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Win-Win: 오이스터에이블이 임팩트를 구현하는 방법

오이스터에이블은 사물형 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한 분리배출함, ‘랄라루프’ 디바이스를 통해 폐기물의 재활용과 재사용을 증진하는 기후테크 소셜벤처다. 사용자가 분리배출함에 페트병이나 우유팩 등의 재활용 폐기물을 투입하면, 인공지능으로 이것을 인식하여 분리배출함과 연동된 앱을 통해 자원순환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비롯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폐기물 재활용에 참여하는 시민을 환경을 위한 영웅으로 대접하는 세상을 목표로 하여, 분리배출을 피곤한 의무에서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기 위한 보상시스템을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공공영역, 민간영역, 시민의 협력이 필수적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 이해관계자인 지자체,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관내 쓰레기 재활용 실적이 필요하지만 예산이나 정보가 부족한 지자체, 사회적 책임, ESG 경영, 환경친화적 마케팅이 요구되는 기업의 니즈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본 사례를 통해 자원순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보상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시민 사이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폐기물 관리시장에서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서 오이스터에이블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


Q1. 폐기물 분리배출/재활용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가? 오이스터에이블의 랄라루프와 같은 분리배출함을 이용해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혹은 없다면 어떠한 이유인가? 폐기물 재활용에 참여하는 동기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시오.

Q2. 폐기물 재활용에 참여하는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의 보상시스템을 내재적 동기, 외재적 동기 개념과 관련하여 평가해보시오.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당신이 배태관 대표라면 어떠한 보상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싶은가?

Q3. 우리는 Q1, Q2에서 재활용 문제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다. 그런데 자원순환을 위해서는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사례에 드러난 주요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이들의 역할과 직면한 문제점, 니즈는 각각 무엇인가? 오이스터에이블은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떠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고,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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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resource circulation)

‘take(자원채굴)-make(대량생산)-disposal(폐기)’의 과정에 기반하고 있는 전통적 경제시스템에서 소비모델은 상품의 수명이 끝나거나 쓸모를 다할 경우 폐기되어 환경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자원의 낭비와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지게 된다(Ellen MacArthur Foundation, 2013).

따라서 이러한 지속 가능한 경제 및 개발의 맥락에서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그중 재생이 가능한 자원을 다시 경제활동의 투입물로 되돌려 자원의 소비와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이다(Hislop & Hill, 2011). 대표적으로 ‘4R원칙’1)은 자원 사용 감량(reduce), 자원 재사용(reuse), 자원 재활용(recycle), 자원 회수(recover) 자원을 다시 경제활동의 투입물로 되돌리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모델은 환경에 부담이 되며 지속 불가능하다(KorhonenHonkasalo, & Seppälä2018). 자원순환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산업에서 순환경제 모델을 개발하고 구축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2월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포장재와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철강 산업 다음으로 많아, 자원순환이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폐플라스틱 발생량과 일회용품 감량을 목표로 순환경제 구축과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전체 폐기물 발생량의70~80%)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선별장에 반입하는 중량을 기준으로 산정된 비율이고, 선별 후 실제 재활용률은 22.2%(그린피스, 2017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폐기물을 천연자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가 지구영웅

고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쓰레기가 있으면 항상 주웠는데, 당연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을 친구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었을 때 큰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누구나 쓰레기 재활용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참여하시는 분들에 대해 인정이나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께 더욱 동기부여를 해드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흙 속의 진주’를 뜻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은, 그 이름처럼 쓰레기도 제대로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설립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이다. 배태관 대표는 아무 데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 길거리에 수북이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며 ‘쓰레기의 가치를 높인다면 더 잘 버리고, 더 잘 재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부와 대학원 시절 환경 건축을 전공했기에 도시 환경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친구인 염주용 이사와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본격적으로 창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폐기물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야 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이어 분리배출을 가장 잘 하는 나라로 꼽히지만(OECD, 2013), 수거된 폐기물이 실제로 재활용이 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 많은 쓰레기들이 분리배출과 수거 과정에서 뒤섞이고 오염되면서 재활용이 불가능해져 소각되거나 매립되기 때문이다. 이에 그들은 폐기물을 깨끗한 상태로 분리배출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용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썼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이스터에이블이 고안한 솔루션은 IoT(사물인터넷) 기반 쓰레기 분리배출함의 개발이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창업성장기술개발과제, 디딤돌연구과제,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과제 등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의 도움으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최소기능제품(MVP)을 출시할 수 있었다. MVP 출시 이후 3년 동안 발전시키며 테스트를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다. ‘랄라루프’라 명명한 분리배출함에는 폐기물의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바코드 리더기, 인공지능(AI) 비전인식 기능, 배출 쓰레기의 무게와 적재량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되어 버려지는 쓰레기의 종류와 무게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효과적인 기기의 개발은 시작일 뿐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태관 대표는 고민했다. 적절한 보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문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자원순환 문화를 보상을 통해 정착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보상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잘 분리해서 버리는 것을 득이 되게 만들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에는 현금보상을 고려했지만, 문제는 페트병 하나에 대한 보상이 5원에 불과할 정도로 쓰레기의 가치 자체가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현금보상을 제공하는 기존의 분리수거함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저장공간이 가득 차 있거나 잦은 고장으로 인해 재활용 자원을 그대로 놓고 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노인들의 소일거리가 되는 등 다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보다는 민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유승희, 2020). 폐지나 폐자원을 수거하는 일부 시민들은 200~300개의 페트병을 모아서 한꺼번에 수거함에 넣다 보니 용량에 한계가 있는 수거기계가 금방 다 차버리거나 고장이 나서 다수의 시민들이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폐자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일 수 있으나, 이는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기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배태관 대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람들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경우는 언제일까 생각해보았다. 고등학교 시절,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던 행동을 친구들이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었을 때 가장 동기부여가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재의 배출 방식은 선한 행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오히려 복잡한 방식을 강요하고 피로함을 주는 것이 문제였다. 지구를 위해 실천하는 선한 행동에 ‘당신의 행동은 옳아. 당신은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야’라고 칭찬하고 응원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경험을 의무와 책임감이 아닌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고 싶었다.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환경에 기여한다는 기쁨보다 피곤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분리배출 방식이 복잡해질수록 나는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불만도 생깁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인정도, 금전적인 혜택도 없이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보람을 느끼고 자발적인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납득 가능한 수준의 적절한 보상을 주어야 합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물론 경제적 유인이 전혀 없다면 참여율을 높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10원, 100원 등의 현금보상이 아닌 형태로 금전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은 계속되었다. 현금보상은 재활용품 개당 가치가 낮을 뿐더러 보상의 의미보다는 페트병, 우유팩, 공병 판매가격의 일부를 돌려주는 재활용 거래대금의 형태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싶었다. 

배태관 대표는 금전적인 혜택을 사회적인 인정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 같은 경우 퇴역군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물건을 구매할 때 할인이나 우대 등의 금전적 혜택이 상당한데, 환경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혜택이 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업에서 제공하는 VIP 할인이나 별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더 큰 보람과 성취감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용자들이 재활용품을 버릴 때 포인트의 형식으로 지급하고, 이 포인트를 적립하여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제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서비스가 랄라루프 디바이스와 연동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오늘의 분리수거’이다(Exhibit 1). 랄라루프에 탑재된 QR 스캐너와 바코드 리더기를 통해 어떤 물품이 얼마나 버려졌는지 확인 후, 오늘의 분리수거를 통해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용자들은 참여할 때마다 쌓이는 포인트로 제휴기업이 제공하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고, 모바일 쿠폰을 지급하기도 한다. 포인트를 상품과 바꾼 비용은 제휴를 맺은 기업이 부담한다. 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 ESG 경영에 관심이 많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매일우유, 서울우유, 한화솔루션, CJ제일제당, 블랙야크, SPC 등의 기업이 보상파트너십에 참여하면서 구매 가능 제품도 우유, 음료, 피자, 칫솔, 티셔츠 등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으며 모바일쿠폰이나 할인쿠폰 등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참여기록에 따라 회원 등급이 씨앗, 새싹, 잎새 등급으로 향상되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등급에 따라 매월 보상 혜택도 커진다. 앱 내에 기부 프로그램을 넣어 이용자들이 적립된 포인트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배태관 대표는 적립된 포인트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 이상으로 기부 프로그램에 많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칭찬과 인정을 받는 정신적인 보상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말한다.

현금보상을 직접 하게 될 경우 보통 지역에 한두 개의 수거함이 설치된다면, 시민들이 직접 소비하고 난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그 지역에 계시는 취약계층 분들이 페트병을 잔뜩 모아서 한꺼번에 투입하는 형태가 되기 쉽습니다. 물론 그분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이 될 수 있겠지만, 환경적인 의미로 본다면 다른 쪽으로 재활용될 수 있었던 것들을 그 수거함으로 모아 놓는 것뿐이거든요. 지역적으로 환경적 임팩트를 만드는 측면에서 본다면 다소 의문스러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포인트제와 더불어 앱 사용자들에게 참여기록이나 등급을 비롯한 재미있는 요소들을 함께 제공해서 의무적으로 하던 분리수거 행위를 인정받고 보상까지 받는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으로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제일 인상 깊었던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처음 테스트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 단지에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고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참여를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중년 부부께 ‘저희 분리배출 사업에 참여하시면 포인트를 적립해드리고, 기업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제공받으실 수 있다’고 홍보했는데, 그분들이 ‘우리가 그런 거 받고 싶어 하는 줄 아느냐’며 처음에는 심드렁하셨습니다. 그런데 ‘적립된 포인트로 이 지역 내 공원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에 기부를 하실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자 굉장한 흥미를 보이시며 바로 참여 의사를 밝히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한 사례들을 많이 접하면서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5원, 10원, 100원의 가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자체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우리가 가고자 했던 방향이 옳았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니치를 찾아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폐기물 처리 사업은 오랫동안 구축된 생태계가 있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폐기물을 수거, 선별하는 것은 지역의 영세업체들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EPR 지원금2)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폐기물’ 자체를 수익원으로 하여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이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폐기물 처리 방식이 매립일 때부터 폐기물을 운송하고 선별하는 사업자들은 변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은 기존의 폐기물 회수업체들과 이미 다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 내 발생하는 폐기물을 내가 가져와야 하는 비즈니스라면 기존 업체들과 경쟁해서 계약권을 빼앗아 와야 하는 형태거든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업체들과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폐기물을 수거하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깨끗한 폐기물을 잘 모아지도록 하는 수익구조를 구상했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지역에서 더 효과적으로 자원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재활용 원료로서의 폐기물 소유권을 가져가는 것은 기존 업체와의 충돌을 피하기 힘들었다. 실제로 직접 수거와 선별 업무, 선별장을 운영하는 S사는 기존 업체와 분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배태관 대표는 기존 수거, 선별업체의 이권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방향을 구상했다. 즉, 오이스터에이블이 개발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양질의 폐기물을 잘 모아질 수 있도록 하되, 이를 수거해서 판매하는 일은 기존 업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에서 오염되지 않은 폐기물이 잘 모아지도록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한 디바이스를 판매, 관리하는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다.

현재 생활폐기물 영역의 문제는 폐기물을 재활용할 화학업체들이 아주 많은데도 소재를 제대로 선별하고 분류하지 못해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데서 시작합니다. S사 같은 경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별로봇과 대형 선별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본인들이 모은 것들을 스스로 선별하여 재활용하겠다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스마트 쓰레기통을 개발, 관리해서 양질의 폐기물을 모아 실질적인 재활용률을 높이되, 폐기물의 소유권은 가져가지 않음으로써 기존 이해관계자를 배제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 이학종 소풍벤처스 심사역

그러나 역시 처음에는 기존 생태계의 이해관계자들과 관련 사업자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었다. 처음 아파트 단지에 디바이스를 설치하고자 했을 때, 입주자 대표회의나 분양회의 등 아파트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단체에서 오랫동안 계약 중인 기존 업체가 있으니 못 들어온다고 완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기존 업체의 반발은 당연했다. 열심히 아이디어와 디바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같은 경우에는 만장일치 제도를 택하고 있어 한 사람만 반대해도 안건이 부결될 수 있어 설득은 더욱 힘들었다. 아파트 입주자뿐만 아니라, 근무하는 관리원들의 반대도 있었다. 일거리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배태관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자체의 협력을 얻어 설명회를 개최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대화를 통해 설득을 시도했다. 결국 그분들도 오이스터에이블의 보상을 받아갈 수 있는 잠재적인 참여자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기존 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던 수거와 처리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오염되지 않은 상태의 폐기물을 스마트 회수 인프라를 통해 모으는 데에 집중하고, 이 과정을 통해 기존 업체들의 부담인 물류와 선별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희는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쓰레기를 잘 모아 놓고, 이것을 폐기물 수거업체가 가져가면 선별 과정에서의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러니 그 업체들도 자신들의 이권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도와준다는 설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다른 업체들 같은 경우 원자재인 폐기물을 직접 유통하여 수익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가 있지만, 오이스터에이블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윈-윈이 가능하다는 점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즉, 스마트 회수 인프라인 랄라루프로 회수된 폐기물은 기존 운반·처리업체가 수거하여 처리하게 되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더 깨끗한 자원, 고품질들이 모아져 있기 때문에 가져가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Exhibit 2). 예를 들면, 투명 페트병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거·선별업체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투명 페트병을 모아 재활용업체에 판매한다. 보통 아파트 단지에서 플라스틱으로 배출된 투명 페트병을 경비원들이 분리하는데, 폐기물이 뒤섞여 있고 오염된 경우도 많아 품질이 좋지 않은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우 재활용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진다. 그러나 랄라루프로 회수된 폐기물은 혼합배출되지 않아 오염도가 낮고 품질이 좋으며, 품목끼리 모아져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바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어 반발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설득과 홍보, 꾸준한 노력으로 오이스터에이블은 2016년 서울 송파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이후 2018년 강남, 송파 및 부산 금정구에 분리배출함 50여 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스마트 쓰레기통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 온 S사, 노르웨이의 T사의 분리배출함 가격이 3,000만 원 이상에 책정된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인 700~1,000만 원 가량에 배출함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주효했다.

기존의 알고리즘 제품은 사용자로부터 재활용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를 위해 광학감별기나 기계 장치, 고성능의 AI 등이 복잡하게 탑재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원거래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서 최대한 기계를 간단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앱과의 연동을 통해 단말기의 인식 부담도 분산했고요. 사용자의 참여 여부를 판별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인식 속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AI 형태도 클라우드 방식으로 설계해서 이미지를 촬영한 다음에 서버로 보내면 이를 중앙집중서버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기의 성능을 낮추더라도 식별이 가능한 경량화에 성공했고, 가격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인사이트 코리아 인터뷰)

이와 같은 최적화 설계를 통해 랄라루프는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관공서, 매장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되었고, 경쟁력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임팩트 액셀러레이터인 소풍벤처스의 투자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로서의 쓰레기

2016년 시범사업, 2018년 첫 제품의 설치 후 약 2년 만에 전국에 200여 대의 분리배출 디바이스를 설치하고 보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지만, 오이스터에이블의 처음 시작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인프라의 구축과 디바이스의 판매를 위해서는 잠재적 고객인 정부와 공공영역,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었다.

창업 이후 매 시점이 어려웠지만, 처음 시작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가지고 공공영역이나 기업들과 미팅을 하고, 제안서를 통해 설득하던 시기였는데요. 아이디어가 좋고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데, 기존에 거의 없던 제품과 서비스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대부분의 기업이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혹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례들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추후 안정화되고 성장세를 보이면 연락을 달라는 대답이 대다수였고, 많은 거절을 당했다. 이에 고심하던 오이스터에이블은 기존에 친환경적인 시도를 했던 기업이나 친환경적인 부분을 필요로 하는 지자체, 기관들을 타깃으로 더욱 열심히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하면 랄라루프를 더 많이 보급할 수 있을까. 배태관 대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오이스터에이블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강점이 무엇인지 되돌아보았다.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를 모아 공공장소에 있는 배출함에 한꺼번에 버리는 시스템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재활용품을 회수할 수 있는 랄라루프의 강점은 바로 재활용품과 분리배출에 대한 데이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데이터로 바라보면 어떨지 생각했습니다. 플라스틱 배출함에서 탄산음료의 제품별 점유율을 알 수 있다면? 또 누가 버렸는지도 알 수 있다면? 누가 무엇을 소비했는지 연결한다면 데이터에 대한 가치가 더 커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폐기물이 얼마나 버려졌는지, 그중에서 제대로 재활용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서비스를 통해 기업이나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배출함에 어떤 제품이 얼마나 버려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훨씬 크게 호응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특히 주요 고객층인 지자체의 경우, 광역지자체와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받거나 행정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재활용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데 이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주거단지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데이터를 얻기 매우 어렵고, 재활용품을 가져가는 회수업체도 지자체에 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 또한 폐기물 사업자들의 데이터는 한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지역의 재활용 쓰레기를 회수하기 때문에 어디서 재활용을 얼마나 분리해서 배출했는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한 수거업체가 마포구, 용산구, 서대문구를 통합하여 수거하고 있으며, 송파구 같은 경우에는 위례신도시와 성남시까지 한데 묶여 있어 서울시와 경기도 간의 데이터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이스터에이블의 서비스가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했고, 폐기물 관리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기반이 될 수 있기에 충분한 구매동기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민간기업에도 쓰레기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었다. 쓰레기는 소비자의 구매 흔적으로, 폐기물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자사의 제품이 가장 덜 버려지는(덜 구매하는) 지역과 더 버려지는(더 구매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산운영,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으로 홍보에 노력을 기울이던 와중, 가장 처음 연락이 온 곳은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Korea Resource Circulation Service Agency, KORA)였다. KORA는 페트병, 플라스틱, 캔, 유리병, 스티로폼, 종이팩 등 6개 재질의 포장재 재활용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업들이 낸 폐기물에 대한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4) 분담금을 집행한다. 즉, 기업들은 폐기물을 발생시킨 원인에 대한 의무로서 분담금을 내는데, 이 돈을 가지고 재활용 시설에 투자하거나 재활용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당시 KORA에서는 IT를 활용한 스마트 재활용 관련 시스템을 구상 중이었는데, 기관이 직접 진행하기엔 예산이 너무 많이 들고 데이터가 부족하여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관련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으나 데이터가 부족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던 KORA는 오이스터에이블의 제안서를 받고 연락을 해왔다.

저희는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들의 마케팅, ESG, CSR5) 비용 등을 이용하여 재활용하는 소비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고, KORA에서는 이 부분을 매력적으로 생각했습니다. KORA 입장에서는 재활용 품목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었으니까요. KORA와 협업하게 된 후, 실제로 기업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던 중 매일유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당시 매일유업은 유기농 브랜드로 ‘상하목장’을 크게 출시했고, 유제품 업계에서 새롭게 유기농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후발주자들이 매우 유사한 형태로 유기농 브랜드를 만들어 광고 메시지 등을 카피하기 시작했고, 업계 선두업체에서는 차별성이 필요했다.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었던 매일유업은 환경관리 마케팅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오이스터에이블의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오이스터에이블만의 고유한 보상시스템이 마케팅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오이스터에이블의 첫 프로젝트는 KORA와 매일유업(상하목장)과의 협업으로 포문을 열게 되었다. 송파구청의 적극적인 협력에 힘입어 2016년 7월부터 서울 시내 최초로 송파구 내 8개 아파트 단지에 사물인터넷 우유팩 수거함 150대를 설치했다. 송파 주민들은 분리배출함에 종이팩을 배출하고 쌓은 포인트를 상하목장 우유로 교환하거나 환경캠페인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렇게 기부된 환경캠페인 기금은 2017년 ‘참다숲(참여로 다시 만든 숲) 1호’라는 도심 속 숲을 조성하는 데 쓰였고, 약 3,400그루가 식수된 참다숲은 모든 송파구민에게 개방되었다. 특히 참다숲 조성 부지는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산림에 큰 피해를 입은 곳으로, 주민들의 참여로 다시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2016년 8월 기준으로 수거된 종이팩은 약 77,000여 개였으나 4개월 후에는 약 580,000개로 750% 이상 증가했다. 40%가 넘던 분리수거 혼입률이 한 달 만에 2~3% 정도로 줄었다. 또한 오이스터에이블의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오늘의분리수거’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상하목장 구매율이 제휴 이후 4배 이상 증가하여 제휴기업인 매일유업에도 훌륭한 마케팅 효과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지자체와 기업들에서 지속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사업들을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자 간 협업을 통한 쓰레기 문제 해결을 꿈꾸며

KORA와 매일유업, 송파구의 협업 관계에서 볼 수 있듯, 오이스터에이블이 맺는 협업의 특징은 오이스터에이블을 매개로 공공영역/지자체와 민간영역/소비재 기업이 협력하는 다자 간의 협업 형태라는 점이다. 이러한 협업이 가능했던 것은 지방정부나 공공영역의 필요와 기존 소비재 생산기업의 필요를 오이스터에이블이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는 관내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행정평가의 일환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실적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광역자치단체에서도 쓰레기의 매립과 소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쓰레기를 줄이고, 버려지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했다.

한편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공헌활동이나 ESG 활동을 하고자 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다. 특히 ESG에 대한 인식과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관련한 정책 드라이브들이 강해지면서, 오이스터에이블은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는 훌륭한 채널이 되어 주었다(Exhibit 3).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 사례 중 하나는 중랑구와 서울우유와의 협업이었습니다. 중랑구에 서울우유 본사가 있는데,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활동을 추진했지만, 자체적으로 구상하는 사업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중랑구 입장에서도 친환경, 자원순환 사업들을 시행하고 싶어 했지만 예산이 부족했고요. 보통 지역자치단체는 처음부터 예산을 많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에 작은 규모의 사업을 하고, 이것이 검증되면 그다음 해에 추가예산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이러한 상황에서 중랑구와 지역기업인 서울우유가 저희와 함께 이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순환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3자 간의 MOU를 맺게 된 것이죠.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지자체-오이스터에이블-소비재 생산기업 간의 다자 간 업무협약 모델의 성공은 강남구, 세종시, 부산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들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부산시는 부산지역에 연고를 둔 롯데자이언츠 구장과 롯데칠성음료와 협력을 맺었으며, 특히 강남구의 경우에는 강남구청-오이스터에이블-매일유업(상하목장)-테트라팩코리아 간의 4자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내의 폐기물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는 민관 협력사업을 만들어냈다. 테트라팩코리아는 소비재 생산기업인 매일우유와 서울우유 등에 멸균포장팩을 납품하는 업체로, 재활용 가치가 높으나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포장팩을 재활용할 수 있을지에 고민이 많았다. 테트라팩코리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예산상에 문제가 있었고, 이 포장재를 이용하는 매일유업도 포장재가 환경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입증이 필요했다. 상하목장은 매일유업의 대표적인 유기농, 친환경 브랜드로서 우유팩 회수율을 높이는 활동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지자체인 강남구청은 관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종이팩 분리배출함 사업 시행과 유지관리비를 지원하고, 테트라팩코리아는 분리배출함 구매를 지원하며, 상하목장은 참여 구민을 위한 보상을 지원하는 형태의 협력사업이 성공적으로 맺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모델은 더 큰 규모인 광역지자체와 대기업과의 협력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과의 협력을 직접 시도할 경우 특혜 시비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 협력 관계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이스터에이블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협력 관계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광역지자체에서 대기업들에게 우리 지역에 투자하라고 요구하기도 너무 부담스럽고, 대기업 입장에서도 지역에 이 정도 투자할 테니 예산을 달라 말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거든요. 저희가 딱 그 중간에서 완충하는 역할을 했죠. 이렇게 소비재 생산기업과 지역 사이의 협력 관계를 잘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저희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오이스터에이블이 랄라루프와 오늘의분리수거를 이용하여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재사용사업이다. 대표적인 협업 프로젝트로는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 SK텔레콤, 스타벅스코리아,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함께한 ‘에코제주 프로젝트’가 있다. 일회용품을 쓰고 재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회용품을 보급하여 재사용하는 것이 자원순환에 있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부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새로운 시장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며, 2023년 서울시 다회용컵 보조금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에코제주 프로젝트는 제주스타벅스 매장의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교체하고 오이스터에이블의 랄라루프를 통해 다회용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회수된 다회용컵은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운영하는 세척장으로 옮겨져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 소독, 살균건조 작업을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제주공항과 제주스타벅스 몇 곳에 설치되어 있던 것이 현재는 서울 시내 스타벅스 매장까지 확대되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폐기물을 둘러싼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현재 50개 이상의 도시, 25개 이상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으로 이어졌고, 2022년 기준 누적 회수 인프라는 755대, 누적 가입자는 8.5만 명, 월 사용자는 1.4만 명에 이르는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Exhibit 4).

배태관 대표는 쓰레기 문제를 자원순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제품의 제조와 생산, 배출과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다자 간의 협력 관계가 갖는 궁극적인 강점은 여기서 오는 시너지가 결국 더 많은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와 기업이 동시에 같이 피드백을 주니 참여하는 시민에게는 더욱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했을 때 “지자체와 기업들이 나의 쓰레기 재활용 행위에 대해 이러한 혜택을 주고, 인정해 주는구나”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주체인 시민, 기업, 지자체(정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저희가 이러한 협력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희의 사업은 처음부터 사람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런 관점에서 서비스나 회사의 방향성을 추구할 예정입니다. 결국 실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모든 시민을 지구 영웅으로 만드는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 배태관 오이스터에이블 대표

 

폐기물 재활용 밸류체인의 연결고리를 꿈꾸며

오이스터에이블의 염주용 CSO(Chief Sales Officer)는 더 큰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질의 서비스, 양질의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당장은 디바이스의 판매도 더욱 늘려 수익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보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용자들의 불만도 늘어날 것이기에 이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상 파트너십을 제공하는 기업의 수도, 지원받는 비용도 더 늘어나야 한다. 

이에 기업에게도 보다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할 계획도 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이 비용절감과 긴축경영을 하기 시작했고, 지자체도 신규 사업을 다 접거나 지출을 줄이고자 했기 때문에 기업과 지자체를 고객으로 하는 오이스터에이블은 어떻게 이들 조직에 수익창출 혹은 비용절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주거나, 마케팅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보다 직접적으로 고객사/협력사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현재 친환경 재활용 사업을 운영 중인 화학기업은 재활용 소재가 필요하지만 직접 폐자원을 매입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중간업체들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자체의 자원산업과를 비롯한 몇몇 기관들이 이 업체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 이해관계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폐자원을 필요로 하는 화학기업, 폐자원을 제공하는 수거·선별업체, 선별장과도 협업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수거 선별업체들은 이미 2세 경영에 돌입했고, 이 2세 경영자들은 생활폐기물을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보고 혁신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분들과 협업을 하고, 더불어 건설사나 화학기업과 3자, 4자 협업 프로젝트를 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이분들의 이권, 수익을 빼앗지 않고 협력하여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염주용 오이스터에이블 CSO

2019년 투자를 결정한 소풍벤처스는 현재 우리나라의 생활쓰레기 밸류체인의 문제가 이해관계자 간의 이익 상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오이스터에이블의 잠재력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향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폐기물 재활용에 있어서 정부도, 기업도, 소비자도, 수거업체도, 선별장도 매우 중요한 주요 이해관계자입니다. 순환경제 측면에서 바라보면, 기업이 생산한 소비재를 소비자가 구매, 사용 후 분리배출하면 이를 수거하여 1차, 2차 선별장을 거쳐 화학업체에서 재활용 가공을 하게 됩니다. 수거·선별업체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지자체이고요. 이것이 일련의 밸류체인이라고 보면, 기업은 일단 잘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는 제대로 분리해야 하고, 제대로 된 수거·선별시스템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재활용 공정들이 필요하죠. 순환경제라는 것 자체가 밸류체인으로 다 묶여 있는데, 어느 하나의 행위자가 잘 한다고 해서 잘 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런데문제는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다 분절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오이스터에이블은 이해관계자를 넓혀 놓고 이들을 연결시켜보는 전략,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서 다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전략에 비해 시기적으로는 더 늦게 성과가 나올 수 있고, 각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훨씬 많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이스터에이블의 전략은 추후 생활폐기물 재활용 부문이 커지고, 시민들의 의식과 대기업의 참여도, 선별시스템의 퀄리티가 올라오게 되었을 때, 큰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학종 소풍벤처스 심사역

오이스터에이블은 앞으로 기기가 더 많은 곳에 보급된다면 데이터 비즈니스에 더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분리수거 현황 데이터는 제대로 수집되거나 관리되고 있지 않기에, 오이스터에이블이 이 부분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가 스마트시티가 되면 생활폐기물 관리를 위해 밸류체인을 추적하고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가 될 것이기에 확장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는 오이스터에이블뿐만 아니라 도시, 지자체에서도 매우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라 B2G 측면에서도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상을 지역화 폐와 연동하여 지자체에 제공하는 보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다. 실질적인 보상을 기업의 재원으로 충당하지만, 이를 해당 지자체에 속한 주민들에게 지역화폐와 연동된 형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좋은 유인책이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과 장기적 계획을 세우면서도 당장 수익을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서 성장과 생존은 여전한 고민거리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팬데믹을 겪으면서 약속되어 있던 계약들이 무산되기도 했다. 요즘은 ESG 분야가 관심을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경제침체가 오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확률이 높고 정부 정책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공격적인 확장 성과를 보이는 타사에 비해 느린 성장 속도도 고민이다.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오이스터에이블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설득하고, 연결하는 데는 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디바이스를 많이 판매할수록 보상도 늘어야 하는데, 보상에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자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오늘도 배태관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석]

1.  4R원칙은 과거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어 온 3R원칙에 ‘회수(recover)’를 더한 것으로 2008년 유럽연합의 폐기물법률(Waste Framework Directive)의 기본원칙이다. 회수는 폐기물 소각 시 폐열을 회수하거나, 매립지의 메탄가스 등을 회수하여 에너지로 이용하자는 것으로 기존의 3R원칙으로 설명될 수 없는 방식이라2008년 이후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원칙이다. 이후 일부 학자들은 6R(Sihvonen & Ritola, 2015), 9R(van Buren et al. 2016, Potting et al. 2017) 등의 원칙을 제안했다.

2.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지원금은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기업들은 주로 정부(환경부)에 분담금을 내는 형태로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이 분담금을 폐기물 수거, 선별하는 업체에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한다.

3.  PCR은 최종 소비자가 사용한 후 버린 플라스틱 제품을 선별, 수거하여 재활용한 원료를 뜻한다.(출처: 화학테크사전)

4. EPR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말한다.(출처: 두산백과)

5.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란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에 수익의 일부를 들여다양한 형태로 기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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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임이숙

임이숙

임이숙은 한양대학교 ERICA 경영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학 · 석사를 마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조직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조직이론, 기업가정신, 사회연결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Small Business Economics, Social Networks 등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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