 특히, 공인중개사의 광고 수입에만 기대는 직방의 사업 모형은 자영업 부문의 성장 한계에 따른 광고 수입 감소 가능성 및 언론에서 대두되는 사회적 비판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선택한 직방. 향후 직방이 꿈꾸는 ‘국가대표 주거 정보 플랫폼’ 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직방과 호갱노노, 다음부동산 위탁 서비스가 각각의 차별성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세 서비스가 긴밀하게 협업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기획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참고 자료]

Appendix. 프라이스라인의 인수합병(M&A)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프라이스라인닷컴(이하 프라이스라인)은 1997년 설립 당시 ‘당신의 가격을 제시하세요(Name Your Own Price)’라는 혁신적인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역경매(reverse auction) 서비스 모델로 주목 받았다. 일반적인 경매는 공급자가 상품을 올리면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제시하며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메커니즘이지만, 역경매 방식은 이와 달리 소비자가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반대로 공급자가 이 기준에 맞춰 가격을 낮추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프라이스라인은 이러한 혁신적 방식을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중간단계의 연결자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최소화하며, 여러 네트워크를 통해 소비자들의 검색 비용을 줄이고 최소가격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초기 숙박업체에만 해당하던 프라이스라인의 서비스는 이후 자동차 렌트, 항공권 예약 등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기존 다른 여행 중개업과는 차별화된 역경매 방식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획기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여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예약에 역경매 방식을 적용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각인되었다. 프라이스라인은 1999년 초 나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200여 개 나라 및 지역에서 40개 언어로 각종 O2O 기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프라이스라인의 성장에도 굴곡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나스닥 상장과 함께 프라이스라인의 주가는 한 달 만에 두 배로 올랐고, 뉴욕타임즈는 전자상거래의 변화가 주는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99년 주당 974달러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닷컴버블의 붕괴와 9·11사태를 겪으며 2002년 주당 7달러까지 추락했다. 주가가 바닥을 치자 창업자였던 제이 워커는 회사를 떠났고, 이후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와 같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프라이스라인의 위세는 약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프라이스라인의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인수합병(M&A)이었다. 창업자인 워커를 이어 위기의 프라이스라인 수장이 된 인물은 프라이스라인과 같은 건물을 쓰던 한 회사의 법무 자문위원으로 기업의 인수합병을 담당하던 제프리 보이드(Jeffery Boyd)였다. 그는 프라이스라인 CEO가 되자마자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각종 인터넷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03년 온라인 여행사 트래블웹의 인수를 시작으로 숙박업소 예약서비스 회사 아고다, 렌터카 서비스 회사 트래블직소, 여행 검색엔진 카약, 식당 예약서비스 회사 오픈테이블 등이 대표적이다. 비록 비용적 부담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자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정확하였다. 2009년 초가 되면서 프라이스라인의 주가는 다시 20배로 폭등하였다. 특히 라이벌로 부상한 부킹닷컴과 같은 회사들을 꾸준히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미국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현지화에 힘썼던 점도 성장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 외에도 프라이스라인의 인수합병(M&A) 전략이 특별한 이유는 인수한 기업들의 고유 색깔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프라이스라인의 색깔 속에 부킹닷컴 등 인수한 모든 기업을 포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렌트부터 숙박, 먹거리, 항공권 예약 모두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프라이스라인의 서비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자료: 중앙일보(https://news.joins.com/article/17814673)

이러한 프라이스라인의 인수합병 전략은 2014년 프라이스라인 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지금의 대런 휴스턴(Darren Huston)에게 이어졌다. 단 1개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는 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여행 전문 그룹으로 성장했다. 대런 휴스턴은 국내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성공에 대해, 물건을 파는 게 아닌 호텔이나 레스토랑 예약을 판매하는 프라이스라인 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라 답하였다. 호텔과 항공사들의 남는 객실이나 항공권들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제조업의 경우 남은 상품을 재고로 쌓아 둘 수 있지만, 무형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여행 사업은 그 특성상 소멸할 수밖에 없다. 이들 파트너는 서비스를 소멸시키느니, 저렴한 가격이라도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다. 프라이스라인의 서비스는 이들 파트너로부터 남는 재고를 받아 고객과 연결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파트너의 브랜드를 보호하고 소비자에게 시간과 장소만을 선택하도록 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해당 항공사나 호텔이 겪는 불이익을 최소화하였다. 이렇게 쌓인 신뢰 관계가 지금의 프라이스라인 그룹을 만들었다. 이처럼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따로 또 같이’ 전략은 직방과 호갱노노의 합병에서도 좋은 귀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필진]

[각 주]

 

  1.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2010년대 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모바일 채널과 빅데이터 분석, VR 등 하이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등장한 부동산 서비스 기업을 의미한다.
  2.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월세를 전세금에서 월세 보증금을 뺀 값으로 나눈 뒤 백분율을 구해 이를 연이율로 환산해서 얻은 값이다.
  3. 락업(Lock-Up)은 스타트업이나 벤처 투자 시 투자 유치 이후 주요 인력이 일정 시점까지 퇴사할 수 없다는 등의 조항을 뜻한다. 본래 의미는 보호예수라고 하며, 본래 기업의 대주주 혹은 일정 % 이상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도록 하는 것으로,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최대 주주와 주요 투자자들이 일시에 주식 매물을 쏟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4. 우호적 인수합병(M&A)은 파는 측과 사는 측이 서로 동의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반대말은 상대 기업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라 한다.
  5.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작동에 필요한 함수를 모아놓은 체계를 뜻한다.
  6. 고관여 상품은 잘못 구매 시 위험지각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구매 결정 과정과 정보처리 과정이 복잡하게 된다(Krugman, 1965).
  7. 따로 또 같이(apart and together) 전략의 기업은 해외의 프라이스라인, 국내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G마켓이 2030 젊은 소비층은 물론 광범위한 소비자층을 담당한다면, 옥션은 마니아적 성향의 3040 남성 고객 중심으로 각자의 차별성을 살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