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퍼포스 기업의 조직구조 및 인력 관리 딜레마 – 인투코어테크놀로지

반도체 관련 부품 생산 기업인 플라즈마트를 공동창업하고 글로벌 기업 MKS1)에 넘기며 엑싯을 해본 경험이 있는 엄세훈 대표는 본인의 전문 영역인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여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를 창업했다. 그러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목표만으로는 기업 생명력을 유지가 어려웠고, 엄 대표는 경제성 확보라는 목표를 위해 그간 개발한 플라즈마 기술 기반 모듈을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 부품 시장에 뛰어들어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하게 된다. 이렇듯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환경에너지라는 사회적 목표를 향한 한 축과 반도체라는 경제적 자원 확보를 위한 한 축을 구성하게 되어 듀얼퍼포스 조직이 되었다. 예상한 대로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 양산은 매출 및 현금 확보에 기여했고,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환경에너지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미래 가능성과 반도체 분야에서 차별성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현실화된 매출을 주춧돌로 삼아 시리즈A, 시리즈B를 거쳐 시리즈C와 IPO를 향하게 된다. 

하지만 기존의 환경에 대한 사회적 목표에 이윤추구만을 위한 목표를 추가하게 되자 조직구조, 인력 관리 차원에서 엄 대표와 리더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 초기 입사자들은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미션을 믿고 들어온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으로 플라즈마 소스 개발과 전력공급장치 개발에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인재들이었으나 영업, 고객관리, 품질관리, 제조 등에 대한 업무 수행에는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반도체 제품으로 매출 확보가 가시화되자 반도체 산업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투자가 들어왔고 이를 바탕으로 엄 대표는 플라즈마트에서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인력들을 채용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 양산을 기점으로 채용된 인력의 다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장 원리에 입각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데 익숙한 인력이었다. 이렇듯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요구되는 직무 내용이 상이한 구성원들이 환경에너지 분야와 반도체 분야에서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대표와 리더들은 듀얼퍼포스 달성에 적합한 조직구조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핵심 인력 유출을 막고 유능한 인재 영입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 관행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본 티칭노트에서는 듀얼퍼포스 기업인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갖고 있는 인력 구조(인력의 이중 구조)가 낳을 수 있는 딜레마와 야기되는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 조직구조와 인력 관리 방식에 대해 분석한다.


Q1. 플라즈마 기술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경제성 확보에 대한 압박으로 이윤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반도체 공정용 제품인 RPS를 양산하겠다는 결정을 2015년경 내린다. 이와 같은 결정 후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상이한 두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조직 설계 방법을 시도한다. Exhibit 5a~5e를 참고하여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도입한 다섯 개 조직구조의 특징에 대해 정리하여 설명하시오.

Q2.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2020년부터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에 대한 매출과 투자금을 바탕으로 신규 인력을 대규모 유입할 수 있게 된다. 채용된 신규 반도체 인력의 다수는 엄 대표와 플라즈마트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 시장 원리에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개발그룹은 내부적으로 <환경에너지 전담 개발 팀>과 <반도체 전담 개발 팀>이 분리된, 차별화 접근법에 기반한 조직구조를 도입하게 된다(Exhibit 5e 참조).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와 같이 두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Exhibit 5e과 같은 조직구조를 도입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이점과 잠재적 문제에 대해 Exhibit 8에 나온 인력현황 표와 Exhibit 9a~9c에 나온 물리적 공간 구조와 연결시켜 논의하시오.

Q3. 이윤 추구를 목표로 고객의 요청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사양을 조정해야 하며 고객을 관리하는 반도체 공정용 제품 관련 업무와 현 시점에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어플리케이션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환경 에너지 업무는 직무 내용상 큰 차이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반도체 인력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환경 에너지 인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리더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사 관행(채용, 직무설계, 성과평가 및 보상 제도)은 어떻게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주석]

1.  최첨단 반도체 제조, 전자 및 패키징, 특수 산업 응용 분야에 기초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공정 제어 계측 회사이다.

2. RPS (Remote Plasma Source)는 플라즈마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거리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반응에 필요한 활성종(Radical)을 웨이퍼에 공급하는 장치로, 반도체 소자 제조의 다양한 공정에 적용된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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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기업들이 이윤 추구와 사회적 목표 추구를 결합하여 듀얼퍼포스1)를 포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목표는 가난한 고객이나 공급업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부터 직원의 복지 보장, 친환경 기술 개발, 건강한 생활 촉진, 환경 보호 등 다양할 수 있다.” (Battilana et al., 2022, p. 238) 

우리 회사는 플라즈마2)라는 기술에 특화되어 있으며, 이 플라즈마를 사용하여 반도체 시장을 위한 제품을 만듭니다. 이 플라즈마는 모든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새로운 차세대 칩을 만드는 데 매우 필요하죠. 우리의 플라즈마 장비가 그 안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플라즈마는 매우 흥미로운 물질 상태로, 매우 뜨거우며 반응성이 높습니다. 그 안에 넣은 것은 무엇이든 반응하며 변화가 일어나요. 메탄이나 다른 가스를 넣으면 다른 물질로 변환되고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이 기술을 사용하여 메탄을 수소로 변환하거나 친환경 항공유, 메탄올 또는 고체 탄소와 같은 가치 있는 다른 제품으로 변환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플라즈마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 기술을 반도체 부문에서 활용하기도 하며, 동시에 환경적으로 낮은 가치의 가스를 높은 가치의 다른 물질로 변환하는 데 사용합니다.

– 전략기획 프로53)

플라즈마라는 블랙박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기업입니다.

– 제품개발 프로4 (現 반도체)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의미 있고 특별한 일을 하자: 환경에너지에 대한 포부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탄생은 엄세훈 대표와 그의 KAIST 동료들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플라즈마트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는 엄 대표가 2014년 KAIST 플라즈마 물리학 동료들 및 전기전자공학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기업으로 현재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여 온실가스 활용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환경적 목표와 반도체 공정용 RPS4) 제조라는 경제성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본 사례의 도입부에 인용된 문구가 보여주듯이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경제성과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듀얼퍼포스 기업이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듀얼퍼포스 기업의 정체성을 갖추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창업 당시 대표 및 창립 멤버들은 네 번째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가 지닌 독특한 열과 반응성을 활용하여 혁신적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여 반도체 양산 산업 분야에서 플라즈마트를 창업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MKS에 300억 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엄세훈 대표는 본인의 전문 영역인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하여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반도체 외 좀 더 의미 있는 분야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였다. “뭔가 끝장나는, 특별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탐색하던 중 물리학과 장홍영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CO2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CO2를 플라즈마로 깨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것이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시작이다. 

영문으로 EN2CORE technology라고 적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기업명은 Environment의 EN과 Energy의 EN이 두 번 들어가 핵심(core) 기술력으로 이슈를 해결할 것이라는 의미로 기업의 시작부터 환경에너지에 대한 포부와 의지를 담고 있다. 2014년 설립 이래 온난화에 가장 큰 요인인 온실가스를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환경적 목표를 향해 메탄가스(CH4)와 같은 바이오가스를 플라즈마 전환 공정을 통하여 수소 등 기체 상태의 에너지원, 메탄올, 블랙카본과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수년간의 개발을 통해 지금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에너지, 기후 분야의 딥테크로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가스를 포집 및 재활용하는 데 특화된 Non-CO2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되었다. 플라즈마 물리학 전문 인력과 전기전자공학 전문 인력이 이끌어 출원한 H2L2-ICP, SOSWIT 기술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전력 변환 효율을 안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만의 독보적인 원천 기술이다(Exhibit 1).

하지만, 이상적인 목표와는 별개로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초기에는 온실가스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실제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은 쉽지 않았다. 친환경에너지 분야, 기후 분야 시장은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나 국제기관의 강제성이 존재할 때 시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에 따라서 형성되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환경에너지는 탄소 중심으로 돌아가는 에너지 분야에서 경제적으로 우위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시리즈A가 가능한지 여부를 논하던 2014~2017년 시기에는 투자자들의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에 대한 희망과 불안감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환경에너지 사업만을 보고 기술 개발과 기업 운영에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돈을 벌지 않는 조직은 기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에게 공유되었고 경제성을 갖춘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로 탈바꿈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다.

 

환경에너지에 대한 포부만으로는 조직 생존이 불가능한 현실: 듀얼퍼포스 조직 형성  

이에 따라 엄 대표와 팀은 듀얼퍼포스 조직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며, 반도체 공정용 RPS 제조 사업으로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엄 대표는 본인의 플라즈마트 창업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반도체 공정용 RPS를 제조하는 방식으로 경제성 목표를 추구하기로 하고, 기후 분야의 딥테크 기술개발이라는 환경적 목표에 조직의 생존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경제성 목표를 추가하여 듀얼퍼포스 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그들에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으로의 진출은 단순한 비즈니스 결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경적 야심을 위한 투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었다. 이윤과 목적을 추구하는 이 미묘한 균형 잡기는 전략에 적응하고, 배우며, 때로는 재조정해야 함을 요구했다. 이는 사업이 사회적 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회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했다. 반도체 시장은 이미 성숙한 시장이었지만,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보유한 플라즈마 기술은 시장에서 독특한 경쟁력을 제공했다. 실제로 이 기술을 적용한 RPS 제품은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회사의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물론,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되는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제대로 된 고객 풀을 형성할 때까지는 예상한 만큼의 시간이 걸렸지만 반도체 분야의 예상매출을 기초로 대규모 투자를 받기 시작했고 비로소 수익성을 내게 되어 기업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가 되었다(Exhibit 2).

결국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기업 문을 닫지 않고 조직구성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투자금을 확보하며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RPS 제품이 필요했고, 미래를 위한 성장과 투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환경에너지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플라즈마 기술을 반도체 공정의 클리닝 작업에 도입하는 다른 경쟁업체들은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반도체 제품만으로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미래 가능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환경에너지 분야는 먼 미래가 될지언정 전 세계가 주목하고 추구하는 영역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에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유니콘 기업 가능성은 환경에너지에 대한 기술역량에 달려 있었다. 목표, 기술, 자금에 대한 현재 및 미래를 아우르는 듀얼퍼포스 조직의 특성은 구성원의 인식에도 명확히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몇 명이 연구실에서 개발하듯이 하는 집단이 아니라 진짜 회사 같은 체계가 잘 갖춰진 (조직) 형태로 변해야 하는 시점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저희가 조금 취약했어요. 왜냐하면 구성원이 다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사람이었지, 뭔가 큰 조직 안에서 회사 생활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또 회사가 나중에 발전해서 체계를 갖추면 제품을 양산하고, 고객 대응도 하고, 영업이며 CS까지 해야 하니 그런 것들을 잘 조직 관리해야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 거죠. 그때 시기적절하게 경험이 많으신 좋은 분들이 회사로 들어오셨어요. 저희 부사장님, 고문님, 그 외에도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와 영업 경력직 등 많이 들어오셔서 그런 부분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볼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개발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과 커스터머가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돼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내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커스터머가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회사는 망하죠.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다 보면요. 결국 커스터머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 걸 만들어야 하니까 내가 개발한 것에 맹목적인 애정을 갖기보다는 커스터머들의 관점도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구나 하는 배움도 있었죠. 

– 제품개발 프로2 (現 환경에너지)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문화와 정체성도 크게 변화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연구 중심의 조직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같은 연구실 후배와 지도 교수님과 친한 전기전자과 교수님 연구실의 학생들 등 동료 4~5명을 모아 지도교수님 연구실을 무단 점거하여 실험하던 시절은 대학원 생활과 별반 다름없는 형태로 하나의 기업이라기보다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 모임이었다. 2014년 안정화된 RF5) 전력 공급기를 개발하여 플라즈마 상태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을 때 기업을 설립하긴 했지만 4~5명의 규모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팀 형태였다. 반도체 시장에 발을 들이고 반도체 공정용 RF 전력 공급기를 개발하여 2017년 대규모 투자를 받게 되면서 서서히 인원도 늘어가고 비로소 조직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때부터 2019년까지는 직원수 15~17명 정도를 유지하다가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이 양산 단계에 도달한 2020년에 비로소 20명을 넘어선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환경적 목표에서 시작한 환경에너지를 만드는 어플리케이션과 상업적 목표에서 시작한 반도체 공정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는 상이한 두 개의 목표를 추구하는 듀얼퍼포스 조직으로서 처음으로 조직도다운 조직도를 그려보게 된다(Exhibit 5a). 이와 같은 듀얼퍼포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회사 소개 문구에도 명백히 드러나 있다(Exhibit 3 & Exhibit 4).

기업이 조직다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조직구성원들은 반도체 업무를 수행하든 환경에너지 업무를 수행하든, 듀얼퍼포스가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를 소개할 때 반도체와 환경에너지를 모두 언급하였고 인식 속에 기업의 듀얼퍼포스가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업무에 따라 비중을 두고 설명하는 정도의 차이는 존재했으나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반도체 사업에서의 목표와 환경 분야에서의 목표가 공존해야 함을 언급하였다. 이는 조직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이중 목표를 내면화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희가 반도체, 환경은 모두 패러렐(parallel)하게 영위해 가고 있어요.

– 제품개발 프로5 (前 환경에너지, 現 반도체)

우리 기업이 현재는 반도체에 있지만 미래는 환경에너지 쪽에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결국 병행하는 형태가 되겠지만, 당장 지금은 반도체 쪽에서 매출이 나더라도 가치가 굉장히 높은 회사가 되려면 결국 환경에너지에서 뭔가 나와야 돼요. 저희 미래는 환경에너지 쪽에 있으니까. 

– 제품개발 프로2 (前 환경에너지, 現 반도체)

‘현 시점에서는 반도체를 위주로 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지구를 구할 거다’ 이렇게 자주 얘기합니다. 최종적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하는 쪽은 환경이고요. 물론 반도체가 점점 커지긴 하지만 회사 이름이 인투코어인 이상 환경으로 가야죠. 반도체만 한다고 하면 en2에서 2를 지워야죠. 그러니까 회사의 정체성은 결국 ‘환경적으로 뭔가 지구를 구해보자’ 이런 느낌입니다.

– 제품개발 프로1 (前 환경에너지, 現 반도체)

회사 이름에 명시되어 있듯이 인투코어란 Energy와 Environment로 e가 2개 있어서 인투거든요. 즉, 에너지와 환경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기반이 되는 게 플라즈마라는 기술이에요. 이 기술로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 플라즈마를 이용해서 메탄도 깨고, 이런 식으로 환경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기업인 면모도 있고요. 하지만 환경 같은 경우에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현 상황 같은 경우에는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서 반도체 장비를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까 기반 기술은 플라즈마 기술을 가지고 2개를 같이 투 트랙으로 가고 있는 회사죠. 

– 제조 (現 반도체)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플라즈마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데요. 플라즈마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어떤 건지 잘 안 와닿기는 해요. 예를 들어 플라즈마를 블랙박스라고 표현해봅시다. 이 블랙박스는 우리가 아는 가스를 넣었을 때, 어떤 새로운 물질들이 튀어나오게 돼요. 그래서 거기에 여러 가지 값을 넣었을 때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으로 에탄올이나 기름 같은 게 실제로 부가가치가 있는 결과물로 나오면 정말 좋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회사이고요. 그래서 실제로 반도체 외에 두 번째 다른 사업으로는 환경에너지 사업부라고 해서,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나 CO2같이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스들을 플라즈마에 넣어 유용하게 쓰이는 에탄올이나 항공유 기름으로 나오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 두 번째가 가능해진다면 정말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지금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  제품개발 프로4 (現 반도체)

 

듀얼퍼포스 조직이 겪는 조직 및 인력 관리 이슈 

요컨대, 엄세훈 CEO의 지휘 아래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기술 자체만큼이나 혁신적인 이중 목표를 가지고 병렬 트랙을 따라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첫 번째 트랙은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하여 칩 제조 과정을 혁신함으로써, 현대 생활에 필수적인 장치들의 성능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두 번째 트랙은 수소와 친환경 제트 연료 같은 가치 있는 자원으로 저가의 가스를 전환하여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야심 찬 목표를 추구했다. 이는 이윤과 목적을 결합하는 방식이었으며, 과학적 창의성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미묘한 이해도를 요구하는 노력이었다.

이러한 복합적 목표하에 엄 대표와 회사의 리더들은 조직구조와 인력 관리에 있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환경에너지 분야에 열정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던 시기에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의 양산으로 전환하면서, 기업은 두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요구되는 직무 내용이 상이한 구성원들이 환경에너지 분야와 반도체 분야에서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듀얼퍼포스 달성에 적합한 조직구조에 대한 고민과 함께 핵심 인력 유출을 막고 유능한 인재 영입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사 관행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2017년 대규모 투자 이후 조직은 연구실 형태에서 기업 형태로 진화했고, 이 과정에서 엄 대표와 리더들은 조직구조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 차례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Exhibit 5a-5e).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세 번의 조직개편을 감행했지만 조직의 급격한 변화와 성장은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저하시켰고, 결국 2020년부터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 양산이 시작되고 규모가 20명이 넘어가면서 첫 자발적 퇴사자가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다(Exhibit 7). 초창기 플라즈마 기술로 환경 문제, 기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공유된 목표하에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던 강력한 공동체 의식은 와해되고 규모의 증가에 반비례하여 구성원의 만족도가 떨어져 갔다. 첫 자발적 퇴사자가 나온 그 순간은 그간 조직구조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를 해 본 리더들에게 매우 허탈한 결과였고 조직으로서의 본격적인 인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2021년, 2022년에도 조직도를 새로 그리며 조직 관리와 인력 관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된다.

위 다섯 차례의 조직 개편은 엄 대표와 리더들의 조직 관리 차원에서의 노력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듀얼퍼포스 조직으로서 인력 관리 차원에서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겪은 경험은 다음과 같다. 2020년 반도체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19년부터 고객, 제조, 영업 등 반도체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이때 반도체 관련 인력 충원 방식은 기존 환경에너지 인력 충원 방식과 차이가 있었다. 두 영역 모두 사원급 인원의 경우 공개 채용으로 부족한 인력을 채웠으나 대리급 이상의 인원을 채우는 방식이 상이했다. 환경에너지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공개 채용으로 진행했지만, 반도체 인력은 엄 대표가 이전에 창립했던 회사 및 그 회사를 인수한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경력직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30% 정도는 서로 이미 알고 지내오던 사람들이었다. 제품 양산을 앞둔 반도체 인력 채용이 급격히 이루어져 2020년경부터는 전체 인원의 60%에 달하는 반도체 업무 수행 인력과 환경에너지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담당하는 두 개의 인력 그룹이 생겨나게 되었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가 플라즈마 전문 기업이라는 인식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유되어 있었으나 수행하는 업무로 살펴보았을 때 반도체 RPS 제품에만 관련 있는 직무와 환경에너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무로 갈리게 되었다. 전체 구성원이 플라즈마 전문 기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수행의 분리로 인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형성되었다. 구성원들의 업무 수행과 인식은 반도체와 환경에너지 두 분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2020년까지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기능에 따라 경영지원, 제조, 영업, 고객, 개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지만 반도체와 환경에너지로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구성원이 담당하는 업무상으로는 두 목표가 갈라져서 존재했지만 조직구조상으로는 플라즈마 핵심 기술을 기초로 통합된 단일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2021년도에 들어서서 개발 그룹 내 환경에너지를 담당하는 팀이 ‘국책과제팀’으로 분리되어 불렸고, 개발 내에 반도체 업무와 환경에너지 업무가 구분되었다. 2022년에 새롭게 적용한 조직도에서도 R&D그룹 하 제품개발팀, H/W(하드웨어)개발팀, S/W(소프트웨어)개발팀, Source개발팀, EE Tech개발팀이 포함되었다. 환경에너지를 담당하는 EE Tech개발팀이 따로 분리되어 존재하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는 R&D그룹이라는 하나의 개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그룹 아래 묶이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조직도 특징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Exhibit 6).  

하지만 현재 고객이 없고, 당장 양산할 제품이 없으며 따라서 품질을 관리할 부분도 없는 환경에너지 쪽의 영역은 고객지원그룹, 품질경영그룹, 제조기술그룹에 속한 구성원들에게는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중요한 핵심 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내가 매일 수행하는 업무와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따라서 조직도에서는 명백히 보이지 않지만 구체적인 업무 내용의 특성상 반도체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들은 환경에너지 관련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되고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게 되어 어느 정도 거리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더구나 2020년까지 반도체 담당 개발 인력, 환경에너지 담당 개발 인력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조직도를 그린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력을 담당하는 개발자, 플라즈마 소스를 개발하는 개발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개발자들은 본인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반도체 RPS 제품 관련 업무이든, 환경에너지 프로젝트 수행 관련 업무이든 간에 모두 소화가 가능했다. 이러한 기술적인 통합성을 바탕으로 (그리고 조직 규모상 인력 자원이 풍족하지 않았기에) 2014~2019년에는 고객지원을 전담하는 인원 없이 개발 인력이 환경에너지와 반도체의 구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고객 시장을 그리고 현재 고객을 관리하는 업무 및 영업을 뛰는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이 시기,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핵심 기술을 만든 핵심 전문 개발 인력들이 반도체 분야의 잠재적 고객을 만나고 그들의 요구 사항을 듣는 역할도 수행하게 되었는데, 연구실에서 기술에 몰두하며 개발하던 인력들에게 준비 없이 소위 갑질을 하는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때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개발 인력 중 몇몇은 반도체 분야 쪽의 업무를 기피하게 되었다. 

저는 그러니까 속된 말로 기술쟁이라서 사업에 대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경영도 잘 모르고요. 이 회사가 점점 커지기는 했지만, 사실 제 마음은 아직도 회사 창업하고 초창기 때 회사 전체 인원이 6~7명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어요. 

– 제품개발 프로6 (前 반도체, 現 환경에너지)

플라즈마트 창업 후 엑싯(exit)을 한 경험을 “사자들이 득실대는 동굴에서 운 좋게 조그마한 보물상자를 꺼내 오면서 간신히 목숨 건져 살아나온 느낌”에 비유하는 엄 대표는 개발 인력들의 이와 같은 경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반도체 시장은 극도로 성숙한 시장이며 그만큼 업체들이 기대하는 품질 수준이 높고 평가 기준도 까다로울뿐더러 경쟁업체들도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이다. 더구나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생산 기업이 요구하는 일정과 사양에 새벽 2시, 3시 가릴 것 없이 뛰어가서 맞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는 데이터 부재 상태에서, 고객사에서 제품을 작동했을 때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무조건 제품을 고객사가 만족할 때까지 맞추어야 하는 이슈이다.7) 

위와 같은 이유로 개발 인력 중 반도체 영역과는 선을 긋는 구성원들이 생겼다. 더구나 2020년 이후에 들어온 고객지원, 품질관리, 영업, 제조 등을 담당하는 인력들은 당시 “기술연구소”라고 불렸던(Exhibit 5c) 개발 인력과의 접점이 없어 개발 인력이 반도체 업무를 기피하는 연유를 모른 채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출시된 환경에너지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지원, 품질관리, 영업, 제조 인력들은 반도체 공정용 RPS 제품 양산을 위한 업무만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환경에너지 어플리케이션을 담당하는 인력과 반도체 분야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 간의 갈등이 생겼다. 기업으로서 매출을 내고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한 뜻으로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시절과 대비되게 갈등구조가 생기면서 첫 자발적 퇴사자가 나온 것이다. 

환경에너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력 역시 반도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에게 거리감을 갖게 되었다. 환경에너지 프로젝트는 바이오가스로 나오는 메탄가스 포집이 가능한 쓰레기 매립지에서 실증을 하는 등 냄새 나고 벌레들이 들끓는 곳에서 24시간 3교대를 하며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가동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환경에너지 담당 인력들은 잠도 못 자고 3D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어 사무실에 앉아서 혹은 클린룸에서 연구를 하는 반도체 개발 인력들의 상황과 대비되는 본인들의 상황에 불만을 가졌다. 반도체 개발 인력들은 갑질을 하는 반도체 회사들에게 을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맞춰 주고 고객이 강요하는 기한 내에 제품 품질을 개선해야 하는 3D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국책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고고하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너지 인력에 거리감을 느꼈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의 수익성이 확보되면서 환경에너지를 명목으로 유치한 투자 자금은 물론, 반도체 인력이 영업, 고객, 제조 전 영역에서 힘써서 얻어낸 RPS 제품 수익도 환경에너지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쓰이게 되어 상이한 두 목표를 수행하는 두 집단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 

게다가 인력이 계속 충원되면서 공간이 부족해져 회사가 사용하고 있는 본건물 옆에 가건물을 추가로 대여했는데, 이때 본 건물과 떨어져 있는 가건물로 이동하는 부서가 환경에너지 업무를 수행하는 개발 인력으로 국한되었다. 공간의 분리로 소외되거나 거리감을 느낄까 우려하던 엄 대표는 본건물과 가건물 사이에 하나의 공용공간을 두고 이어지게 만들 계획이었으나 건축법상 불가능해 무산되었다. 결국 환경에너지 개발 인력은 분리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반도체 개발 인력, 현재는 반도체 업무만을 맡고 있는 고객지원그룹, 제조그룹, 품질그룹, 제품개발그룹은 플라즈마 소스 등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CORETECH그룹과 경영기획그룹, 대표, 부사장과 함께 본건물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Exhibit 9c). 결과적으로 메인 사무실에서 멀어져 외딴섬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고 심지어 그 가건물은 본건물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저 아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은 환경에너지 업무 및 인력을 ‘현재 벌이가 없지만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신임을 얻고 있는 적자(嫡子) 첫째 아들’같이 인식하면서 스스로는 ‘첫째 아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가세가 기울지 않도록 꾸준한 수입벌이를 요구받는 둘째 아들’같이 느끼고 있는 듯했다. 반대로, 환경에너지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은 반도체 업무 및 인력을 ‘적자가 아니지만 수입벌이를 위한 자원(공간, 인력, 자금)을 넉넉히 제공받는 둘째 아들’로 인식하며 스스로는 ‘적자라고 공표되었지만 현재 필요한 자원(공간, 인력,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첫째 아들’같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엄 대표는 내부 구성원을 존중하는 태도 및 지속적인 대화를 통하여 최대한 듀얼퍼포스에 대한 의미를 알리고 갈등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대표실과 부사장실 그리고 전략기획실의 문은 늘 열려 있어서 구성원들이 언제든 말을 걸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또한, 대표가 구성원 2~3명과 함께 소그룹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듀얼퍼포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구성원들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구성원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 대표의 태도와 그리고 대표를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 구성원들도 다수 있다. 오전 9시가 되면 어김없이 공용공간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 등도 리더가 구성원을 아끼고 존중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대표는 이러한 노력들 외 듀얼퍼포스 조직으로서의 갈등과 도전에 대해 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늘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리소스가 부족하다 보니까 경영에 관련된 의사결정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사실상 대표자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플라즈마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 실제 제작하는 사람, 파워 서플라이 개발하는 사람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친구들과 같이 고민은 가능하지만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전략이나 기획, 마케팅 같은 부분들을 같이 논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결국 혼자 다 짊어질 수밖에 없어요.

– 엄세훈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 대표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에게 반도체를 통한 현재 경제성 확보에 대한 목표와 환경에너지 사업을 통한 미래 경제성 확보에 대한 목표는 그 어느 것도 버릴 수 없는 듀얼퍼포스이다. 또한 기업의 초창기부터 이 두 영역에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다는 미션을 갖고 구성원들에게 듀얼퍼포스를 강조해왔다. 그 결과, 2024년 현 시점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환경에너지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 과정에 플라즈마 기술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내어 클리닝 공정뿐만 아니라 여러 반도체 공정 단계에서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다. 실험실 수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타 기업과는 달리 파일럿을 넘어서는 실증에 성공하여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플라즈마 기술을 적용한 가치 있는 자원을 만들어 내는 현실화 가능한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적용 가능한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분야 쪽 기술을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환경에너지 쪽 기술 개발에 적용하고 환경에너지 기술 개발에서 알게 된 주요 인사이트를 반도체에도 적용해 보는 등 듀얼퍼포스는 기업 전반의 기술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플라즈마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업이지만, 조직구조와 인력 관리 차원에서 두 목표가 공존함으로써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듀얼퍼포스 조직 특성상 반도체 RPS 양산 목표, 온실가스 업사이클링에 대한 목표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서 대표와 리더들은 어떠한 조직 관리 및 인력 관리 방법을 도입하여 듀얼퍼포스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인가? 


[Appendix]


[주석]

1. 듀얼퍼포스(dual-purpose) 조직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운영하려는 의도로 설립된 조직을 말한다.

2. “얼음에 열을 가하면 0℃에 이른 뒤에 물이 되고, 더욱 온도를 올려 100℃에 이르면 물은 끓어서 수증기가 된다. 이와 같이 물질에 열을 가하면 고체-액체-기체로 상전이를 일으켜 물질의 상태가 변화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기본적인 세 가지 물질상태를 물질의 3태라 한다. 그럼 여기서 가열되는 온도를 더욱 증가시켜 수천 도 이상이 되면 물질은 어떻게 될까? 물질은 기체 상태를 지나 그 속의 기체분자들끼리 격렬하게 충돌하여 이온화가 일어나서 다수의 양이온과 전자가 발생하고 이것들이 움직여 떠돌아다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촛불의 불꽃 속의 일부라든가 로켓추진 불꽃, 번개, 형광등, 태양에서는 이와 같은 물질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 상태를 물질의 제4의 상태, 즉 플라즈마라 부른다. 기체분자나 원자가 이온화될 때 양이온과 전자는 반드시 쌍으로 발생하므로 플라즈마 안의 양이온 수와 전자 수는 거의 같아서 전체적으로 전기적인 준 중성(quasi-neutral)상태를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온과 전자의 밀도가 거의 같게 이온화된 상태의 기체를 플라즈마라고 정의할 수 있다.”(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 2024)

3. 본 사례에 나오는 인터뷰 인용문은 내용 그대로 담아내지 않고 원문의 뜻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가독성을 위해 정제시킨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4. RPS (Remote Plasma Source)는 플라즈마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거리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반응에 필요한 활성종(Radical)을 웨이퍼에 공급하는 장치로, 반도체 소자 제조의 다양한 공정에 적용된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 홈페이지)

5. RF (Radio Frequency)로 약칭하는 무선주파수는 파장 0.1mm 이상의 범위, 즉 진동수 3 THz이하의 전자기파를 말한다.

6. https://en2core.com/

7. 예를 들어, 플라즈마 기술을 반도체 공정 과정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부분은 공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원치 않는 불순물(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를 ‘파티클[particle]’이라고 칭한다)을 플라즈마 기술로 생성한 라디칼(radical)을 주입하여 환원시켜 챔버를 클리닝하는 부분이다.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챔버 클리닝을 하지 않으면 불순물이 웨이퍼를 오염시켜 반도체 디바이스를 불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클리닝 과정은 필수적이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주력 제품인 RPS (Remote Plasma Source) 제품군은 웨이퍼에 직접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플라즈마를 쏴서 라디칼을 만들고 이 라디칼이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물질들과 결합할 수 있게 하여 웨이퍼에 손상을 주지 않고 반도체 공정 챔버를 청소하면서 동시에 불순물을 빠르게 챔버에서 빼내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고객사마다 반도체 공정 챔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어떠한 업체의 제품을 조합하여 메모리칩을 만드는지 등이 기밀이기 때문에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와 같은 양산 업체에게는 “플라즈마가 켜지지 않는다,” “원하는 대로 클리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등의 모호한 피드백과 요청 사항만 들을 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건에서(온도, 압력 등) 어떠한 제품들의 조합으로 이와 같은 이슈가 일어났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유받을 수 없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주)의 실험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던 RPS 제품도 고객사에서 돌렸을 때 켜지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가 없이 그저 여러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면서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엄 대표는 제 발로 다시 사자가 득실대는 반도체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고 개발인력이 반도체 업무를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참고 문헌]

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2024). 플라즈마란? http://14.52.99.236/files/research/ip/p201706/p201706-101.pdf

Battilana, J., Obloj, T., Pache, A. C., & Sengul, M. (2022). Beyond 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 Accounting for financial/social trade-offs in dual-purpose companies.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47(2), 23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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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김나정

김나정

김나정은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매니지먼트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전공으로 학사를 받고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에서 조직사회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Boston College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일터와 일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발하는 인지적, 정서적 역학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기반 연구자로서 조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생생한 문제에 기인한 연구를 수행하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연구방법(특히, 귀납적 질적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실무적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틈틈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본인 경력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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