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ing Business Model – 데이블

데이블(Dable) 사례는 기존의 경영 사례들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데이블은 설립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스타트업인데다 종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기존의 전형적인 시장과 기업을 위한 전략 및 시장 분석의 프레임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따라서 본 사례는 경영학의 큰 틀 안에서 학생들이 실제 사례를 이용해 자유롭게 토의하고, 방법론을 응용하여 적용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사례를 강의 전에 학생들에게 배포한 후 미리 대부분의 내용을 학습해 오도록 하며, 실제 강의 시간에는 전반부 3개의 핵심 질문에 대해 10분간 개념을 정의한 후 20분간 논의하는 방식으로, 총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학습 방법을 추천한다.


Q1. 만약 여러분이 데이블의 창업자라면, 개인사업자 대상의 개방형 플랫폼과 기업시장 대상의 폐쇄형 플랫폼 중에 어떤 시장을 목표 시장으로 설정하겠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진행방식) 조별로 2가지 시장으로 나누어서 토론하고, 가장 합리적인 방향성을 정리하여 1명이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

Q2. (2-1)새롭게 국내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기업 타불라(Taboola)와 데이블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 다른가? 타불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기는 비즈니스 모델인 이유는 무엇이며 이 모델로 피벗하려면 무엇이필요한가?

(2-1) 타불라의 사업 모델로 피보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Q3. 이제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 피벗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비즈니스 모델 피벗을 결정할 때, 그리고 실행할 때 어떠한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Q4. (Closing Question) 데이블 창업자들은 기회를 어떻게 발견했는가? 창업자들이 기회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것인가? 아니면 창업 과정에서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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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ng Business Model – Dable, Inc.

“오늘날, 온라인 커머스는 고객의 돈과 시간을 절약해준다. 하지만 미래의 커머스는 개인화 기술을 통해 고객이 상품을 찾는 경험 자체를 혁신할 것이다.”

– Jeff Bezos in a 1997 Letter to Shareholders.(Amazon CEO)

2006년 (주)아이위랩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있었다. 이미 기존에 한번 성공했던 창업자가 설립한 이 회사는 ‘부루닷컴’과 ‘위지아’라는 소셜 기반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피보팅(pivoting, 스타트업이 처음 시도한 비즈니스 모델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때, 경영진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전략적 행동)하면서 혁신을 시도했고, 결국 2010년 아이폰 출시 이후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국내 2위 포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할 만큼 뛰어난 기업이 되었다. 이는 이제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김범수’ 의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기업뿐만 아니라 처음에는 ‘포잉’이라는 레스토랑 예약 앱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자신들이 잘하는 앱 분석으로 서비스를 피보팅하여 미국 탭조이에 매각된 ‘5Rocks’ 등 수많은 성공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은 항상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이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피보팅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현재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진입할 시장을 결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피보팅해나가는 것은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점이자 무기이다. 이번 사례는 이러한 빠르고 유연한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서 학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데이블의 시작

2012년 당시 SK플래닛 BI(Business Intelligence) 추진단 개발자로 일하던 이채현 대표는 SK플래닛 내부 서비스였던 티스토어(SKT 앱스토어)에 적용될 개인화 추천 기능을 개발하고 있었다.

IT서비스의 중요한 기능으로 떠오르던 개인화 추천이란 기존 웹에서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노출하던 것을 각각의 사용자 패턴에 기반해 그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찾아서 노출시켜주는 기술이다(Exhibit 1).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노출 방식은, 공급자가 일반적으로 선택한 상품을 사이트 메인이나 양쪽 사이드 부분에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수가 많아지고, 상품을 구매하는 사용자들의 니즈도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더 많은 상품을 검색하도록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개인화 추천 기술을 이용하면 전체 사용자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하여 컵을 구경하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다른 종류의 컵을 보여주거나, 청바지를 찾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유사한 스타일의 청바지 또는 청바지와 함께 입으면 좋은 상품을 추천해줌으로써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구매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아마존과 넷플릭스가 전체 매출의 30~65%를 개인화 추천 영역에서 발생시키고 있을 만큼,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개인화 추천 기술이 커머스 및 콘텐츠 사이트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Exhibit 2).

하지만 이런 실시간 개인화 추천 기술은 수백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웹 사용자의 방문 패턴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적합한 개인화 추천 상품을 노출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Web-Tech 분야였다.

2015년 LinkedIn 기준으로 아마존과 유튜브에 근무하는 개인화 기술팀의 규모가 200명이 넘는 것만 보더라도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개인화 상품 추천은 SK플래닛과 같은 대형 IT기업이 아니면 자체 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려웠고,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내부 자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SK플래닛에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던 이채현 대표는 이러한 개인화 기술을 사내에만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지 말고, 다수의 서비스에 제공이 가능한 SaaS1)(Solution as a Service) 형태로 개발하여 외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소규모 쇼핑몰이나 미디어 사이트도 별도의 개발 없이, 몇 줄의 스크립트 설치만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클라우드 형태의 SaaS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 SK플래닛 레코픽(RecoPick) 서비스의 출발점이었다(Exhibit 3).

마침 그 당시 SK플래닛은 Planet-X라고 하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SK플래닛의 사내벤처 양성 프로그램인 Planet-X는 뛰어난 서비스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이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분기별 타운홀 미팅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투표를 통해 선정된 아이디어는 사내벤처를 만들어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Planet-X에 선정되면 아이디어를 낸 발의자가 직급과 상관없이 팀장급으로 선임되어 본인이 원하는 팀원을 각 팀에서 차출하여 팀을 구성할 수 있는,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사내벤처 프로그램이었다. 이채현 대표는 SaaS 방식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아이디어로 Planet-X에 지원했고, 가장 높은 표를 받아서 2013년 2월에 사내벤처팀인 레코픽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Exhibit 4).

이렇게 시작된 레코픽 서비스는 당시에는 고난이도 기술이던 개인화 추천을 5줄 정도의 스크립트만 설치하면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레코픽은 처음부터 중소형 쇼핑몰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카페24, 메이크샵, 고도몰과 같은 쇼핑몰용 호스팅 업체를 사용하는 중소 쇼핑몰을 대상으로 일평균 페이지 뷰당 월 2원의 과금을 책정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국내 쇼핑몰의 90% 이상이 일평균 페이지 뷰가 5만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사들은 월 10만 원 정도의 비용만 내면 고도의 개인화 추천 기술을 자사 쇼핑몰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의 효과를 증명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추천 서비스가 적용되기 이전과 적용된 이후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전후 기간 사이에 시즌특성, 프로모션 여부 등 외부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외부변수를 제외한 실질적인 기여효과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방법은 같은 기간 동안 사용자 그룹을 나누어서 진행하는 A/B 테스트2)가 있다. 당시 팀이 개발한 레코픽의 추천 엔진은 11번가 자체 추천 서비스 및 외부 커머스사의 추천 엔진과의 A/B 테스트에서 이기며 국내 최고 수준의 개인화 추천 기술력을 증명했고, 2014년 2월 유료화 이후 1년 만에 국내 120개 중소형 커머스 사이트에 적용되었다(Exhibit 5).

당시 레코픽팀은 7명의 개발자와 2명의 사업 담당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레코픽팀의 영업 및 신규채널 개척 방향은 개인화 추천이라는 기술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것을 우선시했다. 사업 담당자가 각 쇼핑몰 공식 이메일로 콜드메일을 보내고, 미팅을 잡은 후 개인화 추천의 효용에 대해서 설명하는 형태로 영업을 전개했다. 또한 고객사에게 1개월의 무료 테스트 기간을 주어서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효과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단 2명의 사업 담당자에 불과했던 레코픽은 아리따움, 삼성전자, 나인걸, 텐바이텐 등 12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초기 설립자들이 가지고 있던 가설, 즉 좋은 개인화 추천 기술을 제공하면 고객사들이 스스로 찾아와서 가입을 하고 스스로 설치해서 사용해보도록 하는 Open Signup3) 방식 운영에 한계가 드러났다. 실제로 기대했던 것보다 국내 중소형 쇼핑몰의 체계성이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아주 간단한 스크립트 설치조차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고, 각 사이트별 디자인이나 최적화 기능 또한 잘 사용하지 못해 레코픽팀에서 직접 설치 및 운영을 해주어야 했다.

또한 레코픽팀은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대형 그룹사 사내 서비스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국내 대형 커머스 기업들은 IT서비스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의 데이터가 외부로 전송되거나, 개발비용이 아닌 월 서비스 비용을 내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SaaS 방식에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특히,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나 소셜커머스 기업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11번가를 보유한 SK플래닛에 자신들의 데이터가 전달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SK플래닛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서 Planet-X는 높은 경영 자율성과 예산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독립된 스타트업처럼 조직원의 높은 동기부여나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레코픽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레코벨(RecoBell)은 카이스트와 매킨지 출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대형 커머스 사이트를 대상으로 SI(System Integration) 방식 및 컨설팅 형태의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스타트업답게 조직원의 높은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레코픽보다 더 적극적이고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또한 레코벨은 2014년 9월 옐로모바일 그룹의 옐로디지털마케팅 그룹에 인수되면서, 옐로모바일의 디지털 마케팅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로 크게 비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Exhibit 6).

결국 2015년 초, 이채현 대표는 독립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SK플래닛에서 받을 수 있었던 대기업의 많은 혜택과 보호에서 벗어나 다른 스타트업 및 글로벌 기업과 진짜 경쟁을 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존 레코픽 서비스는 11번가 등에 적용되던 SK플래닛의 중요한 자산이었기 때문에, 이채현 대표는 그것을 새로운 개발팀에게 인수인계해주고 당시 팀원 중 김성민 CTO, 김군우 CPO, 백승국 CFO 총 3명과 함께 2015년 5월 SK플래닛을 퇴사하여 주식회사 데이블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SK플래닛의 경영진들은 중요한 자산이 된 레코픽 서비스의 유지 및 운영에 대해 초기에는 큰 염려를 하였지만, 3개월에 가까운 인수인계 이후 케이큐브벤처스와 함께 데이블에 초기 SEED 투자4)를 집행 하면서 오히려 현재까지도 데이블의 가장 좋은 후원자이자 파트너가 현재도 되어주고 있다(Exhibit 7).

데이블 Stage1) 초기 진입 시장: 커머스 추천 서비스

설립 당시 데이블의 비전은 “사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궁극적인 개인화 플랫폼” 이었다.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데이블을 설립한 창업팀은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기에 앞서, 시장 진입을 위한 목표 시장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목표 시장에 따라서 그 시장에 적합한 고객 니즈가 다르고,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플랫폼의 구조도 다르기 때문이다 (Exhibit 8).

당시 논의된 핵심 사항은 기존 방식처럼 소호몰을 대상으로 하는 개방형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를 새로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롯데닷컴, GS샵과 같은 대기업(Enterprise)을 대상으로 폐쇄형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가였다.

2가지 서비스가 비슷해 보이지만, 창업자들은 개방형 플랫폼과 폐쇄형 플랫폼이 각기 충족해야 하는 고객 니즈와 목표 시장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다수의 중소·개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하는 Open Signup 방식의 개방형 플랫폼의 경우 자체적으로 보유한 개발자들이 없기에 별도의 개발 지원을 할 수 없으므로,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각 쇼핑몰의 디자인과 UI를 쉽게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 설정 기능을 고도화해야 하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과거 경험상 중소·개인 쇼핑몰의 경우 일 방문자 수나 구매자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집단이 충분하지 않아서 앞서 말한 11번가와 같이 A/B 테스트를 통한 정량적 성과를 증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따라서 중소형 쇼핑몰의 경우 A/B 테스트보다는 정성적인 매출 기여 및 전후 비교를 통한 성과 증명에 더 집중하게 되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목적과 고객 특징에 기반한 플랫폼은 마치 B2C 서비스처럼 직관적으로, 단순한 형태로 개발되어야 한다. 중소형 쇼핑몰은 과금 방식 또한 큰 개발비용 없는 트래픽 기반의 월과금 방식에 조금 더 익숙한 편이었다. 당시 개방형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되는 유사한 경쟁사로는 데이블팀이 설립한 SK플래닛 레코픽 서비스가 있었다.

반면, 자체 개발팀을 보유한 대기업 쇼핑몰을 대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상당 기간의 개발 지원과 고객사별로 맞춤화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SI(System Integration)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각 대형 쇼핑몰에 최적화된 추천과 전담 인력 등이 필요하고 대기업 사이트의 경우 안정성과 정량적 성과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편이다. 또한 초기 서비스 적용 시 컨설팅 및 매월 각사에 제공되어야 하는 리포팅 기능 등이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고객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각 사이트별로 서비스 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기술 지원이나, 전담 개발인력 등이 배정되는 형태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러한 폐쇄형 플랫폼 방식의 대표적인 시장 내 경쟁사로는 앞서 말한 레코벨이라는 기업이 있었다(Exhibit 9).

당시 데이블의 이채현 대표와 백승국 CFO는 목표 시장을 결정하기 위해 내부 워크숍을 진행했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백승국]
이제 법인이 설립되었으니,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기 전에 진입해야 할 시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이채현]
어떤 시장에 진입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기업의 비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우리가 가진 원래의 비전인 ‘사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궁극적인 개인화 플랫폼’을 위해서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백승국]
데이블의 비전에 비춰보아도 아직까지 국내 커머스 사용자들은 대기업형 커머스 사이트 이용 비중 및 구매액이 더 높은 편입니다. 2가지 시장 모두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으로 가는 것은 맞는 것 같으니, 결국 2가지 서비스 모두 최종 지점에서는 만날 것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우리가 잘할 수 있고 빠르게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블의 기술적 측면이나, 경쟁사와의 차별화 측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채현]
먼저 기술적 측면을 본다면, 개방형 플랫폼이 일반적으로 누구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레코픽을 2년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SI 형태로 사업을 하는 것을 개발자분들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어떤 시장이든 진입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경쟁적 측면에서 본다고 하면 2가지 시장 모두 레코픽과 레코벨이라는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있지만, 아직 시장 전체를 본다면 시장 침투율이 미미한 편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빠르게 들어간다면 둘 다 잘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른 어떠한 요소를 기준으로 2가지 서비스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요?

[백승국]
어떤 시장이든 서비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2가지 서비스 모두 고객 가치가 각각 다르고, 양쪽 고객 모두 개인화 추천에 대한 니즈가 큰 편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시장이 더 매력적인가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채현]
맞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레코픽은 트래픽을 기반으로 과금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우리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통해 증대된 매출의 2~4%를 수수료로 받는 모델이 가능할 것 같은데, 이를 가정하면 두 시장 규모가 각각 어떻게 되나요?

[백승국]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규모는 37조 원입니다. 자세한 시장 현황은 온라인 쇼핑협회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Exhibit 10).

[이채현]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고객의 시장이 이렇다면 기업 시장이 더 커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보다 우리가 직접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추정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레코벨처럼 우리의 서비스를 통해 증대된 쇼핑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백승국]
과거 레코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통해 증대된 대기업과 중소형 쇼핑몰의 매출액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은 평균적으로 7% 정도 매출이 늘어났고, 중소형 쇼핑몰도 평균적으로 7%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채현]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형 쇼핑몰에 청구하는 수수료는 꽤 차이가 나지 않았나요?

[백승국]
맞습니다. 사실 대기업과 중소형 쇼핑몰의 매출 증대 비율은 비슷하더라도, 대기업의 경우 들어가는 리소스도 더 적은 편이고, 대부분 경쟁입찰 형태로 수수료를 제안하기 때문에 증대된 매출의 2% 이상을 제안하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반면에, 중소형 쇼핑몰은 전체 매출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증대된 매출의 4%까지 제안하더라도 외부 광고와 비교하면 큰 비용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협의가 쉬웠습니다. 이러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접근 가능한 시장을 추정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채현]
어느 시장이 매력적인지는 그렇게 추정해보면 될 것 같은데, 이것만 가지고 진입 시장을 결정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백승국]
사실 아무리 매력적인 시장이더라도 이미 뛰어난 경쟁자가 선점하고 있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시장은 레코픽이 있고, 기업 시장은 레코벨이라는 강력한 경쟁사가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시장에 선진입했지만 아직 전체 시장으로 따지면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진입할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채현]
물론 그런 경쟁적인 부분도 고려해야겠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단기간에 장악할 수 있느냐입니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스타트업인데, 5년, 10년을 보고 서비스를 고민하고 전개해나갈 수는 없습니다. 1년 동안 성과가 없으면 해당 서비스는 접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는 이제 대기업 내에서 보호받는 팀이 아니기에, 지금 당장 어느 정도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 측면에서 시장 진입을 고민해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백승국]
동의합니다. 스타트업에게 5~10년 뒤 이야기는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전체 시장과 별도로 우리가 월별로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매출과 비용을 추정해보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채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2가지 사업을 각자 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 매출과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백승국]
우선 가정이기 때문에 조금 단순화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레코픽에서 한 명이 한 종류의 고객군만 영업했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었죠?

[이채현]
평균적으로 보면 대기업은 미팅을 잡고, 수차례 설득하고, 경쟁 입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기업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백승국]
중소형 쇼핑몰의 경우도 먼저 찾아오는 고객은 거의 없었고, 매일 콜드 메일을 뿌리고 전화를 해야 한 달에 7~8번 미팅을 잡고 5개 정도의 고객을 확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레코픽 때 영업한 걸 생각하니, 중소형 쇼핑몰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이채현]
고객 한 곳당 평균 월 매출은 어느 정도였나요?

[백승국]
중소형 쇼핑몰은 50만 원/월, 대기업형 쇼핑몰은 500만 원/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채현]
흠···. 대기업형 쇼핑몰의 매출액이 크기는 했군요. 그래도 상대적으로 영업 및 관리 비용은 대기업형 쇼핑몰이 더 들지 않나요?

[백승국]
가장 중요한 원가 중 하나인 서버비용은 개인사업자 고객은 매출액의 20% 수준이고, 기업시장 고객은 매출액의 15%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개발팀 인건비나 사무실 비용 등은 고정비용이니 이번 추정에서는 무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채현]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중소형 쇼핑몰도 영업팀의 관리 리소스가 크게 차지하는데, 그와 관련한 비용을 단순하게 추정해보면 얼마나 될까요?

[백승국]
평균적으로 보면 중소형 쇼핑몰은 20개사당 한 명의 추가 관리인력이 필요하고, 대기업형 쇼핑몰은 5개사당 한 명의 추가 관리인력이 필요합니다. 고객이탈은 양쪽 다 없고, 영업인력당 비용은 월 평균 300만 원으로 가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채현]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치들을 기준으로 24개월 뒤의 수익성을 추정해보도록 합시다. 24개월 이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스타트업에게 해당 시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개인화 추천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는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더 이상 검토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을 것 같고,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을 기반으로 진입 시장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해당 대화는 Case Study를 위해 실제 검토한 데이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데이블 Stage2) 비즈니스 모델 확장: 콘텐츠 추천 서비스

수많은 논의를 거친 데이블 창업팀은 2015년 7월 새로운 개인화 추천 서비스 데이블 커머스를 론칭했다. 그 후 데이블은 원래 계획대로 초기 커머스 고객을 확보해나가면서 차근차근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고객군으로부터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게 된다.

새로운 고객은 바로 언론사들이었다. 한겨레 신문, KBS와 같은 언론사들은 최근 네이버같은 포털에서만 뉴스를 보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트래픽이 포털에 과도하게 종속된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방문자들이 언론사 사이트 내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는데,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통해 개인별로 관심사에 맞는 좋은 기사를 추천한다면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체류 시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데이블에 먼저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언론사]
안녕하세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이블이 맞나요? 저희는 OOO 언론사입니다. 방문자들이 사이트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게 하고 기사를 더 보게 하고 싶은데,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우리 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나요? 이런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적용된다면 독자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백승국]
한번 검토해보겠습니다.[백승국]
채현님,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요? 너무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면 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고, 가볍게 시도해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이 있으니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이채현]
개인화된 상품 추천은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메타정보5)가 없는데 반해, 언론사가 원하는 개인화된 기사 추천은 기사 본문에 해당하는 텍스트가 많아서 제공하기가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가볍게 시도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로의 확장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쇼핑몰용 상품 추천에 특화되어 있던 데이블 플랫폼이 콘텐츠 추천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개인화 뉴스 추천 서비스가 국내 언론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이 당시 수많은 언론사가 한겨레, KBS와 마찬가지로 트래픽 문제와 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다. 때마침 데이블 서비스가 등장하여 큰 관심을 받게 되면서 데이블 뉴스 출시 후 2개월 만에 30개가 넘는 언론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Exhibit 11).

데이블 Stage3)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그렇게 상품과 콘텐츠를 모두 포괄하는 데이블의 개인화 추천 플랫폼은 급격하게 성장해나갔다. 국내에 경쟁사가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던 중, 2015년 10월 데이블은 한 고객으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고객사]
백승국 이사님, 이번에 미국 타불라라는 회사가 한국에 들어온다는데, 여기는 서비스가 굉장히 특이하네요. 저에게 온 영업용 이메일을 전달해드릴 테니 한번 참조해주세요.To: 매체사 담당자From: 타불라 Korea제목: 세계 1위 개인화 콘텐츠 추천을 통해 트래픽 증가와 네이티브 광고수익을 드립니다.안녕하세요. 타불라 코리아의 OOO 대표입니다.저희 타불라는 2007년 뉴욕에서 설립된 세계 1위의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입니다. CNN, Business Insider 등 1만 개가 넘는 글로벌 미디어사에 적용된 저희 타불라의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은 언론사를 방문한 사용자들에게 개인화된 뉴스를 추천함으로써 사이트 트래픽 및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어떠한 비용 부담도 없이 수준 높은 콘텐츠형 광고를 기사와 함께 노출하는 네이티브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추가적인 광고 수익까지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 중략 –

당시 데이블의 매체 제휴팀이 고객에게 보내고 있던 영업용 콜드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To: 매체사 담당자

From: 주식회사 데이블

제목: 단 한 스크립트만으로 적용이 가능한 개인화 추천을 통해 트래픽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세요.

안녕하세요. 데이블의 OOO입니다. 저희 데이블은 SK플래닛 사내벤처 출신의 개발팀이 모여 설립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언론사에 사용자들의 뉴스 패턴을 분석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더 많은 기사를 보게 되어 체류시간과 트래픽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중략 –

이러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큰 리소스가 드는데, 저희 데이블은 SaaS의 월 정액 방식으로 트래픽에 따라 월 200, 400, 800만 원의 비용에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글로벌 경쟁사가 갑작스럽게 한국에 진입하게 되자 데이블 서비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채현]
타불라 서비스 소개를 보았더니 우리 데이블의 서비스는 절대적으로 질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습니다.[백승국]
맞습니다. 우리 데이블은 지금까지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고객사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그 결과로 고객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타불라의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비교하면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현저하게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광고수익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 같습니다.[이채현]
맞는 말입니다. 국내 최초로 개발하여 독점에 가까운 시장구도를 형성했고 현재 언론사들도 만족하고 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빨리 알았으니 망정이지 자칫했다간 다음 달에 모든 고객이 경쟁사로 넘어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백승국]
광고 플랫폼이 우리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처럼 열등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타불라가 매체사와 광고주를 모두 확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우리도 어서 비즈니스 모델을 피보팅해야 합니다.[이채현]
한번 논의해보죠. 고객가치를 제외하고 타불라와 우리 데이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백승국]
우리와 타불라 모두 고객들이 중요시하는 문제(Problem)인 방문자들의 만족도 증대와 트래픽 증가, 매출 증대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이채현]
그러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방안으로 우리는 개인화 추천만 제공하지만, 타불라는 네이티브 광고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핵심 성과(key metrics)가 단순히 트래픽이고, 매출액은 간접적인 지표라고 하면, 타불라는 광고수익이라는 더 직접적인 성과도 고객사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백승국]
그것이 우리의 서비스가 열등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내가 언론사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트래픽을 올려주고 월 정액 요금을 내는 우리의 서비스보다는, 트래픽도 올려주고 광고수익까지 제공하는 타불라 서비스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이채현]
타불라와 데이블의 고객사가 동일하고 영업방식과 핵심 비용도 비슷하다고 하면, 결국 앞서 말한 내용이 언론사가 개인화 추천 서비스 업체를 선정하는 지표가 될 것 같습니다.[백승국]
다행인 것은 타불라도 양면 시장으로의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사와 광고주를 모두 확보해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겁니다. 그 전에 우리도 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피보팅합시다.

[이채현]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을 이렇게 갑자기 바꾸어도 괜찮을까요?

[백승국]
지금 얻고 있는 고정 매출이 아깝기는 하지만, 준비가 되는 대로 과금 정책을 변경하고 고객사에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이렇게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수행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고 플랫폼이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임시 광고를 넣어서라도 시작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채현]
좋습니다. 일단 해봅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경쟁에서 질 바에는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죠(Exhibit 12).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 실행

이러한 논의를 통해 데이블은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일부에 기사처럼 보이는 광고성 콘텐츠를 노출하는 타불라의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의 피보팅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 또한 쉽지가 않았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한 기업의 방향성 자체를 뒤집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데이블의 경우에도 리더십팀의 논의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많은 절차와 노력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예로 데이블은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 중 다음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디어사들은 유료 과금 형태로 데이블에 월 정액 서비스 이용요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데이블이 타불라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급격히 비즈니스 모델을 피보팅하면서 기존 계약된 유료 과금 고객들의 불만이 증가한 것이다.

[고객]
다른 언론사를 통해서 듣게 되었는데요. 이제부터는 데이블이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하던데요.[데이블]
아닙니다. 저희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 개인화 추천 영역 중 일부를 네이티브 광고 영역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해 드리겠다는 것입니다.[고객]
그렇다면, 데이블에 호의를 가지고 먼저 서비스를 적용한 기존 고객사부터 혜택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봉도 아니고, 기존 고객사는 유료로 적용하는데, 신규 고객사만 그런 서비스 과금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데이블]
알겠습니다. 기존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 제안도 다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고객]
잘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사라는 곳은 소수의 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트래픽이 집중되어 있고, 언론사들 간에 정보교환도 빠르고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 매체에만 이익을 준다면 다른 언론사도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데이블은 고객에게 이러한 피드백을 받고 있었고, 기존 고객들까지 한꺼번에 네이티브 광고 형태로 전환할 경우, 아직 광고주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기존 고객들이 앞으로도 데이블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기에 데이블은 광고주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전면 네이티브 광고 형태로 서비스를 전환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때는 고려할 요소가 많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요소들이 비즈니스 모델 피보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블은 이 일을 통해 의사결정과 실행은 빠르게 해야 하지만, 결정에 앞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데이블의 NEXT

이렇게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데이블 네이티브 애드 광고 사업은 2016년 2월 성공적으로 론칭하게 되었다. 그 후 9개월 만에 월 매출 2억 원을 돌파했으며, 국내에서 과점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성공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타불라 이후에도 일본의 Poppin, 한국의 시지온 등 새로운 경쟁자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접하는 시장 환경은 1년 단위, 반기 단위도 아닌 월 단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블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새로운 시장 환경을 이해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빠르게 진화해나갈 것이다. 그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강점이자 거대 자본과 경쟁하여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설립 1년만에 국내 최고의 개인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데이블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기업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Exhibit 1. 개인화 추천의 개념

Exhibit 2. 레코픽과 해외 서비스들의 개인화 추천 화면 예시

Exhibit 3. 솔루션 방식과 SaaS 방식의 비교

* SaaS 방식은 초기 개발비용이 거의 없고, 개발기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

Exhibit 4. SK플래닛 사내벤처 레코픽의 로고

* RecoPick은 Recommendation과 Pick의 합성어이다.

Exhibit 5. 레코픽 추천 엔진의 동일 영역 클릭률 A/B 테스트 결과

[레코픽 서비스 요약]

Exhibit 6. 레코벨 서비스 요약

Exhibit 7. 주식회사 데이블 로고

* 데이블은 Data + Able의 합성어로, 데이터를 통한 궁극적인 가치 실현을 의미한다.

Exhibit 8. 구글캠퍼스에 입주한 데이블 창업팀

* 좌측부터 백승국, 김성민, 이채현, 김군우

Exhibit 9. SOHO 대상 서비스와 기업 대상 서비스의 특징 비교

Exhibit 10.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

(단위: 십억 원)

*출처: 온라인쇼핑협회, 2012.

Exhibit 11. 고객사의 요청으로 개발한 데이블 뉴스 서비스 화면

[확장된 데이블의 서비스 포트폴리오]

Exhibit 12. 타불라의 네이티브 애드 화면 예시

*개인화된 기사 추천 영역들 사이, 상단 3칸에 광고성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주석]

1. SaaS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는 Software as a Service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개인용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아닌 기업형 소프트웨어 시장 및 IT업계에서 사용되는 Solution as a Service는 (1) Software as a Service, (2) Web-served Solution, (3)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호스팅 시스템과 같은 기업 솔루션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2. A/B 테스트란, 전체 사용자 그룹을 랜덤으로 A그룹(50%), B그룹(50%)으로 나누어서 서로 다른 알고리즘 또는 UI를 전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어떠한 알고리즘 또는 UI가 더 효과적인지 증명하는 성과측정 기법이다. 동일 기간에 랜덤한 사용자 그룹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부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3. IT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사용자가 원하면 누구나 해당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주로 사용된다. 반대의 용어로 관리자에 의해서만 사용자 계정이 발급되거나,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소수의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에 주로 이용되는 Closed Signup 방식이 있다.

4. 법인 설립 및 서비스 출시 전 수행되는 초기 투자유형; 스타트업 투자는 단계별로 SEED Investment Series A Series B Series C로 구분된다.

5. 메타정보란 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로,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데이터이다. 대량의 정보 가운데에서 찾고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서 이용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콘텐츠에 부여되는 데이터이다. 어떤 데이터 즉 구조화된 정보를 분석, 분류하고 부가적 정보를 추가하기 위해 그 데이터 뒤에 함께 따라가는 정보를 말한다. 쇼핑몰의 경우 메타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제목•가격•카테고리밖에 없지만, 언론사 기사의 경우 기사 본문 내용의 수많은 텍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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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백승국

백승국

백승국은 주식회사 데이블의 공동창업자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한 이후, 롯데그룹 미래전략센터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신사업기획 및 인수합병, 산업분석 업무를 수행했고 Corporate-level Strategy와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과정, SK플래닛 사내벤처와 데이블 경영을 통해 본인의 관심을 실제 경영현장에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겉멋’보다는 실질적인 ‘돈이 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설립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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