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을 개발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성공 이후 ‘카카오 게임하기’, ‘카카오스토리’ 등을 추가 개발하며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소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다음과 합병한 이후에는 ‘Connect Everything’이라는 전략적 방향하에 O2O 사업을 시작한다.
카카오는 O2O 서비스 개발을 위해 위치 기반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는 동시에 다음이 보유한 지도, GPS 서비스 등의 지식을 흡수해 O2O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 카카오의 첫 O2O 서비스는 2015년 3월에 출시한 ‘카카오택시’였다. 이 서비스는 2017년 2월까지 누적 이용 횟수 3억1,000만 건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2016년 5월에는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를 출시했는데, 이 서비스 역시 2017년 2월까지 누적 이용 횟수 8,800만 을 기록했다.
그러나 급격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제고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의 이슈가 불거졌다. 이와 같은 문제를 타개하고자 카카오는 2016년 11월, O2O 서비스 플랫폼을 폐쇄형 플랫폼(closed platform: 서비스를 직접 개발·유통하는 구조)에서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 타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유통하는 구조)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2017년 8월에는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카카오가 직접 개발·유통하던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 서비스를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자회사로 독립시켜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함께 적극적인 사업 분야 확대를 추진하게 된다.
한국형 O2O 서비스 모델을 선보인 카카오는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할 때 기업 내·외부의 지식을 어떻게 획득하고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조직 내에 축적된 기존의 아키텍처(architecture) 지식의 단절, 컴포넌트(component) 지식의 활용, 신규 개발 조직 디자인과 운용 등에 관한 경영학적 함의를 제공한다. 이 사례를 통해 지식경영 관점에서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시의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Q1. 지식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카카오가 메신저 서비스에서 O2O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나?
Q2. 지식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카카오의 O2O 서비스 개발 과정과 전략은 타당했는가? (선 지식 획득, 후 전략 수립 vs 선 전략 수립, 후 지식 획득의 두 유형 비교)
From messenger to mobility – 카카오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 서비스를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로 분사하여 경쟁력 강화와 전문성을 제고하겠습니다.”
카카오는 2017년 5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 서비스 사업을 독립시켜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에서 시작된 카카오 O2O 서비스는 당시 생소하기만 했던 O2O 개념을 한국 시장에 맞는 한국형 O2O 서비스로 개발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삶을 변화시켜왔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수익 측면에서 취약했던 택시 운전사와 대리운전기사들의 소득을 증진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사용자들이 혁신의 산물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용자들도 그동안 택시와 대리운전기사를 잡느라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발표 현장에 있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뇌리에는 이런 다양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 애써왔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커피잔을 손에 들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자가용과 택시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앞날을 떠올리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2010년 미국에서 처음 우버(Uber)라는 O2O 서비스를 체험한 후 한국형 O2O 서비스를 구상했던 때를 떠올렸다.
O2O 서비스 기획, 그리고 관련 스타트업 인수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2010년 카카오톡을 처음 선보인 이래 카카오톡 게임하기 등 SNS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고, 카카오를 국내 최대 SNS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지난 시간 쉴 새 없이 달려오면서 피로가 쌓인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잠시나마 업무를 뒤로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뉴욕의 새로운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그는 레스토랑을 나와 이전처럼 손을 들어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밤이 너무 늦어서인지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자 한 지인이 “우버를 이용하세요”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우버 택시를 호출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한 고급 승용차가 그들 앞에 정차했고, 그는 차에 올랐다. 여러 매체를 통해 우버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접하고 보니 충격 그 이상이었다.
“스마트폰의 혁명적이고 폭발적인 가능성에 대한 느낌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와서 카카오톡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스마트폰이 미칠 영향력이 예측대로 흘러갔는데, 우버의 등장이 저에게는 다시 한 번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바일 혁명은 그간 온라인, 데이터, 디지털 쪽에 머물러 있었는데, 우버의 등장은 모바일과 오프라인을 연결시켜줄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세상은 온라인에만 국한되어 있었구나! 사실 모바일 기능을 통한 온라인 혁명도 어마어마하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버를 통해 미처 생각지도 못했고 애초에 관심도 없었던 오프라인 시장, 즉 택시 산업이나 운송 산업 등의 영역에서도 모바일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는 세계를 경험한 거죠. 이것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언제나 접속해 있는 시대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O2O 서비스를 통해 그 강력한 힘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저는 예측만 했는데 그게 실제 사례로 발현된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리라 생각했고, 모바일 부문을 장악한 카카오 입장에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의 확장, 즉 O2O는 엄청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의장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버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시내로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버를 이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실생활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과거 그가 한게임을 설립하던 시절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지 막연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 막연한 상상이 이 작은 스마트폰을 통해 도래하고 있음을 그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카카오톡 서비스를 처음 고안할 당시 느꼈던 스마트폰의 파괴력보다 더 큰 가능성을 보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새로운 시장을 목격한 김범수 의장은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는 자신이 구상한 바를 수첩에 적었다.
귀국한 다음 날 아침 사무실로 출근한 김범수 의장은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 중에는 카카오로 배달되어 온 몇 통의 우편물과 택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택배 박스에는 5천만 원 상당의 로또 뭉치가 담겨 있었는데, 한 중고차 중개업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영업 실적이 크게 향상되었다며 감사의 표시로 보낸 것이었다. 화물연대에서 보내온 편지도 있었는데, 카카오톡을 통해 화물차 운전기사들과의 소통 방식이 개선되면서 업무 효율성과 복지가 크게 향상되었기에 감사장을 수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미 카카오톡은 한국의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었다. 지하철 광고판을 통해 “카카오톡을 통해 문의하세요”라는 문구를 흔하게 볼 수 있었고, 화물 배송과 의료, 미용 서비스, 대출 상담에 이르기까지 카카오톡은 실생활에 밀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이에 카카오톡과 오프라인의 연계 가능성이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김범수 의장은 임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목격한 O2O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러나 O2O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잡혀 있지 않았던 임원들은 김 의장의 말을 듣고 당황스러워한다. 우버와 콜택시의 차이점도 이해되지 않았을뿐더러 이를 어떻게 오프라인과 연계한다는 것인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O2O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 그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장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토론 주제는 ‘온라인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이를 연계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등등 다양했다. 토론은 쉽사리 마무리되지 않았고 명확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김범수 의장과 임원들은 O2O 서비스 중 온라인 분야는 카카오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은 그 분야가 넓고 카카오가 구축한 역량만으로는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김범수 의장과 임원들은 온·오프라인 연결 노하우가 있는 조직을 찾게 된다. 그 즈음 카카오는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개발 인력이 부족해지자 모바일 전문 개발 인력들을 인수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사업을 경험한 인력도 있었다. 카카오는 피인수 기업 출신의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였다. 그중 2011년 11월에 카카오가 인수한 로티플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었다. 로티플은 카이스트 전산학 전공자들이 설립한 회사로,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은 카카오톡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스마트폰의 위치 기반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 위치 인근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 상점들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해 보급한 경험이 있었다. 김범수 의장과 임원진은 그들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O2O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O2O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인력이나 노하우를 가진 곳이 있으면 M&A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O2O 관련 기업들을 인수한 것은 회사 내부에 이런 일을 경험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카카오톡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O2O 서비스는 완전히 다른 분야거든요. (새로이 학습하는 것보다)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던 팀을 인수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진행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당시에는 O2O 플랫폼이라는 통합된 개념보다는 각각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택시 플랫폼, 대리운전 플랫폼 등 각각의 플랫폼을 개별적으로 정의한 거죠. 결국 소비자와 종사자를 만나게 하는 것이 플랫폼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잘 만들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필요한 자원이 있으면 그 자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 같이해보자고 설득해 인수했습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카카오 탐구생활 TF팀(O2O 서비스 개발팀) 구성
2013년 12월 김범수 의장은 의장실 직속으로 TF팀을 구성하고 로티플 출신의 개발자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카카오에서 근무 중이던 이상혁 씨를 팀장으로 임명했다. 이상혁 팀장은 카카오톡 초기의 주요 개발자 중 한 사람이다. 카카오는 그를 필두로 로티플 출신 인력을 실리콘밸리로 보내 IT 벤처 환경을 비교·분석하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게 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TF팀은 실리콘밸리에서 보고 느낀 바를 적용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던 중 O2O 서비스 개발을 병행하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 김범수 의장은 로티플 출신들이 이전에 개발한 위치 기반 맛집 추천 및 쿠폰 제공 서비스가 O2O 서비스와 가장 유사한 분야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O2O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한 것이다.
‘로티플(Lotiple)’은 장소(location), 시간(time), 사람(people)이라는 말을 합성한 말로,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인근 카페 및 식당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였다(Exhibit 1). 로티플 출신들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며 회원 매장을 확보하고, 위치 기반 지식을 활용해 소비자들과 연결시켰던 서비스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김범수 의장은 직원들에게 하달형, 통제형이 아니라 ‘생활의 혁신, O2O’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고 ‘미지의 땅은 나도(김범수 의장) 솔직히 모르겠다. 각 부문의 수장들이 이 부분에 대해 알아서 개척하라’고 주문하며 부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2014년에 의장님이 생활 영역과 정보 영역의 결합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셨고, 회사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그때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는데, 생활 영역을 저에게 맡기셔서 갑자기 이쪽으로 오게 되었죠. 카카오가 아직 큰 회사가 되기 전부터 하고 있던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분야의 새로운 TF팀을 구성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TF팀 멤버들은 회사 안에서 각자 맡은 분야별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멤버들에게 방향 전환을 하도록 제안해서 그 시점에 각자 고민들이 많았죠. 그래도 일단은 시작해볼 것을 제안했고,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가 설득해서 참여시켰어요. 초기에는 10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이후 15~19명 정도로 꾸리게 되었습니다.”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초기의 TF팀은 로티플 멤버들이 주축이 되었어요. 카카오톡의 초기 주요 개발자였던 이상혁 씨가 팀장이었고, 로티플 출신의 이현종, 윤동희, 김동주, 박영훈, 장윤석 씨가 함께했죠. 그리고 써니로프트의 정주환 전 대표, 장성훈 팀장 등이 추후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오고 얼마 뒤 팀 전체가 탐구생활 TF팀으로 발령 났고, 팀장으로 정주환 대표가 지명되었습니다.”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카카오가 2013년 2월 인수한 주요 회사에는 써니로프트라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써니로프트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에피소드(Episode)’가 있었는데, 이는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소규모 채팅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고, 사진 및 일정, 지도 등의 데이터를 채팅 창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였다. 써니로프트는 온라인 커플 매칭 서비스인 ‘데모데이(Demo day)’도 운영했었다. 이는 자신의 특성과 선호하는 이상형을 설정하면 거기에 맞는 사람들을 선별해 소개하는 서비스로, 특정 영역에 대한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Exhibit 2, 3, 4).
카카오는 써니로프트가 보유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공유·탑재 지식과 데이터 선별 추출 지식이 O2O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TF팀에 투입했다. 그러던 중 TF 팀장을 맡고 있던 이상혁 팀장이 사직을 하자 써니로프트의 정주환 전 대표가 새로운 팀장으로 임명되어 팀을 이끌게 된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를 이끌고 있는 정주환 대표는 소프트뱅크를 통해 써니로프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3년 초에 카카오가 써니로프트를 인수해 팀 전체가 카카오로 옮겨왔다. 정주환 대표는 카카오로 옮긴 후 신사업 개발 또는 타 업체와 조인해 진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다가 2년 전 모바일 기술을 통해 생활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이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게 되었다.
카카오가 O2O 사업 기획 이전에 인수한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씽크리얼즈도 있었다. 씽크리얼즈는 지역 기반 통합 쿠폰 제공 서비스인 ‘쿠폰모아’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다. 쿠폰모아는 위치 기반으로 주변 상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쿠폰들을 연계해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이 기업 출신의 인력들 역시 TF팀에 배정되었다(Exhibit 5, 6).
“카카오는 O2O 사업 이전에 크게 3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위치 기반 쿠폰 서비스를 제공하던 로티플을 비롯해, 씽크리얼즈와 써니로프트를 인수했죠. 3개의 스타트업 출신 인력들은 모두 이미 카카오 내부에서 각자 다른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 제안을 받은 후 이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습니다. 초기에는 기획은 저를 포함해서 2명, 개발 6명, 디자인 2명 총 10명으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당시에 로티플과 씽크리얼즈, 써니로프트 인수는 조직 내부적으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었습니다. 피인수 기업 멤버들의 재능을 카카오가 인수했다는 평이 있었고, 그들은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은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구축한 인재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카카오는 그들이 우리와 가급적 오랫동안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계기를 제공해야 했고, 또 그들의 지식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이처럼 3개의 피인수 기업 출신 10명으로 구성된 TF팀은 ‘카카오 사용자들의 생활을 긴밀하게 파악하다 보면 그들이 생활 속에서 진정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카카오 사용자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게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팀 이름을 ‘탐구생활 TF’로 변경하였다.
“O2O 서비스라는 것은 사용자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생활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때 O2O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TF팀 이름을 ‘탐구생활 TF’로 정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로티플 출신들로 구성된 TF팀이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온 후 새로 발령받은 곳이 바로 탐구생활 TF였습니다. 그곳에는 장성훈 팀장과 이현종, 윤동희, 김동주, 박영훈, 장윤석 씨 등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피인수 기업 출신이었습니다. 탐구생활 TF를 신설한 것은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그중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선정해 사업화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의 실생활을 분석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TF팀은 우연히 통계청에서 발간한 ‘국민 생활 시간 조사’ 자료를 접하게 된다. 해당 자료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하루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가 나타나 있었다. 그 중 성인 전 연령, 전 계층에 걸쳐 공통적으로 ‘이동’이라는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고, 탐구생활 TF팀은 이 이동이라는 맥락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기에 이른다(Exhibit 7).
“통계청 자료에는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소비하는 이동이라는 분야가 있었는데, 매일 이동에 보통 1~2시간씩 소모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 후 카카오는 버스 서비스의 경우 기존에 있던 ‘서울버스’라는 앱을 인수해 ‘카카오버스’로 재출시하고, 지하철의 경우 ‘지하철내비게이션’ 앱을 인수해 ‘카카오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택시의 경우 기존에 출시된 서비스가 없어서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이동이라는 맥락에서 교통 수단을 크게 승용차, 택시, 버스, 지하철로 정리하고, 각 분야별로 기존에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여 시장을 분석해나갔다. 그 후 이러한 서비스 중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인수해 그들이 구축한 기술적 노하우를 카카오 내부로 흡수하고, 이를 연계하여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러한 의사결정하에 카카오는 추가적으로 2014년 9월 ‘서울버스’ 서비스를, 2015년 1월 ‘지하철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인수하고, 2015년 5월에는 ‘김기사(국내 2위 내비게이션 앱)’ 서비스를 제공하던 록앤올을 인수한다. 그리고 각각의 서비스를 카카오 플랫폼에 탑재해 ‘카카오버스’, ‘카카오지하철’, ‘카카오내비’ 등으로 재출시한다(Exhibit 8).
그러던 중 이동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공통적으로 지도 데이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도 데이터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낀다. 탐구생활 TF팀은 주로 카카오가 인수한 스타트업 출신들인데, 그들이 스타트업 시절에 개발한 서비스들은 주로 구글이나 다음,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공개 데이터를 활용했다. 그러나 공개 데이터는 편집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카카오는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기로 한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제한으로 인해 직접 개발이 어렵게 되자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기로 한다.
카카오-다음의 합병
지도가 O2O 서비스의 핵심 자원이라고 생각한 카카오는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을 탐색하게 된다. 그중 다음의 지도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구축하였다고 판단한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김범수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선 O2O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 다음을 인수했습니다. 모바일 부문을 장악한 카카오 입장에서 O2O 서비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또는 모바일 시장만 해도 엄청난 파워를 가지는데, 이 시장은 더욱 강력한 파워를 가질 거라고 생각했죠.”
– 김범수 카카오 의장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O2O 서비스는 위치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위치 기반 데이터가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카카오는 이러한 지식과 노하우가 없었고, 다음은 오래전부터 지도 서비스 라우팅 등의 위치 기반 지식을 축적하고 있었죠. 그 지식을 활용하는 데 다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다음과 합병하면서 카카오는 명실상부 한국 IT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다는 소식은 연일 뜨거운 이슈로 언론에 노출되었고, 카카오와 다음은 각각 공동대표를 선임하고 지속적인 시너지를 창출해나갈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얼마 후 카카오와 다음은 ‘다음카카오’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공동대표로 다음 출신의 최세훈 씨와 카카오 출신의 이석우 씨를 선임한다. 그리고 다음카카오 출범식장에서 그들은 ‘Connect Everything’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건다(Exhibit 9).
온라인에서 각자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이들은 합병을 통해 모바일과 웹이라는 경계를 뛰어넘고, 더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사람과 사람, 정보, 사물 등 생활의 모든 것과 연결할 수 있도록 O2O 서비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개발과 탐구생활 TF팀의 변화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지도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서울버스와 지하철내비게이션 등 기존의 이동 분야 서비스들을 인수한 카카오는 이제 신규 서비스 개발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카카오 탐구생활 TF팀은 버스, 지하철 외에 기존 시장에서 적절히 활용되지 않고 있거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서비스를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택시와 대리운전에 관한 모바일 서비스가 아직 없다고 판단한 탐구생활 TF팀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 기획 담당자들, 그리고 다음 지도와 다음 카페 서비스 개발 및 사업 기획 담당자들을 추가적으로 투입하여 택시, 대리운전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도윤환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기획했던 유광진 씨가 2014년 6월에 개발 조직에 합류했고, 카카오스토리 개발을 담당한 김종훈 씨가 9월에 합류하게 됩니다. 이 분은 기존에 병원을 연결해주는 ‘굿닥’이라는 O2O 서비스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씽크리얼즈 대표였던 김재현 씨가 투입됩니다. 이 분은 카카오게임에서 게임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한 분입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후인 11월에는 다음에서 신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황윤익 씨가 영입되었습니다. 황윤익 씨를 영입한 후에는 지속적으로 다음 출신의 인력이 O2O 개발 조직으로 넘어왔습니다. 2014년 12월에는 카카오게임에서 신사업 기획을 하던 서상균 씨가 유입됐고, 다음에서 카페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았던 김하나, 박가영 씨, 씽크리얼즈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김현아 씨와 디자인을 담당했던 유민혜 씨가 넘어왔습니다. 또 다음에서 지도 개발을 하던 신요식 씨도 넘어왔고요(Exhibit 10).”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1. 탐구생활 TF 1기와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발
크게 3개의 피인수 기업(로티플, 써니로프트, 씽크리얼즈) 멤버들로 구성되었던 탐구생활 TF팀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담당하던 직원 2명과 굿닥, 다음에서 활동하던 인력들을 추가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탐구생활 TF 1기를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발에 돌입한다.
이동이라는 맥락의 O2O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전략적 방향성 아래 카카오는 택시 사업에 진출하기에 앞서 택시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사전 현장 조사에 들어간다. 소비자 측면만이 아니라 산업 종사자 측면까지 고려해 서비스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개발자들이 현장을 전혀 모르잖아요? 현장과 개발자들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어려웠죠. 가령 글자 크기만 해도 저희 쪽에선 충분히 크게 만들어서 시안을 드렸는데, 그분들은 작다고 했어요. 또한 초기 기획 아이디어 중에서 ‘비흡연 기사 택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여성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고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등 다양한 생각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이 승객 측면에서 나온 겁니다. 우리는 이용만 해봤지 기사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거죠. 당시 택시 기사들도 우리의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현장 인터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TF 멤버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택시에 관해 조사하기로 하고 지역별 택시 서비스의 차이점과 문제점을 파악한다. 이들은 각각 경상도권, 전라도권, 강원도권 일대를 돌면서 지역별로 택시 기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중 강원도권을 조사하기로 한 팀원은 기차역에 내려 지역 콜택시 업체에 전화해 택시를 호출한다. 호출한 지 20여 분이 지나 택시가 그 직원 앞에 섰고, 팀원은 택시가 이동하는 동안 택시 기사를 세세히 분석한다. 그러던 중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자 기사는 무전기를 들고 기사들과 소통을 한다. 이후 TF 팀원이 “아직도 무전기를 쓰시네요?”라고 말하자 기사는 웃으며 “콜택시 하려면 이거 무조건 써야 해요”라고 대답한다.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묻자 기사는 “이 무전기를 통해서 콜을 받거든요”라고 답한다. 대화를 통해 TF 팀원은 택시 기사가 콜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부가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택시 운전사들은 콜택시 전용 무전기 및 내비게이션 등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사용 대가로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기기를 사거나 월 이용료를 납부해야 했다. 이로 인해 콜택시 수익의 상당 부분이 중개업체로 넘어갔고, 실질적인 종사자인 택시 기사들의 편익은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시장조사를 마친 카카오 탐구생활 TF팀은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서비스를 만들 때의 철학은 ‘종사자도 유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카카오의 많은 서비스는 최종 소비자(end user)를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O2O 서비스의 경우에는 종사자에 대한 인식도 필요했습니다. 택시 기사분들은 연령대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택시 기사분들의 경우 60대 이상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비스 사용 방식도 다 다르고요. 우리는 그분들에게 새로운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거잖아요? 그분들도 유저라는 생각을 가지고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은 ‘소비자뿐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인 기사분들에게도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카카오 탐구생활 TF팀의 철학과 달리 택시업 종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자 전국의 택시 조합을 찾아가 조합장들을 면담했는데, 그 과정에서 IT 기술을 통한 택시 산업의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는 TF팀의 말에 쉽게 공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기본 사업 환경도 IT 분야와는 너무 달랐다. 대부분의 사무실이 비슷한 분위기였는데, 벽 중앙에 태극기가 걸려 있고, 또 다른 벽면에는 누군가가 역대 대통령들과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 가구 위에 놓인 몇 개의 난 화분, 초록색 융을 깔고 유리 덮은 책상, 그리고 거기에는 컴퓨터 하나 없이 오로지 종이로 된 서류만 올려져 있었다.
TF 멤버들은 카카오가 택시업 종사자 입장에서 경제적 효용을 증가시키려 한다고 말하면서 서비스 개발 과정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한다. 종사자 친화적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대해 그들도 차츰 동의하면서 참여하는 택시 조합이 하나 둘 늘어난다.
택시 조합들의 협조 하에 카카오택시 서비스 시제품들을 택시 기사들에게 보여주며 그들의 선호도를 파악했고,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놓친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택시 기사들의 의견은 사소하게는 글자 크기나 화면 디자인 등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개발 과정에 반영되었다. 디자인 측면 외에도 그 동안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확보한 위치 기반 기술과 매칭 기술, 지도 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당시 탐구생활 TF팀에는 피인수 기업인 로티플 출신의 인력 6명(개발자 6명)과 써니로프트 출신 3명(기획자 1명, 디자이너 2명), 씽크리얼즈 출신 3명(기획자 2명, 디자이너 1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 개발을 지속해가면서 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이들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영입하게 된다. 다음에서 활동하던 4명(사업 기획자 1명, 카페 서비스 기획자 2명, 다음 지도 개발자 1명)과 굿닥의 CTO, 그리고 카카오에서 기획을 담당하던 2명(게임 기획자 1명, 플러스친구 기획자 1명) 등을 참여시킨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카카오가 보유 또는 인수한 기존의 서비스들이 가진 여러 기능들이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발에 투입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령 주문자 인근 택시 검색 및 호출, 사용 후기 공유 등의 기능은 로티플, 씽크리얼즈, 써니로프트가 각각 개발했던 서비스에 축적된 위치 기반 기술과 매칭, 분류, 이미지 공유, 평가 등의 요소들이 결합된 것이며, 지도상의 위치를 선정(mapping)하는 기술은 다음에서 기획·개발을 담당하던 인력들의 지식과 경험이 녹아 든 것이다. 또한 택시 서비스에서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한 채팅 및 ID 연계가 가능하게 된 데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및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등 카카오톡 플랫폼 연계 사업을 경험해본 개발자들의 역할이 컸다(Exhibit 11).
이러한 개발 과정을 거쳐 2015년 3월, 드디어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2016년 카카오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카카오택시 출시 15개월 후인 2016년 9월, 카카오택시의 총 누적 호출 수는 2억 건을 돌파했다(Exhibit 12). 그리고 전국에 있는 25만여 명의 택시 기사 중 24만 명이 카카오택시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 이 중 택시 기사 1만 5천 명의 소득 변화를 추적한 결과 카카오택시 론칭 후 연평균 소득이 약 13.4% 증가했고, 전체 소득 증가액은 약 7,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Exhibit 13).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카카오택시 론칭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자체 조사를 했을 때 택시 기사들의 연평균 소득이 13~14% 정도 증가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산업 전체적으로는 7,000~8,000억 원 정도 상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초에 다시 조사를 해보면 소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2. 탐구생활 TF 2기와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 개발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택시 이용 문화를 변화시켰고, 택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카카오는 이동이라는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O2O 서비스를 확장해 가기로 한다.
탐구생활 TF팀은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발 이후 택시 산업처럼 혁신이 필요한 기존의 산업 분야에 진입해 변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로 여러 산업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우연히 대리운전기사의 어려움을 다룬 신문기사를 접하고 다음 사업을 대리운전 서비스로 정한다.
카카오택시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본 임지훈 대표는 ‘O2O 서비스가 미래다’라고 선언하고 탐구생활 TF팀을 본부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O2O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이에 탐구생활 TF 인원을 늘리기로 한 카카오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는다. 당시 지원자만 100여 명에 달했고, 이 중 20명이 선발되었다. 이와 같이 탐구생활 TF 1기 19명과 새로 선발된 20여 명이 한 팀이 되어 탐구생활 TF 2기가 구성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도윤환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임지훈 대표가 취임하면서 O2O 서비스팀이 크게 확장됩니다. 특히 카카오택시의 성공 이후 사내에서는 수시로 ‘O2O 서비스는 우리의 미래다’라는 얘기가 돌았죠. 조직 내에서 탐구생활 TF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대리운전 서비스 개발을 염두에 두고 내부 공고를 냈는데, 그때 지원자가 엄청 많았어요. 거의 100명 정도 됐을 거예요. 팀원을 선발하느라 저희가 고생을 좀 했죠.”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탐구생활 TF는 카카오택시를 개발할 당시 정확한 예상 경로와 시간, 결제 금액 등을 산출하기 위한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다고 느꼈었다. 이후 카카오는 당시 국내 내비게이션 업계 2위인 김기사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던 록앤올을 인수해 카카오내비로 재출시하는 한편, 그들이 보유한 내비게이션 관련 지식을 대리운전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투입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도윤환 개발자는 이렇게 말한다.
“김기사(록앤올)를 인수한 것이 2015년 5월쯤이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개발하다 보니 내비게이션 데이터가 상당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기사용 앱에 앱투앱(App to App) 형태로 연동해서 넣을까 했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에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점진적으로 김기사 인수 절차를 밟아갔습니다. 지도가 정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기능에 국한된다면, 내비게이션은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교통 상황과 이동 상황에 따라 요금 및 거리가 다 다르고, 또 자동차로 10km 이동하는 것과 걸어서 10km 이동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이러한 이동에 따른 거리와 요금, 소요 시간 등은 내비게이션 기능이 아니면 정확히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도윤환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
내비게이션 자원까지 확보한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대리운전 서비스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그들은 카카오택시와 마찬가지로 현장 실사를 통한 종사자 친화적 서비스 개발을 추구하였다.
어느 날 정주환 대표는 회의실에 팀원들을 모아놓고 그들 모두가 대리운전기사로 직접 등록하고 발로 뛰어보자고 권유한다. 한 번도 이런 활동을 해본 적이 없던 팀원들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정주환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정주환 대표와 함께 사무실 인근에 있는 대리운전 업체에 가서 기사로 등록한다.
그런데 한 업체에서는 자신들의 대리운전기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정기 이용료를 선납해야 한다고 했고, 또 한 업체에서는 자신들의 전용 단말기와 통신 요금제를 설정해야 하고, 거기에 보험료 등 추가 비용까지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대리운전 업체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수수료는 20~38% 사이입니다. 그런데 그 외에 프로그램 사용료와 보험료 등이 추가되면 실제 수수료는 50%가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새로운 서비스에 접목시켜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문제점에 대해 공격하기보다는 우리의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보완할 방법을 고민했던 겁니다. 그 결과 대리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별도의 수수료 없이 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중요한 건 모두에게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Exhibit 14).”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대체적으로 대리운전 업체는 예치금이라는 항목으로 대리운전 수입 중 일부를 적립해놓고 있었고, 카드 결제인 경우 수수료 10%를 차감하고 먼저 예치금에서 공제한 후 2~5일 후에 종사자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운행 요금도 체계적이지 않았는데, 업체마다 서울~일산 2만 원, 서울~용인 2만 5천 원 등 요금이 제각각이었고, 대도시로 돌아오는 요금은 더 낮은 가격에 책정되어 있었다. 가령 서울에서 일산으로 가는 요금은 2만 원이었으나 일산에서 서울로 가는 요금은 1만 5천 원이었다. 대부분의 콜이 대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에 대리운전기사들은 낮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콜을 받으면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대리운전기사들의 환경을 직접 체험해본 탐구생활 TF 팀원들은 다음 날 출근해 더욱 고무된 상태로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들은 발견된 여러 문제들 중 우선 수수료 책정과 가격 산정, 노쇼(no-show)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다.
우선 중개수수료를 20%로 책정하고 그 밖의 프로그램 이용료 및 기타 수수료는 제외시켰다. 보험료는 책정한 수수료에서 카카오가 대납하는 형식으로 서비스를 구성하였다. 또한 운행 거리와 운행 소요시간에 따라 운행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카카오페이를 통해 결제된 주행 요금은 다음 날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일괄 지급하는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탐구생활 TF 팀원들은 종사자 친화적이면서 경제성 향상을 위한 카카오드라이버 거래 규칙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서비스 기능을 디자인하기 시작한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카카오택시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바로 카카오가 인수한 기업들이 보유한 지식을 조합해 개발해 나간 것이다.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는 크게 위치 정보와 매칭, 채팅, 결제, 후기 평가 기능이 접목된다. 여기서 위치 정보를 구성하는 지도 데이터는 다음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위치 정보는 로티플과 씽크리얼즈가 보유하고 있던 위치 기반 정보 활용 기술을 접목한다. 또한 거리에 따른 운임 측정과 주문자–택시 기사 매칭 기술의 기반이 되는 카카오내비 기술도 적용되었으며, 씽크리얼즈의 근접 상점 추천 지식도 간접적으로 활용되었다(Exhibit 15).
그리고 피인수 기업의 지식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직접 구축한 서비스도 투입되었다. 카카오택시와 달리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에는 결제 기능도 포함되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카카오가 개발한 카카오페이 기능을 탑재하였다.
더불어 대리운전기사와 승객이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의 채팅 기능이 추가되었다. 안심메시지 전송 및 기사 배정 알림, 예상 소요 시간 안내 등의 기능이 카카오톡의 채팅 기능과 연동되어 나타나도록 구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를 통해 조합되기 시작한 위치, 지도, 내비게이션, 매칭, 채팅 등의 기술은 이후 출시되는 다양한 서비스들에도 적용되고 있다(Exhibit 16, 17).
골목상권 침해 이슈의 대두와 개방형 플랫폼으로의 변화
카카오드라이버 출시와 함께 불거진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은 결국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게 된다. 카카오택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데 비해 카카오드라이버의 확장 과정에서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사자 친화적 서비스 구조는 실질적으로 대리운전기사의 수입을 향상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고, 당시 전체 대리운전기사 중 40% 가량이 카카오드라이버에 가입하는 등 업계 내 카카오드라이버로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주문도 카카오드라이버로 몰리면서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의 주문량이 전반적으로 급락하였다. 이에 사업적 위협을 느낀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은 카카오 규탄 시위를 연속적으로 벌였고, 자사의 대리운전기사들에게는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강경 반응을 보이게 된다.
게다가 카카오드라이버 후속작으로 준비 중이던 ‘카카오홈클린(가사도우미 서비스)’이 곧 출시될 거라는 소문이 돌자 기존 가사도우미 파견업체들도 카카오 규탄 시위에 합류해 반대집회를 연일 이어갔다. 이렇게 거센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자 정치권에서도 카카오의 O2O 서비스 확장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사업 초기에 ‘O2O 서비스가 미래다’라며 카카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의 O2O 서비스는 종사자들의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것과 달리 실질적인 매출은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O2O 거품설과 함께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카카오의 2016년 1분기 영업이익은 약 2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109억 원)은 64.5%나 줄었다. “1억 건 넘는 카카오택시 호출 건수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1)라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실정이었다.
증권시장에서도 카카오의 O2O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식어가고 있었다(Exhibit 18).
“카카오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카카오의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 강력한 메신저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게임, 광고, O2O 등 신사업들은 아직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설명할 만한 이익 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2)
“카카오는 우리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 모바일 인터넷 기업으로, 많은 창의적인 결과를 내놓은 회사지만 카카오톡 게임하기 매출이 둔화되고 있고, 광고 매출액의 증가도 둔화되고 있다. 새롭게 진출한 O2O 비즈니스에서도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3)
카카오가 O2O 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 시장에서 카카오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카카오의 기업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O2O와 준비하고 있는 그 밖의 여러 사업들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전략을 신속하게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카카오 경영진은 고심 끝에 이러한 이슈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게 된다. 우선 기존의 사업자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카카오가 기존 사업자들을 배제함으로써 이들이 생태계에 참여할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다. 고민 끝에 카카오는 혁신 과정에 기존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카카오가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 모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김범수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카카오 O2O 서비스 플랫폼은 결국 파트너십 구조로 갈 것 같습니다. 즉, 기존 업체들과 협업할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된다는 말입니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시스템 비용을 내고, 우리의 구조와 그쪽의 역량을 조율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그 방향성에 대해 완전히 결정된 바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전체 구조를 구상하면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카카오는 그 해답으로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 구조를 차용하기로 한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카카오가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기보다는 게임 전문 개발업체들의 콘텐츠를 공급받아 유통하는 구조로, 카카오는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동시에 게임 개발업체는 소비자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수익 또한 올릴 수 있다. 즉,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사용자 확대에 대한 성과를 게임 개발업체와 공유하는 구조다. 카카오톡 게임하기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O2O 서비스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카카오 내부는 다시 분주해졌다.
카카오는 기존에 자신들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통까지 담당했던 폐쇄형 플랫폼(closed platform: 서비스를 직접 개발·유통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기존 업체가 개발한 서비스를 카카오 O2O 플랫폼에 탑재할 수 있게 하는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 타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유통하는 구조)으로 사업의 전략을 전환한다. 이를 통해 혁신 과정에 기존 업체들이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혁신의 결과를 공유하는 구조로 변화한 것이다. 핵심 서비스는 기존의 업체가 제공하되, 카카오가 구축한 O2O 기반 서비스인 결제 및 지도, 카카오톡 연동 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Exhibit 19).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 자회사 설립
카카오는 기존에 합리적 보상 체제가 구축되지 않았던 콜택시와 대리운전 시장에 O2O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산업 자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던 산업 종사자들이 소득 증가 등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으며, 사용자들의 실생활을 변화시켜 국내 교통 문화를 바꿔왔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의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사업을 확장해 갈 때마다 기존 시장 사업자들의 항의는 거세졌고, 언론은 골목상권 침해 이슈를 더욱 강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카카오의 O2O 서비스 확장에 관해 정치권도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카카오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전략을 모색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분사였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부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경쟁력을 활용해 스스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카카오는 2017년 8월 정주환 대표(전 카카오 O2O 사업 총괄/부사장)를 ‘카카오내비’,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사업을 총괄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로 임명하고 교통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주문하였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글로벌 투자사에서 5,000억 원을 투자 받아 그간 중단했던 카카오 주차 예약 사업과 해외 진출 전략을 다시 추진하고, 카풀 사업과 차량 공유 사업으로 확장해 나간다. 그리고 수익성 향상을 위해 기업 전용 택시 서비스와 카카오택시의 선(先)배차 제도 등도 고려하고 있다.
Epilogue
김범수 의장은 창밖을 바라보며 그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였다. 그리고 O2O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았다.
카카오는 ‘생활의 혁신’이라는 구호 아래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O2O 서비스를 한국형으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산업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뿐 아니라 각 산업 종사자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리운전 차량이나 택시의 동선을 빅데이터화하여 분석함으로써 전국의 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Exhibit 20, 21).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자회사로 독립시킴으로써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을 활용해 관련 사업으로의 확장과 수익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자회사로 독립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택시와 대리운전 산업 외에도 교통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기획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O2O 서비스는 각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에서는 기존의 오프라인 산업이 촘촘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가 오프라인 산업을 대체하기 힘들 것 같고, 오히려 동남아시아 쪽이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도 중국에 비하면 장애가 좀 많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 단계인데, 한국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한국에서 카카오 사용자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난다는 사실과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 체크카드 이용 건수가 우리나라만큼 많은 나라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결제 수단이 모바일과 연결되면 결제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이를 어떻게 O2O 서비스에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수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O2O 시장은 오프라인과 긴밀하게 엮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O2O 사업을 확장하기가 꽤 힘들었어요.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 O2O 사업을 하는 것은 웬만한 기업이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O2O의 글로벌화요? 우버 이후에 O2O 서비스와 관련된 글로벌 기업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버도 O2O 산업 태동기였으니까 그 정도로 확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O2O 서비스는 결국 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모두 다릅니다. 중국의 경우는 결제 부분이 불편했는데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이를 해결했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을 장악했죠. 미국의 경우는 물류가 불편했는데 아마존의 물류 전략이 적중해 미국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 각 국가마다 다른 이 ‘핵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렇듯 모바일과 연계된 신규 사업으로 O2O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것으로 O2O 산업의 개척 작업은 일단락되었다고 판단햇다. 그리고 카카오는 O2O 서비스 이후 모바일과 연계된 또 다른 영역을 새롭게 개발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그런데 마침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모바일 기반의 금융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었고, 국내에서도 모바일 전문 은행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게 된다. 이에 카카오는 자신들이 새로 개척할 영역으로 모바일 금융 시장을 선택하게 되고, 이후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 작업을 밟아 나간다.
김범수 의장은 이렇게 말한다.
“계속해서 자문자답을 이어갑니다. 가령 ‘모바일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해 ‘모바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하게 되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세상에 제공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이어갑니다. 우리가 인터넷 은행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그렇다면 인터넷 은행이 무엇인데?’라는 질문을 추가적으로 던졌습니다. 은행의 본질은 예금을 받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인터넷 은행에서도 이 논리가 성립되는가?’, ‘모바일 은행이나 인터넷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이자를 받는 것에서 끝나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하는 겁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가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즉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 이상의 활동은 무엇일까? 기존의 오프라인 은행보다 비용을 낮춰 대출이자를 최소화하고, 그 대신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를 모색한다거나,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적금 금리를 제공할 때 기존의 은행보다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겁니다. 이러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게 저희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메신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답하고,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이상의 것이 무엇일까?’라고 하면서 질문을 계속 다듬는 과정. 우리의 사업은 이렇게 질문을 다듬고 현실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카카오와 KB국민은행, 한국투자금융지주, 이베이 등과 연합 형태로 설립된 카카오뱅크는 많은 준비 과정 끝에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개시 첫 달 300만여 개의 계좌가 개설되는 등 출시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카카오뱅크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택시와 승용차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던 김범수 의장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책상 위에 쌓여 있는 서류들 중 카카오뱅크와 관련된 서류를 펼쳐 들고서 관련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나간다.
[주석]
1. 문어발식 O2O 확장’ 카카오… 골목상권 빼앗고 돈도 못 벌어 ‘진퇴양난’”, 매일경제, 2016. 06. 13.
2. “카카오 3Q도 신통찮을 듯…신사업 매출 기여도↓”, 아이뉴스, 2016. 10. 18.
3. “증권가 ‘카카오 2Q 실망’… O2O 수익화 우려”, 아이뉴스, 2016. 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