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위즈, 에너지 기업의 조직 문화 실험: 성장과 변화의 길을 걷다

그리드위즈는 2014년에 창립된 에너지 IT 스타트업으로, 보수적인 에너지 업계의 관행을 탈피하며 혁신적인 기술과 조직 문화를 도입해 빠르게 성장해 왔다. 에너지 산업은 국가적 경제 기반을 이루는 핵심 영역으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관리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러한 산업적 배경 속에서 그리드위즈는 전통적인 에너지 관리 방식을 넘어 IT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차별화된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드위즈는 창립 초기부터 전력망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데이터 기반 수요 반응(Demand Response, DR) 솔루션을 도입하며, 에너지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간에 일부 소비자들에게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한국의 대규모 전력 소비 중심의 전통적 구조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그리드위즈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고객 교육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아왔다.

회사는 수요 반응(DR) 솔루션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스마트 그리드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데이터 기반의 에너지 전환 핵심 기술 제공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 최초로 양방향 충전(Vehicle-to-Grid, V2G) 인증을 획득하며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적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한 기술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드위즈의 공동 창업자 3명은 창립 초기부터 실리콘밸리와 유럽에서 경험한 리더십과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독창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삼무(三無)” 철학(회식 없음, 보고 없음, 평가 없음)을 통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형성하며,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접근은 보수적인 에너지 업계에서 혁신적이고 민첩한 조직 운영 방식을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리드위즈는 체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자율적 문화에서 벗어나 더 구조화된 운영 방식을 도입해야 했다. 회의 시간과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방식은 시간과 자원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기존 문화와의 조화가 필요했다. 또한, 평가 시스템 도입과 출퇴근 관리 방식 변경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을 안겼다. 하지만 회사는 피드백 중심의 평가와 유연성을 유지한 출근 제도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완화했다. 이와 함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도입과 같은 체계적인 도구를 통해 데이터 관리와 보고 체계를 강화했으며, 1층 개방형 공간과 정기적인 전사 세미나, 톡톡 데이 등을 통해 직원 간의 교류와 소속감을 촉진했다. IPO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며, 한국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 사례를 기반으로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본 사례는 보수적이고 규제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에너지 산업 속에서 그리드위즈가 IT 기술과 자율적 조직 문화를 어떻게 결합해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루며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고 있는지 설명한다.

 


Q1. 그리드위즈의 조직 문화와 성장 배경을 바탕으로 조직의 자율성과 통제가 각각 어떤 장단점을 가지는지 분석하고, 조직의 성장 단계(창업 초기, 성장기, IPO 준비)별로 자율성과 통제를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운영해야 하는지 논의하시오.

Q2-1. 사례를 바탕으로 조직 성장과 IPO 준비 과정에서 그리드위즈의 자율성을 저해했던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그리드위즈가 직원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시행했던 활동과 정책을 찾아 논의하시오.

Q2-2. Q2-1에서 논의한 활동과 정책을 내부 마케팅의 4P 요소에 따라 분류하시오.

Q3. 내부 마케팅의 4P 요소가 각각 직원들의 기본적인 심리적 니즈(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중 어느 요소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시오. (예: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정책은 직원들의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중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강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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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한국에서 온 젊은 창업자는 어느 날 미국 실리콘밸리의 큰 IT 회사에서 발표할 기회를 잡았다. 조금 긴장한 탓에 손에는 땀이 났지만, 그는 자신 있게 발표를 시작했다. 긴장이 조금 풀리니 앞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것은, 바로 눈앞의 청중들이었다. 낯선 동양인의 이야기를 청중들이 놀랍도록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그는 이것이 진정한 존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계속해서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느 날, 한 빅테크 회사의 CTO1)가 15분의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만남이 정말 성사될까?’ 반신반의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한 그는, 짧은 대화 속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치(pitch) 할 수 있었다. 비록 작은 스타트업의 대표였지만, CTO는 그를 진지하게 대했고 주저함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 짧은 만남은 운 좋게도 다시 이어졌고, 결국 점심 약속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서서히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점점 더 깊은 인연을 맺으며 CTO와 주기적으로 점심을 함께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직원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왜 저 같은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작은 회사 대표와 시간을 보내시는 거죠?” 물음에 CTO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한때 당신 같은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나도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많은 걸 배웠죠.”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사실 난 해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대여섯 명씩 만나요. 부담 가지지 마요. 그저 실리콘밸리의 문화일 뿐이니까.”

예상치 못했던 그의 다음 말은 대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누가 알겠어요? 10년 후엔 내가 당신 회사에 취직할 수도 있고, 당신의 회사가 구글 같은 회사가 될 수도 있잖아요.”

 

명확한 에너지 시장의 변화 시그널 

그리드위즈 창업의 씨앗은 20여 년 전, 대학 연구실에서 발아했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인터넷 전화와 소형 디바이스를 위한 통신 기술 개발이 주요 과제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로, 큰 디바이스에서만 가능했던 인터넷 연결을 작은 디바이스에서도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에서 시작되었다. 이 연구는 창업의 핵심 기술로 발전했고,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창업자들에게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김구환 대표는 초기 창업 멤버로 참여했고, 류준우 사장과 김현웅 부사장은 연구실에서 기술적인 지원 역할을 담당하며 창업 과정을 함께했다.

특히 류준우 사장은 통신용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고객과의 소통과 제품 응용 사례 탐구를 통해 실질적인 시장 요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술2)이 고객 요구사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에너지 산업이 단방향 프로세스에서 양방향 프로세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동시에 에너지 공급과 수요의 조절 필요성이 증가하며 IT 기술이 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침 김구환 대표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에너지 업계가 변하고 있음을 체감했고, 개인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존 회사 내 TF(Task Force) 팀을 조직해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기존 회사의 방향성과 집중 분야의 한계로 인해 지도 교수님과 상의 후 독립을 결심하게 되었다.

퇴직금으로 노트북을 구입하고 마땅한 사무실이 없어 맥도날드 2층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들은, 밝은 미래를 꿈꾸며 국책 과제 수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회사를 확장해 나가고자 했다. 초기의 낙관적인 기대 속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기술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도전과제를 안겨주었다.

 

불신의 에너지 업계에 제 3의 회사 등장  

2014년, 에너지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관행과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는 대중뿐만 아니라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낯선 개념으로 여겨졌다. 전기차, 태양광 발전, 수요 관리 같은 주제는 경제적 매력이 부족하고 기술적으로 복잡하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리드위즈가 첫 번째 사업으로 추진한 수요 반응(Demand Response, DR) 솔루션은 초기 시장에서 큰 도전에 직면했다.

수요 반응(이하, DR) 시스템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대규모 에너지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여 전력망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전력망의 안정성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 크게 의존하며, 과도한 전력 사용은 정전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 운영자는 실시간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감지하고, 주요 전력 소비자에게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응답한 소비자는 전력 사용을 줄인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으며, 이는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와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새로운 개념은 당시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다. “전력을 줄였는데 돈을 받는다”는 구조는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려웠고, 일부는 이를 사기라고 의심했다. 기술적 이해의 부족과 새로운 방식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장 진입 초기에는 설득과 신뢰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DR 시스템을 포함한 수요 관리는 단순히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력 소비 패턴을 효율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에너지는 실시간으로 소비되며 저장이 어렵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산업용 전력에서는 순간적인 불균형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측에서 전력 소비를 조정하는 방식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또한, 수요 관리는 환경적으로도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전력 피크 시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할 필요성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원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에도 기여한다. 이처럼 수요 관리는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법적 기반 구축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시장 구조 속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가 뒤따랐다.

대표님께서 IT 쪽에 계시다 보니 국외 출장을 정말 많이 다니셨는데, 그러면서 ‘해외에서 에너지 쪽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개인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대가 오는구나’ 하는 걸 알게 되신 거죠. 그걸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에너지’, ‘그린’, ‘클린’ 이런 게 다 사기라는 인식이 강한 시장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고정관념과 기존의 관성들을 깨고 나가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 김화영 그리드위즈 마케팅 팀장

마침 2014년 상반기, 수요관리법이 통과되면서 수요 반응 시스템의 법적 기반은 마련되었지만, 시장 형성 과정은 그리드위즈에게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 법 통과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시장이 공식적으로 개설되었고, 그리드위즈가 영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은 고작 4~5개월에 불과했다. 에너지 산업은 본질적으로 공급자 중심의 보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기존 대형 전력 회사들이 강력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전력 수급은 국가 기반 시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시장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다. 당시 시장에는 이미 대기업들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그리드위즈는 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구환 대표는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회고한다.

사실 초기에 저희가 에너지 수요 관리 시장에 들어갈 때는 이미 기존에 고객들을 다 확보한 회사들이 많았죠. KT, Enel X 같은 큰 기업들이 대부분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고객을 새롭게 확보하던 때가 첫 번째 큰 고비였습니다.

–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김구환 대표는 새로운 고객층을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존에 이미 계약된 고객들은 접근할 수 없었으며, 계약되지 않은 고객들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회사 규모가 너무 커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에너지 절약보다는 품질 관리와 생산 안정성을 우선시하며, 전력 비용 절감을 주요 사안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존 고객을 빼앗을 수도,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기도 어려운 이중의 난관 속에서 김구환 대표는 영업 현장의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처음에 가면 잡상인 취급하죠. 공장에 방문해서 ‘에너지 관리하는 회사인데 공무 팀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하면 ‘업자세요?’ 하고 물어봐요. 저는 업자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거든요. ‘업자가 뭡니까?’ 물어보니까 ‘기업에서 영업하러 오신 거 아니에요?’ 하셔서 ‘네, 맞습니다. 업자입니다.’ 했습니다. 그러니 안 된다고 못 들어간다고 하셔서 수위실에 쪼그리고 앉아 경비 아저씨랑 담소도 나누고 퇴근 시간까지 3~4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경비 아저씨가 저기 나가시는 저분이 팀장님이라고 슬쩍 알려주시면 달려가서 만나고 또 이야기하면서 영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때는 이런 기업들이 많았죠.

–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당시 직원 수는 10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영업, 기술, 개발 부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이 직접 나서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러한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그리드위즈의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실시간 데이터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고객들에게 명확한 에너지 절감 효과와 경제적 이점을 시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DR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높였다.

그리드위즈는 DR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단순히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점차 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를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DR 시스템은 기업들이 추가 비용 없이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즉, 기존에 사용하던 전력을 사용하지 않기만 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생산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DR 시스템 참여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드위즈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3)와 DR 시스템을 융합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ESS를 통해 전력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함으로써, 기업은 생산성 저하 없이 DR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이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며, 전력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이점을 실현하게 했다.

나아가 그리드위즈는 ESS뿐만 아니라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며 DR 시스템 참여 옵션을 다양화하고, 데이터 기반 에너지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의 DR 중심 사업 모델에서 시작해 점차 데이터 기반 에너지 관리로 확장해 나간 그리드위즈의 행보는, 단순한 에너지 절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에너지 관리와 최적화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게 했다.

그리드위즈는 지속적으로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을 발전시켜 고객들에게 더욱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전력망의 안정성과 환경적 이점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들은 차츰 다른 계열사로 시스템이 확산되고, 고객 기반이 확대되는 발판이 되었다. 성공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오늘날의 고객사와 파트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Exhibit 1).


우리만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의 에너지 업계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형 전력 회사와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이 시장은 규제 중심의 운영 방식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특징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를 가진 기존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이 환영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러한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는 변화보다는 안정성과 기존 관행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며, 신생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데 많은 제약을 가했다(Exhibit 2).

이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업계와 달리, 그리드위즈는 IT 기업 출신 3명이 창립한 스타트업으로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김구환 대표를 비롯한 창립 멤버들은 에너지 업계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IT 업계의 민첩함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창립 멤버들은 각자의 역할과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와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김구환 대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드리머(dreamer) 역할을 맡았고, 김현웅 부사장은 기술의 구체화를 책임졌으며, 류준우 사장은 기술과 시장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이들의 상호 보완적인 협업은 그리드위즈의 독특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세 사람은 실리콘밸리와 영국 등지에서 경험한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조직을 설계하고자 했다. 특히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하나로 허기를 달래며 몰두하는 실리콘밸리의 직원들의 모습과, 강아지를 데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출근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단순히 서구적 방식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한국적 맥락에 맞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창립 초기 직원이 20명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그리드위즈는 조직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막 걸음마를 뗀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문화’를 전담하는 직무가 드물었지만, 그리드위즈는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업 문화 구축을 전담할 인재를 조기에 채용했다. 채용된 직원은 뛰어난 공감 능력과 수용성을 바탕으로 세 창업자가 각기 다른 성향과 관점에서 정의한 ‘좋은 회사’의 이상을 조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창업자들은 모두 각자의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직원은 그들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서로 간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데 집중했다. 이 교집합을 기반으로 회사의 문화적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초기에는 창업자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과정은 점점 더 체계적인 작업으로 발전했다. 직원은 창업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조직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합한 문화 코드를 정리했다. 단순히 말로 표현된 아이디어를 문서화함으로써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만들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문화를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창업자들은 각자의 업무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기존의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로 인해 담당자는 창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할 때마다 중재하고 교집합을 도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떤 경우에는 초안으로 작성된 내용을 완전히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고, 때로는 창업자들의 의견을 융합하며 중간 지점을 찾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러한 작업은 약 1년 이상 지속되었다. 담당자는 단순히 창업자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비전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그리드위즈만의 독창적인 문화 코드와 핵심 가치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사례를 참고하기보다는, 회사의 실질적인 환경과 특성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사실 우리는 어디에서 사례를 가져와 적용하기보다, 그리드위즈에 딱 맞는 문화를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좋은 회사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 회사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이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이를 회사 내에 자리 잡히게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한 이상 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친구를 격려하며 계속 진행했습니다. ‘잘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 류준우 그리즈위드 사장

세 명의 대표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 직원들이 이러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단순히 업무를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에게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드위즈에서는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고객과의 중요한 순간에서도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신뢰를 보냈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며 그리드위즈는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조직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그루(그리드위즈 크루)’로 불립니다. 이들이 고객들과 미팅을 마치고 나면, 종종 ‘어떻게 직원들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곤 합니다. 그 자리에서 필요한 결정들을 직원들이 스스로 내리는 것이죠. 실제로 제가 추진하던 프로젝트를 한 직원이 고객과의 협의 끝에 취소하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이후 사후 보고를 받으면서 그 이유를 듣고 ‘그렇다면 네 판단이 맞다’며 한발 물러섰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결국 직원들이 현장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고 믿습니다.

–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컴퍼니 UX(User Experience): 문화는 살아 있는 것 

그리드위즈는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줄이고 직원들이 성과와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자유롭지만 책임 있는 문화를 구축해 나갔다.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중요한 원칙을 정했다. 바로 ‘삼무(三無)’, 즉 회식 없음, 보고 없음, 평가 없음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기존의 조직 문화와는 다른 방향으로,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창업자들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첫 번째 원칙인 회식 없음은 김구환 대표가 과거 직장 생활에서 경험한 회식 문화가 불필요한 소모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고 느낀 데서 출발했다. 대표는 이러한 회식 문화가 직원들의 업무 피로를 가중시키고,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낭비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직 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더 의미 있는 소통 방식을 도입하고자 회식 없는 문화를 제안했다. 대신 그리드위즈에서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직원들이 원하는 커피를 직접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개별적인 취향을 존중하는 동시에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회사는 사무실 내에 편안한 공간을 조성해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형식적이고 부담스러운 회식 문화 대신 자유롭고 창의적인 소통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드위즈에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입사하니까 대표님께서 갑자기 커피콩을 갈아서 커피를 내려주세요. 그래서 오늘 특별한 날인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대표님께서 직원들을 위해 시애틀의 유명한 카페에서 원두를 계속 공수해 오시는 거였어요. 그래서 직원들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하시려는 거죠. 이제는 직원들이 다 커피를 내려 마실 줄 알아요. 이 모든 게 사실 수고스러움인데 동시에 여유이긴 하거든요.

– 박라연 그리드위즈 전략팀 실장

두 번째 원칙은 보고 없음이었다. 김구환 대표는 불필요한 보고 절차가 조직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보고 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각자 주간 업무를 간단한 서술식으로 작성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착시켰다. 모든 직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필요에 따라 즉시 자신이 진행 중인 업무를 공유 파일이나 게시판에 올렸고, 이를 통해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했다. 보고서 형식의 PPT 작성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주어와 목적어, 동사가 명확히 포함된 간결한 문장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하여 불필요한 노동을 줄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고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모두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관리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세 번째 원칙은 평가 없음이었다. 대표는 직원들이 서로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대신, 협력을 통해 조직 전체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급여는 연차에 따라 책정되었으며, 비교 평가나 순위 경쟁 없이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 사람이 열 걸음 나아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조직의 성장은 개인 성과의 합 이상으로 협력과 집단적 노력의 결과임을 설파했다. 이러한 철학은 직원들 간의 불필요한 갈등이나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상호 신뢰와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결과적으로 평가 없음이라는 원칙은 초창기 조직 내 긴장감을 완화하고,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며,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 세 가지 원칙은 마치 웹이나 앱에서 사용자 경험(UX)을 중시하듯, 직원들을 위한 경험을 중시하는 ‘컴퍼니 UX’로 정의되었다.


자율성의 그림자: 스카이블루 프로젝트 

그리드위즈는 창립 초기부터 자율성과 빠른 실행을 중시하는 독창적인 문화를 구축해 왔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험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며, 세세한 규칙이나 절차보다는 결과 중심의 업무 방식을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실험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온 그리드위즈의 문화는 특히 연말 업무 방식에서 잘 드러났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 KPI와 평가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그리드위즈는 연말을 피드백과 성찰의 시간으로 활용하며 직원들이 밀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업무 계획 역시 연초에 일괄적으로 수립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식을 택해 새로운 접근과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자율성과 유연함은 다양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카이블루다. 스카이블루 프로젝트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수요 반응 서비스를 탐구하며 에너지 관리와 전기차 충전 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야심 찬 시도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 표준 기반 PLC(Power Line Communication, 전력선 통신)4) 기술을 활용하여 충전 중인 차량의 SoC(State of Charge, 배터리 잔존 용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하고, 과충전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또한, PnC(Plug and Charging) 기술을 도입해 충전기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인증과 결제가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Exhibit 3).

스마트 충전 기술도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였다. 시간대별 요금(Time of Use, ToU) 스케줄링으로 충전 비용을 최적화하고, 충전소 내 로드밸런싱을 통해 전력 분배를 최적화했다. 또한, DR 기능을 통해 전력망의 수요 변화에 자동으로 반응하며 충전량을 조정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양방향 충전 인증을 획득한 V2G(Vehicle-to-Grid)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해 전력망에 전력을 다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러한 기술적 기반은 스카이블루 프로젝트를 혁신적인 시도로 만들었으나,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시작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팀은 기술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동안 수익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고, 이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큰 장애물로 이어졌다. 한국 전력 시장은 대규모 공장과 같은 전통적 에너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소규모 분산 자원인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가 경제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와 낮은 경제적 보상 체계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저해했다. 팀은 충전소 네트워크 확대와 새로운 보상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정책적 미비와 규제가 혁신적인 접근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결국 스카이블루 프로젝트는 예상했던 수익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이는 회사에 중요한 자원의 낭비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동력을 상실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조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회사가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기를 드러냈다. 이러한 사례는 계획 단계에서 보다 철저한 검토와 준비가 부족할 경우, 프로젝트가 회사의 전체적인 안정성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비록 스카이블루 프로젝트는 초기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그리드위즈는 이를 통해 중요한 조직적 과제를 인식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실패는 단순히 좌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사업성 검토와 시장 분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경험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시장의 요구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리드위즈는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미래의 프로젝트에서 더욱 철저한 준비 과정을 도입하고자 했으며, 이를 통해 성장과 학습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는 여러 번 실패를 겪어 왔어요. 그렇다고 사람들을 닦달하거나 몰아붙이진 않습니다. 실패를 경험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넘겨요. 그루들의 여유로움은 넘치는 간식부터 자유로운 1층 공간 등 아주 소소한 것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에너지 IT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에너지 산업에는 결국 큰 변화가 올 겁니다. 그 변화 속에서 산업 전체가 주춤하며 자칫 여유를 잃을 수 있지만, 저희끼리는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여유와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강조하는 것 같아요.

– 박라연 그리드위즈 전략팀 실장

그러나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스카이블루 프로젝트 실패에서 드러난 한계를 더욱 심화시켰다. 시장에서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드위즈는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도입 등 새로운 운영 방식을 구축해야 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조직 문화와 충돌했으며, 오랫동안 유지해 온 회사의 원칙과 방식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의 문화를 재정립하고 적응해야 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이어졌다.

IPO 준비는 그리드위즈에 체계 강화를 요구하면서도 기존의 자유로운 문화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겨주었다. 변화의 압박 속에서 조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존 문화와 외부 요구사항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으며, 이는 리더십과 조직 모두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리드위즈는 단순한 구조 변화 이상의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고,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했다.

 

외부 요구와 내부 운영의 딜레마 

IPO 준비 과정에서 그리드위즈는 기존의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유지하려는 가치와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운영 환경을 요구하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찾아야 했다. 이는 조직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에게 심리적 부담과 새로운 규정 및 절차에 적응해야 하는 도전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평가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그리드위즈는 창립 초기부터 ‘삼무’ 철학(회식 없음, 보고 없음, 평가 없음)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유지해 왔다. 특히 평가의 부재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IPO 준비 과정에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의 성과와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해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했다. 이 변화는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지만, 직원들에게는 새로운 요구사항으로 다가왔고 심리적 부담을 증가시켰다.

평가 체계 도입으로 인해 직원들은 이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성과 입증의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던 직원들은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며, 이는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요구했다. 한 직원은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언급하며, 변화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그러나 평가 준비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평가 결과에 대한 직원 간의 비교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 한 직원은 “성과가 계량화되는 과정에서 내 업무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자신의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며 업무 동기가 저하되기도 했다.

더불어 직원들과 관리자 사이에 평가의 갭(gap)이 나타났다. 많은 직원들이 평가 시스템에 미숙하거나, 경력직 직원들은 이전 직장에서의 평가 체계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일부 부서는 다소 권위적인 형태로 평가를 진행하는 반면, 다른 부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어 같은 조직 내에서 평가 체계의 일관성이 떨어졌다. 관리자들은 새로운 평가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평가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 능력의 차이로 인해 직원들과의 소통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는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졌고, 직원들과 관리자 간의 평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생겨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은 평가 제도의 도입 초기 단계에서 특히 두드러졌으며, 기존의 자유로운 문화에 익숙했던 직원들에게는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회의 문화 또한 변화 과정에서 많은 도전을 야기했다. 기존의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던 회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IPO 준비 과정에서 회의의 시간과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는 새로운 방안이 도입되면서, 직원들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졌다. 짧고 명확하게 진행되는 회의는 시간과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도입되었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충분히 나눌 기회가 줄어들었다고 느꼈다.

출퇴근 관리 제도 또한 직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변화 중 하나였다. 초기에는 완전 자율 출퇴근 제도를 운영하며 시간의 제약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인해 출퇴근 기록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는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IPO를 준비하면서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으나, 기존의 완전한 유연 근무 방식을 선호하던 직원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었다.

마지막으로, ERP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도 혼란이 발생했다. 데이터 입력과 보고 형태를 표준화하기 위한 이 시스템은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보고서가 자주 반려되며 업무가 지연되었고, 이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계적인 교육과 실시간 지원을 제공했으나, 초기 적응 기간 동안 직원들의 혼란이 이어졌다.

IPO 준비 과정에서 도입된 이러한 변화들은 조직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였으나, 직원들에게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심리적 부담과 업무 혼란을 유발했다. 변화는 조직 전체에 도전과 갈등을 야기했으며, 이를 조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초창기부터 저희는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했어요. ‘우리 회사 분위기는 이렇다. 보고는 필요 없고, 출퇴근도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이었죠. 직원들이 사용하는 자원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조직이 성장하면서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국책 과제를 지원받고 관련 현장 실사를 받았을 때, 실사 팀에서 ‘왜 출퇴근 기록이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저희는 ‘출퇴근 기록이 필요 없다’며 3년 동안 이 문제로 씨름했었죠. 처음에는 규모가 작아서 가능했을 거예요. 그런데 실사 팀이 다시 와서도 ‘아직도 이렇게 하고 있냐’고 묻더군요. 당시 저희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을 때 와서 일하고, 일 끝나면 가면 된다’고 설명했어요. 사실 저희 셋 다 직접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을 관리할 여유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체리피커(cherry picker)5) 같은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생겼어요. 그래서 결국 출퇴근 시간을 조금씩 정하기 시작했죠.

– 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


해답은 결국 사람 중심의 경영 

IPO 준비 과정에서 변화가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드위즈는 기존 조직 문화를 유지하고 직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평가 체계의 변화는 초기에는 불편함과 긴장감을 유발했지만, 회사는 이를 직원 성장과 협력을 촉진하는 기회로 만들고자 했다. 평가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직원들과 관리자 간의 평가 갭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소통을 강화했다. 직급별로 인사평가 전문가를 초빙하여 수차례에 걸친 교육을 진행했고, 상반기와 하반기마다 진행된 상호 피드백 세션은 직원들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공유하며 다음 분기의 목표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과정은 단순히 성과를 검증하는 것을 넘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고 조직의 목표와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평가를 단순히 결과 측정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직원의 말처럼, 회사는 평가 체계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출퇴근 관리 제도에서도 직원들의 업무 유연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외부 요구로 인해 출퇴근 기록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회사는 8시부터 11시 사이의 유연 출근 시간을 허용하여 직원들에게 스케줄 선택의 폭을 열어주었다. 이 조치는 협업을 강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직원들로 하여금 변화된 시스템에서도 자신의 근무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느끼게 했다.

또한, 회의 방식에서는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창의적 아이디어 교환이 제한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기존의 자유로운 토론 중심 회의가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1층 소통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존에 회의 시간에서 이루어지던 일상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해당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의 동선이 1층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겹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아침 식사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이 회의 외에도 계속해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조직 내 소통과 창의적인 논의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회의는 짧고 명확하게 진행되면서도 필요한 아이디어는 이 비공식적인 소통 공간을 통해 충분히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조직 내 소통을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톡톡 데이’는 조직 내 유대감을 강화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 행사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진행되며, 직원들이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고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직원들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조직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다양한 비업무적인 활동도 함께 이루어진다(Exhibit 4).

특히 과거에는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가 주로 윗선에서만 공유되었으나, 이제는 이러한 내용을 전사적으로 투명하게 전달하는 시간을 마련해 직원들이 조직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함께 꾸미는 활동과 같은 비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직원들 간의 유대감을 더욱 강화했다. 직원들은 사무실 1층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사진을 찍으며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를 가졌다. 한 직원은 “이런 행사들을 통해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동시에 내가 조직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활동의 가치를 강조했다. 톡톡 데이는 단순히 성과를 공유하거나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를 넘어, 직원들이 서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전사적으로 공유되며 업무적, 비업무적 활동이 조화를 이루어, 직원 간의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고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 뉴스레터 발행과 정기적인 세미나 세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시장 동향과 조직의 목표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뉴스레터는 국내외 에너지 시장의 최신 트렌드, 기술 변화, 정책 동향 등을 다루며, 직원들이 산업 환경의 변화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개인의 업무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에는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 업데이트와 같은 실질적인 정보가 포함되었다. 아울러, 개발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를 초청해 정책, 규제, 시장 동향에 대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세미나는 직원들에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기술적 변화와 규제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로 평가되었다. 한 직원은 “세미나에서 얻은 정보를 내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었고,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뉴스레터와 세미나는 직원들이 변화의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가 조직의 비전 및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식하게 함으로써 조직 내 신뢰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변화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저희는 조직 문화를 유지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 왔던 자리나 활동들은 여전히 잘 이어지고 있거든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면서,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고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화영 그리드위즈 마케팅팀 팀장

그리드위즈의 이 같은 노력은 변화가 조직과 직원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변화의 압력 속에서도 조직의 본질을 유지하고, 직원들의 심리적 불편함을 완화하며 협력의 문화를 강화한 점은 그리드위즈가 앞으로의 도전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했다.


스타트업 DNA를 지키며 성장하는 조직 

그리드위즈는 3명으로 시작해 현재 150명의 팀으로 성장하며, 자유로운 스타트업 문화와 체계적인 대기업 문화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 회사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삼으며 조직 규모를 키우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질수록 초기의 자유롭고 유연한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절차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그리드위즈의 비전을 더욱 명확히 한다. 대한민국은 매년 250조~300조 원 상당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국가적 혁신의 핵심 과제다. 그리드위즈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통해 국내 자금을 재투자하고, 대한민국이 에너지 전환의 선도국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 비전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장되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은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으로, 이는 동시에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기회를 열고 있다. 그리드위즈는 한국에서 쌓은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객들에게 탄소 중립과 RE100(Renewable Energy 100%)6)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 운영 시스템(energy OS)을 제공하며, 기존의 발전기 중심 에너지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설비와 발전 장치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글로벌 확장과 조직의 성장은 새로운 도전도 수반한다.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팀 간 벽이 생기거나 개별 사업 부문이 고립될 위험이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 관리, 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 부문 간의 분절화는 조직의 유연성과 통합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류준우 사장은 이러한 위험을 경계하며, 각 사업 부문을 연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드위즈는 글로벌 확장과 대규모 조직으로의 성장을 통해 새로운 조직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백 명의 조직이든 천 명의 조직이든 하나의 팀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목표로, 스타트업 특유의 창의성과 민첩성을 유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결국, 그리드위즈의 여정은 성장과 혁신 그리고 통합과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조직의 강점과 소규모 조직의 민첩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을까? 조직 모델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이 두 질문은 그리드위즈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APPENDIX]


[주석]

1. Chief Technology Officer의 약어로 최고기술경영자를 말한다.
2.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란 전기 및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고품질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기존의 전력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에 의해 에너지 낭비를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절감할 수 있다. (출처: 한국전력공사)
3. 생산된 전기를 저장 장치에 저장하고 전력 부족 시 송전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4. 전력선 통신은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선을 매개로 음성과 데이터를 주파수 신호에 실어 통신하는 방법을 말한다.
5.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말로, 케이크는 먹지 않으면서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는 체리만 빼내어 먹는 행위에서 비롯했다.
6.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으로 사용하자는 기업의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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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수형

김수형

김수형은 현재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이다. Stony Brook University, SUNY Korea 기술경영학과(이학사)와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기술경영학협동과정(경영학 석사)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기술경영학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기업의 IP, 특히 특허 가치 평가 및 관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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