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업 : 마이리얼트립
저자 : 쉬었다합시다 팀 / 곽승현, 박수은, 박채윤, 유지원 (가톨릭대학교)
지도교수 : 김승균
“창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 파트너, 팀원 또 저희를 둘러싼 많은 고객들이 마이리얼트립을 만들어간답니다.”
11년간의 소회를 담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동건 대표는 머릿속에선 또 다른 질문 하나가 선명히 떠올랐다.
‘마이리얼트립이 주목해야 할 다음 여행자는 누구일까?’
나 다운 진짜 여행, 지금 시작된다
때는 2019년 초, 독일 유학 생활이 어느덧 10년 차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박지윤은 방학 중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여행 상품을 알아보다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여행 회사가 눈에 띄었다. ‘나 다운 진짜 여행’이라는 기업 슬로건이 박지윤의 마음에 와닿았던 것일까? 그 당시 여행에서 박지윤이 얻고자 하는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누구나 하는 흔한 여행이 아닌 ‘나다운 여행’을 가보는 것.
1989년,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자 국민들은 너도나도 출국길에 올랐다. 출국자 수는 재빠르게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Exhibit 1).
Exhibit 1. 국민 해외여행객 수 변화
이 기회를 틈타 여행사들은 각종 단체여행 패키지 상품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행사의 깃발을 쫓으며 각 도시의 주요 관광지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관광객들은 획일화된 여행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Exhibit 2).
Exhibit 2. 패키지 여행상품 선호도 변화
박지윤은 지난번 가족 여행으로 갔던 패키지여행이 떠올랐다. 여행 계획을 세울 시간도, 정보도 부족해 선택한 패키지여행은 당시까지만 해도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고 보니, 상황은 조금 달랐다. 패키지여행에는 선택 관광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윤은 가족들과 해당 일정에 참여하는 대신 자유 관광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이드는 선택 관광에 필요한 입장권을 이미 구입했다며, 관광을 강요하였고 결국 박지윤과 가족들은 관심도 없던 공연을 두 시간씩이나 관람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관광지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어봤자 1~2시간이었는데, 가이드는 일정에도 없던 쇼핑센터로 데리고 가 장시간 머물며 상품 구매를 강요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해야 했다. 심지어 일부 관광객들은 환불 요청을 했으나, 환불받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러한 쇼핑센터에 갈 때마다 가이드는 사람 수대로 돈을 받고, 고객이 물품을 구입하면 그 일정액이 가이드의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때의 여행 이후로 박지윤은 패키지여행만 떠올리면 마치 악몽을 꾸는 듯했다.
‘소비’에서 ‘경험’으로 바뀌어 가는 여행 트렌드 속에서 차별화된 여행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박지윤은 마이리얼트립의 ‘가이드 투어’ 상품을 발견했다. 세비야에서 진행되는 공포특급 저녁 워킹 투어부터, 바르셀로나의 선셋 워킹 투어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다양한 투어 상품이 있었다. 평소 스릴러를 좋아하는 박지윤은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에 ‘그라나다 묘지 야간 방문 투어’ 상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곧장 그라나다로 떠났다.
마이리얼트립에게 여행이란?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박지윤은 묘지 야간 투어를 통해 그라나다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라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들려주는 가이드를 보며 박지윤은 이 지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 가이드가 궁금해졌다.
“설명 잘 들었습니다. 근데 가이드 일은 어쩌다 시작하셨나요?”
“제가 그라나다에 온지 20년이 넘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그라나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한 편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를 관광객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서 가이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물론 운 좋게도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여행사를 만나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요.”
”마이리얼트립이 다른 여행사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나 보죠?”
“가이드라는 꿈을 갖고 여러 여행사들의 문을 두드리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사가 여행의 본질보다는 수익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때, ‘여행다운 여행’이라는 가치를 앞세운 마이리얼트립을 알게 되었죠. 여행자들이 어떤 여행을 원할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가이드가 중심이 되어 특별한 여행을 만들어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여행객 중심인 여행을 마이리얼트립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독일에서 10년 동안 음악을 공부하던 박지윤은 자신도 충분히 음악을 통해 색다른 독일 여행 상품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윤도 마이리얼트립의 가이드에 지원하게 됐다. 선발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가이드 등록부터, 상품 등록, 이를 바탕으로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거주 신분을 확인받은 뒤, 글로벌 마케터와의 오프라인 만남도 가졌다. 선발 과정을 준비하면서,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이 여행다운 여행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 후 비슷한 시기에 가이드가 된 사람들을 맞아준 화상 환영식에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이리얼트립 가이드 선발에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발 절차가 좀 까다롭죠?”
“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가이드를 정말 중시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어떤 여행을 추구하길래 이렇게까지 가이드를 중시하는 것인가요?”
온고지신(溫故知新): 여행의 유통 구조를 개혁하다
“저희 마이리얼트립은 유명 관광지만을 살피는 기존 여행과는 달리 ‘나다운 진짜 여행’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현지를 잘 아는 가이드가 여행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여행객이 원하는 ‘여행다운 여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가이드의 역량을 매우 중시하고 있답니다. 더불어 사람 중심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기존의 여행 상품 유통 구조 또한 개혁했는데요, 기존 구조가 여행객과 가이드 사이에 여러 이해관계자를 거쳐 여행의 본질을 흐렸다면, 저희는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생략해 고객과 가이드를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Exhibit 3.)
여행사만이 수익을 보는 전통적인 유통 구조에서 P2P(peer to peer) 방식을 통해 중간 이해관계자를 상쇄한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여행사가 늘 우려했던 마진을 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가능해진 가이드는 고객에게 불필요한 쇼핑을 권할 필요가 없었고, 자율적으로 여행 상품을 기획해 고객에게 특별한 여행 상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여행을 경험해 볼 수 있고, 여행 일정 중 원치 않는 쇼핑이나 선택관광을 가지 않아도 되니 여행 만족도가 증가하였다.
“덧붙여 저희 마이리얼트립은 2012년에 설립되어, 티켓, 액티비티, 숙박, 항공 등으로 꾸준히 시장 확대를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고객의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꾸준히 고객 맞춤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마이리얼트립의 원칙대로, 박지윤은 아침마다 자신의 SNS에 독일 현지 소식을 업로드한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여행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럼 내일 가이드를 준비해 볼까?’
여행객에게 행복한 여행을 선물해 주기 위해, ‘여행 조력자’ 박지윤은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起): 통제불가 변수의 발생, 코로나19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이 대표가 제시한 회의의 안건을 보고,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탄식과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COVID-19(이하: 코로나19)가 발생하였다.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며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고, 하늘길(항공편)의 제한 및 국내의 사회적거리두기 시행 등으로 인해 여행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이 역풍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 이전까지 월평균 21만 건이던 마이리얼트립의 예약 건수는 2020년 2월부터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더니 4월에는 1만 건대로 곤두박질쳤다. 520억 원이었던 월 거래액이 하루아침에 10억 원 남짓한 수치로 하락하고 만 것이다. 상기되었던 팀원들의 표정은 울상이 되었고, 모두 말없이 이 대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비단 마이리얼트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 여행업계 1,2위 기업 역시 최악의 실적을 갱신했으며, 직원들은 무급휴직으로 전환되었다. 사실상 여행업계는 마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Exhibit 4).
Exhibit 4. 여행사별 연매출(2019~2020)
승(承): ‘제주’라면 가능하다
위기가 잠깐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부터 이제 여행업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여행 업계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이 대표는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는 ‘개인’의 위기가 아닌 ‘조직’의 위기였고, 그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였기에 현재 시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우선적으로 집중해 보기로 하였다. 그는 적어도 2020년 안에는 이전과 같은 해외여행의 붐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지만 해외여행과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지역이라면?’
한참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주도’였다. 김포-제주 항공 노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 중 하나로, 2019년 한 해 입도 객 수는 1300만 명에 달했다(Exhibit 5). 이는 해외 출국자 수 2800만 명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었기에, 이 대표의 시선은 제주도로 쏠리기 시작했다. 국외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사람들은 대체 여행지로 제주도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제주 여행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Exhibit 5. 2019년 제주도 입도객 수
더불어 제주도는 기존에 마이리얼트립이 해외 시장에서 사용하던 전략을 적용하는데도 안성맞춤이었다. 지금껏 자사의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의 여행 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투어 서비스를 추천해온 마이리얼트립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크로스셀링’ 전략을 취해왔다. 제주도는 해외여행과 마찬가지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기에 동일한 전략이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코로나19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제주로의 피벗팅’을 결정하였다.
이 대표는 사업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자 주요 경영진을 바탕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수립했다. 화상회의를 앞두고 그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轉):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제주’로의 설득 그리고 재정비
“여러분, 국내 여행 사업으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제주도 투어 상품을 개발해 보는 겁니다!”
이 대표는 야심 차게 사업 전환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구성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기업의 리더라면 직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시를 내리기 보다 그들을 이해를 시키고 납득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이 대표는 계속해서 설득을 이어나갔다.
“제주도 여행에 집중하는 것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이는 국내 사업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해외여행과 달리 국내여행은 저렴한 가격으로 자주 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여행 시장을 확보한다면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 생각했다. 투어 상품 이용자를 확보할수록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선된 여행 서비스는 고객의 만족을 높일 수 있고, 결국 사용자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아 여행 업계에서의 파이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어필하였다.
다음날 출근한 직원들은 회의실 이름을 보고 너도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표가 회의실 이름을 ‘제주’로 바꾼 것이다.
“모두 회의실 ‘제주’로 모여주세요!”
제주를 향한 그의 강한 집념에 직원들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회의실 이름을 ‘제주’로 바꿈으로써 사업 전환에 대한 구성원들의 회의적인 인식을 가볍게 전환하고자 한 것이다.
“갑자기 제가 제주 상품 개발을요?”
파리를 담당했던 글로벌 팀 직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사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등 구조적인 변화를 취했다. 해외 중심이었던 기존의 인력은 국내 사업에 재배치되어 제주도 여행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해 나갔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 조직 전체가 동요되지 않도록 구성원 개개인에게 성장 동력을 불어넣었으며, 무엇보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마이리얼트립이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과 고객의 만족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타깃 지역이 해외이든 국내이든 모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과나 성공을 바라기 보다 일단 새로운 시도에 과감해집시다!”
– 솔직함의 힘
이동건 대표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하였는데, 첫째는 ‘정보’였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 직원이라면 직급이나 연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기업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모든 사원에게 마이리얼트립의 내외부 데이터를 공유했고, 조직원 모두가 마이리얼트립이 겪는 위기 상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하며 겪는 다양한 문제 또한 늘 주목할 수 있게 했다.
둘째는 ‘같이’였다. 이 대표는 조직 구성원이 변화에 직접 참여할수록 상황에 대한 통제 가능성을 인식해 심리적으로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회의에 많은 구성원들을 참여시켜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진행된 타운홀 미팅이다. 타운홀 미팅이 모든 사원이 함께하는 회의인 만큼, 이 대표는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기업의 미래 비전을 본 회의에서 제시하였고, 이는 리더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가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평등한 이해도 및 변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CEO로서 구성원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려 해도 사원수가 140명이다 보니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 대표는 매주 리더십 교육을 추가적으로 진행하였고, 리더와 그 동료들이 교학상장(敎學相長)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나아가 구성원 개인의 입장에서 각 팀의 리더와의 1:1 미팅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현재까지의 진척도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OKR(Objective Key Result) 방식을 사용하여 개인이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평가하여 목표 관리를 하는 등 ‘소통’ 기반의 조직 문화를 수립해 나갔다.
그러나 사업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부 직원이 퇴사하거나 불만 섞인 목소리를 표출할 때면 직접 발로 뛰며 직원을 만났고 회사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 변화될 모습과 기업의 성장, 변화에 따른 업무 재배치가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없을 것을 설명하며 직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늘 ‘소통’의 모습을 보였다. 위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마이리얼트립의 상황을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며 구성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결(結): 마이리얼제주
새로운 업무에 투입된 마이리얼트립 팀원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했지만 여태껏 그래왔듯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내가 여행객이라면?’이라는 물음을 항상 스스로에게 되뇌며 고객이 처한 상황을 분석했다.
덕분에 초반에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점차 체계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고, 전 직원이 한마음 한 뜻으로 제주 여행 상품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갔다. 2020년 5월, 마이리얼트립은 제주에 첫 발을 내디뎠다. 제주에 지사를 세워 현지 직원을 채용하였고,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제주여행 상품 개발에 끊임없이 힘썼다. 그 결과 3달 만에 1000여 개의 상품을 찾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고, 매출과 판매가 점차 복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들의 부푼 기대와는 달리 상품의 판매가 부진했다.
판매 부진의 주된 이유는 고객들이 ‘국내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국내 도시이다 보니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면 굳이 체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록 지역은 ‘한정’되어 있지만 오히려 ‘마이리얼트립만이 제공할 수 있는, 대체불가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일념 하나로 전 직원은 국내 상품 개발에 집중하였다.
담당자들은 직접 발로 뛰며 현지 가이드와의 접촉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결과 제주만이 가진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해녀의 부엌’, ‘독립 서점 속, 비밀의 방 제주살이’, ‘댕댕이와 함께하는 오름 트래킹’ 등을 개발하였다(Exhibit 6). 이는 마이리얼트립만이 단독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주의 독특한 상품이었으며 점차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Exhibit 6. 마이리얼트립 제주 여행상품
2020년 7월,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여행 사업의 정비가 어느 정도 완료되고 코로나19 이후 도입됐던 비상경영회의체제를 종료했다. 비상경영 기간 동안 마이리얼트립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현 상황과 발전 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또한 내부 조직 개편, 고객 니즈 파악을 통한 비전 재정의를 통해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꾸준한 노력을 한 결과, 2020년 4월에는 약 2만 건까지 떨어졌던 예약건수가 2021년 11월에는 약 22만 건까지 상승하였다. (Exhibit 7) 2023년 7월 기준 마이리얼트립은 제주여행과 관련된 상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80%가 제주 여행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로 사업의 피벗팅은 성공적이었다
Exhibit 7. 마이리얼트립 예약건수(2020~2021)
이 외에도 마이리얼트립은 기존 사업이었던 해외여행의 유지 전략으로 ‘랜선 투어’를 활용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해외여행에 오르게 될 것이기에 그때를 대비하여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 유지가 필요했다. 당시 현지 가이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실업이었는데, 마이리얼트립은 그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랜선 투어’를 출시하였다. 랜선 투어는 단순한 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가이드의 수준 높은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생생한 자료와 설명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가이드 입장에서는 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되었다.
“대표님의 선택이 정확했네요, 제주가 정답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월별 매출액 통계를 보고 마이리얼트립 경영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 대표는 3개월이라는 비상경영회의 기간 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하지만 본인이 불안해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기에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팀원들에게 꾸준한 믿음을 주었던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소 무모할 수도 있었던 저의 제안에도 자기 일처럼 힘 써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여기서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앞으로의 무궁한 성장을 위한 여정의 동반자로 우리 함께 힘써봅시다!”
이제는 다음을 준비할 차례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랜선 투어, 제주여행 등의 대책을 통해 회복을 넘어 반등에 성공하였다. 이 대표는 제주로의 특화된 여행상품의 경쟁력을 직접 경험한 후, 빠르게 변화하고 세분화되는 고객들의 니즈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이 곧 기업의 본질임을 깨닫고 앞으로 마이리얼트립의 성장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색있는 컨텐츠 확보 전략: 아이와트립 & 스타트립
책상에 앉아 그간의 데이터를 검토해 본 결과,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의 국내 항공권 예약건수는 1년 새 약 3.6배 상승하였고, 월평균 예약 건수는 1만 2000건에 달했다. 이를 확인한 이 대표의 머리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가족 단위 고객에 특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 대표는 가족 대상의 여행 콘텐츠를 검색해 보던 중, 국내 최대 키즈 여행플랫폼 ‘동키’를 발견하였다. 동키는 음악, 미술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여행 캠프를 제공하며 꽤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이 동키와 손을 잡는다면 두 기업이 시너지효과를 내어 가족 여행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고, 동키를 운영하는 ‘아이와트립’과 인수합병했다. 기세를 몰아 이 대표는 또 다른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보기로 했다.
‘지난 3년간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니, 엔데믹 시대에는 K-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 여행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야’
이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며 해외에서 국내로 ‘오는’ 여행객에도 주목한 생각이었으며, 이에 K-콘텐츠 여행 정보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립’을 추가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방탄소년단, 오징어게임, 기생충과 같은 대중문화의 큰 성공으로 인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의 나라임을 인정받게 되었고, 이에 이 대표는 콘텐츠 관광지의 가능성을 공략한 것이다(Exhibit 8).
Exhibit 8. 마이리얼트립 K콘텐츠 여행
어플을 넘어 대리점으로의 확대
“어머니는 왜 마이리얼트립을 안 쓰세요?”
“말도 안 통하는 외국으로 나가는데 전문가도 없이 예약하기는 무섭잖니.”
이동건 대표는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을 깨달았다. 청년들과는 달리 중장년층은 오프라인에서 전문가와 함께 상담하며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마이리얼트립의 앱 예약으로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인 패키지여행 개발을 시작했고, 육경건 대표를 영입해 ‘대리점 B2B 사업 확장’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B2B 사업을 총괄하는 CIC(Company in Company) 즉, 사내 독립 기업을 설립했고, 대리점과의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중장년층을 위한 여행 상품을 제공했다.
일과 여행의 공존, 워케이션 오피스
“이번 달에는 가족이랑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할 거야.”
“일은 어떻게 하고?”
“걱정 마, 제주도에서 일하면 되지.”
“그냥 놀러가는 게 아니라 제주에서 업무를 본다고?”
팬데믹을 지나오며 직장인들의 근무 방식과 형태가 변화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특화된 제주 서비스를 다양화시키고, B2B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이동건 대표는 그 방안으로 워케이션에 전략적 투자를 결심하였다. 워케이션이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워케이션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이 대표는 투자 후 개인에서 가족 단위까지 지역 체류형 워케이션의 대상을 확대하였고, 장기 숙박 서비스까지 운영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근로자에게는 먼 이야기였던 제주도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이제는 눈앞에 다가온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워케이션이 휴양지에서 쾌적하게 일하며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리라고 확신했다.
Travel Every day, 여행을 일상 속으로!
엔데믹을 맞은 어느 봄날, 제주의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창업에 대해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동건 대표는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창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에 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 파트너, 팀원 또 저희를 둘러싼 많은 고객들이
마이리얼트립을 만들어왔답니다”
창업은 고객들이 겪는 문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원들 그리고 리더가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결국 창업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일인 것이다.
카메라의 불이 꺼졌다. 11년간의 소회를 담은 인터뷰를 끝마치며, 이동건 대표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질문 하나가 선명히 떠올랐다.
‘마이리얼트립이 주목해야 할 다음 여행자는 누구일까?’
참고 문헌
[문헌자료]
1) 최기영, DBR(2023.07.17). ‘가이드와 여행객이 온라인서 여행설계 플랫폼만 제공하지만, 트랜드를 장악’, https://url.kr/konxvj
2) 정윤지, 매일경제(2022.11.24), ‘요새 MZ세대 패키지여행 예약률 높은 이유 알아보니…’,
3) 이상미, 산업일보(2017.07.30.), ‘국내여행만큼이나 빈번해진 ‘해외여행’,
4) 김정미, 국가기록원.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다’, https://url.kr/6qrij8
5) 손고은, 여행신문(2022.07.11), ‘[엔데믹 시대 여행, 소비자 5,522명이 답했다 ②예약채널] 코로나19가 만든 대세, 패키지 여행…불확실한 변수 속 안전 추구’, https://url.kr/9mko5s
6) 김선호, TR&DF(2018.08.24) ‘마이리얼트립, ‘불법 여행상품’ 일 년 넘게 판매 중’, https://url.kr/p83bsv
7) 김선주, 여행신문(2022.07.25) ‘[창간 30주년 기획] 설문조사로 본 해외여행 20년① 패키지여행 선호도 감소하고 해외여행 다변화’, https://url.kr/4cgozs
8) e-나라 정보(2022). 국민해외여행객 수 URL: https://url.kr/vjmh5k
9) 인크루트(2020). ‘매출현황&채용정보’, https://url.kr/av1ckj
10) 도현정, 해럴드경제(2022.09.26.). ‘BTS 뮤비 나온 그 해변 어디? 마이리얼트립, K-콘텐츠 전문 스타트업 인수’, https://url.kr/8tujh2
11) 손고은, 여행신문(2023. 03.13).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 B2B CIC 육경건 대표 | 마이리얼트립 자유여행 상품, 전국 대리점에서 다이내믹 패키지로 변신’, https://url.kr/xoqnmf
12) 고석용, 머니투데이 마이리얼트립(2022.03.28). 워케이션 스타트업 오피스에 전략적 투자 고석용. https://url.kr/dz5btg
[영상자료]
1) 30대에 만든 2000억 가치의 여행 스타트업 이야기, EO 이오, (2020.09.09).
2) 모두 망할 거라고 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채용 중인 회사, EO 이오, (2021.09.22).
3) 마이리얼트립의 새로운 비전 #1, 마이리얼트립, (2022.06.20).