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콴텍의 사례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관리, 판단, 평가 등의 방법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교수자는 조직관리,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경영혁신 등의 교과목에서 본 사례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목표를 설계해보고 핵심결과를 도출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항상 변화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목표와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조직구조와 문화가 필요하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인 콴텍은 이런 시스템과 문화로 잘 무장한 회사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코스콤이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대회에서 상위 10위권 내에 콴텍의 알고리즘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이 그 결과물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 알고리즘이나 코스피의 수익율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콴텍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목표는 변화와 혁신이지만, 금융당국의 목표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의 보호다. 이런 목표의 괴리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혁신 기술이 있어도, 이를 소비자 가치 혁신으로 실현시키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있었다. 콴텍도 금융정책 변화가 거듭되자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됐고, 이는 조직 내부의 갈등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가진 역량과 에너지를 제대로 발휘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임직원들 간에 헤게모니 싸움까지 벌어져 회사는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CEO로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소수 임직원들과 단단히 결속하여 와해된 조직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또 회사와 임직원들의 목표를 정렬시켜 본디 회사가 갖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여 단기간에 뛰어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콴텍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에 시달리며, 자원 배분 문제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다. 또 잘못된 자원 배분으로 회사 전체의 목표가 흔들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콴텍의 사례를 통해 학습자들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언제나 유동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에 맞춘 효과적인 목표 및 자원 관리 방식을 배울 수 있다.
Q1. 이상근 대표는 콴텍을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능동적 목표 설정과 업무 참여가 필요했다. 구성원들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의 성격 유형에 대해 논의하고, 당시 상황에서 이상근 대표에게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필요했는지 토론하시오.
Q2. 콴텍은 2020년 비즈니스 모델을 플랫폼에서 은행·증권사·보험사용 로보어드바이저 소프트웨어로 바꾸었다. 이 경우 조직의 목표(Objective)는 어떻게 변경해야 하며, 부서별 핵심결과(key result)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설계할지 토론하고, 콴텍 OKR의 빈칸을 채우시오(사례 내 Exhibit6). (체험형)
Q3. 콴텍 디지털마케팅팀의 핵심결과와 자가진단 질문지를 참고하여(Exhibit 8),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결과가 타당했는지 자가진단 질문지에 점수를 매기고, 아래 자가진단 질문들이 타당한지 토론하시오. 적절치 않다면 새로운 자가진단 질문을 제시하시오.
3. 회사의 재무 결과(이익, 매출, 비용)를 고려했는가.
6. KR의 다음 단계를 고려했는가.
12. 핵심결과는 충분히 도전적인가.
OKR로 되찾은 일의 격(格), 불확실성 넘어 하늘 날다
이상한 나라의 길 잃은 창업자
“고양아, 나만의 지도는 어떻게 만들면 돼?”
어딘가 갑갑해 보이는 30대 남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중얼대듯 책 속 고양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려 있어.” 고양이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라는 듯 답했다.
남자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가르쳐 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가면 돼. 넌 어디든 도착하게 돼 있어. 계속 걷다 보면 어디든 닿게 돼 있거든.” 방향과 방법을 묻는 남자의 질문에 달변가 고양이는 움직이란 말만 거듭했다.
“고양아, 난 그럴 수 없어. 이미 막다른 길이거든.” 남자는 고양이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책을 덮어버렸다.
남자는 고양이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간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방향을 잃어도 발걸음만 멈추지 않으면 어딘가 닿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건널 엄두조차 안 나는 불확실성의 바다. 퇴로마저 끊겨 되돌아 갈 수도 없었다. 남자는 다시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2020년 4월의 봄내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민의 주인공은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 콴텍의 창업자 이상근 대표. 당시 이상근 대표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는 목표를 잃었고, 임직원들은 서로 비난하기 바빴으며, 대표이사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회사를 재건할 실마리라도 찾을 생각에 어릴 때 읽던 책을 다시 꺼내 본 것이다.
이상근 대표가 콴텍을 창업한 것은 그가 30대 중반이던 2016년이다. 퀀트(quant)1) 전문가로서 증권사에서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고,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퀀트 전문 회사를 차렸다. 당시 미국·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찰스슈와브 같은 퀀트 기반 온라인 금융회사가 대성하는 등 성공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더구나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점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투자기법이 주목받기 시작하며, 수리 기반 투자 기법인 퀀트를 보는 세상의 시선도 달라졌다.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2)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콴텍의 여정은 창업 초기부터 순탄치 못했다. 현실과 이상은 늘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융 환경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금융선진국인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3)로 콴텍처럼 시장에 신규진입한 사업자가 자금중개 등 일부 사업부문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포지티브 규제4) 로 핀테크 스타트업의 발목을 꽁꽁 묶어 놨다. 신규 사업자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일부 사업을 제외하곤 금융업 신규 진출이 원천 봉쇄돼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활용조차 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섣불리 발을 내딛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고민하던 이상근 대표는 2019년부터 법적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두 가지 플랫폼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퀀트 개발자나 펀드매니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투자 알고리즘을 공유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과 펀드판매인들이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영업용 솔루션 개설이 그것이었다.
국내 펀드투자의 구조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Exhibit1). 먼저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하려면 은행·증권·보험사 등 펀드판매회사로부터 펀드 상품을 추천받아 상품에 가입한다. 펀드판매회사는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규모, 자신이 받게 될 판매보수 등을 고려해 상품을 추천한다. 이렇게 상품에 가입하면 펀드투자금은 자금을 모아서 운용하는 수탁회사5) 로 이동한다. 수탁회사는 고객의 투자금을 보관, 관리만 할 뿐, 운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투자의 지역과 방법·규모 등을 결정하는 것은 자산운용회사로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처를 현금을 많이 확보할지, 주식 비중을 높일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운용을 수탁회사에 요청하고, 이를 접수한 수탁회사는 투자를 집행한다.
콴텍은 알고리즘 플랫폼 구축을 통해 이 과정 중 자산운용회사의 역할을 보완, 대체하고 영업 측면에선 영업용 솔루션을 마련해 판매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발판 삼아 향후 투자일임과 증권업·자산운용업의 인가를 획득, IT 기술을 활용한 종합 증권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상근 대표는 자신의 그림이 적중할 거라 확신했다. 증권사·자산운용사는 콴텍의 플랫폼을 이용해 펀드매니저에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운용 방식을 시스템화·내재화할 수 있어 콴텍의 기술을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투자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맡기면 운용 비용도 감소해 고객에게 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투자자들로서도 운용보수가 저렴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콴텍은 이 비전을 바탕으로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이상근 대표는 일찌감치 업계의 내로라하는 개발자들을 영입하고, 2019년 본격적으로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허들은 이상근 대표의 생각보다 높았다. 금융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사업자만 영위할 수 있는 규제 산업으로, 금융정책은 생태계 참여자들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강력하다. 핀테크가 본격 국내에 꽃피기 시작한 시점은 2017~18년으로 당시 금융위원회는 신금융 정책의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당시는 로보어드바이저와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금융 기술이 등장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P2P 금융을 중심으로 일부 영역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금융위원회는 규제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 금융산업의 혁신 조류는 기존 대형 금융사를 기본 틀에 두고 규제 샌드박스6) 등 정책을 통해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핀테크 혁신을 일으키면, 이를 대형 금융회사에 접목해 금융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그림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최초 핀테크 기업에 금융투자 핵심업무 위탁,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자기자본 요건 완화, 펀드 운용도 허용 등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했다(Exhibit 2). 그러나 2019년 들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기존 금융시스템의 틀에 핀테크 기업들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런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베이비스텝 정책 추진이었으나, 콴텍 같은 핀테크 기업에는 커다란 불확실성이었다. 콴텍의 알고리즘 플랫폼과 영업용 솔루션 역시 데이터활용과 상품중개 측면에서 규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거듭된 변화를 요구 받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콴텍과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의 역할은 대형증권사의 솔루션 개발로 제한됐다. 은행·증권 등 대형 금융사로의 진출 기회는 네이버·카카오·토스와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차지가 됐다. 이제 규제샌드박스와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해 대기업 파트너를 찾아야 했다. 물론 당장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도 묘연해졌다. 이런 상황을 당국 탓만 할 수는 없었다. 당시 미국·영국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자산 리밸런싱을 통한 리스크 헷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능동적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긴 어렵다는 판단이 넓게 퍼지기 시작해 시장 전체의 궤도 수정은 불가피했다.
목표 잃은 병사의 총구는 내부를 향한다
이상근 대표는 이제 지도를 새로 그리고 새 출발을 하려 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내부 임직원들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 전환 속에 제품의 개발과 취소를 반복한 임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부서 간 갈등이 불거졌다. 디자인팀과 법무팀 간에 충돌이 뼈 아픈 일례다. 디자인팀은 사용자 편의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했으나, 법무팀은 금융당국의 지적을 우려해 UX·UI 구성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며 두 팀은 번번이 부딪혔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규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주요 화면마다 상품 위험 안내 등 설명서나 규정을 이해했다는 체크박스를 빼곡히 채워야 했다. 다만 법 규정은 느슨해 요령을 발휘할 여지가 있었다. 법무팀은 이를 보수적으로 해석해 금융소비자보호에 포인트를 맞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을 요구했다. 물론 이런 요구에 디자인팀은 애플리케이션이 엉망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법 규정의 문제도 있었지만, 직원들의 성과 평가를 잘 받기 위한 헤게모니 다툼의 측면도 있었다. 당시 법무팀의 성과지표는 금융당국의 지적 횟수, 사고 발생 건수 등이었다. 디자인·개발팀은 자신이 개발한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포트폴리오가 되기 때문에 법무팀 주도의 제품 개발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갈등은 불거지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산으로 갔다. 이런 류의 갈등은 기획·영업·경영지원 등 대다수 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결국 갈등의 칼 끝은 이상근 대표로 향했다. 이상근 대표보다 나이 많은 임직원들이 자신의 손을 들어 달라고 압력을 가했고, 급기야 모든 사태의 책임을 대표이사에게 떠넘기려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오판했다는 것이다. 여러 방향에서 인력을 받은 콴텍은 붕 떠 표류했다. 어렵게 영입한 핵심 개발 인력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내홍에 빠져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비전의 실종, 조직 내 갈등, 리더십 상실 등 콴텍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020년 4월은 이상근 대표에게 잔인한 달이었다.
“당시 회사에 목표관리, 인사관리라고 할 게 없었어요. 각 팀이 제품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저도 미숙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인사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저희가 일반 소비재를 파는 기업이었다면 고객 가치만 신경 썼으면 됐을 텐데 금융업의 특성상 그러지 못했죠. 모든 법 규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기존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부서장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으니 위험을 회피한 것은 이해합니다. 반대로 애플리케이션 개발 하나하나가 자신의 커리어가 되는 기획·개발 부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란 것도 이해합니다. 당시 갈등은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근 대표
묵묵히 일하던 직원들이 마음 떠난 연인처럼 하나 둘 떠나자 이상근 대표는 초조했다. 이들을 붙잡으려 매일 같이 술자리와 면담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에 내일은 없었다. 이상근 대표는 용단을 내렸다. 재창업 수준의 리빌딩에 나서야겠다고.
이상근 대표는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복기하는 한편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Exhibit 3). 먼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타깃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알고리즘 플랫폼의 경우 금융정책 변화에 크게 휘둘릴 수 있는 데다, 퀀트·펀드매니저들이 자산만의 고유한 알고리즘을 남들에게 쉽게 공유할 리 없었다. 또 자산을 굴리는 운용역의 입장에서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을 사용했다간 자칫 자신이 투자 실패의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었다. 펀드를 판매하는 투자상품권유대행인의 경우도 기존 증권사들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중개플랫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상근 대표는 콴텍의 플랫폼 전략이 기존 증권사들의 브랜드 신뢰도를 넘어설 만큼의 혁신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또 각 부서가 제품 개발에 있어 통일된 목표로 일하지 못한 점도 반성했다. 전체 팀의 업무 목표를 동기화 시키지 못한 결과 조직의 사일로 현상7)이 극심해져 갈등이 불거졌다. 회사 전체보다는 자기 부서, CEO보다는 자신의 인사권자만을 보고 일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대부분 업무 수행의 판단 근거는 부서 이익이나, 상급자의 지시 사항에만 맞췄다.
이상근 대표는 콴텍 창업 단계부터 회사 안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발생하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했다. 이 때문에 조직관리에도 큰 힘을 쏟거나 체계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이상근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부서 간 사일로 현상은 CEO를 중심으로 한 조직의 지휘 체계를 망가뜨렸다. 경력과 나이가 우선되는 한국 기업문화의 특성을 증폭시켰다. 콴텍의 고연차 임원들이 이상근 대표보다 목소리 키우거나 CEO의 권한을 침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체계가 실종됐다. 제품 목표의 재설정과 CEO의 권한 강화, 이를 뒷받침할 조직체계의 변화가 이상근 대표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였다.
잘 뛰려면 다치지 않고 일어나야
이상근 대표의 과제는 1) 리더십 회복 2) 프로덕트 방향 재정립 3) 임직원들의 책임감 고양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유기적으로 상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꺼번에 처리할 묘안이 필요했고, 어느 포인트를 우선에 두고 어떻게 실행할지 고민했다.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 만약 이상근 대표가 주도해 상품 개발 방향을 전환하자고 주문할 경우 임직원들이 반발하거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임원들끼리 다툴 게 불 보듯 뻔했다. 부서 이기주의가 극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올 리 없었다. 혹은 리더십 회복이 먼저라고 판단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할 경우 조직원들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부서 간 사일로 현상을 줄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워킹그룹 조성, 타운홀미팅, 정기적 회식 등 화학적 결합법도 고려해봤으나, 이미 상호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근본적 대안이 되긴 어려웠다.
이상근 대표는 이런 고차원 방정식을 풀기 위한 첫 단추로 모든 임직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목표를 단순화시키기로 했다. 현재 알고리즘 플랫폼과 영업 솔루션은 제품의 방향성과 가치가 모호했고, 사용자들의 참여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회사의 제품 제작 철학을 ‘고민하지 않는 투자를 만들겠다.’로 정리하고 현재 상황에 접근 가능한 고객층을 타깃팅하는 한편, 그에 걸맞은 제품 개발로 노선을 선회하기로 했다. 이 결과 제품 개발 방향은 금융당국이 유도한 길을 따라 B2B를 겨냥한 펀드 투자 알고리즘 개발로 정하기로 했다. 증시가 급락하거나 특정 산업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즉각 반응해 위험에 노출된 주식 등 자산을 매도해 펀드 내 현금 비중을 늘리거나 안전자산을 매수하는 방식의 자산 리밸런싱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펀드 운용은 시장 모니터링과 매매 결정·지시 등 많은 업무를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콴텍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시장 모니터링과 매매를 자동화해 위험에 조기 대응할 수 있고, 인건비와 운영비를 적지 않게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런 리스크 관리는 곧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콴텍은 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KB증권·하나은행·하이투자증권 등 이미 적지 않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에 B2B 영업의 발판은 확보해둔 상태였다.
제품의 목표를 정했으니 조직의 사일로 현상을 극복하고 임직원들이 제품 개발에 능동적으로 뛰어들도록 해야 했다. 더불어 상실된 리더십도 회복해야 했다. 제품의 개발과 철회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이미 새 제품 개발에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이에 새 제품의 개발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위해 부서별로 수행해야 할 일과 목표를 자발적으로 결정해 줄 것을 주문했다.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CEO는 임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임직원들의 저항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프로젝트가 좌초될 수도 있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임직원들도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을 인지시키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유지함으로써 각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 그간 중간관리자들에게 집중됐던 의사결정권을 CEO와 평직원들로 분산했다.
당시 콴텍은 업계 최고 수준의 퀀트 투자 개발자들로 구성돼 있었다. 다만 이들이 조직의 사일로에 갇혀 상하좌우 소통이 막혔고, 회사의 제품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개별 직원들과 지속적인 면담을 갖고 각자가 바라는 업무와 커리어에 맞는 업무를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간 단기 목표(수치)에만 매달려 일해왔던 직원들에게 업무의 효과와 회사 목표를 연동해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면담하고 설득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일의 격(格)을 높여 성과를 올리도록 유도했다. 물론 직원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었고, 이상근 대표로서는 일의 모티브를 부여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 역량 발휘를 끌어낼 수 있는 소통 방식이 필요했다.
예컨대 한 홍보담당 직원의 경우 폭 넓은 미디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업무 목표를 ‘보도자료 10건 언론보도화’로 잡고, 목표를 채우면 더는 일하지 않았다. 이상근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이 직원을 채근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홍보담당 직원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회사가 채용·투자유치·공모전 출전 등 구체적인 홍보목적이 없이 보도자료를 기계적으로 작성, 배포하는 과정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낼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보도자료 배포 이유를 억지로 찾아 업무를 수행할 경우 내용이 충실하지 못해 언론에 보도될 가능성도 낮았다. 홍보는 완성된 제품의 가치를 발굴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인데, 당시 콴텍은 제품 개발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여서 업무에 공을 들이기 어려웠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언론인들을 만나 ‘고민하지 않는 투자를 만들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이해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퀀트·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자료나, 자본시장에 대한 리서치 보고서를 보도자료 형태로 작성, 배포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향후 회사의 제품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때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일단 로보어드바이저 시장과 콴텍의 비전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인식(awareness)을 넓히자는 취지였다. 홍보담당 직원은 보도자료 배포 횟수가 많아질 경우 언론사들의 피로감이 쌓여 정작 제품을 내놨을 때 언론보도의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현재 회사 역량으로는 리서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 고충을 밝혔다. 이상근 대표는 이 직원이 회사의 이름을 알리는 한편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홍보담당 직원은 단지 언론사뿐만 아니라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들로 접촉 대상을 넓혀 블로그·SNS·유튜브 등도 홍보 채널로 활용하자고 했다. 이 직원은 업무와 네트워크 범위를 넓히는 게 중장기적으로 회사는 물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면담을 지속한 결과 이 홍보담당 직원은 단순히 보도자료 생산에 그치지 않고, 전파력이 큰 대형 언론사나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회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제된 관리자들은 반발했다. 기존 업무에 맞춰진 예산과 권한을 뺏기기 싫었고, 프로젝트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경우 팀 내부 사정과 조직 내 역학관계를 다른 부서에 모두 공개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CEO와 평직원 간에 수평적 소통이 체계로 자리잡을 경우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프로젝트 관리 수준으로 격하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일부 임원들은 이상근 대표에게 즉각 항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나 이상근 대표는 소단위 프로젝트에서 빠르게 성과를 올리려면 상하 간 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그러려면 중간관리자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 하다고 판단했다. 이상근 대표는 회사의 변화 요구에 응하지 않는 임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사업개발·AI개발 등 핵심 인력일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원팀이 되지 않으면 이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콴텍으로선 뼈 아픈 일이었지만 조직원들 사이의 목표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 회사에 내일은 없었다. 이상근 대표는 CEO와 임직원들이 합의한 업무 목표 설정이 곧 인사관리이자 역량 관리이며, 궁극적으로 회사의 미션과 비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시작으로 OKR(Objective Key Result)을 전면 도입하기 시작했다.
“KPI는 기존 성과나 사업 방식을 관리하기 위한 하향식으로 업무 목표인 데 비해, OKR은 프로젝트 기반 자기주도 성과 관리예요. 예컨대 커피숍의 경우 KPI 기반으로 일하면 누구는 커피를 몇 잔 이상 제조하고, 누구는 얼음잔을 몇 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성과 지표를 내세웁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도 업무 목표를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되죠. ‘고객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커피숍의 궁극적 목표는 경시되고 맙니다. 직원들에게 이 목표를 능동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하도록 하고, 내부 토론을 통해 핵심결과물로 만들어 가야 하죠. 그리고 회사·직원 각각의 이기적 목표를 동조화 해야 합니다. 나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이라는 포인트를 정확히 일치시키지 않으면 임직원들은 잘 움직이지 않아요. 달리 말하면 OKR은 임직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상근 대표
먼저 업무 내용을 구성할 때 이상근 대표가 공을 들인 포인트는 업무의 실제 효과와 결과였다. 시장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비한 목표 관리와 성과 지표 수립에 게을렀던 것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개발하는 제품은 계속 바뀌는데, 모든 부서가 회사 설립 초기 설정한 KPI를 바꾸지 않았다. 일부 직원들은 과거 정한 KPI만을 열심히 수행하고 급여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회사의 목표와 방향은 수시로 바뀌는데 KPI가 고정돼 있어 실제 업무 내용과 회사의 방향이 유리됐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OKR 도입에 있어 조직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전 부서의 목표를 일치시키는데 주안점을 뒀다. 회사의 민주적·수평적 문화와 조직의 위계질서가 조화를 이루며 지속적인 혁신 에너지를 발현하려면 임직원들의 능동적 판단과 자발적 업무 규정, 이를 이끌어낼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회사의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회사의 요구사항과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중요 업무를 일치시키는 한편, 이를 각 부서별로 내용을 공유해 빠지지 않는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서 간 협업 방식을 구축하는 한편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한 예산 등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콴텍은 제품 개발 방향을 대형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한 B2B용 로보어드바이저로 선회했기 때문에 고객 가치를 규정하고 새 제품 개발의 목표 설정이 필요했다(Exhibit 4). 또 각 부서가 일치된 상호 토론과 스터디를 수행함으로써 목표 설정과 부서별 동기화, 핵심 결과 도출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이상근 대표는 상호 간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목표 설정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 설정에 있어 전 임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각자 업무에 대한 생각과 일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적절한 핵심 결과물을 도출하고 이를 어떻게 회사의 성과로 만드냐는 CEO의 숙제였다. 또 대화를 통해 회사와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한편 함께 해결방안을 도출, 이를 업무로 연결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수 있었다(Exhibit 5).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결과를 회사 전체의 목표에 맞아떨어지도록 조정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결과가 2개인 경우 핵심결과를 3~4로 반영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식으로 회사-직원 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이상근 대표가 자기만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인다.
“전 개발자 출신이라 조직 관리는 익숙하지 않았어요.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 등에 따라 경영 환경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어떤 일을 하자’보다는 ‘어떤 목표를 이루자’가 타당한 업무 지시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를 이루기 위한 문화와 임직원들의 능동성을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 했고요. 인사관리에 쏟을 만한 리소스도 적었기에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었죠. OKR을 적용하기 전에는 다들 무조건 자기 일만 했어요. 그러다가 프로젝트가 망가지면 다른 부서를 탓하기에 바빴습니다. 업무 전체를 보고 접근하지 못했죠. 어떤 일을 수행했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무엇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는지 상호 간에 깊은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 이상근 콴텍 대표
천천히 서둘러라, 그리고 대화하라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 이 모순적 경구는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다. 이상근 대표는 OKR을 도입하며 이 말을 마음 속에 새겼다. 치열한 경쟁과 정책 리스크가 언제 튀어나올 줄 모르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서 콴텍이 안착하려면 부족한 자원을 집중하는 용기와 결단력, 침착성이 필요했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구분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콴텍의 목표는 성장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B2B 시장의 확장과 현재 생존을 위한 수익 창출로 정했다 (Exhibit 6). 두 가지 목표는 서로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다. 과거 알고리즘 플랫폼과 영업 솔루션 개발에 쏟았던 전사적 역량을 이제 B2B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집중해야 했다. 이는 결정된 시장 환경에 대응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임직원들과 토론을 거쳐 목표 달성을 위한 세 가지 핵심결과를 도출했다. 1)기술적 신뢰 확보(공신력) 2) 운용자산 증대(실적) 3) 고객 신뢰(대중적 인식 제고) 등으로, 이 역시 부서 간에 긴밀한 공조가 필요했다.
먼저 로보어드바이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게 중요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전산 전문 공공기관인 코스콤을 통해 2017년 1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테스트를 매달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나 운용사가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기술력을 실증하는 것이다. 각 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과 안정성에 순위를 매겨 공시하고 있다. 매달 시험을 치듯 진행되는 알고리즘 경쟁력 검증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금융권 전체에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핵심 결과인 운용자산 증대와 고객 신뢰 확보로 넘어가기 위한 첫 번째 단추기도 했다. 이에 콴텍의 개발부문은 알고리즘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테스트베드의 성과 지표는 1~3년 등 기간 수익률로 정해진 기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제품 순으로 순위를 매긴다. 이에 자산 리밸런싱 기법 등 실질적으로 수익률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콴텍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 1위를 달성하는 게 1차 목표였기 때문에 경쟁사를 웃도는 수익률 달성을 핵심 결과로 선정했다.
더불어 금융소비자의 성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증권상품은 금융소비자보호 문제로 고객이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지 아닌지 등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는 상품만을 권유할 수 있게 돼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도 각 사 로보어드바이저의 단계별 증빙에서 투자자 프로파일링과 자산배분에 대한 내역을 참고하도록 돼 있다. 이 역시 평가 기준에 반영된다. 고객 프로파일링은 증권사들도 적지 않은 비용을 쓰는 한편 오류 리스크를 줄이는데 애쓰고 있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로서는 큰 고객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이상근 대표와 개발부문 각 팀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익률과 고객 성향도를 옳게 판단할 수 있는 방식과 지표를 고민해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3개월마다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또 또업무 추진 계획을 6개월 단위로 끊어 대내외 환경 변화를 맞춰 업무 지정과 우선순위 변경하고,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Exhibit 7).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영업부문의 역할도 중요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상대로 영업을 벌여 자산운용규모(AUM)8)를 늘려야 했다. 금융·증권업은 고객의 예탁금을 바탕으로 자금중개·운용 수익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로 수수료를 정률로 책정하기 때문에 AUM에 비례에 수익의 양이 결정된다. 콴텍은 증권사·자산운용사들과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를 적용한 새 펀드를 많이 결성해 출시하는 것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한편 업계 신뢰·평판을 높이는 데 중요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의 파트너십 체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고, 고객 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증권사들로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품을 신뢰하지 않았다. 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육성에 나섰기 때문에 등 떠밀려 하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 콴텍 영업부문으로선 증권·자산운용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내부 결정 프로세스를 파악해 이에 대한 대응을 나설 필요가 있었다.
마케팅부문은 증권상품의 최종 소비자인 일반 가입자들을 상대로 콴텍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쟁력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일반 가입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편견을 낮추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콴텍의 제품이 B2B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역할이다. 마케팅부문은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업무 포인트를 찾고 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을 때 실제 효과가 발생하는지, 임직원 하나하나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선택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만 마케팅부문에서는 OKR 도입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마케팅 활동으로 대중들이 콴텍의 서비스를 더 신뢰하게 됐는가를 측정하기 어렵기 정량 지표를 핵심목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OKR은 성과평가 지표가 아니지만, 업무의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해 결과값을 도출하기 때문에 마케팅부문은 부담감이 컸다. 마케팅부문만은 KPI를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간 마케팅부문은 KPI를 설계할 때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검토, 수행한 뒤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소화했다. 소속 직원들도 이런 방식이 익숙했고,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목표치가 없기 때문에 실험적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었다. 만약 핵심결과 값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이를 달성할 때까지 업무를 장시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이상근 대표는 비교적 측정 가능한 지표인 검색량 등을 마케팅부문의 목표로 들이밀었다. 핵심결과의 목표치는 최초에는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고, 업무 수행 결과에 따라 이를 재조정하자고 설득했다. 이상근 대표는 마케팅부문의 업무 행위를 목표나 평가기준으로 삼으면 업무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효과가 나지 않은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업무 결과를 지표화하지 못하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심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부 지표를 정량화 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수치를 달성했을 때 이 결과가 나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어요. 결국은 끊임없는 토론과 스터디 밖에는 답이 없었어요. 특히 마케팅·PR처럼 정성 평가가 익숙한 영역은 더욱 심했습니다. 다만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수치로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면 결국 대화나 조언도 없어지고, 목표와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초기 기획과 중간 보고, 최종 결과물이 다른 점을 지적해도 여러 핑계가 발생하죠. 정량적 요소들을 채우면서 이 괴리를 좁힐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임직원들이 자신의 KR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궤도를 언제든 수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OKR은 회사와 개인의 발전을 양립하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요.”
– 이상근 콴텍 대표
조직 안정, 성과로 이어지다
이상근 대표가 임직원들과 합심해 설계한 핵심목표는 1년 여 만에 거짓말처럼 현실화됐다. 콴텍의 알고리즘이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에서 수익률(3년 기준) 상위 5개를 모두 독식한 것이다. 상위 10개 중 8개가 콴텍의 로보어드바이저다(Exhibit 8). 이 핵심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팀은 국내외 다양한 알고리즘을 데이터, 뉴스키워드 분석 등을 하부 목표로 개발에 나섰다. 시장 선점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로보어드바이저도 개발했다. 이 결과 9개 (NH투자증권·대신증권·KB국민은행·키움증권·우리은행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하나은행) 대형 금융·증권사가 개발한 알고리즘 총 21개보다 많은 27개의 알고리즘을 보유 중이다. 이 중 40%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증 받았다. 경쟁사는 물론 코스피를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Exhibit 9)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는 한편 증권사·자산운용사로 전방위 영업을 펼친 결과 AUM도 2021년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Exhibit 10). 콴텍은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2020년 12월 이후 1년 만에 B2B 고객 총 AUM 1000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12월 기준으론 1조5494억원으로 불렸다. OKR을 바탕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제품 개발·영업전선 확대의 성과가 드러난 것이다.
콴텍은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만으로 2년 전 망할 뻔한 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샛별로 거듭났다. 금융권으로부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로 인정받으며, 2022년 5월 기준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나서는 한편, 다시 B2C 시장 진출을 재촉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같은 신분야도 개척하며 시작했다. 다양한 목표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OKR을 도입하고 임직원들과 얘기할 게 분명해졌습니다.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 세 가지와 회사가 바라는 일 세 가지를 정해 이를 동기화하고, 6개월 뒤 해당 직원이 태스크를 얼마나 이뤘는지, 부가적 성과를 거뒀는지 등 성과를 보고 팀장이나 임원이 업무를 조정합니다. 사람은 비전과 하고 싶은 일이 똑바로 서 있을 때 움직이고, 직원들의 커리어 관리가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매칭하는 것이 CEO의 역할입니다. 저희는 이제 회사 내부에선 OKR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인사평가나 목표관리 수단이라기 보다는 조직에 스며든 문화로 받아들이고 OKR을 접근하자는 취지예요. 업무의 집중력을 높이고 안정감을 주며 이에 대한 충분하고 공평한 보상 체계를 갖추면 어떤 회사든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 이상근 콴텍 대표
[주석]
1. 퀀트(Quant)는 계량적,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의 quantitative와 분석가를 의미하는 analyst의 합성어. 수학·통계에 기반을 둔 투자모델을 만들거나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설계해 투자에 활용한다.
2.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고객과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투자 상품에 가입하면 좋을지 추천해주거나 자산을 운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3. 네거티브(negative) 규제는 법률과 정책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기업 활동을 허용하는 규제 방식. 신규 시장 진출자가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어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으로 많이 거론된다.
4. 포지티브(positive)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만 나열한 뒤,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불허하는 규제 방식을 말한다.
5. 수탁회사(受託會社)란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실물을 보관하는 회사. 통상 은행을 뜻한다. 자산운용사 등은 투자전문 회사로서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라 고객 돈으로 투자한 유가증권을 별도 기관인 수탁회사에 맡겨야 한다.
6. 규제샌드박스는신기술 분야에서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 인허가를 면제함으로써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어린이들의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이란 의미로 샌드박스라고 부른다.
7. 사일로 현상(silo effect)에서 ‘사일로(silo)’는 곡식·사료·시멘트 등을 저장하는 원통형의 대형 저장탑을 뜻한다. 다른 부서와 벽을 쌓고 단절된 모습이 다른 물품들과 섞이지 않도록 단일 물품만 보관하는 높은 장벽의 저장탑인 사일로와 비슷하다 하여 생긴 용어다.
8. 자산운용규모(AUM)는 투자회사가 관리하는 전체 자산을 의미하며, 회사의 돈과 투자자들이 맡긴 돈을 합한 자금 규모다. 투자 중인 자산의 시가총액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