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도전 – 엔씨소프트의 조기 글로벌화

이 사례는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조기 글로벌화 전략을 다루고 있다. 이 사례는 학부나 MBA 경영전략 수업의 ‘글로벌 경영’ 관련 세션 또는 국제경영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벤처경영관련 과목에서도 쓸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1997년 설립돼 한국 온라인 산업의 성장을 견인해온 기업이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리니지’가 기폭제가 돼 국내외 게임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었다. 첫번째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가 대성공을 거두자 곧바로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단기간 내 아시아, 미국, 유럽에 걸친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2007년 무렵 엔씨소프트는 아시아, 북미, 유럽에 10개의 해외 지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고 해외 매출이 50%에 육박했다. 그러나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국내 및 해외 온라인 게임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급격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이 단계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벤처 기업으로서 매우 이른 시기에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온라인 게임 산업은 게임 유저들의 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것과 큰 개발 비용을 상쇄할 넓은 시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엔씨소프트의 조기 글로벌화 전략은 산업 특성과 결부해 벤처 기업이 언제, 어떻게 글로벌화를 도모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온라인 게임은 콘텐츠 사업으로서 글로벌 전략과 현지화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전략은 표준화와 현지화 간 상충 문제를 극복하며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전개해온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현지화 전략은 기업의 현지화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시사점 또한 제공한다.


Q1.  (1-1)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적극적인 해외 진출·확대 전략은 바람직한가? 온라인 게임 산업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평가하시오.
(1-2) 산업 측면의 글로벌화 가능성과 엔씨소프트의 역량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과정을 시기와 국가, 방식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시오. 특히 엔씨소프트가 조기에 글로벌화를 단행한 이유를 찾고, 이런 의사결정이 바람직했는지 논의하시오.

Q2. 산업 측면의 글로벌화 가능성과 엔씨소프트의 역량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과정을 시기와 국가, 방식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시오. 특히 엔씨소프트가 조기에 글로벌화를 단행한 이유를 찾고, 이런 의사결정이 바람직했는지 논의하시오.

Q3. (3-1) 엔씨소프트 글로벌화 전략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도출하시오.
(3-2) 이를 바탕으로 향후 엔씨소프트가 어떤 글로벌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할지 미래 글로벌 전략의 방향을 제시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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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도전 – 엔씨소프트의 조기 글로벌화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세상에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늘 고민하고 제시해 왔습니다. 또 온라인을 넘어선 새로운 즐거움을 연결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촌 한 사람 한 사람이 연결돼 서로의 삶에서 즐거움을 엮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옳은 일, 즐거운 일로 세상에 변화를 주면서 위대한 도약을 해나갈 엔씨소프트의 도전을 지켜봐 주십시오.1)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16년 1월 미국 LA, 이곳에선 엔씨소프트의 신작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의 북미 서버 오픈을 축하하는 런칭 파티가 열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예상 모집 인원인 300명을 훨씬 뛰어넘은 900여 명의 팬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북미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을 오픈한 것은 처음이지만 런칭 파티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이나 대만 계정을 이용해 이전부터 게임을 즐겨온 ‘골수 팬’이었다2).

엔씨소프트는 지난 십여 년 간 꾸준히 세계 시장을 목표로 달려왔다. 창업 3년만인 2000년 대만 진출을 시작으로 2001년 미국과 일본, 2003년 중국, 2004년 유럽에 ‘리니지’ 서비스를 선보이며 벤처 기업치곤 매우 발빠르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대만에서 ‘리니지’는 10여 년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고 2005년 출시한 ‘길드워’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엔씨소프트의 이름을 알렸다. 2012년 신작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중국, 대만 및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세계 시장에서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명가(名家)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모든 프로젝트는 로컬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이 대상이다. 특정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가 감동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3).

엔씨소프트가 성공 가도만 달린 건 아니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각국에서 유능한 개발자를 유치하고 우수한 개발 스튜디오에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해 왔지만, 엔씨소프트의 국내 시장 의존도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Exhibit 1). 김택진 대표이사의 오랜 꿈이기도 했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엔씨소프트는 창업 이래 수많은 도전과 마주했다. 어느 지역에 언제 어떻게 진출해야 하나? 게임 콘텐츠와 서비스는 어디까지 표준화하고 어디까지 현지화해야 하나? 비즈니스 모델은 국가별로 어떻게 달리해야 하나? ‘리니지’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0년대 초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도한 엔씨소프트는 지체하지 않고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 백 개의 경쟁 기업들이 매년 수많은 신작 게임을 쏟아내는 지금, 전 세계의 게임 유저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엔씨소프트의 꿈은 달성 가능한 것일까?

온라인 게임 산업

게임 산업의 분류

게임은 크게 플랫폼 별로 콘솔(비디오), 아케이드, PC, 온라인, 모바일 게임으로 분류된다. 콘솔 게임은 비디오 게임이라고도 하며 전용 게임기를 텔레비전이나 모니터에 연결해 작동한다. 닌텐도의 Wii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가 대표적인 콘솔 게임기다. 아케이드 게임은 오락실 같은 게임장에서 즐기는 게임을 말하고 PC 게임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CD 등의 저장장치에 수록된 게임을 작동해 즐기는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은 인터넷으로 서버에 접속해 많은 사용자들과 동시에 즐기는 게임이다(Exhibit 2).

초기 MMORPG 장르가 온라인 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면서 온라인 게임은 일반적으로 MMORPG와 MMORPG가 아닌 캐주얼 게임 두 종류로 구분돼 왔다. MMORPG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대규모의 게임 이용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기는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을 뜻한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산업이 발전하면서 FPS(First-Person Shooter), 스포츠, 액션, 레이싱, 전략 시뮬레이션 등으로 장르가 세분화됐다. RPG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돼 게임 내 스토리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점차 성장하는 게임이다. 보통 5명 안팎의 유저들이 방을 만들어 스테이지를 돌파하는 MORPG(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와 최대 수 천 명의 유저가 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기는 MMORPG로 세분화된다. FPS는 1인칭 슈팅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사물을 보는 시점과 같은 화면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인다. 또 캐주얼 게임은 게임 방식이 쉬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온라인 게임이고, 시뮬레이션 게임은 현실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해 즐기는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 산업의 특징: MMORPG를 중심으로

MMORPG는 대규모의 게임 유저들이 온라인 상에서 상호작용하며 다양하게 주어진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롤 플레잉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이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개발 투자 비용이 높고 출시 이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신작이 흥행에 성공하면 추가 비용을 조금만 들여도 많은 사용자에게 확산돼 고수익 달성이 가능하므로 투입 대비 산출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온라인 게임은 전통적인 콘솔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콘솔 게임은 게임기와 게임 패키지를 판매하는 전형적인 제조업이다. 게임기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로 매출이 발생하며 게임 이용자는 한번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게임을 아무리 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게임 회사도 소프트웨어가 출시된 후엔 제품을 수정할 수 없다. 유통 방식도 전형적인 도·소매망을 통한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서버 접속료와 게임 아이템 판매가 수익의 원천이다. 게임기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이용대금을 징수하는 것이므로 서비스업의 특징을 가진다. 온라인 게임은 전통적인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에서 게임 타이틀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다. 콘솔 게임이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하나로만 이뤄진 게임이라면, 온라인 게임은 서버 프로그램과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게임 개발사는 인터넷을 통해 이 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버그를 수정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다른 게임 장르와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 회사가 다양한 스토리와 게임 환경을 제공하면 그 안에서 유저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연대감과 동류의식을 형성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유저 그룹인 ‘길드’를 중심으로 한 협동 위주의 플레이가 중요하다. 유저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필요 없는 아이템을 거래하기도 하고 함께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유저들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공성전’을 펼치는 게 한 예다. ‘성에 의존하는 적을 공격함’을 뜻하는 공성전은 게임 내에서 ‘성’에 해당되는 지역, 공간 등에서 길드들이 경쟁적으로 전투를 벌이며 성을 점령하는 게임 전개 방식이다. 최소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 가량의 많은 인원이 길드를 형성하는데 인원수가 적은 집단은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서버 내에 일정 숫자의 유저가 충분히 확보돼야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예요. 너무 중요하죠. 그래서 사실 잘 되는 게임은 계속 잘 되는 이유가,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거든요. 예를 들어 각 서버별로 5,000명이 있어야 재밌는데 유저 수가 1,000명으로 떨어지면 흥미가 반감되죠. 그러면 서버를 없애고 통합해 다시 5,000명을 만들어요. 이럴 때 커뮤니티를 제대로 형성시키지 못하면 게임이 실패합니다.”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이같이 온라인 게임은 다른 사람들과 문제를 같이 해결하거나 경쟁·대결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다른 경쟁 게임보다 많은 유저를 선점하는 게 필수적이다. 또 게임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을 관리하고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것이 게임의 성패를 결정한다.

MMORPG는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게임이다. 따라서 충성도가 높은 핵심 유저를 확보하는데 유리한 장르다. 초기 MMORPG 게임은 정액제로 출시됐는데 한 번 결제하면 일정 기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었다.

게임 콘텐츠의 개발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MMORPG는 게임 내 콘텐츠가 방대하고 높은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가 요구되므로 개발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개발비도 크다. 캐릭터와 시나리오 중심으로 전개되는 롤 플레잉 게임에는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의미하는 ‘세계관’이 필수적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가상세계를 창작하며 만든다. 대작 MMORPG의 초기 콘텐츠 개발 비용은 최소 100억 원 이상, 개발 기간은 평균 4~5년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사는 초기 단계의 제품을 유저와 상호작용하며 발전시킨다. 게임 개발이 끝나면 비공개 알파 테스트, 공개(오픈) 및 비공개(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 기간 동안 버그를 수정하면서 시장 침투에 성공한 이후 유료로 전환해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

퍼블리싱

퍼블리싱은 게임 콘텐츠를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직접 퍼블리싱과 간접 퍼블리싱으로 나뉜다. 직접 퍼블리싱은 게임을 개발한 업체가 직접 서버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초기 낮은 브랜드 파워와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간접 퍼블리싱은 현지 업체나 이미 진출한 다른 업체에게 서버 장비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 마케팅 등 게임 서비스 제공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현지 시장 탐색 및 정보 파악에 유리하며 위탁 기업의 역량에 따라 해당 게임의 운영 방식 및 마케팅 성과가 좌우된다4).

서버 운영 방식

여러 국가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한 서버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글로벌 서버 방식과 국가별로 다른 서버를 운영하는 로컬 서버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글로벌 서버 방식은 한 곳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서버 관리와 운영이 효율적인 반면, 국가별 시차로 인해 관리자가 신속하게 유저의 불만에 대처하거나 게임 버그를 수정하기 어렵고 국가별 유저의 성향차를 반영하기 어렵다. 로컬 서버 방식은 관리 및 운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해외 퍼블리셔에 로컬 서버 운영을 위탁한 경우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울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현지의 상황을 신속히 반영해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5).

유통 및 마케팅

온라인 게임의 유통 방식은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과 패키지 판매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 장르의 게임은 설치하는데 필요한 용량이 수 기가바이트(Gigabyte)에 달하므로 고사양의 PC와 안정적인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불안정한 인터넷 망 때문에 흐름이 끊어지면 유저가 게임을 그만둘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 사정이 열악한 경우엔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다. 패키지 판매 방식은 판매와 동시에 콘텐츠 및 사용료 일부가 매출로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판매 경로 구축 비용 및 재고 유지 비용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

과금 방식

초기 온라인 게임은 대부분 개인 사용자와 PC방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일정 기간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로 판매됐다. 이 모델은 초기 유저의 진입 장벽은 높지만 한번 결제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유저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오픈 베타 서비스 이후 유료화 실시 직전에 다른 무료 게임으로 옮겨가는 ‘오픈 베타족’이 출현하기 시작하는 등 정액제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은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점차 부분유료화 모델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부분유료화 모델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해 초기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대신 게임 내 아이템 구매와 게임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지출을 유도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업데이트 및 서비스

온라인 게임의 수명은 출시 이후 지속적인 대규모 업데이트 및 서비스 역량에 달려있다. 제품을 출시하고 유통하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저를 관리하고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서비스 및 관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셈이다6). 예를 들어 해커들이 불법으로 제공하는 게임 자동화 프로그램인 BOT가 성행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용하는 유저의 재미를 반감시키는데, 게임 개발사 및 서버 운영 회사가 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치 못한 게임에 반발한 유저들이 대거 이탈한다.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전 세계 게임 시장은 전통적으로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온 가운데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이 2000년대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Exhibit 3).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 중국이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며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확장돼 왔다. 2003년 기준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은 21억 달러 규모였으나 2006년 51억 달러, 2009년에는 100억 달러를 초과하며 연평균 22%가 넘는 성장률을 보여왔다.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이자 게임산업의 원조격인 미국 게임 시장은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이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해왔다. 미국 온라인 게임은 다른 플랫폼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은 적지만, 규모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에 향후 초고속 인터넷 확대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 급속하게 성장할 잠재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2006년 기준 12억 달러로 연평균 24.8%의 성장률이 예상됐다. 미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전통적인 PC 게임들의 온라인화를 통해 확산돼 왔다. 2004년 PC 패키지 게임 개발 회사였던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통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한다. 블리자드는 멀티플레이 서버를 운영하던 노하우를 살리는 동시에 뛰어난 그래픽과 높은 게임성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담았고, 결국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선두자리에 등극한다. 미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비디오 게임 기업이 온라인 게임으로 진출하고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이 확산되면서 다른 플랫폼 시장과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 미국 온라인 게임 이용자 중 72%는 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게임을 함께 이용한다고 응답했다7).

유럽도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으로, 2005년 당시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전체 게임 시장의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연평균 50.3%라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급성장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 보급률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직결된다는 시장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 속도가 비교적 높은 프랑스와 독일, MMORPG 게임 개발이 활발한 북유럽 국가들(Exhibit 4)의 성장세가 특히 높았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브로드밴드 인프라 수준은 온라인 게임 업체들에게 걸림돌이다. 유럽의 온라인 게임 시장은 MMORPG가 주도하고 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게임을 중심으로 한 부분유료화 모델이 2000년대 중반 성공적으로 정착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유럽 게임 시장이 성숙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동유럽 시장은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게임 인프라도 성장 단계에 머무는 등 지역간 격차가 큰 것도 숙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케이드 및 콘솔 게임이 중심인 시장으로, 2002년 기준 68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아케이드 게임이 전체 시장의 58.1%, 45억 달러 규모의 콘솔 게임 시장이 38.3%를 차지했으며 온라인 게임은 6000만 달러 규모로 0.5%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2년 500만 명이었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2006년 2580만 명에 이르는 등 급성장했고,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02년에서 2008년까지의 연평균 누적성장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이 43.9%로 예측되는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오랜 기간 정체돼 있고 1997년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경쟁 콘텐츠가 크게 증가하며 콘솔 게임 시장이 하락 추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웹보드 게임 등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MMORPG 규모는 작다. 일본의 게임 유저들은 다른 유저와 함께 어울리는걸 선호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이유다. 온라인 게임 시장도 다수 대 다수로 대전하고 함께 플레이하는 MMORPG보다는 가볍게 혼자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고 결제 비율이 높아 동시접속자 대비 수익률이 한국의 5배에 이르는 등 1인당 매출은 높은 편이다. 핵심 유저들의 충성도도 매우 높다.

중국은 2000년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 태동했다. 중국 온라인 게임 산업은 상당 부분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의 영향을 받고 있어 한국과 중국은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되곤 한다. 2001년 11월 한국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이 상하이샨다 기업에 의해 중국 시장에 진출, 반년 만에 50만 명 동시 접속, 6000만 명 가입이라는 신화를 세웠다. 중국 온라인 게임 발전에 도화선이 된 이 사건은 그간 온라인 게임에 대한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일거에 불식시킨다. 이후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임 회사, 소프트웨어 업체, 통신 업체 등이 진입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업체는 2001년 50개, 2002년 140여 개, 2003년 220여 개까지 늘어난다. 중국 정부는 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해외 온라인 게임을 강력하게 규제하기에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독자적으로 진출해 유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중국 게임 시장에서는 불법 복제 등의 문제로 오프라인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요금 징수가 가능한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산업이 비대해진 경향이 있다. 처음엔 한국 온라인 게임을 그대로 베껴 출시하는 등 한국의 게임 콘텐츠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점차 중국 고유의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 발달 속도가 매우 빨라 이젠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초기 역사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을 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대학 시절부터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동아리에서 그는 선배 이찬진(현 드림위즈 대표이사)과 함께 아래아 한글을, 대학원 시절 한메타자 등을 개발했다. 그가 게임 산업에 눈뜬 건 현대전자 보스턴 R&D 센터에서 근무할 때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 흥미를 느끼며 그는 온라인 게임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1997년 창업 당시엔 소프트웨어 업체였는데, 김택진 대표이사가 어느 날 앞으로 게임을 만들 거라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서야 문득 옛날에 나눈 대화가 기억났어요. 1993년 제가 보스턴을 방문했을 때 김택진 대표이사가 당시 IBM의 사내 정보 공유 플랫폼을 사용해봤는데 네트워크 상에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가상 생활을 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어요, 이 분이 그 당시부터 이런 꿈을 꾸고 있었다는걸…. ”

–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김택진 대표이사는 인재가 핵심임을 이해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그래픽 머그(MUG; Multi User Graphic)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넥슨 창업자 송재경은 당시 공동 창업자 김정주와의 불화로 1996년 넥슨을 떠나 아이네트에서 ‘리니지’를 개발 중이었다. 신일숙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게임은 송재경이 큰 포부를 갖고 기획했으나 IMF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현대전자를 그만두고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김택진 대표이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송재경을 영입했고, 1998년 말 출시된 ‘리니지’는 작은 벤처 기업이던 엔씨소프트를 지금 수준으로 키운 일등공신이었다. 인재에 대한 그의 안목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들어오면서 PC방 사업이 크게 확대됐다. 또 인터넷 네트워크 사업이 확장되면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막 조성될 때였다. 이런 환경에서 출시된 ‘리니지’는 당시 수준으로선 획기적인 소재와 그래픽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리니지는 1998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넥슨 ‘바람의 나라’를 단숨에 제치고 온라인 게임 순위 1위에 올라섰다. 1999년 엔씨소프트는 순수하게 ‘리니지’ 하나로 달성한 매출액이 66억 원, 영업이익이 35억 원이었고 2000년에는 매출액 559억 원으로 2년만에 매출이 280배 증가하는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엔씨소프트는 그 해 코스닥 상장 기업이 됐다.

이후에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계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엔씨소프트의 역사는 곧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다. 상장 이후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해 매출액 1,247억 원을 달성했고 2001년 12월 세계 최초로 동시접속자 수 30만 명을 돌파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3D 게임인 ‘리니지2’를 개발해 2003년부터 상용화했다. 고사양 게임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제휴한 ‘리니지’용 PC를 보급했고 리니지의 인기에 힘입어 ‘리니지2’ 역시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오랜 기간 ‘리니지’ 한 제품의 매출에만 의존해왔다. 2008년까지 매출의 80%가 ‘리니지’와 ‘리니지2’에서 발생했다. 2008 년 기준 총 매출 2,402억 원 중 ‘리니지’ 매출이 1,197억 원(49.8%), ‘리니지2’ 매출이 1,053억 원(43.9%)이었다. 이처럼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내부적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고 유명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런 대내외적 노력은 엔씨소프트 해외 진출의 역사와도 맞물려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

일찍이 세계 시장을 꿈꾸다

엔씨소프트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전까지 한국은 게임 산업의 메이저 시장이 아니었다. 콘솔이나 패키지를 중심으로 한 미국, 일본, 유럽이 삼국전을 펼치고 있었다. 국내에서 리니지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고 보니 이런 게임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망을 이용하니 해외에서 접속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은 김택진 대표이사의 오랜 꿈이었다.

“‘리니지’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바로 들었던 생각은, ‘그래 글로벌로 나가자’ 였습니다. 세계로 수출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게임을 선택한 것도 있었거든요8).”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은 매우 빠르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김택진 대표이사는 설립 3년 만인 그리고 ‘리니지’의 국내 서비스 상용화 이후 22개월 만인 2000년 7월 대만에 첫 발을 내딛는다(Exhibit 5). 굉장히 빠른 결정이었다. 대만 유저들이 한국에서 인기있는 ‘리니지’에 큰 관심을 보이자 패키지 게임을 유통하는 대만 회사 감마니아가 적극적으로 엔씨소프트에 제휴를 제안한 것이다. 김택진 대표이사는 솔깃했다. 메이저 시장으로서 중요도가 큰 중국 시장을 고려할 때 같은 중화권인 대만은 중국 시장의 테스트베드로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대만에서 게임 관련 사업을 해온 감마니아는 파트너로서의 역량이 충분했다.

이어 2000년 2월 ‘리니지’의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고 그 해 7월, 대만에 해외 시장 처음으로 ‘리니지’를 선보인다. ‘리니지’는 대만의 초기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점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며 PC 게임이 주를 이루던 대만의 게임 시장을 재편했다. 심지어 ‘리니지’ 때문에 대만의 국가 네트워크가 다운되는 사태도 있었다. 당시 ‘온라인 게임’ 하면 ‘리니지’였고, 수많은 유저들이 친구들을 ‘리니지’로 불러모았다. 이 때 크게 확장된 유저층은 이런 형식의 게임 장르에 익숙해져 이후 ‘리니지2’, ‘아이온’ 등 ‘리니지’와 비슷한 성향의 게임들로 이동하곤 했다.

김택진 대표이사는 게임 종주국인 미국에서 일단 성공하는 게 글로벌 성공의 시작점이라 생각했다. 이에 2000년 5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01년 7월 ‘리니지’ 서비스를 게시한다. 그러나 유저 성향과 시장 상황이 한국 및 아시아와는 판이하게 다른 북미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아무 인지도 없는 일개 게임 회사였다. ‘리니지’ 하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노선을 바꿔 북미·유럽 문화를 잘 이해하는 영향력 있는 개발자들을 영입했다. 이렇게 북미·유럽을 겨냥한 게임을 만들면서 시장을 알아가고자 한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그 시장에 맞는, 또는 그 시장 문화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필요했는데 그러려면 엔씨소프트의 인지도를 높여야 했습니다. 미국 유저들은 반복행위를 좋아하지 않아서 ‘리니지’ 게임만으론 브랜드 네임을 알리기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어요.”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2001년 초, 김택진 대표이사와 송재경 당시 미국 지사장은 세계 3대 RPG 시리즈 중 하나인 ‘울티마 온라인’을 제작한 유명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과의 접선을 시도한다. 당시 리처드 개리엇은 몸담았던 EA와 불화를 빚고 퇴사해 20여 명의 인력과 데스티네이션 게임즈를 설립했다. 온라인 게임이야말로 게임의 미래라 생각했던 리처드 개리엇과 김택진 대표이사는 서로의 비전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 배를 타기로 결심했다9). 엔씨소프트는 430억 원을 들여 리처드 개리엇과 그의 형 로버트 개리엇을 영입, 데스티네이션 게임즈를 인수합병해 2001년 5월 엔씨 오스틴을 설립했다. 또 여기에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곧이어 2002년 12월 ‘스타크래프트’ 제작진 및 블리자드 출신 핵심 인력으로 구성된 시애틀의 게임 개발업체 아레나넷을 인수했다.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미국 내 두 개 자회사를 통해 미국 시장 자체적인 게임 개발 역량을 마련했다. 2002년 3월부터는 미국 크립틱 스튜디오의 ‘시티 오브 히어로즈’ 퍼블리싱을 맡기도 했다.

2001년은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의 원년이기도 했다. 2001년 6월 홍콩에 감마니아와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그 해 7월 ‘리니지’ 서비스를 개시했다. 김택진 대표이사에게 홍콩은 대만, 미국에 이은 3번째 해외 시장으로, 대만과 마찬가지로 중화권 시장 진출의 교두보 마련이란 의미가 있었다. 2001년 8월엔 일본에도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사실 게임 산업의 전통 강국인 일본에 도전한 것은 더 오래된 얘기다. 2000년 12월 일본의 게임 개발업체인 춘소프트와 ‘리니지’의 마케팅과 새 온라인 게임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5개월 뒤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돼 결렬됐다. 이후 두 달 후인 2001년 7월 일본의 동경 연락사무소가 관리하는 리니지 일본 홈페이지10)를 통해 리니지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시행착오 끝에 같은 해 8월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역시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당시 경영진은 일본에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 일본 내 실력 있는 독립 스튜디오나 개발자들을 찾아나섰다. 비록 미국 같은 개발 거점까지 만들지는 못했지만 김택진 대표이사를 비롯한 당시 경영진은 핵심 인재를 만나면서 일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했다.

세계 최대 인구의 중국은 온라인 게임 업체들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 마케팅의 인프라인 PC방이 확산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김택진 대표이사에게도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었다. 곧이어 엔씨소프트의 현지 진출을 도울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해외 업체는 독자 진출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있기도 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중국 현지 인프라를 움직일 수 있는 역량 있는 파트너사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회사들을 많이 만나며 파트너사의 선정에 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니 당초 지사 설립 목표시기인 2000년 8월을 훌쩍 넘기게 됐다. 결국 2002년 8월에야 국내 서버를 이용해 ‘리니지’의 중국 사이트를 개설하고 시범 서비스를 런칭했으며 2003년 1월에 중국 인터넷 포털업체 시나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4월 정식으로 ‘리니지’를 출시했다.

유럽 시장에는 2004년 7월 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11월부터 ‘리니지2’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4년 7월에는 태국에서도 현지 파트너사 트루와 합작 법인을 만들고 2005년 6월 ‘리니지2’를 선보였다.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미국, 유럽, 대만, 일본, 중국, 홍콩 등지에 진출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 업체가 되었다.

표준화된 게임 컨텐츠?

당시 경영진은 ‘리니지’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것처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것으로 예상해 한국에서 출시된 ‘리니지’를 제품 그대로 미국 시장에 가져갔다. 결과는 처참했다. 시장마다 유저의 성향이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처음에는 무조건 한국에서 만들고 언어만 바꿔서 가져갔어요. 어떻게 보면 개발력에 자신감 있는 회사들이 거치는 과정이죠. 그만큼 콘텐츠에 파워가 있고 많은 유저가 무조건 따라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편해요. 그런데 시장이 변하기 시작한 거예요. … 한국만 해도 스토리를 즐기지만 중국에서는 돈을 지불한 만큼 가장 빨리 영웅이 되는 게 중요해요. 심지어 돌아다니는 것도 자동으로 가길 원해요. 그건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죠. 미국 유저들은 스스로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걸 발견해내는 게 재밌거든요. 각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니즈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제품 하나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웠어요.”

–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중국 시장에서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서양식 판타지에 의존한 ‘리니지’의 세계관이 중국인의 감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부터 키보드 조작까지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중국 유저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해외 시장 매출이 생각보다 부진하자 엔씨소프트는 하나의 제품을 언어만 바꿔 출시하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각 시장의 반응을 받아들여 최소한으로 변경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지역별로 중요한 명절이나 절기 행사를 반영한 이벤트를 실시하며 현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이어갈수록 유저들의 기본적인 선호나 생활 습관, 소비 행태에도 국가 간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이렇게 시장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기까지 현지 파트너사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해외 진출 방식

엔씨소프트는 미국 자회사는 현지 인력에 일임하고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국가에서는 전부 현지 게임회사 및 퍼블리셔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진출했다(Exhibit 6). 윤진 전략파트너실 실장은 진출 방식을 고민하던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저희는 벤처로서 ‘어떻게 (해외 시장에)나가야 하나’ 고민했어요. 잘 모르는 시장이다보니 덜컥 나가 설치 CD를 들고다녀야 하나 하고요. 결국 직접 그 시장에 나가는 건 굉장히 무모하다고 결론냈어요. 우리가 직접 나가서 유저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을 파악하는 게 당연한 학습과정이지만 맨 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이 몇 년이 될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시장을 제일 잘 알고 협업했을 때 가장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같이 진출하는 게 시장을 배우고 여러가지 경험이나 노하우를 축적하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합작 회사의 형태로 (미국을 제외한)모든 국가에 진출한 이유죠.”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개발, 운영 및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 현지의 인터넷 상황과 운영 방법, 유저들의 성향 파악 등 회사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서 유통과 마케팅을 맡겼다. 엔씨소프트 게임을 홍보하려면 인터넷이 가장 중요했는데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인터넷 포털 회사란 생각에 잠재적 파트너사로 이런 업체들을 물색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2001년 당시 인터넷 브로드밴드 사업을 확장 중이던 소프트뱅크, 중국에서는 2003년 인터넷 포털 회사인 시나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합작 법인에 간섭하는 걸 최소화했기 때문에 일본 현지 인력과 파트너사의 도움은 충분히 받되 일본 시장에서 게임 운영을 직접 도맡아 할 수 있었다. 대만의 경우에만 게임 회사였던 감마니아와 2003년에 합작 회사를 만들었는데 당시 대만에는 인터넷으로 유명한 회사가 없었고 이미 2000년에 패키지 게임을 유통하던 감마니아와 함께 런칭한 ‘리니지’가 대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마니아는 ‘리니지’의 성공으로 최고의 온라인 게임 회사로 성장, 마케팅과 유통 역량까지 갖췄기에 기존 관계를 고려해 감마니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2004년 태국 시장에도 최대 정보통신업체였던 트루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진출하였다.

초기 엔씨소프트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관건은 현지의 PC 사양과 네트워크 인프라 상황이었다. 플레이하기 쉽고 용량도 가벼워 해외 진출이 용이한 캐주얼 게임과 달리 MMORPG는 콘텐츠가 방대하고 끊임없는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설치 용량이 매우 커서 PC 사양이 좋아야 하고 다운로드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최고의 그래픽을 갖춘 차세대 MMORPG를 추구하다 보니 엔씨소프트 게임들은 항상 출시되는 시점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높은 수준의 사양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시장은 일찍부터 진출이 어려웠다. 이렇게 직접 진출 할만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역에는 간접 퍼블리싱을 통해 서비스했다. 시장 규모가 작은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은 로컬 퍼블리셔와 라이센싱 계약을 맺고 게임을 출시해 간접적으로 시장을 체험하고 노하우를 쌓았다.

엔씨소프트의 현지화 전략

각 지역별 게임 유저들의 특징

게임 유저들은 각 지역별로 다른 성향을 보였다. 북미·유럽 게임 유저는 자율성이 높은 게임을 선호 한다. 미국의 유저는 정석에 따르는 플레이보다 게임 내의 세계 자체를 스스로 즐기고 생활하는 걸 좋아했다. 또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롭고 혁신적인 것에 열광했다. 히어로를 중심으로 한 게임인 ‘시티 오브 히어로즈’는 히어로 문화가 강한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퍼블리싱한 엔씨소프트의 이름도 조금씩 알려졌다. 북미·유럽 게임 유저들은 자신의 노력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결정된 결과물에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미국 자회사 아레나넷이 만든 ‘길드워’ 역시 논리적이고 자율성이 높은 게임을 선호하는 북미·유럽 유저들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출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반면 국내를 비롯한 동아시아권 국가의 게임 유저는 온라인 게임 대부분 목적의식을 갖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플레이한다. 우리나라 및 중국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레벨을 올리고 1등을 과시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페이 투 윈(P2W; 게임에서 승리를 돕는 도구를 현금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유료화 모델)’ 방식이 유효했다. 북미·유럽에서 성공한 ‘길드워’가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북미 개발진이 레벨업에 높은 열망을 가진 한국 게이머의 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1).

또 아시아 유저들은 자율성이 높은 게임보다는 주어진 스토리를 따라가도록 구성된 게임을 선호했다. 일본 유저는 특히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보는 듯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강조된 게임에 열광하며 중국 유저는 동양적인 그래픽과 무협 스토리를 좋아했다12). 일본 유저들은 복잡한 조작이나 여러 과정을 요구하는 게임보다는 천천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선호했고13) 중국 유저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게임을 원하기 때문에 가이드가 많이 필요했다.

유저 간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모습은 해외 시장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났지만, 지역별로 유저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양상에도 차이가 있었다. 개인적 성향이 강한 북미 게이머는 혈맹 등 거대 커뮤니티 위주로 흘러가는 한국식 MMORPG를 다소 생소하게 여기며 상대적으로 싱글 플레이 모드를 선호했다. 중국 유저는 게이머 간 대결(PVP), 특히 단체 대결(RVR) 모드를 즐기는데 최대 200명이 동시에 편을 나눠 결투를 즐기기도 했다14). 반면 일본 유저는 우리나라나 중국 유저와는 달리 익명의 낯선 이들과 온라인으로 교류하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는 걸 싫어하고 게임은 혼자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본에선 다같이 대전하는 MMORPG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가 작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일본 유저는 마니아적이고 얼리어답터의 성격이 강해 아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는 훨씬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15).

게임 컨텐츠의 현지화

이와 같이 각 지역별로 유저의 성향이 다르고, 국가별로 사회·문화적, 정치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현지 퍼블리셔의 조언에 따라 같은 게임을 각 시장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적게는 캐릭터와 이벤트의 현지화를, 많게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컨셉잡기와 게임 방식의 현지화를 꾀했다.

현지화의 방식과 수준을 결정할 때 게임 내 축적된 유저들의 데이터를 주요하게 활용한다.

“게임 서비스를 하면 굉장히 많은 로그 데이터, 즉 유저들의 행동 패턴이나 유저들이 서로 나눈 이야기가 게임 내에 축적됩니다. 이 빅데이터를 데이터 마이닝으로 분석해 지역별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그 부분을 역추적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현지에 맞게 수정했어요.”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현지 유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현지 퍼블리셔를 통한 오프라인 행사나 설문조사, 또 현지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불편한 점을 듣고 그 피드백을 정리해 본사 개발 팀에 전달했다. 본사에서는 엔씨소프트 게임의 기본 기획 방향이나 철학에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되는 수준에서 이를 수정하고, 아무리 현지의 요구라 해도 기획 방향과 상이하거나 아예 게임을 변형해야 한다면 현지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적응했다.

‘리니지2’는 개발 단계부터 해외 유저들을 공략하기 위해 캐릭터를 다양화했다. 한국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기본으로 넣고 일본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귀여운 캐릭터, 미국 게이머가 좋아할 만한 근육질 캐릭터 등을 골고루 넣었다. 일본에서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예상대로 일본 사용자들은 귀여운 캐릭터를 선택했다16).

서양 판타지에 의존한 ‘리니지’의 세계관은 무협과 동양적 세계관을 선호하는 중국 시장에 맞지 않았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동양의 무협 세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폭력성이나 선정성 심의도 관건이었다. 해골에 살을 붙이고 붉은 색의 피는 모두 제거해야 했으며 짧은 치마를 입은 캐릭터에는 검정색 스타킹을 입혔다. 현지의 명절도 게임 이벤트에 반영했다.

유통방식 및 과금 체계의 변경

현지 파트너사들은 개별 시장 상황에 맞는 판매 및 운영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패키지 방식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당시 진출했던 북미, 대만, 중국 등의 지역엔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아 대용량의 게임 소프트웨어를 한번에 다운로드하기 어려웠다. 대만은 모뎀사용자가 많고 PC방의 이용요금이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 편의점 등의 판매망을 통해 시간 단위 이용 쿠폰을 발매했다. 또 PC게임에 익숙한 북미 및 중국 유저들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실물이 없으면 이상하게 여겼다. 이에 초기 북미 및 중국 시장에서는 패키지 형태의 실물을 대형 유통망이나 편의점 등에 진열해 놓고 게임을 판매했다. 일본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유통망을 강하게 장악하고 있어 시장이 게임 개발사와 긴밀하게 엮여 있다. 이에 ‘리니지2’ 패키지를 일본 유명 전자제품 체인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과금 체계 역시 현지 소비자들의 특성 및 시장 상황을 반영했다. 2000년 초반 초기 해외 진출 시에는 국내에서 채택했던 월 정액제를 그대로 해외 시장에 적용했지만 모든 시장에서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엔씨소프트 역시 유저의 진입장벽과 시장 접근성을 위해 일부를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Exhibit 7).

2009년 3월 일본 시장에서 기존 월정액 방식의 ‘리니지’를 처음으로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일본 내에서 하락세인 게임을 현지화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 결과 액티브 유저가 2배로 증가하고 떠났던 기존 게이머들이 복귀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러시아와 동남아 시장 진출 시에도 부분유료화로 변경했고 2015년 1월 북미·유럽 지역에 런칭한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현지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분유료화를 적용했다. 현재는 중국, 미국, 일본에서도 부분유료화로 과금하고 있다.

마케팅의 현지화

마케팅은 주로 현지 파트너사의 힘을 빌려 미흡한 현지 인프라의 장벽을 극복했다. 대만에서는 프로그램을 웹상에서 무료로 다운받는 방식 뿐 아니라 이용 쿠폰 구매시 프로그램 CD를 무료로 배포하는 마케팅을 실시했다. 진출 당시 인터넷 인프라가 미흡했던 중국 시장에서도 PC 제조업체와 제휴해 고사양의 게임을 설치한 PC를 구입 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장애를 극복했다. 일본 시장 역시 초고속 인터넷망이 한국처럼 정비돼 있지 않은 점, 콘솔 게임이 인터넷 게임보다 선호되는 점, 결제 수단이 한국처럼 다양하지 못한 점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PC는 사무용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온라인 게임이 세계적인 주류임을 홍보하는 전략을 취했고 정액제와 정량제 및 신용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확보했다. 브로드밴드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리니지’ 마케팅에 집중했으며, 일본에서 PC방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에 착안해 그 외 고객에 대해서는 PC방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이용자를 확산시켰다.

그 외에도 새 유저를 유입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다양한 현지 마케팅을 실시했다. 대만에서는 감마니아와 공동으로 TV 광고를 했고 중국에서는 퍼블리싱을 맡은 텐센트의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했다. 텐센트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 억 명의 유저 기반에 엔씨소프트 게임을 노출시켰던 것이다. 2013년 출시한 ‘블레이드 앤 소울’은 이렇게 유입된 유저들을 개발 단계부터 중국 특성을 반영시킨 고품질의 게임으로 붙잡으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 현지 서버 운영 방식을 택해 국가별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시장 성과

일찍이 여러 국가에서 해외 사업을 시작한 엔씨소프트였지만 성과는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자회사에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자율성을 부여해 모든 개발을 일임했다. 게임 종주국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본사인 엔씨소프트를 앞세우기보다는 현지의 인재를 영입하고 우수 개발 스튜디오를 물색했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리니지’와 ‘리니지2’는 미국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당시 영입했던 유명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이 6년의 개발 기간 동안 800여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 내놓은 ‘타뷸라 라사’ 역시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본사가 관리하지 않고 지나치게 방임한 게 문제였다. 결국 2009년 ‘타뷸라 라사’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개리엇과도 결별했다. 반면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로 이뤄진 자회사 아레나넷은 2005년 ‘길드워’ 게임을 만들어 북미·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견인했다. 이후 내놓은 ‘길드워2’는 2015년 기준 유럽 인기 게임 순위 9위를 차지했다. 2009년 북미 시장에 출시한 ‘아이온’은 출시 첫 달에 PC 게임 판매 1순위를 달성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내 추락했다. 최근엔 ‘와일드 스타’의 실적이 부진해 핵심 라인을 개발하는 인력을 제외하고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대만은 ‘리니지’의 첫 해외 서비스가 시작된 곳으로 ‘리니지’가 국내에서 수 개월에 걸쳐 이룬 성과를 출시 후 일주일 만에 달성하며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린 시장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리니지’는 대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리니지’와 ‘리니지2’로 엔씨소프트의 인지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기에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누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MMORPG 시장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꾸준히 유지되는 추세다. 2002년 ‘리니지’, 2004년 ‘리니지2’에 이어 2009년 ‘아이온’까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MMORPG 시장의 침체로 최근 일본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 창출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서도 성공은 쉽지 않았다. 2003년, 2004년에 각각 출시한 ‘리니지’와 ‘리니지2’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2009년 출시된 ‘아이온’도 초기의 폭발적인 반응에 비해 뒷심이 부족했다. 김택진 대표이사는 당시 중국 시장 진출 성과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중국에서 그 당시 인기를 누리던 게임들이 다른 나라에서는 ‘리니지’한테 판판이 깨졌던 게임이어서 중국에서도 자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완전히 참패했죠. 그 때 ‘퍼스트 무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습니다.17)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엔씨소프트가 중국에 진출한 2003년 초 중국에는 이미 ‘미르의 전설’, ‘뮤’, ‘스톤 에이지’ 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임들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었고 다수의 2D 판타지 게임이 서비스 중이었다. 2008년에는 중국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철저히 현지화 과정을 거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나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이 게임들은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 시장에선 현지 개발 게임들이 선전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엔씨소프트 역시 중국 유저 성향을 일부 반영한 ‘블레이드 앤 소울’을 개발하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온’을 (중국에)출시할 때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 콘텐츠에 약간의 이벤트만 현지화하는 형태였는데 이런 방식으론 (중국 시장)성공이 어려웠어요. 중국에서 성공한 ‘던전 앤 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를 보니 완전히 중국만을 위해서 개발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에만 맞는 현지화를 조금 더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블레이드 앤 소울’은 중국 시장을 많이 조사·분석해 개발 단계부터 그 특징을 많이 넣어보려 했어요. 중국만을 위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를 완전히 바꿀 수야 없지만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해 현지화를 최대한 적용했어요. 예를 들면 중국 유저들은 초반에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튜토리얼이나 가이드를 많이 개발해 넣었고, 어려움을 느끼는 특정 단계는 쉽게 바꾸고 중국에 맞는 의상도 굉장히 많이 넣었어요. 처음부터 무협풍, 즉 중국에서 될만한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개발했죠.”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무협을 기반으로 한 ‘블레이드 앤 소울’은 서양식 판타지보다는 동양적 세계관에 익숙한 중국 유저들의 취향을 출시 전부터 상당 부분 반영했다. 물 위를 달린다거나(수상비), 하늘을 걷는다거나(허공답보) 몸을 순간 무겁게 만들어 안정되게 착지하는(천근추) 등의 경공 시스템으로 게임 내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초반 튜토리얼과 퀘스트 설명을 상세하게 제공해 게임 이해도를 높인 것 역시 모두 중국 유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었다. 또 과시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정서를 반영해 현금 지불액에 따라 사용자 등급을 나눴다. VIP 등급은 접속 순서에도 우선권을 갖도록 하고 캐릭터에도 화려한 장식을 붙였다. 나아가 매 시간마다 이벤트가 열리는 중국 게임의 특징을 반영해 방대한 양의 이벤트를 게임 내에 추가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2015년 기준 중국 시장에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과거 해외 성과를 되돌아 보면 대만처럼 큰 성공을 거둔 시장도 있는 반면 북미·유럽이나 중국 시장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 지역도 있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2000년대 중반 엔씨소프트가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특정 시장에서 다소 부진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해외 시장 성과가 부진했던 이유는)당시 워낙 한국 시장의 매출이 많다 보니 개발팀을 비롯한 여러 자원이 한국 시장에 집중돼 있었어요. 만약 우리가 개발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해외 시장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분명 달랐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 시장이 워낙 잘 나가서 그걸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즉 전사적 차원에서 해외 서비스 운영에 배분할 자원이 부족했던 게 문제였다. 수 개월에 한번씩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MMORPG 장르의 특성상 지속적인 서비스 관리가 중요했지만 본사의 초점이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에 집중되다 보니 해외 시장 요구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에서 ‘아이온’ 출시 직후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유입됐으나 불법 자동화 프로그램인 ‘BOT’에 대한 초기 대처가 미흡한 결과, 실망한 유저들이 대거 이탈했다. 서버에 남은 유저의 숫자로 커뮤니티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치 않았고 이때 효과적으로 서버를 통합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실패했다.

또 핵심 개발 스튜디오가 한국에 있다 보니 동양적 색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북미·유럽 시장에서 고전한 다른 이유였다. 엔씨소프트는 앞으로 회사의 독자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개발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현지와 본사 개발자 간 콘텐츠 협업을 추진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표준화와 현지화 사이에서

글로벌하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게 김택진 대표이사의 오랜 꿈이자 엔씨소프트의 목표였기 때문에 지역별로 다른 게임을 서비스할 수는 없었다. 제품의 핵심 콘텐츠, 플레이 방식 같은 기본 골격은 엔씨소프트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방침을 고수했다. 정말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각 지역의 기호 차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 믿음이 가능함을 확인시켰다.

“저희는 글로벌 유저 모두에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출발점이예요. 다만 개발자 문화에 따라서 어느 지역의 문화적 색채가 많이 들어가 있느냐가 게임마다 조금씩 달라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들었지만 북미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은 아무래도 북미·유럽의 성향과 문화가 녹아있어 그 쪽 시장을 중심으로 흐르게 되고 한국 본사에서 만드는 게임은 한국을 중심으로 설정이 되죠.”

– 윤진 엔씨소프트 전략파트너실 실장

그러나 이처럼 전세계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 콘텐츠를 정말로 개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해외 시장 성과가 부진했다는 것은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 다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아직 못 만들었단 뜻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미국에서 성공한 게임이 동양에서 잘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유일하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정도가 성공했죠. 어떻게 보면 영원한 유토피아입니다.”

–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이런 딜레마는 중국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2009년 ‘아이온’ 출시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의 콘텐츠에 약간의 이벤트만 현지화하는 형태로 출시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반면 ‘크로스파이어’나 ‘던전 앤 파이터’처럼 한국 게임이지만 핵심 콘텐츠 개발부터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완전히 현지화한 게임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중국이 굉장히 중요하고 큰 시장이기 때문에 엔씨소프트 역시 중국에서 성공하고픈 열망이 강했다. 이들 게임을 벤치마킹해 중국에 통할 요소를 개발 단계부터 많이 포함시켜 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블레이드 앤 소울’ 이다. 런칭 전 현지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국 시장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다른 시장에서도 어색함이 없을 요소들만 고려하다 보니 여전히 한국 시장의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지 법인으로의 전환: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네트워크

초기 엔씨소프트는 시장 규모가 작고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은 간접 퍼블리싱을 통해 테스트하고 그보다 중요한 시장은 현지 파트너사와의 합작 투자 형태로 진출했다. 게임 종주국으로 중요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선 현지 자회사를 앞세워 자율성을 주고 직접 개발토록 했다.

북미의 퍼블리싱 법인인 엔씨 인터랙티브와 개발 스튜디오 자회사인 아레나넷, 엔씨 오스틴과 유럽의 퍼블리싱 법인인 엔씨소프트 유럽은 2008년 9월 엔씨 웨스트로 통합됐다. 미주 및 유럽을 총괄하는 엔씨 웨스트는 자회사 중 가장 성공을 거둔 아레나넷을 중심으로 효율화됐다. 2012년 윤송이 사장이 엔씨 웨스트의 수장이 되면서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을 강화했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 및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엔씨 웨스트는 북미 유럽 시장의 전략 조직이다.

중국처럼 법적 규제가 있는 시장을 제외하곤 각 국가의 지사를 모두 미국 법인같은 독자적인 자회사로 전환시켜 엔씨소프트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이들의 궁극적 목표다. 감마니아와 합작 법인으로 진출했던 대만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감마니아 지분을 추가 인수해 총 85%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전환됐다. 일본 합작 법인 역시 실질적으로 엔씨소프트가 운영을 맡으며 지분 인수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2005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플레이엔씨(PlayNC)’란 게임 포털을 통해 모든 게임을 서비스했다. 기존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를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게 하며 다양한 게임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텐센트처럼 현지 퍼블리셔만의 플랫폼이 따로 존재하거나 게임별로 다른 퍼블리셔를 통하다 보니 플레이엔씨를 고집할 수 없었다. 사실 플레이엔씨의 궁극적 목표는 전 세계 유저들이 엔씨소프트가 런칭하는 모든 게임을 하나의 계정으로 즐기고 전용 메신저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하나의 결제 수단으로 연결되는 공동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향후 각 국가의 지사가 독자적인 자회사로 전환되면 플레이엔씨의 플랫폼 위에 게임 콘텐츠를 얹어 유저들이 즐기는 공동장을 만들 계획인 것이다. 서버 및 과금 모델 등을 본사의 방식으로 설정한 후 유저들이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즐길지, 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마케팅을 할지는 시장에 맞게 구체적으로 현지화하는 방향이다.

전 세계에서 성공할 게임을 만드는 게 엔씨소프트의 목표다 보니 한국 시장의 입맛에 치우친 콘텐츠 개발을 피하기 위해 각 시장에서도 자체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 스튜디오를 인수한 것, 비록 현재는 규제 여건상 철수했지만 2004년엔 중국 베이징에 현지 게임개발 스튜디오 NCRC(NCsoft R&D Center)를 설립한 것 등이 좋은 예다.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인프라, 로컬 콘텐츠(Global Infrastructure, Local Content)’ 전략을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 콘텐츠 개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게 목표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화 성공을 위한 과제와 도전

엔씨소프트가 창업 3년만에 조기 글로벌화를 시도한지 십여 년이 흘렀다. 2010년대 중반 엔씨소프트가 공격적으로 개척했던 해외 시장에선 지금 다른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와 PC게임을 기반으로 한 해외 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PC게임으로 성공한 블리자드는 대표적 인기 게임을 기반으로 온라인 기능을 추가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등 신제품을 거듭 출시하며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1위의 퍼블리셔인 일렉트로닉 아츠(EA) 역시 기술력이 뛰어난 온라인 개발자를 영입해 ‘피파 온라인1, 2, 3’ 등 신제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EA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넓은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고, 스포츠 게임 등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며 IP 업체들과의 관계가 깊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후발 기업들로 온라인 게임 시장 경쟁이 격화됐다지만 엔씨소프트는 MMORPG 콘텐츠의 깊이와 그래픽 퀄리티의 측면에서 여전히 최고의 기획력 및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십여 년간 서버-클라이언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축적한 유저들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기술과 노하우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신생 기업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역량이다. 헤비 유저 중심의 초기 해외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점한 엔씨소프트가 경쟁 기업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어떻게 입지를 강화해 나갈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엔씨소프트의 영원한 과제는 최고의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전 세계 유저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라면 PC 온라인 플랫폼만으로도 실현 가능한 목표였다. 오늘날의 유저들은 더 이상 PC에 국한된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의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모바일 디바이스를 가지고 이동 중에 게임하고 집에서는 태블릿 PC로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엔씨소프트의 규칙은 절대 ‘PC only’ 게임을 만들지 않기다18). 어떤 환경이나 플랫폼에서도 게임할 수 있는, 플랫폼 간의 경계를 허무는 탈(脫) 디바이스 게임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PC에 특화된 MMORPG 게임에 몰두해 온 엔씨소프트는 이제 DNA 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볍고 민첩한 모바일 환경 대응에 유리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내부 기획자에게 새 기회를 열어주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새로운 MMORPG 시대를 앞두고 엔씨소프트는 끝없이 도전 중이다.




[주석]

1.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CEO 메시지

2.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blog.ncsoft.com)

3. G-Star 국제 게임 전시회 김택진 대표이사 발언, 2014.

4, 5. 위정현, 온라인 게임 비즈니스 전략, 제우미디어, 2006.

6. 위정현,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의 국제적 특성 비교, 한국마케팅과학회, 2006.

7.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8. 김택진 대표이사 서울대 초청강연 발언, 2011.

9. 김정남, 김택진 스토리: 리니지와 아이온의 신화, e비즈북스, 2011.

10. www.lineageonline.jp

11. 길드워, “한국 이해부족이 실패요인”, 2006, ( http://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5/?n=1197).

12.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수출 실무자를 위한 해외게임시장 가이드북, 2004, ( http://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5/?n=1197).

13. http://game.donga.com/40386/

14. http://www.bloter.net/archives/102561

15. 위정현, 노지마미호, 온라인게임 사용자 속성의 한일 비교 – 경로의존성에 의한 사용자 군(群)의 속성 차이, 한국전략경영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03권 2호, pp. 125-142, 2003.

16. 이미경, ‘인터넷기업성공법칙 37, 제우미디어. p.65, 2004.

17. 서울대 초청강연, 김택진 대표이사 발언, 2011.07.

18. G-Star 국제 게임 전시회 중 김택진 대표이사 발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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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송재용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송재용 교수는 컬럼비아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4년 석학교수로 임명되었다. 한국경영학회 SERI중견경영학자상, 매일경제 정진기언론문화상, 미국경영학회 및 유럽국제경영학회 최우수박사논문상을 수상했고,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의 에디터다. Management Science, Organization Scienc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Harvard Business Review 등 톱 저널에 논문을 다수 게재하였다.

임나정

임나정

임나정은 University of Maryland 경영학 박사과정생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부를 마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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