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을 넘어 기업용 소프트웨어(B2B SaaS) 기업으로 – 아이엔지스토리

프리미엄 스터디카페/독서실 브랜드 1위 ‘작심’을 운영하고 있는 (주)아이엔지스토리는 강남구 대표가 2013년 창업한 교육회사에서 출발했다. 강남구 대표는 고졸로서 당시 급성장한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와 그루폰코리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초기 아이엔지스토리는 진로 관련 강의 사업을 했으나 실패하게 되고 강남구 대표는 절치부심 끝에 프리미엄 독서실로 사업을 재편하였다. 2018년 약 55억 시리즈 A 투자 유치, 2019년 약 150억 시리즈 B 투자 유치, 2021년 볼트온 M&A 자금으로 약 3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으며, 현재 약 700여 매장을 가맹 및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엔지스토리는 경쟁이 치열했던 프리미엄 독서실 시장에서 ‘지방우선, 차별화, 가성비’를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 나갔다. 이후 가맹점 사업에 직영점 모델을 더하여 수익률을 높였고 이를 통해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 B 투자를 준비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독서실의 직영점을 늘리고 시설투자를 진행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운용’의 비즈니스 방식에서 탈피하여 ‘혁신’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교육 콘텐츠’ 를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하였고, 픽코파트너스라는 스터디카페/독서실용 관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이자 공간비즈니스의 무인관리 테크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


Q1. 아이엔지스토리가 새로운 시리즈 B 투자자를 최종 선택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의사결정에 있어 우선순위 등 규칙이 있었다면 이에 대해 논의하시오.

Q2. 아이엔지스토리가 비즈니스 모델 및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면서 마주친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의사결정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을지 논의하시오.

Q3. 아이엔지스토리는 소프트웨어인 픽코파트너스의 기술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른 시장 출시를 원했다. 강남구 대표와 경영진의 의사결정 근거는 무엇이었을지 논의하시오.

4.7 10 votes
Article Rating

2019년 3월, ㈜아이엔지스토리의 강남구 대표는 경영진 회의를 마친 후 한숨을 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소파가 있는 벽면에는 그가 운영 중인 프리미엄 독서실 국내 1위 브랜드 ‘작심’의 부엉이 로고가 그의 표정과는 달리 환히 빛나고 있었다. 오늘 회의는 최근 아이엔지스토리가 마련한 전략적 방향에 대한 시리즈 A 투자자들의 우려와 제안에 대해 논의해 보기 위해 진행되었다.

사실 며칠 전 시리즈 A 투자자들은 강남구 대표와 만나 아이엔지스토리가 최근 진행하고 있는 시리즈 B 투자에 대해 물어왔다. 아이엔지스토리는 지난 9개월 동안 시리즈 B 투자를 새롭게 유치하고자 신규 투자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강남구 대표와 경영진은 회사의 전략을 새롭게 구축하였다. 독서실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서 ‘공간에 무인관리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으로 진화를 결심한 것이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가맹점’, ‘직영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공간 사업을 넘어서, 인터넷 강의 등 온라인 콘텐츠 제공, 독서실용 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기업용(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합류하게 될 시리즈 B 투자자들은 아이엔지스토리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했고, 시리즈 A 투자자들의 동의만 있으면 투자를 집행하기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강남구 대표는 시리즈 A 투자자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시리즈 A 투자자들은 냉담했다. 일단 개념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엔지스토리의 핵심 역량은 ‘작심’이라는 브랜드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공간 사업인데 갑자기 IT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내부에 능력 있는 개발자 출신의 CTO가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소프트웨어에 경험과 지식이 없는 문외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시리즈 A 투자자들은 기존의 ‘공간의 수익화’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직영점을 4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다른 투자자들이 새로운 B 투자자들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하고 있으니, 해당 제3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강남구 대표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시리즈 A 투자자들의 말대로 기존에 잘 해 오던 것에 더욱 집중하면서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시리즈 B 투자자와 손을 잡고 당장의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크게 득이 되지 않을지언정 새로운 전략을 밀어 붙여야 할까? 아쉽게도 오늘 경영진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졸 청년의 도전과 성취: 강남구 대표

부자가 되어 강남구에 살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셨다는 강남구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동대문에서 2만 원에 팔리던 구제 청바지를 사와 자신의 학교가 있던 안양에서 4만 원에 되팔기 시작하였으며,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사업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당시 주 고객은 자신의 SNS 방문자였다1). 단순한 재판매 과정을 반복하면서 학생 신분으로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게 된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2년 동안 디자이너 티셔츠 판매, 파티 플래너, 광고 서비스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다 티켓몬스터(2017년 이후 티몬)의 신현성 대표와 인연이 닿게 되어 2011년 티켓몬스터의 영업팀 인턴 사원이 되었다. 티켓몬스터는 2010년 5월에 론칭한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이다. 소셜커머스는 일정 수가 모여 할인받는 ‘공동구매’ 방식과 하루에 한 가지 상품을 할인하는 ‘데이어딜(day-a-deal)’ 방식을 결합하여 음식점, 공연과 같은 서비스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이다. 당시 영업 사원으로서 강남구 대표에게 주어진 업무는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할 용의가 있는 업체를 섭외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40, 50대인 매장 사장님들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했기 때문에 거절당하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회사에서 가장 영업을 잘하는 사람을 따라 지방 곳곳을 다니며 영업 노하우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업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10년 정도 일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 제 눈앞에서 하고 있는 영업이 10년 전 영업 스킬일까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서 노하우가 다져진 완성된 영업 스킬이겠죠. 그럼 저는 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면 되는 거예요.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2)

소셜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인하여 티몬은 직원 10명의 작은 회사에서 850명 임직원을 둔 큰 회사로 성장하였고, 강남구 대표의 빠른 모방 전략은 그로 하여금 회사의 인턴에서 최연소 지역 확장팀 팀장으로 승진하게 하였다. 그리고 1년 후 그루폰코리아의 B2B 본부장으로 스카우트되어 세계 최연소 본부장(임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때 그의 나이 불과 22살이었다. 그루폰코리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업무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주변의 기대와 부담감, 유연할 것 같은 외국계 기업의 모습과는 달리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엄격하고 경직된 사내 문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내 정치로 업무 성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조직 성향, 소셜커머스 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부침 등이 겹치면서 그는 자신의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루폰코리아를 퇴사했다.

아이엔지스토리의 시작

2013년 10월 강남구는 아이엔지스토리라는 교육 회사를 창업했다. 이미 영업왕으로서 유명세를 떨치던 그였기에 청소년의 진로와 관련된 강의 요청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중고등학생 대상 강연 매칭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은 예상보다 수익률이 좋지 않았고 설상가상 강남구 대표가 군입대를 하게 되면서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대표가 자리를 비운 회사는 적자가 누적되었고 급기야 핵심 직원이 3명의 직원과 함께 퇴사하여 같은 사업을 창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강남구 대표의 개인 부채 또한 2억이 넘게 쌓이게 된다. 강남구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하늘이 나를 버린 건가?’, ‘나보고 사업하지 말라는 건가?’ 싶어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오기가 생겼고 ‘여기서 실패하면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지는 것이다. 군대에 가서도 된다는 걸 한번 보여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진입장벽이 없는 사업은 안 하겠다는 생각으로, (좋은 사업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진입장벽이 쌓이고 (잠재 경쟁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사업이 커질수록 가벼워질 수 있는 (부채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이익과 실리를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 결심했죠.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3)

이렇게 ‘작심(作心)’을 한 그는 적자만 쌓이던 회사를 폐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 생활과 회사 생활을 병행하며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구상해 나간다. 군대에서 업무 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을 사업 구상에 골몰하고, 새롭게 합류한 경영진이 매주 군대로 면회를 와서 사업 회의를 했다. 그리고 강남구 대표는 프리미엄 독서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다. 기존에 해왔던 교육 사업과도 관련이 있고, 커피숍 등 다른 공간들처럼 독서실도 고급화되면서 급성장 중인 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새롭게 시작하게 될 브랜드는 그만의 비장한 결심을 녹여 ‘작심 프리미엄 독서실’로 정했다. 선두 주자들은 하나같이 ‘○○스터디 센터’라는 명칭을 쓸 때였다. 강 대표는 당시 대세인 모던한 인테리어 대신 클래식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원했다. 확실히 트렌드에 역행하는 듯했지만, 트렌드는 또 변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이왕 클래식을 콘셉트로 정한 이상 900년 전통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도서관을 모방하기로 했다. 『해리포터』에 나온 도서관도 참고했다. 비싼 자재 대신에 색감으로 의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면 클래식한 인테리어도 가성비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Exhibit 1)

첫 목표로 서울보다는 경쟁이 덜한 지방을 공략하기로 했다. 당시 프리미엄 독서실은 서울 강남권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었고 지방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모두 서울권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하에, 지방에서 독서실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심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시장을 확장하는 게 훨씬 더 빠른 성장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술적으로는 월마트의 지방 확장 전략을 참고했다. 대표 스스로가 티몬에서 지역 확장 팀장으로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오는 전략을 몸소 실천해 보았기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대신 지방은 서울에 비해 독서실 이용료가 최대 40% 낮은 수준이므로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로 성공을 거둔 이디야커피(EDIYA COFFEE)4)와 ‘이면도로와 같은 골목 상권’을 공략해서 차별화한 맘스터치(MOM’s TOUCH)의 사례를 참고하여 ‘가성비’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당시 업계 1위였던 가맹본부의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 4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업계 최저 수준인 평당 230만 원의 저렴한 인테리어 비용, 그리고 가맹금 및 보증금 없이 75평 이상이면 월 30만 원의 고정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가맹 비용 구조를 개발했다.

모든 계획이 끝나고 A4용지에 3D 도면을 그려 10장짜리 간이 브로슈어를 들고 군복을 입은 채 가맹점을 영업하러 다녔다.5) 소개를 받은 건물주들을 찾아다니며 작심 독서실 1호점의 기회를 주겠다고 설득했다.6) 빚밖에 남지 않은 강 대표가 가진 것이라고는 왕년의 영업왕이라는 타이틀과 열정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실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직접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서 아직 시작도 안 해본 독서실 가맹사업에 참여하여 스스로 가맹점이 되고자 해야 가능했다. 30명이 넘는 건물주를 만나봤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마침내 황당해 보이는 이 조건을 청주 용암동의 한 건물주가 수용하면서 ‘작심 1호점’이 시작되었다. 2016년 6월, 군 제대를 3개월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그분(건물주)이 당황하시다가 너의 그 당돌함이 좋다며 돈(인테리어 비용)까지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국내 최초로 3층짜리 건물 전체를 독서실로 만들었고, 그렇게 1호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7) 

강남구 대표는 자신의 이력이 첫 번째 건물주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회상했다. 

제가 티몬에 다녔던 이력, 그루폰에 다녔던 이력, 제가 쓴 책 등이 건물주를 설득할 때 신뢰를 줄 수 있는 포인트가 된 거죠.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건물주를 소개해 달라고 했을 때도 사람들이 한 번쯤은 믿고 소개해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 

홍승환 아이엔지스토리 이사는 건물주가 당시 아이엔지스토리에서 제시한 계획대로 진행했을 때 수익이 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원래 임차를 주면 수익률이 기껏해야 3~4%일 텐데, 비록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독서실을 운영하면서 수익률 10%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미 건물에 20억을 넘게 투자했는데 2억을 투자 못 하겠느냐는 입장이었을 겁니다. 

– 홍승환 아이엔지스토리 이사

주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심 독서실은 오픈과 동시에 만석을 기록했다. 잘되는 식당 앞에 줄을 서듯이 독서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했다. 유통업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이 시설투자업인 독서실에서 펼쳐진 것이다. 초기에 자본력이 없어 마케팅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통해서 찾아오는 신규 고객은 계속 늘어났다. 

저희는 광고비가 없으니까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엄청 열심히 적었어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다 독서실을 보러 왔고, 입소문이 나 2, 3호점이 동시에 계약이 됐고요.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8)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곳곳에 크고 작은 클레임이 발생했지만, 강 대표는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으면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초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말까지 116호점 계약을 성공시켰고, 2017년 3월 이후에는 매월 평균 13개씩 가맹점이 늘어났다. 독서실 시장의 불패신화라고 할 만큼 무서운 기세였다.

독서실 시장의 프리미엄화

독서실은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독서실(일반+프리미엄)과 스터디카페는 전국 12,000여 개 이상 영업 중이며, 2021년 기준 연 거래액은 2조 원에 육박한다. 

전통적인 사업이라 큰 변화가 없던 시장이었지만, 2014년부터 스터디카페의 등장과 프리미엄 독서실로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강남구 대표가 군 복무를 하던 시기인 2014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프리미엄 독서실의 규모가 약 160% 늘어났다(Exhibit 2).

독서실은 학원의 일종으로 분류되어 일명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다.9) 교육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건물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위치해야 한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 청소년 유해업소가 입점해 있지 않아야 한다. 교육사업으로 정의되고 있으므로 대표적인 면세사업의 하나이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프리미엄 독서실 또한 고급화된 일반 독서실이므로 이론적으로는 학원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반면, 프리미엄 독서실과 외형상 비슷해 보이는 스터디카페는 전혀 다른 법적 형태를 지닌다. 공간임대업 또는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되어 학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다음은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의 운영상 차이를 나타낸 표이다(Exhibit 3)

일반적으로 독서실은 학생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최근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한 만큼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제는 신입사원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높은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는 ‘학령기간’이 증가하고, 직장인들의 추가적인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습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예상치 않은 호황을 맞게 되었다(Exhibit 4).

특히 2010년 이후, 엄숙한 분위기의 대학 도서관을 피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스터디그룹을 진행하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의 등장10) 또한 기존 독서실의 프리미엄화나 새로운 형태의 스터디카페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최근 중소형 상가 공실률이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Exhibit 5). 건물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공실률이 늘어가는 추세에서 무작정 임대 수요만 기대하기보다는 건물주가 직접 독서실 또는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획득하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비교적 운영이 쉽고, 건물에 대한 고정수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영점을 통한 캐시카우(cash cow) 전략

사업 시작 1년 만에 누적 매출 150억이 되었지만, 경쟁업체 대비 최저 가맹점 비용을 받고 있었기에 수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강남구 대표는 지방에서 사업성을 증명한 만큼 이제는 전국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할 시기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시장이 너무 빨리 성장하다 보니까 이 시장의 기회를 따라가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양적 성장을 선택했고 여기에 질적 성장을 뒷받침해 가니까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 

마침 무섭게 급성장하고 있던 작심 브랜드를 눈여겨보는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고 투자 의향을 비추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아이엔지스토리의 차별화된 전략을 궁금해했다. 사업구조상 상품을 유통할 수 없는 형태이므로 독서실 가맹사업은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강남구 대표와 경영진은 기존 가맹점 위주의 사업에 직영점 방식과 ‘공동투자 위탁경영’ 방식을 덧붙여 투자비용 대비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생각했다. 직영점은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고, 공동투자 방식은 건물주 또는 투자자와 가맹 본부인 아이엔지스토리가 총 투자금을 50대 50으로 부담하여 수익을 공동으로 분배하는 방식이었다. 단, 임대보증금을 건물주 또는 투자자가 부담하여 아이엔지스토리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적었다.

예를 들어 커피시장을 봤을 때 사모펀드가 카페 브랜드를 인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캐시카우(cash cow)11) 모델로 증명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나온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홍승환 아이엔지스토리 이사 

투자자들은 직영 또는 공동 운영 방식의 캐시카우 전략에 동의했고,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앵커 투자자 (anchor investor)12)가 되어 KTB네트워크, 센트럴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IBK기업은행,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약 55억 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오프라인 공간과 소프트웨어의 접목

2018년 4월 시리즈 A 투자가 마무리된 직후 아이엔지스토리는 바로 직영점 투자를 시작했다. 공동 투자가 아닌 경우는 건물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사업을 전개하였다.13) 그렇다 보니 사업의 확장으로 인해 투자금이 빠르게 소진되었고, 곧바로 시리즈 B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직영점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돌아왔다. 시장환경이 좋을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경제가 위축될 경우 임대료 리스크가 한꺼번에 돌아와 캐시번(cash burn)14)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진입장벽이 쌓이는 구조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선뜻 답하기 힘들었다. 독서실이든 스터디카페든 타 브랜드와 차별성을 가지기는 어려웠다. 만약 대규모 자본을 가진 누군가가 시설 투자를 했을 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직영점 확장 방식은 지속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전략이었다.

강남구 대표와 경영진은 사업의 본질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했다.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때까지 주요 고객은 가맹점주였다. 가맹점을 유치해야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독서실 업계의 모든 경쟁자가 매장의 확장에만 급급해 있었다. 아이엔지스토리 또한 시리즈 A 투자를 받고 직영점 전략을 펼쳤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이 유의미하게 올라오기 전까지는 신규 가맹점 유치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강남구 대표는 고객을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새로 정의한 고객들은 수능을 공부하는 수험생 고객과 취업 준비생, 공무원 준비생을 비롯한 성인 학습자였다. 이들은 수험과 자기 계발에 적극적이며 이 부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온라인 교육 콘텐츠였다. 강남구 대표는 피시방과 만화방의 사례를 떠올렸다. 피시방이나 만화방에 가서 공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면 비싼 게임이나 만화책을 공짜로 소비할 수 있듯이, 작심 회원에게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하여 고객 혜택을 증대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여러 가지 고민으로 고군분투하다 보니 창의적인 발상이 떠오른 것이다. 

매장은 1,000개 내면 끝이에요. 그래서 투자자들한테 “매장 1,000개 되면 작심은 고꾸라지는 겁니까?”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가끔 옆에서 잔소리도 해주고 압박하는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생각이 떠오른 거죠.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15)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투자자의 예리한 눈에는 강남구 대표의 전략이 공염불16)에 불과해 보였다. 독서실에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 회사가 아이엔지스토리와 특별한 B2B 협약을 맺어줘야 가능했다. 또한 제휴하는 교육 회사와 독서실 고객을 모두 작심 브랜드의 서비스에 오래도록 묶어놓는 이른바 락인(lock-in) 전략에 대한 깊이가 부족했다. 투자 계획은 계속 미뤄지고 강남구 대표는 급기야 투자회사 대표의 집에까지 찾아가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17)

한국 시장의 특성상 교육시장이 굉장히 보수적인데,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는 게 굉장히 위험해 보였죠. 입시, 취업, 직장인의 자기 계발까지 거의 3단 시장으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틀을 깨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 이태우 (당시) 알펜루트자산운용투자 심사역

강남구 대표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 회사에 대한 니즈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 대해 고민했다. 경영진과 논의를 거듭한 결과 세 가지 포인트를 찾았다. 첫째, 온라인 교육 회사의 비회원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전국에 있는 작심독서실 회원에게 제공되므로 기존에 광고가 어려웠던 지방 곳곳의 지역까지 자연스럽게 광고가 되어 수도권의 고객뿐만 아니라 지방의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가능하다. 셋째, 이렇게 교육 콘텐츠 수강이 늘어나는 만큼 교재 판매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게 작심독서실에 교육 콘텐츠를 넣어서 일단 차별화를 만든 후 이를 통해 진입장벽을 쌓고, 다른 독서실 브랜드와 비슷한 제휴를 하지 못하도록 3년에서 5년 정도 독점 계약을 체결한다는 실행 전략이 새롭게 수립되었다. 이는 대기업이 뛰어들더라도 확실히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매경미디어그룹에서 블락라벨라이브러리, 현대카드에서 그린독서실, 코스닥 상장 건설사인 IS동서에서 그린램프라이브러리를 운영하는 등 경쟁이 심화되었으나 뚜렷한 차별성을 쌓지 못해 결국 대부분 손실을 보고 사업 철수하거나 매각하였다. 

설득 논리와 실행 전략이 세워진 직후, 강남구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교육 콘텐츠 회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 발로 뛰며 영업을 시작했다. 몇 사람의 소개를 거쳐 해당 교육 회사의 투자사와 미팅을 하거나 약속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회사 정문으로 찾아가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과거 해당 교육 회사에서 재직했던 경력이 있는 직원을 미팅에 참여시켜 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약 2개월 만에 수능, 공무원, 어학 등 업계 1, 2위 교육 회사들과 계약 단계까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시켰다. 시리즈 A 투자금은 직영점 투자로 인해 소진된 상태였고, 다들 미덥지 않아 하는 새로운 전략을 결과로 증명해야 했기에 이를 악물었다. 결국 많은 회사와 MOU를 체결하고 투자자를 다시 찾아갔다. 시리즈 B 투자에 대해 처음 논의했을 때부터 9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결국 받아왔더군요. 본인들이 협약한 강의 리스트와 당시 (영단기, 공단기 등 프리패스 수강권으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라는 온라인 교육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강의 리스트와 비교 매핑을 해서 비교표까지 만들어 가지고 왔어요. 에스티유니타스의 프리패스 강의 리스트와 비교해봐도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갖추게 된 거죠. 

– 이태우 (당시) 알펜루트자산운용투자 심사역

첫인상부터 강렬했던 것 같아요. 강남구 대표 같은 경우는 엄청난 행동력이 있어요. 일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가 약간 젊었을 때 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이시원 시원스쿨 대표18)

강남구 대표의 실행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만족해하는 시리즈 B 투자자에게 강남구 대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비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바로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 사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육 콘텐츠 회사와 협상하면서 강남구 대표는 온라인 교육 회사가 제대로 타겟 마케팅을 해오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국내 12,000여 개가 넘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타겟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PC방의 사례를 통해 작심독서실의 새로운 전략을 짰기 때문에 강남구 대표는 다시 한번 게임회사들이 어떻게 전국의 PC방을 통해 타겟 마케팅을 해왔는지 살펴보았다. 바로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넥슨과 넷마블이 PC방 관리 프로그램 사업에 진입하여 현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게임을 PC방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넥슨과 넷마블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고, 이 두 회사가 업계의 헤게모니(hegemony)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PC방에서 하나의 관리 프로그램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은 접근할 수 없어서 배타적인 독점권을 누리고 있었다(Exhibit 6)

강남구 대표는 PC방 업계의 사례를 심층 분석하면서 독서실도 겉모습은 다르지만 구조는 PC방과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 빠르게 진출하여 배타적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PC방 소프트웨어 업계의 초기 단계처럼, 소프트웨어가 낙후되어 있는 전국의 독서실에 누군가가 제대로 된 관리 프로그램을 공급한다면 다른 기업에서 해당 관리 프로그램을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점한 기업이 전체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뿐만 아니라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로 보면 언젠가는 야놀자와 같이 좌석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앱을 통해 데이터를 지배하는 업체는 굳이 건물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키고 인테리어를 직접 하지 않더라도 독서실의 브랜드와 관계없이 좌석을 판매하고, 프로모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강남구 대표는 독서실/스터디카페용 관리 프로그램을 아이엔지스토리가 선점하겠다고 선언했다. 

강남구 대표와 아이엔지스토리가 그동안 보여준 실행력과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진출하겠다는 방향을 높게 평가한 시리즈 B 투자자들은 투자를 집행하기로 결정하고, 시리즈 A 투자자들의 동의를 요구했다.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 기업으로의 첫발

새로운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엔지스토리의 기존 시리즈 A 투자자들은 사실상 동의를 거부했다. 그리고 강남구 대표에게 기존에 해왔던 대로 직영점 사업을 보다 더 확장하는 것이 어떠냐고 설득했다. 직영점 모델을 계속 한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하는 제3의 투자자들도 있으니 그곳에서 새로운 투자를 받으라고도 권고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내부 경영진과의 심도 깊은 논의가 연일 이어졌다. 서로 다른 두 안에 대해서 각각 향후 5개년에 걸친 시뮬레이션 또한 실시하였다(Exhibit 7-1, Exhibit 7-2).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조건으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주는 제3 투자자와 기존 시리즈 A 투자자들과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기업가치는 다소 낮게 책정해주지만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믿고 지지해 줄 새로운 투자자와 함께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왔다.

각 전략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아이엔지스토리는 새로운 길을 가기로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기존 직영점 전략은 막대한 초기 시설투자비로 인해 지속적인 투자 유치를 요구하는 전략이었던 데 반해,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전략은 투자 유치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발생된 수익을 재투자하여 성장을 거듭할 수 있고,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면 다양한 수익 전략을 통해 직영점 전략보다도 더욱 폭발적인 매출/수익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남구 대표와 경영진은 먼저 시리즈 A 투자자들에게 이를 설명하였고, 새로운 투자자들은 기존 시리즈 A 투자자들과 협상을 통해 기존 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앵커를 맡고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약 150억 원의 신규 시리즈 B 투자를 단행했다. 

시리즈 B 투자가 마무리된 직후 곧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프로그램 이름을 ‘픽코파트너스(Pickko)’로 붙였다. 하지만 개발은 예상외로 난항이 거듭되었다. 유명 개발 외주 회사와 진행했지만 내부에 관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 프로젝트의 범위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생각만큼 진척이 없어 1년이 지나도 완성되기 힘들 것 같았다. 빠르게 시장을 수소문하여 스터디카페에서 무인 키오스크(kiosk)22)와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 개발자를 찾았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보였지만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판단하여 프로그램을 인수한 뒤 개발자는 아이엔지스토리 내부에서 계속 시스템을 고도화하도록 했다. 2020년 1월의 일이었다.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며 무인 키오스크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피인수 업체가 거래하고 있는 공장을 통해 키오스크 하드웨어도 직접 거래하기로 결정하며 키오스크 디자인부터 배송 방식까지 전부 다듬었다. 이를 통해 기존 무인 키오스크 원가를 1/8로 줄일 수 있었다. 인수 후, 한 달이 지난 2020년 4월 픽코파트너스의 베타 서비스 시연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오게 되었다. 테스트 시연 이후 기술진은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 간략한 브리핑을 했다. 프론트엔드(front-end) 쪽은 지금 당장 론칭을 해도 무리가 없지만 백엔드(back-end)는 아직 손봐야 할 곳이 남아있다고 했다.23) 모든 기술이 완벽히 구현되려면 6~7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다시 말하면 2020년 12월은 되어야 시장에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Exhibit 8). 

사실 강남구 대표는 늦어도 2020년 9월부터는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하기를 원했다. 2019년 말부터 스터디카페의 규모가 더 커지고 독서실의 키오스크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를 봤을 때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작심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의 모든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론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진은 난색을 표했다. 현재 상태로 출시하는 것은 고객 클레임 등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완벽해진 후 시장에 나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헤게모니 선점

경영진은 성장의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성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오면 무조건 성장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못 하는 곳에서 내가 그 섹터를 차지해야 돼요. 그러면 길게 가는 거예요. 근데 못 차지하죠? 그러면 어려워져요. 고성장기일 때 해야 되는 사업이 있어요. 시장의 흐름을 보라고 했잖아요. 

– 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 대표

온라인에선 온라인만의 성장 방식이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오프라인만의 성장 방식이 있어요. 이 시장은 온라인 소프트웨어업 같지만 실제로는 키오스크를 적용하는 오프라인업과 흡사했기 때문에 뒤에서 문제를 처리해 나가면서 성장을 우선으로 해야만 회사가 비로소 성장이라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이) 이제 다 됐어’라고 하면 성장의 시기는 이미 지나간 거죠.

– 홍승환 아이엔지스토리 이사

경영진은 빠른 출시를 원했다. 기술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2020년 9월 픽코파트너스의 본격적인 출시를 단행했다. 고객의 클레임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개발을 완성해 나가고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강남구 대표는 시장의 선점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이에 야놀자의 사례를 떠올리고 관련 기사, 책, 참고할 만한 모든 정보를 섭렵했다. 야놀자는 연관이 있는 기업들을 모조리 인수하여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2016년 호텔나우를 시작으로 2018년 더블유디자인그룹, 2019년 데일리호텔, 우리펜션 등을 잇달아 인수하여 급성장한 바 있다. 바로 볼트온 전략24)이었다. 강남구 대표는 일면식이 없던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를 직접 만나서 현재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야놀자가 추진했던 전략이 아이엔지스토리의 경우에도 통용될지, 볼트온 전략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 등 상담을 청했다. 이수진 대표는 업종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답했고, 이에 자신감을 얻은 강남구 대표는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인수를 통해서 픽코파트너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로 했다. 전략에 확신을 얻은 강남구 대표는 보통주 신주발행으로 약 30억 원을 3주 안에 납입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확고한 전략이 있고 결과로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투자 설득도 어렵지 않았다.

2020년 9월에 본격적으로 론칭한 픽코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2020년 말 전국 약 400개 매장에 설치가 되었다. 비록 소소한 기술적 문제가 있었지만, 계속 기술적 고도화를 이루며 영업을 진행했다. 한 번 설치한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에는 다른 관리 프로그램이 들어올 수 없어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되므로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확실한 진입장벽을 세웠다. 프리미엄 독서실 브랜드 1위인 작심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는 것도 신뢰를 주었다. 그리고 시장에 자체 관리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중소형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0년 2곳, 2021년 2곳을 각각 인수하였다.

2019년 12월에는 전략적으로 독서실/스터디카페 업계 3위인 하우스터디를 인수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존 대표가 일정 기간 재직하면서 픽코파트너스를 전 가맹점에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동시에 시장 내 경쟁 자체를 없애는 것이 목표였다. 인수대상 1순위였던 하우스터디 인수가 완료된 후, 300여 개 매장에 도입된 2순위 소프트웨어 기업의 영업권을 인수하여 단숨에 도입 매장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업계 1위 작심과 업계 3위 하우스터디가 사용하는 무인관리 테크(tech)로 브랜딩하여 밀어붙이는 동시에, 업계 2위 토즈 가맹본부와 관계가 좋지 않은 가맹점들을 공략하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업계 1, 2, 3위가 모두 사용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여 압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 나머지 자잘한 기업에 대해서도 볼트온 인수를 통해 고속 성장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세일즈 전략을 통해 픽코파트너스의 성장은 J-커브25)를 그리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까지 2,500여 개의 독서실과 스터디카페가 픽코를 도입하며 연간 거래액 약 2,000억 원 규모의 플랫폼 기업이 되었다. 이 속도라면 3년 내에 국내 전체 독서실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Exhibit 9). 

이렇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현재, 픽코파트너스 무인관리 테크를 통해 스터디카페/독서실뿐만 아니라 국내외 공유오피스, 공유창고, 헬스장, 키즈풀 등으로 확대하여 글로벌 공간 공유경제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전국에 위치한 키오스크와 사이니지, 앱서비스 등을 통해 지역 기반 온오프라인 광고 플랫폼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해 나갈 계획이다. 


[주석]

1. 김미경TV(2021.01.07.). 유튜브 채널 인터뷰.

2. 강남구(2022.10.08.). 한양대 특강.

3. 행크TV(2020.12.24.). 유튜브 채널 인터뷰.

4. 중저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로서 2021년 9월 매장 수 3,500개를 돌파하였으며 2015년 이후 최대 매장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5. 김미경TV(2021.01.07.). 유튜브 채널 인터뷰.

6. 당시에는 직영점이 없어도 가맹사업을 할 수 있었다. 2021년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현재는 1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는 가맹 본부만 가맹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7. 유튜브 쫄지말고 투자하라!(2017.12.14.). 시즌 6, 통상 263회.

8. 유튜브 쫄지 말고 투자하라!(2017.12.14.). 시즌 6, 통상 263회.

9.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제30547호, 2020.3.31 일부개정]

10. 2017년 「대학내일」이 전국 대학생 3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 87%의 대학생이 카페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1. 캐시카우(cash cow)란 보스톤컨설팅그룹에서 최초로 사용한 용어로서, 확실한 수익창출원을 뜻한다.

12.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란 여러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때 딜을 주도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13.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현재는 직영점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내지 않거나, 보증 보험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을 50% 또는 전액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14. 캐시번(cash burn)이란 현금이 고갈되는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

15. 강남구(2022.10.08.). 한양대 특강.

16. 공염불은 실천이나 내용이 따르지 않는 주장이나 비유를 뜻한다.

17. 스프링살롱(2021.09.30.). 유튜브 채널 인터뷰.

18. tvN Story(2020.12.18.). 그때 나는 내가 되기로 했다, EP.8, 독서실 시장의 프리미엄화+세계시장 진출을 꿈꾸는 CEO 강남구.

19. EBIT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and Amortization)란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무형자산의 감가상각비(Amortization)를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당기순이익에 이자비용, 세금, 유무형 감가상각 비용을 더하면 구할 수 있는데, 흔히들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추측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유사개념으로는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비(depreciation)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하는 EVITDA가 있다.

20. CAPEX(Capital Expenditures)란 자본적 지출이라고도 하며 미래의 이윤 창출, 가치의 취득을 위해 지출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을 말한다. CAPEX는 기업이 고정자산을 구매하거나, 유효수명이 당회계년도를 초과하는 기존의 고정자산 투자에 돈이 사용될 때 발생한다.

21. cash flow 또는 현금흐름이란 기업의 현금 흐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간 거래에서 대금지급일을 약속하고 그때까지 대금지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회계상의 자금과 기업의 현금증감이 다른 경우가 발생한다.

22. 키오스크(kiosk)는 튀르키예어(또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말로, 영어로는 신문·음료 등을 파는 간이 매점을 가리키는 단어이나 IT업계에서는 대중이 정보를 얻거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치한 무인 단말기를 가리킨다.

23. 프론트앤드는 사용자가 보는 화면(인터페이스)과 사용하는 기능 등에 관련된 부분이며,백엔드는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컴퓨터 서버와 관련된 부분을 의미한다.

24. 볼트온(bolt-on) 전략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하여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주로 사모펀드에서 기업을 사들인 후 기업가치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25. J-커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반적인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성장 궤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J-커브는 문자 ‘J’ 모양으로 처음에는 급격하게 하락하다가 회사가 성장기에 접어들면 가파른 상승 경사를 보인다. 모든 스타트업이 다 J-커브 형태로 성장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성장단계별 위험요소나 기회요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보기

집필진

배태준

배태준

배태준은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창업융합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한양대에서 전략경영 전공으로 석사, University of Louisville에서 기업가정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Hofstra University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였다. 창업자의 행동(Behavior)를 중심으로 신생기업의 시작-경영-실패-재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Entrepreneurship Theory and Practice, Small Business Economics, Marketing Letters 등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목록으로
사례
펼치기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